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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 : 진주를 품은 여자』 by 권비영 | 2014년(128) 2014-03-31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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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은주

권비영 저
청조사 | 2014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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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은 무관하면서 무관하지 않다.
얼핏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보이지 않는 거미줄처럼 얽혀
무연하지 않게 우리의 삶 주변에 놓여 있다는 사실,
그러한 관계는 결국 모든 인간의 삶은 닮아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소설은 상처를 감싸 진주를 품어내려는 영혼들의 이야기이다.
  
『은주 : 진주를 품은 여자』는, 가정으로부터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가출한 ‘은주’가 타인과의 소통과 자성의 시간을 보낸 뒤 상처를 치유해 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 소설이다. 또한, 다문화가족을 조명하는 가운데 문화와 문화가 섞이는 일은 단시간에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기다리고, 다름을 이해하고, 함께하려는 마음을 키울 것을 독려한다. 가족구조가 붕괴하고, 상대에 대한 배려 없는 개인주의가 만연한 사회현상을 보면서 주변 사람과의 관계와 소통의 부재를 조용히 꾸짖는 듯하다.
 


 

우리는 모두 '은주'다. 지나치리만큼 헌신적 역할을 자처하고, 누구에게도 싫은 소리를 못하는 소위 천사표 '은주'는 가족 안에서 난무하는 폭력을 더이상 견디지 못해 가출을 결심한다. 도피처로 삼은 곳은 그녀의 연인 '에민'의 나라 터키, 단 한 번도 따뜻한 가족의 사랑을 받아본 적 없던 은주는 그곳에서 에민의 아버지 '파샤'를 통해 부성애를 느끼고 안정감을 찾아간다. 그러나 가족들에게 행한 폭력이 자해와 정신착란 증세로 나타난 아버지와, 오히려 폭력의 주체가 되어버린 엄마의 소식에 집으로 돌아간다. 술을 마시고 어머니를 때리는 아버지, 온몸에 매 맞은 멍이 든 채로 아버지에게서 받은 울분을 자신에게 풀려는 어머니, 아버지를 그대로 닮아 가던 오빠. 징글징글하게 묶여 있는 인연의 끈이고, 보고 싶지도 않고, 화해하고 싶지도 않지만, '가족'이라는 멍에때문에 벗어날 수가 없다. 그 누구도 자신의 뿌리를 부정한 채 완전한 혼자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폭력은 할아버지에게 되물림되었고, 어머니는 할머니의 인생살이에 치여 불만과 폭언이 시작되었다. 그것은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삶의 궤적이었으며, 유전처럼 내려오는 병의 근원에는 전쟁이 있었다. 나라와의 전쟁, 사람과의 전쟁, 자신과의 전쟁, 세상과의 전쟁, 전쟁이 가져다 준 보이지 않는 상흔이었다. 할머니의 고백을 통해, 숨겨왔던 출생의 비밀, 어머니가 짊어진 고통의 무게 등을 확인하게 된다. 알고 보면, 모두가 상처 많고 불쌍한 인생이다. 
 
애정 없는 국제결혼의 상처와 함께 다문화가정의 속살을 해부했다. 국제결혼 자체가 일종의 약소국 여자들 사고파는 인신매매라는 점에서 대다수는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애정도 없이 아버지뻘 되는 남자에게 시집와서 노예생활하는 것이나 진배없는 '소피아',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메싸', 피부색과 얼굴이 달라 또래 친구들에게 소외되는 '현수', 경제적 빈곤, 문화 차이 등의 어려움을 다뤘다. 이는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과 갈등이 주요 원인이다. 외국에서 나고 자란 배우자의 국가문화에 대한 적극적인 이해 없이는 정상적인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 문화적 충돌에 대비하여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도록 서로가 이해하고 배려하는 성숙한 문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은주를 읽는 내내 생각했다. 어쩌면 상처는 폭력의 또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고. 전혀 상반된 모습같지만 본질적으로는 같은 맥락이라고. 그리고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상처 투성이의 영혼이라는 것을.. 우리는 엄마의 탯줄과 연결되는 순간부터 상처를 안고 태어난다. 그리고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가족과 친구, 연인이나 동료에게 마음의 상처를 입기도 하고 자존심을 다치기도 한다. 다친 부위는 거듭해서 상처가 나고 곪아 터지기를 반복하면서 트라우마로 정착되기도 하고 무력감과 분노감, 좌절감 등을 경험하면서 굳은 살이 배긴다. 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건 나를 만들어 준 것이 가족이고, 가족은 어떠한 경우에도 서로를 책임지고 보듬어야 한다. 은주처럼, 혈연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 필연을 팽개칠 수 없는 관계이기도 하다. 전혀 연계성 없는 타인들조차 서로 거미줄과도 같은 관계를 맺고 있으며, 그들과 소통하는 가운데 삶의 무게도 가벼워지는 것이다. 서로가 위로가 되고 힘이 되고 거울이 되는 가운데 사랑의 온기가 피어오르고 행복이라는 나무가 세워지는 것이다. 절박한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의 애환과 타인에 대한 따스한 연민이 행간마다 녹아 있다.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이 땅의 아픈 영혼들에게 더운 국물처럼 따뜻한 위로와 온기가 전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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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by 최정미 | 2014년(128) 2014-03-2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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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미궁

최정미 저
끌레마 | 2014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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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로만 평가받던 장희빈을 『장옥정 사랑에 살다』를 통해 참신한 상상력과 새로운 시각으로 입혀낸 최정미 작가는, 또 다른 역사 팩션 『미궁』을 통해 가공의 인물 사포별감 진현을 전면에 내세워 연쇄 살인사건을 추적해 나가는 궁중 미스터리를 표방했다. 인조반정 후 십구 년간 유배를 겪으며 처참한 세월 속에서도 생존을 이어가던 광해군의 사망 전후에 벌어진 일들에 작가적 상상력이 덧대어진 작품이다.

 

 

 진현은 두둑한 배짱과 호방한 성격을 가졌으나 예리하고 민첩한 추론능력을 지닌 사포직 별감이다. 그런 그가 오직 국왕의 여인이어야 하는 궁녀와 통정한 것을 주상전하의 가장 큰 총애를 받고 있는 소용 조씨가 알게 되었고, 이를 묵인해주는 조건으로 아들 숭선군의 독살 미수를 보름 이내에 밝혀내라는 명을 받는다. 몇 해 전 누구도 해결하지 못했던 독살 사건을 규명하여 장내를 떠들썩하게 했던 진현은, 이제는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사건을 밝혀야 한다. 하지만 뒤이어 발생한 궁궐 내의 연쇄 살인사건은 모두를 혼란에 빠뜨리고, 자신이 맡은 사건과의 연계성을 의심하며 배후를 추적해 나간다. 작금의 주상은 15대 임금 광해를 밀어낸 조선의 16대 임금 인조이다. 왕족을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도 결코 죽어서는 안 되는 궁에서 세 번의 연쇄살인사건과 왕족을 시해하려는 독살 미수 사건, 궁 밖으로 이어진 또 한 번의 살인에 인조의 불안감은 극에 달한다. 살해되었거나 살해될 위기를 겪은 자들은 모두 인조의 측근들이다. 모두가 하나같이 인조의 총애를 받는 수족들이 변을 당했다. 그렇다면 최종 목표는 인조 자신이 아닐까?

 

 소용 조씨의 아들 숭선군의 독살 미수, 태운 맥적을 먹고 죽은 수라간 오숙수, 구중심처 깊이 뿌리박은 나뭇가지에 목이 매달려 죽은 박상선, 뒤이어 창덕궁 후원 연못가에서 시체로 모습을 드러낸 제조상궁까지. 이 모든 것이 수라간과 내의원 약방, 두 곳 모두를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신분이어야 가능하다. 관련지어 한 맥으로 잡히지 않던 진현의 의구심은 인평대군과 속을 터놓기 시작하면서 수사에 가속이 붙기 시작한다. 권력 이동과 연관을 짓는다면, 서열 1,2위인 형들이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 있는 터에 차기 왕이 될 유력한 인물은 숭선군을 제외한다면 인평대군 뿐이다. 혹시 그가 범인은 아닐까? 그가 아니라면, 소용 조씨의 영원한 숙적인 귀인 장씨일까? 그러던 중 궁궐 밖 행사였던 승전놀음(기생들을 모두 동원하여 벌이는 별감놀음)에서 홍병희 별감마저 살해되고 만다.

 

 광해군, 일국의 국왕이었던 이가 자그만치 십구 년 동안 겪은 수모는 참담했다. 감시로 붙여진 별장이 광해군을 아래채로 내몰고 안방을 차지했을 뿐 아니라, 수발을 위해 딸려 온 나인은 그를 영감이라 부르며 대놓고 멸시했다. 광해군은 화와 울분으로 세상을 한하는 일도 없이  입을 다문 채 그 모든 수모를 받아냈다. 최후까지 무언가 때를 기다리는 듯 담담하게 생을 이어갔다. 그것은 희망이었을까, 체념이었을까? 왕이라는 절대 권력이 군으로 강등된 것도 모자라 천한 비자에게까지 하대받고 모욕당하면서도 끈질기게 견뎌온 그의 삶 이면에 숨겨있음직한 희망은 꽤나 설득력이 있다. 장마철에 만개하는 수국을 닮은 색장나인이 짊어졌을 삶의 무게에 나도 모르게 눈물 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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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여 안녕』 by 프랑수아즈 사강 | 2014년(128) 2014-03-27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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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슬픔이여 안녕

프랑소와즈 사강 저
소담출판사 | 2002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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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즈 사강은 19세 나이로 처녀작 『슬픔이여 안녕』을 발표하면서 프랑스의 신세대 감성을 대표하는 국제적인 작가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이 작품이 발표되던 1954년은 제 2차 세계대전의 후유증이 심각했던 전후 시대였고, 당시 사강의 출현은 프랑스 문단에 논란과 충격을 주었다. 사강의 인생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했다. 순탄지 못한 결혼생활과 하룻밤에 인세를 모두 탕진하는 황폐하고 무절제한 생활, 신경 쇠약과 노이로제, 수면제 과용과 정신병원 입원, 계속된 술과 도박 등은 그녀를 파괴시켰으나, 결국 아들 도니로 인해 삶의 새로운 의지를 불태우며 여러 작품들을 잇달아 발표한다. 그녀의 소설은 불안한 인간의 내면을 시대적 상황에 맞게 터치한 작품이었고, 한 인간의 흔들리는 정서와 솔직한 내면 세계를 잘 표현한 수작으로 꼽힌다.

 

 

   
 열일곱 살 여름, 세실은 15년째 홀아비로 살아온 아버지와 아버지의 애인인 엘자와 함께 해변의 별장에서 여름 방학을 보낸다. 그곳에서 법대생인 시릴을 만나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어머니의 옛친구인 안느가 초대된다. 안느는 대단히 매력적이고 지성적인 여인인 반면 차갑고 냉담하며, 매사에 옳게 처신한다. 그리고 나약한 바람둥이에 줏대조차 없고 결혼과 속박을 완강히 거부했던 아버지가 안느와 결혼을 약속한다. 이로써 바람둥이와 고급 창녀 그리고 이지적인 여인의 조합은 산산히 조각나고 만다. 세실은 안느의 섬세함과 총명함에 의해 자신의 생활이 송뿌리째 바뀔 것과 자유를 상실하게 될 두려움에 초조해한다. 더군다나 키스만 했던 시릴과 자신의 관계를 대놓고 의심까지 하는 안느. 모든 것이 안느의 뜻대로 되어가고 있다는 데서 생기는 불안감을 참지 못한 세실은, 교활한 연극을 준비한다. 시릴과 엘자가 다정한 연인 사이가 되어 그들 주변에서 애정 행각을 벌이고, 아버지를 자극하는 연극을.
 
어이없게도 그녀의 아버지는 그들의 연극에 걸려들고, 배신에 상처입은 안느는 예기치 않은 사고로 죽음을 맞는다. 하지만 이것은 세실만의 탓은 아니다. 아버지와 안느의 사랑이 너무 미약했기 때문이다. 관성에 젖어 있던 아버지의 방종했던 생활을 잠재우기엔 그들의 사랑 역시 너무 짧았음이다. 그릇된 욕망에 사로잡힌 아버지와, 안느 앞에 양심의 가책으로 떨어야 했던 세실, 질투와 배반으로 얼룩진 짧은 여름 한 때 해프닝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큰 비극이다.
 
다시 여름이 다가온다. 그 추억과 더불어. 안느, 안느!
나는 이 이름을 낮은 목소리로 오랫동안 어둠 속에서 되풀이한다.
그러자 무엇인가 내 마음속에 솟아나고,
나는 그것을 눈 감은 채 그 이름으로 맞이한다.
슬픔이여 안녕!
-P172
작품 해설에서도 언급하지만, 『슬픔이여 안녕』의 안녕은, 슬픔을 보내는 것이 아닌 슬픔과 마주하는 인사를 의미한다. 한 소녀의 복잡미묘한 내면 속에 진정한 '슬픔'이 무엇인지 일깨워준 성장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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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파계재판' 카피이벤트, 1등에게 황금열쇠 증정 | 생존전략 2014-03-2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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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블로그 이야기

안녕하세요. 예스블로그입니다.

 

<파계재판> 블라인드 배팅단에 이어

시공사와 예스블로그 단독으로 2번째 이벤트를 마련하였습니다. 두둥!!!

 

1등에게는 황금열쇠 1돈!!! ++

많은 응모 부탁드려요.

 

 

 

파계 재판

다카기 아키미쓰 저/김선영 역
검은숲 | 2014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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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도 없었다(And Then There Were None)』 by 애거서 크리스티 | 2014년(128) 2014-03-25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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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저/이가형 역
해문출판사 | 2002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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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사 크리스티의 상당히 유명한 이 소설을 오늘에서야 읽었다. '열 개의 인디언 인형'이란 제목으로도 꽤나 유명한 이 소설은, 수수께끼와 서스펜스가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타인을 죽음으로 내몬 과거를 가진 열 명의 사람들이 정체불명인으로부터 초대장을 받고 인디언 섬에 도착한다. 그리고 세상과의 접촉이 끊어진 그곳에서 한 명씩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을 그린다.  

 

 

 

신문마다 인디언 섬에 관한 기사가 도배를 이루고 있지만 화제의 그 섬은 온갖 추측과 무성한 소문만 있을 뿐 모든 것이 불확실한 수수께끼의 섬이다. 그곳에 있는 으리으리한 저택은 어느 백만 장자가 세웠다는 것만이 확실하며, 미국 인디언의 옆모습을 닮아서 인디언 섬이라 불린다. 그런데 그 섬에 서로 연계성이라곤 없는 여덟 명의 사람들이 불확실한 초대자로부터, 또는 오랫동안 단절된 지인으로부터, 또는 U.N.오언 부부로부터 인디언 섬에 초대된다. 그러나 그곳에 초대한 사람은 보이지 않고 하인인 로저스 부부만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각자의 방안에는 한 편의 동요가 적혀 있다.

 

열 명의 인디언 소년이 식사를 하러 밖으로 나갔다. 한 명이 목이 막혀 죽어서 아홉 명이 되었다.
아홉 명의 인디언 소년이 밤늦게까지 자지 않았다. 한 명이 늦잠을 자서 여덟 명이 되었다.
여덟 명의 인디언 소년이 데번을 여행했다. 한 명이 거기에 남아서 일곱 명이 되었다.
일곱 명의 인디언 소년이 장작을 패고 있었다. 한 명이 자기를 둘로 잘라 여섯 명이 되었다.
여섯 명의 인디언 소년이 벌집을 가지고 놀았다. 한 명이 벌에 쏘여서 다섯 명이 되었다.
다섯 명의 인디언 소년이 법률을 공부했다. 한 명이 대법원으로 들어가서 네 명이 되었다.
네 명의 인디언 소년이 바다로 나갔다. 한 명이 훈제된 청어에 먹혀서 세 명이 되었다.
세 명의 인디언 소년이 동물원을 걷고 있었다. 한 명이 큰 곰에게 잡혀서 두 명이 되었다.
두 명의 인디언 소년이 햇빛을 쬐고 있었다. 한 명이 햇빛에 타서 한 명이 되었다.
한 명의 인디언 소년이 혼자 남았다. 그가 목을 매어 죽어서 아무도 없게 되었다.

<P38>

 

그리고 식탁 위에는 열 개의 인디언 인형이 놓여 있다. 초대인의 저택은 모든 것이 초현대식으로 지어져 있어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반면 왠지 모를 음산함과 두려운 느낌을 자아낸다.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친 그들 곁에 이름과 죄목을 말하는 목소리가 전축을 통해 흘러나온다. 누군가를 죽음으로 내몬 각자의 과거를 심판이라도 하듯, 그들의 죄과를 읊는 목소리 이후 인디언 동요의 가사대로 목이 막혀 죽고, 늦잠을 자서 죽고, 데번을 여행하다 죽고, 장작을 패다가 죽고, 벌이 윙윙대는 가운데 죽고, ... 그렇게 한 사람씩 죽어나가고, 죽어가는 사람 수만큼 인디언 인형도 그 수만큼 사라진다. 결국 인디언 섬에 초대된 열 명의 사람들은 한 사람도 살아 남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 속에 범인은 당연히 없지 않을까? 그렇다면 귀신의 소행일까, 악마의 저주일까?

 

극의 초반, 기차 안에서 블로어와 마주 앉은 노인이 "조심하시오. 심판의 날이 가까워졌소." "지금 당신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거요, 젊은이, 심판의 날이 가까워졌어." 라고 한 말은 이 소설에 복선과 암시를 준다. 하지만 심판이 의미하는 것은, 사람이 아닌 신만이 결정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읽어 나갈수록 이건 결코 사람이 한 짓이 아니라는 생각이 컸다. 에필로그 이후에 등장한 '트롤 어선인 에마 제인 호의 선장'이 '런던 경시청에 보낸 보고서'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결국 인간이 만들어낸 잔혹한 살인게임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결론도 결론이지만 살아남은 사람들끼리 서로를 불신하고 범인으로 몰아가는 심리전은 시간을 더할수록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이처럼 잘 짜여진 플롯과 인물들의 사건 배열은 극의 몰입도를 높이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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