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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미 준의 바다 | 영화일기 2019-08-31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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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타미 준의 바다

정다운
한국 | 2019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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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처음으로 접한 건축 다큐멘터리는 지난 5월에 보았던 <안도 타다오>입니다.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보았기 때문에 <이타미 준의 바다>의 개봉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꼭 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이타미 준이라는 이름조차 처음 들어 보았지만 단지 건축 다큐멘터리라는 이유 만으로요. 그렇게 보게 된 이 영화는 역시나 정말 좋았습니다. 왜 제가 이타미 준을 이제야 알게 됐을까 아쉬운 마음도 들었고요.


 이타미 준은 1937년 도쿄에서 태어났지만 국적은 대한민국이었습니다. 한국 이름은 유동룡이고, 이타미 준이라는 이름은 이타미 공항과 친구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고 하네요. 이 배경만으로도 그가 어떤 삶을 살았을지 아주 조금은 짐작이 되지요. 그로 인한 정체성도 그의 인생과 작품에서 큰 역할을 했고요. 이 영화는 그의 다양한 작품을 소개하는데, 특히 제주도에 굉장히 좋은 곳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포도호텔, 수미술관, 풍미술관, 석미술관, 방주교회 등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수미술관은 영화에 가장 처음, 그리고 가장 자주 등장한 건축물로 기억합니다.





 영화에서는 이 수미술관을 오랫동안 보여주며 시간의 변화, 바람, 소리를 보여주었는데 그 연출이 참 기억에 남습니다. 아무리 좋은 영화관에서 본들 직접 가서 보는 것에는 미치지 못할 테니, 언젠가 꼭 방문할 예정이지만요. 그 외에도 도쿄에 지었던 안이 온통 까만 먹의 집, 어머니를 위해 지은 어머니의 집, 정말 아름다운 방주교회 등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여러 건축물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도 흥미로웠고요.


 가장 부끄러웠던 것은 역시 경주타워 이야기입니다. 이타미 준은 2004년 경주 엑스포 공모전에 설계안을 제출했으나 건축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 우수상만 받았는데, 나중에 경주타워가 준공된 것을 이타미 준 사무소의 직원이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고 해요. 디자인과 아이디어가 완전히 동일했던 것이지요. 결국 이는 소송으로 이어졌는데, 형사 소송은 기각되고 민사 소송도 1심에서는 패소했습니다. 결국 대법원에서는 원고 승소 판결이 났지만 이타미 준은 대법원 판결 한 달 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런 비슷한 일, 제발 더 이상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타미 준의 바다>를 통해 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건축물들을 많이 알 수 있었고 이타미 준의 인생과 예술을 통해 열정과 감동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항상 그렇듯 저는 뻔한 말밖에 늘어놓지 못하지만, 영화는 훨씬 좋습니다!) 영화를 본 후 바로 오프라인 서점에 가서 이타미 준에 대한 책 『손의 흔적』을 구입했는데 이에 대한 기대도 크네요. 많은 분이 이 영화를 통해 이타미 준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그리고 그의 인생과 작품과 건축에 대해서 알고 생각할 기회를 누리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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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전혀 무서울 것 없는 병리학 이야기 | 독서일기 2019-08-2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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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병리학 이야기

나카노 토오루 저/김혜선 역/박성혜 감수
영진닷컴 | 2019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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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리학'은 저 같은 비의료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단어입니다. 병리학은 쉽게 설명하자면 병이 어떤 이유로 발병하는지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하는데요, 평생 접한 적 없는 분야였지만 이번에 읽은 『알아두면 전혀 무서울 것 없는 병리학 이야기』를 통해 재미있게 알아갈 수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은 전혀 관련 없는 분야에 종사하고 있지만, 고등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생명과학 1, 2를 모두 배웠고 정말 재미있게 공부했기 때문에 더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고요.


 2018년 12월에 나온 이 뉴스에 따르면 국내 암 유병자가 174만 명에 달해 29명 중 1명은 암을 앓거나 앓았다고 합니다. 국민이 기대수명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무려 36.2%이고요. 이제 암은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병이 되었고, 암이 아니더라도 뇌졸중, 심근경색, 뇌경색, 종양, 부종 등 우리는 크고 작은 병을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병에 대해서 제대로 배운 적이 없으니 병의 이름을 딱 들었을 때 이 병이 무슨 병인지, 왜 발병하는지 알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물론 평생 건강하게 살 수 있다면 바랄 나위 없겠지만, 그래도 병은 언제 우리에게 찾아올지 모르니 이왕이면 우리 몸에 대해서, 그리고 병에 대해서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으면 나중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알아두면 전혀 무서울 것 없는 병리학 이야기』는 이런 독자들에게 큰 도움을 줍니다.


 세포에 대한 설명에서 시작하여 병의 황제 암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우리 몸에 대해서, 그리고 병에 대해서 친절하고 재미있게 설명해 줍니다. 앉은 자리에서 술술 읽어나갈 수 있는 쉬운 책은 아니지만 일반인도 조금만 노력을 기울이면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 난이도의 책인 것 같아요. 진지한 이야기로만 가득하지도 않고 저자의 사담도 적절히 곁들여져 있어 웃음을 지을 수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책은 글로만 가득하면 안 되겠죠. 귀여운 그림을 통해 설명하는 부분도 많기 때문에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물론 적극적으로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곁에 두고 찾아보며 읽으면 더 많은 내용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이고요.







 제게 가장 기억에 남은 내용은 양수색전증과 임산부 사망에 관련된 부분이었습니다. 색전증이란 무언가가 흘러와서 혈관을 막은 상태를 말하는데, 양수색전증은 이름으로 짐작할 수 있듯 양수 안에 있던 물질이 산모의 폐혈관을 막는 병입니다.


 「양수색전증」이라는 것도 있다. 자궁 속의 아기는 양수 속에 떠 있다. 분만시 운 나쁘게, 양수가 어머니의 혈액 중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양수 속에는 태아의 피부와 솜털, 태지(갓 태어난 아기 몸에 붙어 있는 흰 것이 태지), 태아의 점막에서 분비된 물질 등이 들어 있다. 그런 물질이 탯줄 정맥을 통해 엄마의 체순환 정맥으로 들어가고 심장을 거쳐 폐로 가서 혈전색전증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폐의 혈관이 막힌다.

 그러면 갑자기 호흡 곤란이 일어나고, 치아노제(청색증), 그리고 쇼크 상태에서 혼수상태에 빠지는 무서운 증상을 보이며 80%가 죽음에 이른다. 출산 4만 회당 1회 정도로 알려진 만큼 빈도가 낮은 게 그나마 다행이다. 연간 분만 건수가 대략 100만이라면, 약 25명에 발생하여 20명이 숨진다는 계산이 된다. (p.146-147)


 양수가 혈액에 들어가 엄마를 죽음으로 몰고 간다니, 읽기만 해도 너무 무섭습니다. 하지만 더 충격적인 내용이 있었습니다. 일본에서의 1년간 임산부 사망 수는 40명 정도인데, 여기에서 더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통계를 찾아보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모성사망비(출생 10만 명당 임산부 사망수)를 집계하고 있는데, 2016년에 8.4였습니다. (출처) 2016년 출생아 수가 406,243명이니 그 해에 대략 30명이 넘는 임산부가 죽은 것입니다. 물론 옛날에 비해서는 정말 많이 줄었습니다. 하지만 의료가 이 정도로 발달해도 여전히 1년에 수십 명이 임신을 이유로 죽는다는 사실이 제게는 굉장히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직업병에 대한 이야기는 슬프면서도 흥미로웠습니다. 세계에서 최초로 발견된 직업 암은 바로 굴뚝 청소부의 음낭암이라고 합니다. 산업혁명 당시 굴뚝 청소는 가난한 아이들의 일이었는데, 어릴 때부터 굴뚝을 청소해 온 스무 살 안팎의 젊은이에게 음낭암의 발병이 많다는 보고를 본 후 외과 의사 퍼시벌 포트는 그을음이 그 원인이라고 추측했습니다. 옛날이었고 또 가난한 아이들이었기 때문에 매일 씻을 수 없어 몸에 계속 머물던 그을음이 암을 일으킨 것이지요. 이 발견에 기초해서 매일 목욕하는 규칙을 만든 굴뚝 청소 길드에서는 음낭암이 급감하였다고 하네요. 또 하나의 예는 라듐 걸스입니다. 방사성 물질인 라듐은 붕괴할 때 빛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 성질을 이용해 시계 문자판의 야광 도료로 사용되곤 했는데, 그 도료를 바르는 작업에 종사하던 여자 작업원에 골육종, 백혈병이 많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입으로 빨아 붓끝을 뾰족하게 해서 도료를 발랐기 때문에 라듐이 체내에 바로 흡수되었다고요. 너무 슬픈 일이고, 지금도 발생하는 일들을 연상시킵니다.


 이 책을 통해 오랜만에 고등학교에서 배웠던 생명과학의 다양한 용어와 원리를 만날 수 있어 반가웠고, 자주 듣기는 했지만 알지는 못했던 많은 병에 관련된 개념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진 그래도 건강하게 살아왔지만 앞으로 제게 어떤 병이 찾아올지는 알 수 없겠죠. 이 책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었지만 그게 제가 병을 피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고, 그저 이 무서운 병들을 만나지 않기 위해 잘 먹고 잘 자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이 다짐을 하게 한 것만으로도 모두가 이 책을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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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방의 빛 | 독서일기 2019-08-27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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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빈방의 빛

마크 스트랜드 저/박상미 역
한길사 | 2016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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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최근엔 훨씬 더 유명해져서 아주 많은 분들이 접해보셨을 겁니다. 저도 어디선가 몇 번 본 것이 다임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분위기에 반했었지요. 제가 처음으로 읽은 에드워드 호퍼에 관련된 책은 『빛 혹은 그림자』였습니다. 스티븐 킹, 조이스 캐럴 오츠, 마이클 코널리, 리 차일드 등 이름만 들어도 엄청난 작가들이 호퍼의 그림을 하나씩 맡아 소설로 쓴 것을 엮은 책이었죠. 호퍼의 그림도 볼 수 있고, 그림을 바탕으로 쟁쟁한 소설가들이 써낸 다채로운 글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소장 가치가 아주 높은 책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읽은 책은 바로 『빈방의 빛』입니다. 이 책은 시인 마크 스트랜드가 호퍼의 그림 30점에 대해 쓴 글을 엮은 책입니다. 이 책은 앞의 책과 달리 혼자서 쓴 책이지만, 그럼에도 다양한 색깔의 글이 담겨 있습니다. 미술을 공부했던 사람이라 독자들이 호퍼의 그림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돕고요.


 이 책에 실린 호퍼의 그림들은 모두 정말 아름답지만,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좋아한 것은 <나이트호크>, <뉴욕극장>, 그리고 <호텔의 창>입니다. 그림과 함께 각각에 대한 스트랜드의 글을 차근차근 살펴볼까요?



나이트호크, 1942


 차갑게 불이 밝혀진 다이너의 실내는 가로등 빛을 받아 좀더 강력한 빛을 발하는데, 이는 다이너에 어떤 미적인 성격을 부여해준다. 빛은 마치 세척제와 같아서, 그림 어디에서도 도시 특유의 더러움은 찾아볼 수 없다. 호퍼의 그림에 등장하는 도시는 대개 사실적이기보다는 형식미가 두드러진다. 이 그림에서 가장 눈에 띄는 형식적 특징은 다이너가 들여다보이는 긴 창문이다. 화면의 3분의 2 가량을 차지하는 창문은 등변사다리꼴 형태로, 보이지 않는 상상의 소실점으로 우리를 이끈다. 우리의 시선은 유리 표면을 따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사다리꼴이 수렴하는 쪽으로 움직인다. 초록색 타일과 카운터, 발자국처럼 한 줄로 이어지는 둥근 의자들과 그 위에 반사된 밝은 노란색 불빛이 차례로 시선의 흐름을 이어준다. 이 그림에서 우리는 다이너 안으로 들어간다기보다는 그 옆을 지나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길을 지나다 눈에 와서 박히는 장면들처럼 이 장면도 갑작스러운, 그러나 직접적인 명료함으로 우리를 끌어당긴다. 그리고 잠시 다른 모든 것에서 우리를 고립시켰다가 이내 가던 길을 가도록 놓아준다. (p.17-20)



뉴욕극장, 1939


 안내원이 서 있는 곳은 마치 예배당처럼 느껴진다. 이에 반해 관객들이 앉아 있는 곳은 땅밑처럼 어둡다. 은막보다는 홀로 있기를 선택한 내향적인 안내원에게 마음이 가긴 해도, 우리의 처지는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들과 훨씬 더 유사하다. 결국 우리도 그림을 보고 있는 것이니까.

 그러나 우리가 이 그림 앞에 서 있는 모양은 안내원과 더 닮았을지도 모른다. 그림을 보고 있는 게 아니라 들여다보고 있는 거라고 한다면, 내면을 '보고' 있는 안내원에게 마음이 가는 이유가 설명될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우리의 시선이 그림의 한쪽에서 다른쪽으로 옮겨가면서, 우리는 두 가지 모순적인 충동―'그림'을 보고, '그림 속을' 들여다보는―에 따라 움직인다. 우리는 이 그림에서, 호퍼의 다른 그림에서처럼 그림의 기하학적 요소와 서사성이 부딪치며 빚어내는 드라마를 보는 대신, 이 둘이 함께 작용하는 것을 본다. (p.75-77)



호텔의 창, 1956


 길 가까이 있는 큰 기둥은 로비에서 흘러나온 빛 또는 그림의 왼편 너머에서 온 빛을 받아 부분적으로 빛나고 있다. 길 건너편으로 유령처럼 형체를 분간하기 힘든 건물의 앞면이 희미하게 보인다. 로비엔 여자가 앉아 있는 믿을 수 없이 작은 파란색 소파와 (오른쪽 끝에서 가운데가 잘린) 탁자와 램프 그리고 그림이 있지만, 로비는 놀라울 정도로 텅 비어 보이고, 심지어 음산하기까지 하다.

 (...)

 그녀는 곧 떠날 것 같지만, 동시에 그냥 머무를 것 같기도 하다. 여자는 완벽하게 '중간적'인 순간 속에서 쉴 장소를 찾아낸 것이다. 그녀는 왼쪽을 보고 있고, 그녀의 기다림도 왼쪽을 향해 있지만, 그림 속의 나머지 것들은 오른쪽으로 미끄러지고 있는 듯하다. (p.83-85)


 이 책과 함께 호퍼의 그림을 만나면서, 저는 이 복잡하고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숨겨져 있던 제 안의 고요함, 고독함과 대면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마크 스트랜드의 글 덕분에 저 혼자서라면 절대 보지 못했을 부분까지 보면서 그림을 더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었고요. 이 책을 읽은 후엔 에드워드 호퍼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서 책을 찾아보았는데, 현재 모든 책이 절판된 상태네요. 저는 도서관에서라도 찾아 읽을 예정이지만, 또 호퍼에 대한 다양한 책이 출간되어 더 많은 이야기를 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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