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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2010년) 엽기적인 그녀 | 한국영화 2011-03-30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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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2010년 한국영화
감독 : 장철수
출연 : 서영희, 지성원, 백수련, 박정학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한국형 '엽기 컬트 영화'입니다.  그래서 여러 관객들과 각종
영화제에서
찬사를 받았지만 흥행에는 실패하였습니다.  전국 관객 16만명 정도의 동원에 그쳤으니까요.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한 영화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꾸준히 재조명되는 영화가 된 것은 칸 영화제와 부천 영화제의 호평이후 2010년 연말에 벌어진 대한민국영화대상과 한국영화평론가 협회상 그리고 대종상 등에서 수상을 하면서 다시금 화제에 오랐기 때문입니다.  특히 여주인공인 서영희는 '시'의 윤정희와 우리나라 주요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나누어 가지면서 화제에 오른 인물입니다.

아시다피시 이 영화는 '무도'라는 단 9명이 살고 있는 아름답고 고요한 섬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영화입니다.  '마파도' '극락도 살인사건'등 섬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낯설지는 않듯이
우리나라 지형의 특성상 '섬'이라는 공간은 영화의 소재로 적절히 활용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영화의 시작은 섬이 아닌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시작됩니다.  섬의 여자 김복남이 아닌
도시의 워킹걸인 해원이라는 여성이 겪는 이야기가 먼저 전개됩니다.  해원은 전형적인
도시적인 직장여성으로 도도하고 쌀쌀맞으면서 세련된 분위기의 여성입니다.  영화의 초반부
몇 분 동안은 '불친절한 해원씨'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은행 창구에서 일하는
해원은 우연히 깡패들에게 성추행당하는 한 여성을 목격하지만 냉정하게 도움을 거절하고
외면합니다.  그리고 은행에 대출하러온 할머니에게 쌀쌀맞게 대하고 동료 여직원에게도
행패를 부립니다.  성추행당한 여성의 목격자로 경찰에 불려가지만 증언을 거부합니다.

영화의 분위기가 완전히 전환되는 것은 이러한 해원이 휴직을 맡고 어릴 때 친구인 복남이

살고 있는 무도로 떠나면서 입니다.  이때부터 해원은 일종의 '관찰자'같은 역할로 물러서고
김복남이라는 섬에 사는 여성의 무대가 만들어집니다.

 



복남이 사는 섬은 불과 9명이 사는 자그마한 마을입니다.  4명의 할머니와 1명의 할아버지
그리고 복남부부와 시동생, 복남의 딸이 전부입니다.   그 마을에서 복남은 일종의 학대받는
노예입니다.  낮에는 밭에 나가 죽도록 일하고 집에 오면 남편에게 얻어 터지고 시동생의
성적 노리개가 되기도 하고.  속된말로 '죽지 못해 사는 인생'입니다.  이러한 복남을 찾아온
해원은 복남에게는 유일한 '정신적으로 의지할 친구'이면서 자신을 구원해줄 '메시아'같은
존재로 비쳐지고 있습니다.  

학대받는 복남의 수난기가 영화의 전반부를 장식하고 있다면 영화의 후반부는 복남의

처절한 핏빛 복수극입니다.  당하고만 살던 나약한 여인 복남이 복수극을 결심하는 것은
두 가지 동기가 있는데 어린 딸의 죽음과 믿었던 친구 해원의 배신 때문입니다.  결국 복남은
스스로 섬을 대청소하는 잔혹한 복수극을 벌이게 되고 복남의 학대를 답답하게 지켜보던
관객은 드디어 완전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면서 '후련한 영화'라는 만족을 하게 됩니다.

원한에 사무친 한 여성이 복수의 대상들에게 벌이는 처참한 살인극,  이건 '13일의 금요일'

이나 코넬 울리치의 '비련의 신부' 그리고 윤여정의 '어미'  같은 영화에서 사용되었던
소재이며 '방관자'들에 대한 복수극으로는 우리나라 영화 '10억'이나 조디 포스터의 '피고인'
그리고 13일의 금요일에서도  소재로 활용했습니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가해자에 대한
원한'과 '방관자에 대한 응징'을 함께 써먹고 있습니다.  특히 단순 방관자가 아닌 구원자가
될 것이라는 기대의 인물인 복남의 친구 해원에 대한 복남의 분노는 처절할 뿐만 아니라
매우 가련한 느낌까지 듭니다.  애초에 해원의 삶을 오프닝에 잠깐 등장시켜서 해원이라는
캐릭터를 명확히 설정한 것도 이러한 복남과 해원의 관계에 대한 복선이었으며 또한
'무관심과 방관'으로 일관하는 현대인의 삶에 대한 뼈려진 비유로 활용되기도 한 것입니다.




이 영화의 애처로우면서도 처절한 주인공인 김복남은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 학대받고

무시당하는 '힘없는 소수'을 대변하는 인물이라는 느낌도 듭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람들을
보호하기에는 턱없이 무능한 '공권력'에 대한 항변이 드러난 영화라는 느낌도 듭니다.
30년간 섬을 벗어난 적이 없는 복남이 '최후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 화장을 하고 배를
타고 육지에 도착한 이후 '타겟'으로 삼은 복수의 대상자는 바로 자신을 학대하고 괴롭힌
'가해자'가 아니라 그런 가해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구해주지 못한 '경찰'과 '친구'
였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보호받지 못하는 힘없는 소수'를
위한 서글픈 향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법과 공권력'의 한계에서 스스로를 보호해야
하는 약자는 할 수 있는 자기 방어가 영화속 복남과 같은 '법을 어기는 불법적 폭력'
외에 과연 무엇이 있을까요?






ps1 : 2010년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여배우가 등장한 두 영화 '시'와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에서 윤정희와 서영희의 연기를 자연스럽게 비교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시에서의 윤정희의 연기는 '내면적이고 절제된 연기'가
        바탕이 되고 있고 김복남...에서의 서영희의 연기는 직설적인 연기입니다. 
        캐릭터에서도 김복남은 성격이 명백히 드러나는 설정이고 윤정희가 연기한 양미자는
        세상의 풍파와 아픔을 고스란히 안으로 짊어진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인물입니다.
        즉 연기의 형태 자체가 완전히 달라야 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윤정희가 연기한
        캐릭터가 좀 더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베테랑 배우여야 가능한 연기입니다.
        서영희가 보여준 김복남은 '몸을 사리지 않는 과감한 연기'였는데 시에서는 오히려
        일부러 몸을 사려야 했고 절제해야 했기 때문에 세월에 무르익은 윤정희였기에 가능한
        역할이었습니다.  두 배우 모두 칭찬받아 마땅한 연기를 한 것은 확실합니다.


ps2 : 서영희의 외모는 마치 이혜숙과 조민수를 합성해 놓은 느낌입니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외딴섬에서 수십년 살아온 시골아낙의 외모는 아닙니다. 


ps3 : 이 영화의 부제가 '엽기적인 그녀'라면 딱 맞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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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의 아버지(Father of the Bride 50년) | 지난영화(90년대이전) 2011-03-26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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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의 아버지
원제 : Father of the Bride
제작 : 1950년 미국
감독 : 빈센트 미넬리
출연 : 스펜서 트레이시, 조안 베넷, 엘리자베스 테일러
돈 테일러, 레오 G 캐롤, 러스 탬블린


20세기 최고의 미녀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 
미모와 연기력을 모두 갖춘 명배우였고,  숱한 결혼과 이혼으로 화제를 뿌렸던 여배우이기도
했습니다.  영화사상 엘리자베스 테일러만큼 많은 인기와 화제를 불러일으킨 인물이 다시
나오기 어려울 것입니다.

2011년 3월 23일,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무도 세월을 비켜갈 수

없는 진리, 그리고 죽는 것은 순서가 없는 인간의 삶.  화려한 여배우로서 꽃을 피우고
인기를 누렸으며, 인간으로서 늙어간 이 대배우의 죽음 앞에서 삶의 무상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신부의 아버지'는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전성기가 시작될 무렵인 1950년, 그녀의 나이

18세에 출연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서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20세의 새 신부를 연기했습니다.
외동딸의 결혼식을 막 치르고 난장판이 된 집에서 딸의 결혼과정을 회상하는 아버지의
모습으로 영화는 시작됩니다.




법률회사에서 일하는 중년의 중산층가장 스탠리(스펜서 트레이시)는 어린 아이인줄 알았던
외동딸 케이(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남자친구인 버클리(돈 테일러)와 결혼할 생각을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갑자기 닥친 딸의 결혼식,  부모의 사랑이 아닌 새로운 사랑을 알게
된 딸의 마음을 알게 된 스탠리는 마음 속으로 밀려오는 허전함 때문에 괜히 심술을 부리기도
합니다.  딸의 결혼에 들떠하는 아내 엘리(조안 베넷)의 행동이 달갑지 않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딸의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점점 높아지는 비용 때문에 걱정하는 스탠리,
처음에 검소한 결혼을 계획했으나 단 한번뿐이 결혼식에 대해서 신부는 기대를 많이 한다는
엘리의 말을 듣고 스탠리는 점차 마음을 바꿉니다.  기쁘고 즐거워야 할 결혼,  하지만
결혼 준비가 생각보다 만만치가 않고,  사소한 문제로 버클리와 다투는 딸의 모습을 보고
스탠리는 케이가 떠난 집의 적적함을 생각하기도 합니다.  마치 전쟁과도 같은 결혼식을
치룬 스탠리와 엘리 부부,  손님이 다 떠난 텅 빈 집에서 둘은 25년동안 함께 살아온 부부간의
깊은 애정을 느끼며 함께 춤을 춥니다.

가족간의 큰 대사인 결혼식은 우리나라에서나 외국에서나 마찬가지로 꽤 신경을 써야 할
행사입니다.  사위가 될 사람에 대해서 꼬치 꼬치 물어보며 딸을 먹여살릴 능력이 있는지
걱정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우리나라의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느낌이 들 정도인 결혼식 피로연 준비와 여러가지 부대비용에 대한 문제역시
우리나라에서 겪어왔던 과정입니다.  이렇게 결혼식과 관련한 현실적인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룬 영화는 드물었던 것 같습니다.  50년대 미국에서 만든 영화가 마치 80년대 이후의
우리나라 문제로 대입이 됩니다.  결혼식 장소나 비용 문제등을 가지고 심각하게 갈등을
빚은 가족간의 문제를 코믹하면서도 진지하게 풀어나간 영화입니다.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나이보다 훨씬 성숙한 느낌을 주고 있으며 조안 베넷은 신부  못지 않게
아름답고 품위있는 어머니로 등장합니다.  영화를 주도해 나간 스펜서 트레이시는 연기파
배우 답게 딸의 결혼을 앞두 아버지의 여러가지 복잡하고 허전한 심리를 잘 연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굉장히 보수적이고 서민적인 외모를 지닌 스펜서 트레이시의 연기는 꽤 그럴싸한
느낌과 코믹함을 함께 주고 있습니다.

'파리의 아메리카인' '차와 동정' '달려오는 사람들' '지지'등을 연출한 명장 빈센트 미넬리의

꼼꼼한 연출과 스펜서 트레이시, 조안 베넷, 엘리자베스 테일러 등 존재감 높은 배우들의
좋은 연기가 잘 받쳐주어 재미있는 가족영화로 잘 구성된 작품입니다.  이 영화 이후
15년이 지난 1965년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빈센트 미넬리는 이번에는 중년의 사랑과 삶을
다룬 영화 '고백'을 통해서 다시 만나기도 했습니다.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신부의 아버지 이후 1년뒤에 출연한 '젊은이의 양지'라는 영화를

통해서 본격적으로 매혹적인 성인여배우의 모습을 보이며 세기의 연인으로 스타덤에
오르기 시작하였고 화려한 50년대를 보내게 됩니다.  아역배우에서 성인배우로 탈바꿈
하면서 전성기가 피어나기 시작한 풋풋한 시절에 출연한 영화가 신부의 아버지 입니다.

 


"세월만큼 누구에게나 공정한 것이 없다"라는 말처럼 18세의 피어나는 여배우였던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7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오랜 세월 많은 영화관객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이 여배우의 죽음이었기에 79세에 떠났다는 점은 오히려 너무 이른
느낌입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명배우가 한 명 한 명 떠나는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ps1 :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어머니 역으로 등장한 조안 베넷을 모두 작은 아씨들

        영화에서 '에이미'역으로 출연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49년 영화와 33년 영화에
        각각 출연했습니다.  이런 점 때문인이 어머니와 딸이라는 관계가 무척 어울려
        보였습니다.   엘리자베스 테일러라는 아름다운 신부의 어머니로 역시나 미모와
        품위를 갖춘 조안 베넷이 잘 어울렸습니다.  조안 베넷은 당시 40세로 헐리웃
        여배우로의 전성기는 지나가던 시기였습니다.  요즘에 비해서 옛날에는 여배우의
        전성기가 훨씬 적은 나이에 지나갔습니다. 


ps2 :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신랑으로 등장한 배우 돈 테일러는 꽤 심심한 외모를 갖고

         있는 배우였는데 배우보다는 감독으로 더 많이 알려진 인물입니다.  우리나라에는
        혹성탈출 3편과 오멘 2편으로 알려졌습니다.


ps3 : 스티브 마틴 주연의 영화로 리메이크 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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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 스피치(King's Speech 2010년) 과대평가된 아카데미상 수상 | 최근영화(2000년대 이후) 2011-03-2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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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 스피치(King's Speech)
제작 : 2010년 영국
감독 : 톰 후퍼
장르 : 드라마
출연 : 콜린 퍼스, 헬레나 본햄 카터, 제프리 러쉬, 가이 피어스, 마이클 갬본
         클레어 블룸, 안소니 앤드류스, 데릭 자코비


2010 헐리웃에는 개성이 강하고 특정한 장점을 지닌 영화들이 즐비했습니다  이렇게 화제작이
많으면 좋은 현상이죠.  그렇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보통 '평범한 휴먼드라마'가 아카데미상을
받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개성강하고 튀는 영화들 속에서는 오히려 두드러지진 않지만
무난한 영화를 밀어주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특히 최근의 아카데미상 동향은 의도적으로
'수작 블록버스터'는 제껴버리는 경향이 높습니다.  그래서 무척 완성도가 높은 블록버스터인
'다크 나이트' '인셉션'같은 영화들은 아예 아카데미 작품상이나 감독상같은 분야에서는
제외되고 '기술부문'만 쓸어가는 경향입니다.   물론 스타워즈나 E.T, 레이더스 같은 영화도
그렇지 않았느냐 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 영화들은 최소한 작품상을 돋보이게 하는 '강력한
경합후보'역할을 했었고,  '타이타닉'이나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은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었습니다.  독보적으로 치고 나왔던 '아바타'역시 소품에 밀려서 작품상을 받지 못했죠.

이번 아카데미상 라인업에는 개성강한 다양한 영화들이 있었습니다.  높은 완성도와 짜임새,

연기가 결합된 톡특한 장르 '블랙 스완'  '의외로 스토리라인에 충실하면서 배우들을 잘 활용한
'더 브레이브'  통속성이나 신파성없이 사실적이고 세미 다큐멘타리적 진행이 돋보였던 '파이터'
실존인물에 대한 소재를 플래시백과 대립관계를 잘 활용하여 흥미있게 다룬 '소셜 네트워크'
그야말로 개성강한 영화들이었습니다.  하지만 '무난한 영화'는 없었습니다.  튀는 영화들이었죠.
이런 와중에 킹스 스피치 라는 작품은 얌전하고 무난한 영화였고,  안전한 영화였습니다.  더구나
영국왕실을 소재로 한 휴먼드라마였고,  수위가 없는 가족영화였기 때문에 작품상으로 밀어주기엔 적격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킹스 스피치에 대한 밀어주기는 많이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만약 이 영화가 '영어권'작품이 아니라 프랑스나 이탈리아권 영화였더라도
이정도 완성도의 작품이 과연 아카데미 작품상과 연기상을 받았겠느냐는 심히 의문스럽습니다.
 




우선 작품상보다는 남우주연상을 받은 콜린 퍼스라는 배우를 살펴보겠습니다.  보통 나이먹도록

변변한 연기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배우가 어느날 갑자기 상을 휩쓸었다면 그건 최소한 '연기변신' 이나 '처절한 연기'를 보여주었어야 합니다.  아니면 개성있는 연기, 가령 속사포대사라든가, 성격장애 역할이라든가 하는.  그런데 아쉽게도 콜린 퍼스는 '킹스 스피치'라는 영화속에서도 굉장히 심심한 역할입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였던 개성을 갖춘 인물은 말더듬이 왕이 아니라 그를 치료한 언어치료사를 연기한 제프리 러쉬입니다.  콜린 퍼스는 여전히 예전의 영화에서와 다를 바 없는 깔끔한 외모와 젊잖은 풍모,  그리고 시니컬한 표정뿐입니다.  그가 적어도'액션스타'는 아니었고 영국 배우라는 점에서 상받기 유리한 연기기회가 많았을텐데 50세가 된 배우가 갑자기 연기에 눈을 뜰리는 사실 없습니다.  킹스 스피치에서 콜린 퍼스가 상을 받은 것은 마치 파이터에서  마크 월버그가 주연상을 받는 것 만큼이나 희안한 사건입니다.  파이터의 마크 월버그도 그랬지만 킹스 스피치의 주인공 말더듬이 왕은 가장 재미없는 캐릭터이거든요.  제프리 러쉬가 훨씬 흥미로운 캐릭터였고, 영화에서의 존재감도 높았습니다.  그리고 에드워드 8세를 연기한 가이 피어스가 오히려 심심한 역할의 콜린 퍼스보다 훨씬 개성있는 인물이었고요. 

콜린 퍼스가 왕이 아니라 밑바닥 인물이라면 훨씬 그럴싸한 휴먼드라마가 완성되었고, 연기력도

많이 필요했을 수 있습니다.  소외된 말더듬이 소심남이 이런 장애를 극복하고 인간승리를
거둔다... 그럴싸하잖아요.  그러나 킹스 스피치에서는 남부러울 것 없는 왕이며 단지 말을 조금
더듬기 때문에 연설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생각보다 심심한 소재이죠.  요즘처럼 걸핏하면
TV에 나와서 연설해야 하는 시대도 아니고,  단지 2차대전이 벌어지고 용기있는 '3분짜리 담화문'
을 발표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역할 자체가 '기복'이 크게 없는 역할이었고, 그걸
가뜩이나 심심하고 세련된 배우 콜린 퍼스가 늘 그모습 그대로의 연기를 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조연진은 꽤 흥미롭습니다.  자격증도 두드러진 경력도 없이 단지 '경험'만을 가진
전직 배우출신인 언어치료사 로그(제프리 러쉬)는 매우 흥미로운 인물입니다.  그는 내세울
이력도 없지만 굉장히 자기 고집을 갖고 있는 인물입니다.  왕과의 몇 번의 위기에서도 슬기롭게
넘어갔고,  대성당에서의 연습때 벌어진 위기에서도 천연덕스럽게 대관식 의자에 거만하게
앉아서 왕과의 정면승부를 벌입니다.  오직 화나면 소리를 가끔 질러대고 소심한 모습을 보여주는
콜린 퍼스보다는 훨씬 재미난 인물입니다.  헬레나 본햄 카터가 연기한 왕비역시 좋은 역할입니다.

그녀는 영국 귀부인 역할을 많이 했던 배우답게 무척 품위있고, 자상하고 현명한 왕비역할을

오버하지 않고 무난히 해냅니다.  같은 해 출연했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의 히스테릭한
악역과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연기죠.  이런 것이 바로 '연기력'입니다. 

요즘 유난히 비중은 적지만 존재감있는 역할로 자주 등장하는 가이 피어스, 콜린 퍼스의 형인

에드워드 8세를 연기하는데 그의 캐릭터는 명확하고 분명합니다. 많은 비중은 아니었지만 왜
그가 부적격인 왕이고 왕실의 구속을 싫어하는지 선명합니다.  고집센 노인같은 이미지의
조지 5세 역의 마이클 갬본도 명확했고. 

자, 그럼 사실상 이 영화를 일방적으로 주도한 것도 아니고 독특하고 '나만의 캐릭터'가 가능한

명연기를 펼친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숱하게 주연상 후보에 올라서 연기파 배우로 인지된
것도 아니고 영화의 역할 자체가 연기가 많이 주어지고 개성이 필요한 역할도 아니었고,
(블랙 스완의 나탈리 포트만의 역할이나 더 브레이브의 제프 브리지스의 역할과 비교해 보시죠)
도대체 콜린 퍼스는 어떻게 그런 압도적인 분위기로 남우주연상을 받았을까요? 그가 연기를
못했다는 것이 아니라 '상받을 연기'가 주어진 것이 절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작품상 역시 어딘지 뭔가 아쉽고 이른 듯한 느낌의 '소셜 네트워크'를 주지 않는 대신에

이 작품을 완벽히 대체할 '아카데미표 보수적 영화'를 찾다가 낙점된 느낌입니다.  위에 거론한
영화들은 소셜 네트워크를 대체하기엔 오히려 더 삐딱스럽고 튑니다.  그렇지만 그런 영화들을
대체하기에는 킹스 스피치는 너무나 완성도면에서 평범합니다.  과연 이 영화를 보고 어떤
전문가들도 '영화역사에 길이 남을 또 하나의 걸작이 탄생했군!'이라고 탄성을 질렀을까요?




콜린 퍼스는 매우 적역을 맡았지만 그의 '늘 똑같은 심심한 연기'의 전형적 재탕이 되는
역할입니다.  혹시나 아카데미상을 받았다고 해서 그의 '일탈'을 기대하긴 했지만 오히려
더욱 굳건해진 느낌입니다.  그랬다면 이전에 출연한 수많은 영화에서는 왜 연기상 후보로
거론되지 않았을까요?
 
킹스 스피치는 시작부터 끝까지 내용이 뻔한 휴먼드라마로 예측 불가능한 사건은 전혀 발생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에 어떤 장면으로 감동을 자극할지도 너무 뻔하고 왕역의 콜린 퍼스의
캐릭터는 더없이 심심합니다.  그걸 무개성의 시니컬한 연기의 대가 콜린 퍼스가 적역으로
역시나 재미없는 인물을 심심하게 잘 연기합니다.  스토리는 얌전하고 모범적이며 영국왕실의
품위와 민간인의 평범함이 적당히 조화됩니다.  기복없고 물흐르듯 흐르고 그러다가 끝나는
영화입니다.  감독의 개성도 배우의 개성도 없고, 무난한 시나리오로 만든 영화입니다.
그럼에도 가장 타서는 안될 상인 '작품상, 각본상, 남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아이러니죠.

아카데미의 명백한 '실수년도'입니다.  이건 '7월 4일생'이라는 영화가 2% 부족한 느낌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모범적 휴먼드라마'인 드라이빙 미스데이지에 밀어준 년도와 유사한 느낌입니다.
그렇지만 그때도 개성없는 연출에 대한 '감독상'을 수여하지는 않았습니다.  과연 누가 킹스
스피치를 보고 '톰 후퍼 저 인간 정말 물건이군'이라고 탄성을 울렸을까요? TV연출경험만
즐비한 인물 답게 킹스 스피치 역시 광복절 TV 특집드라마로 만든 '휴먼 드라마'같은 느낌입니다.
딴건 몰라도 톰 후퍼에 감독상이라니요.  콜린 퍼스에 주연상이라니요. 이건 정말 아니었습니다.
킹스 스피치는 두드러진 영화들이 뭔가 삐닥하거나 아카데미의 입맛에 맞지 않을 때 '대타'로
찾아내서 밀어주는 영화중에서도 너무나 지극히 평범했습니다.  80년의 보통사람들, 82년의 간디,
85년의 아웃 오브 아프리카  89년의 드라이빙 미스데이지 보다 더 전격 발탁된 영화입니다.

91년의 양들의 침묵이나 2007년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같이 간혹 아카데미가 보수성을

버리고 삐딱한 영화에 상을 주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이번에는 전형적인 '진부한 보수성'을
너무 드러낸 수상이었습니다.   작년에 아바타를 밀어내고 '허트 로커'가 수상했을 때 숨겨진
보석같은 영화를 아카데미가 발굴해서 알렸다는 찬사를 받기도 했지만 '킹스 스피치'는 사실
무리한 발굴이었습니다.  이 각본, 이 연출, 이 연기..... 상이라는 것은 '무난한 것'에 주는 것이
아니라 '특출했던 것'에 주는 것이란 사실을 잠시 잊은 것일까요?

ps1 : 가이 피어스는 2년 연속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에 출연한 배우가 되었습니다.

        존재감있는 배우인 그의 역할은 왜 이렇게 계속 작아질까요?

ps2 : '킹스 스피치'가 아니라면 과연 어떤 영화에 작품상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 라는

        질문에 저도 딱히 '이 영화다'라고 콕 찝어내기 어렵습니다.  소셜 네트워크가 적당하긴
        하지만 저도 그 영화에 완전히 동의하고 싶진 않으니까요.  하지만 후보에 오른 영화들
        (인셉션 같은 블록버스터 포함해서)중 가장 개성없고 심심한 영화가 킹스 스피치 라고
         자신있게 주장할 수는 있습니다.

ps3 : 설마 이 영화의 '스토리'가 궁금하신 분이 계실까요? 어떤 영화보다 '예측할 수 있는

        스토리의 벗어남'이 없는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ps4 : 언어치료사 로그 역의 제프리 러쉬 같은 배우를 워리어스 웨이에서 조연으로 보조받고

         주인공 연기를 했다는 것은 장동건이라는 배우의 이력에서 참 영광스런 경험입니다.

ps5 : '카라마조프의 형제'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라임라이트' 등에 출연했던 왕년의 여배우

         클레어 블룸이 왕비역으로 단역 출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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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수(Waterloo Bridge 40년) 많은 사랑을 받은 통속고전 | 지난영화(90년대이전) 2011-03-19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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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수
원제 : Warterloo Bridge
제작 : 1940년 미국
감독 ; 머빈 르로이
장르 : 멜러, 로맨스
출연 : 비비안 리, 로버트 테일러, 버지니아 필드, 루실 왓슨, C 오브리 스미스


애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통속 멜러드라마 입니다.
전쟁으로 인하여 비극적인 사랑의 종말을 맞게 된 남녀의 이야기는 6.25 전쟁으로 이산가족의
아픔을 겪은 우리나라의 정서에도 잘 맞았습니다.  1940년에 만들어진 오래된 고전임에도
매우 오랜 세월동안 꾸준하게 사랑을 받아온 로맨스영화이고 극장에서도 여러 차례 재개봉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상업고전영화들이 대체로 '벤허'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닥터 지바고'  '사운드 오브 뮤직'같은 대작이었던 것들이지만 애수는
멜러물 장르이면서 비교적 소품인 영화치고 보기 드물게 높은 사랑을 받았던 것입니다.

영화의 시작은 2차 세계대전이 시작될 즈음 초로의 영국장교인 로이(로버트 테일러)가
워털루 다리에서 오래전 1차 대전시기에 있었던 사랑의 추억을 지긋이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1차대전이 진행되던 시기의 런던 워털루 다리,  젊은 군인 로이 대위는 공습경보가 발생하자
지갑을 떨어뜨린 한 여성을 도와 대비시킵니다.  마이라(비비안 리)라는 이름의 이 여성과
첫눈에 사랑에 빠진 로이,  마이라는 발레단에서 일하는 무용수였습니다.  그날 저녁 대령과의
약속까지 취소하면서 마이라의 공연을 보러 간 로이는 곧 부대로 복귀해야 할 상황이었는데
그 전에 마이라와 결혼식을 올리기로 합니다.  결혼의 꿈에 부풀어 있던 마이라에게 일정이
앞당겨져서 로이가 갑자기 떠나게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발레공연까지 펑크내면서 황급히
역으로 달려온 마이라는 겨우 로이의 떠나는 모습만 볼 수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서 발레단에서
쫓겨나게 된 로이는 친구 키티와 함께 살며 새로운 직업을 구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어느날 로이의 어머니가 찾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들뜬 마음에 약속장소로 나간 마이라는
신문에 난 사망자 명단에서 로이의 이름을 발견하고 큰 충격을 받고 그 때문에 로이의 어머니와의
만남도 엉망이 됩니다.  로이의 친구 키티는 마이라를 돌보기 위해서 밤거리의 여자가 되어 돈을
벌게 되고 그러한 사실을 알게 된 마이라도 키티와 함께 거리의 여자가 됩니다.  세월이 흐르고 어느날 기차역에서 군인들을 향해서 추파를 던지던 마이라는 뜻밖에도 죽은줄 알았던 로이를 만나게 되고 로이는 마이라에게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고 하면서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서 스코틀랜드의 고향으로 데려갑니다.  갑작스레 찾아온 행운에 들뜨는 마이라. 하지만 로이에게 과거를 속일 수 없는 양심에 흔들리면서 두 사람 사이에게 비극이 예고됩니다.




행복하게 살 수 있었던 선남 선녀 주인공이 전쟁으로 인하여 헤어지게 되고 그로 인하여 비극적인
사랑을 종말을 맞게 된다는 슬픈 이야기입니다.  헐리웃의 대표적 미남배우인 로버트 테일러가
당시 29세의 젊은 시절에 출연한 작품이고 비비안 리는 바람과 함께 사리지다를 막 끝낸 이후에
차기작으로 출연한 작품입니다.  이 두 스타 배우의 공연과 애틋하고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는
관객들의 가슴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하였습니다.  빠르고 쉬운 진행과 단순한 이야기로 전형적인
통속물의 대표적 고전으로 꼽히는 영화이고 쉘부르의 우산이나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해바라기
등 유사한 내용의 영화들이 이후에 많이 있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6.25 전쟁 당시에
부산 피난민 시절에 많은 관객들이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전쟁으로 많은 이산가족을
낳은 우리나라 국민의 아픈 정서와 굉장히 잘 맞아 떨어진 영화입니다. 

비극적이며 짧은 사랑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닥터 지바고, 해바라기와 함께 비극적인 통속물로
꼽히는 고전이면서 특히 영화속에서 몇 번 흘러나온 올드 랭 사인의 은은한 음악이 애틋한
분위기를 더해 줍니다.  올드 랭 사인은 파티의 마지막에 흘러나오는 곡으로 많이 활용되는데
이루지 못한 사랑의 이야기인 애수에서 이별을 예감하는 듯한 선율로 뇌리에 남은 음악이며
비비안 리와 로버트 테일러가 춤을 추며 첫 키스를 나눌 때 흘러나온 음악이기도 합니다.



이미 70여년이 지난 영화이고 영화속에 등장한 배우들은 모두 사망을 했지만 여전히 잊을 수
없는 흑백 고전 명작으로 기억될 영화입니다.  통속물은 통속물대로 재미있고, 대작은 대작으로
재미있고, 예술영화는 예술영화로서 재미있고,  B급영화는 B급으로서 재미있는 것이 고전의
가치입니다.  '애수'는 그러한 고전의 가치의 한복판에 계속 머무르고 있는 영화입니다.


ps1 : 귀족가문의 남자와 평범한 여자와의 사랑이야기는 주로 집안의 반대로 인한 비극적
        내용이 많은데 비해서 애수에서의 시어머니는 오히려 며느리될 여성에게 따뜻하고
        인자한 인물이었습니다.  오히려 그런 점때문에 양심에 걸린 여주인공이 결국 눈앞의
        행복을 포기하게 된 안타까운 영화입니다.


ps2 : '바람과 함께 사리지다'  '미녀 엠마(해밀턴 부인)'  '안나 카레니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등 비비안 리의 대표적 영화들은 대부분 비극적 결말입니다.  가날프고 병약했던 여배우
         비비안 리는 자신의 시대에 많이 만들어졌던 스크루볼 코미디나 로맨틱 코미디 대신에
         이러한 비련의 여인상에 더 적역으로 활용된 것입니다.


ps3 : 애수를 연출한 머빈 르로이 감독은 '마음의 행로'라는 통속 멜러극도 매우 인기를 모았기
         때문에 멜러물의 거장 같은 느낌을 주게 된 감독입니다. '자니 이거'나 '쿼바디스' 등
         로버트 테일러와 여러 차례 작업을 함께 한 감독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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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터(The Fighter 2010년)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감동드라마 | 최근영화(2000년대 이후) 2011-03-19 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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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터(The Fighter)
2010년 미국영화
감독 : 데이비드 O 러셀
출연 : 마크 월버그, 크리스찬 베일, 에이미 아담스
멜리사 리오, 미키 오키프,잭 맥기
슈가 레이 레너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수상



복싱영화 '파이터'는 실존 인물인 미키 워드라는 복서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입니다. 
미키 워드라는 복서는 알리나 슈거 레이 레너드, 조지 포먼, 마이크 타이슨, 마빈 헤글러
로베르토 두란, 오스카 델라 호야 같은 초 슈퍼스타급 세계챔피언은 아닙니다.  복싱에 크게
관심이 있는 분들이 아니라면 '듣보잡'선수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를 주인공으로 해서
영화가 만들어졌고, 굉장한 호평을 받고 있고,  아카데미상도 수상했고, 전미 흥행 1억불에
육박하는 양호한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건 바로 이 영화가 '위대한 복서'에 대한 찬양영화가 아니라 '집념의 복서와 가족간의 이야기를
다룬 휴먼드라마'로서의 뛰어남 때문입니다. 

미키 워드는 WBU라는 마이너 단체의 챔피언을 지냈던 어쩌면 평범한 이력의 복서입니다.  그의
경력을 보면 패배도 제법 많습니다.  그렇지만 꼭 최고의 복서만이 영화의 소재로 좋은 것은
아닙니다.  상처뿐인 영광의 '록키 그라지아노'  성난 황소(분노의 주먹)의 '제이크 라모타' 역시
최고 인기 복서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명승부를 벌인 상대복서인 '토니 제일'이나
'슈거 레이 로빈슨'을 대신하여 영화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특히 제이크 라모타와 경기를
벌인 슈거 레이 로빈슨 같은 경우는 복싱 역사의 전설중의 전설입니다.  국내에 '복서'라는
제목으로 개봉된 The Great White Hope 라는 영화의 주인공 잭 존슨이라는 흑인복서도 전설의
조 루이스나 록키 마르시아노 급은 아니었습니다




미키 워드 역시 썩 좋은 영화꺼리를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9남매나 되는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왕년의 복서였던 형을 대신하여 챔피언의 꿈을 키우며 복서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그의 이복형인 디키는 슈거 레이 레너드를 녹다운 시킨 선수라는 자랑과 함께 마을의 영웅
처럼 행세하고 있고 동생의 트레이너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미키의 어머니는 매니저 역할을
하고요.  하지만 어머니와 형은 사실 미키에게 큰 도움이 안되는 듯 합니다.  그들은 미키의
성장에 도움이 될만한 시합을 제대로 주선하지 못하고 지나치 통제와 간섭을 하는 느낌입니다.
특히 사울 맘비(우리나라 김상현 선수에게 세계 타이틀을 뺏어간 선수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와의 시합이 취소되고 20파운드나 더 무거운 선수와 갑작스레 시합을 치루게 하는 무리한
경기를 하게 합니다.  이 경기 이후 미키에게 후원을 해주겠다는 사람이 나타나고 술집에서
일하는 샬린이라는 여성도 미키를 좋아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도움이 안되는 어머니와 형
디키는 후원자와 샬린을 탐탁치 않게 여깁니다.  미키는 가족과의 갈등이 생겨나기 시작하고
미키의 훈련자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사기행각을 벌이던 디키는 구속되어 버립니다.

파이터는 이렇게 복싱 가족간의 끈끈한 정이 아닌 도움이 안되는 형과 어머니에 대한 갈등으로

전개됩니다.  영웅처럼 허세를 부리는 디키는 자신의 다큐멘타리를 찍는다고 좋아하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그것은 왕년의 복서가 마약으로 망가지는 과정을 취재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감옥에서 그런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는 디키,  반면 미키는 새로운 후원자와 연인 샬린의
도움으로 승승장구하게 됩니다.  이젠 어머니와 형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훌륭한 복서가 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 영화는 이렇게 갈등을 전개해 놓고 나중에 결국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화합하게 되고

미키가 실력으로 챔피언에 오르는 과정까지를 담고 있습니다.  '상처뿐인 영광' '록키2'
'알리' 같은 영화가 그렇듯이 이 영화도 극적으로 챔피언에 오르면서 영화가 끝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웅만들기'의 영화가 아니라 천재가 아닌 노력파 복서의 험난한 승리와 비록 갈등이
벌어지기는 하지만 끈끈한 가족애,  그리고 연인과의 만남 등을 인간적으로 진솔하게 그려내고
있는 영화입니다.





단순히 '영화적인 측면'으로 볼때 썩 볼만한 휴먼드라마이기도 하지만 복싱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쏠쏠하게 뽑아먹을 재미가 더 있습니다.  우선 이 영화에 전설적인 천재복서인
슈거 레이 레너드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실제 레너드와 디키의 복싱장면이 초반부에
보여지기도 하고 레너드는 직접 본인역으로 단역출연 하기도 합니다. (대사도 한 두 마디
합니다.)  그리고 김상현과의 대결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사울 맘비'의 이름이 언급되고
미키와 사울 맘비가 경기를 할 뻔 했다가 무산되는 이야기가 전개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미키 워드와 전설적인 명경기를 세 차례나 펼쳤던 아투로 가티의 이름도
등장합니다.  

이 영화는 2007년에 영화화되기로 기획되어 일찌감치 마크 월버그가 미키 워드로 캐스팅

되었고,  그의 형인 미키로는 맷 데이먼이 물망에 올랐다가 크리스찬 베일로 최종 결정이
되었습니다.  아마도 복싱 팬이었다면 아투로 가티와의 전설적 명승부를 기대했을 수 있지만
이 영화는 미키 워드가 아투로 가티와의 시합을 가지기 직전까지인 WBU 챔피언에 오르기
까지만 다루고 있습니다.  앞서서도 이야기 했듯이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에 복싱의 승부보다 가족과 연인과 벌어지는 이야기가 주된 내용입니다.
그리고 극적으로 챔피언에 오르는 내용만으로 이미 충분히 영화적인 면모는 갖추고 있는
것입니다.

마크 월버그는 71년생이고 크리스찬 베일은 74년생으로 실제 나이는 마크 월버그가 더

많지만 영화속에서는 크리스찬 베일이 형으로 등장합니다.  그것도 미키 워드는 31살
디키는 40살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크리스찬 베일이 노안 배우는 아니지만 껄렁하고
능글능글한 미키의 역할로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이 배역에 캐스팅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기대에 부응하듯이 그는 아카데미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 역의
멜리사 리오도 역시 아카데미상을 수상했습니다.  정작 주인공인 마크 월버그는 왜
상을 못 받았을까요?(후보에도 오르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마크 월버그가 연기를
못해서가 아니라 그의 역할 자체가 너무 정직하고 수평적인 인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우직하게 복싱에 전념하고 경기도 우직하게 하고 사랑도 우직하게 하는 다소
재미없는 주인공입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이 '민폐 캐릭터'이기도 하고
꽤 성깔있는 인물들인데 반해서 미키 워드는 묵묵히 훈련하고 경기하고 연인과 사랑하는
심심한 인물입니다.  허세가 강한 형 디키와는 상당히 다른 캐릭터이죠.  아마도 검증된
스타인 크리스찬 베일이 조연임에도 출연을 승낙한 것도 이런 개성있는 캐릭터의 매력
때문이었을 것 같습니다. 



 



자, 그럼 영화속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의  '사실관계'를 한 번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우선 디키와 슈거 레이 레너드와의 경기는 사실 원사이드하게 레너드가 승리한 경기였습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복싱 금메달을 딴 골든보이 레너드는 미국의 금메달리스트 5인방
중에서 가장 기대를 모았던 복서였고,  1977년 프로전향후 78년까지 2년간 무려 17전 전승에
10 KO승을 거둡니다. 디키는 그러한  레너드의 승승장구시절에 소위 '징검다리'에 불과한
희생물일 뿐입니다. 다만 강력한 실력자 레너드를 상대로 '판정'까지 갔다는 자체가 나름 높이
살만한 경력이고 더구나 10라운드에 '다운 같이 보이는 슬립다운'을 빼앗긴 했습니다.  경기 자체는
레너드의 큰 차이의 판정승이고 레너드가 현역시절에 상대한 수많은 명복서들과의 명승부전에서

디키와의 경기는 별로 관심거리가 된 경기는 아닙니다.

미키 워드가 쟁취한 WBU 타이틀은 네임밸류로 따지면 그닥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

당시 권위있는 복싱 타이틀은 WBA와 WBC였고, 그 다음이 나중에 생긴 IBF 입니다.
이 세 단체의 타이틀을 따야지만 진정한 세계 챔피언으로 인정을 받는 것이고 WBU라는
단체는 엔간한 복싱팬이라도 모르는 분들이 훨씬 많은 것입니다.  그렇다고 미키 워드가
시시한 복서는 아닙니다.  복싱의 역사속에서 미키 워드라는 인물은 WBU 챔피언으로서가
아니라 아투로 가티와 벌인 3차례에 걸친 세기의 명승부로 유명한 인물입니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았던 이 명승부는 복싱 역사에서 최고의 볼만한 난타전으로 꼽히는 경기입니다.
라이벌 복서와의 경기라면 알리-프레이저의 세 차례 명승부,  레너드-헌즈의 두 차례 경기,
토니 제일과 록키 그라지아노의 명승부전 등이 더 유명한 네임밸류 복서들의 라이벌전
이었지만 경기의 화끈함으로 따지면 미키 워드와 아투로 가티의 경기가 더 극적이었습니다.
우리나라로 따진다면 70년대 김성준-정상일의 두 차례의 경기와 비교할 수 있습니다.
미키 워드는 아투로 가티와의 경기를 통해서 큰 돈을 벌었고,  덕분에 성공한 인생을 살게
된 셈입니다.  반면 아투로 가티는 2009년에 의문의 죽음으로 불운하게 삶을 마감하였습니다.
미키 워드와 아투로 가티는 서로를 매우 존중하였고, 경기후 굉장히 친해졌다고 합니다.

영화속에서 미키 워드와 경기할 뻔한 '사울 맘비'는 김상현을 이긴 복서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70년대에 활약한 복서이므로 90년대부터 활동한 미키 워드와의 대결이 잡힐려고 했던 당시는
40세가 훨씬 넘은 노장이었습니다.  사울 맘비는 세계 챔피언을 지냈지만 패배도 꽤 많고
전적만 보면 평범해 보이는 선수지만 로베르토 듀란을 비롯하여 어떤 강펀치의 복서와
싸워도 다운이나 KO를 당하지 않는 굉장한 맷집과 끈끈함을 가진 복서입니다.  가장 강점이
터프함이라고 할 수 있는.  40세를 훨씬 넘길때까지 복서생활을 했던 인물입니다. 
미키 워드와 쉐어 네어리 와의 WBU 주니어 웰터급 타이틀매치는 실제 경기와 영화속 장면이
꽤 흡사합니다.  경기시작 전부터 링 중앙에서 얼굴을 맞대다시피하며 신경전을 벌이던
두 선수는 치열한 나타전끝에 영화에서처럼 미키 워드의 몸통 공격이 연달아 작렬하면서
승기를 잡고 경기를 KO로 마무리합니다.   실제의 미키 워드는 마크 월버그 보다 훨씬
투박하고 강인한 인상입니다.  


 


실존 인물의 흥미로운 실화,   영화처럼 극적인 사실들과 진한 인간미가 넘치는 영화인
파이터는 이렇게 영화에서는 가볍게 지나갔던 인물과 사실관계에 대한 내용을 함께 연상
시키면서 보면 더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일반 관객들에게는 진솔한 휴먼드라마로,  복싱팬들
에게는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영화로 좋은 선물이 될 만한 영화입니다.


ps1 : 영화의 후반부에 미키 워드의 승리보다 더 극적인 장면이 디키와 샬린의 화해입니다.

        모처럼 디키가 남자다운 모습을 보여주며 자존심을 죽이고 형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장면이 오히려 너무 끈끈한 가족애를 다룬 내용보다 더욱 진솔합니다.  이게 실화가
        아니었다면 민폐캐릭터들이 영화 끝날 때 모두 제정신이 돌아온다는 설정이 말이
        안된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마지막회에 다 좋은 사람이 되고 화해하는 우리나라
        드라마의 고질적 공식처럼.  실제로 이런 일이 가능한거네요.


ps2 : 크리스찬 베일이 아무래도 마크 월버그 보다는 현재 기준으로 더 잘 나가는 배우라고

         할 수 있는데 둘 중 누가 더 출연료를 높이 받았을까요? 그리고 크리스찬 베일은
         일부러 그렇게 살을 쏙 뺀 것일까요? 슈퍼 히어로 배트맨이 이렇게 삐적 말랐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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