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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조선 왕실 로맨스

박영규 저
옥당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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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를 호령하는 왕도 결국 한 명의 남자일 뿐이다. 그들에게도 가슴 절절한 사랑 이야기가 없을 리 없다. 또한 자신이 원하는대로 여인을 취할 수 있었던 자리라 왕이 어떤 성격의 사람이었느냐에 따라 여자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조선시대 왕 들 중에는 10여명의 부인과 20여명의 자식을 거느렸던 경우도 많았다. 이런 관계가 관료주의 근간을 구성했던 사대부들과 가문과 출세 등에 큰 영향을 끼쳤고, 다양한 형태의 영욕의 역사를 만들었다고 하겠다.

 

이 책에서 저자는 조선시대 왕들의 애정 전선을 살핀다. 26명의 왕들의 정치적 치적에 대해서는 역사공부나 드라마 등을 통해 많이 들어 왔지만 비공식적인 사랑이야기를 정리해 듣는 기회는 별로 없었다. 이 책은 왕과 왕족의 사랑이라는 관점에서 역사의 흐름을 들여다보는 방편으로 삼아도 좋고, 그냥 한 인간의 애정 문제 차원에서 가볍게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총 26개의 사랑 이야기가 소개된다. 대부분 왕의 이야기지만 양녕대군과 같은 왕자의 로맨스도 가끔 등장한다. 이 중에서 조금 의외로 다가오는 사랑 이야기는 세종의 로맨스다. 그는 사랑하는 아내도 있고, 자식도 많다. 그리고 엄청나게 많은 업적을 달성하느라 밤낮으로 일한 군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와중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여인과 사랑에 빠진다. 잠자리 봐주는 여인, 문서 챙겨주는 여인, 책 심부름 하는 여인, 밥상 차려 주는 여인, 중궁에서 아내의 시중을 드는 여인 등등 눈에 들기만 하면 여지없이 자기 여인으로 만들어버린다. 책에 소개된 공식적 숫자로 부인 13명에 18남 7녀를 두었다. 그러면서도 수 많은 여인들간의 불화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모두를 섭섭하지 않게 잘 챙겼기 때문일 것이다. 수많은 역사적 업적을 남긴 세종이 이런 사랑꾼이자 어장 관리자의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좀 놀랍게 다가온다.

 


물론 일편단심형 사랑을 한 왕도 있다. 어린 시절부터 오직 한 여인만 사랑한다. 왕실에서 맺어준 아내가 있어도 그가 원하는 여인은 오직 그녀뿐이다. 하지만 정작 그 여인은 그의 사랑을 거절한다. 이후로도 그는 무려 15년 동안 집요하게 그녀에게 매달린다. 그래도 그녀가 허락하지 않자, 급기야 그는 자신의 권위와 힘으로 그녀를 취한다. 하지만 그녀가 낳은 두 아이는 모두 일찍 죽어버리고 그녀도 죽고 만다. 이 때문에 그는 평생 그녀를 가슴에 묻고 애절한 마음으로 살아간다. 조선 후기 르네상스를 가져왔던 정조 이야기이다. 비운에 죽은 아버지와 궁중 권력관계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느낀 어린 시절의 경험이 그의 사랑관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그 외에도 다양한 조선왕들의 사랑 이야기가 등장한다. 각 왕들을 유형에 따라 이름짓기를 하는데 참 재미있다. 태조 이성계는 직진형 순정남이고, 태종 이방원은 전투형 뒤끝남이며, 문종은 결벽형 도도남으로 소개된다. 예종은 조숙했는지 12살에 아비가 되었고, 성종은 호색형 열정남으로 분류되어 있다. 중종은 조강지처를 버린 야누스형 배신남으로 이름을 올렸고, 명종은 마마보이형 유약남으로 분류된다. 결국 사랑은 개인의 성격과 자란 환경을 반영하는 종합적 산물이라 하겠다. 

 

이 책은 한 개인의 애정이라는 측면에서 왕이란 자리를 생각해 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자기 마음대로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왕의 자리가 부러운 사람이 많겠지만 결국 조선 왕들의 평균 수명이 47세이고 60세를 넘겨 장수한 왕이 6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복잡한 여성관계에 기인한 점도 상당히 크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왕의 로맨스라는 것이 단순한 사랑 이야기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권력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음도 알게 된다. 결국 왕들의 애정 전선은 그 시대를 살아갔던 왕과 권력자들의 '본능과 이성, 그리고 이익의 삼각함수'가 복잡하게 작용한 결과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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