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블로그 | 랜덤블로그 쪽지
코니의 독서일기
http://blog.yes24.com/coiio
RSS
태그 & 테마링 | 방명록
코니
책을 읽어요
파워 문화 블로그

PowerCultureBlog with YES24 Since 2010

15·16·17기

프로필 쪽지 친구추가
12월 스타지수 : 별93
댓글알리미 비글 : 사용안함
전체보기
서평단 신청
포스트
나의 리뷰
독서일기
영화일기
태그
내용이 없습니다.
2019 / 12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월별보기
오늘 15 | 전체 29911
2017-04-13 개설

2019-12 의 전체보기
우리집 테라스에 펭귄이 산다 | 독서일기 2019-12-31 16:25
테마링
http://blog.yes24.com/document/11948563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우리집 테라스에 펭귄이 산다

톰 미첼 저/박여진 역
21세기북스 | 2016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우리집 테라스에 펭귄이 산다』는 소설 같은 제목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 저자에게 벌어졌던 일을 바탕으로 쓰인 에세이입니다. 저자 톰 미첼은 영국인으로 20대 초반이던 1970년대에 아르헨티나에서 기숙학교 교사를 한 적이 있는데, 우루과이에서 휴가를 지내다 만난 마젤란펭귄 후안 살바도르와 함께 동거하게 되어 그 이야기를 이 책에 재미있게 담아내었습니다.


 고즈넉한 오후, 휴가지에서 있었던 이런저런 일들을 떠올리며 해변을 산책한 지 10~15분쯤 됐을까. 내 눈에 충격적이고도 비통한 광경이 들어왔다. 처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움직임이 없는 검은색 물체였다. 처음에는 얼마 되지 않는 줄 알았다. 그런데 다가가서 보니 그 수가 어마어마했다. 검은색 카펫을 깔아놓은 듯 검은 사체들이 해변을 온통 뒤덮고 있었다. 검은 기름을 뒤집어쓴 펭귄들이 바다 수위를 표시하는 기둥부터 북쪽 해안을 따라 끝도 없이 길게 누워 있었다. 펭귄들은 끈적거리고 역겨운 기름과 타르에 숨통이 막힌 듯 기름범벅이 된 채로 죽어 있었다.

(...)

 나는 죽은 새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기가 영 거북스러워 일부러 걸음을 재촉했다. 그런데 시야 한편에서 언뜻 미약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그 움직임은 바다의 흰 거품 쪽이 아니라 움직임이라곤 전혀 포착되지 않았던 검은 해변에서 느껴졌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움직임이 느껴지는 곳을 주시했다. 착각이 아니었다. 대견하게도 펭귄 한 마리가 살아 있었다. 온통 죽음뿐인 그곳에서 유일하게 고군분투하고 있는 단 하나의 생명이었다.


 이렇게 참혹한 환경에서 우연히 만난 펭귄 한 마리를 살리기 위해 집으로 데려온 저자는, 처음엔 기름때만 씻어준 후 펭귄을 바다로 돌려 보내주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바다로 돌아가기는커녕 자신만을 따라오는 펭귄을 저버리지 못했습니다. 동물원에 맡기려는 생각도 했지만, 동물원에서 비참하고 무기력하게 살고 있는 펭귄들의 모습을 보고는 결국 함께 살기로 다짐하죠. 하지만 그가 사는 환경은 평범한 집이 아니라, 바로 학생들로 가득한 기숙학교였습니다. 후안은 학교의 인기 스타가 되었고, 심지어 학교 구성원들의 고민 상담원 노릇까지 하게 됩니다.


 후안이 다른 이의 말을 잘 들어준다고 생각하게 된 건 그의 태도 때문이다. 후안은 상대가 말을 할 때 고개를 끄덕이고 눈을 바라보며 귀를 기울인다. 후안을 찾아온 사람들은 후안의 무거운 입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며 후안의 격려에 기댄다. 인간의 말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후안에게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후안의 눈동자에는 뛰어난 달변가가 갖추어야 할 명쾌한 의사전달 법이 모두 담겨 있다. 이따금 나는 후안의 주식인 생선이 두뇌 발달에 그렇게 좋다고들 하는데, 혹시 그 때문에 후안이 친구들에게 통찰력 깊고 지혜로운 대답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제가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행복했던 부분은, 소년 디에고와 후안이 함께 수영하는 모습에 대한 묘사입니다. 디에고는 볼리비아에서 온 형편이 다소 어려운 아이였습니다. 지독한 향수병에 시달렸고 학교생활에도 잘 적응하지 못했으며 친구도 별로 없었죠. 하지만 후안을 돌보기 위해 시장에서 청어를 사 오고, 테라스를 청소하고, 후안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우울함에서 벗어나 위안을 얻습니다. 심지어 후안과 함께 수영하면서 자신의 잠재력을 드러내고, 어느새 이 잠재력을 찬란하게 꽃피워 모든 아이들이 친구가 되고 싶어 하는 학생으로 성장하죠.


 그날 밤 나는 두 번째 충격을 받았다. 디에고는 그저 수영을 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수영을 잘했다! 디에고는 후안의 뒤를 쫓아갔다. 만약 다른 사람이 그렇게 했다고 하면 정말 터무니없게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디에고는 전혀 우스꽝스럽지 않은, 기가 막히게 우아한 동작으로 수영을 했다. 디에고가 수영을 하자 후안이 디에고 주위를 빙빙 돌았다. 그리고 둘은 똑같은 동작으로 수영을 했다.

 내 평생 서로 다른 두 종이 그렇게 교감하는 장면은 처음 봤다. 그 둘은 마치 바이올린과 피아노 듀엣 연주처럼 서로의 기술을 돋보이도록 안무를 하며 완벽하게 교감하고 있었다. 주연도, 조연도 없었다. 때론 후안이 앞서면 디에고가 후안의 뒤를 쫓아갔다. 후안은 디에고가 자신의 뒤를 바짝 따라올 수 있도록 속도를 조절했다. 후안은 그렇게 멈춰 섰다가 다시 날듯이 수영을 했다. 때론 디에고가 앞서서 수영을 하면 후안이 마치 누에가 고치를 짓듯 8자로 디에고의 주위를 빙빙 맴돌았다. 어떤 때에는 둘이 거의 몸이 닿을 정도로 바짝 붙어서 수영을 하기도 했다. 절묘한 파드되를 보는 듯했다. 황홀한 광경이었다.

 그날 저녁, 그날의 분위기는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신비로웠다. 무수히 많은 장면이 한데 어우러지는 마법 같은 시간이었다.


 이 책을 통해 인간이 지구에 미치는 끔찍한 영향과 결과, 펭귄이라는 동물의 사랑스러움, 펭귄과 아이들의 귀엽고도 뭉클한 교감, 아름답고 광활한 자연의 묘사, 그리고 언제나 슬픈 이별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쿠데타와 엄청난 인플레이션 아래 살아가야 했던, 그리고 여전히 진행 중일 평범한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고통과 빈부격차 같은 이야기들도 볼 수 있고요. 무엇을 더 중점적으로 보든, 명랑하고 생기 가득한 펭귄 후안의 모습은 독자들의 뇌리에서 쉽게 잊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1        
책: 책이었고 책이며 책이 될 무엇에 관한 | 독서일기 2019-12-29 13:09
테마링
http://blog.yes24.com/document/11940172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

애머런스 보서크 저/노승영 역
마티 | 2019년 09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애머런스 보서크의 『책: 책이었고 책이며 책이 될 무엇에 관한』은 책이 무엇인지, 어떻게 발전했는지, 그리고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원제는 『The Book』으로, 한국어 제목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마티 출판사의 책이 언제나 그렇듯, 책의 만듦새가 뛰어나고 디자인이 참 좋아서 읽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우리가 보통 읽는, 네모난 모양의 종이책을 가리켜 "코덱스(codex)"라고 부릅니다. 킨들, 크레마와 같은 전자책 단말기와 태블릿 PC의 등장 이후로 이런 종이책의 시대는 저물 것 같았지만 지금 보면 전혀 그렇지 않죠. 심지어 미국에서도 전자책 시장의 성장은 주춤하고 다시 종이책이 부활하고 있다고 하니까요. 어쨌거나 우리가 지금 손에 쥐는 코덱스의 시대가 오기 전까지, 책의 구조가 다양한 발전을 거쳤음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점토판에서 파피루스 두루마리로, 양피지에서 간책과 종이 두루마리로, 그리고 종이 아코디언에서 코덱스로 책의 구조가 발전하면서, 그리고 인쇄술이 발전하면서 우리는 방대한 지식을 쉽게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텍스트의 기계적 재생산이라는 중요한 기술적 변화와 더불어 우리가 책과 어떤 관계를 맺는가에 대한 철학적 변화가 인쇄본 코덱스의 초창기에 일어났다. 이 시점에 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같은 친밀한 공간이 되었다. 책은 하루하루 기도문을 건네 신앙 생활의 길잡이가 될 수도 있었고 비극의 구조에 대한 옛 사람들의 생각을 전해줄 수도 있었다. 지금의 우리는 여러 종류의 독서 경험을 누리지만, 서구 문화에서 '책'을 들여다보는 거의 보편적인 통로는 이 친밀함의 렌즈다. 코덱스는 소유자의 지성을 드러내는 표시로서 소유되고 개인 서재에 보관될 수 있다. 코덱스는 표지로 싸서 보호하거나 감출 수 있다. 코덱스는 사랑의 징표나 크나큰 연대감의 상징으로서 손에서 손으로 전해질 수 있다. "이 책이 맘에 들더라. 당신도 좋아할 것 같아서." 여행 안내서이든 로맨스 소설이든 책이 표지로 둘러싸인 작은 세계라는 인식에는 변함이 없다. 우리는 자신이 책 속으로 사라졌다가 독서 경험에 의해 변화된 채 몇 시간 뒤에 다시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p.102)


 이렇게 코덱스가 상품이 되면서 인쇄업자들은 자신의 책을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한 다양한 부속물들을 개발했다고 합니다. 발행인의 이름 머리글자와 상징이 들어 있는 '발행인 표장' 같은 것은 오늘날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펭귄 로고 같은 것을 탄생시켰고, 차례, 쪽수, 찾아보기 같은 유용한 도구들도 이 시기(17세기)에 만들어졌습니다.


 불, 곤충, 물, 햇빛에 취약하긴 하지만 코덱스는 사실 경이로운 보관 매체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필요 없고, 덥거나 추운 기후에서도 보관할 수 있고, 고급 중성지에 인쇄하여 제본하면 독자의 손에 묻은 기름과 들었다 놨다 하는 충격과 펼쳤다 덮었다 하면서 서서히 책등을 쪼개는 동작도 이겨낼 수 있다. 하지만 정치적 힘과 시장의 힘에는 당해낼 수 없다. 이념이 변하고 자료가 갱신되고 도서관이 꽉 차면 책은 매각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폐기된다. (p.202-203)


 하지만 물리적인 책은 영원할 수 없습니다. 그 형태 때문이든, 아니면 정치적 혹은 사회적 힘 때문이든 말이에요. 많은 도서관들은 만성적인 공간 부족에 시달리고, 책은 아무리 잘 보관하려 해도 시간이 지나면 낡게 마련입니다. 특히 도서관에서 계속 대출되는 책이라면 더 그렇지요. 오래전에 절판되었지만 여전히 찾는 사람이 꽤 있는 책을 도서관에서 빌린 적이 있는데, 정말 심각하게 낡아서 읽기 싫을 정도였습니다. 값어치가 꽤 나가는 절판된 책은 아예 도서관에서 사라지기도 하지요. 디지털화가 대안으로 언급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책에서도 지적하듯 기술 발전의 속도가 빨라지면 오히려 디지털 책의 유통기한이 더 짧아지기도 합니다. 기술 발전에 발맞춰 호환성을 유지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이 다루는 것은 물질화된 텍스트―우리가 '책'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읽는 휴대용 수단―이다. 이 수단은 설형문자 점토판 이후로 4500년간 변해왔으며 통신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보건대 앞으로도 계속 변할 것이다. 전자책과 이전 매체의 관계를 고려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문학비평가 N. 캐서린 헤일스가 '물질적 은유'라 부르는 것으로 책을 들여다보게 된다. 우리는 이를 통해 언어와 접촉하며 이를 통해 우리의 접촉 방식을 바꾼다.

 헤일스는 말한다. "인공물의 물리적 형태를 바꾸는 것은 단지 읽기 행위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말과 세계의 은유적 관계를 속속들이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p.221)


 전자책 단말기는 인쇄본 코덱스에서 발전한 요소들을 계속하여 재매체화하면서 성장하고 있다. 가볍고 가지고 다닐 수 있고 눈이 부시지 않은 흑백 전자 잉크 화면을 갖춘 전자책 단말기는 크기도 얇은 페이퍼백과 비슷하다. 대부분 형광펜과 메모 기능이 있고, 페이지 넘기기와 가상 북마크를 모방하며, 마지막으로 읽은 위치를 저장하는데, 이 기능이 필요한 것은 텍스트를 유동적인 것으로 취급하기에 기기와 글자 크기에 따라서 쪽 번호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전자 잉크 독서 기기의 디자인은 단추와 손잡이를 최소화하면서 점차 간소해졌는데, 이는 전자책 단말기가 텍스트 읽기의 인터페이스에 불과하다는 통념을 부각하고 디지털 탈육의 신화를 영속화한다. 전자책 단말기는 활자 크기와 서체를 바꾸고 어두운 곳에서는 화면을 밝힐 수 있으며 기기에 따라서는 내장 TTS 기능으로 책을 읽어주기도 한다. 이런 편의 기능은 종이책의 고정된 인터페이스와 다른 중요한 특징이며 디지털화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p.256-257)


 이어 '인터페이스로서의 책' 부분에서는 디지털 책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 구텐베르크와 디지털 아카이브, 세상의 모든 책을 스캔하겠다는 구글 북스에 이어 제 주요 관심사인 전자책 단말기에 관한 내용이 등장합니다. 제가 처음 만난 전자책 단말기는 리디북스에서 나왔던 6인치 페이퍼(300ppi)였는데요, 이 기기 이후 전자책 단말기의 매력에 홀딱 빠져 크레마, 킨들, 누크, 코보 등 정말 다양한 브랜드의 기기를 사용해 보았습니다. 꼭 책을 읽기 위해서만은 아니고 제가 전자기기를 좋아하다 보니 이렇게 된 감이 있긴 하지만, 저는 책을 읽어보고자 하는 분들께 단말기를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편입니다. 책을 아무리 많이 사도 물리적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다는 것이 최고의 장점이고, 특히 저는 여러 책을 동시에 읽는 편이라서 기기 한 대 안에 수백, 수천 권의 책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큰 매력이죠.


 물론 코덱스로 읽는 경험과 전자책 단말기로 읽는 경험은 다릅니다. 사람에 따라 이 차이를 아주 크게 느끼기도 하죠. 전자책 단말기를 이용하면 서체의 종류와 크기, 여백 등을 개인의 취향에 맞추어 바꿔 읽을 수 있습니다. 형광펜 표시한 부분을 나중에 아주 쉽게 찾아갈 수 있고, 책 내용을 바로 검색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화면 터치 또는 버튼만으로 장을 넘기는 것과 책의 종이를 넘기는 것, 손에 쥔 인터페이스의 무게와 형태의 차이는 위에 인용된 문학비평가 N. 캐서린 헤일스의 말처럼 단지 읽기 행위의 차이에 불과한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매리언 울프의 『다시, 책으로』에 인용된 연구들에 따르면 동일한 내용을 인쇄물로 읽느냐, 스크린으로 읽느냐에 따라 독해력과 기억력에 작지 않은 차이가 발생한다고 하고요.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지만, 이런 차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처럼 『책: 책이었고 책이며 책이 될 무엇에 관한』은 사물로서의, 내용으로서의, 아이디어로서의, 인터페이스로서의 책을 다루며 책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깊게 탐구합니다. 중간에 다소 지루한 부분도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책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아서 메모를 꽤 많이 하면서 읽었네요. 책은 언제나 제 일상의 일부인데, 이렇게 당연하게만 여겨지던 것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기회를 갖는 것은 흔치 않은 즐거움입니다. 더 많은 분들이 이 책을 통해 저와 같은 즐거움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책이라는 용어가 애매모호한 것은 단점이 아니라 오히려 최대의 자산이다. 책은 우리가 생각과 만나는 말랑말랑한 구조다. 사물, 내용, 아이디어, 인터페이스 ― 책은 우리를 바꾸고 우리는 책을 바꾼다. 한 글자 한 글자, 한 페이지 한 페이지씩. (p.275)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2        
비커밍 | 독서일기 2019-12-25 23:53
테마링
http://blog.yes24.com/document/11928701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비커밍 Becoming

미셸 오바마 저/김명남 역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1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미셸 오바마의 자서전, 『비커밍』을 드디어 읽었습니다. 시카고의 평범한 흑인 여자아이에서 변호사를 거쳐 퍼스트레이디가 되기까지, 그리고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긴 여정을 펼쳐 보이는 이 책은 결코 짧지 않지만,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다채로운 이야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어쩌면 평범한 아이로 클 수 있었을지 모르는 미셸 오바마를 이렇게 성장시킨 환경은 여럿입니다. 우선 첫 번째로 꼽고 싶은 것은 바로 미셸의 부모님입니다. 미셸의 엄마는 미셸이 초등학교에서 잘못된 반과 담임 선생님을 만나자 학교에 강력하게 요청하여 월반을 시킬 만큼 자녀의 교육에 적극적이었습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의 중요성을 알았기에 미셸에게 밖으로 나가 동네 아이들과 어울리기를 권하기도 하고, 계란을 싫어하던 미셸이 "아침에 왜 꼭 계란을 먹어야 해요?"라고 질문하자 토론 끝에 자신의 입장을 바꾸었습니다. 미셸의 부모님은 아이들의 질문을 진지하게 들어 주었고, 나중에는 인종, 불평등, 정치에 대한 대화까지 자유롭게 나눌 정도로 토론하는 문화를 가꾸었습니다. 자신들은 좁은 세계에서 살았지만 자녀들은 자신처럼 살지 않을 것이라 믿었으며 그렇게 되게 하기 위해 애썼습니다.


 돌아보면, 어머니가 부모로서 지킨 마음가짐은 아주 훌륭하고 나로서는 따라 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어느 순간에도 동요하지 않는 선불교적 중용에 가까웠다. 친구들의 어머니 중에는 아이의 감정 기복을 자기 감정처럼 고스란히 받아안는 분도 있었고, 자기 문제를 처리하는 데 급급하여 아이의 삶에는 존재감을 거의 미치지 못하는 분도 있었다. 우리 어머니는 그저 한결같았다. 쉽게 판단하지 않았고, 쉽게 참견하지 않았다. 대신 우리 기분을 면밀히 살폈고, 무엇이 되었든 그날 우리가 겪은 시련이나 성공을 자애롭게 지켜보는 증인이 되어주었다. 상황이 나쁠 때라도 동정은 아주 약간만 표시했다. 우리가 뭔가 잘 해내면 딱 적당한 정도로 칭찬하여 자신도 기쁘다는 사실을 알렸지만, 그 이상 지나치게 칭찬하여 우리가 어머니의 칭찬을 바라고 무언가를 하게 되는 상황은 만들지 않았다.


 두 번째는 고등학교입니다. 미셸 오바마는 당시 시카고 최고의 공립학교 중 하나로 꼽히던 휘트니 영 고등학교의 입학시험에 합격합니다. 여기서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고, 또 훌륭한 선생님들에게 교육을 받으며 결국 프린스턴 진학에 성공합니다. 물론, 여기서도 미셸은 자신의 가치를 평가 절하하는 진학 상담사를 뛰어넘어야 했지만요.


 세 번째는 프린스턴입니다. 미셸이 묘사하는 프린스턴의 환경은 환상적입니다. 다섯 가지 메뉴를 아침으로 제공하는 학생 식당,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탁 트인 잔디밭, 유럽의 대성당 같은 중앙도서관, 그리고 이런 환경을 평생 겪어온 친구들. 하지만 한편으론 당시 프린스턴은 백인적이고, 동시에 남성적이었습니다. 남학생 수가 여학생 수의 두 배가 넘었고, 신입생 중 흑인은 9퍼센트보다 적었습니다. 미셸은 흑인 및 라틴계 학생 공동체 내에 머물며 서로 안도감과 지지를 나누었고, 동시에 자신의 환경을 누리며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소수 인종 학생들과 저소득층 학생들은 늘 이런 과제를 극복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러려면 에너지가 든다. 강의실에서 유일한 흑인이 되는 일에는, 연극 오디션에 나서거나 교내 팀에 가입하는 몇 안 되는 비백인 학생이 되는 일에는 에너지가 든다. 그런 환경에서 입을 열고 존재감을 발휘하는 일에는 노력이 들고 별도의 자신감이 필요하다. 나와 친구들이 저녁마다 식사 자리에 모여 약간의 안도감을 느낀 것은 그 때문이었다. 우리가 가급적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웃었던 것도 그래서였다.


 프린스턴에 이어 그는 하버드 법학대학원에 진학하고, '시들리 앤드 오스틴'이라는 손꼽히는 법률 회사에서 변호사로 일하며 승승장구합니다. 여기까지만 보아도 매우 성공적인 인생입니다. 하지만 미셸은 자신의 자리에서 언제나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회사에서 채용팀에 소속되어 법대생들을 면접하는 일을 맡게 되었을 때, 그는 모든 회사가 그러하듯 일류 대학 출신 변호사를 고용하는 일을 당연히 여겼을까요?


 채용 회의에서 나는 회사가 젊은 인재를 찾을 때 그물을 더 넓게 던져야 한다고 끈질기게―어떤 사람들 눈에는 좀 뻔뻔하게도 보였을 것이다―주장했다. 회사의 관행은 일군의 엄선한 학교에서만―하버드, 스탠퍼드, 예일, 노스웨스턴, 시카고, 일리노이 대학 정도였다―모집하는 것이었다. 현재 회사에 있는 변호사들도 대부분 그런 학교에서 학위를 땄다. 그러니 이것은 한 세대의 변호사들이 자신의 복사판 같은 후배들을 고용함으로써 다양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환경을 구축하는 순환 과정이었다. 공정성을 기하고자 밝히자면, 이 문제는 (문제라고 인식되고 있든 아니든) 시들리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법률 회사가 겪는 문제였다. 당시 《내셔널 로 저널》에 실린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대형 법률 회사에 고용된 변호사 중 흑인은 어소시에이트 변호사의 경우 3퍼센트가 못 되었고 파트너 변호사의 경우 1퍼센트가 못 되었다.

 이 같은 불균형을 바로잡고자 다른 주립대학들과 하워드 대학 같은 유서 깊은 흑인 대학들의 학생도 고려하자고 주장했다. 채용팀이 검토할 이력서를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모여 앉았을 때, 만약 어떤 학생이 성적표에 B학점이 있거나 학부를 덜 유명한 대학에서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자동으로 걸러질 경우 매번 항의했다. 나는 우리가 정말로 소수자 변호사를 늘리고 싶다면 지원자들을 좀 더 전반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이 학계의 엘리트 코스만을 얼마나 잘 올랐는가만을 볼 게 아니라 인생에서 주어진 기회들을 얼마나 잘 활용했는가도 볼 필요가 있었다. 회사의 높은 기준을 낮추자는 것이 아니었다. 후보자의 잠재력을 구식 잣대로만 평가하다 보면 회사에 기여할 수 있을 다양한 인재들을 놓치게 될 것이었다. 요컨대, 지원자들을 너무 간단히 탈락시키지 말고 더 많은 학생을 만나보자는 주장이었다.


 그리고 미셸은 시들리에서 버락 오바마를 만납니다. 케냐 출신의 흑인 아버지와 캔자스 출신의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엄청난 양의 책을 탐독하는, 그리고 담배를 피우는 남자였죠. 버락을 만난 후 미셸은 아버지를 심장마비로 잃고, 새 직장을 구하고, 결혼하는 등 다사다난한 여정을 거칩니다. 그리고 버락은 정치인이 되기로 결심합니다. 미셸의 인생이 아주 크게 바뀌는 순간이었죠. 버락 오바마는 1996년 11월 일리노이 주의회 상원으로 선출된 데 이어 2008년에는 미국의 대통령이 되어버립니다.


 미셸이 퍼스트레이디가 된 이후의 이야기도 제법 흥미로운 것이 많습니다만, 저는 사실 이전의 이야기, 즉 "미셸 오바마"가 아닌 "미셸 로빈슨"의 이야기가 훨씬 좋았습니다. 퍼스트레이디로서의 미셸 오바마 역시 자신의 자리에서 맡은 것 이상을 하기 위해 애썼고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이끌어냈죠. 하지만 미셸은 미셸 로빈슨으로서도 충분히 훌륭한 일을 많이 해낼 수 있었을 사람입니다. 그래서 뒷부분을 읽으면서는 좋으면서도 동시에 아쉬운 기분이 조금씩 들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것은 저의 개인적 감상일 뿐이고, 미셸 오바마가 특히 미국의 흑인 여성들에게 미쳤을 영향을 생각해 본다면, 그리고 그 와중에 겪어야 했던 여러 일들과 그 어마어마한 압박감을 생각해 본다면 그저 경외감이 듭니다. 그리고 앞으로 미셸이 펼쳐낼 또 다른 무수한 가능성들을 생각하면 더 그렇고요!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1        
1 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