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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연애소설] 평범한 사람들의 진짜 사랑 이야기 | 기본 카테고리 2020-09-07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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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누가 봐도 연애소설

이기호 저
위즈덤하우스 | 2020년 07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누가 봐도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의 누가 뭐래도 특별한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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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기호의 첫 번째 연애소설이라고 한다. 소설가가 굳이 연애소설을 처음 쓴다고 말하는 건 좀 쑥스러운 이야기일 텐데 스스럼없이 밝힌다. 그것이 이기호 작가의 매력이기도 하다. 자신의 속내를 글을 통해 진솔하게 쓰는 것 말이다. 아마 작정하고 쓴 건가 보다. 꽤 오래 소설을 쓰고 문단에서도 인정 받은 만큼 많은 소설을 썼을 텐데 왜 굳이 일상의, 별로 감동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연애소설'이라고 썼을까. 중견작가의 첫 연애소설이라고 해서 예전에 슬프도록 아름다운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기대했던 '꼰대 독자'에게는 탐탁치 않은 생활 현실의 에피소드를 발표했을까. 다 읽고 나서야 이유를 알 것 같다. 꼰대 독자들은 현실적 이야기에 감동 받고, 지금 청춘 세대는 자신의 일 같은 소설을 좋아한다는 것을... 그런 점에서 작가는 '계산된 연애소설'을 쓴 것이다. 코로나19로 일상을 잃어버린 지금 모두에게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는. 일상으로의 회귀 희망을 잃지 말라는 격려성 소설로 보이는 것이 많아서다.



이 소설들은 연애라면 한 세대 앞서 해본 독자가 봐도 20대의 감성이 충만한 평범한 독자나 이웃 같은 연애 이야기이다.

30편의 짧은 소설이 실렸는데 하나하나 모두 스토리가 재밌고 작가의 애정과 글터치가 그대로 느껴지는 글솜씨에 연신 감탄하면서 단숨에 읽을 정도다.

일상의 에피소드를 삶과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재미 있게 살려냈다. 우리 일상과 하나도 다름이 없어 친근하고 진솔한 느낌도 만족할 만하게 받는다. 그게 작가의 독특한 글솜씨이고 쉽게 많이 읽히는 이유일 것이다.

세상 모든 소설은 다 연애소설이라고 하던데, 나에게 그건 ‘연애’라는 단어에 방점이 찍힌 말이라기보단 ‘소설’을 쓰는 마음에 대한 가르침으로 들린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아끼는 마음이 절반이니까. 나는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으로 소설을 쓴다는 사람을 본 적 없거니와 누군가에게 복수하기 위해 이야기를 짓는다는 사람도 만나본 적 없다. 그런 마음으로 소설을 쓰다 보면 다 망해버리고 마니까. 그건 그냥 결말이 정해진 이야기니까. 장소든 시간이든 단어든, 아끼는 사람이 글을 쓴다. 매일 글로 쓰다 보면 아끼는 마음이 들게 된다.

어쩌다 보니 짧은 소설만 벌써 세 권째다. 5년째 한 달에 두세 편씩 꼬박꼬박 짧은 소설을 쓰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매번 무슨 백일장을 치르는 느낌이다.

백일장은 쓴 사람 이름을 가린 채 오직 글로만 평가를 받는 법. 그 마음으로 계속 근육을 단련하고 있다. 이름은 지워지고 이야기만 오래오래 살아남기를 바랄 뿐이다. <작가의 말> 중에서



이기호 작가 글은 재미 있다. 짧아서 호흡이 잘 맞는다. "소설 문장은 짧게 써야 한다"는 고(故) 황순원 작가의 말대로 써서 '황순원문학상'도 수상했나보다.

이번 책에도 읽다 혼자 슬며시 웃고, 화내다 다시 박장대소하게 하는 글들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글솜씨가 좋다는 얘기다. 적어도 독자가 볼 때는.

요즘 독자들은 이런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매우 직설적이고 은유나 상징을 덕지덕지 감고서 독자에게 상상하라는 식의 글이 아니라 작가의 속내를 확 터놓고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독자의 속마음을 파고드는 글솜씨가 이기호 작가에게서는 수없이 발견된다. 그래서 솔직한 작가라고 하는 건가.

이 소설들도 모두 우리 가족이기도 하고, 가끔은 친구이고, 동료이기도 해서 공감이 간다. 특히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모두 '착하다'.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토록 유쾌하게 풀어내다니! 궁상맞고 지질한, 어딘가 좀 모자라고 어리숙해 보이는 소외된 사람들, 그 어수룩함이 만들어낸 우여곡절들이 때로는 우스꽝스럽게, 때로는 가슴 짠하게 펼쳐진다. 이기호 작가는 누가 봐도 별 볼 일 없는 비루한 존재들의 삶에서 기어코 사랑을 건져 올리고 만다. 그게 무슨 사랑이냐고, 그냥 이용당하는 거라고, 사기라고, 멍청하게 속지 말라고 말하는 세상을 향해 “자신의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그것조차 모르는” ‘연애무식자’들은 당당하게 외친다. “사기라도 좋고 속아도 좋다고”,

“아, 씨발, 내가 사랑한다구! 내가 사랑해서 이러는 거라구! 씨발, 내가 사랑해서 식혜를 팔든 수정과를 팔든, 뭐가 문제냐구!”

특유의 재기 넘치는 문체, 매력적인 캐릭터, 능청스러운 유머, 애잔한 페이소스까지, 『누가 봐도 연애소설』은 이기호밖에 쓸 수 없는, 작가 이기호만이 쓸 수 있는 누가 봐도 ‘진짜’ 연애소설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누가 봐도 평범한 사람들이다. ‘카라멜콘땅콩’의 땅콩 개수가 줄었다고 분개하거나 편의점에서 1+1 물품에 집착하는, 그냥 우리 옆집에 살 것 같은 사람들이다. 게다가 하나같이 어딘가 아픈 사람들이다. 암에 걸렸거나 치매에 걸렸거나 애인에게 이별 통보를 받았거나 시험에 떨어졌거나 이혼을 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보다 더 아픈 사람을 바라보며 “자꾸만 마음이 아파오는 것을 어쩔 수 없어” 한다.

“거기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하는”, “친구도 한 명 없는”, “형제도 없고, 말을 거는 사람도 거의 없는” 사람들이 자기보다 더 아픈 사람의 “상처를 보고 나서” 사랑에 빠져든다.

매일 유통기한이 지난 삼각김밥을 먹는 편의점 알바에게 자신이 직접 만든 따뜻한 김밥을 가져다주는 김밥집 청년,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은 후 좋아하던 대학 동기를 만나 큰맘 먹고 돼지갈비를 사주고는 안절부절못하는 남자, 이혼하고 고향에 도망치듯 내려온 첫사랑을 도와주는 시골 노총각, 독감에 걸린 여자친구와 같이 아프고 싶어서 마스크를 빌려 간 초등학생……. 도무지 사랑할 구석도, 사랑할 여유도 없어 보이는, 모두가 어쩐지 짠해 보이는 사람들이지만, 각자의 삶 속에서 각자의 최선으로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 이 책에는 귀에서 종소리가 들리는 듯한 아름다운 로맨스도, 손발이 오그라드는 사랑 표현도 없다. 얼핏 보면 이게 무슨 사랑이냐고 할 수 있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하지만 이기호는 말한다.

그것이 삶이라고. 누가 뭐래도 사랑이라고.



그는 오늘 죽기로 결심했다.

그냥 여기서 툭 뛰어내리면 끝인 거지. 그는 난간 밖으로 고개를 삐죽 내밀어보았다. 고시원은 5층짜리 건물을 통째로 쓰고 있었다.

잘못 떨어지면 에어컨 실외기에 먼저 부닥뜨리겠는걸. 그는 난간을 잡고 조심조심 옆으로 몇 걸음 이동했다. 그리고 다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이런, 여긴 차가 있네. 그는 그 차의 주인을 잘 알고 있었다. 고시원 같은 층 302호에 사는 40대 초반의 남자였다. 새벽 배송 일을 하고 있어서 늘 새벽 1시 반에 출근하는 남자, 그 남자는 새벽 배송을 마치면 다시 편의점 알바를 뛴다고 했다. 몇 번 고시원 공용 식당에서 그 남자가 건네는 오징어 젓갈 반찬을 얻어먹은 적도 있었다. 남한테 폐를 끼치면 안 되지. 이런 건 보험 처리도 안 될 텐데……. 그는 다시 몇 걸음 옆으로 이동했다.

고시원 정문도 좀 그렇고, 여긴 옆 건물과 너무 가깝고……. 그는 옥상을 한 바퀴 삥 돌아 다시 맨 처음 자리로 돌아왔다. 신경 쓰지 말자,

죽는 마당에 그깟 실외기가 뭔 대수라고. 그는 난간 위로 조심조심 올라갔다. 한차례 세찬 바람이 불어와 그의 몸이 휘청거렸다.

그는 반사적으로 몸을 낮춰 난간 쇠기둥을 움켜잡았다. 그는 다시 느릿느릿 아래로 내려왔다.

미연이는 전화 한 통 없구나…….

<pp.37~39 「뭘 잘 모르는 남자」 중에서>



진만 성희 씨…… 오늘도 연락이 잘 안 되네요……. 연락이 안 돼도 그냥 여기에 계속 말할 게요. 사실 성희 씨…… 지금 제 마음이 많이 흔들려요.

같이 사는 친구는 그거 다 사기다, 멍청하게 속지 말라고 말하는데…… 저는 계속 그 말을 믿지 않고 있어요. 그러면서 한편으론 또 이런 생각을 했어요.

사기라도 좋고 속아도 좋다구요. 그래도 꼭 한번 다시 성희 씨 만나서 카페에서 얼굴 보고 커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 처음 만났을 때처럼요……. 저는 내일 미자 씨 만나서 제례를 드리러 가요. 원래는 70만 원인데, 특별히 성희 씨 생각해서 50만 원에 해주겠다고 하셨어요. 그거 드리면 그분 말처럼 마가 사라진다고 하니까, 그땐 성희 씨를 볼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마가 사라지든 사라지지 않든, 제 마음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거든요. 성희 씨가 이런 제 마음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게 전부예요. 기다릴게요. 오전 2:47

<pp.206~207 「사랑과 상담 사이」 중에서>


저자 : 이기호


1972년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나 추계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명지대학교대학원 문예창작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9년 현대문학 신인추천공모에 단편 「버니」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짧은소설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 소설집 『최순덕 성령충만기』,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김 박사는 누구인가?』,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장편소설 『사과는 잘해요』 『차남들의 세계사』, 『목양면 방화사건 전말기』 등이 있다. 동인문학상, 이효석문학상, 김승옥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광주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학생들과 함께 소설을 공부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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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뇌과학] 이중언어자의 뇌로 보는 언어의 비밀 | 기본 카테고리 2020-09-07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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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언어의 뇌과학

알베르트 코스타 저/김유경 역
현대지성 |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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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판단이 관여된 내용을 모국어로 전할 때보다 외국어로 전할 때 감정 반응이 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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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뇌는 신의 영역이다"는 말을 TV에 나온 어떤 의사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뇌신경의 이상으로 판단하는 치매(알츠하이머), 파킨슨씨병과 외부 충격으로 인한 뇌신경 손상으로 운동감각이나 언어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를 설명하던 자리였다. 아마 의술로 완전히 파헤치지도, 장악하지도 못했기 때문에 그런 표현을 사용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우리 주위에서 많이 발생하는 치매도 완전한 치료제는 아직 없고, 병세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정도의 약만 개발된 상태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끊임없는 노력과 인간의 능력으로 머잖아 치료법이나 치료제 개발에 성공할 것이다는 예상도 잊지 않았다. 이 정도의 의학 발전을 이룬다면 아마 인간은 이 세상 창조주과도 맞서려고 할지도 모른다. 그런 일은 없겠지만.

흔히 뇌 과학으로 불리는 인간의 뇌에 대한 연구는 수백 년 전부터 이미 시작돼 왔다. 정신분석학, 심리분석학의 창시자로 불리우는 프로이트, 칼 융 등의 의사부터 제약회사 연구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노력을 계속해왔다. 의학계의 노력과 능력으로 결국 뇌신경 이상의 병은 치료제를 얻겠지만 지금은 그간의 노력으로 얻은 약이나 치료 방법 외에 뾰족한 수단이 없는 상태다.





우리 뇌는 워낙 복잡하게 이루어져 있는 데다 다른 장기와 달리 예민하기도 해서 연구가 더딘 이유 중의 하나이다. 우리 삶의 전부를 관여하는 뇌는 학자들의 연구로 “어떻게 하나의 뇌에 두 언어가 공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게 됐다. 지대한 공헌을 한 사람이 이 책의 저자 알베르트 코스타다.

저자는 사람은 어떻게 말을 하고 언어를 사용하며(이미 연구된 토대), 또 일상에서 2개 국어 이상을 사용하는 경우 뇌가 어떻게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할까를 알아내는 데 몰두했다. 저자는 말의 생산성과 이중언어 사용에 대해 20여 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이끌고, 저명한 과학 저널에 150편 이상의 글을 기고해왔다.

그 결과를 집대성해 그리 어렵지 않은 표현으로 『언어의 뇌과학』을 썼다. 널리 알리고 더 많은 관심과 열정으로 연구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많이 나오기 바라는 취지에서다.

이 책은 우선 언어 사용과정에서 주의력과 학습능력, 감정, 의사결정 등과 같은 인지 영역과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를 최신 연구 사례를 통해 밝히고 있다.

저자 본인이 이중언어를 사용하는 가정에서 태어나 동일한 환경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경험한 생생한 깨달음이 뇌과학과 심리학, 사회학적인 지식과 어우러져 시종일관 신선하고 즐거운 지식 여행으로 독자들을 인도한다.



책에 따르면 아기들을 보면 그저 먹고 자는 일이 전부인 것 같지만 수많은 연구는 생후 몇 개월이 안 된 아기들도 언어에 관해 매우 정교한 지식을 얻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심지어 생후 5일도 안 된 신생아들도 정상적인 언어와 비정상적인 소음을 확실히 구분한다고 밝힌 연구도 있다. 그리고 두 언어 사용 가정에서 태어난 아기(4~6개월)는 말하는 사람의 영상만 보고도 그들이 무슨 언어로 말하는지 구별할 수 있다.

아이가 비록 말을 시작하기 전이라도 그들의 뇌는 주변에서 흡수하는 정보를 계속 처리하는 중인 것이다. 이렇듯 아주 어릴 적부터 뇌와 언어는 상호 작용을 통해 서로에게 긴밀하게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또 감정에 치우친 상황에서는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지 않아야 함을 우리는 안다. 감정 부담이 큰 상황에서는 이성보다는 직관을(즉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퉁치는’) 따르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신중하고 이성적인 판단이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외국어를 사용하면 감정으로 발생하는 영향력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일견 의사소통이 훨씬 제한된 외국어를 사용하여 중요한 결정을 시도한다면 치밀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세계적인 학자들의 여러 연구를 통해 이것은 사실임을 입증했다.

외국어는 의사결정에서 ‘감정’의 역할을 최소화함으로써 이성적 판단이 제 역할을 발휘하도록 돕기 때문이다.





넬슨 만델라는 40년간 차별 정책으로 자기 민족을 괴롭힌 식민국 언어인 아프리칸스어를 배우면서 이런 말을 했다.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말한다면 그 대화는 상대방의 머리로 간다. 상대방의 언어로 말한다면 그 대화는 상대방의 가슴으로 간다.” 만델라도 모국어를 고집하며 그들을 상대해서는 그들의 가슴에 호소하는 말을 꺼낼 수 없음을 안 것이다.

이 책은 과학적 도구와 연구의 발전으로, 그저 ‘블랙박스’의 영역이었던 뇌와 언어활동이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있는지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다. 단순히 뇌의 특정 영역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언어 사용과정에서 주의력과 학습능력, 의사결정, 감정 등의 인지 능력과 어떤 관계를 갖고 상호작용하는지를 일상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이중언어 분야의 세계적인 학자인 저자는 2개 국어를 능숙하게 처리하는 것을 저글링하는 곡예사에 비유한다. 대화하면서 한 언어에 집중하면서 다른 언어와 섞이는 것을 통제하려면 신경을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냥 저절로, 자연스럽게 되는 것이 아니다.

학자들은 이중언어자들은 두 개의 언어가 ‘동시에’ 활성화되어 언어 사용을 서로 방해한다고 말한다. 스위치 끄듯이 하나를 끄고 하나만 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이유로, 두 언어를 사용하는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는 많은 혼란을 겪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다. 언어 발달이 늦거나 심지어 둘 다 제대로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다. 하지만 안심해도 좋다. 연구에 따르면 아무 문제도 없다. 시작이 조금 늦을 수는 있지만 둘을 모두 잘 해낼 것이다.



1장은 아주 어린 아이들이 둘 이상의 언어가 쓰이는 환경에 처하게 되면 어떠한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주는 부분이다.

생후 1년이 채 되지 않은 아이들의 이야기도 듬뿍 들어있어 신선하기도 했고, 그때부터 언어에 관한 습득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에 놀라울 뿐이다. 아무리 어린 아이들도 아빠랑 엄마가 다른 언어를 사용할 경우 그것을 구분한다고 한다. 음성을 통해 전달되는 구어체 언어의 경우 각 언어마다 특색이 분명한데, 이러한 특색들을 아이들은 생각보다 빨리 알아채고 습득한다니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귀중한 존재임이 틀림없는 것 같다. 심지어 엄마가 임신 중일 때도 듣는 소리를 태아는 구분한다는 데 놀라움을 넘어 경악스럽기까지 하다.

아가들이 언어를 습득할 때 사람과 사회적 접촉이 일어나면서 습득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비교하게 되면 사회적 접촉이 있을 때 훨씬 잘 습득한다고 하는 점은 쉽게 설득력이 있다. 그냥 전자기기들을 이용해 소리만 나오거나 할 경우는 생각보다 학습이 일어나지 않고, 교사나 부모와 사회적 접촉이 있을 때 유의미한 정도로 높은 습득률을 보인다고 한다. 뇌 과학에 관한 책을 처음 읽는 독자에게는 신기하기만 하다.




2장에서는 이중언어자의 뇌와 단일언어 사용자의 뇌가 어떻게 다르게 작동하는지 몇가지 항목으로 나눠 비교해준다. 신문 기사나 컬럼들을 보면 이중언어의 장단점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읽는 내용마다 다 옳은 것 같은데 주장이 다를 때는 혼란스럽기도 하다.

명확한 연구 결과도 없이 한두 개의 논문이나 자료만 가지고 하는 주장에서 비롯된 오류였나 보다. 흔히 말하는 '일반화의 오류'를 그 칼럼에서 범한 것 같다. 그것도 이 연구를 평생 해온 저자의 책을 읽고 겨우 알아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싶다.

이중언어자와 단일언어 사용자의 뇌를 촬영해 보면, 그 결과는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이중언어자가 모국어를 사용할 때와 단일언어 사용자가 모국어를 사용할 때 활성화되는 부분이 비슷하다는 게 증거로 제시된다. 이중언어자가 이중언어를 말할 때 활성화되는 뇌의 부위는 모국어 때와 겹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지만, 여튼 그들이 이중언어를 구사한다고 해서 단일언어 사용자의 뇌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물론 반응속도 등에서 약간의 차이가 보이긴 하지만 그것이 유의미한 차이라고는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 연구의 중론이다.




3장은 이중언어를 하면 뇌가 어떻게 변할까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장을 읽기 전에 먼저 기억해두어야 할 것은 아직 뇌와 언어를 관련지어 진행되는 연구의 경우 기술의 한계로 인해 결론짓지 못한 문제들이 많다는 점이다. 그래도 최신의 연구들을 바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이 지극히 논리적이고 실증적이어서 믿음과 재미가 더해진다. 이중언어는 뇌에 변화를 주느냐에 대한 결론은 잠정적이지만 '아직 모른다'다.

물론 이중언어자의 뇌 구조가 단일언어 사용자의 구조와 다른 경우도 많고, 유의미한 구조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논문들도 있지만 여전히 저자는 결과가 들쭉날쭉해 일관적인 결론을 내릴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고백한다. 이중언어 사용이 어휘 발달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인 영향보다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영향 쪽에 무게를 두는 것 같다.

물론 이중언어자가 단일언어자에 비해 설단현상을 더 자주 겪는다던가, 모국어의 어휘수를 비교해 보았을 때 조금 적은 단어 수준을 보여준다든가 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이중언어자의 뇌의 변화를 말할 수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이중언어자가 단일언어자에 비해 상대방의 관점을 파악하는 능력이 높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이야기다.

뒷부분은 생략해도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하다. 이중언어자의 뇌의 변화는 관측되지 않고 상대방 관점을 파악하는 능력이 훨씬 높다는 점이다.

『언어의 뇌과학』은 과학기술의 발전 등으로 저자의 경험과 논리적 추론 능력 등을 통해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책임에 틀림없다. 독자처럼 문외한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텐데. 단 한 권의 책으로 이중언어와 뇌의 관계 전부를 파악할 수는 없겠지만, 충분한 흥미와 지식을 얻고 영감마저 얻었다면 더 보람된 독서가 있을까싶다.




저자 : 알베르트 코스타


바르셀로나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를 마치고 하버드대학교와 MIT에서 연구원으로 일한 뒤 이탈리아의 국제고등연구소(SCUOLA INTERNAZIONALE SUPERIORE DI STUDI AVANZATI)를 거쳐 바르셀로나대학교로 돌아와 교수로 일했다.

“이중언어 사용이 뇌 모양을 어떻게 바꾸는가”를 주제로 저명한 국제 과학 저널에 150편 이상의 글을 기고했고 20개 이상의 연구 프로젝트를 이끌었으며,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신경언어학 저널』(JOURNAL OF NEUROLINGUISTICS), 『인지』(COGNITION) 그리고『신경과학』(NEUROSCIENCE)의 편집인을 지내기도 했다. 폼페우 파브라대학교(UPF)의 인지 및 뇌 센터(COGNITION AND BRAIN CENTER)에서 ICREA 연구 교수로 “말의 생산성과 이중언어 사용”이라는 연구 그룹을 이끌다가 2018년 12월, 48세의 이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역자 : 김유경


멕시코 ITESM대학교와 스페인 카밀로호세셀라대학교에서 조직심리학을 공부했다. 인사 관련 업무를 하다가 지금은 통·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스페인어권 작품과 독자들이 더욱 자주 만났으면 하는 꿈을 갖고 있다. 번역한 작품으로는 『행복의 편지』, 『세상을 버리기로 한 날 밤』, 『여기 용이 있다』, 『경이감을 느끼는 아이로 키우기』, 『카를로스 슬림』, 『가끔은, 상상』, 『공주는 왜 페미니스트가 되었을까』, 『꿈꾸는 교사, 세사르 보나의 교실 혁명』, 『동물들의 인간 심판』, 『어느 칠레 선생님의 물리학 산책』, 『엄마가 한 말이 모두 사실일까』, 『여자의 역사는 모두의 역사다』 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에서 진행하는

체험단,리뷰단에서 제공 받아 작성한 솔직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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