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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마음 | 독서일기 2019-01-05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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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일하는 마음

제현주 저
어크로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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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2018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팔린 책은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라고 합니다. 이 책을 시작으로 온갖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하여 독자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주는 에세이가 굉장히 많이 출간되었고, 또 아주 잘 팔렸죠. (찾아보니 캐릭터 바람의 원조는 2016년 출간된 백영옥 작가의 『빨강 머리 앤이 하는 말』로 보는 것 같습니다. 무려 30만 부가 넘게 판매됐다고 하네요. 출처) 하지만 이런 식의 "힐링 에세이"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습니다. 별 내용도 없이 얄팍한 위로를 전달한다, 캐릭터만 다르고 내용은 다 비슷하다, SNS에 올리기 위한 책이다 등 다양한 의견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이런 책들이 유행한다는 것은 모두가 우울함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지만, 그저 "괜찮아, 너의 잘못이 아니야"라고 위로만 하는 것은 근본적인 원인에서 눈을 돌리게 만든다는 의견도 어디선가 보았는데 굉장히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그다지 힐링이 필요하지는 않아서 최근 유행한 이런 에세이들을 읽지는 않았지만 굳이 폄하할 필요까진 없다고 생각했는데, 서점의 에세이 코너에서 파스텔 톤의 배경에 예쁜 그림이 그려진 비슷한 표지의 책들이 수십 권 진열된 것을 보니 확실히 기이함이 느껴지긴 하더군요.


 그렇다면 "별 내용도 없는 얄팍한 위로"가 아닌 "깊은 위로"를 전달하는 책은 대체 무슨 책일까요? 이런 질문을 최근 몇 달 동안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에 읽은 책이 제게는 정말 큰 공감과 위로를 주었습니다. 바로 임팩트 투자사인 옐로우독의 제현주 대표님이 쓰신 『일하는 마음』입니다. 제현주 님의 글은 퍼블리의 리포트를 통해서도 몇 번 읽은 적이 있고, 공저하신 『일상기술 연구소』도 읽었지만 기억에 많이 남지는 않았었는데, 이번 책은 읽는 내내 밑줄을 치고 싶었습니다. 저는 아직 학생이기 때문에 제대로 일을 해본 적이 없는데, 이 책을 통해 앞으로 어떤 자세로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할 수 있었고 위로와 함께 실질적인 도움도 받았습니다.


 이 책에는 좋은 내용이 정말 많지만, 제가 가장 좋았던 내용은 저자가 전문성과 탁월성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나눈 부분이었습니다. 앞으로 취업을 하고 계속 일을 해야 할 텐데, 저는 전문성을 쌓아서 꾸준히 오랫동안 일하며 제 가치를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했었거든요. 하지만 그 전문성이라는 것이 대체 무엇인가요? 이렇게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시대에 기존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전문성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는 아주 제한적이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미래에도 계속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요?


 객석을 빼곡히 채운 청중 중 한 명이 던진 질문은 전문성에 대한 것이었다. 직업적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시대에 경력에 대해 전환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유연한 태도가 전문성을 구축하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간주되기 때문일 것이다. (...)

 나는 "전통적인 의미의 전문성을 어떻게 갖추느냐보다는 자신만의 탁월성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답했다. 전문성이 한 가지 이름의 직업과 결부되는 것이라면, 탁월성은 일을 바라보는 접근법, 다양한 분야로 확대할 수 있는 중심 기술과 연결된다. 중심 기술은 사실 하나의 서사이자 이름 붙이기다. 기자였다가 번역가이자 작가로 일하고, 또 비영리단체의 옹호부장에서 사업본부장을 거친 김희경 작가는 자신의 중심 기술이 "정보를 구조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직업과 지위는 계속 바뀌었지만, 정보를 구조화하는 것이 언제나 자신의 일이었다는 것이다.

 크고 작은 다양한 시도를 거듭하며 '우연히' 다음 단계를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에 자신을 열어두는 것,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을 '스스로' 판단하고 찾아가는 것. 전통적인 이름으로 담을 수 없는 파편적 경험들을 관통하는 '이름'을 붙이고 말하는 것. 어쩌면 이런 조언들은 유동성이 불가피한 현실에 맞춰 진화한 자기계발의 복음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삶의 방식이 이틀에 걸쳐 논의되는 가운데, 기본소득을 주제로 다루는 세션을 마련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p.162-163)


 제가 전문성에 대해서 오랫동안 고민을 한 이유는 여러가지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제 관심사가 너무 광범위하다는 데 있었습니다. 통념에 의한 전문성은 한 가지 분야에 오래 집중해야 얻어지는 것일 텐데, 저는 한 가지에 집중하기엔 알고 싶은 것이 너무 많거든요. 경제, 역사, 사회, 정치, 환경, 공학, 의학, 예술 등 셀 수 없이 많은 분야에 관심을 두고 배우면서도 이렇게 블로그에 서평을 남기는 일도 꾸준히 하고 있죠. 최근엔 영화를 본 후에도 리뷰를 남기기 시작했고요. 이렇게 배우고 글을 쓰는 데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전문성이라는 것을 키운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별로 쓸모 없는 일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계속 이렇게 해도 되나 하는 걱정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이런 걱정은 조금 덜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이제 전통적인 의미의 전문성보다 중요한 것이 더 많아지고 있으니까요. 이런 식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다 보면 그만큼 다양한 가능성에 저를 노출시킬 수 있을 테고, 그런 과정에서의 경험들을 관통하는 이야기를 제가 스스로 엮어나갈 수 있다면 충분히 제 자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얼핏 보아 파편적이고 불연속적인 경험을 통해서도 일관되고 의미 있는 이야기를 써내려갈 수 있는 사람은 자기 기준을 가지고 있고, 그 기준에 맞춰 자기 일의 경험을 스스로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만들어내는 탁월성은 전문성으로 치환되지 않더라도 굳건한 디딤돌이 되어준다. 탁월성의 세계는 교복 입은 학생의 세계와 다르다. 탁월한 사람이 언제나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은 아니다. 한 조직 내에서 가장 먼저 승진하고 가장 좋은 고과를 받는 사람이 언제나 가장 탁월한 사람이란 법은 없다는 의미다. 스스로 탁월성을 향해 움직이는 사람은 자기 목표를 향해 자기 기준으로 일을 하는 사람이고, 그렇게 일하는 사람은 외부의 훈장이 주어지기 '전에' 스스로 자기 일의 보상을 누린다.

 전문성이라는 디딤돌이 정적인 것, 자격증이나 회사 타이틀, 직책의 이름을 획득하기 위해 한참 머물러야 얻어지는 것이라면, 탁월성은 끊임없이 이것과 저것을 조합하고, 그 모든 경험을 관통하면서 만들어내는 자신만의 역량이자 고유한 스토리일 것이다. (p.169-170)


 그러므로 이제 저의 고민은 전문성에 관한 것이 아니라 탁월성에 관한 것이 되었습니다. 저만의 목표와 기준을 세워서 일을 하고 외부의 인정과 상관없이 저 스스로의 보상을 누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삶을 살 것 같습니다.


 "분절적인 경험밖에 할 수 없다면, 나는 여기서 뭘 얻어갈 수 있을지 먼저 생각해야겠죠. 그리고 일하는 과정에서 계속 개인적인 결산을 해나가는 거죠. 그러니까 조직의 목표와는 별개로, 개인적인 층위 안에서 목표 설정이 되어 있고, 그 목표에 따라 계속 점검해야 한다는 거예요. 일의 경험을 자기 방식으로 해석하지 못하면, 자기 언어가 없이 분절적 경험만을 가진 상태로 머물 수밖에 없으니까요.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간판을 획득하고, 그 간판으로 자신의 경험들을 이해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스스로 언어를 만들고 자신의 경험들을 해석할 수 있는 틀을 규정해 나가는 것 외에 방법이 없어요. 꼭 원대하게 해석을 하라는 의미는 아니에요. 크건 작건 스스로 만든 해석의 틀이 없으면 계속 분절된 자신으로 사는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내가 여기에서 일하는 이유를 사장님이 정하게 하지 말라고, 자기 스스로 정한 방향으로 계속 생각하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물론 어려운 일이지만요." (p.170-171)


 위에서 쭉 한 이야기와 비슷한데 좀 구체적인 내용이라서 옮겼습니다. 대부분이 조직 내에서 일을 하게 되는데, 조직의 목표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따르며 점검을 하는 것도 중요하고, 그렇게 자기만의 언어를 가져야 한다는 말씀을 하고 계시네요. 지금 저의 고민에 대한 가장 실질적인 조언이면서, 동시에 제게는 큰 위로를 주는 부분이었습니다.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저만의 방식을 추구해도 되겠다는 자신감을 얻었거든요.


 저는 책에서 가장 좋아한 내용 일부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했지만, 『일하는 마음』은 그 외에도 정말 다양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렇게 일에 대한 깊고 단단한 생각을 담은 책이 이 세상에 또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일을 하고 계신 모든 분들의 시야를 확장할 좋은 질문거리를 제시하는 책입니다. 그리고 좋은 책들의 제목도 참 많이 등장합니다. 전에 샀지만 아직 읽지 못한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 『아픈 몸을 살다』, 『랩걸』,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는 빨리 읽고 싶어졌고, 『몸의 증언』, 『배우는 법을 배우기』는 언젠가 읽을 책 목록에 추가했습니다. 이래서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오히려 읽을거리가 증식하죠!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좋은 책과 그 책에서 추천하는 책을 만나는 것은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더 많은 분들이 이 책을 통해 이런 즐거움을 누리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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