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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조각 모음, 『우리가 이 도시의 주인공은 아닐지라도』 박찬용 | 기본 카테고리 2020-08-1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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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우리가 이 도시의 주인공은 아닐지라도

박찬용 저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0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우리의 관심은 뭔가 괜찮은걸 하겠다고 자신의 돈과 시간, 꿈과 인생을 거는 사람들의 이야기어야 한다.- 내용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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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책의 목차가 멋지다.


- 해야 할 일을 합니다

- 산란한 마음이 유행병처럼 들어도

- 도시 생활은 점입가경이지만

- 어쩔 수 없이 여기 사람이니까


여기서 우리는 하루의 첫 커피를 마시고,

하루의 마지막 와인을 마십니다.

우리의 일을 조용히 열심히 할 뿐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하루의 첫 커피를 마시고, 하루의 마지막 와인을 마십니다. 또 다른 삶은 없어요. 이것이 우리의 삶입니다.

- 레스토랑 슈타이어렉 오너, 오스트리아 빈


책 속의 누군가가 이야기했다. 하루의 첫 커피를 마시고, 하루의 마지막 와인을 마시는 그곳에서 삶을 이어가고 있다고. 2010년도에 일천만을 찍었던 서울의 인구는 2020년 현재 구백칠십만 대까지 그 숫자가 떨어졌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의 1/4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아무튼 나는 한 달 전부터 서울(이라고 하기엔 변두리)에서 아침이 오면 이부자리를 펼쳤다, 밤이 오면 또 개었다, 하고 있다. 커피나 와인만큼 낭만적인 삶은 아니지만, 삼십 년 만에 내 공간이라고 할만한 것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내 일이라고 할 수 있을만한 것들을 늘려가고 있다.


삶의 모양과 배경이 계속해서 바뀌고, 과거의 어떤 장면들이 다른 장면으로 덧칠해진다 해도, 기억 속에 가장 선명하게 남아있는 장면이 몇 있다. 그곳에는 어린 시절을 보냈던 5층짜리 낮은 아파트와 그 건물을 빙 둘러서 있던 주차장, 그리고 창문 밖으로 내다 보이던 삼거리 위 아빠의 씨에로가 있다. 과학적으로 인간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뇌의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흐른다. 고 느끼게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일까, 중학교 이후 10년의 간격으로 이사하던 집들에 비해, 그 시절 키 작은 아파트의 풍경이 더 선명한 것은.


지나온 삶의 공간에서 딱히 치열하게 살았던 것은 아니지만, 다시 돌아간다 해도 그 이상으로 살아낼 자신은 없다. 열정이 없어도 열심히 살 수 있다. 막연하고 두려운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견디더라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며 살아갈 수 있다. 계속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꾸역꾸역 찾아 해내다 보면, 생각보다 잦은 빈도로 성취감과 만족감이 따라오기도 하니까. 다사다난했던 나의 20대는 그랬다. 안 해 본 일은 있어도 못 할 일은 없었다.



이미지 출처 : unsplash


한국형 인싸는 불친절해야 제맛이다.

그는 진짜 인싸였다.

박찬용 작가는 서울의 어떤 조각을 잘라, 책장에 그대로 옮겨 놓았다. 나중에 아이들이 21세기 극 초반의 서울의 모습을 궁금해하면, 꼭 보여주고 싶은 책이다. '엄마가 이십 대에 보았던 서울은 이런 모습이었어'하며. 『박찬용 세속 에세이집』 에는 '개쩌는 빈티지 숍'을 비롯하여 인더스트리얼 힙과 젠트리피케이션까지, 소비문명의 흔적이 그대로 담겨 있기 때문이다. 만일, 21세기 서울의 소비ㆍ문화 교과서를 펴내야 한다면, 꼭 참고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한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드물었던 휴일의 거리에, 다시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주말의 번화가가 주는 에너지는 물론 굉장하다. 하지만, 평일 오전에 그곳에 자연스럽게 머무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쪽이 뭔가 마음이 더 편안하다. 그리고 그때 동네가 주는 매력이 더 크게 다가온다. 그 시간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에너지가 내가 추구하는 삶의 에너지에 조금 더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


책 속에서 나의 이십 대를 만날 수 있어서 기뻤다. 이십 대 초반을 보냈던 여러 대학 인근의 번화가에서부터 이십 대 중후반을 보냈던 홍대, 연남, 합정, 상수까지. 사람들이 몰리는 주말이 아닌, 평일 낮에 그곳에 머물렀기 때문에 만날 수 있었던 사람들이 있다. 여전히 보고 싶은 사람들.



이미지 출처 : unsplash


뭔가 괜찮은걸 하겠다고 자신의 돈과 시간,

꿈과 인생을 거는 사람들의 이야기 말이다.

'우리의 관심은 뭔가 괜찮은걸 하겠다고 자신의 돈과 시간, 꿈과 인생을 거는 사람들의 이야기어야 한다.'라고 반찬용 작가는 이야기했다. 서른이 되고 나서야, 처음으로 내 일에 대한 고민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것을 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캄캄하고 앞으로도 시야가 희여멀건할 예정이지만,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마음의 방향을 잡지 못할 일은 아니다. 헤매더라도 앞으로 나아갈 순 있다. 낭떠러지라도 만나지 않기만을 바랄 뿐. 그리고 이 정도가 내 깜냥으로 해낼 수 있는 최선인 것 같다.


여기에 오래된 중국집이 있다. 이름은 고려 반점이다. 서울에서 꽤나 오랜 세월을 보냈을 것 같은 건물의 행색과 인테리어 식기 등을 차치하더라도, 이 곳에서 만드는 볶음밥만으로도 충분히 '한국 볶음밥의 고증과 같다'라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주인 할아버지는 주문부터 요리까지 혼자 도맡아 한다. 그 날의 볶음밥도 아주 보편적인 맛과 모양의 볶음밥이었던 모양이다.


수십 년 동안 한 자리에서 한 가지 일만 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잘 모른다. 그런 일이 나의 성미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의 조각들을 마주 할 때면, 마음속에서 알 수 없는 불편함이 피어오른다. 나는 고려 반점의 주인 할아버지가 굉장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나도 고려 반점 할아버지의 팔목 스냅에 고여 있는 옛날 볶음밥의 설정값과 같은 것을 만들어내고 싶다.


이미지 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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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화원 『비밀의 화원』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윌북 출판사 | 기본 카테고리 2020-06-1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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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밀의 화원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저/이경아 역
윌북(willbook) | 2020년 05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메리 아가씨의 뒤를 졸졸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흙 속 숨 쉴 구멍이 마련되고 회색으로 말라비틀어졌던 가지 속 초록이 움트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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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에겐

돌보지 못한 정원이 있습니다.

우리 모두에겐 돌보지 못한 정원이 있습니다. 때때로 우리가 정원을 돌보는 일에 소홀하게 될 때면 정원의 꽃과 나무들은 시들어버리거나 의도치 않은 잡초들이 허리까지 무성히 자라나기도 하죠. 하지만 우리가 잠시 한 눈을 판 사이에도 정원의 꽃과 나무는 자라고 나비와 새들을 찾아올 거예요. 어쨌든 손을 놓지만 않는다면 정원은 분명 우리에게 기쁨을 되돌려 줍니다.


메리는 정원을 깔끔하게 다듬으려 하지 않는다. 조금은 헝클어진 모습으로, 때로는 자유분방한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가지가 늘어져 있고, 넝쿨이 우거진 그런 정원이다


'보살핌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식물의 뜻을 거스르지는 않는 그런 정원'으로 가꾸기 위해 저 또한 노력 중인 것 같습니다. 일이 되었던 사람과의 관계가 되었던 일상의 즐거움이 되었던 말이에요. 메리와 디콘은 정원을 깔끔하게 다듬을 생각이 애당초 없습니다. 덩굴들이 하늘 위로 뻗고 발 밑에는 키가 작은 꽃들이 마음껏 흐드러질 수 있는 공간으로 정원을 지켜냅니다. 정원의 흙바닥에 작은 새싹들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고, 가지와 덩굴 틈새로 새들이 둥지를 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줍니다.



저도 하루에 한 번은 꼭 화분을 살핍니다. 아침에 정신이 없다면 점심시간에라도 환기를 시키며 화분 곁을 기웃거리고요. 정오를 넘겼다면, 퇴근하기 직후에라도 꼭 사무실에 있는 화분들을 살펴봅니다. 아마 여름에 새로운 공간으로 이사를 하게 된다면, 화분을 집에도 여럿 들여놓게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하루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사무실이기 때문에 그곳의 화분들과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식물을 돌보는 일은 우리에게 다양한 메시지를 줍니다. 죽은 것처럼 보이는 가지에서 새싹이 돋아나 '역시 버리지 않길 잘했어.' 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하고요. 말라버린 가지가 아닌 흙 속에서 새로운 새싹이 피어오르는 뜻밖의 기쁨을 만나기도 하기 때문이죠.


잠시 후 두 아이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열심히. 더 즐겁게 일을 하기 시작했다. 메리는 정원의 커다란 시계가 점심시간을 알리자, 깜짝 놀라며 아쉬워했다.

"가봐야 해." 메리는 기가 푹 죽어 말했다. "너도 가야하지, 그렇지?"

디콘이 빙그레 웃었다. "제 점심은 가지구 다니기 쉬워요."


『비밀의 화원』은 무턱대고 위로하지 않습니다. 메리 아가씨와 친구들은 대립하다가도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며 또 한 걸음 다가서기를 반복합니다. 반대는 거부가 아니라는 말이 있습니다. 무언가에 반대된다는 것은 찬성하는 사람들이 찾지 못했던 이유를 반대자가 찾았다는 의미이고, 이는 곧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함이지 적대감을 갖거나 대립하기 위함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메리는 그렇게 울새와 벤 영감, 그리고 마사와 디콘, 콜린과 함께 구르고 부딪히며 성장합니다.




"이렇게 녹색이 돌구 수액이 나오면 쌩쌩한 거여요." 디콘이 알려주었다. "속이 말랐구 쉽게 부러지면 이미 죽은 거구요. 제가 잘라낸 얘처럼요. 여기 커다란 뿌릴 보세요. 여기서 새로 가지들이 자랐잖아요. 늙은 나무들을 다 베어내구 주위 땅을 잘 갈아주구 보살펴주면." 디콘은 말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머리 위로 축 늘어지기도 하고 나무를 타고 올라가기도 하는 덩굴을 보았다. "이번 여름에 여긴 장미 분수가 될 거여요."


『비밀의 화원』은 상냥합니다. 그래서인지 틈만 나면 악질적인 반전을 기대하는 나 자신을 부끄럽게 만듭니다. 책을 쥐고 있으면 머리 위로 장미 분수가 흐드러지고 코 끝에 작약 향기가 스치는 듯하며, 잔디가 바람에 눕는 소리가 들리는 것(같다면 병원에 가야 하려나) 같습니다. 그만큼 읽는 것 자체만으로 치유를 선물해주는 책인 것만큼은 분명하기 때문에, 과장을 조금 보탰습니다. 아무튼 메리 아가씨의 뒤를 졸졸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흙 속 숨 쉴 구멍이 마련되고 회색으로 말라비틀어졌던 가지 속 초록이 움트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우리의 몸은 콘크리트로 둘러 쌓인 삶을 살도록 설계되지 않았을뿐더러, 우리가 흙을 밟지 않고 살아온 역사는 흙을 밟으며 살았던 역사에 비견할 수 없을 만큼 짧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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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많은 정원과 미래의 숙련된 정원사들에게『부자의 언어』존 소포릭, 윌북 출판사 | 기본 카테고리 2020-04-15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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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부자의 언어

존 소포릭 저/이한이 역
윌북(willbook) | 2020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이 이야기는 삶이라는 정원에서 태양을 향해 자라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나는 이제 와서야 정원에 심을 씨앗을 고르고 있는 중이다. 무럭무럭 광합성해서 다가 올 계절들을 맞이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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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는 인생의 전체 과정,

그러니까 나고 죽는 것이 다 존재한다.


책상 위에 10년 동안 놓여 있던 도토리도, 비옥한 토양에 심는다면 어떻게든 소생해 낼 것이다. 잠자고 있던 씨앗은 신비하게도 거대한 참나무로 자라게 되고, 그 나무는 수 천 알의 열매들을 만들어 내지. 우리에게는 이 도토리 한 알 보다 큰 잠재력이 있고, 만일 우리가 비옥한 토양에 심긴다면 우리의 개성을 완전히 꽃 피울 수 있을 것이다.

-

자기계발서를 정말 좋아하지 않는다. 아마도 어릴적 학교에서 강제로 읽게 시켰던 플라톤이나 secret 탓인지도 모르겠다.(이 이야기를 담당자가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영어 원제가 『The Wealthy Gardener』라는 점을 위안삼은 식물덕후는 책의 마지막장을 넘기는데 가까스로 성공했다. 그런데 막상 책장을 덮고 보니, 이 이야기는 삶이라는 정원에서 태양을 향해 자라는 우리들의 이야기었다.


부라는 것을 금전적인 물질에만 국한지었던 나의 편협함을 반성한다. 저자인 존 소포릭(소포라라는 식물을 좋아하는데 이름이 비슷한 것도 마음에 들었다.)은 금전적이고 물질적인 부유함 뿐만 아니라, 심적이고 정신적인 부유함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그는 정원사가 들려주는 우화를 바탕으로 우리가 어떻게 삶을 다각적으로 부유하게 가꿀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는 30년 동안 삶에 대해 배우게 되고 이어서 다시 30년 동안 갖가지 방향으로 삶을 일구며, 마지막 30년에는 그동안 배우고 일군 것들을 수확하게 된다는데, 이는 정원사가 씨를 심는 것 부터 시작해 정원을 가꾸는 일과 별반 다르지 않다.


@unsplash


목적이 있는 정원은

씨앗에 얽매이지 않는다.


노력이 중요하긴 하지만, 정원 일은 그게 다가 아니야. 꿀벌이 꽃가루를 나르고, 꽃이 벌을 유혹하고, 씨앗이 비옥한 토양에 떨어지고, 씨앗을 자라게 해줄 비도 와야 한다는걸 우린 자주 간과하지.(중략)자연 속에서 우리는 주위를 둘러싼 조화로운 에너지를 볼 수 있어. 바람을 보진 못해도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건 볼 수 있어.


-

좋은 정원에는 늘 우리를 일하게 하는 씨앗들이 있다. 그리고 나는 30년만에 씨앗을 고르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꽤 과거에 나는 내 정원의 목적을 어렴풋이 정했던 것 같다.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행동으로 옮길 방법에 대해 알 길은 없었지만, 두고두고 꺼내보고 싶은 문구를 만나거나 엔딩 크레딧의 마지막 줄이 사라질 때까지 자리를 뜰 수 없게 만드는 영화를 보게 된 날에는 나도 누군가의 마음에 가 닿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겨우 해내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마음이 나의 씨앗이었다.


갓 서른이 된 이제 와서야 직장을 옮기고, 글을 쓰거나 혹은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을 내내 하면서 씨앗을 고르고 있는 것이다. 삼십대가 가기 전에 정원에 씨앗들을 늘어 놓을수나 있을까? 그리고 씨앗은 비옥한 토양에 심어야 한다. 골라낸 씨앗들을 심을 비옥한 토양을 찬찬히 살펴봐야겠다.


@unsplash


정원은 미래에 뭘 하겠다는 생각에 응답하지 않지,

꿈도 언젠가 할 행동들에 대답하지 않고


-

나는 (사실 쥐뿔 아는 것도 없으면서)내 생각이 언제나 옳다고 느끼는 아집을 경계하기 위해 유칼립투스를 곁에 두고 본다. 녹색의 잎을 한 유칼립투스 나무는 800여가지가 넘지만, 나뭇잎의 색과 모양 등을 보아 우리가 육안으로 구별 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기준은 겨우 세 가지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내가 유칼립투스의 나머지 종류를 육안으로 구분할 수 없다고 해서, 그 나무의 종류가 3가지밖에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지금은 사무실 책상 위에 겨우 블랙잭 화분 하나가 있을 뿐이지만, 언젠가 적어도 대표적인 세 종류의 유칼립투스(블랙잭,폴리안,구니)는 다 길러볼 수 있게된다면 좋겠다.


다시 말해, 내가 유칼립투스를 기르는 이유는 눈 앞에 보이는 상황이 나의 기대와 다르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좌절하거나, 내 마음이 편한대로 생각하기위해 현실을 왜곡하고 싶지 않아서다. 판단력이 흐려지면 미래에 대한 계획이나 꿈을 위한 어떠한 행동을 실천에 옮기기가 쉽지 않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미래는 생각보단 행동할 때 응답하며 꿈은 앞으로 하게 될 행동보다는 지금 하고 있는 행동들에 대답한다.


'어떻게 하지?'는 고민이 아니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A를 위해 B를 해야지, 혹은 부족하겠지만 C라도 시도해봐야지.라는 등 구체적인 목적과 행동을 설정하는 것이 고민의 시작이라는 의미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하며 발을 동동 구르는 것은 목적을 달성하는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정신적인 에너지만 소모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아주 오래 된 말이지만 우리 조상님들이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하신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리 친애하는 정원사들에게

자신의 길을 선택 할 자유를 얻기를

- 부의 정원사 조문 서신 中


인생을 4막으로 나눈다면 나는 지금 여름 즈음을 지나고 있는 셈이다.

무럭무럭 광합성 해서 다가올 계절들을 맞이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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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플럼필드,『조의 말』 루이자 메이 올컷, 윌북 출판사 | 기본 카테고리 2020-03-15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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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작은 아씨들 조의 말

루이자 메이 올컷 저/공보경 역
윌북(willbook) | 2020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자꾸만 가빠오는 숨에 멈추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질 때면 떠올리자. 손에 꼭 쥐고 이제까지 갈고닦아 온 열쇠와 저 앞에 징 박아 둔 나의 플럼필드가 서로 맞춤 직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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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작은 아씨들』을 읽었다. 300페이지가 넘는 두께(가히 법전에 버금가는)의 책을 완독하고 나서, 『조의 말』을 읽으니, 조를 중심으로 이야기의 주요 부분만 빠르게 복기하는 듯했다. 하고자 하는 말을 당차고 위트 있게 하는 조는 확실히 사랑스러운 인물이다. 

그녀는 자신의 모난 부분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그 서슬에 다치는 사람이 없도록 매 순간 스스로를 단속했다. 『작은 아씨들』의 서평을 찾아서 읽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조와 닮은 부분을 하나쯤은 갖고 있었다. 나의 경우에는 그런 부분이 너무도 나와 닮아 있어서 더욱 조에게 마음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조의 말』은 300페이지가 넘는『작은 아씨들』의 이야기 중에서 조가 했던 이야기만을 추려서 다시 엮어냈다. 한글 번역과 영어 원문을 함께 볼 수 있기 때문에 각 언어가 주는 뉘앙스를 비교해가며 읽을 수 있었다. 저자의 모국어로 쓰인 원문을 읽을 때는 번역된 글을 읽을 때와는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난 꿈을 이룰 열쇠를 이미 갖고 있지만, 그 열쇠로 꿈의 문을 열 수 있을지 아직 모르겠어.
I've got the key to my castle in the air; but whether I can unlock the door remains to be seen


같은 꿈을 꾼다 해도, 모든 이들이 꿈에 다다를 순 없다. 잠자리에 들면 눈 앞에 아른거리는 어떠한 풍경과 같이 현실성 없게 다가오는 꿈을 지닌 이들이 있는 반면에, 손만 뻗으면 바로 움켜쥘 수 있는 거리에 꿈을 두고 있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혹, 누군가는 시야에 겨우 들어오는 그 꿈을 가만히 서서 바라만 보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조는 읽고 쓰는 일에 진심인 편이다. 확실히 그녀는 꿈을 이룰 열쇠를 이미 갖고 있는 듯 보인다. 조가 아직 어린 소녀였을 때 그녀의 꿈을 이뤄 줄 열쇠는 책과 펜이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서 그것은 가족의 형태를 띠는 듯 보이더니, 마지막에 그것은 플럼필드가 되었다. (*플럼필드 : 조가 세운 학교)


당장 꿈을 이룰 열쇠를 갖고 있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갖고 있는 열쇠가 꿈에 맞지 않아도 괜찮다. 꿈의 형태는 계속해서 변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우리는 그 형태에 맞도록 계속해서 열쇠를 갈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희망을 품고 계속 바쁘게 일하자'가 우리의 좌우명이잖아. 누가 그걸 제일 잘 기억하는지 두고 보자고.
'Hope and kepp busy;' that's the motto for us, so let's see who will remember it best.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꿈의 형태는 좇는 일. 그 형태를 좇아서 계속해서 열쇠를 갈아내는 일을 지속하기 위해선, 조의 말대로 '희망을 품고 계속 바쁘게 일'해야 한다. 자꾸만 가빠오는 숨에 멈추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질 때면 떠올리자. 손에 꼭 쥐고 이제까지 갈고닦아 온 열쇠와 저 앞에 징 박아 둔 나의 플럼필드가 서로 맞춤 직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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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양육서의 고전, 『작은 아씨들』 윌북, 루이자 메이 올컷 | 기본 카테고리 2020-03-08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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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작은 아씨들

루이자 메이 올컷 저/공보경 역
윌북(willbook) | 2019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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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에 작은 아씨들을 읽을 때는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었는데, 이제 와서 다시 읽어보니 청소년 양육 지침서도 이런 종합 양육 지침서가 없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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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니,
이것은 양육서인 것 같습니다.

 

작은 아씨들의 엄마인 마치는 이상적인 엄마의 모습을 보여준다. 주변 사람들에게 거짓이 없는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며, 단호함과 배려심을 적절한 때에 넘치지 않게 보여주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한다.


어렸을 적에 작은 아씨들을 읽을 때는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었는데, 이제 와서 다시 읽어보니 청소년 양육 지침서도 이런 종합 양육 지침서가 없다는 생각이다.


1) 맏이의 책임감에 대해 항상 고민하는 메그와 2) 종종 행동이 앞서 문제를 일으키지만, 덜렁대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조, 3) 수줍음이 많고 낯을 많이 가려 '그때 이렇게 말할걸'하는 고민을 꼭 잠들기 전에 할 것만 같은 베스나 4) 귀여운 허영심을 갖고 있지만, 언니들처럼 검소하고 의젓한 아가씨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에이미까지. 네 명의 아가씨들은 개성 있는 우리 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성질을 다스리는 데 40년이나 걸렸단다. 사실은 거의 매일 화가 나. 화를 느끼지 않는 방법을 배우기를 바라는데, 그러려면 앞으로 40년은 더 걸리지 싶어. 조가 사랑하는 어머니의 인내심 있고 겸허한 얼굴은 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설교보다, 가장 날카로운 책망보다 조에게 효과적이었다.



진정한 재능이나 장점이
남들 눈에 띄는 데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아.


심슨가족의 마지는 좋은 엄마다. 작은 아씨들의 마치도 좋은 엄마다. 성장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교훈을 적절한 때에 얻느냐, 얻지 못하느냐는 정말 중요하다.


마치는 아씨들에게 시시각각 피드백을 주는데 진심인 편이다. 사실, 매 순간 자녀에게 교훈을 주는 일은 그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대거나, 얼마 있지 않은 인내심을 탓하며 아이와 대화를 나눌 시간을 놓치지 않는다. 매 순간 충분한 시간을 갖고 딸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딸들은 10대 시절 엄마가 해준 이야기를 가슴과 머리에 세길 것이다.


오래전에 지하철 승강장에서 열차를 기다리는데,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것처럼 보이는 아이가 엄마의 손을 잡고 안전선 안쪽을 따라 걸어가고 있었다. 아이는 자기가 내는 목소리가 신기한지, 옹알옹알 열심히도 엄마에게 질문을 했다. 아이는 엄마에게 계속해서 같은 질문을 하고 있었고, 엄마도 아이에게 계속해서 같은 대답을 하고 있었지만, 엄마는 아이에게 '왜 엄마가 똑같은 말 여러 번 하게 만들어'하고 말하지 않았다.


같은 질문, 같은 대답이 승강장을 따라 열차가 도착할 때까지 이어졌다. 아이의 옹알이도 귀여웠지만, 엄마의 목소리도 참 상냥했다. 잘은 몰라도, 아이는 상냥한 엄마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듣고 싶어서 몇 마디 할 줄 모르는 말이지만 열심히 건네었던 것 같다. 엄마도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상냥한 대답을 하지 않았을까.




너희가 얼마나 멀리까지
나아갈지 알고 싶구나.


마치는 1부의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아씨들과 '순례자 놀이'를 한다. 순례자 놀이는 각자가 짐을 지고 선함과 행복을 향한 갈망을 길잡이 삼아, 수많은 고난과 실수를 극복하면서 진정한 평화에 다다르는 놀이다. 그리고 덧붙인다. 수많은 고난과 실수를 극복하고 '너희가 얼마나 멀리까지 나아갈지 알고 싶구나.'하고.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네 명의 아씨들 또한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매번 비슷한 지점에서 좌절하지만, 넘어진 자리에 주저앉지 않고 다시 일어선다. 그리고 그렇게 일어설 땐 대개 혼자만의 힘이 아닌 주변의 도움을 받아 일어선다. 작은 아씨들 속 등장인물들은 서로가 서로의 길잡이는 물론 안식처가 되어 준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를 일련의 사건으로 풀어서 들려주는 것이 고전문학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속이는 일이 나쁘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스스로를 속이는 건 나빠'라고 말하는 대신 여우와 신포도에 대한 이야기로 운을 떼는 것처럼.




950페이지에 육박하는 윌북의 작은 아씨들은 메그의 사건을 중심으로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다. 처음 받았을 때 어마어마한 두께(법전에 육박하는)를 보고 식겁했다. 내 책장에 있는 책들 중 가장 두꺼운 책임이 틀림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큰 이야기의 흐름 아래 작은 에피소드들로 구분되어 있는 데다가 각 에피소드마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명확해서 중간에 읽다가 끊겨도 다시 읽기에 부담이 없었다. 빠르게 완독 하는 것에 목적을 두기보단 시간을 오래 두고 각 에피소드가 전하는 메시지를 천천히 되새겨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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