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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이 뭐라고] 일본의 여섯 스님이 거침없이 말하는 깨달음 | 기본 카테고리 2020-09-21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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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깨달음이 뭐라고

고이데 요코 저/정현옥 역
불광출판사 | 2020년 07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사는 데 꼭 깨달음이 필요할까. 누구도 속 시원히 알려 주지 않는 ‘깨달음’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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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종교를 갖지 않은 비종교인이다. 종교에 대한 관심은 있어 책을 구해 읽기도 하고, 깊은 생각도 해본 적이 있다. 그러나 창시자의 가르침이 좋을 뿐이지 종교 자체가 좋아서 책을 읽어 깨우치는 등의 행동을 실천한 적이 없다. 우리가 위대한 종교라고 말하는 불교, 기독교, 천주교, 이슬람교를 마음으로 믿거나 따른 적이 없다는 얘기다. 이 책은 '깨달음'에 관한 이야기다. 깨달음이란 용어는 불교에서 사용하는 단어다.

깨달음은 불교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가치이자, 모든 불자의 최대 관심사라고 한다. 이 책은 '깨달음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지'에 저자의 관심이 컸나보다. 깨달음에 대해 ‘내 삶과 무관한 것’, ‘아무나 쉽게 알 수 없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독자도 마찬가지다. 수행하는 스님처럼 고행을 통해 얻은 바를 말하는 것인지, 해탈의 경지에 오른 스님을 '깨달은 사람'이라고 하는 것인지 모른다. 그러나 불교에 관심이 있다면 이 깨달음이란 단어를 자신의 마음속에 진정으로 정의하지 못하면 자칫 열심히 절에 다니고, 스님 말씀 듣고, 실행하려 노력하고 해봐야 헛수고다라는 생각을 가졌다. 마치 부처가 누군지 모른 채 무조건 고행하고 수행하며 부처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허상에 그칠 것이라고.

이 책은 서른두 살 여성 불교 마니아가 일본 불교를 대표하는 여섯 스님을 찾아가 깨달음을 주제로 주고받은 대화를 정리한 것이다. 두루뭉술하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닌,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차원에서 깨달음을 이야기한다. 깨달음이 무엇인지, 그리고 깨달음이 어떻게 우리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주는지에 대한 답을 들려준다. 이 책을 읽고서야 깨달음의 정의에 조금 다가선 느낌이다.





저자 고이데 요코가 만난 스님은 모두 여섯 사람. 일본 불교계의 주류인 조동종과 임제종, 천태종에서 존경받는 스님들이다. 인도로 건너가 호랑이가 출몰하는 숲에서 홀로 명상 수행을 하거나, 20년 가까운 면벽 수행을 하는 등 한결같이 어려운 수행으로 나름의 도를 터득한 분들이다.


제1장 하나로 연결된 세상 즐기기_ 후지타 잇쇼(조동종 국제센터 소장)

제2장 꿈이었음을 깨달았다면 그 꿈을 즐겨라_ 요코타 난레이(임제종 엔카쿠지파 관장)

제3장 평온함 속에서 현재를 살아가기_ 고이케 류노스케(전 쓰쿠요미지 주지)

제4장 매 순간 비우면서 살아가는 진흙부처 인생_ 호리사와 소몬(산젠인 문주)

제5장 죽음이 끝이 아닌 스토리로 살아가기_ 샤쿠 텟슈(뇨라이지 주지, 소아이대학교 교수)

제6장 꽁꽁 얼어붙은 나를 녹여 주는 부처의 목소리_ 오미네 아키라(전 센류지 주지)


그 가운데는 『생각 버리기 연습』으로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고이케 류노스케 스님도 있다. 깨달음에 대한 스님과의 대화록은 인터넷 안의 가상의 절 ‘히간지’에 연재되었는데, 연재 당시 인기를 끌었다.

깨달음에 대한 궁금함을 풀어줄 첫 타자인 후지타 잇쇼(조동종 국제센터 소장) 스님은 “깨달음이란, 모든 존재가 연결되어 있음을 자각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다만 이러한 자각은 일상에서 누구나 경험하는 일이라 특별할 게 없으며, 자각했다고 해서 삶이 크게 달라지지도 않는 설명을 덧붙인다.

자각, 곧 깨달음보다 중요한 건 자신이 깨달은 바를 실제 삶에 녹여내는 일이라는 것. 단발적인 체험에 그치지 않고 실제 삶으로 구현될 때에야 비로소 깨달음은 가치 있는 무엇이 된다는 얘기다. ‘깨달은 인간 이하의 인간’보다 차라리 ‘깨닫지 않은 인간다운 인간’이 낫다는 스님 말씀은 깨달음을 좇아 동분서주하는 사람들에게 진짜로 중요한 건 ‘특별한 깨달음’이 아니라 하루하루를 ‘바르게’ 살아가는 것임을 차분하게 일깨워준다.




임제종 엔카쿠지파 관장인 요코타 난레이 스님은 한술 더 떠서 “세상에 아무것도 깨달을 것이 없음을 아는 것이 깨달음”이라고 말한다.

모든 생명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하나의 전체를 이루며 존재한다. 눈을 돌려 주변을 바라보면 쉽게 알아챌 수 있는 이러한 자연의 조화로움을 마음 깊이 인식하고 사는 것이야말로 깨달음의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국내 독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고이케 류노스케 스님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야기한다. “깨달음이란 아무래도 좋고, 상처받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거침없이 말한다. 살다 보면 깨달음이라고 부를 만한 경험이 찾아오지만, 그 순간도 지나고 나면 과거에 불과하다는 것.

지나간 것을 붙잡고 있으면 집착이 생기고, 집착은 괴로움을 낳는다. 그러니 깨달음이라고 하는 것도 다 놓아버리고, 매 순간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그 밖에도 일본의 다양한 불교 종파를 두루 섭렵하고, 엄격하기로 유명한 농산행(籠山行, 외부와 접촉을 끊고 12년 동안 칩거하며 좌선과 공부에 매진하는 일본 천태종의 수행법)까지 마친 호리사와 소몬(산젠인 문주) 스님은 “깨달음이라는 것은 어디에도 없더라”고 고백하듯 말한다.

지금 모습 그대로가 부처라는 이치를 알면 그것으로 충분하니까, 애먼 데서 깨달음을 찾으려고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끝으로 정토진종 소속 샤쿠 텟슈(뇨라이지 주지) 스님과 오미네 아키라(전 센류지 주지) 스님은 흔들리지 않는 믿음과 신심을 바탕으로 부처님 말씀대로 살아가는 것이 깨달음이요, 구원이라고 말한다. 진실된 말에 따라 살면, 사는 동안 늘 번뇌와 괴로움이 따라다닐지라도 그것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길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깨달음에 관해 여섯 스님이 들려준 답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하지만 조금 깊숙이 들어가면, 깨달음이란 일상을 벗어나지 않으며 오히려 삶에 밀접한 ‘무엇’이라는 관점을 공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지점에서 스님들은 깨달음을 좇는 사람들을 향해 공통의 메시지를 던진다.

첫째, 특별한 깨달음이라는 것에 집착하지 말 것. 둘째, 깨달음을 좇기보다 눈 앞에 펼쳐진 지금의 삶을 충실히 살 것. 이 두 가지를 명심하고 살아가면 어느 순간 ‘깨달음’이라고 할 만한 것(곳)에 이르게 될 거라는 게 스님들의 한결같은 가르침이다.








‘깨달음’으로 시작된 스님들과의 대화는 자연스레 ‘삶’의 문제로 이어진다. 많은 사람이 깨달음을 찾기 위해 애쓰는 까닭이 무얼까? 한마디로 뭉뚱그리면 지금보다 잘 살기 위해서이다. 깨달음을 얻으면 지금보다 덜 고통스럽고, 더 행복해질 거라고 믿기에 애써 깨달음을 찾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의 기대에 스님들은 어떤 답을 들려주었을까? 과연 깨달음이 우리 삶을 어떻게 더 나아지게 만들 수 있을까?

깨달음이 무어냐는 질문에 대한 답처럼, 깨달음이 우리 삶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한 스님들의 답 역시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공통분모가 있다. ‘연결’, ‘현재’, ‘명상’. 이 세 가지가 핵심 키워드다.

먼저 깨달음은 우리가 연결된 존재임을 확인시켜 준다. 이때 연결은 두 가지 차원에서 이야기할 수 있다. 좁게는 내 몸과 마음의 연결이고, 넓게는 나와 내가 아닌 모든 생명과의 연결이다. 이러한 연결성을 깨닫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겪는 고통의 뿌리가 분리감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마치 우리 몸과 마음이 따로 떨어져 있는 양 여긴다. 몸에 집중하느라 마음을 돌보지 못하고, 마음을 돌보느라 몸을 망가뜨리기 일쑤다.

또 자신을 세상과 동떨어진 존재처럼 생각하면서 세상사에 무관심해지거나, 남과 나 사이에 경계를 치고 스스로를 고립시킨다. 이것이 현대인이 겪는 외로움의 근원이며, 비교와 질투와 증오가 발생하는 시발점이라는 게 스님들 말씀이다.



또 하나, 깨달음은 ‘현재’를 살아가게 한다. 불교에서는 삶을 고통스럽게 하는 원인 중 하나로 집착을 꼽는다. 지나간 날에 대한 후회, 아직 오지 않은 날에 대한 걱정, 기쁨을 간직하고 슬픔을 멀리하려는 욕심 등이다. 깨달음은 이 모든 것이 찰나에 불과하고 영원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그 사실을 알면, 어떤 것에도 매달릴 필요가 없어진다. 아무리 애를 쓴들 곧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깨달음을 바탕으로 집착 없이 온전히 현재에 머물 수 있으면, 일어나는 현상들에 대해 좋고 싫다는 평가 없이 그저 흘러가도록 둘 수 있으면, 그 순간 우리 삶은 자유로워진다는 것이다. 내려놓음과 비움이라는 행복의 기술 역시 현재 머묾으로써 얻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정리하면, 연결성의 회복과 현재에 머물게 하는 힘. 이 두 가지가 깨달음이 우리 삶에 전하는 유의미한 가치이다. 덧붙여 스님들은 꾸준히 명상(수행)을 실천할 것을 강조한다. 그 이유는 명상이 일상에서 깨달음을 더 자주, 더 쉽게 경험할 수 있도록 길을 닦아주기 때문이다.

누구나 살면서 깨달음의 순간을 맞이할 수 있지만, 그런 시간은 자주 오지 않는다. 오더라도 쫓기듯 지나쳐버리기 십상이다. 일상에서 틈틈이 명상하고 불교 수행을 실천하는 것은 의식적으로 깨달음을 향해 문을 열어젖히는 작업이다. 자기 삶을 보살피는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이다.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여섯 스님의 생생한 인생담을 듣는 데 있다. 어떤 동기로 출가를 했고, 출가 후 삶은 어떠했는지, 불자로서 어떤 신념을 가지고 살고 있는지 등 보통의 삶과는 다른 ‘스님의 삶’의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덤으로 긴 시간 수행하며 살아온 스님들이 삶에서 체득한 알토란 같은 지혜도 얻을 수 있다. 후지타 스님과 요코타 스님은 젊은 날 전형적인 수행자상에 사로잡혀서 몸에 잔뜩 힘을 주었다고 한다.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신경이 마비될 만큼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그것이 참다운 수행자의 자세라고 착각하며 살았다고 털어놓는다. 시간이 흘러 자신이 얼마나 무모하고 편협했는지 깨닫고 난 뒤 자연스레 어깨에 힘을 뺄 수 있었고, 세상과 수행을 대하는 태토가 180도 달라졌다고 한다. 밖을 향해 자신을 열어둘 수 있게 되었고, 좌선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호리사와 스님은 일본 불교 천태종 역사에 '최초'의 인물로 우뚝 서게 된 사연을 소개한다. 전통을 중시하는 천태종에서 최고의 수행 과정으로 꼽히는 12년 농산행을 전후 최초로 완료한 사람이자, 처음으로 결혼한 스님이 자신이라고 밝힌다. 스님은 남들이 뭐라건 세간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품은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답을 찾고자 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일본 내 다양한 불교 종파와 교류하고, 다양한 불교 전통을 공부하고, 그것도 모자라 인도까지 날아갔다. 평생 경계 없이, 매임 없이 불도(佛道)를 향해 달려온 스님 인생 스토리는 현대판 무애행(無애行)이었다.

이 밖에도 신심 깊은 할머니를 만나 불자로서 확고한 신념을 얻었다는 사쿠 스님, 40대 초반 불현듯 찾아온 죽음에 대한 공포를 단숨에 날려버린 오미네 스님, 그리고 수행 과저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알아차림 기법을 계발한 고이케 스님의 사연 등이 책 곳곳에서 흥미롭게 펼쳐진다.

여섯 스님이 들려주는 자기 삶에 대한 솔직한 고백은, 뭔가 남다르고 특별해 보이는 스님들의 삶 역시 우리의 평범한 일상과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더불어 어디에서 어떤 삶을 살든지, 날마다 나아지는 삶을 위해서는 꾸준히 갈고 닦아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각자의 삶, 그 길 위에서 스스로 성실하게 묻고 답할 때 비로소 행복한 삶을 향한 깨달음의 문이 열릴 것이라고 말해주는 게 아닐까.





저자는 책을 마무리하면서 이런 말을 남긴다.

"깨달음이란...... 그 뒤에 이어지는 단어는, 아마도 없다."


깨달음을 주제로 스님들과 대화한 후에도 여전히 깨달음은 손에 잡히지 않지만, 더는 그런 상황이 답답하고 불편하지 않다고 말한다. 오히려 맑고 청명한 기분마저 든다고. 그것은 스님들과의 대화를 통해 깨달음에 대한 환상과 기대, 거기에 다가서고 말리라는 욕심을 훌훌 털어버렸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 역시 같은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여섯 스님의 말씀을 귀담아듣다 보면 '깨달음'에 대한 생가과 관점이 조금씩 바뀌어 갈 것이다. 어쩌면 깨달음에 관한 여섯 스님의 답이 기대했던 놀라운 이야기가 아니라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불교와 부처님 가르침이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면, 깨달음 역시 같은 차원에서 이야기되어야 하는 게 당연한 일 아닐까. 이것이야말로 불교와 깨달음의 진정한 가치일지 모른다.

"불교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깨달음은 일상적이다. 그리고 부처님처럼 산다는 건,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내는 것이다."란 말이 마음속에 오래오래 간직해야 할 말이다. 이것만 마음속에 가지고 있어도 아름답고 풍요로운 삶의 출발점이 될 것 같다.





저자 : 고이데 요코


니가타 출신. 문필가. 재속 불교 팬. 편집프로덕션 및 미술계 전문도서관 근무를 거쳐 현재는 프리랜서 편집자·문필가로서 불교계 텍스트를 중심으로 편집 및 집필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명상 프로그램 〈TANDEN 메소드〉를 고안해 명상과 대화로 생을 체감하는 방법을 널리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명상 및 대화 지도, 집필 활동, 강연 활동 등을 통해 모든 민족과 종교, 사상의 차이를 초월한 ‘미래 지향의 생명’에 관해서도 연구 중이다. 생명을 주제로 대화하는 모임 〈TEMPLE〉(온라인 커뮤니티)을 운영하고 있다.


역자 : 정현옥


대학에서 일문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일본으로 건너가 학교와 직장에 다니며 7년 동안 거주했다. 2018년 일본 학교 종교 교육 탐방 연수에 통역 자격으로 참가했으며, 2019년부터 오스트리아 관광청 홈페이지의 ‘버킷리스트’ 편을 번역하고 있다. 현재 번역에 주력하면서 틈틈이 통역에도 관심을 두는 한편, 초등학생 자녀와 동반 성장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옮긴 책으로 《초예측》, 《이과식 독서법》, 《슈퍼 기억력 트레이닝》, 《결국 성공하는 힘》, 《나는 일주일에 이틀만 일하기로 했다》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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