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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트, 우리가 지어 올린 모든 것들의 과학 | 독서일기 2019-09-3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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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빌트, 우리가 지어올린 모든 것들의 과학

로마 아그라왈 저/윤신영,우아영 역
어크로스 | 2019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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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좀 과장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번에 읽은 책은 정말 경이롭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바로 빌트, 우리가 지어 올린 모든 것들의 과학입니다. 평소에도 저는 건물, 지하철, 다리, 상하수도 등 우리를 단단히 뒷받침해 주는 기반시설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고 궁금한 점도 많았으나 상대적으로 쉽게 읽을 만한 대중서가 없어 아쉬웠는데, 이 책이 그 아쉬움을 정말 많이 해소해 주었습니다. (혹시 저와 같은 관심사를 가진 분이 있으시다면 『사소한 것들의 과학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콘크리트에 관한 내용이 아주 인상 깊었거든요. 놀랍게도 이 책을 함께 번역하신 윤신영 기자님이 번역하셨네요! 또한 저도 아직 읽지 못했지만 최근에 출간된 윌 헌트의 『언더그라운드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저자 로마 아그라왈은 학부에서는 물리학을 전공했으나 구조공학 석사학위를 받아 구조공학자가 되었습니다. 현재 서유럽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더 샤드(The Shard)를 설계하는 데 참여했고요. 이 책이 그의 첫 번째 책이라고 하는데, 정말 재미있고 유익해서 당장 다음 책이 기다려질 정도입니다. 건축물이 지어질 때 고려해야 하는 정말 많은 요소들에 대해 쉽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그 사이사이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독자들에게 다가갑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평소에 그저 당연하게만 여기는 안전한 건물들이 지어지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 그리고 이 발전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고와 희생이 있었는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코어(이름이 알려주듯, 보통 고층 건물의 중심부에 위치한다)는 마치 인체의 척추처럼, 고층 건물의 끝까지 수직으로 뻗은 정사각형 또는 직사각형 벽의 집합체다. 건물의 각 층은 코어 벽에 결합된다. 코어를 우리가 잘 인식하지 못하는 이유는 대개 숨겨저 있기 때문이다. 코어는 대부분 필수적인 기본 설비인 엘리베이터, 계단, 공조기, 전기 케이블, 수도관 등을 감춰주는 역할을 한다. (p.43-44)


 위의 인용부는 이 책이 건물의 코어에 관해 설명한 부분입니다. 이처럼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건물들이 어떤 구조를 숨기고 있는지, 그들 각각이 하는 역할은 무엇인지 친절하게 알려주고, 또 어떤 과정을 통해 이 요소들이 발전했는지도 살펴볼 수 있도록 돕습니다. 건물들이 지진, 화재, 폭발, 바람, 심지어 비행기의 충돌 등 다양한 위협으로부터 어떻게 자신을 보호하는지도요. 이 과정에서 간단한 물리학 상식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그림과 함께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으니까요.


 나는 일찍 일어나는 것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대중에 공개될 다리를 보기 위해 뉴캐슬로 가는 날에는 새벽 5시에 눈이 떠졌다. 작은 첫 걸음이었지만, 내게는 커다란 도약으로 느껴졌다. 나는 몇 번이나 다리 위를 서성였다. 그리고 껑충껑충 뛰었다. 겨우 두어 달 전에 힘들게 설계하던 때를 떠올리게 하는 단단한 강철 보, 팽팽한 케이블, 고무 베어링, 잘 조율된 동조질량감쇠장치, 나 말고는 아무도 알아보지 못할 디테일들이 나를 행복하게 했다.

 다리 끝에는 벤치가 있었다. 나는 잠시 동안 거기 앉아 학생들이 다리를 건너 강의를 들으러 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중 누구도 내가 세상에 내놓은 첫 번째 건축물이 내게 남긴 기쁨을 모를 것이었다. (p.114)


 저자가 학교를 졸업한 후 처음으로 작업했던 건축물은 노섬브리아 대학교의 인도교입니다. 이 일을 맡은 후 첫 출근일의 설렘, 설계하는 일의 어려움과 그 과정, 여러 시행착오와 고민들, 실제 건설 과정, 그리고 마침내 다리에 올라섰을 때의 기쁨까지 저자는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는데,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제가 다 설레고 흥분되었습니다. 내가 무수한 고민 끝에 만들어낸 것을 다른 사람들이 유용하게 사용할 때의 기쁨, 그것을 세상 어떤 것과 바꿀 수 있을까요?


 빌트, 우리가 지어 올린 모든 것들의 과학』은 우리가 이 세계를 바라보는 시야를 잔뜩 확장시켜 주는 책입니다. 이 책을 읽기 전과 후의 세상이 어찌 같을 수 있을까요. 이런 경험들이 쌓이고 쌓여 제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더 많은 분들이 이 경이로움을 저와 함께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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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카인드 8호 | 독서일기 2019-09-28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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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우먼카인드 womankind (계간) : 8호 [2019]

편집부 저
바다출판사 | 2019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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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카인드》 8호를 읽었습니다. 이번 우먼카인드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에서 펀딩을 먼저 받아 제작되었는데요, 다행히 달성률 237퍼센트에 도달하여 무사히 펀딩에 성공했습니다. 이번 호의 제목은 '여성 서사를 만드는 일'이고 제목과 딱 맞는 좋은 인터뷰, 좋은 글이 정말 많았어요. 특히 영화제 25관왕에 10만 관객을 달성하는 의미 있는 성과를 보이고 있는 영화 <벌새>의 김보라 감독님의 인터뷰가 참 인상 깊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 <벌새>를 완성하는 데 수년의 시간이 걸렸고, 투자를 받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그 시간을 견디셨나요?

 제작 지원을 많이 받아 감사했지만, 시대극인 <벌새>를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예산과 준비가 필요했어요. 투자를 받으려고 했지만 잘 안 됐었고요. 혼자 투자사에 찾아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눈물이 나기도 했어요. 그런 거절과 기다림의 시간 동안 막막했고, 때로 모멸감도 느꼈어요. 제 삶이 기약 없이 지연되고 있다는 느낌과도 싸워야 했고요. 하지만 저는 제 시나리오를 정말 사랑했어요. 제가 사랑하지 않는 건 남들에게도 호소력을 가질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영화만큼은 제 영혼을 다 바쳤으니 꼭 만들겠다는 믿음을 가지고 견뎠어요. (p.47)


 <벌새>는 1994년을 배경으로 14살 은희의 삶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정말 아름답고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고, 여운이 많이 남는 이야기이기에 더 많은 분들이 꼭 보셔야 할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김보라 감독님은 《우먼카인드》에 실린 인터뷰 말고도 좋은 인터뷰를 많이 하셔서,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찾아서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네요.


 심리학자 크리스천 재럿 <보다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다면>이라는 글도 좋았습니다. 항상 행복하기만 한 삶이란 존재 자체가 불가능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존재한다고 해도 의미 있는 삶과 같은 것을 가리키지는 않겠지요.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저는 행복한 삶보다는 의미 있는 삶을 고르고 싶습니다.


 기분이 가라앉을 때마다 뇌의 상태를 바꾸는 스위치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 장치를 사용하면 항상 '행복'할 수 있으며 불쾌한 부작용도 없다. 몇 년이 지나 인생을 뒤돌아보면, 삶의 대부분을 행복한 상태로 보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삶처럼 들리는가?

 물론 기쁨과 행복을 경험하는 것도 좋지만, 심리학자와 철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삶에서 의미를 찾고 목적을 가지는 것, 그리고 그리스어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로 설명될 수 있는 욕구인 번영 역시 못지않게 중요하거나 혹은 더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해왔다. 뇌의 상태를 바꾸는 스위치의 문제는 그 장치가 에우다이모니아를 해친다는 데 있다. 지속적으로 행복한 상태에서는 갈망도 열정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지나간 모든 일들이 유쾌하게만 느껴진다면 다음에는 달라져야겠다는 욕구도 생기지 않을 테니 과거에서 배움을 얻는 일도 절대 없을 것이다. (p.100)


 이번 《우먼카인드》에서 찾아간 국가는 인도입니다. '인도에서 온 편지'를 보낸 비랄리 모디는 어려서 갑자기 아팠다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 닿았고, 결국 깨어난 이후 목 아래 전신이 마비되는 큰 아픔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자신의 삶을 꿋꿋하게 이어간 비랄리는 2010년에 줄기세포 치료를 받아 엉덩이까지는 움직이는게 가능해졌고, 2년 전에는 '#mytraintoo'라는 인도 열차 이용에 관한 청원을 시작해 60곳의 기차역에 이동식 경사로, 작은 휠체어 등을 갖춰놓는 데 기여했습니다. 그는 장애인 인권 운동가가 되어 곳곳에서 연설을 하고, 이제는 항상 꿈꾸었던 모델, 연예 사업에서도 일하고 있다며 '폭풍우가 몰아친 후에도 태양은 항상 뜬다'는 문장으로 편지를 끝맺었습니다.


 이렇게 《우먼카인드》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 주기 때문에 제가 정말 응원하며 즐겨 읽는 잡지입니다. 특히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여성들에게 연대감, 위로, 응원을 전하는 글이 많고요. 저도 저의 자리에서 열심히 노력하여 그런 위로를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을 깨우는 잡지이기에 언제나 다음 호를 기다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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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 영화일기 2019-09-26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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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우리집

윤가은
한국 | 2019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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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할 일도 많은 데다 이제 매번 영화관에 가는 것도 좀 지쳐서 영화를 줄이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권태기(?)에 저는 꼭 좋은 영화를 만나곤 합니다. 이번에는 바로 윤가은 감독님의 <우리집>이었습니다. 영화관에서 세 번을 보았고, 나중에 출시될 블루레이도 간절히 기다리고 있거든요.


 윤가은 감독님의 이전 영화 <우리들>이 정말 좋다는 이야기는 여기저기서 많이 들었기 때문에 진작에 VOD로 구입해 두고 있었지만, 저는 책처럼 VOD도 잔뜩 쌓아놓고 있기 때문에 매번 미루다가 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우리집>은 영화관에서 보고 싶어서 개봉 직후에 바로 보러 갔는데 정말 홀딱 반해서 나왔지 뭐예요. CGV에서 더스페셜패키지 상영으로 뱃지와 초대장 등 굿즈를 준다고 하기에 취소표를 간신히 구해서 피곤한 몸을 이끌고 멀리 보러 갔다 오기도 했고요. 또 윤가은 감독님은 <벌새>의 김보라 감독님과 함께 크로스 GV도 하셨는데, 이것도 좋은 자리를 예매해서 보고 왔습니다. (<벌새> 크로스 GV도 좋은 자리로 예매했지만 추석 일정과 겹쳐 취소해야 했던 슬픈 사연이 있습니다 ㅜㅜ) 아, 심지어 아직 보지도 못한 <우리들>의 블루레이도 구입했습니다.


 <우리집>의 주인공은 하나, 유미, 유진 세 아이입니다. 영화는 살벌하게 싸우는 부모님을 지켜보는 하나의 모습에서 시작하는데요, 하루가 멀다고 싸우는 부모님 밑에서 자란 하나는 너무 빨리 철이 들어버렸습니다. 자신이 밥을 차려 가족이 다같이 식사를 하면 나아질 수 있을까 매일 밥을 차리기도 하고, 더 어렸을 때 가족여행을 통해 부모님이 화해했던 기억을 붙들고 부모님께 가족여행을 가자고 조르기도 하죠. 이런 하나는 어느 날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가 유미, 유진 자매를 만납니다. 유미와 유진이는 하나보다 더 어리지만 부모님이 일하러 항상 멀리 가 계시기 때문에 집에 단 둘이 있습니다. 부모님의 일 때문에 이사도 자주 다녀야 했고요. 이렇게 각자의 사정으로 외로워야 했던 하나와 유미, 유진이는 어느새 진짜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사이가 되었습니다. 하나의 오므라이스를 맛있게 먹어주는 것도 오직 유미와 유진이고, 이 아이들은 함께 숙제도 하고 상자를 모아 같이 살고 싶은 집도 만들며 진짜 집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진짜 가족에게서는 느낄 수 없었던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아이들 사이에서 조금씩 싹트고 있던 갈등이 폭발합니다.


 영화에서 하나는 유미, 유진이를 만났고 유미, 유진이 역시 하나를 만났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실제 세상의 많은 하나와 유미, 유진이들은 서로를 만날 수 있을까요. 이런 생각에 슬프면서도, 이 영화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이를 통해 위로받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충분히 그걸 가능케 할 힘을 가진 영화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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