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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사피엔스를 가장 잘 설명하는 이론, 지위 게임 | 동화/그림책 리뷰 2023-02-26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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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위 게임

윌 스토 저/문희경 역
흐름출판 | 2023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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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10. 우리는 본능적으로 관계를 맺고 지위를 얻으려 한다. 집단에 수용되고 집단 안에서 지위를 얻으려 한다. 이것은 인간 본성이다. 이것이 인생의 게임이다.


나 역시 지위 게임의 플레이어라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마뜩찮았다. 다소 낯설고 급진적인 주장들을 마주하고 있자니 발끝에서부터 불편하고 이질적인 감정이 솟아올랐다. 그러나 이내 인정할 부분들은 인정하자는 쪽으로 마음을 꺾었다. 나의 극단적인 거부감은 사실 인정에서 새어나오고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p. 23. 사람들이 우리를 추종하거나 존경하거나 추앙하거나 칭찬하거나 우리가 그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치도록 허락해주는 상태, 이것이 지위다. 이런 상태는 우리를 기분 좋게 한다.


내가 곧잘 이야기하는 ‘선한 영향력’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돌아보게 되었다. 어떠한 의도로 출발했건 지위 게임의 해석 틀로 바라보면 나는 지위 욕구가 매우 높은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 따르면 지위 욕구가 높다던가, 지위 게임에 몰두하는 개인은 부도덕하다는 의미는 어디에도 없다(나는 이 부분에서 불편감을 느꼈던 것 같으므로). 몹시도 자연스럽고 당연한 삶의 원리, 본능으로서 이 책이 설명하는 지위 게임을 온전히 이해한다면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쉽게 이해될 터.


p. 42. 연구에 따르면 뇌의 보상 체계는 절대적 보상보다 상대적 보상이 주어질 때 가장 많이 활성화된다. 우리는 그냥 더 많이 얻을 때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보다 더 많이 얻을 때 가장 행복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강의를 나가거나 면담을 할 때, 나는 평소와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마음가짐 뿐 아니라 사소한 악세서리나 화장, 몸짓, 어투에서부터 그 지위에 걸맞는 나로 변신한다. 때로는 노력이 필요하고, 또 때로는 불편을 감수하기도 한다. 일상에 녹아든 이 지위 게임의 여러 면모를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우리에게는 게임에서 벗어난다는 선택권이 없다는 말이 인상 깊다. 결국 살아간다는 것은, 지위 게임을 하는 것과 같다. 어쩌면 지금 이 시대의 사피엔스를 가장 잘 설명하는 이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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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속 불편한 공포를 마주하고 싶다면, | 동화/그림책 리뷰 2023-02-26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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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곶자왈에서

김태민,박한선,유아인 등저
황금가지 | 2023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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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작품은 읽기 전, 제목들을 보며 나름의 기대를 쌓아갈 때와 차례로 작품을 읽는 순간이 가장 짜릿하고 행복하다. 읽고 난 뒤에는 어쩐지 마음이 불편한데, 나름의 이유가 있다.


어떤 식으로든 내가 쓰는 책 리뷰가 이 책을 아직 접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스포일러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 때문이다. 왜냐하면, 동시에 내가 쓴 리뷰 덕에 이 책을 찾는 이들도 많아졌으면 좋겠는데 책 내용을 최대한 다루지 않고 리뷰를 쓰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기 때문.


[곶자왈에서]는 7명의 작가가 쓴 8개의 짧은 단편 모음집이다. 범죄, 추리, 미스터리를 다루고 있지만 사실 내게는 초현실 반영 잔혹극이었다. 짧은 한 편의 이야기들을 읽어내는 일은 전혀 어렵지 않을텐데, 모든 작가님들의 흡입력 있는 문장력과 구성 덕택이기도, 짧은 호흡으로 각 내용이 끝나는 덕택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 여덟 편이 다루는 내용들이 같은 결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결을 공유한 이 모든 이야기들이 쏟아내는 진실을 마주하는 순간, 오히려 각 내용 자체보다는 그 ‘진실’ 탓에 두렵고 무섭고 공포스러워진다. 일상이 공포로 전환되는 지점이 바로 거기에 있다. 동시에 그 지점이 이 모음집의 최고 매력 포인트이기도 하다. 소설로만 끝나지 않고 우리의 일상 속으로 천천히 스며드는, 그래서 책을 덮은 뒤가 더 찝찝하고 불쾌한 공포를 직면하고 싶다면 언제든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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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언제고 꽃은 피고 진다. | 일반서적 리뷰 2023-02-25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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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시들어 버리는 것까지 꽃이라고

황지현 저
부크럼 | 2023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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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도, 사랑도 시들면 추한거라고’ 라던 가사에 꽂혀 한동안 반복해 듣고 또 들었던 노래가 있다. 가수 서영은의 그 사람의 결혼식이었다. 평소엔 제목이 좀처럼 기억나지 않아 따로 검색을 해야 할 정도이지만, 그 파트만은 머리속에 늘 맴돌았다. 아니, 마음에 깊이 맺힌 말이기도 했다.






저자 황지현은 “잎이 시들어 가는 과정도 땅 위로 조용히 떨어지는 모습까지도 전부 꽃의 일부”라고 이야기했다. 책을 다 읽기도 전에 초반부에 이미 나는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그녀가 맞다. 시들어버리는 것까지 모두 다 꽃이다.





마음이 조금 힘든 요즘이다. 그녀가 들려주는 짧은 에세이들을 읽으며 위로를 많이 받았다. 책을 통해 내게 말을 걸어오던 그녀는 몹시도 부드럽고, 단단하고, 또 따뜻한 사람이었다. 일상의 사소한 것들을 담아내는 그녀의 시선에 책을 읽는 시간만큼은 불편하고 복잡한 마음 잠시 내려두고 그녀와 대화를 나누는 기분에 폭, 빠질 수 있었다.





책을 덮고서 책을 쓰다듬으며 책장 아래, 아끼는 책들 사이로 그녀의 책을 꽂았다. 최근의 나는 짧은 문장들 속에, 나와는 다른 조금은 생소한 시선으로 일상의 이야기를 가만가만 들려주는 위로의 말들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다시 또 마음이 흔들릴 때, 위로가 필요할 때,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생각이다. 다음 번 독서때는 그녀의 말들이 위로가 아닌 다른 말로 들리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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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도 남아있을 다정함 | 일반서적 리뷰 2023-02-22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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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여분의 사랑

박유경 저
다산책방 | 2023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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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힘들었다. 따뜻한 제목에서 느꼈던 처음의 포근한 기대감도, 포슬포슬한 촉감의 색다른 표지도 소용없는 불편감이었다. 처음에는 내 마음이 바쁘거나 힘들어서 활자를 읽어내기 힘든 상태인 건가 나를 의심했다. 아니었다. 책이 쏟아내는 이야기들을 온 몸이 거부하고 있음이었다.



작가는 일곱 편의 단편들 속에 부조리와 모순으로 가득한 이 세상을 가감없이, 그대로 담아내고 있었다. 너무 투명하게 비추고 있어서 그걸 그대로 바라보고 있기가, 활자를 읽어내기가, 마음으로 소화해 내기가 힘들었던 것.




그 모든 것들을 드러내야만, 늑대의 세상 속에서도 찬란하게 반짝이는 다정함을, 위로를, 온기를, 희망을 비로소 비출 수 있는 것이었다. 모든것이 아스라이 사라지고 말았다고 포기한 그 순간에도, 사실 여분의 사랑은 늘 우리의 곁에 약한 불씨로나마 남아 있음을 전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책을 덮는 순간에야 뒤늦게 깨달음의 파도가 되어 밀려왔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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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만나는 짐바르도의 삶 | 심리서적 리뷰 2023-02-20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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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필립 짐바르도 자서전

필립 짐바르도 저/정지현 역
앤페이지 | 2023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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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독기' 독서회에서 내 차례 선정도서로 필립 짐바르도의 「나는 왜 시간에 쫓기는가」를 선정하여 책을 읽고 6가지 시간관에 관해 풍부한 이야기를 나눈 경험이 있다. 내게는 스탠포드 감옥실험보다 시간관 연구로 보다 익숙한 짐바르도지만, 보통 심리학 강의를 할 때면 짐바르도를 감옥실험 연구로 소개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개인적으로 아쉽던 마음을 그렇게 달랬던 터였다. 짐바르도의 자서전이 나왔다는 소식에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심리학자로서 그가 들려줄 이야기들이 궁금했다.


심리학이 한창 꽃피던 시기의 그 현장을 살았던 사람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듣는 기분이란, 몹시도 근사하고 인상적이었다. 그 역사적 순간에 이 사람도 함께였다는 사실이 못내 부럽기도 했고, 큰 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심리학 전공 교과서에서나 만날 수 있는 거장들의 이름이 영희, 철수처럼 아무렇지 않게 등장할 때마다 오히려 더 낯선 기분까지 들었다. 대학원생이 되고, 오랜 시간 대학원에 몸을 담으면서 지도 교수님을 비롯 여러 유명한 교수님들과 함께하는 귀한 경험들이 있었는데 그 때 겪었던 비현실적인 느낌을 비슷하게나마 이 책에서도 느꼈던 것 같다.


시간관 이야기는 「나는 왜 시간에 쫓기는가」에 리뷰했으니 여기서는 태도와 행동 이야기를 좀 더 해 보자. 대상과 사람 그리고 사건에 대해 특정한 방식으로 반응하도록 만드는 신념에 영향을 받는 감정을 일컬어 태도(attitude)라고 한다. 이 태도는 우리가 직접 내보이는 행동과 서로 상호작용한다. 때로는 태도가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때로는 행동이 우리의 태도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가볍게 생각하면 우리가 가진 태도가 곧 우리이고, 때문에 우리는 그에 걸맞는 행동을 보일 것이라 판단하기 쉽다. 하지만 강력한 사회적 압력은 태도-행동 고리를 약화하곤 한다. 공개투표 현장에서 개인적으로는 특정 안건에 동의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지지자들이 요구하는 쪽에 표를 던지기도 하는 정치인들은 어떠한가. 그들은 그들의 태도대로 행동했는가?


행동이 태도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는 것은, 상황의 힘에 굴복하게 된다는 사실은, 우리를 무력하게 만드는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자. 행동을 변화시킴으로써 우리는 바꾸기 힘들 것만 같은 태도를 역으로 바꿀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사회 심리학 챕터, 태도와 행동 파트 마무리를 할 때마다 늘 학생들에게 이 말을 전한다. 오늘은 인친들에게도 마지막으로 이 말을 전할까 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처럼 행동하면 곧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될 지도 모른다(사랑까지는 아니어도 미워 죽겠는 마음 정도는 식을지도 모르겠다). 행동을 변화시키면, 상대에 대한 생각과 자신에 대한 느낌을 변화시킬 수 있다. 오늘, 마음 속 미운 씨앗을 심은 사람이 있다면 그 씨앗 대신 사랑의 씨앗을 심어보자.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은 태도를 변화시키는 것보다 조금 더 쉽다. 그리고 억지로 변화시킨 행동 뒤로 나의 태도도 천천히 못 이긴 척 따라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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