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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모임을 시작하려는 분들에게 용기와 실력까지 챙겨주는, 친절한 안내서에요~ | 기본 카테고리 2021-11-29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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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그림책 모임 잘하는 법

박은미,신동주,오수민 저
북바이북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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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인생에 첫 그림책은 무엇인가요? 제 세대는 그림책 읽기 보다 어린이 잡지 등이 더 인기였던 것 같군요. 소년 oo ^^ 제 인생의 첫 그림책은 <그림책 모임 잘하는 법의> 속 '들어가는 말'의 박은미 저자처럼 제 인생의 보물인 첫 아이만을 염두에 두며 고른 책이에요. 수다스럽지 않고 책은 좋아하는 제가 아이와 교류할 수 있는 좋은 매체로 여기고 함께 읽기 시작한 그림책이지만, 아이들이 훌쩍 성장한 후에도 이제 제 인생의 소중한 친구 같은 매체가 됐어요. 코로나 시대에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조금 더 깊게 그림책을 공부하고 싶은 마음으로 그림책 관련하여 여러 정보를 온라인으로 찾게 됐지요. 그 중, 학습공동체 숭례문학당에 적을 둔 세 저자가 그림책을 향한 애정을 듬뿍 모아 펴낸 <그림책 모임 잘하는 법>을 놓칠 수가 없었어요. 그림책 모임을 시작하려는 이들을 위한 친절한 안내서이지만 이 책을 읽을수록 그림책에 대한 여러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내 인생에 그림책이란 대체 무엇이고, 왜 그림책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하는가?

이 질문을 염두에 두고, 느리고 꼼꼼하게 이 책을 읽는 내내 생각하게 되더군요.

책 서두에 소개된 이들처럼 그림책을 처음 만나는 시기와 방법 등은 다 다릅니다. 아이들 교육용으로만 한정지어 생각했으나 그림책이 가진 웅숭깊음에 놀라고 이후로 가까워지는 등 그림책에 대한 다양한 애정의 출발선을 밟은 이들이 곳곳에서 한 곳으로 모여듭니다. 그림책 모임의 세계로요. 그러고 보니 저 역시 그러한 마음으로 작년부터 저와 비슷한 이들을 찾아 나섰군요.

 

이 책은 모임을 어떻게 시작하고 발전시켜갈지에 대한 세세한 안내만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림책을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개개의 지향점과 과정도 도와주는 내용도 가득하답니다. 모임 중심의 내용을 담고 있는 내용이 첫 장부터 4장까지 이어지지만 곳곳에 세 저자의 친절한 그림책 접근법도 숨겨져 있어서 보물 찾으러 가는 아이 마냥 즐겁게 글자 마당에서 뛰어다녔어요.

 

5장은 특히 모임에 좋은 그림책들을 잔뜩 만날 수 있어서 더 좋답니다. 제 딴에는 그림책을 좀 안다고 생각했으나 (영미권 그림책에만 너무 눈길 둬서 잘 몰랐던) 우리나라 그림책 작가에 대해 더 알 수 있었다는 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얻은 또 다른 수확이에요. 100권의 주제별 그림책을 보며 제가 아는 다른 그림책을 그 목록에 넣어 보거나 재배치해 보기도 하며 읽는 즐거움을 잘 누렸어요. 무엇보다 사춘기 아이와 이 책들로 약식의 가족 그림책 모임을 해봐야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그림책 모임을 시작하려는 분

그림책 모임 중인데 방향성을 재정립하고 싶은 분(모임)

그림책이 그저 좋은 분

두루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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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앞두고 읽으면 좋은 정치 에세이 | 기본 카테고리 2021-11-28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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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좌파와 우파의 개소리들

이관호 저
포르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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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과격한 제목의 신간 정치 에세이 <좌파와 우파의 개소리들>에 손길이 간 것은 내년 3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서이다. 좌파도 싫고 우파도 싫은 국민이 읽어야 할 책이라는 부제처럼 나 역시 양쪽 모두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두 후보가 싫어도 사표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며 내게 선택을 강요하는 이도 있다. 가까이는 미성년자이나 곧 선거권을 가진 아이 또한 그러하다. 대선을 앞둔 시의성 있는 책에 대한 호기심과 더불어 이관호 저자의 약력을 믿고 이 책을 읽게 됐다. 사학과 철학을 공부한 저자가 우리 정치를 바라보고 비판하는 관점이 무척 궁금했다.

 

묵직한 인문학을 전공한 저자이기에 혹시나 어렵게 말을 건네서 눈길 끄는 책 제목과 달리 책 읽는 재미가 반감 되면 어떻게 하나 살짝 우려했지만, 저자를 마주 하고 사담 나누는 느낌으로 편안하게 시작 할 수 있었다. 때때로 그런 어조가 조금 가볍다 여겨졌는데 책장을 넘길수록 묘하게 빠져 들며 흥미롭게 들었다. 박쥐로 자청하는 저자는 자신처럼 독자에게 우리 개개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박쥐가 될 것을 적극 권한다. 어느 진영을 택하지 않고서도 우리 세상은 박쥐들의 뜻이 모여서 현명한 민주주의 사회를 꾸려 갈 수 있다고 박쥐들을 독려한다. 그 처방으로 아리스토텔레스와 공자에 기대어 중용의 미덕을 독자에게 제시한다. 저자가 제안하는 박쥐가 갖춰야 할 중용이란 무엇일까?

 

이 책을 통하여 여러 정책과 사회적 쟁점에 대한 내 입장을 정리하는 것과 더불어 저자의 식견 덕분에 고전과 인물에 대한 관심도 배가됐다. 요즘 관심 있게 읽었던 <윤동주 살아있다>와 <파친코> 등으로 '내가 그 시대에 살았더라면 나는 친일하지 않고 살아낼 뚝심이 있었을까?' 라는 질문을 이 책에서도 마주 하게 된다. 오래 전 교과서에서 짧게 만난 윤치호라는 인물을 이 책을 통하여 깊게 알게 된다. 우리나라에 우익 친일파가 많은 것에 대한 저자 나름의 견해를 정리하며 거론한 윤치호의 일기를 통하여 우리가 그를 비난하고 추모하는 부분을 명확히 구분해서 윤치호를 평가해자고 제안한다. 발췌된 일기만으로도 그 격랑의 시기에 고심 했을 한 지식인의 아픔이 느껴진다.

 

이제 백 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두고 더욱 시끌벅적해진다. 이 책에는 현재 특정 정치인에 대한 비평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중요한 선택을 앞 둔 이 때에 내 선거권에 대한 여러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을 줄 도움서로는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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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즈음에 읽는 교육 에세이라 울림이 더 크네요 | 기본 카테고리 2021-11-24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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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개천의 용, 공정한 교육은 가능한가

박성수 저
공명 |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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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의 용, 공정한 교육은 가능한가>는 교육학 배경의 교육부 공무원이었던 박성수 저자가 그동안 교육부와 이후 여러 대학의 사무국장으로 일 하면서 쌓은 식견을 담은 책이다. 교육 정책의 사회적 가치를 절감하는 저자는 양극화된 현재 교육 풍토에 우려를 나타내며 지속 성장할 수 있는 국가 경쟁력의 교육을 지향하기 위하여 오늘도 고심 중이라고 한다. 이 책은 그런 저자의 고민을 우리의 현재 입시 정책의 모형이 되는 미국 교육과 현재 우리 교육의 틀과 가치를 이룬 교육사의 얼개를 풀어내며 앞으로의 교육의 방향을 소신있게 밝힌다. 저자는 경쟁은 하되 의미있는 지적 경쟁을 좇고 그런 경쟁이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적 교육 정책’을 꿈꾸며, 그 담론을 이 책에 담았다고 볼 수 있다.

 

개천의 용이 없는 현 실태를 우려하는 여러 목소리에 동의하는 저자는 책 도입에 바다의 용이라는 개념으로 포문을 연다. 소수인 바다의 용이 우리 사회내 주요 분야에서 제패하는 현상을 우려하며 우리 교육 문제의 대표격인 대학입시제도의 폐단을 지적하고 있다. 현재처럼 몇몇 대학 입학에 목표를 둔 과열된 입시 경쟁의 문제점을 줄이기 위하여 저자는 수능 성적의 지역별 계층별 결과의 공개를 요구한다. 이러한 자료를 공개하게 되면 정부는 특정 대학에 가려는 쏠림이 더 극에 달을 것이라고 우려한다고 한다. 하지만, 지역과 계층에 따른 교육격차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가 공개되면, 그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전략 수립이 가능하며 정부 또한 더 책임감 있게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저자는 내다 본다.

 

공정한 시험 제도에 대한 다수 국민의 요구로 우리는 4차 산업 혁명에 반하는 현재의 수능에 고착되어 있다. 저자는 과거 교육부에서 진로 교육을 맡아온 경험을 토대로 진로적성 중심 대입제도를 제안한다. 더불어 유의미한 지적 경쟁을 위한 지성 중심, 사회적 가치를 좇는 사회적 가치 중심의 틀을 포함한 사회적 입시제도이다. 현재 교육부가 준비 중인 고교학점제의 도입과 정착은 대학 교육의 생태계를 바꿀 수 있는 자양분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본다.

 

저자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 국민의 ‘학습에 대한 열기를 적절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피력한다. 역사적으로 교육에 대한 중요성은 다양한 명분으로 강조되었지만 21세기 또한 강조될 수 밖에 없는 배경에 저자는 좋은 교육을 통한 미래 세대의 행복한 삶이라는 가치이다. 사회적 교육 정책 아래에서 성장한 미래 세대의 앞날이 부모 세대의 안정적인 노후가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수능이 21세기에 어울리는 교육 평가인지 여러 매체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전한다. 내년에 수험생이 되는 아이를 지켜보는 나는 공정한 시험으로 여겨지는 수능을 저자가 제안하는 지성 중심이나 진로적성 중심에서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고민이 깊다. 저자의 제안 같은 대안적인 교육 모형을 알아가는 것은 즐거우나 우리 아이들의 현 교육은 느리게 바뀌고 있기에 안타까움이 가슴 한 켠에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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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에 대한 모든 것! | 기본 카테고리 2021-11-16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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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윤동주 살아있다

민윤기 편
스타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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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은 윤동주 시인이 태어난 지 100년이 되는 해였다. 이 책의 편집자 민윤기를 비롯한 시인을 사랑하는 문인들은 그해 12월에 현해탄을 건너서 후쿠오카 형무소와 화장터 등 시인의 족적을 쫒으며 기도와 시 낭송으로 애도와 추모를 하였다고 한다. 더불어 민 편집자는 시인의 가족과 문인 등 그에 대한 글들을 <윤종주 살아있다>에 모으는 수고를 마다 하지 않았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해지는 어린 시절 혹은 그런 감성이 그리워지는 어느 삭막해진 일상 중에서 그의 시를 조우한 이라면 이렇게 묵직하게 만나는 책이 불러올 다른 감동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시인이 직접 겪었던 우울하고 어두웠던 시대상에 요즘의 우리가 삭막하고 음울하다고 떠올리는 그 어떠한 날을 감히 비교할 수 없지만, 지금의 가장 절망스러운 날에 그의 시를 만나는 것은 역설적으로 위로와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용기 내어 말한다. 이 책으로 그에 대해 더 깊게 알게 된 덕택으로.

 

몇 해전, 연희전문에 다니며 서울에 머물렀던 시인의 발자취를 더듬는 도심 산책을 한 적이 있다. 북간도 출신인 그가 서울에 유학오게 된 자세한 상황을 알지는 못했는데 이 책을 통하여 이제서야 시인의 족적을 따라가며 수긍이 간다. 그가 바라던 '이상'의 한 조각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1998년에 송우혜 작가의 <윤동주 평전> 등 시인에 대한 여러 책이 선보이긴 했지만 이 책의 차별점은 일본과 연변에서 그를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마광수 교수의 박사 학위 논문이 윤동주 시인이었다는 것을 상기하며 그 논문의 일부 발췌를 보며 쓸쓸한 반가움을 느꼈고 이외에도 여러 전문가들의 시평을 종합 선물처럼 두둑히 챙겨 받는 독자의 즐거움을 누렸다. 개인 윤동주와 시인 윤동주를 향한 여러 다양한 시점의 글들을 만날 수 있어서 무엇보다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조선 말기에 북간도로 이주한 한 가족의 후손, 기독교 신앙 공동체 속에서 자연스럽게 신앙의 나눔과 더불어 일제 시대 압제의 상황에서 우리 정신, 글을 지키며 시를 쓰는 한 젊은이로서, 윤동주를 다른 장소와 시기에 만났던 이들의 다수 일화들이 얼기설기 엮이며, 막연히 선망하던 시인의 모습이 입체적으로 구체화된다.

 

그를 기억하는 책 속 모든 화자의 증언, 글들이 각각 소중하지만 몇 편의 글이 유독 마음에 끌린다. 그의 막내 동생 윤광주와 아버지 윤영석에 대한 한국전 이후 상황은 분단된 나라의 아픔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현재의 역사를 상기시킨다. 그리고 마광수 교수의 <윤동주 연구> "그의 시에 나타난 상징적 표현을 중심으로" 라는 박사 학위 논문을 일부 지면으로 만난 것도 반갑다. 집안 어른의 사랑을 받고 큰 어린 윤동주가 접했던 책들에 대한 이야기도 무척 흥미로웠다. 시인 백석, 정지용, 이상에 대한 팬심을 엿보며 아직 접하지 못했던 책을 더 찾아봐야겠다는 관심이 일었다. 시인의 책장에 꽂혀 있던 책들에 대한 동생들과 지인들의 증언은 시인이 키에르케고르, 지드, 도스토예프스키 등 외국 문학에도 관심이 많았다는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됐다. 그가 얼마나 문학 청년다운 면모를 가졌을지 가늠케 하는 일화를 알아 갈수록 일찍 세상과 작별한 그가 안타깝고 그리워진다.

 

시인 윤동주를 통하여 시와 더불어 우리의 역사를 깊고 다른 시각으로 접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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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죽음을 내 의지대로 정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 | 기본 카테고리 2021-11-01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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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50부터 준비하는 우아한 엔딩

마쓰바라 준코 저/신찬 역
동아엠앤비 |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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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에이징을 부추기는 현대 사회에서 역으로 노화, 죽음을 입에 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 1947년생의 연로한 마쓰바라 준코의 <50부터 준비하는 우아한 엔딩>은 안티에이징의 대척점에 서 있다. 저자는 늙지 않으려고 조바심 내거나 수선 피우지 말고, 어떻게 하면 잘 죽을 수 있을까를 독자에게 고민하자며 여러 현장을 취재하여 이 책에 정리했다. <장수 지옥>이라는 직설적인 원제와 달리 우리 번역본은 “오래 살면 모두 행복할까? 가치 있는 죽음을 위한 에세이”라는 부제목을 달며 섬뜩한 원제를 부드럽게 표현했다. 원제를 썼다면 아마 나도 선뜻 손이 가지 않았을텐데 출판사의 배려가 고마워진다.

 

아주 오래 전 TV에서 장수하는 일본의 건강한 노인들을 취재한 다큐를 본 적이 있다. 자신만의 건강 비법을 갖고 오래 사는 분들이 자족하는 일상을 보여줘서 인상 깊었는데 이 책에는 장수하는 노인들의 TV 밖 다른 현실인가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이 책을 통하여 일본의 복지 정책과 실태, 무엇보다 그들의 사생관을 알게 되어 흥미로웠다. 우리도 이들 못지 않게 죽음을 금기시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몇 해전에 인생 선배처럼 지내는 지인과 여러 이야기를 하다 그 분이 내 말에 놀란 적이 있다. 아이들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며. 아마 어머니 돌아가시고 나서 즈음이었던 것 같다.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발병, 그리고 헤어짐이 그런 대화를 이끌었을테지만, 그 이전부터 관심 가는 것 중 하나는 노화와 죽음이었다. 100세를 넘기면서 언론에 알려진 김형석 철학자뿐 아니라 이근후 정신과의, 박완서 작가 등의 책에 손길 닿는 대로 읽어왔다. 그리고 유성호 법의학자의 책도 참 인상적이었다. 그동안의 독서 이력이 이런 책에도 자연스럽게 눈길이 닿게 했다.

 

젊은 시절 저자도 본인의 사생관이 일반인과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독신으로 늙었고, 아흔의 어머니가 계신 상황 등이 그의 호기심과 닿아서 이런 책을 선보이게 한 듯싶다. 오래 사는 것이 축복이 아닌 두려운 것이라는 주제로 시작한 취재는 현장을 돌아 다니며 일본에는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고령자가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장수 지옥>이라는 원제를 가정해 두고 다른 나라의 사생관과 정책 비교 등으로 이어진다. 현장 취재는 저자가 선망하는 네델란드와 비교하여 다뤄진다. 이제 조금씩 익숙해진 존엄사, 안락사 등의 개념과 과정 등에 대한 소개와 함께 일본이 장수하는 노인이 많을 수 없는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고독사에 대한 세간의 인식에 반하는 저자만의 입장도 들을 수 있어서 무척 흥미롭다. 혼자 살다 죽게 되면 정말 비참할까?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내 죽음을 정할 수 있다면 - 아이와 간간이 이야기 하는데, 아이는 자신의 책임과 결정이라고 못박는다. 책의 좋은 죽음을 위한 10가지 지침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도 좋다.

 

다소 자극적인 일본 원제 그대로 번역되어도 읽었을지 장담하진 못하지만, 이 책을 통하여 느슨해진(혹은 게을러진) 내 생에 좋은 촉매제가 된 듯싶다. 내 삶의 모토 중 하나인 Memento mori 메멘토 모리를 내재화하고 실천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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