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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캘리포니아에서 만난 창의교육 | 자유게시판 2017-06-30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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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경교수.JPG

 

최근 4차 산업혁명이 단연코 화제다. 교육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 아이를 어떻게 해야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인재로 키울 수 있을지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도 뜨겁다. 확실한 것은 이제 특정 직업을 위한 준비보다 미래에 필요한 능력이 무엇인지를 알고 기르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미래의 인재’라는 거창한 표현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창의성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생존의 필수조건이 되고 있다. 기계가 사람보다 더 부지런하고 더 똑똑한 데다 복잡한 사고도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이제 기계가 넘볼 수 없는 영역은 인간의 창의성밖에 없기 때문. 그렇다면 창의성을 어떻게 키워야 할까? 특히 기성세대인 부모들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게 될 아이들의 창의성을 어떻게 북돋아야 할까?

 

『창의행동력』은 실리콘밸리로 대변되는 IT산업, 할리우드로 대변되는 문화산업, 원형 그대로 보존된 야생의 자연과 프런티어 정신이 조화를 이루는 캘리포니아에서 창의교육의 새로운 방법을 모색한다. 창조교육 멘토인 저자는 초등학교 3학년인 딸과 캘리포니아에서 1년을 보내며 어린이 창의교육을 취재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딸을 방학캠프와 평범한 공립초등학교에 보내고, 각종 현장학습에 따라가고, 그곳 학부모들과 사귀고 선생님들 및 교수들과 만나 대화하면서 그들만의 독특한 교육방법을 취재했다.


창의성에 대한 책이 꽤 나와 있는데요,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창의력의 중요성은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있지만, 정작 창의력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에 대해서는 모두들 어려워합니다. 사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학에서 창의성 수업을 하고 있는데 늘 고민입니다. 그런데 창의성에 대한 관점을 바꾸니 답이 보였습니다. 이제까지의 창의성 교육은 창의사고력을 키우라는, 즉 생각을 독특하게 하라는 메시지에 가까웠습니다. 딸과 캘리포니아 학교에서 1년 동안 그들의 교육을 경험하고 지켜보니 '창의행동력'이 창의성의 핵심이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창의행동력은 행동을 다르게 하는 힘, 즉 몸으로 미지의 길을 탐사해 새로운 지식과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힘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교육에서 매우 부족한 부분이고, 필요한 부분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요?


아이들에게 창의성을 가르치려 할 때 흔히 다른 틀에서 생각해보라고 하죠. 거꾸로, 뒤집어 생각해보라고요. 그런데 그렇게 해서 아이들이 정말 창의적이 되던가요? 다르게 생각해보라고 하면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하얘지는 경험을 모두들 한 번씩은 해보셨을 거예요. 


다니엘 리베스킨트라는 세계적인 건축가가 있습니다. 내로라하는 건축가들을 제치고 9?11 테러가 난 자리에 새로운 국제무역센터를 짓는 현상설계공모에서 당선된 건축가인데요. 그가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당선된 비결과 관련해 흥미로운 스토리가 있습니다. 설계공모자들이 모여 관계자의 브리핑을 듣던 날, 리베스킨트만 유일하게 테러가 난 참호 아래를 내려가 보고 싶다고 말했고 실제로 내려가 봤습니다. 게다가 그날은 매우 춥고 비가 오는 날이어서 누구나 집에 있고 싶은 날씨였는데도 말이죠. 다른 건축가들이 회의용 테이블에 앉아 참모들과 창의적인 건축의 아이디어를 고민하는 동안, 이 건축가만 유일하게 참사 현장에 직접 서 보았습니다. 그의 빛나는 설계 아이디어는 거기서 시작되었고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죠. 바로 창의행동력입니다.

 

창의성을 저해하는 요인은 틀에 박힌 사고 아닌가요?


더 큰 요인은 틀에 박힌 행동에 있었던 거죠. 똑같이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똑같이 설계사무소에 돌아가, 남들처럼 움직여서는 자기만의 창의성이 나오기 힘들죠. 창의성의 관건은 콘텐츠보다 프로세스와 실천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용이 참신하고 창의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창의적인 결과는 방법과 행동이 창의적일 때 나옵니다. 게다가 창의사고력의 상당 부분이 자신의 인지능력에 기대는 반면 창의행동력은 플러스 알파의 요소가 많습니다. 부지런히 전문가에게 묻고 동료를 만나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것을 깨닫게 되고, 현장에 가서 얼마나 울림을 받느냐에 따라 창의력의 결과는 막강한 힘을 갖게 되죠. 설득력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면 학교의 선생님이나 부모들이 구체적으로 아이들의 창의행동력을 어떻게 키워줘야 할까요?


이 책에서 창의행동력을 행동호기심, 행동발견력, 행동결정력이라는 실천의 세 단계로 정리해놓았습니다. 첫 번째 단계인 행동호기심은 말 그대로 행동하는 호기심입니다. 이게 뭘까 머릿속으로 궁금해하거나 자기 자리에서 손 들어 질문하는 것까지가 그냥 호기심이라면, 궁금해서 도서관에서 찾아보고 집에 와서 자기가 그 장소를 가보고, 전문가를 찾아서 메일을 보내는 게 행동호기심이죠. 우리 아이들은 지시하거나 명령한 것 외에는 좀처럼 자발적으로 움직이지 않아요. 지시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죠. 궁금하면 바로 움직일 수 있도록 선생님과 부모님들이 격려해줘야 합니다.


두 번째 행동발견력은 가서 보이는 것의 의미를 자신의 눈으로 빨리 알아차릴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요약, 정리해준 지식을 공부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경험하고 변신해봐야 자기주도적 지식을 쌓을 수 있습니다. 행동을 통해 깨달음을 얻게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캘리포니아에서는 ‘변신’의 방법론이 우세했습니다. “중세의 삶이 어땠는지 궁금하다면 네가 직접 조사하고 연구해서 왕과 왕비, 기사가 입었던 옷을 입고, 그들이 썼던 말투로 말하고, 찾아오는 사람에게도 그 사람의 입장에서 대답해보렴”이라는 식이었습니다. 그러고는 아예 학교를 중세 마을로 만들었죠. 팔짱을 끼고 관찰하는 입장에서, ‘내가 이 시대, 이 사람이라면’이라는 주체의 입장으로 전환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체험을 가서도 말 그대로 학습을 하고 오죠. 어디에서든 체험 전에 교실과 같은 공간에 모여 파워포인트로 5분 이상의 이론강의를 들어야 합니다.


셋째, 최종적으로 가장 중요한 게 행동결정력인데요, 골을 집어넣는 겁니다. 그 짜릿한 경험을 제대로 해본 아이들은 스스로 의미 있는 것을 만들어내는 창의적인 인재가 됩니다. 지식 공부든, 체험학습이든, 모든 경험은 자기 것을 만들어보는 것과 연결되어 있어야 합니다. 시를 배웠으면 반드시 시를 써봐야 하고, 과학의 원리를 배웠으면 실험을 해봐야죠. 그래야 세상의 규칙을 따라가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의 규칙을 만들어가는 창의적인 사람으로 큽니다. 감상자나 비평가를 넘어 생산자의 입장에 서게 만들어야 합니다.

 

직접 경험한 캘리포니아 초등학교는 ‘창의행동력’이라는 측면에서 어땠나요?


제가 취재한 학교는 호프초등학교라는 평범한 공립초등학교였습니다. 재미있는 예를 하나 들어볼게요. 여름방학이 시작되기 일주일 전은 아무래도 좀 느슨한 시기죠. 진도도 다 나갔고 딱히 새로운 걸 시작하기도 애매하죠. 그때 한 학생이 선생님에게 묻습니다.  “초등학생도 기네스북에 도전할 수 있나요”라고요. 선생님이 어떤 기네스 기록에 도전하고 싶은지 묻자, 학생은 신문지로 종이고리를 만들어 이어서 세상에서 제일 긴 종이 고리띠 만들기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선생님은 매우 흥미롭다고 칭찬하며, 기네스 인정은 만든 다음의 문제이니 일단 해보라고 격려해줍니다. 순식간에 전교 프로젝트가 되어, 그 일주일 동안 아이들은 집에서,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신문지 고리를 이어 붙이느라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중간에 끊어지기도 하고, 완전 아수라장이었죠. 하지만 일주일간 학교는 재미와 축제의 장이었습니다. 많은 선생님들이 박수를 치며 격려해줬죠. 아이들은 점점, 기네스보다는 이 고리로 학교 곳곳을 장식하자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냈고 방학을 끝으로 프로젝트는 끝이 났습니다.


이 초등학교 학생들은 창의행동력 훈련을 했습니다. 자신이 궁금한 것을 직접 만들어봤고, 다른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협력을 구했고, 그 과정을 통해 공감과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냈으며, 프로젝트를 의미 있게 완수하는 경험을 했으니까요. 내가 의견을 내면 다른 사람들이 도와주겠구나 하고 자신감을 얻었겠죠. 이 아이들은 모두 행동하는 어린이가 될 겁니다. 이 때 선생님의 역할은 무엇이었나요? 매우 좋은 아이디어라고 칭찬하고 격려해준 것밖에 없습니다. 기네스에 도전할 수 있는지 없는지 답을 알려주는 게 선생님의 역할이 아닙니다.

 

호프초등학교.jpg
호프초등학교에서 자발적으로 시작된 고리 만들어 잇기 도전과제. 학생들이 시작한 '창의행동력' 프로젝트이다. 

 

책에 창의성의 파도를 즐기라는 표현이 있는데 ‘파도’라고 표현한 이유가 있나요.


캘리포니아는 여름이든 겨울이든 많은 사람들이 서핑을 즐기고 배우는데요, 서핑은 창의행동력의 세 단계를 은유적으로 집약합니다. 먼저 서핑의 기초작업인 패들링은 양손으로 널을 열심히 저어서 바다로 나아가지요. 어떤 파도가 나를 기다릴까, 저 바다에는 무엇이 있을까 설렘과 호기심을 가지면서요. 바로 행동호기심입니다. 두 번째는 파도잡기죠. 알맞은 바다로 나가면 서퍼들이 계속해서 팔을 저으며 오는 파도를 날카롭게 노려보고 있어요. 자기에게 가장 유리한 파도를 고르는 과정이거든요. 누구에게나 파도는 오지만 자기에게 유리한 파도는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야 돼요. 어떤 게 유리한 파도인지 식별해내는 눈이 필요한 거죠. 행동발견력은 그걸 길러주는 과정입니다. 자기에게 유리한 파도를 고르는 과정이죠. 마지막으로 파도타기가 있죠. 유리한 파도다 싶으면 서퍼는 널빤지 위에 재빨리 우뚝 섭니다. 이걸 성공적으로 해내면 파도가 밀어주는 힘을 타고 해안까지 신나게 서핑을 즐길 수 있어요. 작게는 자기의 아이디어를 실현시키는 과정이고, 크게는 자기에게 알맞은 직업을 택해 자신의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하는 시기를 의미합니다. 창의행동력의 세 번째 단계인 행동결정력입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책의 내용을 전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한 가지만은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창의성의 핵심은 생각이 아니라 행동이며, 내용이 아니라 방법입니다. 아이들이 창의행동력을 발휘하여 스스로 묻고 스스로 움직이게 하세요. 세상은 행동하는 사람들이 만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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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최하람 비올리스트, 드뷔시와 피아졸라 사이 | 자유게시판 2017-06-29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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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최하람 비올라 독주회_포스터.jpg

 

비올리스트 최하람은 선화예술학교를 거쳐 프랑스 파리국립음악원에서 전문과과정을 마쳤다. 이후 미국의 줄리어드 음대에서 학사과정 및 석사과정을 취득했다. 일찍이 음악춘추콩쿨, 선화실내악 콩쿨, 한미음악콩쿨, 예가콩쿨 등에서 입상을 하며 두각을 나타낸 최하람은 줄리어드 음대 재학시절 전액 장학금을 수여받기도 했다.


귀국 후 금호아트홀 독주회, 아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정명훈 지휘), Schleswig-Holstein Music Festival Orchestra (Christopher Eschenbach, Evan Fischer 지휘)의 유럽투어, L’Ensemble Nouvelle G?n?ration ? Paris, 앙상블 유니송 초청 연주회, 클래시칸 앙상블 등 국내외에서 다양한 오케스트라 및 실내악 무대를 통해 활발한 연주활동을 정진하고 있다.


최하람은 현재 클래시칸 앙상블, Ensemble Unisson 단원, 화음쳄버오케스트라, 통영 페스티발 오케스트라 객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선화예중.고에 출강하며 후학양성에도 열정을 쏟고 있다.


이번 공연을 같이 꾸밀 신상일 피아니스트는 선화예술학교를 졸업하고 오스트리아 빈국립음대에서 학사, 석사,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했다. 현재 Schwingungen Trio 멤버, 유럽 및 한국에서 솔로이스트로 다양한 연주활동을 하고 있다.


안영지 플루티스트는 예원학교를 수석졸업하고 미국 줄리어드 음대 석사를 졸업했다. 현재 한경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이다.


조윤희 하피스트는 미국 뉴욕대학교 연주자과정을 졸업했다. NEC trio Chamber, Dynamic Music Festival, NYU harp and flute duo 등으로 연주 활동을 했으며, 현재 코리아쿱오케스트라, 심포니송 오케스트라 객원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일본의 거장 작곡가인 토루 타케미츠, 프랑스 작곡가 다리우스 미요, 탱고 음악으로 유명한 아르헨티나 작곡가 아스토르 피아졸라, 독일 작곡가 파울 힌데미트 등 다양한 근현대 작곡가의 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공연 문의 : 클래시라운지
 ▶ 예매하기

 

<채널예스> 베스트 기사를 댓글로 알려주세요! (~6월 30일까지)

 

http://ch.yes24.com/Article/View/33720
위 링크 하단에 댓글로 ‘2017년 기사 중  가장 좋았던 기사 1개’를 꼽아주세요!
해당 기사 URL과 이유를 댓글로 남겨주시면, 1회 응모시마다, YES포인트 200원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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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구글, 애플, 테슬라... 세계적 기업들은 왜 MIT 졸업생을 탐낼까? | 자유게시판 2017-06-28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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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사진1.png

MIT는 글로벌 교육평가기관으로부터 세계 최고의 이공계 대학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전에 강한 교육이 미래 기술개발을 이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 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ㆍMIT 박사과정 전기공학 학생인 매기 델러노는 고교 시절 전 과목에서 90점 이상을 받던 수재였다. 하지만 MIT 캠퍼스를 밟았다는 기쁨도 잠시, 대학 1학년 때 치른 물리학 시험에서 27점을 받았다. 충격을 받은 델러노는 시험 점수를 만회하기 위해 매주 수요일에 밤을 샜다. 결과는 D학점. 공부라면 누구보다 자신이 있던 델러노는 “MIT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실패를 몰랐다”고 토로했다.

 

상당수 MIT 학생들은 매기 델러노처럼 입학과 동시에 실패라는 쓰라린 경험을 맛본다. 최고의 수재들이 모인 학교이다 보니 아무리 열심히 해도 본인이 원하는 성적이 나오기가 쉽지 않다. MIT의 입학률은 7.9%(2014년 가을학기 기준)로 라이벌 학교인 칼텍(8.8%)보다 낮다. 그러나 입학은 MIT라는 거대한 정글의 문턱일 뿐, 더 이상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MIT 학생들이 학창 시절을 지옥과 같았다고 기억한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12시간 정도의 수업을 듣고, 한 학기에 12학점을 이수한다고 설명하지만 학생들의 입장은 다르다. 학생들은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예습ㆍ복습에 과제까지 제출해야 하므로 주당 70시간 이상은 공부에 투자해야 한다. MIT 선배들이 후배들한테 가장 강조하는 말이 “잠자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일 정도다.


MIT 교수들은 제자들이 입학하는 순간부터 혹독한 교육을 실시한다. 1971년부터 1980년까지 총장을 역임했던 제롬 와이즈너는 MIT의 교육 방식이 소방호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을 수저로 떠 마시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1991년 MIT 학생들은 이 같은 표현을 상징하듯 가장 큰 강의실 앞에 식수대 대신 소화전을 갖다 놓기도 했다.

 

이해승 MIT 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 : MIT의 강의는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며, 교수는 학생들에게 많은 양의 숙제를 내준다. MIT 교수들의 강의철학은 학생들이 수업 내용 중 30%만 소화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구글, 애플, 테슬라 등의 세계적 기업들은 MIT 졸업생을 탐낸다. 왜일까?


MIT가 세계 최고의 이공계 대학이니 당연하다고 볼 수 있지만 이렇게 치열하게 탐구하는 학생들을 보면 거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실제로 MIT 학생들은 기업에서 좀처럼 해결하지 못하는 난제도 척척 해내곤 한다.


MIT 학생들은 2016년 2월 미국 텍사스 A&M대에서 열린 고속 교통수단 ‘하이퍼루프’(테슬라모터스와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 CEO 엘론 머스크가 고안한 캡슐형 초고속 열차시스템으로 열차가 진공튜브 속을 운행해 공기저항과 마찰을 최소화한다) 설계 경연대회에서 세계 100개 이상의 팀과 경쟁해 우승을 차지했다.


하이퍼루프가 지상을 달리는 가장 빠른 열차라면 하늘을 나는 자동차 플라잉카도 있다. MIT 졸업생들이 설립한 비행자동차 기업 테라푸지아는 2009년 플라잉카 트랜지션을 선보였다. 트랜지션은 날개를 펼치면 시속 185km의 항속으로 740km를 비행할 수 있는 2인승 경비행기로, 날개를 접으면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로 변신한다. 연료도 항공유가 아니라 자동차용 휘발유를 사용한다.


영화 <아이언맨>에서 볼 수 있었던 군용 아이언맨 수트도 미 육군 연구소, 바텔연구소와 공동 개발 중이다. 이 수트는 날아오는 총알을 막으며, 무거운 짐을 드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카메라와 센서를 활용해 정보를 수집하고 구글 글래스 같은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통해 주변 상황을 알려 준다. 이를 통해 생화학 전쟁 중에 주변 지역이 오염됐는지 여부를 바로 탐지할 수 있다.

 

(MIT 사진2.jpg

MIT학생들은 보스턴의 이웃 대학인 하버드대 학생들과 경쟁의식을 갖고 있기도 하다.


세계 3만 개 기업의 산파, MIT


1861년 자연과학자인 윌리엄 바튼 로저스는 미국의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공대를 육성하고자 MIT를 설립했다. MIT는 그러한 설립자의 뜻을 받들어 실용적인 학풍이 특징이다. 초창기부터 유럽식 공대 모델을 채택해 공학과 응용과학 분야에서 연구실을 기반으로 한 활동을 강조했다. 단순히 이론이나 아이디어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 파급력으로 인류발전에 기여한다는 목표를 지켜 나가고 있다. 산업계와 동떨어진 갈라파고스(고립 현상)적 연구보다는 철저히 산업적인 연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MIT는 2015년 기준 총 84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이는 전 세계 이공계 대학 중 가장 많은 숫자로, 거의 일 년에 한 명꼴로 수상자를 배출한 셈이다. 또 2011년 한 해에만 632건의 발명이 MIT에서 탄생했다. 이 중 153건이 특허로 연결됐고, 8,54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로열티로 벌어들인 수입만 6,960만 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MIT의 저력은 단순히 발명 건수나 노벨상 수상자 숫자에서 그치지 않는다. MIT가 2015년 1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MIT 출신들이 창출한 매출과 일자리 효과는 1.9조 달러에 달했다. IMF(국제통화기금) 조사 결과 GDP 규모가 세계 9위인 러시아 2,097조 달러와 10위인 인도 1,877조 달러 사이에 해당한다. 특정대학 동문들이 일군 경제 효과가 세계 10위권 GDP 규모의 파급력을 가진다는 사실은 MIT가 가진 저력을 보여 주는 단적인 사례다.

 

MIT 기계공학과 김상배 교수는 “1등을 하는 것도 어렵지만 유지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MIT가 오늘날의 경쟁력을 갖게 된 비결은 ‘인류에 공헌하라’는 철학을 철저히 실천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거의 일 년에 한 명꼴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곳, 구글ㆍ애플ㆍ테슬라 등 세계적 기업들이 탐내는 인재가 모여 있는 곳, 레이더ㆍ자심 기억 장치ㆍ단전자 트랜지스터부터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인류 기술 발전사에 한 획을 써 내려가고 있는 MIT는 ‘인류에 공헌하라’는 이념을 바탕으로 오늘날 설명이 필요 없는 세계 최고의 명문 이공계 대학으로 성장했다.

 

<채널예스> 베스트 기사를 댓글로 알려주세요! (~6월 3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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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기사 URL과 이유를 댓글로 남겨주시면, 1회 응모시마다, YES포인트 200원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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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은 어떤 인재를 원하는가설성인 저 | 다산4.0
세계 최고 10대 이공계 대학의 면면을 낱낱이 보여 주는 이 책에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쓰나미 앞에서 새로운 인재란 누구인지, 인재는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우리는 이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해답이 가득하다. 미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국가지도자ㆍ교육관계자ㆍ기업인ㆍ학부모ㆍ학생들은 꼭 한번 읽어봐야 할 필독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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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내가 아이에게 처음으로 반한 순간 | 자유게시판 2017-06-27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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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majesty-the-baby.jpg

 

1.
“자궁수축이 시작되고, 자궁경부가 벌어지고, 태아의 머리가 골반까지 내려오면, 태아는 팔다리를 몸에 딱 붙이고, 머리를 돌려 산도를 통과한다. 머리가 나오면 태아는 다시 몸을 회전시켜 한쪽 어깨를 밀어내고 다시 나머지 어깨도 밀어낸다.”

 

임신 말기 남편과 함께 라마즈 출간 강의에서 들은 내용 중 한 대목이다. 출산의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며 걱정할 것 없다고 위로하는 강사님의 말씀이 무색하게도, 알면 알수록 더욱 심란한 내용들이었다. 그런데 바로 위의 대목을 듣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고령 임신부들이 눈물을 많이 흘리는 경향이 있다고 하기는 한다)

 

임신과 출산기에 태아가 주체적이고도 적극적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어느 임신과 출산에 관한 책에서 본 내용에 따르면, 출산 시에 태아가 산모보다 2배 이상의 힘을 들이고 2배 이상의 고통을 느낀다고 한다. 아무리 말랑말랑하다고 해도 두개골 형태가 바뀔 정도의 고통이니 충분히 그럴 만하지 않은가.

 

나는 책도 보고(임신 초기부터 구입해댄 임신, 출산, 육아에 관한 책들만 몇 권이던가!) 강의도 듣고(라마즈 강의를 저렇게 열심히 들어놓고도, 막상 출산 당일에는 호흡이고 뭐고 당장 무통주사를 놓으라며 소리를 버럭버럭 질러대던 내가 아닌가)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준비를 하면서도 자신이 없는데, 아이는 어떻게 혼자서 저렇게 척척, 몸을 이리 돌렸다 저리 돌렸다 어깨를 들었다 내렸다 하며 지난한 탄생의 과정을 겪어낸단 말인가! 우리 아이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고, 그냥 일반적인 탄생의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뿐인데, 그 순간 나는 곧바로 뱃속에 있는 아이에게 반해버렸다.

 

사실 그 이전까지 내 뱃속에서 꿈틀거리는 것이 ‘사람’이라는 이성적 의식은 있었지만, 정서적으로는 그 ‘존재’가 크게 와 닿지 않았다. 남들은 임신 2개월부터도 태담을 한다던데, 나는 허공에 대고 혼잣말을 하는 듯한 어색함을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임신 중기에 초음파를 보다가 아이가 눈을 반짝 뜨고 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긴 하다. 그렇게 경이로운 순간들이 있었지만, 살짝 마음이 열린 정도였을 뿐 그 존재를 강하게 느끼지는 못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위의 설명을 듣는 순간, ‘엄청난 힘을 지닌 나약한 존재’, ‘아무것도 못 하지만 사실은 많은 걸 하는 존재’라는 강력한 아기의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나보다 훨씬 연약하지만 너무나 든든하고 믿음직한 존재. 이런 매력적인 존재에 대한 경탄은 힘겨운 신생아 시기의 육아를 이겨낸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아기는 뱃속에 있을 때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것을 스스로 알고 행동으로 옮기는 존재였고, 엄마인 나에게 그때 그때 적절한 지시를 내리는 존재였다. 태어나고 나서도 아기는 언어의 힘을 전혀 빌리지 않고 울음소리만으로도 자신의 욕구를 명확하고 당당하게 표현하곤 했다. 아기 울음소리가 어찌나 당당하고 우렁찼는지, 울음이 터지면 낮이건 밤이건 30초 안에 아기가 원하는 것을 대령할 정도로 나는 군기가 꽉 잡힌 엄마가 되었다.

 

2.

아기는 뱃속에 있을 때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것을 스스로 알고 행동으로 옮기는 존재였고, 엄마인 나에게 그때 그때 적절한 지시를 내리는 존재였다. 태어나고 나서도 아기는 언어의 힘을 전혀 빌리지 않고 울음소리만으로도 자신의 욕구를 명확하고 당당하게 표현하곤 했다. 아기 울음소리가 어찌나 당당하고 우렁찼는지, 울음이 터지면 낮이건 밤이건 30초 안에 아기가 원하는 것을 대령할 정도로 나는 군기가 꽉 잡힌 엄마가 되었다.

 

최근에 개봉된 영화 <보스 베이비>의 원작 그림책인 『꼬마 대장님』은 이런 아이의 권위에 대한 감각을 유쾌하게 확장시킨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잘 생각해보면 고양이와 개, 혹은 거리의 비둘기 같은 동물들도 취약하지만 위엄 있는 존재로서 우리를 감동시키는 순간들이 있다. 약한 존재 안에 숨겨진 힘을 발견하는 경험은 부모가(조금 더 확장하면 돌보고 보살피는 사람들 모두가) 하게 되는 가장 중요한 경험 중 하나이다. 작고 여린 것이 강력하게 내뿜는 요구를 누구보다 예민하게 살피고 반응해야 한다는 돌봄의 큰 원칙 밑바탕에 이런 존중의 감수성이 자리 잡고 있다. 돌봄은 이런 감수성을 극대화한다. 약한 것에 대한 존경, 약한 것에 대한 경탄, 약한 것에 대한 복종은 약한 것은 함부로 해도 된다거나, 약한 것은 불쌍한 것이라는 감수성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관계 맺음을 가능하게 하는 감수성이다.


3.
아기의 위엄을 잘 설명하는 용어로 ‘유아기의 전능감’이라는 것이 있다. 유아기의 전능감에 대해서는 프로이트의 ‘아기 폐하(His Majesty the Baby)’에 대한 언급에서부터 시작해, 멜라니 클라인,  도널드 위니컷 등 정신분석학자들이 수많은 이야기를 해왔다. 모든 욕구가 태반을 통해 자동적으로 충족되는 자궁에서 열 달을 보낸 태아는 당연히 자신의 욕구가 바로 바로 처리되기를 바란다. 자신이 세상과 우주의 중심이고, 나아가 자신이 세상과 우주 그 자체이다. 이 시기 아이들에게는 ‘이상향’에 대한 기억이 선명하다. 이것이 ‘전능감’의 원천이다.

 

그런데 태아가 세상에 나오게 된 후에는, 이런 욕구를 엄마, 아빠 등의 양육자가 충족시켜줘야 한다. 24시간 풀가동되는 태반과 달리, 엄마, 아빠 등의 양육자는 자신들의 의식주 및 생활을 꾸려가는 데 필요한 노동과 휴식을 하며 아기를 돌본다. 아기의 섭식, 배설, 수면 등의 욕구가 즉각적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런 경험은 아기들이 자신의 무능력함을 고통스럽게 인정하도록 만든다. ‘전능한 내가 이렇게 젖어 있다니!’ ‘전능한 내가 이렇게 배가 고프다니!’ 자신의 불완전성에 분노하고 좌절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성장의 과정이고, 많은 전문가들의 말대로 우리는 부모로서 아이가 이 좌절을 건강하게 잘 수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도 생각해본다. 완벽한 합일의 시절에 대한 기억이야말로 우리를 비굴하거나 무책임해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힘이 아닐까. ‘인간의 존엄성’을 쟁취하려는 노력도 이에 기반해온 것이 아닐까. ‘유아기적 전능감’은 인간이 나약하고 불완전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세상을 꿈꿀 수 있다는 표식 같은 게 아닐까.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하며 평등하다.”는 조항으로 시작하는 <세계인권선언>의 정신이야말로 그 증거가 아닐까.

 

‘김희진의 돌봄 인문학’ 한 눈에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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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_신예희의 프리랜서생존기_본문 이미지.jpg

 

내가 사는 아파트는 2,700세대가 넘는 대규모 단지다. 2,700이라니, 거창한 숫자다. 집 안에 틀어박혀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때는 실감 나지 않지만 음식물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를 한 아름 안고서 밖으로 나가 분리수거를 한 다음 주변을 휙 둘러보면 새삼 놀랍다. 맞네, 맞아. 단지가 넓기도 넓고 아파트 건물은 높기도 높다. 화요일 낮 두시 반에 유니클로 실내복을 위아래 쫙 빼입고 분리수거를 하는 나. 이래 봬도 1인 기업 사장님이시다. (특히 무급 휴가에 후하다) 그런데 정작 동네 사람들 눈엔 뭐 하는 사람으로 보이려나?

 

자기소개는 언제나 어렵다. 직업 소개는 조금 더 복잡하다. 학교를 졸업한 이래 지난 20여 년간 별별 일을 해왔다. 다양한 온라인 매체와 신문, 잡지 같은 오프라인 매체에 만화를 연재했다. 여행과 음식에 대한 책을 몇 권 썼고 칼럼을 연재했다. 학습서 삽화를 그렸고 번역서를 출간했다. 동화책을 만들었고 때로는 사진 일로 출장을 다녔다. 1년 가까이 전문 학원에 출강하며 특정 분야를 가르쳤고 도서관과 백화점 문화센터, 기업체 강연을 했다. 텔레비전과 라디오 방송 출연 경험이 있는데, 녹화(녹음) 방송과 생방송을 두루 겪으며 내가 거북목이라는 것과 남보다 혀가 딸다... 아니 짧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이사이 이런저런, 별별 일을 기획하고 실행했다. 모두 조직에 소속되지 않고 혼자 해온 것들이다. 앞으로 또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지금은 알 수 없다. 나도 궁금하다.

 

그러니 처음 만난 사람으로부터 "어떤 일을 하시나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아주 잠시 머뭇거리게 된다. 저, 저는 말이죠... 우선 부모님 친구분들께는 방송 출연이라던가 신문 연재 이야기가 참 잘 먹힌다. 70대 이상 어르신들께 공중파 텔레비전과 일간지의 위력이란 대단한 것이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조카 친구들에겐 "이모가요, 만화를 그려요"라고 하면 열광적인 반응이 돌아온다. 얘들아, 그렇다고 다짜고짜 뽀로로를 그려 내라고 하면 이모가 힘들단다. 그런데 이런 경우는 좀 드문 편이고, 보통은 "네, 저는 프리랜서로 이런저런 일을 하고 있어요"라고 답한다. 만화면 만화, 책이면 책 등 그때그때 주력하는 일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때, 꽤 많은 사람이 일의 내용보다 프리랜서라는 근무 형식에 더 주목한다는 것을 느낀다. 이게 뭔 소리냐면

 

나: 아, 저는 프리랜...
상대방: (싹둑) 와 멋있다~ 좋겠다~

 

이런 일이 무척 자주 생긴다는 이야기입니다. 세상의 수많은 직업 중에서 콕 집어 어떤 분야의 프리랜서로 일한다는 것인지 아직 말도 꺼내지 않았는데 왜 그러시죠. 뭐, 그렇다고 기분이 상할 일은 전혀 아니다. 그저 프리랜서라는 단어가 여전히 생소하고 독특하게 느껴진다는 뜻이겠지. 뭐니 뭐니 해도 '프리free'라는 부분, 그게 매력 포인트일 것이다. "집에서 노브라로 일해요"라고 대답하는 것보다 훨씬 있어 보이기도 하고.

 

물론 기분이 확 나빠지는 경우도 있다. 오래전 소개로 만난 남성과의 대화를 떠올리면 지금도 입가에 아련히 쌍욕을 머금게 된다. 대략 이런 대화였는데

 

소개남: 회사는 어디 다니신다고요?
나: 아, 저는 출퇴근이 아니라 프리랜...
소개남: (싹둑) 팔자 좋으시네, 사회생활을 모르시겠어~ 조직이요, 그렇게 쉽지가 않아요~

 

주선자의 얼굴을 떠올리며 카페 테이블을 마음속으로만 열두 번 엎었던 과거의 나여... 잘 참았다...

 

프리랜서라는 단어는 때론 상상 속의 유니콘처럼 느껴진다. 실체가 없는, 막연하고 아련한 자유의 냄새를 폴폴 풍기는 그 무엇이다. 이런 근사한 말을 감히 미천한 내가 갖다 써도 되는 걸까?

 

갓 졸업했을 무렵엔 자기소개를 하는 게 그렇게 어려울 수가 없었다. 뭘 해도 처음이니 뭔 일을 하든 우왕좌왕, 허둥지둥인데 프리랜서는 무슨 프리랜서. 간지럽고 민망하고 쑥스러웠다. 아직 한참 부족하구먼. 그런데 잠깐, 대체 뭐가 부족하다는 거지? 역시 돈일까? 벌이가 시원찮아서? 아니면 아직 어려서? 혹은 폼이 나지 않아서? 친구들은 근사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회사로 출근하는데 나는 후줄근한 후드티에 무릎 튀어나온 추리닝 바지 차림으로 집에서 일하니까?

 

딱 집어서 이거다, 라고 말하긴 어렵다. 그저 송구하고 부끄러울 뿐. 그 때문에 돈벌이를 시작하고도 1~2년 동안은 직업 얘기가 나올 때마다 "그냥 뭐... 아르바이트하고 있어요"라고 얼버무렸다. 나는 아직 준비 중인, 미완의 상태라고 변명하며 몸을 숨긴 것이다. 언젠가 내가 근사해지면, 완벽해지면, 그땐 당당하게 나서야지 하고.

 

그렇게 하루 벌어 하루 먹는다는 자세로 지내던 어느 날, 거래처 담당자의 전화를 받았다. 상부 보고용으로 이력서와 명함이 필요하니 보내달라는 요청이었는데, 어이구야, 그러고 보니 난 아직 명함이 없는데? 통화를 마치자마자 앉은 자리에서 정신없이 명함을 만들고 인터넷으로 인쇄 업체를 검색했다. 파일 전송 완료! 빨리, 빨리요! 몇 시간 후 오토바이를 타고 달려온 퀵서비스 기사가 자그마한 꾸러미를 건넸다. 포장을 풀고 플라스틱 통에 담긴 명함을 꺼냈는데... 거참, 요 손바닥에 쏙 들어가는 작은 종이 한 장이 어쩌면 그렇게나 묵직하게 느껴지던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 그 명함을 사용하고 있다. 전화번호만 두어 차례 바뀌었을 뿐이다. 첫 마음을 소중하게 간직하기 위해서다... 라고 하면 왠지 좀 멋있어 보이는데, 실은 겸사겸사 귀찮아서이기도 하고 뭐 그렇습니다.

 

안녕하세요, 프리랜서 작가 신예희입니다. 일을 시작한 이래 때로는 아슬아슬하게 버틴다는 심정으로, 때로는 인생 뭐 있냐 배 째라는 마음으로, 일하고 좌절하고 욕하고 기뻐하고를 거듭하니 어느새 20년이 지났습니다. 알게 모르게 마음엔 굳은살이, 몸엔 뱃살이 두껍게 붙었습니다. 그만큼 맷집이 좋아진 거라고 생각합니다. 굵고 짧고 폼 나게 살고 싶지만, 실제론 가늘고 길게 가고 있습니다. <프리랜서 생존기>는 ‘성공기’가 아닌 ‘생존기’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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