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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모험 | 독서일기 2018-08-25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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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금융의 모험

미히르 데사이 저/김홍식 역
부키 | 2018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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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金融)

[명사] <경제> 금전을 융통하는 일. 특히 이자를 붙여서 자금을 대차하는 일과 그 수급 관계를 이른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금융의 사전적 정의는 이러합니다. 금전을 융통하는 일. 이정도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금융의 정의를 넘어서, 금융에 관한 뉴스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실제로 뭔가를 해보려 하면 앞이 탁 막히는 기분이 듭니다. 듣기만 해도 어려운 용어들, 복잡함, 두려움... 이런 것들이 우리를 가로막죠. 금융에 대해 배우고 이해하려고 몇 번 시도해 보다가 포기하기 일쑤입니다. 대체 금융은 왜 이다지도 어려운 걸까요?


 『금융의 모험』(원제 금융의 지혜The Wisdom of Finance)은 하버드경영대학원의 금융학 교수인 미히르 데사이의 책입니다. 미히르 데사이 교수의 강의는 2001년 우수강의상 수상을 포함해 세 차례나 학생들이 뽑은 명강의에 선정되었다고 해요.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일 것 같지만, 우리나라에는 하버드 교수들의 책이 많이 번역되는 편이고 출간될 때 책의 표지와 띠지에 온갖 화려한 수식어가 박힌 채 등장하죠. (방금 YES24에 검색해 보니, 하버드 ** 강의라든가 하버드 ** 수업 등의 제목을 가진 책들이 너무나도 많네요!) 하지만 제 경험에 따르면 그러한 수식어가 제게 큰 만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너무 어렵거나, 너무 (가치관이?) 다르거나, 내용이 실망스러운 등 다양한 이유들로 인해서요. 이 책의 부제 또한 '세상에서 가장 지적이고 우아한 하버드 경제 수업'인데요, 사실 이 부제를 보고 '어머나 하버드 경제 수업이라니, 정말 기대돼!'라는 생각이 든 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또 하버드냐… 이번엔 어떤지 보자'라면 모를까요.


 하지만, 책의 머리말을 읽고 난 후부터는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저자는 하버드경영대학원의 경영학 석사 학위 졸업반 학생들에게 '마지막 강의' 중 하나를 하기로 약속했었다고 합니다. 이 마지막 강의는 이제 졸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교수들이 지혜의 말을 전하는 일종의 전통이라고 해요. 저자는 강의 준비를 미루다가 결국 자신의 전문 분야인 금융과 관련한 미국 기업계의 최근 추세를 주제로 강의하기로 결정했었는데, 제목이 무려 <슬로 모션으로 재생한 미국의 레버리지 매수>였다고 합니다…. 쓰면서도 정말 당황스럽네요. 졸업반 학생들을 위한 마지막 강의에서 저런 제목의 저런 강의라니요! 아무튼 강의 내용을 결정한 후 저자는 절친한 동료 교수를 만났는데, 그에게 마지막 강의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답니다. 저자의 마음속에서는 "정말인가? 그게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내용이라고 생각하나? 자네한테도 필요한 거라고 생각해?"라고 묻는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고 하네요. 정말 다행인 일이죠. 결국 저자는 방향을 바꾸어, 세간의 금융에 대한 부정적인 짐작을 교정하는 강의를 하기로 결심합니다. 강의의 제목은 <금융의 지혜>로 정하고 금융과 삶을 연결하는 강의를 하게 되는데, 이 마지막 강의 후 학생들의 반응이 엄청나 결국 책까지 쓰게 된 것입니다.


 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어떤 식으로 금융과 삶을 연결하며 금융에 대한 부정적인 통념을 바꾸려 했기에 학생들이 열광적으로 반응을 했던 걸까요? 책의 목차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저자는 보험, 옵션, 리스크, 분산, 역선택 문제, 도덕적 해이, 베타 등 금융의 개념과 문제들을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문학과 드라마, 영화 등을 이용합니다. 그런데 이들을 연결하는 솜씨가 정말 보통이 아닙니다. 제가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은 2장이었는데, 한번 가볍게 살펴볼까요.


 2장의 제목은 '인생은 위험하다: 리스크 관리의 핵심전략, 옵션과 분산'입니다. 리스크 관리, 옵션, 분산이라니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오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2장을 다 읽고 나면 이 개념들에 대한 이해가 정말 머릿속에 선명하게 잡힙니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은 《오만과 편견》입니다. 19세기 영국 문학에는 젊은 여성의 결혼 문제가 빈번하게 등장하는데, 당시 여성들은 청혼자에 따라 재정적 안정을 비롯한 이런저런 리스크에 노출되었습니다. 《오만과 편견》의 여자 주인공 리지(엘리자베스) 베넷 또한 마찬가지였지요. 청혼자 중 한 명인 콜린스는 자기가 왜 값어치가 있는지 구구절절 설명하며 다소 역겨운 태도로 리지에게 구혼하는데, 리지는 거절합니다. 어머니와 동생이 그녀에게 여자가 결혼 시장에서 직면하는 리스크에 대해서 끊임없이 경고함에도 불구하고요. 더 이상 청혼자가 나타나지 않을 리스크에 다시 자신을 노출시킨 셈이죠. 반면 리지의 친구인 샬럿은 리지와는 다른 선택을 합니다. 리지는 리스크에 노출되는 것을 선택한 반면, 샬럿은 안락함을 선택합니다. 리지에게 청혼했다가 거절당하자 샬럿에게 청혼한 콜린스를 선택함으로써요.


 문학 작품을 언급하면서 리스크가 어쩌고 하는 식으로 분석하다니, 완전히 색다른 접근입니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느낀 점은 이러한 연결이 전혀 억지스럽지 않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문학 작품을 다른 각도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어 새로운 재미를 선사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금융의 모험』은 이런 식으로 문학이나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재료와 금융 개념을 연결하며 독자들이 금융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왜 이러한 복잡한 금융 개념이 탄생했는지 이보다 더 쉽고 재미있게 설명할 수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또한 저자는 결과적으로 금융 개념을 우리의 삶과도 연결하는데, '마지막 강의'답게 이 과정에서 학생들을 위한 조언을 빼놓지 않습니다.


 『금융의 모험』은 금융에 대한 책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 금융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것도 당연하지만, 기대외의 큰 수익을 얻은 것도 있는데 바로 다음에 읽어볼 문학 작품 리스트입니다. 《오만과 편견》이야 읽지는 않았어도 알고는 있는 작품이었는데요, 이외에 《필경사 바틀비》나 《피니어스 핀》, 《전망 좋은 방》 등의 작품들은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꼭 읽고 싶은 책이 되었습니다. 『금융의 모험』은 금융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문학적 소양까지 한 번에 얻을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지적이고 우아한 하버드 경제 수업'이라는 다소 부담스러운 부제에도 충분히 부합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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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기가 들려주는 이야기 | 독서일기 2018-08-10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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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타자기가 들려주는 이야기

톰 행크스 저/부희령 역
책세상 | 2018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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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가 톰 행크스라니,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같지 않으신가요? 네, 바로 그 톰 행크스입니다. 《포레스트 검프》와 《라이언 일병 구하기》 등으로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고,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두 번이나 그것도 연달아 수상했으며, 그쪽 세상(?)에서는 드문 깨끗한 사생활과 이후의 커리어까지. 이렇게 다방면으로 재능있는 미국의 국민배우 톰 행크스가 타자기에 영감을 받아 써 내려간 17편의 이야기를 묶어 한 권의 책을 냈습니다. 왜 하필 타자기였을까 궁금했는데, 알고보니 타자기 덕후로 굉장히 유명하더군요. 수백 개의 빈티지 타자기를 모았고 심지어 타자기 앱까지 개발했다고 합니다. (링크) 이제는 타자기를 소재로 한 소설집까지 냈으니 정말 덕후의 끝판왕이라고 할 만 합니다. 대체 타자기가 얼마나 좋으면 이 정도일까요?


 책의 뒷면에 책에 대한 리뷰들이 쭉 달려 있는데, 그 중에서도 띠지에 달린 인상깊은 리뷰가 있었습니다. "진지한 작가의 참된 자질을 입증한 톰 행크스. 설령 연기를 그만둔다고 해도 훌륭한 대비책이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대체 또 소설은 얼마나 잘 썼기에 이 정도의 평을 들었나 궁금해서 책을 바로 읽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바로 납득하게 되었습니다. 아아, 어떻게 한 사람이 이렇게 다 가질 수 있나요. 배우, 감독에 이어 이제 소설가까지...


 소설들을 읽으며 딱 받은 느낌은 '미국적'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미드의 한 회를 보는 듯한 소설들이었어요. 우선 생각보다 타자기가 그렇게 이야기들의 주가 되는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읽기 전에는 17편의 이야기 전부가 내내 타자기만 외칠 줄 알았거든요.) 하지만 그런 건 별로 상관 없고, 다 재미있었어요. 저는 두 번째 이야기인 「1953년, 크리스마스이브」가 가장 좋았는데요, 미국의 평범한 가정의 크리스마스 분위기와 함께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톰 행크스가 밀덕(밀리터리 덕후)으로도 유명하고 실제로 《라이언 일병 구하기》 이후로 전쟁 영화들도 제작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것들을 알고 소설을 읽으니 더 좋았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소재로 삼아 소설로 이렇게 멋지게 써내다니, 정말 부럽고 대단한 기분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또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파리에서의 마지막 홍보 여행」과 「내 마음의 명상록」이었습니다. 「파리에서의 마지막 홍보 여행」은 최고의 스타 배우와 함께 영화를 찍은 무명 배우의 이야기인데, 배경인 파리와 더불어 그 쓸쓸한 아름다움이 느껴졌어요.


나는 오랜 시간 거리를 돌아다녔다. 높은 곳에 올라가 도시의 지평선과, 남쪽 끝에서 북쪽 끝까지 굽이치는 강물과, 모든 유명한 다리 밑을 미끄러지듯 지나가는 긴 유람선들을 보았다. 사람들이 '좌안'이라고 부르는 곳도 보았다. 그리고 에펠탑도. 그리고 언덕 위에 있는 교회들도. 그리고 대로변을 따라 늘어서 있는 모든 박물관도. 그리고 파리의 다른 모든 곳들도.

내 눈앞에는 빛의 도시 전체가 펼쳐져 있었고, 나는 공짜로 그곳을 보았다. (p.105-106)


 「내 마음의 명상록」은 이 책의 제목과 제일 잘 맞고, 타자기 애호가만이 쓸 수 있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타자기 모델이 등장하는데, 검색해보니 다 실제로 존재하는 것들이었어요. 레밍턴 7, 로얄 사파리 포터블, 헤르메스 2000... 타자기들에 대한 묘사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타자기의 소리가 귓속에서 맴도는 듯하고, 쓸 일도 없고 자리만 차지할 것이 뻔한 타자기를 당장 주문하고 싶어집니다.


「내 마음의 명상록」의 주인공, 헤르메스 2000입니다.


 책은 총 500페이지 정도로 얇지 않지만, 여러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담겨있어서 끊어 읽기도 좋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조금씩 맛볼 수 있으니 참 좋았습니다. 평범하여 공감할 수 있으면서도 유머가 담겨있고 나름의 상상을 해볼 수도 있는 17편의 이야기들을 단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다니, 이처럼 좋은 게 또 있을까요? 정말로 톰 행크스는 연기를 그만두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니 부럽네요. 이 책만으로도 이미 다음 책의 잠재 독자들이 세계 곳곳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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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의 신사 | 독서일기 2018-08-06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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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모스크바의 신사

에이모 토올스 저/서창렬 역
현대문학 | 2018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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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스크바의 신사』는 아마존과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 리스트에서 꽤 오랫동안 보았던 책인데, 이번에 현대문학 출판사에서 번역되어 나와 드디어 읽게 되었습니다. 읽기 전에 책에 대한 어떠한 배경지식도 없었던 데다 러시아가 배경이라서 좀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고, 종이책으로 700쪽이 넘을 정도로 분량까지 많아서 겁을 좀 먹은 채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책장은 술술 넘어가고 읽다 보면 어느새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으며, 나중에는 줄어드는 페이지에 한숨이 절로 나올 정도로 재미있는 소설이었습니다.


 1922년, 격동의 러시아에서 알렉산드르 일리치 로스토프 백작은 모스크바 메트로폴 호텔 밖으로 평생 나갈 수 없다는 종신 연금형을 선고받습니다. 그것도 자신이 지내던 화려한 스위트룸이 아니라 창고로 쓰이던 좁고 허름한 다락방에서요. 아무리 호텔이 넓고 좋고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이라지만, 평생을 호텔 밖으로 벗어날 수 없다니 정말 암울한 일이죠. 하지만 이 교양 있는 백작님은 호텔 안에서도 자신의 삶을 잘 이끌어 나갑니다. 나이와 직업을 불문하고 많은 친구들을 사귀고, 자신의 일을 만들고, 맛있는 음식과 와인을 즐기고, 다른 사람들을 돕기도 하면서요.


 로스토프 백작의 친구들이 하도 많아서 여기서 다 소개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꼭 소개해야 할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공주님의 삶을 궁금해하는 아이 니나입니다. 백작은 니나와 친구가 되어 호텔 곳곳을 돌아다니며 호텔의 다양한 비밀에 대해 알게 됩니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사교 범위가 점점 줄어드는 것은 슬프지만, 피할 수 없는 인생의 현실이지." 그가 말했다. "습관에 의존하는 경향이 늘거나 아니면 활력이 주는 탓에 우리는 갑자기 몇몇 익숙한 사람들과만 사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단다. 그래서 나는 인생의 지금 단계에서 너처럼 멋진 새 친구를 만나게 된 것을 굉장한 행운으로 여겨." (p.153)


 이렇게 멋진 백작님은 니나와 소중한 우정을 나누지만, 니나는 점점 자라고 호텔을 떠납니다. 결국 나중에 니나는 자신의 딸 소피야를 로스토프 백작에게 맡기게 되고, 소피야 덕에 백작은 또 예상할 수 없었던 삶을 살게 되지요.


 『모스크바의 신사』에는 독자가 자신만의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요소가 굉장히 많은데요, 저는 특히 요리와 와인에 대한 묘사들이 정말 좋았습니다. 평생 맛본 적 없는 음식에 대한 글을 보면서도 입에 침이 고입니다.


예상했듯이 스튜는 연말인 이 시기에 딱 어울리는 음식이었다. 양파는 달착지근하게 푹 삶고 돼지고기는 천천히 오래 삶았으며 살구는 간단히 끓인 스튜였다. 세 가지 재료가 한데 어우러져 달콤하고 향긋한 맛을 내는 그 요리는 왠지 모르게 눈 쌓인 선술집의 안락함과 집시가 치는 탬버린의 찰랑거리는 소리를 동시에 생각나게 했다. (p.159-160)


이 맛을 어떻게 묘사할 수 있을까?
처음에는 프로방스 지방의 따사로움이 넉넉하게 느껴지는, 생선뼈와 회향과 토마토를 끓이고 달인 수프를 맛본다. 그다음, 부두의 어부에게서 구입한 얇게 저민 해덕의 부드러운 살과 홍합의 짭짤한 탄력을 맛본다. 그리고 스페인산 오렌지와 술집에서 구한 압생트의 당돌한 맛에 놀란다. 이 모든 다양한 인상은 사프란에 의해서―그리스의 구릉 지대에서 수확된 뒤 노새 등에 실려 아테네까지 운반된 다음, 펠러커 편으로 지중해를 건너온 여름 태양의 진수, 사프란에 의해서―형성되고 활기를 띤다고 할 수 있다. 달리 말하자면 첫 스푼을 떠서 이 요리를 맛보는 순간, 우리는 뱃사람과 좀도둑과 아름다운 여인들로 북적거리고, 햇살과 여름, 각종 언어와 삶의 활기로 넘실거리는 마르세유 항구에 있는 우리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p.352-353)


 글로만 봐도 마치 제가 음식을 먹은 듯 행복해집니다. 백작의 와인에 대한 해박한 지식도 놀라울 정도인데, 제가 와인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다 보니 그 부분을 제대로 즐길 수 없어 굉장히 아쉬웠습니다. 언젠가 제대로 알고 다시 소설을 읽는 날이 오게 될까요?


 니나 말고도 또 빼 놓을 수 없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백작의 아주 오랜 친구 미시카, 그리고 호텔에서 백작과 삼총사를 이루는 안드레이와 에밀입니다. 미시카의 이야기는 독자들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게 하고, 안드레이와 에밀의 이야기는 독자들의 입가에 미소를 선사합니다. 그 외에도 정말 다양한 친구들과의 감동적이고 재미있는 스토리가 가득 담겨있어요. 어떤 이야기일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궁금하다면 지금 당장 『모스크바의 신사』를 집어드시면 됩니다!


 저는 책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이 정도로 두꺼운 책을 보면 다 읽을 수 있을까 걱정을 먼저 합니다. 읽으면서도 계속 얼마나 남았는지 페이지 수를 세기도 하고요. 사실, 『모스크바의 신사』를 읽으면서도 남은 페이지 수를 셌습니다. 이 재미있는 소설을 얼마나 더 오래 읽을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요. 1922년에서 1954년까지, 호텔에서만 살았던 한 신사의 삶을 이렇게 재미있고 다채롭게 풀어낸 작가에게 우선 감탄하게 되고, 또 번역자께서 언급하신 사실도 놀랍습니다. 작품의 시간 구성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포함하여 번역에 참고할 사항을 정리하여 작가가 직접 이메일을 보냈다고 하네요. 작가의 홈페이지에 가면 이 소설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몇 가지 나와있으니 함께 읽으시면 소설을 더 풍성하게 읽을 수 있겠습니다. 번역도 굉장히 좋아서 원서로 읽지 못한다는 아쉬움 없이 아주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소피야, 내가 너한테 몹쓸 짓을 한 것만 같아서 두렵구나. 네가 어린아이였을 때부터 난 이 건물의 사방 벽 내부로 한정된 삶으로 너를 끌어들였어. 우리 모두가 그런 거야. 마리나, 안드레이, 에밀, 나, 우리 모두가. 우린 이 호텔이 진짜 세상처럼 넓고 멋진 곳으로 보이도록 만들려고 애를 썼어. 네가 이 안에서 우리랑 더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하기 위해서였지. 하지만 네 엄마 말이 정확하게 맞았어. 사람은 금박으로 장식된 홀에서 <셰에라자드>를 들음으로써, 혹은 자기만의 동굴에 갇혀 『오디세이』를 읽음으로써 자신이 지닌 가능성을 실현하는 게 아냐. 사람은 거대한 미지의 세계를 향해 발을 내디딤으로써 자신의 가능성을 실현하는 거야. 중국 땅을 여행한 마르코 폴로나 아메리카 대륙을 찾아 항해에 나섰던 콜럼버스처럼 말이야.” (p.608-609)


 백작님의 많은 명대사들 중 제 마음에 가장 울림을 남긴 부분입니다. 백작도 당연히 완벽한 사람은 아니지만, 정말로 소피야에게만큼은 세상 최고의 아버지입니다. 그리고 『모스크바의 신사』 덕분에, 멋진 아버지가 자신의 사랑하는 딸에게 진심을 다해 전하는 조언을 저도 엿들을 수 있었습니다. 『모스크바의 신사』는 단순히 재미만 느낄 수 있는 소설이 아니고, 다양한 각도에서 제 삶을 더 풍성하게 해 주었습니다. 이런 게 바로 소설을 읽는 묘미겠지요. 이 아름다운 소설을 만나게 해 주신 작가와 번역가님, 출판사와 YES24에게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또, 더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으며 저처럼 행복감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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