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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수다] 모든 요일의 여행 - 김민철 | 매력쟁이크-서평요정 2016-12-29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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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모든 요일의 여행

김민철 저
북라이프 | 2016년 07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같은 곳으로 떠나도 나의 여행은 너의 여행이 될 수 없다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원문 : http://blair.kr/220897939190


[매력쟁이크's 책수다] '이토록 비슷한 취향과 생각을 가진 사람이 또 있을 수 있을까?' 전작이었던

모든 요일의 기록을 읽으면서도 어떤 면으로는 너무 비슷한 점이 많아서 소름이 돋을 정도였었는데

두번째 나온 여행책에서도 그런 생각을 지울 수가 없는 작가라 책이 나오는 대로 사보고 있습니다.


여행에 관한 짧은 글들이 어찌나 구구절절 사소하게도 공감이 가고 읽는 내내 또 여행가방 싸서

어디로든 떠나고 싶다는 기대를 갖게했던 책이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전작이 너무 좋아서 기대감이

커서 그런지 두 번째 책은 어딘가 모르게 2% 부족한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지만, 읽어볼 만 한

여행에세이 중에 한권이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습니다.


빡빡하고 무리하게 세운 스케쥴 대로 움직이지 않아도.. '여행의 일요일'이란 표현을 사용했었는데

여행에도 중간중간 쉼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도 정말 열렬히 공감합니다. 같이, 같은 곳으로 떠나도 

나의 여행은 너의 여행이 될 수 없다는 작가의 말도요. 내가 아는 만큼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만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깜냥만큼의 여행만 가능하기 때문에 아무리 친한 사람과의 여행도 같은 여행이 될 수는

없는 게 사실일테니까요. 


여행을 뜻하는 말 중에 이런 줄임말도 있다고 하네요. '여'기서 '행'복할 것.

그래서 여행. 여행을 나서서 온전히 내 선택으로 만드는 하루를 경험하고 새로운 것에 당황하고

나름의 해결책을 찾으면서 온전히 나를 만나고 알아간다는 조금은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여행을 제대로

정의 했다는 생각입니다. 읽는 내내 두준두준, 설리설리 했습니다. ♥


여행 좋아하시는 분들은 한 번 읽어봐도 좋을 책입니다. : )


★★★★☆ (매력쟁이크's 평점별) - For '여행자의 마음'을 가진 사람들.





행복을 향한 몸짓이 

이토록 노골적으로 드라나는 행위가 

여행 말고 또 있을까. 




각자의 여행엔 각자의 빛이 스며들 뿐이다. 

그 모든 여행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이다. 

분명 같은 곳으로 떠났는데 우리는 매번 다른 곳에 도착한다. 

나의 파리와 너의 파리는 좀처럼 만나지지 않는다. 나의 보석은 너의 보석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이것은 과연 여행지의 문제인 걸까. 여행을 떠나는 시기의 문제인 걸까. 

우연히 만나는 사람들의 문제인 걸까. 


어쩌면 나의 문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나는 내 깜냥만큼의 여행을 할 수 있을 뿐이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여기는 서울이 아니라고. 오롯이 너의 시간이라고. 




예전 책에 

'여기서 행복할 것' 

이라는 말을 써두었더니 

누군가 나에게 일러주었다. 


'여기서 행복할 것'의 줄임말이 

'여행'이라고. 


나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떠난다'라는 말은 필연적으로 '도착한다'라는 말에 도착한다. 

어떤 곳에도 도착하지 않는 유목민은 없는 것처럼, 끊임없이 떠나기만 하는 여행자도 없다. 

우리는 떠난다. 그리고 반드시 어딘가에 도착한다. 그것이 여행자의 숙명이다. 

문제는, 어디에 도착하느냐는 것이다. 

나는 여행을 떠났지만 여행지에 도착하고 싶지 않았다. 일상에 도착하고 싶었다. 

그것이 얼마나 매혹적인 일인지 이미 도쿄에서 깨달아버렸다. 

일상을 떠났으면서 다시 일상에 도착하고 싶다는 이 모순. 

이것이 내가 풀어야 하는 숙제였다. 




대단한 무언가를 

보기 위해 떠나온 것이 아니다. 

어쩌면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것을 

아무것도 아니지 않게 여기게 되는 

그 마음을 만나기 위해 떠나온 것이다. 




어떻게 내가 여기까지 왔는데 안 행복할 수 있겠는가. 

어떻게 감히 행복을 의심할 수 있겠는가. 




속도를 줄이고, 욕심을 줄이자. 

너무 많이 안다는 것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다. 

그 독약을 섣불리 마셔선 안 된다. 

지도와 정보를 내려놓자. 

우리의 취향과 우리의 시선과 우리의 속도를 찾자. 

오늘은 겨우 시작이니까. 

시작의 미숙함은 언제나 용서되는 법이니까. 

(중략) 

내일부터는 여행자가 되어보자. 


우연한 행복을 찾아보자. 

진짜 여행을 시작해보자. 






모든 행복은 우연히 마주치는 것이어서 그대가 길을 가다가 만나는 거지처럼 

순간마다 그대 앞에 나타난다는 것을 어찌하여 깨닫지 못했단 말인가. 

그대가 꿈꾸던 행복이 '그런 것'이 아니었다고 해서 그대의 행복은 사라져 버렸다고 생각한다면

 - 그리고 오직 그대의 원칙과 소망에 일치하는 행복만을 인정한다면 그대에게 불행이 있으리라. 


- 앙드레 지드, <지상의 양식> 中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론을 다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뀔 수 없는 진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지금 사는 곳이 고향인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끝없이 여행을 꿈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다른 생 하나를 준비하는 것처럼 여행을 준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여행 때마다 여기서 살아보면 어떨까 꿈꾼다. 

이 음식이, 이 햇살이, 이 공기가, 이 나른함이, 이 매혹이, 그러니까 마주치는 이 모든 것이 

일상이 되면 어떨까 상상해본다. 




집 나가면  

몸이 고생이다. 


하지만  

집을 나가지 않으면  

마음이 고생이다. 


적당한 방황과 

적당한 고생과 

적당한 낯섦이 그리워 

수시로 끙끙 앓는  

마음을 가졌다. 


어쩌다 보니 

여행자의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평일만 있는 일상이 잔인한 것처럼, 

열심히 여행하는 순간만이 가득한 여행도 잔인한 것이다. 

여행에도 일요일이 필요했다. 




여행은 우리를 불행하게 한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그 모든 불행에 대처하는 방법은 아무도 모른다.  

오직 자기 자신만이 그때그때 답을 찾아내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찰리 브라운이 말했다. '인생이란 책에는 뒷면에 정답이 없'다고.  

정확하게 같은 결론이다. 여행이란 책에도 정답은 없다.  

그 순간, 그 장소에서 나의 선택만이 존재하는 것이다. 




"What's your favorite?" 


중요하다. 

수많은 나라에서, 수많은 도시에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써먹은 결과 한 번도 통하지 않았던 

적이 없다. 마법의 주문처럼 이 질문을 하는 순간 모두가 진심이 되었다. 


모두가 내 여행을 완벽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고심했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도, 앞으로 볼 일이 없는 사람들도 모두. 말 그대로 모두. 

오로지 저 한마디 때문에.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건요?" 라는 이 평범한 한마디 때문에. 




당신이 누구든, 얼마나 못났든, 당신이 보여주고 싶어하는 당신을 나는 사랑한다. 

나는 당신이 들려주는 말들을 사랑한다. 그게 거짓투성이여도 상관없다. 

당신이 보여주고 싶어하는 당신을, 나는 당신이라고 부르려 한다. 

당신이 들려주는 말들을 당신의 진심이라고 여기려 한다. 

왜나하면, 당신이 믿고 싶어하는 것을, 내가 함께 믿고 싶기 때문이다. 


- 김소연, <시옷의 세계> 中



다시 올 수 있을까. 


행복에 목 끝까지 차올랐다 

소화가 될 무렵이면 늘 같은 질문이었다. 

다시 올 수 있을까. 





동시에 여러 곳에 존재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동시에 여러 순간을 사는 사람도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선택을 한다. 지금 어디에 있을 것인가, 거기에 언제 있을 것인가. 

여행에서 이 두가지 질문은 끝없이 교차한다.  


'나의 시간'을 선택하고 '나의 공간'을 선택하여 

그 둘을 직조하면 비로소 '너의 여행'의 무늬가 드러난다. 


이 무늬는 전적으로 나의 선택이며 나의 책임이다. 

그러므로 그 무늬를 사랑하는 것은 나의 의무가 된다. 




때로는 여행을 떠나와 

누군가의 일상이 

묵묵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묵직한 위로가 될 때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속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기어이 살아야 한다. 




그들은 시간이 많아 시간에 휘둘리지 않았다. 

한 곳에 일주일 이상 머무르며 천천히 움직였다. 

6개월의 여행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작은 가방을 들고. 


"우리는 늙어서 빨리 못 움직여. 그러니까 천천히 여행하는 거야. 가방도 마찬가지야. 

늙어서 무거운 걸 많이 들 수가 없어. 오래 여행하려면 가벼워져야 해." 


그날 밤, 나는 여행 가방을 뒤져서 엽서 한 장을 꺼냈다. 

그들처럼 늙고 싶다고. 그렇게 오래오래 사랑하는 사람과 여행하고 싶다고. 

나의 꿈이 되어주어서 고맙다고. 

끝까지 무사한 여행이 되길 빈다고 썼다. 




아무도 없다. 

나를 아는 사람도. 

내가 아는 사람도. 


아무것도 없다. 

내가 해야한 하는 것도. 

내가 하지 말아야 하는 것도. 

내가 지금 가야만 하는 곳도. 

지금 있어야만 하는 곳도. 


'나'를 지탱해주던 

모든 것이 사라졌다. 


지금부터는 모든 것이 '나'의 선택이다. 


내가 선택한 모든 것이, 

선택하지 않은 모든 것이 

모두 내 자신이 된다. 


버스가 없어 낙담하는 것도 '나'고, 

상관하지 않고 낯선 곳으로 떠나는 것도 '나'다. 

지금 거기를 선택하는 것이 '내 여행'이 되고, 

지금 거기 가지 않기로 선택하는 것도 '내 여행'이 된다. 

잔뜩 준비해온 정보들을 버리기로 선택하는 것도 '나'고, 

촘촘히 짜놓은 스케쥴대로 움직이기로 결심하는 것도 '나'다. 


그 모든 '나'를 단숨에 만나게 되는 건 

오직 여행을 떠났을 때뿐인 것이다. 


이 문장만은 쓰고 싶지 않았다. 

이 뻔하디뻔한 문장을 

나만은 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나에겐 이 진실을  

다른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결국 이 문장은 단단한 진실이 된다. 


'여행을 떠나, 나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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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수다] 그까짓 사람, 그래도 사람 | 매력쟁이크-서평요정 2016-12-26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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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그까짓 사람, 그래도 사람

설레다 저
예담 | 2016년 10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관계에 지치지 말아요, 나를 좀 더 사랑해주세요 : )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원문 | http://blair.kr/220895325990


[매력쟁이크's 책수다] 그림체가 다소 강해서 처음엔 잔혹동화? 뭐, 이런 컨셉으로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 작가인 줄 알았어요. (원색이나 피, 상처 같은 부분은 조금 무섭게 그려내기도 합니다. 쿨럭-)

첫 번째 두번째 책이 나올때 마다 사서 보게 되는데... 일러스트에 곁들인 글이나 생각은 또 그렇지 만은 

않은 참 독특한 작가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관계속에서 가장 많이 실망하고 상처받기도 하지만 결국에 행복한 나를 위해선 중요한 요소가 되는

바로 '사람'. 사람 사이에서 누구나 한 번 쯤 느껴봤을 법한 일들에 크고 작은 감정들을 고스란히 담아낸

그림들이 많구요. 일러스트 위주라 읽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습니다.

(책 초보자도 쉽게 볼수 있는게 장점입니다.)


많은 사람들속에서 지치지 말아요! 

늘, 언제나 - 가장 소중한건 나 자신! 이랍니다 : D (오늘 저녁엔 꼭, 셀프 토닥토닥 ♥♥)




★★★☆☆ (매력쟁이크's 평점별) - 시간나면 차 한잔 하며 읽어 볼만은 합니다. So So





* 광합성


마음이 단단하게 굳어버렸나 봅니다. 

누군가를 만나 조언을 구하고, 

친구로부터 위로를 받아도 

영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시끌벅적한 모임에 나가 거나하게 취하고, 

홀로 방에서 가슴 치며 울어봐도 

돌처럼 딱딱해진 마음은 여전합니다. 

오늘이 어제인지, 내일인지 분간되지 않을 만큼 

실컷 자고 일어나도 소용없었지요. 


그러던 그 마음이 그저 커피 한 잔 홀짝이며 

가만히 볕을 쬐었을 뿐인데 

스르르 녹아 사라져버립니다. 

이렇게 순식간에, 너무나 허무하게. 





* 곡예 


삶이라는 길은 자주 그 모습을 바꿉니다. 

한 가지 모습을 오래 보여주지도 않을뿐더러 하루에도 수십 번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 모습이 바뀌기 전에 선수를 치면 이렇게 힘들지는 않을 텐데, 

우리 대부분은 삶의 모습에 맞춰 살기 바쁘지요.  

그럴 수밖에 없을 겁니다. 

미래를 예견하는 일이 보통의 일은 아니니까요. 


삶은 걷기 쉽게 혹은 마음껏 달려갈 수 있을 만큼 팽팽하게 탄탄할 때도 있고, 

조심하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처럼 가느다랗고 느슨해져 있기도 합니다. 

파도 타듯 휘청거리며 날 뛰기도 하고, 때론 무섭게 속도를 내며 솟구쳤다 갑자기 내리꽂히기도 하기요. 


그런 삶 안에서 주어진 생명을 소중하게 받아들이고 아슬아슬 균형을 잡으며 신중하게 나아가는 일. 

떨어지지 않기 위해 별별 짓을 다 하게 되는 일.  


그게 바로 '인생'이라 부르는 서커스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칼집 


시련이 만들어내는 인생의 굴곡이 근사해 보일 때가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나의 삶이 아닌 남의 삶을 구경하는 입장에선 말이지요. 

별다른 사건 사고 없는 평온한 삶이라면 사는 일이 밋밋하고 지겹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여기저기 베인 상처 입은 삶보다 깔끔하고 매끈한 삶이 좋아요. 

심심한 인생이 될지라도 불행으로 삶이 뒤틀리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요. 


말은 이렇게 해도 금방 생각이 바뀌어 

마음을 타오르게 하는 불길을 찾아 뛰어들지도 모를 일이죠. 


하지만 지금은, 오늘만큼은 아니예요. 





* 오늘을 오늘답게 


어제를 떠올리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내일을 계획하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어제는 이미 내 곁을 떠났고, 

내일은 아직 내게 오지 않은 시간. 

오늘만이 내가 무엇을 할지 선택하고 실천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입니다. 


어찔할 수 없는 시간들에 곁눈질하지 않고, 주어진 지금 이 시간을 잘 채워보려구요. 

오늘도 이대로 흐르면 어제가 되어 그리워할 테니까 말입니다.





* 이럴 줄 몰랐다. 


'괜찮겠지. 아무 일 없겠지. 별일 없이 잘 지냈으니까 앞으로도 그럴 거야.' 


어떤 문제를 만나건 어디가 어떻게 멍들건 상관없이 이런 말을 읊조리며 지냈습니다.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않고 그저 슬쩍 건성으로 보곤 전부 해결되었다 하며 넘기고는 했지요. 

내가 어찌하지 않는 이상 내 안에 쌓여가는 일이란 걸 모르고. 

미뤄둔 숙제처럼 보지 않는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란 걸 모르고 말이예요.





* 바느질 


마음 아프지 않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어머니의 뱃속에서 천국의 평온을 누리던 그때를 제외하면 삶은 늘 상처의 연속입니다. 

찌질하고 유치한 다툼에서부터 인생의 방향키를 통째로 틀어버리게 만든 사건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건 사고들이 상처로 기록되죠. 

마음은 늘 다치지만 매번 아물기를 잊지 않습니다.  


아문다는 것은 문제가 해결되었음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종종 '어찌어찌 잘 덮어 넘김'을 뜻하기도 합니다. 


해결하기가 어렵다 못해 괴로워지면 짐짓 모른 체하며 덮어야 숨통이 트일 때도 있으니까요. 

상처받는 일은 계속 일어나겠지만, 다행인 건 아무는 일도 멈추지 않고 이어진다는 사실입니다.






* 울화 


누군가는 노래방에서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른다던데, 

누군가는 허벅지가 터질 만큼 미친 듯이 자전거를 탄다던데, 

누군가는 펑펑 울다가 일찌감치 침대로 숨어들어 죽은 듯 잔다던데, 

누군가는 술과 안주를 잔득 먹고 마시며 액션 영화를 질릴 때까지 본다던데, 

누군가는 친구를 만나 온갖 험담을 다 해가며 푼다던데, 


나는 이 화를 터트릴 만한 방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아직도. 여전히 말이죠.





* 어서와요, 우울씨. 


다시는 만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저 멀리 떠나버린 줄 알았는데. 

이리저리 눈치를 살피며 내 곁을 서성이는 당신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습니다. 

당신은 나를 보며 우는 듯 반가운 듯 묘한 표정을 하고는 

심연처럼 깊은 눈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군요. 


그렇게 미친 듯 앞만 보며 뛰지 말고 

잠시 멈추고 자신을 좀 아껴주는 건 어때요? 

더 아파할 마음도 남아 있지 않을 테니 

나와 잠시 쉬어 가는 것도 좋지 않겠어요? 



* 내겐 소중한 사람 


나 혼자만 외로운 건 아닐 겁니다. 

나 혼자만 우울한 게 아닐 거예요. 

어쩌면 외로움도 우울도 신경 쓰지 않아도좋을 만큼 작고 보잘것없는데 

괜히 내가 그것들을 부추겨 내 마음을 힘들게 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스스로를 너무 몰아세우지 말아요. 

미리 아파하지 말아요. 

소중한 사람이니까요.





* 끝까지 함께 


'힘들게 해서 미안해'라는 말 대신 

'네가 있어 다행이야'라고 말해주세요. 

미안하다는 말 대신 고맙다는 말. 


끝까지 같이 가는 거, 그게 진짜다.





* 탈출 


좋은 사람이고 싶었습니다.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나를 무리하게 몰아붙였습니다. 

이제는 불필요한 책임감에서 벗어나 차라리 미움받는 편이 낫겠습니다. 

미움은 그들로부터 빠져나와 나를 자유롭게 만드는 열쇠가 되어줄 테니까요. 


여러모로 진정한 해방인 거죠, 

그들의 기대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 내 마음의 냉동고 


때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차분한 표정으로 

격한 감정을 깊이 묻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당신을 위하는 마음으로. 

좀더 어른스러운 내가 되고 싶은 바람으로. 


그건 나와 당신을 속이는 일도, 

내 마음이 괴로운 일도 아니예요. 


배려하는 여러 방법 중 하나일 뿐.





* 부탁 


만신창이가 된 내 모습에 놀라지 말고 가만히 날 안아주면 좋겠어요. 

아무것도 묻지 말고 그냥 나를 끌어당겨 당신의 두 팔로 따뜻하게 안아줘요. 

온갖 상스러운 말로 상대를 저주하더라도 눈물, 콧물 다 짜고 세상 제일 못난 얼굴로 

울며 악을 쓰더라도 묵묵히 그저 담담히 들어주면 안 될까요. 

복수해달라, 때려달라, 어린아이처럼 떼서도 

일단은 "그래, 그래"하며 부드럽게 등을 쓰다듬어주세요. 

도무지 이대로는 잠들 수 없을 것 같은 이럴 나를 꽉 껴안아주세요.




* 그대만으로 


아무런 이유 없이 나를 끌어 안아주는 당신. 

그대는 내 삶의 이유이자 오늘을 살아가게 하는 힘입니다. 

그대가 지금 당장 내 곁에 있지 않더라도 말이예요. 





* 이건 비밀인데 말이야 


"너에게만 들려줄게. 이런 이야기 처음 하는 거야." 


비밀의 힘으로 나와 당신이 '우리'로 묶이는 순간. 

이 이야기를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 오직 당신과 나, 단 두 사람뿐. 

가까이, 좀더 가까이 몸을 기울여 당신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단어와 단어 사이 쉼표가 감춘 의미를 부드럽게 더듬고, 

문장 사이 호흡의 길이로 당신의 감정을 가늠해보는 시간. 


나와 당신. 

우리 둘만의 비밀. 




* 잘했어요, 잘했어. 


고마워요. 

있는 그대로 날 인정해 주어서. 

잘했다고 말해주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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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수다] 유혹의 학교 - 이서희 | 매력쟁이크-서평요정 2016-12-21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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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유혹의 학교

이서희 저
한겨레출판 | 2016년 05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살아있는 모든 것은 유혹한다.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원문 : http://blair.kr/220891582432


[매력쟁이크's 책수다] 생각해 보면 살면서 거의 모든 순간이 유혹의 순간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선택하고 선택받고, 선택받기 위해서 유혹하고 도발하고 종국에는 상대가 자발적으로 선택하게끔 

만드는.. 정말이지 가져보고 싶은 삶의 기술 중 하나겠다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 )


안타깝게도 얼굴이 예쁘거나 몸매가 아주 착하거나 한 눈에 이성의 관심을 끌만한 외모를 가지지는

못했어요 T_T 다른 사람을 '유혹'한다는 일은 정말 딴 나라 얘기만큼 어려운 일이지만... 

나이를 조금 먹고 나니 '반.드.시' 예뻐야만 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슬쩍 들기도 합니다. 

가지지 못해서 더 가지고 싶은 결핍. '유혹'은 이렇게 하는 거다. 라고 간단명료하게 가르쳐 줄 수 있는 

학교가 있다면 정말 한 번 다녀보고 싶네요. 제목은 참 잘 지은거 같아요. 후훗 -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참 많이 사랑받으며 살아봤던 사람이구나, 자존감이 무척 강하구나, 제대로

사랑하고 사랑받을 줄 아는 사람이구나. 말을 참 예쁘게 하는 구나 다른 사람이 좀 더 알아보고 싶게

조금은 세련된 방식으로 아슬아슬 관심을 끄는 법을 아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녀, 관계, 사랑, 섹스, 이별, 홀로서기....

사랑 얘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제들이죠. 성에 관한 얘기를 하면서도 하나도 야하다거나 이상하지

않는 적당한 선을 잘 지키는 이상한 매력을 가진 에세이. 읽으면서 작가에게 흠뻑 빠져들어 금방 읽혔던

책이었습니다.


사람마다 인생을 살면서 나아갈 방향이 그려진 지도 하나씩을 그리게 되는데 그 지도안에 들어가 같이

여행하고 싶다면 충분히 여유를 두고 상대방을 탐색하고 그가 가진 특성을 이해하고, 그의 룰을 지키며

배려와 존중을 뿌리로 하는 좋은 관계를 만드는 일. 그렇게 상대가 나와 함께하고 싶도록 만드는 일.

그 모든 관계에 시작점 어딘가에 있을 어쩌면 조금은 매혹적이고 관능적일 '유혹' 이라는 주제.

흥미를 끄는데 그치지 않고 차분하고 세련되게 정리를 잘 해놓은 글들. 읽어볼 만 합니다 : )



★★★★☆ (매력쟁이크's 평점별) - For 모든 관계의 시작 '유혹'이 궁금한 사람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유혹한다. 




유혹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양 함께하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듯 함께 가고, 

한 번도 듣지 못했던 양 함께 듣고 새기는 일이야. 

마치 새로운 세상을 열어젖히는 듯이. 

그야말로 생의 감각이 폭발하듯 살아 오르는 

가장 관능적인 순간이 아닐까? 




"나도 말이야. 죽을 때까지 곁에 있는 여성을 유혹하는 남자가 되고 싶어. 

그 노 교수처럼." 


"둘 사이에 어떤 이성적 감정 교류가 있었어?" 


"뭐, 딱히 있었다고는 규정하기는 힘들겠지. 하지만 둘 사이에 오갔던 건 유혹의 일종이었다고 

생각해. 상대의 호감을 얻기 위해 자신의 매력을 보여주고 자발적으로 다가오게 했다는 점에서 

말이야. 서로를 변화시키는 과정으로서도 그렇고."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좀 더 깊숙이 몸을 밀었어. 

얼굴이 맞닿을 듯 가까워졌고 콧가로는 그의 체취가 성큼 밀려 들었어. 

그때 입에서 군침이 감돌았지. 

관능이란 그물처럼 연결되어서 후각의 자극만으로도 미각이 움직이고 

촉각마저 곤두서듯 일어서기도 해. 

대화는 띄엄띄엄 이어졌지만, 모조리 살아난 감각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었어. 




안타깝게도 우리는 자리의 끝과 끝, 서로 먼 곳에 앉아있어요. 하지만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시선이 조급해지고 있었으니까요. 알고 있나요? 

인간의 동공은 카메라 렌즈와도 같아서 빛이 부족하면 조리개를 열고 넘치면 닫지만, 

시선을 끄는 대상이 있을 때에도 열리고 확장된다는 것을. 

눈빛은 자꾸 길어지고, 그렇게 길을 내지요. 

내게로 옮겨오는 당신의 눈빛이 길고 잦아질수록 온몸의 신경이 예민하게 살아 올랐습니다.  




유혹은 상대의 입장이 되어 바라보는 데서 시작하면 좋다. 

자신을 드러내는 속도가 상대를 발견하는 속도보다 앞서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것에 매달리기보다 상대를 느끼고 이해하는 데 집중한다. 

상대방이 당신과의 만남에서 자신의 역할에 만족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누구나 자신이 그리는 자아상이 있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원하는 자아상이 무엇인지 파악하여 그것을 발견해주고 

때로는 북돋아주는 편이 좋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 

늦었다고 생각해도 여유를 잃지 않는다. 모든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자신감은 자신을 과시할 때가 아니라 실패했다고 느끼는 순간, 다시 일어설 때 필요하다. 

유혹은 끝을 바라보고 가는 길이 아니라 현재의 가능성에 집중하는 행위다. 

아직 유혹하지 않았음은 언젠가 유혹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유혹은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고 그곳으로의 문을 여는 초대의 행위다. 

그러나 당신을 구원하거나 그 세계에 영원토록 머물게 하겠다는 약속은 아니다. 

유혹에서 사랑을 선불처럼 요구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유혹은 관계의 적정 지점을 함께 찾아가는 일이다. 

삶의 좌표가 변하듯 관계의 좌표도 움직인다. 

때로는 느리게, 짐작할 수 없는 방향으로도 말이다. 

변화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유혹은 우리에게 가장 적절한 자리를 찾게 해준다. 




사람들은 살면서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각자의 지도를 만들어가게 돼. 

누군가에게 다가가고 싶다면 지혜의 눈과 배려의 몸이 필요하단다. 

상대방의 지도를 읽고 존중하고 따라갈 줄 알아야 하니까. 

자칫 길을 잘못 들어서면 우리는 무관심의 샛길이나 경멸의 늪으로 발을 헛디딜 수도 있어. 


사람의 마음은 그런거야. 

한없이 넓고 포근한 땅이지만, 그 안에서 즐거움을 누리려면 지켜야 할 것이 많아. 

잊지 마. 너희들도 태어남과 동시에 그러한 지도를 만들어 가게 된 거야. 

알다시피 지도는 혼자서 만들 수 없어. 

많은 사람을 만나고 배우고 함께 나누면서 진행하는 공동 작업이거든. 

너희들이 부디 멋지고 기쁨이 넘치는 영토로 나아가는 지도를 만들었으면 좋겠어. 




여행을 할 때 원하는 목적지로 가기 위해서는 스케쥴을 짜고 지나칠 곳을 지도에 표시해야 하듯이 

사랑을 향해 떠나는 여행에서도 우리를 안내해줄 지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우리가 사랑을 이야기할 때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다. 




상대가 나와 다름을 깨닫는 것, 

그러나 거기에 머물지 않고 적극적으로 상대의 욕망을 살피고 탐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나의 즐거움과 너의 즐거움이 만나는 자리를 고민 하고, 

어느 순간 우리의 즐거움이 부쩍 가까워진 것을 발견하는 경이로움은 유혹의 가장 큰 보상이다. 






유혹은 이와 같은 두려움을 해소하는 방식이다. 

우리가 서로에게 위험한 상대가 아니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상대임을 설득하며 다가가고 

또 상대를 자발적으로 다가오게 하는 일이다. 

설득은 상대뿐만 아니라 나 자신에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과거를 향한 향수만이 아닌, 완전한 상태를 향한 그리움을 우리는 '노스탤지어'라고 부른다. 

살아서 단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절대적 안정과 평온함의 경지를, 마치 알고 있듯 꿈꾸고 

상실한 듯 그리워한다. 인간은 보지 못한 낙원을 지난날처럼 가슴에 품고 지금 여기로부터 찾

아 헤맨다. 근원적 결핍이 삶의 여정을 이끌고 때로는 애타는 그리움을 넘어 세상을 변화시킨다.


 


물론 참된 바람둥이를 발견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꽤 괜찮은 방법을 소개할  수는 있다. 

바로 당신이 먼저 참바람둥이가 되는 일이다. 

고수는 고수를 더 쉽게 알아보지 않는가. 

바람둥이가 되는 길에는 왕도가 따로 없다. 

많이 읽고 보고 만나고 또 경험하는 수밖에. 끊임없이 단련하라. 

상처를 미리 두려워 말라. 오지 않은 미래로 현재를 제약하지 말라. 

지금 당장 나서서 당신의 삶을 살고 또 함께 유혹하라. 




연애가 아니어도 필요한 관계들이, 하오의 정사가 아니어도 흥미로운 날들이 지나갈 것이다. 

연애가 절박하지 않아질 때야 비로서 연애는 편안했고 애인의 존재는 자연스러웠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연애하지 않을 자유는 달콤 쌉쌀하다. 

입에 물고 한동안 즐길 만하다. 




자기성찰 능력이 빼어난 사람이 더 편안했다. 

그들은 대화와 설득이 가능했다. 

상대를 존중하는 버릇이 몸에 밴 사람, 

자신을 돌아보는 순간이 일상이 된 사람만큼 안정을 주는 이는 없었다. 


가까워짐을 이유로 나를 압도하려 하지 않고 존중과 관심, 예의의 균형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은 삶의 오랜 습관이자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감수성의 영역이다. 

배려와 자기 성찰의 감수성이 몸에 밴 사람은 유연하다.  

함께 대화하고 더불어 변화하는 과정이 편안하다. 


함부로 지배하려 하지 않는 자세는 나 역시 마음 싶이 상대를 존중하게 한다. 

무작정 가르치려 하지 않고 끊임없이 묻고 상대를 알고자 노력하는 것. 

동시에 자신을 꾸밈없이, 그러나 부담 없이 드러내는 일. 

일상을 나누는 사람으로서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때때로 실연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활홀한 자기긍정의 계기가 된다. 

세상 전부와도 같았던 관계가 마감되어도 마침내 살아남고 더 성숙해진 나를 자랑스러워 할 수 

있다. 세 남자는 한 남자가 되기도 하고 혹은 무수히 부서지고 분열을 거듭하다 사라지기도 한다. 

어쨌든 나는 그 남자들의 존재와 부재를 거치되 그 누구의 여자도 되지 않는다. 

나는 이미 나로서 모자람이 없는 존재임을 받아들일 때 남성/여성을 바라보는 취향은 즐거워진다. 

올바른 상대를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자신을 구원해주리라는 오래된 서사에의 믿음을 버리고서 말이다. 




욕망 역시 단련된다. 

욕망하고 유혹하고 비로서 가까워지는 희열을 배우면서 나의 욕망 또한 구체적이고 정확해진다. 

소통과 배려의 여정 속에서 두 사람 사이에 명확했던 경계가 유혹의 서사에 의해 새로운 영토로 

재편되었음을 깨닫는 순간이 찾아온다. 


경계는 있되 움직이는 것임을, 때로는 겹치고 넘나드는 것임을,  

유혹의 지도는 끊임없이 다시 읽히고 쓰이고 있음을.  

지도를 다시 쓰기 위해 우리는 오래전부터 정확하게 유혹받고 싶었음을. 




내 감정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보면 상대방은 해독할 수 없는 암호처럼 느껴졌다. 

미궁 속 길을 잃고 헤매는 나는, 내가 보아도 매력적이지 않았다. 

자신감을 잃으니 나를 드러내는 일보다는 숨기기에 급급해졌다. 

혼자 하는 사랑의 미망에 사로잡히기 전에 유혹을 시작했어야 했다. 

사랑은 유혹과 함께 길을 찾고 몸과 함께 깊어지는 편이 좋았다. 

물론 동시에 벼락 맞듯 찾아오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운명에 감사해야 할 영역이었다. 




유혹과 섹스에는 유희적 측면이 있다. 

봄바람처럼 살랑거리는 여유도 없이 뜨거운 열기로만 다가설 수는 없다. 

각기 다른 두 존재가 놀이를 하려면 적당한 배려와 협상이 필요하다. 

내 감정에 눈이 멀면 멀수록 관계는 시작도 전에 비틀거린다. 

지나친 방어나 섣부른 공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상대방을 중심에 두고 이루어져야 할 유혹은 더더욱 불가능한 과제가 된다. 

절박하면 할수록 쉽지 않아지는 연애를 두고 우리는 함께 한탄하곤 했다. 

끔은 마주보며 의아해했다.  

우리는 왜 연인이 되지 못할까. 




다른 어떤 언어도 필요로 하지 않는. 최초의 언어, 천국 같은 관능의 언어에 우리는 이를 수 없다. 

그러나 바르트는 허무함의 자리에 머물지 않고 '선언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무언가 알려지려면 말해야만 하고, 또 그것은 일단 말해진 이상 일시적이나마 진실이 된"다고.  


또 다른 프랑스 철학자 알랭 바디우는 <사랑 예찬>에서 사랑의 선언에 우연을 운명으로 끌어들이는 

힘을 부여한다. 사랑의 선언은 "단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길고 산만하며, 혼란스럽고 

복잡하며, 선언되고 다시 선언되며, 그런 후에조차 여전히 다시 선언되도록 예정된 무엇"이 된다. 




이제는 잘 알고 있다. 말을 하는 행위를 두고 미리 허무해져서는 안 된다고. 

낯선 이에게 달려가 말을 걸듯 매번 낯설어지는 당신에게도 달려갔어야 했다고. 


사랑은 표현하는 만큼 힘을 얻는다. 

사랑의 말들은 주문처럼 우리 사이를 떠돌아야 한다. 




홀림은 때로 인생을 뒤바꾼다. 

강렬한 방식으로도 그러나 대부분은 구조 속 작은 조각의 사소한 방향 틂 정도로, 

훗날 시간이 흐른 뒤에야 살펴 알 수 있을, 삶의 거대한 흐름이 줄기를 사소한 시작으로부터 바꿔간다. 

그리고 그 흐름에, 제 시각에, 더 늦기 전에 온전히 자신을 맡길 줄 아는 것은 인간이 부릴 수 있는 

최선의 능동성이다. 그것은 성큼성큼 들어가 아득하게 나아가는 일, 

그러니까 삶의 유혹에 온통 굴복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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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82년생 김지영 | 매력쟁이크-한줄리뷰 2016-12-08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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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읽었음 하는 책. 관심 : 무지 > 이해 > 공감 > 남/여 동등하게 행복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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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수다] 82년생 김지영 - 조남주 | 매력쟁이크-서평요정 2016-12-0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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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저
민음사 | 2016년 10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남자들에게도 좀 읽혀 주고 싶은 책이었어요. 잘 몰라서 실수하는 부분들이 있다면 이 책을 좀 읽고 이해의 범위가 조금이라도 넓어졌으면 하는 바람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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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 http://blair.kr/220880419827


[매력쟁이크's 책수다] 제가 태어난 해도 1982년이라서 그랬을까요?

제목에서부터 조금은 이상하고 묘~한 동질감이 들었던 책이었어요. 우리가 어렸을 적에 한 번쯤은 

겪어봤을 특별할 것 없이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왔던 작은 일상들. 세월이 많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살아간다는 건 아직도 그리 녹녹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보이지 않는 남녀차별,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직전까지 사회적 화두 였던 '여성 혐오' 등의

문제들과도 연관지어 생각해볼 수 있는 부분들이 참 많았고, 김지영 씨의 답답한 얘기들을 하나하나

읽어나가며 책을 덮는 순간 차오르는 깊은 탄식은 숨길 수가 없었어요. 가슴이 먹먹해 지기도 했답니다.


실제로 1982년에 태어난 여자 아이의 이름중에 가장 많은 이름이 '김지영'이라고 하네요. 

작품해설에도 나오는 얘기인데, 보통 소설의 주인공은 특별한 데 이 소설의 주인공은 우리 주변에

한 명씩 있을법한 낯설지 않은 여자의 이야기이고 그 보통의 평범함이 주인공에게 부여한 특수성

된다는 말에 공감할 수 있었어요.


아직 결혼 전이라 딸은 없지만, 적어도 우리 딸들이 살아갈 시대는 지금하고는 또 달라져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해봅니다. 잘못된 건 바로 잡아야 하고. 남/녀를 떠나 평등한 사람으로 모두가

행복해야 하지 않겠어요? ^^




제가 어릴 때만해도 남아선호 사상이 대놓고 우세하던 시절이었어요. 그 시적에 언니와 남동생 사이에서

차별인지도 인식하지 못하고 자랐던 유년시절, 반장이나 체육부장은 보통 남학생이 하고 미화부장은

여학생이 하던 학창시절 취업을 하고도 회사에 오래 남지 못할 여직원이라는 세상의 편견, 지위를 

이용한 상사의 성희롱, 잘못된 회식 문화에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입을 꾹 다물어버렸던 시간들, 

결혼 후 육아 문제로 원하지 않던 퇴사, 퇴사 후에 아이를 데리고 겨우 1500원 짜리 커피를 마시러

카페에 갔다가 '맘충'이라는 충격적인 소리를 듣기도 했고 명절이면 누군가의 며느리라는 이름으로 

친정에 가보지도 못하고 아주 당연하게 고생하던 장면들…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면서 산후 우울증의 형태로 김지영 씨에겐 정신적인 문제가 생깁니다. 가끔씩

자신의 인생에 영향을 미쳤던 여자들로 빙의(?)하는 기묘한 일이 벌어지게 되는데 정신과 의사가 

이를 상담하면서 들은 김지영씨의 이야기를 소설로 풀어낸 책입니다. 


★★★★☆ (매력쟁이크's 평점별) - 추천. 남자들이 좀 읽고 공감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 )


물론, 소설이 전개되면서 과하다 싶은 감정이입이 들어간 사건들도 몇 개 보이고, 조금은 억지스럽다

라는 생각이 들만한 장면들도 보이긴 합니다. 예를 들면, 여직원은 출산이나 육아와 관련된 문제로

오랫동안 회사에 남아있지 않을거다라는 생각에는 수긍하는 편이지만 그래서 일부러 귀찮고 어려운

일은 여직원게게 분담한다라는 둥 호주제가 폐지된 2008년 65건을 시작으로 매년 200건 안팍이라는

얘기를 하며 부정적 감성을 담아낸 부분이 좀 읽기 불편했습니다. 성을 따르는 문제가 어찌됐건 사람들

선택인데 너무 페미니스트적인 시각으로 기울어져 보고 있는 건 아닌가? 좀 억지스럽네 라고 생각한건

저만 그랬을까요?


그렇지만, 저 많은 이야기들 중 제가 어린 시절 '왜 그래야 하지?' 하는 마음의 질문들이 많기도 해서

대부분에 예시에선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답답했구요. 특히나 수치나 통계로 본 현실은

정말로 많이 마음이 답답하기도 했었습니다.


여자들에게 한 번 씩 읽어봤으면 하고 권하고 싶은 내용이었구요. 더불어, 남자들에게도 좀 읽혀 주고

싶은 책이었어요. 잘 몰라서 실수하는 부분들이 있다면 이 책을 좀 읽고 이해의 범위가 조금이라도

넓어졌으면 하는 바람이구요. 이해하게 되면 '혐오' 라는 사회 현상에서도 조금 가벼워 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이만 보이는 것들도 어쨌든 그 시작은 '미묘한' 변화

일테니까요. 시간이 나면 한 번 읽고 보기를 권합니다. : )





할머니의 억양과 눈빛, 고개의 각도와 어깨의 높이 내쉬고 들이쉬는 숨까지 모두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메시지를 한 문장으로 말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최대한 표현하자면, '감히' 귀한 내 손자 것에 

욕심을 내? 하는 느낌이었다. 


남동생과 남동생의 몫은 소중하고 귀해서 아무나 함부로 손대서는 안 되고, 

김지영씨는 그 '아무'보다도 못한 존재인 듯했다. 언니도 비슷한 기분이었을 것이다. 




어린 김지영 씨는 동생이 특별 대우를 받는다거나 그래서 부럽다는 생각을 하지도 못했다. 

원래 그랬으니까. 가끔 뭔가 억울하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었지만 자신이 누나니까 양보하는 거고, 

성별이 같은 언니와 물건을 공휴하는 거라고 자발적으로 상황을 합리화하는 데 익숙했다. 

어머니는 터울이 져서 그런지 누나들이 샘도 없고, 동생을 잘 돌봐 준다고 항상 칭찬했는데, 

자꾸 칭찬을 받으니까 정말 샘을 낼 수도 없었다. 




결국 자식 노릇을 하는 건 김지영 씨의 아버지뿐이었는데, 할머니는 자신의 허망하고 비참한 처지를 

이해할 수 없는 논리로 위안했다. 


"그래도 내가 아들을 넷이나 낳아서 이렇게 아들이 지어준 뜨신 밥 먹고, 아들이 봐 준 뜨끈한 

아랫목에서 자는거다. 아들이 못해도 넷은 있어야 되는 법이야." 


뜨신 밥을 짓고, 뜨끈한 아랫목에 요를 펴는 사람은 할머니의 아들이 아니라  

며느리이자 김지영 씨의 어머니인 오미숙 씨였지만 할머니는 늘 그렇게 말했다. 




정부에서 '가족계획'이라는 이름으로 산아제한 정책을 펼칠 때였다. 의학적 이유의 임신중절수술이 

합법화된 게 이미 10년 전이었고, '딸'이라는 게의학적인 이유라도 되는 것처럼 성 감별과 여아 

낙태가 공공연했다. 1980년대 내내 이런 분위기가 이어져 성비 불균형의 정점을 찍었던 1990년

대 초, 셋째아 이상 출생 성비는 남아가 여아의 두 배를 넘었다. 


어머니는 혼자 병원에 가서 김지영 씨의 여동생을 '지웠다'. 

아무것도 어머니의 선택이 아니었지만 모든 것은 어머니의 책임이었고, 온몸과 마음으로 앓고 있는 

어머니 곁에는 위로해 줄 가족이 없었다. 

맹수에게 새끼를 잃은 동물처럼 울부짖는 어머니의 손을 꼭 잡으며 의사는 미안하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미치지 않은 것은 오로지 할머니 이사의 그 한마디 덕분이었다. 




잠 깨는 약을 수시로 삼켜 가며 누런 얼굴로 밤낮없이 일해서 받는 터무니없이 적은 돈은 대부분 

오빠나 남동생들의 학비로 쓰였다. 아들이 집안을 일으켜야 한다고,  그게 가족 모두의 성공과 

행복이라고 생각했던 시절이었다. 딸들은 기꺼이 남자 형제들을 뒷바라지했다. 




남자가 1번이고, 남자가 시작이고, 남자가 먼저인 것이 그냥 당연하고 자연스러웠다. 

남자 아이들이 먼저 줄을 서고, 먼저 이동하고, 먼저 발표하고, 먼저 숙제 검사를 받는 동안 

여자아이들은 조금은 지루해하면서, 가끔은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전혀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으면서 조용히 자기 차례를 기다렸다. 주민등록번호가 남자는 1로 시작하고 여자는 2로 

시작하는 것을 그냥 그런 줄로만 알고 살 듯이. 




김지영 씨가 국민학교에 다니던 시절만 해도 여자 반장이 채 절반이 되지 않았고,  그것도 과거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라는 뜻이다. 그리고 미화부장은 여학생이, 체육부장은 남학생이 했다. 

선생님이 시키든 아이들이 자원하든 꼭 그랬다. 




오히려 여자라고 못할 것이 없다는 사회적 지지와 응원의 목소리가 높아지던 시기였다. 

김은영 씨가 스무 살이던 1999년에는 남녀차벽을 금지하는 법안이 제정됐고, 김지영 씨가 

스무 살이던 2001년에는 여성부가 출범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이면 '여자'라는 꼬리표가 슬그머니 튀어나와 시선을 가리고, 

뻗은 손을 붙잡고, 발걸음을 돌려놓았다. 그래서 더 혼란스럽고 당황스러웠다. 




김지영 씨가 졸업하던 2005년, 한 취업 정보 사이트에서 100여 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여성 채용 

비율은 29.6퍼센트였다. 겨우 그 수치를 두고도 여풍이 거세다고들 했다. 

같은 해 50개 대기업 인사 담당자 설문 조사에서는 '비슷한 조건이라면 남성 지원자를 선호한다'는 

대답이 44퍼센트였고 '여성을 선호한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 키워드로 본 2005 취업시장, <동아일보> 2005.12.14 

- 신입 사원 채용 시 외모 /성차별 여전, <연합뉴스> 2005.07.11 




출산한 여성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비율은 2003년에 20퍼센트를, 2009년에야 절반을 

넘었고, 여전히 열 명 중 네명은 육아휴직없이 일하고 있다. 물론, 그 이전, 결혼과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이미 직장을 그만두어 육아휴직 통계 표본에도 들어가지 못한 여성들도 많다. 

2006년에 10.22퍼센트던 여성 관리자의 비율은 꾸준히 그러나 근소하게 증가해 2014년에 

18.37퍼센트가 되었다. 아직 열 명 중 두 명도 되지 않는다. 




"나 원래 첫 손님으로 여자 안 태우는데, 딱 보니까 면접가는 거 같아서 태워 준 거야." 

태워 준다고? 김지영 씨는 순간 택시비를 안 받겠다는 뜻인 줄 알았다가 뒤늦게야 제대로 이해했다. 

영업 중인 빈 택시 잡아 돈 내고 타면서 고마워하길도 하라는 건가.  


배려라고 생각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무례를 저지르는 사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항의를 해야 할지도 

가늠이 되지 않았고, 괜한 말싸움을 하기도 싫어 김지영 씨는 그냥 눈을 감아 버렸다. 




"넌 그냥 얌전히 있다 시집이나 가." 


이제껏 더 심한 소리를 듣고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김지영 씨는 갑자기 견딜 수가  없어졌다. 

도저히 밥이 넘어가지 않아 숟가락을 세워 들고 숨을 고르고 있는데 딱, 하고 단단한 돌덩이가 

깨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숟가락으로 식탁을 내리쳤다. 


"당신은 지금 때가 어느 땐데 그런 고리타분한 소릴 하고 있어? 

지영아, 너 얌전히 있지 마! 나대! 막 나대! 알았지?" 




커다란 눈송이가 남자 친구의 검지 끝에 살며시 앉았고, 김지영 씨는 무슨 소원을 빌었는지 물었다. 


"너 회사 잘 다니게 해 달라고. 덜 힘들고, 덜 속상하고, 덜 지치면서, 사회생활 잘 하고, 

무사히 월급 받아서 나 맛있는 거 많이 사 달라고." 


김지영 씨는 가슴속에 눈송이들이 성기게 가득 들어차는 느낌이었다. 

충만한데 헛헛하고 포근한데 서늘하다. 

남자 친구의 말처럼 덜 힘들고, 덜 속상하고, 덜 지치면서 

어머니의 말처럼 막 나대면서 잘 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김지영 씨는 아침마다 팀원들 자리에 취향 맞춰 커피를 한 잔씩 타서 올려놓았고, 식당에 가면 

자리마다 냅킨을 깔고 숟가락과 젓가락을 세팅했고, 식사를 배달시킬 때면 수첩을 들고 다니며 

메뉴를 정리해서 전화 주문하고, 다 먹고 나면 가장 먼저 나서서 빈 그릇들을 정리했다. 




"앞으로 내 커피는 타 주지 않아도 돼요. 식당에서 내 숟가락 챙겨 주지 말고, 내가 

먹은 그릇도 치워 줄지 말아요." 


"부담스러우셨다면 죄송합니다." 


"부담스러워서가 아니라 김지영 씨의 일이 아니라서 그래요. 그동안 신입 사원을 받을 때마다 

느낀 건데, 여자 막내들은 누가 부탁하지도 않았는게 귀찮고 자잘한 일들을 다 하더라고. 

남자들은 안 그래요. 아무리 막내고 신입 사원이라도 시키지 않는 한 할 생각도 안 해. 

근데 왜 여자들은 알아서 하는 사람이 되었을까.




김은실 팀장은 여자 같지 않다는 소리를 듣기 위해 회식 자리에 끝까지 남았고, 야근과 출장도 늘 

자원했고, 아이를 낳고도 한 달 만에 출근했다. 처음에는 자랑스러웠는데, 여자 동료와 후배들이 

회사를 나갈 때마다 혼란스러웠고, 요즘은 미안하다고 했다. 회식은 사실 대부분 불필요한 자리였고, 

잦은 야근과 주말 근무, 출장은 인원을 보강해야 하는 문제였다. 출산, 육아로 인한 휴가와 휴직도 

당연한 것인데 후배들의 권리까지 빼앗은 꼴이 됐다.





김지영 씨는 얼굴형도 예쁘고 콧날도 날렵하니까 쌍꺼풀 수술만 하면 되겠다며 외모에 대한 칭찬인지 

충고인지도 계속 늘어놓았다. 남자 친구가 있느냐고 묻더니 원래 골키퍼가 있어야 골 넣을 맛이 

난다는 둥 한 번도 안 해 본 여자는 있어도 한 번만 해본 여자는 없다는 둥 웃기지도 않는 19금 

유머까지 남발했다. 무엇보다 계속 술을 권했다. 주량을 넘어섰다고, 귀갓길이 위험하다고, 이제 그만 

마시겠다고 해도 여기 이렇게 남자가 많은데 뭐가 걱정이냐고 반문했다. 니들이 제일 걱정이거든. 

김지영 씨는 대답을 속으로 삼키며 눈치껏 빈 컵과 냉면 그릇에 술을 쏟아 버렸다. 




기획팀 인력 구성은 전적으로 대표의 뜻이었다고 한다. 일 잘하는 과장급이 선발된 이유는 기획팀이 

자리를 잘 잡아야 하기 때문이고, 남자 신입 사원들이 선발된 이유는 장기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대표는 업무 강도와 특성상 일과 결혼 생활, 특히 육아를 병행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여직원들을 오래갈 동료로 여기지 않는다. 그렇다고 사원 복지에 힘쓸 계획은 없다. 

못 버틸 직원이 버틸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보다, 버틸 직원을 더 키우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게 

대표의 판단이다. 그동안 김지영 씨와 강혜수 씨에게 까다로운 클라이언트를 맡긴 것도 같은 이유였다. 

두 사람을 더 신뢰해서가 아니라, 오래 남아 할 일이 많은 남자들에게 굳이 힘들고 진 빠지는 일을 

시키지않은 것이다. 




사업가의 목표는 결국 돈을 버는 것이고, 

최소 투자로 최대 이익을 내겠다는 대표를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당장 눈에 보이는 효율과 합리만을 내세우는 게 과연 공정한 걸까. 

공정하지 않은 세상에는 결국 무엇이 남을까. 

남은 이들은 행복할까. 




대한민국은 OECD 회원국 중 남녀 임금 격차가 가장 큰 나라다. 2014년 통계에 따르면, 

남성 임금을 100만 원으로 봤을 때 OECD 평균 여성 임금은 84만 4000원이고 

한국의 여성 임금은 63만 3000원이다. 


또 영국 <이코노미스트> 지가 발표한 유리 천장 지수에서도 한국은 조사국 중 최하위 순위를 기록해, 

여성이 일하기 가장 힘든 나라로 꼽혔다. 




결국 호주제는 폐지되었다. 2005년 2월에 호주제가 헌법상의 양성평등 원칙에 위배 된다는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나왔고, 곧 호주제 폐지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개정 민법이 공포되어 2008년 1월 1일

부터 시행됐다. 이제 대한민국에 호적 같은 것은 없고, 사람들은 각자의 등록부를 가지고 잘 살고 

있다. 자녀가 반드시 아버지의 성을 이어 받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혼인신고 할 때 부부가 합의했다면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다. 그럴 수는 있다. 

하지만 자녀가 어머니의 성을 따른 경우는 호주제가 폐지된 2008년 65건을 시작으로 매년 200건 

안팍에 불과하다. 




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그 안의 소소한 규칙이나 약속이나 습관들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중략) 


법이나 제도가 가치관을 바꾸는 것일까, 

가치관이 법과 제도를 견인하는 것일까. 




"야, 30분 늦게 오는 대신 30분 늦게 퇴근하잖아. 똑같이 일하는데 왜 그래?" 

"우리가 칼퇴하는 회사도 아닌데 뭐. 그냥 30분 날로 먹는 거지." 


홧김에 김지영 씨는 늦게 출근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똑같이 출근하고 똑같이 일할 거라고. 

1분도 날로 먹을 생각 없다고. 그리고 미어터지는 지옥철을 견디기 힘들어 한 시간씩 일찍 출근하며 

내내 섣불리 뱉어 버린 말을 후회했다. 어쩌면 자신이 여자 후배들의 권리를 빼앗고 있는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주어진 권리와 혜택을 잘 챙기면 날로 먹는 사람이 되고, 

날로 먹지 않으려 악착같이 일하면 비슷한 처지에 놓인 동료들을 힘들게 만드는 딜레마. 




이제 출근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상은 예전과 달라졌고 달라진 일상이 익숙해질때까지는 예측과 계획이 불가능할 것이다. 

그제야 눈물이 났다. 




첫 직장이었다. 첫발을 내딛은 세상이었다. 사회는 정글이라고, 학교 졸 업 후 만난 친구는

진짜친구가 아니라고들 했지만 꼭 그렇지도 않았다. 합리보다 불합리가 많고, 한 일에 비하면 

보상도 부족한 회사였지만,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는 개인이 되고 보니 든든한 방패막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끝났다. 

김지영 씨가 능력이없거나 성실하지 않은 것도 아닌데 그렇게 되었다. 

아이를 남의 손에 맡기고 일하는 게 아이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듯, 

일을 그만두고 아이를 키우는 것도 일에 열정이 없어서가 아니다. 




"사람들이 나보고 맘충이래." 


(중략) 


"그 커피 1500원이었어. 그 사람들도 같은 커피 마셨으니까 얼만지 알았을 거야. 오빠, 나 1500원

짜리 커피 한잔 마실 자격도 없어? 아니, 1500원 아니라 1500만원이라도 그래. 내 남편이 번 돈으로 

내가 뭘 사든 그건 우리 가족 일이잖아. 내가 오빠 돈을 훔친 것도 아니잖아. 

죽을 만큼 아프면서 아이를 낳았고, 내 생활도, 일도, 꿈도, 내 인생, 나 자신을 전부 포기하고 

아이를 키웠어. 그랬더니 벌레가 됐어. 난이제 어떻게 해야 돼?" 


정대현 씨는 가만히 김지영 씨의 어깨를 끌어다 안았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알 수  

없어 그저 등을 토닥이며 아니야, 그런 생각 하지 마, 라는 말만 반복했다. 




내가 평범한 40대 남자였다면 끝내 알지 못했을 것이다. 대학 동기이자 나보다 공부도 잘하고, 

욕심도 많던 안과 전문의 아내가 교수를 포기하고, 페이닥터가 되었다가, 결국 일을 그만두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나는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특히 아이가 있는 여자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 사실 출산과 육아의 주체가 아닌 남자들은 나 같은 특별한 경험이나 계기가 없는 한 

모르는 게 당연하다. 




<작가의 말> 

자꾸만 김지영 씨가 어디선가 살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변의 여자 친구들, 선후배들, 

그리고 저의 모습과도 많이 닮았기 때문일 겁니다. 사실 쓰는 내내 김지영 씨가 너무 답답하고 

안쓰러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자랐고, 그렇게 살았고, 달리 방법이 없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늘 신중하고 정직하게 선택하고, 그 선택에 최선을 다하는 김지영 씨에게 

정당한 보상과 응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더 다양한 기회와 선택지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략) 


딸이 살아갈 세상은 제가 살아온 세상보다 더 나은 곳이 되어야 하고, 될 거라 믿고, 그렇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세상 모든 딸들이 더 크고, 높고, 많은 꿈을 꿀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작품해설 - 김고연주 (여성학자)> 

일반적으로 소설의 주인공은 독특하다. 독특한 주인공이 얼마나 설득력 있는 삶을 사는지가 

소설의 흥미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82년생 김지영>의 주인공은 익숙하다. 

특수정이 아니라 보편성을 추구하는 것이 이 소설의 특수성이다. 


김지영. 흔한 이름이다. 누구나 주위에 지영이라는 이름을 지닌 이가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1982년에 태어난 여성들의 이름 중 가장 많은 것이 김지영이란다. 

82년생이니 이제 30대 중반.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제목은 이 소설의 목적을 잘 함축하고 있다. 

그 목적은 물론 현재를 살고 있는 여성의 보편적인 삶을 그리는 것이다. 




김지영은 어처구니없고 부당한 상황에서 거의 대부분 입을 닫아 버린다. 

그때마다 하고 싶은 말들이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 그 이유를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김지영은 집, 학교, 거리에서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이 '여성혐오'라고 명명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여성혐오 사회에서 여성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행위가, 나아가 여성이라는 

존재 자체가 얼마나 숱한 위험에 처할 수 있는지를 말이다. 




우리 주변의 많은 여성들이 김지영처럼 눈을 감아 버리고 입을 닫아버린다. 하고 싶은 말을 하면 

무슨 일이 생길지 예상할 수 있고 그 일은 피로와 무력으로 되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생각, 감정, 의견 무엇 하나 말을 하지 않고 속으로 삭이는 게 차라리 나을 정도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에서도 소수의 여성들은 목소리를 낸다. 

이 여성들이라고 피로감과 무력감을 느끼질 않을 리 없다. 

다만 비슷한 경험에서 비롯된 공감과 누군가로부터 받은 도움에 힘입어 자신을 위해, 

그리고 다른 이들을 위해 용기를 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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