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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의 고향(74년) 70년대 한국영화 대흥행작 | 한국영화 2011-04-30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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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의 고향
1974년 작품
원작 : 최인호
감독 : 이장호
출연 : 신성일, 안인숙, 윤일봉, 하용수, 백일섭, 전원주
주제곡  :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이장호 감독이 연출한 1974년 작품 별들의 고향은 한국영화의 암흑기가 시작된 70년대 시절
'영자의 전성시대' '겨울여자'와 함께 폭발적인 흥행기록을 세웠던 대표적인 70년대 한국영화
입니다. 최인호의 원작소설을 당시 젊은 신인감독 이장호에 의해서 스크린으로 옮겨진
작품입니다.

25세의 나이로 눈위에 쓰러져 쓸쓸히 숨져간 경아라는 여인의 비련의 삶을 다룬 영화로

74년 개봉당시 무려 3개월이 넘는 장기상영을 하면서 서울관객 40만을 돌파하는 기록적인
흥행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첫 번째 사귄 남자에게 몸을 허락하지 않자 그 남자는 다른 여자와 결혼하는 배신을 하였고

두 번째 남자는 사별한 홀아비인 중년남자였는데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다가 자살한 전 아내에
대한 병적 집착을 알게 되어 결국 헤어지게 되고 
세 번째 남자는 건달같은 사내였고,
이후 호스티스로 전전하던 경아는 우연히 바에서 만난 마음씨 좋은 김문호라는 화가와 사귀게
되었지만 과거의 오랜 상처와 알콜 중독에 빠진 경아는 결국 문호와 헤어지게 되고 술에 취한채
눈길에 쓰러져 외롭게 숨을 거두게 됩니다.





비련의 여인의 삶을 다룬 신파성 멜로물입니다.  40년대 잉그리드 버그만 주연의 '개선문'이 이런

영화의 원조라고 할까요? 젊고 매혹적이지만 외롭고 불행한 삶을 가진 여성이 선량한 남자의
집에 머물다가 쓸쓸히 죽어가는 이야기는 개선문과 별들의 고향 이후 이승희 주연의 '물위의
하룻밤'
여균동 감독의 '미인' 등의 수준이하의 영화의 소재로 쓰여지면서 식상한 소재가 되고 있습니다.

군사독재와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는 검열과 금지곡, 유신반대 데모,  경제개발붐, 생맥주와
장발족
으로 대변되던 청년문화 등으로 점철된 70년대 시대,  '별들의 고향'은 마치 그 시대의
어두운
사회상을 한 여인의 삶을 통해 대변하듯 비극적인 내용의 영화이며, 70년대 유행했던
'호스티스
영화' 이기도 합니다.

이장호 감독은 당시 무명의 젊은 신인감독이었지만 신성일, 윤일봉 같은 스타배우들을 출연시켰고
당시 22세의 안인숙이 여주인공으로 경아로 출연하고 있습니다.  젊은 시절의 백일섭이 건달같은 남자로 등장하고,  전원주가 윤일봉이 사는 집의 가정부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당대의 톱스타
였던 신성일이 화가 김문호로 등장하여 경아와 짧고 애절한 사랑을 보여주고 윤일봉은 경아와
짧은 결혼생활을 하는 중년남자로 출연합니다.




70-80년대 한국 영화의 흥행을 주도했던 이장호 감독의 대표적인 흥행작이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완성도면으로 볼 때 이 영화를 이장호 감독의 대표적 작품으로 꼽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 영화를
비롯하여 '어제 내린 비'나 '너 또한 별이 되어' 같은 70년대의 그의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80년 작품 '바람불어 좋은 날'부터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를 연출한
87년까지를 진정한 이장호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요즘 되돌아보면 다소 진부하고
평범한 완성도로 느껴지는 별들의 고향은 당시의 관객들에게 굉장히 열광적인 지지를 받은
작품입니다.  경아라는 불행한 여자의 삶이 어두운 시대, 특히 그 시대의 힘겨운 여성상으로서
대변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이장희의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나  '한 여자가 울고 있네'같은 노래가 적절히

활용되어 '영화음악'을 잘 활용한 작품으로도 꼽히고 있습니다.  장미희가 등장한 속편도
있었지만 속편의 연출은 하길종 감독이 하였습니다. 





60년대 한국영화 황금기를 끝내고 척박하던 시절에 외국영화의 틈새속에서 놀라운 흥행기록을
세웠던 별들의 고향은 이장호 감독이라는 젊은 스타감독을 탄생시켰고 80년대 이장호-배창호
라는 한국영화 흥행의 쌍두마차 감독이 활약하게 하는 계기를 만든 영화입니다.  매우 아쉽게도
1995년 천재선언 이후 이장호 감독의 영화는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는데 60-70대에도 왕성히
활동하는 외국 감독들에 비해서 이장호, 배창호 급의 거물 감독들도 50대를 넘어서서 잊혀진
인물이 되는 한국영화의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98년 쉬리 이후 한국 영화가 새로운
중흥을 일으켰지만 아직 갈길이 먼것 같습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나 리들리 스코트 처럼
우리나라에서도 관록있는 거장 감독들이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ps1 : 윤형주의 '어제 내린 비'  이장희의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정수라의 '난 너에게'

         이렇게 3곡이 이장호 감독의 영화에 삽입되었던 대박 히트곡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ps2 : 이 영화가 크게 히트했음에도 안인숙은 이후 두드러진 활약을 하지 못하고 잊혀진

         배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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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셰티(Machete 2010년) 로버트 로드리게즈표 폭력물 | 최근영화(2000년대 이후) 2011-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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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셰티(Machete)
2010년 미국영화
제작, 각본, 감독 : 로버트 로드리게즈
공동연출 : 에단 매니퀴스
출연 : 대니 트레조, 제시카 알바, 스티븐 시갈
로버트 드 니로, 미셀 로드리게즈, 제프 파헤이
린제이 로한, 돈 존슨, 톰 새비니


못 생기고 험상궂은 외모의 멕시코 남자가 악당의 소굴에 들어가서 닥치는 대로 살육쇼를
벌입니다.  총이든 칼이든, 영웅본색의 주윤발이 울고 갈 정도로,  람보가 기가 질릴 정도로
이 '마셰티'라는 근육질의 중늙은이는 한바탕 유혈이 낭자한 일당백 게임을 벌입니다.
'황혼에서 새벽까지' '데스페라도' '씬 시티' 등으로 유명한 '사치스런 B급 감독'인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신작 마셰티는 그의 2007년 작품 '플래닛 테러'의 확대버전 같은 영화입니다.
쿠엔틴 타란티노와 함께 호화로운 'B급 폭력물'에 열광하는 팬들이라면 마셰티는 그러한
기호에 딱 맞을 영화입니다.  플래닛 테러가 그랬듯이 의도적으로 투박하고 싼티나게 찍은
영화입니다. 

고급스럽고 세련된 폭력의 미학을 보여주는 쿠엔틴 타란티노와는 다소 상이하게 거칠고

투박하며 더욱 마초적인 분위기의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연출특징은 마셰티에서 절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안소니 퀸과 배철수와 찰스 브론슨을 합쳐 놓은 것 같은 이 늙수그레하고
과묵한 주인공 마셰티는 할 줄 아는 것은 시도 때도 없이 폭력을 휘두르며 악당의 무리는
인정사정없고 시원시원하게 후려갈기고 찌르고 난사하는 것입니다.  아마도 수호지의 '이규'
캐릭터가 딱 이런 분위기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듭니다.  마셰티가 뜨는 곳에는 피범벅이
함께 합니다.  그는 성룡처럼 오래 끌지 않고 한 칼에 한 총에 한 주먹에 악당들을 초주검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미녀에게 둘러싸인 스티븐 시갈


린제이 로한


이런 투박하면서,  세련됨이라고는 1%도 찾아볼 수 없는 마셰티이지만 제시카 알바, 린제이
로한,  미셀 로드리게즈라는 세 명의 미녀를 오갑니다.  60대의 노인네가 딸 뻘 되는 미녀
배우들을 오가며 벌이는 액션이니 마셰티를 연기한 대니 트레조는 무슨 복입니까?
마셰티는 폭력물이지만 보는 내내 웃음이 수시로 흘러나옵니다.  너무 진지하고 그럴듯하게
과장된 폼을 잡는 주인공 및 등장 인물들.  어떨 때는 개그콘서트를 보는 느낌입니다.
피가 튀고 칼이 관통되어도 잔인하다기 보다는 게임을 보는 느낌입니다.  수시로 사람이
죽으니 별 느낌도 없어집니다. 

굳이 이 영화의 줄거리를 이야기하자면 전직 연방 특수경찰이었던 마셰티는 사악한 마약

밀매업자인 토레즈(스티븐 시갈)의 음모에 빠져 가족을 잃게 멕시코 국경지대에서 불법
체류자로 머물면서 잡일로 연명하고 있습니다.  그런 마셰티에게 부패한 정치인 맥로린
(로버트 드 니로)의 끄나풀인 부스가 접근해서 15만불을 건네고 맥로린의 암살을 의뢰
합니다.  하지만 이게 함정이었고 마셰티는 누명을 쓰고 쫓기게 되면서 맥로린과 토레즈
일당과 피튀기는 전쟁을 벌인다는 내용입니다.  이런 주인공의 복수극이라는 줄기를 토대로
큰 틀로 보면 불법 체류자들을 도와주는 '네트워크'라는 조직과 사악한 국경 수호관리들
간의 전쟁을 다루고 있습니다.  일종의 '혁명'형식이랄 수 있습니다.

주인공인 마셰티는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조연배우 출신이지만 그외의 배역진은 무척이나

쟁쟁합니다.  마세티를 둘러싼 3인 3색의 미녀.   '섹시한 경찰'로 등장한 제시카 알바와
관능적인 혁명지도자인 미셀 로드리게즈는 마셰티를 둘러싼 일종의 삼각관계 같은(그렇지만
무겁지 않고 가벼운) 설정으로 특히 미셀 로드리게즈는 플래닛 테러의 외다리 기관총걸인
로즈 맥고완에 버금가는 터프하고 육감적인 여전사 캐릭터를 보여줍니다.  '헐리웃의 문제아'
린제이 로한은 그들 두 여배우보다는 비중이 적지만 수영장에서 전라의 관능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섹시한 여전사 미셀 로드리게즈


스티븐 시갈은 악덕 마약업자로 등장하여 마세티와 최후의 일전을 벌인다.



섹시한 경찰로 등장한 제시카 알바


이렇게 미녀 배우들을 동원하고 터프함과 눈요기거리를 제공하고 있고,  부패한 정치인으로

로버트 드 니로,  악덕한 마약업자로 스티븐 시갈이 등장하여 남자 조연진도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 시작부터 바로 뜸들이지 않고 액션이 시작되며 플래닛 테러보다
더 많이 나아간 액션의 강도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미남도 훈남도 거구도 아닌
늙수그레한 멕시코 전사 마셰티는 로버트 로드리게즈가 선보인 새로운 폭력히어로 입니다.
총이면 총, 칼이면 칼,  사람죽이는데 필요한 도구는 무엇이든 거침없이 휘두르는 마셰티는
13일의 금요일의 제이슨이 따로 없는 느끼입니다.  자기를 잡으러 와서 벨을 누른 악당의
끄나풀을 한방에 칼로 관통하여 출입문에 접착제처럼 걸어놓을 정도로 마셰티의 악당
살육은 시원시원합니다.

저 예산영화 엘 마리아치부터 시작해서 마셰티에 이르기까지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의

마초적 폭력과 투박함 시원시원함은 현재까지도 여전합니다.  B급 감독으로 시작했지만
그는 이제 '부르조와 B급'입니다.  즉 B급의 형식을 빌린 메이저 감독입니다.  호화배역진
으로 구성된 폭력물 마셰티는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성향에 열광하는 관객들에게는
매우 만족스럽고 따끈따끈한 선물이 될 것입니다.

ps1 : 자주 합작감독을 하는 로버트 로드리게즈는 이번에도 공동연출로 크레딧에

        등장하지만 제작, 각본, 편집까지 도맡고 있어서 고스란히 로드리게즈 영화의
        특성이 배어나오고 있습니다.

ps2 : 스티븐 시갈,  많이 늙긴 했지만 강인해보이는 분위기는 여전합니다. 예전보다 깨

        살이 쪄서 더욱 거구처럼 느껴집니다.

ps3 : 마셰티의 캐릭터는 꽤 독특하고 매력적인 폭력전사 캐릭터이지만 대니 트레조의

        나이가 너무 많아서 속편이 나오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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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Hanna 2011년) 소녀 킬러의 살육극 | 최근영화(2000년대 이후) 2011-04-23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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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원제 : Hanna
2011년 미국영화
감독 : 조 라이트
출연 : 시얼샤 로넌, 에릭 바나, 케이트 블랑쳇, 톰 홀랜더, 올리비아 윌리암스


니키타 + 네이키드 웨폰 + 스피시즈의 유전자를 합치면 어떤 영화가 나올까요?
정답 : 한나?  라고 해도 될까요?

'니키타'라는 영화가 나온 이후 '여성킬러'가 등장하는 영화는 자연스럽게 '니키타'와 비교

하게 되는 것이 일반화되었습니다.  한나 역시 여성킬러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입니다.
그런데 니키타보다 훨씬 비정해요.  더 잔인하거나 액션의 강도가 세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 영화의 킬러는 불과 16세의 소녀입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이런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다면
비난에 직면했을 것입니다.

여성킬러가 등장한다는 것에서 니키타의 유전자이고,  어린 소녀가 일찌감치 외부환경과

차단된 곳에서 철저히 살인 병기로 키워진다는 점에서 네이키드 웨폰의 유전자입니다.

그럼 스피시즈는? 그건 결국 영화의 스포일러가 됩니다.  뭐 대단한 스포일러라고 하기도

뭐하긴 합니다.  스토리가 허접하고 액션과 비주얼과 음악으로 때우는 영화인 한나이지만
최소한 관객에게 '기본예의'를 갖추기 위해서 만들어낸 '반전 아닌 반전' '음모 아닌 음모'가
바로 스피시즈 처럼 의도적으로 배양된 살인병기라는 것이죠.  하지만 이렇게 키운 살인
병기를 없애려고 쫓습니다.  그럼 왜 한나라는 인물을 창조한 것일까요? 그런 면에서
한나는 오히려 니키타나 네이키드 웨폰 보다는 스피시즈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의 논리적인 재미나 시나리오의 완성도를 기대하고 극장을 찾는 사람들은 퍽이나

실망하고 나왔을 것입니다.   똑같은 폭력물이라도 원빈의 '아저씨'와 같은 휴머니스트 같은
주인공이 등장한다면 환호를 받지만 네이버 평점 '6점대'가 말해주듯이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떨어지면서 신파나 휴머니즘이 제로인 이 영화는 별로 국내팬들에게 환호를 못 받고 있습니다.






그럼 이 영화를 봐야 할 사람들은 누구이며 뭘 기대해야 할까요? 마초영화 대신 '여성액션'을
기대하고 마초같은 남성의 비중을 확 줄인 영화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분들이라면
봐야요.   16세 살인병기 한나의 위력뿐만 아니라 케이트 블랑쳇이 연기한 마리사 라는
인물도 굉장히 매력적인 여성이거든요.  옷 잘 입지, 분위기 있지, 강인하고 총 잘 쏘지.
그럼 답이 나오죠? 누가 한나를 보고 열광할 관객인지.

저는 어땠을까요?  저도 애초에 한나에서 완성도있는 시나리오가 나올 것을 기대하진 않았습니다.

당연히 완성도보다는 '컬트적'인 영화라고 생각을 했고 실제로 그렇습니다.  비주얼에 감각이
있는 감독은 군데 군데 멋들어진 영상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음악이 꽤 좋은 영화입니다.

그리고 배우들이 괜찮습니다.  한나를 연기한 배우도 너무 이쁘지도 않고 너무 표독스럽지도 않고

그냥 수수한 소녀입니다.  케이트 블랑쳇은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였고,  거기에 '유령작가'에서
매혹적인 중년녀를 연기했던 올리비아 윌리암스도 뜻밖에 비중이 적은 역할로 얼굴을 비치고
있습니다.  여성 캐릭터들은 썩 볼만하죠. 

그런데 불만은 왜 에릭 바나라는 좋은 배우를 이렇게 낭비했느냐 입니다.  에릭 바나가 제대로

그의 포스를 보여준 장면은 놀이터에서 케이트 블랑쳇과 마주하는 장면 몇 초 동안입니다.
그 외에는 달리고 치고 받고 그냥 평이한 대사를 하는 것 뿐입니다.   에릭 바나라는 배우의
활용성은 그게 아니잖아요.  제가 에릭 바나라면 출연을 거절했을 것입니다.  아니면 대사나
장면이라도 더 넣어달라고 합의를 했거나.  이런 역할이라면 '가이 피어스'처럼 위상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한나는 꽤 흥미진진한 오프닝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한나와 아버지가 고립된 장소에서
훈련을 마치고 본격 '출동'을 하는 것도 생각보다 꽤 일찍 발생합니다.  그런데 막상 '출동'을
하고 나면 영화는 맥이 빠집니다.  저는 오히려 두 부녀가 출동하기 전까지의 고립되고 추운
오두막집에서 지낼 때가 더 흥미로웠습니다.  세상속으로 들어온 한나는 우선 한바탕 액션을
펼칩니다.  비록 목표물인 마리사는 제거하지 못했지만.  조금 웃기는 것은 한나는 '킬러'로서
세상안으로 들어왔는데 엉뚱하게 쫓기고 도망하는 역할을 합니다. 킬러는 죽이는 역할이지
도망치는 역할이 아니거든요.  주객이 전도된 느낌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시나리오가
더더욱 허접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첫 액션을 마치고 나서 한나가 슬그머니 어느 소녀와
만나고 그들 가족들과 어울리는 과정에서 영화는 조금 느슨해집니다.  그리고 정당화되지
않는 살인이 몇 번 등장하고.  왜 이렇게 인정 사정없이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가는지 눈쌀이
찌푸려지기도 합니다. 

뭔가 밥상은 어지럽게 차려놓고 정리가 안된 영화가 한나입니다.  그 대신 관객들에게

비주얼과 음악으로 참아달라고 감독은 강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겹도록 보와온 마초
남자들 대신 여성 두 명의 액션이니 새롭고 흥미롭지 않냐고 세뇌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넘어가서 호평하는 매니아들도 물론 있죠.  하지만 그런 점으로 허접한 시나리오가 용서가
될 수는 없어요.  한나는 부족한 점이 많은 영화입니다.  내세울 것도 물론 있지만.
음악과 비주얼이 무척 뛰어난 것은 감독의 장점입니다.  감독은 성장해 나가겠지만 작가가
아닌 '받은 각본'에 의해서 고용되는 연출가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의 성장은 한계가
있습니다.  좋지 않은 각본을 감독의 비주얼로만 때우는데는 영화가 한계가 있으니까요.

한나는 그래서 섣불리 추천하기 어려운 영화입니다.  이게 무명감독이 저예산을 들여서

무명배우를 써서 좀 더 싼티나게 만들었다면 '숨겨진 컬트'가 될 수는 있겠지만 에릭 바나,
케이트 블랑쳇이라는 배우, 그리고 이미 조 라이트 감독의 작품수도 그럴 위상은 넘어선
상태입니다.   그래서 '수작'으로 추천할 수는 없는 영화입니다.

평점 :  ★★☆ (4개 만점)




ps1 : 만약 어르신들이 이 영화에 대해서 묻는 다면 어떤 논리로 추천을 할 수 있을까요?
        아무리 영화, 특히 헐리웃 오락물에 대해서 '도덕적 관점'을 배제시킨다고 해도
        16세 소녀 살인마의 무차별 폭력 액션을 어떻게 정당화 시킬 수 있을까요? 그녀의
        출연으로 인해서 희생된 애꿎은 할머니와 마음 착한 아저씨는요? 그리고 결말 이후
        도대체 한나의 삶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차리리 귀신가면을 쓴 남자가 등장해서
        연쇄살인을 하는 영화가 더 깔끔하다는 느낌도 드네요.


ps2 : 에릭 바나는 '헐크'에서 세상과 고립되고 쫓기는 '무적괴물'역할을 했습니다.

         외모와 성별만 바꾸었을 뿐 한나도 비슷한 처지입니다.  그래서 에릭 바나가 출연한
         것이 유사점이 있어 보이기도 하네요.   에릭 바나는 '멋있어진 황정민'같은 느낌이
         늘 드는 배우입니다.


ps3 : 케이트 블랑쳇,  멋있기는 하지만 늙었더군요.  이렇게 있는 폼 다 재는 캐릭터라면

         출연하는 자체가 즐겁겠습니다.


ps4 : 니키타 이후에 많들어진 여성 킬러의 영화들 중에서  '킬 빌'같은 영화를 또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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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Sex, Lies, and Videotape 89년) | 지난영화(90년대이전) 2011-04-18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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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원제 : Sex, Lies, and Videotape
제작 : 1989년
수상내역 :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남우주연상
국내개봉 : 1990년
감독 : 스티븐 소더버그
출연 : 제임스 스페이더, 앤디 맥도웰, 로라 산 지아코모, 피터 갤러거


1989년 칸 영화제에서 경악스런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에밀 쿠스트리차, 벨트랑 블리에
파트리스 르꽁트, 제인 캠피온, 짐 자무시 등 비교적 젊은 미래의 거장들이 경연을 벌였던
그 해 칸 영화제, 80년대를 마감하는 의미깊은 해의 칸 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은
이러한 쟁쟁한
감독들을 제치고 듣도 보도 못한 불과 26세의 신예감독 스티븐 소더버그의
영화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에게 돌아갔습니다.  20여편의 전 세계 실력파
감독들의 작품들 틈바구니에서
이런 풋내기 감독의 수상소식은 굉장히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저는 신문기사를 보고 처음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수상한 걸로 잠시 착각했었습니다.)

가장 충격을 먹은 사람은 아마도 강력한 황금종려상 후보로 거론되던 '똑바로 살아라'의 감독

스파이크 리 였을 것입니다.  스파이크 리는 매우 촉망받던 차세대 기수로 같은 해 칸 영화제에
함께 출품된 '똑바로 살아라'는 대부분의
평단에서 극찬을 받은 사회문제작이었습니다.  잔뜩
상을 기대했던 스파이크 리는 결국 빈손으로
돌아가는 상처를 입었고,  스티븐 소더버그는 황금
종려상은 물로 남우주연상(제임스 스페이더)
까지 털어가는 수확을 톡톡히 울렸습니다.  그야말로 자고 일어나니 유명해졌다는 표현은 이런 상황에서 스티븐 소더버그에게 어울리는 말일 것
입니다.

칸 영화제 대상을 받은 덕분에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 개봉을 할 수 있었습니다.  불과 120만불의

제작비를 들인 저예산 영화,  세 곳의 주택,  한 곳의 사무실, 그리고 바,  대사를 하는 등장인물은
비디오테이프속 여인까지 합쳐서 총 9명에 불과한 소품이었습니다.  유명배우도 등장하지 않고
오락성도 제로인 이 영화가 칸 영화제의 후광이 없었다면 우리나라에 개봉은 물론이고 출시도
안되었을 것입니다. 






저예산을 들여 만든 이 영화는 미국개봉수익만 2천만불이 넘는 톡톡한 알짜배기 성공을 거두었
습니다.  국내에서는 단관개봉시절이던 당시에 서울에서 가장 큰 상영관인 '대한극장'에서
개봉하였고 비교적 오래 상영하며 서울관객 17여만명을 동원하는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물론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 것은 '칸 영화제 대상 수상작'을 보려는 관객들의 고상한 마음
때문이 아니라 '섹스 어쩌고...'라는 제목 때문이었습니다.   제목에 섹스가 들어가고 거기에
비디오테이프라는 묘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문구도 있으니 질퍽한 성인영화 기대하고 극장을
찾은 관객들이 꽤 많았습니다.  물론 그런만큼 크게 실망하고 나오 관객들도 많았을 것이고.
제목은 '섹스 어쩌구...'였지만 섹스 장면 자체를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았고 그 흔한 가슴노출
이나 엉덩이 노출도 없는 영화입니다.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는 결론적으로 야한 영화가 아닙니다.  더구나 '에로영화'

장르도 아닙니다.   4명의 주요 등장배우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대사'로 때우는 영화입니다.
스티븐 소더버그는 연출과 각본까지 겸했습니다. 

부부관계를 전혀 갖지 않고 지내는 앤(앤디 맥도웰)과 존(피터 갤러거) 부부,  성공한 변호사인

존은 아내에게서 얻지 못하는 성적 만족을 처제인 신시아(로라 산 지아코모)와의 불륜으로
해소하고 있습니다.  정숙한 주부인 언니 앤과는 달리 바에서 일하는 신시아는 관능적이고
성적 욕망이 강한 여성입니다.  어느날 존의 친구인 그래함(제임스 스페이더)이 9년만에
나타나게 되고 그래함은 거처를 구하기 전 며칠동안 존의 집에 머무릅니다.  그래함이 집을
구하는데 앤이 도움을 주고 그래함은 앤에게 자신이 성적불능이라고 고백합니다.  그래함의
육체는 정상이지만 정신적인 문제로 성적인 기능이 상실된 것입니다.  그 후 그래함의 집을
방문했던 앤은 그래함이 여성들과 인터뷰를 하며 성적인 경험담을 말하는 장면을 비디오로
찍는 괴상한 취미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실망하여 돌아옵니다.





영화가 본격적으로 물이 오르는 것은 앤에게 그래함의 이야기를 들은 신시아가 호기심에
그래함을 찿아가면서 부터입니다.  신시아는 그래함에게 인터뷰를 자청하고 비디오촬영에
임합니다.  촬영중 과감히 옷을 벗기까지 하는 신시아는 자신과 존과의 불륜을 고백합니다.
어느날 우연히 신시아와 존의 관계를 알게 된 앤은 홧김에 그래함을 찾아가고 비디오테이프
촬영을 요청합니다.  이 사건으로 4인의 관계는 묘하게 얽히게 됩니다.

여성의 숨겨진 성적욕망과 부부간의 관계,  거짓말하는 인간의 심리 등을 소재로 한 굉장히

독특하면서도 신선한 시나리오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대사에 의존하는 영화라서 자칫
지루해질 위험도 있지만 집중하고 볼 경우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흥미로워지는 내용입니다.
4인의 등장인물의 특징도 흥미로운데 성공한 변호사지만 전형적인 속물인 존,  자유분방하고
가장 자기위주의 삶을 살고 있는 신시아,  반듯한 주부이지만 남편과의 무미건조한 결혼생활
때문에 여성으로서의 욕망을 내면 깊숙이 잊고 지내왔던 앤,  그리고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오랜 방황을 하며 성적장애를 겪고 있는 그래함....부부, 친구, 처제와 형부라는
각각의 관계이면서 비정상적으로 흐르고 있는 4인의 묘한 관계 설정 등을 흥미롭게 다루고
있습니다.  시나리오 위주로 흐르는 영화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는 의도적인 '코믹함'을 거의 배제하고 있기 때문에 우디 알렌류의 영화와는 달리

무겁고 건조해 보일 수도 있지만 거의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각본과 편집때문에 난해하지
않고 집중하기 쉬운 작품입니다.  각종 기괴하거나 난해한 영화들이 많이 몰리는 국제영화제
에서 이런 심플하고 가벼운 작품이 상을 받은 것도 꽤 신선합니다.



이동건과 매우 비슷한 외모의 제임스 스페이터


강리나와 비슷한 분위기의 로라 산 지아코모


제임스 스페이더는 남우주연상을 받았지만,  실제 영화의 주도적인 연기는 앤디 맥도웰이
하고 있습니다.  색다르고 신선한 영화지만 황금종려상과 남우주연상을 몰아주는 결정은
상당한 파격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다소 어부지리 남우주연상이라는 느낌도 듭니다.
제임스 스페이더가 연기한 그래함은 4명중 가장 호기심이 가는 인물이기는 했지만 연기나
분위기를 보면 나머지 3인보다는 많이 심심한 캐릭터였기 때문에 연기력을 크게 필요로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앤디 맥도웰이 연기한 앤이 오히려 여러 감정의 기복과 상황을
표현해야 하는 역할이었지요.

제임스 스페이더, 로라 산 지아코모 모두 신예배우로 이 영화를 통해서 주목할 신인으로

떠올랐으나 20여년이 지난 지금 두 배우의 행보는 많이 아쉽기만 합니다.  특히 로라 산
지아코모의 경우는 이후 귀여운 여인이나 흔들리는 영웅 등에 출연한 이후 급격히 잊혀진
배우로 전락해버렸습니다.   두 배우는 한국의 특정배우와 무척이나 흡사한 외모가 특징인데
제임스 스페이더는 이동건과 거의 판박이고,  로라 산 지아코모는 강리나와 분위기가 매우
흡사한 외모입니다.

배우들은 크게 성장하지 못했으나 감독인 스티븐 소더버그는 칸의 기대에 부응하여 현재

굉장한 위상을 가진 연출가가 되었습니다.  이후 심적인 부담이 큰 상황에서 '카프카'와
'리틀 킹(King of the Hill)' 등의 영화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을 받았으나 2000년에
'트래픽'과 '에린 브롱코비치' 두 편을 크게 성공시키며 흥행감독으로 위상이 올라가는 저력을
발휘, 이후 오션스 시리즈를 통해서 흥행력 높은 헐리웃 중견감독으로 완전히 자리매김에
성공했습니다.  반면 스티븐 소더버그로 인하여 황금종려상의 절호의 기회를 놓친 스파이크 리
감독은 이후 '정글피버'로 다시 칸에서 고배를 마신 이후 데뷔 초기에 받던 기대와는 달리
잊혀져가는 감독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승자였던 스티븐 소더버그는 주목받는 저예산
감독에서 블록버스터 스타감독
으로 변신한 케이스로 '샘 레이미' '피터 잭슨' 등과 유사한 길을
걸은 셈입니다.

어느덧 22년전의 추억의 영화로 자리매김 하고 있는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는

스티븐 소더버그 라는 감독의 신선한 데뷔와 놀라운 수상경력을 만든 행운의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 이후 90년 광란의 사랑, 91년 바톤 핑크까지 3년연속 미국에서 황금종려상을
가져
가기도 했습니다.  바톤 핑크의 코엔형제 역시 칸이 발굴해낸 재능있는 감독이었습니다.

약간 과대평가된 수상결과라고 생각은 되지만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는 흔히 보기
어려운 신선하고 새로운 소재를 좋은 각본으로 잘 꾸민 '알짜배기 저예산 영화'의 표본같은
작품입니다.

평점 : ★★★ (4개 만점)

ps1 : 바람피웠냐고 추궁하는 앤에게 끝까지 그런적 없다고 딱 잡아떼는 존의 모습에서 실제

         많은 남자들이 바람을 피고 저렇게 잡아떼기 작전을 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ps2 : 앤디 맥도웰은 주연으로 여러 편 나온 배우지만 '그레이스토크'에 제인으로 등장했을

         때부터 참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 여배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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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전략사령부(Fail-Safe 64년) 핵전쟁 소재의 군사스릴러 | 지난영화(90년대이전) 2011-04-1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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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전략 사령부
원제 : Fail-Safe
1964년 미국영화
감독 : 시드니 루멧
출연 : 헨리 폰다, 월터 매튜, 댄 오헐리, 프랭크 오버톤
         래리 해그먼, 프리츠 웨버


얼마전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나라안이 뒤숭숭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연평도 포격 후 우리 군측이
미국과 합동으로 서해바다에서 사격훈련을 하기로 했고, 북한은 만약 사격훈련을 할 경우 엄중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사격훈련은 예정대로 강행되었고,  그 날 오전 부터
약 반나절동안 많은 국민들이 긴장감속에서 인터넷 등 뉴스속보를 주시하며 혹시나 있을지도
모를 북의 도발을 걱정하며 '긴 하루'를 보냈습니다.

이 상황은 마치 1964년에 발표된 시드니 루멧 감독의 영화 '핵전략 사령부'의 상황을 연상케
합니다.  공통점이라면 일촉즉발의 긴장된 몇 시간을 보낸다는 소재가 비슷하고, 다른 점 이라면
연평도 사격훈련은 남북간의 소통보다는 자존심싸움으로 국민이 걱정하는 상황이었다면
영화속의 상황은 미소간의 최대한의 신뢰와 소통을 하려는 노력이 벌어졌고,  상황에 대한
걱정과 고뇌는 '국민'이 아닌 대통령과 군인들이 했다는 점 입니다.

'사회파 감독'인 시드니 루멧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크게 대립하는 미소간의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사소한 실수로 말미암아 인류에게 닥칠 핵전쟁의 위험을 해결하기 위해서 미소간의
정상이 대화와 노력으로 사태를 수습하려는 모습을 숨가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물론
두 정상의 국운을 건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점점 나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 영화속
상황을 보면서 이렇게 노력해도 쉽게 풀리지 않는 국가간의 국방문제를 자존심싸움으로 주도권을 쥐려고 한다면 절대 제대로 풀릴 수 없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영화의 배경은 60년대 동서간의 냉전시대,  자본주의 국가에서 '공산국가'를 적으로 간주하던
시대,  미국측은 놀라운 기술력을 통하여 철통같은 국가방위 안보태세를 갖추었고, 위성을 통하여
실시간 감시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어느날 공중에 알 수 없는 비행체가 포착되자
미 국방부는 즉시 작전에 돌입합니다.   핵폭탄으로 무장한 폭력기를 비롯한 전투기들이 해당
장소로 향하고 상황실에서는 긴장된 분위기에서 예의 주시합니다.  결국 비행체는 기류로 인하여
항로를 이탈한 민간여객기임이 밝혀집니다.  그런데 전파방해때문인지 6대의 폭격기 부대가
귀류명령을 전달받지 못하게 되고 이들은 전시상황으로 오해하고 모스크바 영공을 향해
돌진하게 됩니다.  군사수칙에 국경을 넘어가게 되면 대통령의 명령도 듣지 말고 행동해야
한다는 지침이 있었습니다.  긴급상황이 되자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모스크바에 전화를 걸어
소련의 정상인 서기관과 통화를 합니다.  대통령은 이런 사태를 자기네 실수라고 해명하며
믿어달라고 하고 서기관은 미국 폭격기가 진격해오는 상황에서 미 대통령의 말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합니다.  결국 3차대전인 전 인류를 멸망시킬 핵전쟁발생을 막기 위해서
대통령은 중대한 결단을 내립니다.  소련의 국방부를 도와 6대의 미국 폭격기를 추락시키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적을 도와 동료를 추락시켜야 하는 군인들은 명령과 동료애 사이에서
고뇌하게 되면서 상황은 더욱 숨가쁘게 돌아갑니다.

가상의 전쟁위기를 실제상황처럼 숨가쁘게 다룬 영화로 1960년 루이스 길버트 감독이 만든

'비스마르크호를 격침하라'와 함게 전시의 상황실을 가장 박진감있게 다룬 영화입니다.
영화의 가장 볼만한 장면은 아무래도 대통령을 연기한 헨리 폰다가 소련의 정상에게 전화로
호소하는 부분입니다.  국가의 최고 통치자로서 결단을 내려야 할 큰 위기에 진정성을 담아서
소련 서기관에게 호소하는 미국 대통령을 연기한 헨리 폰다는 이 영화에 등장하는 여러 배우들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입니다.





냉전으로 으르렁거리며 대치중인 두 나라가 있고,  어느날 갑자기 다른 나라의 폭격기가

국경을 향하여 돌진하는 사태가 벌어질 때 국가의 최고 통치자로서 무슨 조치를 해야 할까요?
상대받을 믿다가 적의 공격을 받을 수 있고, 그렇다고 공격의도로 간주하고 대응조치를 했다가
거대한 전쟁을 발발시킬 수 있고....'핵전략 사령부'는 굉장히 흥미로운 소재를 놀라운 연출로
박진감있게 이끌어간 군사 스릴러입니다. 

헨리 폰다는 대통령역할에 꽤 어울리는 배우지만 자신의 병사를 추락시켜 달라고 상대국가에

요청해야 하는 힘든 명령을 지시해야 하는 고뇌와 결단의 상황을 굉장히 잘 연기해내고
있습니다.  특히 시시각각을 다투는 명령과 결단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진정성어린 전화통화
연기는
굉장히 호소력이 있었습니다. 

영화의 상황은 굉장히 중립적입니다.  양국의 정상이 어떻게든 상대를 신뢰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꽤 강하게 표현됩니다.  실제로 국가와 국가간의 오해로 큰 문제나 위험이 발생했을 때
최고 통치자가 보여주어야 할 행동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미국대사를 모스크바에 머물게
해서 위험을 함께 하도록 대통령이 명령하자 '기껏 미국인 한 명의 목숨과 수백만명 모스크바인
목숨을 거래하도록 하는가?'라고 말하는 소련 서기관에게 '믿을 수 없을 파격적인 제안'을 하는
헨리 폰다의 결단이 꽤 충격적인 설정입니다.

이번 기회에 아예 소련을 공격해서 쓸어버리자는 측과 그럴 수는 없다고 반대하는 격론이

벌어지고,  '그럼 공산당이 적이 아니란 말이냐?'라는 질문에 '무고한 인명 살상을 하려는 것이냐'
라는 반론이 이어지면서 냉전시대의 '공산국가'를 보는 가치관의 충돌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쟁을 막기위한 철저한 방위태세와 첨단 군사장비가 오히려 사소한 실수만으로도 큰 위험을
불러오게 되었다는 역효과를 절실히 보여주는 영화로 '사고는 기계가 일으키지만 책임은 사람에게 있다'라고 역설하는 헨리 폰다의 대사가 매우 인상적입니다.  상황이 굉장히 악화된 시점에서
헨리 폰다와 소련서기관이 나누는 영화 막바지의 몇분간의 대화장면은 단연 이 영화의 압권입니다.


 


최근 타계한 시드니 루멧 감독은 '12인의 성난 사람들'을 시작으로 유작인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 까지 숱한 걸작들은 남긴 좋은 감독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그의 영화들은 우리나라에 미개봉된 작품이 수두룩합니다.  이름값에 비해서 국내 개봉에서 시드니 루멧만큼 차별받은 경우는 드물 것입니다.

그의 영화들이 사회적인 문제를 제기한 부분이 많고 보수적인 시대에 우리나라에 개봉되기 어려운 점이 많았을 것입니다.  이 핵전략 사령부 역시 적국인 소련을 용감한 미국이 통쾌하게 때려부순다는 내용이었다면 당연히 개봉되었겠지만 미국대통령과 미군들이 소련의 국방부를 도와서 미국 최고의 폭격기를 추락시키려는 작전을 펼친다는 이 불편한 내용의 영화가 60년대 당시에 국내에 개봉되기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더구나 '밝고 희망적인 소재'의 영화도 아니었으니.  꽤 비정한 영화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패밀리 비지니스'나 '글로리아'같은 평범한 시드니 루멧의 영화는 볼 수 있었지만

'네트워크' '에쿠우스'를 비롯한 많은 수작들을 극장에서 만나지 못했습니다.  마지막 작품으로 남게 된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도 그나마 '단관규모개봉'에 그쳤는데 그 영화역시 현대의 가족해체 문제를 뼈져리게 비판한 사회물이었습니다.  사회파 영화의 거장 시드니 루멧이라는 큰 별이 떠났지만 그의 주옥같은 영화들은 오래 빛날 것입니다.

ps1 : 자신의 동료를 추락키도록 소련측을 도우라는 명령에 불복종하다 끌려나간 대령를 보고

         '제정신이 아니 것 같군'이라고 말하자 그 대령에게 공격받았던 장군이 '그는 훌륭한
        군인이오'
라고 반박하는 장면은 명령에 죽고 살아야 하는 전시의 군인에 대한 비정함을
        느끼게 합니다.

ps2 : 여러 출연배우들의 레벨을 볼 때 단연 헨리 폰다가 가장 위상이 높은데 실제로 등장시간도

         많았고 역할도 중요했던 그의 이름이 크레딧 첫번째에 오르지 않았다는 것이 이상힙니다.
         헨리 폰다는 존 웨인이나 스티브 맥퀸 같은 배우들과는 달리 오프닝 크레디에서의 이름의
         순서에 별로 연연하지 않나 봅니다.

ps3 : 벌써 45년이 더 지난 영화인데 어느덧 이 영화가 만들어진 시대와는 달리 미소의 냉전
        시대는
무너지고 사회주의에 대한 개념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세상은 변하기 마련입니다.
        그동안 중국의 개방과 베를린 장벽의 붕괴도 있었군요.

ps4 : 우연인지 모르지만 같은 해 역시 핵문제를 풍자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
라는 영화가 만들어졌습니다.   히로시마 원폭투하 이후 '핵의 위험'을 경고하는 영화
       들이
꽤 만들어져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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