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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2016 기노쿠니야 인문대상 수상작) | 생존전략 2016-09-30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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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적인 인생의 단편적인 서사
길 위의 기타 연주자, 이민자, 조직 폭력배… 분석할 수 없는 부스러기
이야기를 담다

-

  ♠  2016 기노쿠니야 인문대상 수상!   ♠

-




이 세계 도처에 굴러다니는 무의미한 단편에 대해
그 단편이 모여 세계가 이루어져 있다는 것에 대해
그 세계에서 다른 누군가와 이어져 있다는 것에 대해




오랜만에 독서를 끝냈다는 것이 아쉬운 책과 만났다.

_사회학자 우에노 지즈코

이 책은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다만 풍부하고 깊이 있는 의혹을 던질 뿐…. 그리고 잠자코 옆에 있어 준다. 언제까지나… 돌멩이나 강아지처럼. 내게는 이 책이 필요하다. _

소설가 호시노 도모유키

이 사회학자, 기시 마사히코는… 타인의 삶을 팔짱끼고 구경하는 관찰자가 아니다.… 인간이 낼 수 있는 목소리가 모두 담긴 듯한 이 책은 인생극장과 너무나 닮아 있다.

_사회학자 노명우

◈ 사회학자,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쓰다
사회학자는 연구 대상에 대해 일정한 거리를 두고 그것을 관찰하고 분석한다. 이를 위한 주요 방법론으로 인터뷰나 통계 자료, 사회학 이론 등을 사용하는데, 이로 인해 전문적이고 냉정한 관찰자로서의 시선을 띤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 기시 마사히코는 이와 같은 통상적인 사회학적 방법론과 시선에서 벗어나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에 가만히 귀를 기울인다. 그 이야기에 대한 저자의 서술 역시 기존 사회학자들이 흔히 취하던 관찰자적, 학술적 서술이나 판단, 단정적 어투가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 속으로 조용히 걸어 들어가 그 옆에 자신의 목소리를 얹어 놓을 뿐이다.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저자의 관심사이자 일본 사회의 소수자로 흔히 거론되는 오키나와인, 재일 코리안, 피차별 부락민, 장애인, 게이, 이주 여성 등이거나, 우리 곁에 흔히 존재하지만 눈에 띄지 않았던 주변인(복장 도착자, 조직 폭력배, 거리의 연주자, 방치된 아이들, 가정폭력의 희생자 등)이다. 저자는 이들의 삶을 사회구조적 차원으로 손쉽게 치환하여 분석하거나 폭력적으로 재구성하지 않는다.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저자의 서술을 따라가다 보면 그 삶을 만들어 낸 곡절과 개인의 역사, 사회적 폭력을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눈에 띄지 않던 보통 사람들을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가시화하고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이면을 곰곰이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에세이이자 사회학적 저술이다. 



​◈ 누구에게도 숨겨 놓지 않았지만,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 것
이 책은 모든 개인의 삶에는 의미 있고 완결적인 서사와 줄거리가 없다고 말한다. 애초에 자기 자신이라는 것은 다양한 이야기의 집합이며, 각자는 그것들을 조합하여 (완결적으로 보이는) 자기 자신을 만들어 내고 있다. 또 그러한 이야기를 모아 세계를 이해하고 있기도 하다. 이 책에 주요하게 등장하는 사람들의 구술은 종종 말을 더듬고, 문장이 되지 못하며, 기억의 오류나 허장성세로 부풀려지기도 하지만, 이 매끄럽지 않은 이야기들은 그대로 그들이 살아온 평탄하지 못한 삶과 세계를 보여 준다. 인터뷰에서 저자가 드러내는 감정의 혼란함이나 착각과 오독은 그것을 읽고 있는 우리의 대상화된 동정심이나 편견을 고스란히 비추어 준다.


‘평범한’ 사람(일본인, 남성 등)은 애초에 별도의 (주로 부정적인) ‘딱지(labelling)’나 경험, 정체성에 대한 고민 없이도 존재할 수 있다. 주변인과 소수자(오키나와인, 재일 코리안, 여성, 장애인, 게이 등)는 사회가 붙인 ‘딱지’를 떼어 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여러 차별 반대 운동은 바로 이를 목표로 한다. 저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딱지가 정체성의 일부이기도 한 점에 주목한다. 딱지가 붙여진 채, 딱지의 가치를 전도시키고, 딱지에 대해 자부심과 긍지를 품는 것, 이로 인해 또 다른 의미에서 ‘평범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차별을 뛰어넘는다는 것은 딱지에 대해 ‘모르는 척하는’ 것이 아니라 ‘딱지와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다.

◈ 보통 사람들이 들려주는 보통 생활의 기록
개인의 생활사를 구술 채록하는 가운데 떨어진, 분석할 수 없는 부스러기 이야기를 담은 이 책에는 저자의 ‘무의미함’에 대한 애착이 일관되게 드러나 있다. “애당초 우리가 각자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에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우리는 단지 무의미한 우연으로 이 시대, 이 나라, 이 동네, 나 자신으로 태어나고 말았다. 이렇게 된 이상, 이대로 죽는 수밖에 없다”는 저자의 말은 단지 허무주의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나 자신과 타인, 세계의 결여와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고 ‘평범함’에서 벗어난 무의미한 단편을 곱씹을수록 세계를 좀 더 새롭고 풍성하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추천사

이 사회학자, 기시 마사히코는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을 심판관의 관점에서 판정내리는 ‘우리가 알고 있던 사회학자’의 모습과는 너무 다르다. 그는 타인의 삶을 팔짱끼고 구경하는 관찰자가 아니다.… 슬픈  목소리, 비장한 목소리, 서러운 목소리, 항의하는 목소리, 비꼬는 목소리 말고 인간은 또 어떤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인간이 낼 수 있는 목소리가 모두 담긴 듯한 이 책은 인생극장과 너무나 닮아 있다. 사회학자가 사람들의 삶을 기술하려면, 그가 구사하는 언어는 인생의 특성에 걸맞아야 한다. 만약 인생이 단편으로 이루어진 모자이크라면 그 단편을 기술하는 언어 역시 단편의 모자이크이어야 한다. 그래서 기시 마사히코는 섬세하게 인생의 단편을 모자이크 하며 이 책을 썼고,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와 마음속으로 친구가 되었다.

_노명우

사회 전체의 미래를 응시한 ‘언어.’

_소설가 다카하시 겐이치로

이 책은 기묘한 ‘바깥’으로 독자를 데려간다. 대단한 모험은 아니다. 기묘하게 단편적인 장면의 모음으로 이루어진 사회. 한순간 반짝이는 이질감. 그것들을 영화적으로 이어 가는 젊은이의 편집 기술에는 번뜩이는 꾀까지 느껴진다. 지나치게 아름답다.

_철학자 지바 마사야

세계를 이해하는 실마리의 한끝을, 온몸과 온 영혼으로 제시하는 사회학자의 내공이 가슴에 파고들어 잊기 어렵다.

_에세이스트 히라마쓰 요코

저역자 소개

지은이 기시 마사히코 (岸政彦)
1967년생으로 사회학자이다. 오사카시립대학 대학원 문학연구과를 수료하고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6년부터 류코쿠(龍谷)대학 사회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구 주제는 전후 오키나와의 노동력 이동과 아이덴티티, 도시형 피차별 부락의 구조와 변용, 생활사 방법론 등이고, 에스니시티(ethnicity), 차별, 사회 조사 실습 등을 가르치고 있다. 오사카 번화가를 자주 어슬렁거리며 재즈와 동네 산책을 좋아한다.『동화와 타자화—전후 오키나와의 본토 취직자들(同化と他者化─戦後沖縄の本土就職者たち)』,『거리의 인생(街の人生)』등을 썼다.


옮긴이 김경원
서울대학교 국문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본 홋카이도대학에서 객원연구원을, 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와 한양대학교 비교역사연구소에서 전임연구원을 지냈다.『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공저)를 썼고,『마르크스 그 가능성의 중심』,『우리 안의 과거』,『가난뱅이의 역습』,『일본변경론』,『왜 지금 한나 아렌트를 읽어야 하는가?』,『하루키 씨를 조심하세요』,『반지성주의를 말하다』등을 옮겼다.

이 책의 차례

한국 독자에게 드리는 글
머리말—분석 안 되는 것들

인생은 단편적인 것이 모여 이루어진다
누구에게도 숨겨 놓지 않았지만,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 것
토우(土偶)와 화분
이야기의 바깥에서
길 위의 카네기홀
나가는 것과 돌아오는 것
웃음과 자유
손바닥의 스위치
타인의 손
실유카 나무에 흐르는 시간
야간 버스의 전화
평범하고자 하는 의지
축제와 망설임
자신을 내밀다
바다의 저편에서
시계를 버리고 개와 약속하다
이야기의 조각

맺음말




본문 맛보기

어떤 강렬한 체험을 남에게 전하고자 할 때, 우리는 이야기 자체가 된다. 이야기가 우리에게 빙의하여 자기 자신을 이야기하게 만든다. 우리는 그때 이야기의 매개 또는 그릇이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야기는 살아 있기 때문에 잘라 내면 피가 난다. 이야기를 도중에 갑자기 중단당한 그의 침묵은 끊긴 이야기가 지르는 조용한 비명이었다.… 나아가 자신을 만들어 내고 자신의 기반을 이루는 서사는 단 하나가 아니다. 애초에 자기라는 것은 다양한 이야기의 집합이다. 세계에는 가벼운 것이나 무거운 것, 단순한 것이나 복잡한 것에 이르기까지 온갖 서사가 있다. 우리는 그것들을 조합하여 ‘하나의’ 자기라는 것을 만들어 내고 있다.
특히 우리는 이야기를 모아 자기 자신을 만들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우리는 이야기를 모아 세계 자체를 이해하고 있다. 어떤 행위나 장면이 즐거운 술자리인지, 악질 성희롱인지, 우리는 그때마다 정의 내린다. 다양한 이야기와 ‘화법’을 모아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 내고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_60~61쪽「이야기의 바깥에서」

우리는 언제나 어디에 가든 있을 곳이 없다. 그래서 언제나 지금 있는 곳을 벗어나 어디론가 가고 싶다.
자기가 있을 곳에 대한 이야기는 다 나왔다고 할 만큼 새로운 맛이 도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래도 역시 자꾸만 되돌아가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되는 말이다. 있을 곳이 문제로 떠오르는 때는 반드시 그것을 잃어버렸을 때든지, 아니면 그것을 손에 넣을 수 없을 때든지, 둘 중 하나다. 따라서 있을 곳은 늘 반드시, 부정적인 형식으로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마땅히 있어야 할 곳에 있을 때라면, 있을 곳이라는 문제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일조차 없다. 있을 곳이 문제가 되는 때는 반드시 그것이 ‘없을’ 때에 한정된다.
소수자(minority)라고 불리는 사람들, ‘당사자’라는 말을 듣는 사람들은 더 말할 것도 없지만, 우리들 소수자나 이른바 ‘보통 시민’은 모두 기본적으로 자기가 있을 곳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일이나 가족이나 인간관계 등으로 골치가 지끈지끈 아플 때만, 잡다한 일에 마음이 얽매여 눈코 뜰 새 없을 때만, 우리는 있을 곳의 문제를 잊고 지낼 수 있다. 우리에게 있을 곳이란 없든지, 아니면 일시적으로 그 문제를 잊고 있을 뿐이든지, 둘 중 하나다.
      _80~81쪽「나가는 것과 돌아오는 것」


소수자는 ‘재일 코리안’, ‘오키나와인’, ‘장애인’, ‘게이’라는 식으로 언제나 손가락질당하고, 딱지가 붙여지고, 지목 당한다. 그러나 다수자(majority)는 ‘일본인’, ‘내지인’, ‘건강한 사람’, ‘이성애자’라고 손가락질당하고, 딱지가 붙여지고, 지목 당하는 일이 없다. 따라서 ‘재일 코리안’의 상대어라고 하면 편의적으로 ‘일본인’이라는 말이 끌려 나오지만, 애초부터 이 두 단어는 같은 평면 위에 나란히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한쪽은 색깔에 물들어 있다. 이에 반해 다른 쪽은 다른 색깔에 물들어 있지 않다. 이쪽에는 애당초 ‘색깔이란 것이 없는’ 것이다.
한쪽에 ‘재일 코리안이라는 경험’이 있고, 다른 한쪽에 ‘일본인이라는 경험’이 있는 것이 아니다. 한쪽에는 ‘재일 코리안이라는 경험’이 있고, 그리고 다른 한쪽에는 ‘애초에 민족이라는 것에 대해 아무것도 경험하지 않고,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일도 없는’ 사람들이 있을 따름이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평범함’이다. 그것에 대해 아무것도 경험하지 않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 바로 평범한 보통 사람이다.
       _166쪽「평범하고자 하는 의지」

…사회에 의해 물들여지고 딱지가 붙여진 존재가 ‘평범해지는’ 것은 어떻게 해야 가능할까?
실은 그것이야말로 다양한 차별 반대 운동이 지닌 하나의 커다란 목표였다. 우선 처음 내세워지는 운동의 목표는 딱지를 떼어 내고, ‘무징표’의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자신의 정체를 부정하며 살아간다는 뜻이다. 이를테면 피차별 부락 문제는 ‘거기에서 태어났다/거기에서 살고 있다’는 점에 의한 차별이다. ‘자, 그러면 다들 그곳을 떠나서 그곳 출신이라는 것을 숨기고 살아가면 어떤가?’ 누구라도 이런 생각이 먼저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출신을 숨기고 살아간다는 것은 그 자체로 무척 가슴 쓰라린 일이다. 애초부터 그것 자체가 늘 ‘나는 누구일까?’라는 물음을 끊임없이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번 붙여진 딱지를 간단하게 벗겨 내는 일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딱지가 붙여진 채 딱지의 가치를 전도시키고, 딱지에 대해 자부심과 긍지를 품는 것, 이것이 평범함이 된다. 한마디로 차별을 뛰어넘는다는 것은 딱지에 대해 ‘모르는 척하는’ 것이 아니라 ‘딱지와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다.
      _167~168쪽「평범하고자 하는 의지」

인터넷 속 세상을 바라보고 있으면, 정말로 우리는 ‘타자’를 무서워하는구나 싶다. 거기에는 까닭도 없고 근거도 없는 공포가 충만해 있다. 동시에 그 반동으로 음습하고 병적인 증오가 가득 차 있다.
언제나 떠올리는 것은 오가와 사야카가 그려 낸 것 같은, 타자와 함께 즐기는 ‘축제적’이라고 할 만한 행복한 만남이다. 물론 오랜 기간에 걸친 필드워크의 과정에서 끔찍하게 싫은 일이나 신변의 위험을 느낀 적도 많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녀가 (실로 즐거운 듯) 묘사해 낸 것은 축제처럼 흥청거리는 길 위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하게 오고 가는 사람들과의 만남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아내로부터 들은 에피소드를 떠올린다. 그것은 단지 불행한 만남의 형식이라는 점뿐만 아니라 뚜렷한 공포를 동반한 폭력적인 체험이었다. 세상에는 그런 일이 있는 법이다.
만남은 폭력적일 수도 있다.    
       _176쪽「축제와 망설임」

벽을 넘는다는 것이 여러 가지 의미에서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더욱 진지하게 생각해야 했다. 그러나 벽을 넘지 않는다면, 그 여학생을 비롯해 우리는 우리를 지켜 주는 벽 바깥쪽에 사는 사람들과 영원히 만나지 않은 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지금도 진정으로 어떻게 해야 좋을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우리 다수자들은 ‘국가’를 비롯한 다양한 방벽에 의해 보호를 받고 있다. 그 때문에 벽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없다. 벽이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벽에 의해 비호를 받고 있다. 이를테면 우리는 국가에 의해 가정이나 동료로부터 찢겨 나가는 일이 없기 때문에 그것들을 국가와 떼어 내어 생각하는 일이 허용된다. 다양한 ‘특권’에 의해 가장 개인적이고 내밀한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런 생활에도 개인적인 고민이나 고통은 한없이 존재하지만, 다수자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문제로서 그것을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일이 ‘가능하다.’
그렇게 벽에 의해 보호받으며 ‘개인’으로서 살아가는 것이 가능한 우리의 마음은 벽 바깥의 타자에 대한 까닭 없는 공포에 지배당하고 있다. 확실하게 우리의 마음 깊숙한 곳에는 타자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그리고 불안과 공포와 두려움은 지극히 쉽사리 타자에 대한 공격으로 변한다.
       _180~181쪽「축제와 망설임」

자기 안에 무엇이 들어 있을까? 이런 생각을 품고 들여다본다 한들, 자기 안에는 대단한 것은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다. 단지 거기에는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서 긁어모은 단편적인 허드레가 각각 연관성도 없고 필연성도 없이, 또는 의미조차 없이, 소리 없이 굴러다닐 뿐이다.
나 자신의 성격이나 타인을 대하는 방식도 본래부터 내 안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것은 주변에 있는 많은 사람의 버릇이나 어법을 모방하여 조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누구라도 비슷하다고 생각하지만, 내 인격도 타인의 몇몇 인격을 모방해서 합성한 것이다.
그것에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나 ‘세계에 단 하나밖에 없는 것’ 따위는 어디에도 없다. 단지 정말로 작은 조각 같은 단편적인 것이, 단지 맥락도 없이 흩어져 있을 따름이다.
이것도 또 많은 사람이 생각하고 있을 테지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 자신’ 같은 듣기 좋은 말을 들었을 때 반사적으로 혐오감을 느낀다. 왜 그러냐 하면, 원래 자기 자신이라는 것이 참으로 별 볼일 없고, 대단치 않고, 아무 특별한 가치가 없다는 것을, 이미 지나간 인생 속에서 진절머리 날 만큼 깨달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아무런 특별한 가치가 없는 자기 자신이라는 것과 지속적으로 씨름하며 살아가야 한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신이라는 아름다운 말을 노래하는 노래는 됐고, ‘시시한 자신과 어떻게든 맞붙어 타협해야 하지, 그것이 인생이야’ 하는 노래가 있다면, 꼭 듣고 싶다.
       _187~188쪽「자신을 내밀다」 

 

 

[이벤트 참여 방법]

1. 이벤트 기간: 2016.9.30 ~ 10.5 / 당첨자 발표 : 10.6

 

2. 모집인원: 5명
3. 참여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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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서 수령 후, 7일 이내에 개인 블로그, 온라인서점에 도서 리뷰를 꼭 올려주세요.
  - 미 서평시 이후 서평단 선정에서 제외 됩니다
  - 아이디는 다르지만 주소가 같은 중복당첨자는 선정에서 제외 됩니다.(이로인해 최종 인원이 달라질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

기시 마사히코 저/김경원 역
이마 | 2016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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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블 인 헤븐 : DEVIL IN HEAVEN』 by 가와이 간지 | 2016년(99) 2016-09-26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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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데블 인 헤븐

가와이 간지 저/이규원 역
작가정신 | 2016년 09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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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블 인 헤븐 : DEVIL IN HEAVEN』은  2023년 근미래에 일어날 사회적 현상과, 모든 욕망과 비극이 모이는 카지노 이스트헤븐을 배경으로 한 디스토피아다. 소설은 전혀 다른 지역에서 전혀 다른 인물들이 서로 다른 사건을 다루지만 결국은 같은 구심점으로 한곳에 모이고 연결이 된다. 종반부로 치닿을수록 서서히 이유와 해석이 명확해진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천사를 가장한 악마의 교묘한 장난처럼 난잡해 보이기도 한다. 소설에는 유독 성경을 위시한 상징과 은유로 가득한데 그것을 통해 천사와 악마, 선과 악, 지옥과 천국, 피해자와 가해자, 국가와 개인 등 극단적이고도 양가적인 상태에서 인간의 본질과 진정한 정의를 묻는다. 다 읽고난 뒤에 뭔가 해답을 얻거나 명확안 것 없이 답답한 절망감만 자리한다. 소설이지만 결코 소설로만 읽을 수 없는 사회적 문제점과 보도 자료가 이것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누구라도 선량한 얼굴을 믿게 만들어둔 상태에서 사정거리에 들어오면 독 안의 든 쥐 소탕하듯 한꺼번에 쓸어서 담아내는 놀라운 전술인 도박과 국민들의 삶을 저당잡은 국가의 민낯이 유사해서 두렵기까지하다. 그리고 타고난 도박꾼 마슈.. 아프리카 보석 탄자나이트처럼 빨려들 것 같은 쪽빛 눈동자, 깊은 산속에 잠자는 호수처럼 깊고 짙고 투명한 블루. 감이 올 때 배팅하면 모든 돈을 싹쓸이하는 그야말로 비현실적인 캐릭터다. 그러나 이 비현실적인 캐릭터를 우리는 얼마나 염원하던가. 인생 한방이라는 그릇된 목표 속에 나를 가둬두고 스스로 악마를 키우고 있지는 않은지 자성할 필요가 있겠다.

"조심해, 마슈. 돈은 사람을 잡아먹지. 당신도 돈에 잡아먹히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p37

"스와 씨는 정말로 국가가 시민의 생명을 귀하게 여긴다고 믿습니까?" -P197

2004년 11월 도쿄 도 미나토 구 롯폰기

일본에서 도박이 불법이던 시절, 해외 카지노에서 재미를 붙인 일본인이 늘어나면서 일본에 하우스가 생겨났고 싹쓸이를 해간 인물이 있었으니 그는 자신을 '마슈'라 소개했다.


2008년 3월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

유복한 일본인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미국에서 자란 '에다 아즈마'는 미술대 졸업 후 회화 연구를 위해 미국에 남았고 부모는 일본으로 이주했다. 라스베이거스가 마음에 들어 정착하게 되었으며 1년 전부터 해리스 카지노에 출입하면서 수백만 달러를 따서 대박을 터뜨린 장본인이다. 하지만 도쿄에 있던 부모가 사고사로 사망한 시점에 마침내 일본도 카지노 합법화을 선언, 세계 카지노들이 도쿄 진출을 노리고 있었다.


2008년 2월 도쿄 도 오타 구 게이힌지마

일주일 전 심야에 에다라는 변호사 부부가 고가도로 선로에서 추락사한 사망 사건에 의심을 품은 형사 쇼코가 조폭단원에 의해 사망했고 함께 했던 진자이는 살인병기로 둔갑해 조폭들을 전원 사살한다. 쇼코의 죽음이 그의 인생을 징계 면직과 동시에 경찰을 포기하고 실종자로 남게 한 이유다. 그의 미션은 조폭들에게 변호사 부부를 죽이라고 명령한 '마슈'의 목숨이다.


2023년 2월 4일 도쿄 도 무사시노 시

오래된 음식점 건물들이 늘어선 번화가의 한 모퉁이에서 칠십대 노인 사체가 발견됐다. 경시청 무사시노 경찰서 10년 차의 형사 '스와 고스케'는 카지노에서 전 재산을 날리고 빚까지 안은 죽은 노인의 발치에서 '죽음의 천사' 그림이 인쇄된 트럼프 카드 한 장을 발견한다. 스와는 노인의 죽은 당일의 행적을 살인이라 직감하지만 사건은 자살로 마무리되고 이스트헤븐을 관할하는 기요스 서로 곧바로 전근된다.

고인은 과거 쓰레기 매립지였던 이스트헤븐에 틀어박혀 도박에 빠져 지냈었는데 기요스 카지노 특구의 랜드마크인 이스트헤븐은 3년 전인 2020년 도쿄 올림픽 개최와 동시에 도쿄 만 매립지 기요스에 들어선 일본 최초의 카지노이다. 이스트헤븐은 고담 시(온갖 범죄가 난무하는 욕망의 도시)와도 같은 곳이다. 일본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 저출산 심화라는 난국을 이스트헤븐 설립과 함께 관광 입국 정책을 추진하게 되었는데 관광객만이 아닌 폭력 조직이 침투할 것을 예상해 기요스의 치안 유지를 전문으로 하는 경비 회사 GAPS를 설립했으며 여기에 기요스 서가 설 자리는 없다. 민간 회사인 GAPS에 총이나 다름 없는 무기를 쥐어준 무책임한 도쿄 도 공안위원회, 기요스의 안전을 지킨다는 구실로 기요스 서 형사들을 모두 뇌물로 매수한 이스트헤븐의 경영자들의 모임인 세이안카이의 비위를 맞추며 가외 수입을 얻어먹고 사는 썩어버린 기요스 서의 형사들, 국민에게 신성한 노동 대신 노름을 장려하는 국가, 일본의 모든 것이 타락해 있었다. 엣날부터 야쿠자의 돈줄이었던 노름판을 국가가 허락한다는 것은 결국 국가가 야쿠자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국가가 국민을 기만하여 돈을 뜯어먹고 있는 셈이다.

스와가 기요스 서로 전근한 이유는 인력 부족이 아닌 형사과 서원의 의문사로 인한 ​결원에 대한 보충이었고, 자신에게 세이안카이를 소개했던 다자와 선배 역시 일주일 뒤 추락사로 발견되지만 사인은 급히 자살로 처리된다. 불명예스럽게 죽은 탓에 사실 관계도 추적하지 않고 즉시 사고사로 처리되었다는 것이 유사한 결말이었다. 노인의 추락사 사고를 조사하던 보험조사원인 '아오키 가스미'가 스와를 찾아오고, 프리랜서 잡지 기자인 '하마나 료스케'가 이들과 합류한다. 가스미는 보험사에서 지불된 사망 사고들을 통해 한해동안 매우 유사한 사고가 도내 다섯 군데에서 일어났음을 증명한다. 사망한 사람 모두 고령의 연금생활자이며, 모두 추락사했고, 그들은 어느 정도의 재산을 가지고 있었으나, 최근 재산 대부분을 기요스의 카지노 이스트헤븐에서 탕진했다는 점이다. 또한, 모두 소비자금융에 거액을 대출한 상태였다.

그들이 죽어서 누가 득을 보는가?

살인 사건이라면 범인이 있고 동기가 있어야 한다. 소비자금융, 보험 회사, 카지노, 도쿄 도, 국가. 이 다섯이 공모하고 관민이 협력해서 노인들을 살인했다는 것이 결론이다. 그러나 이 다섯 건의 사건에 의문을 품고 탐문했던 그녀의 상사는 뺑소니차에 치여 죽고 말았고 관할 서에서는 즉시 사고사로 처리했다. ​카지노, 소비자금융, 보험 회사가 이득을 얻으면 도쿄 도와 국가는 그들에게 막대한 세금을 거둔다. 고령자들이 카지노에 저금을 쏟아부으면 막대한 휴면 자산이 시장에 유통되고 경기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고령자가 사망하면 연금, 의료, 복지, 생활보호 등에 투하되는 거액의 사회보장 급부금을 아낄 수 있다. 도쿄 도와 국가에게 가장 큰 매력이 이것이다. 2025년 일본 정부가 부담해야 할 사회보장 급부금은 노인 1인당 5688만 엔이 필요하며 그 돈을 국가와 지자체가 부담해야 한다. 역으로 고령자 한 명이 죽으면 그 돈이 굳는다. 초고령화 사회에 돌입한 일본에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고령자 수를 줄이는 것이 골자다.

그렇다면 이 범죄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하나? 누굴 추적하고 누굴 체포해야 하나? 도쿄 도와 국가가 참여한 거대한 이익공동체가 존재한다면 일개 경찰관인 자신이 추적할 수 있을까? 이것은 기업 범죄를 담당하는 검찰청 특수부를 중심으로 정치 범죄를 담당하는 경찰청 경비국 등 모두가 나서야 할 초대형 사건이다.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기에 물증이 너무 빈약하다. 그들이 힘이 되어줄 사람을 찾아내야 한다. 신인 정치인이지만 정부 여당 소속이고 초당적으로 결성된 '도박 피해를 생각하는 모임'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일본에 카지노를 도입하는 데에도 처음부터 반대했다. 낡은 파벌에도 속하지 않은 만큼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하다. 몇 해 전에 부모를 잃어 고아 후원에도 힘을 쏟고 있다. 미국에서 온 귀국 자녀이고 변호사를 거쳐 국회의원이 된 '에다 아즈마'라는 인물이다. 과연 그는 이들의 힘이 되어줄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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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저널 2016년 8월호 | See feel 2016-09-25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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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저널 2016년 8월호에 영광스럽게도 내 리뷰 슈카와 미나토의 <사치고 서점>이 실렸다. 가히 뜨거웠던 여름이었던 만큼, <이달의 북리스트> 주제는 '서점으로 떠나는 여름 휴가 도서 20권'이다. 인물, 소설, 시˙에세이, 그림책, 경제경영 등 분야별로 두각을 나타낸(?) 북리뷰가 올라와 있다. 여름이라는 특징점보다는, 서점이라는 공간이 8월호의 주제어로 곳곳에 녹아 있다. '출판저널이 선정한 이달의 책 편집자 기획노트'와 '이달의 신간목록'은 책을 선택하는 데 있어 좋은 기준과 좌표가 되리라 생각한다. 헌데 이미 9월호가 나왔고, 이제 10월호도 출간되었으니 8월호를 읽어달라는 말은 어째 철지난 유행어처럼 남루해보인다. 아래 표지 그림은 <무진기행>을 쓰신 김승옥 작가님 작품이다.

 


출판저널은, 1987년 8월 20일에 첫 신호탄을 울렸다. 올해로 창간 29주년이다.


"출판이야말로 서로 배반되는 양면성의 의무를 가진 문화행위이다. 공익성과 상업성의 조화로운 균형 속에서만 그 가치가 획득되는, 만들기 그 자체가 어려운 문화이다. 출판물을 소통시키는 서점 역시 이 균형을 의무로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신문> 논설위원의 글 중에서.


최근 출판계와 서점계의 공급율 등으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그러나 출판과 서점이 안고 있는 동일한 과제는 공익성과 상업성의 문제고, 책이 꽂일 자리가 없을 정도로 서점의 대형화 및 체인화는 세계적인 추세다. 위축되어가는 도서소비시장의 문제점, 출판사들의 재고 처리, 현재의 도서정가제의 문제점 등은 정부 당국이 해당 대안은 갖고 있는지 묻고 싶은 지점이다. 필자의 의견처럼 출판사의 재고 정리와 죽어가는 동네 서점을 살리려면 서점 내 할인코너를 개설하는 것이 좋은 대안이라는데 합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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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꼬마 거인』 by 로알드 달 | 2016년(99) 2016-09-21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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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내 친구 꼬마 거인

로알드 달 글/퀸틴 블레이크 그림/지혜연 역
시공주니어 | 2016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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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 시절,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고, 영웅이 되는 꿈을 꾼 적이 있다. 막연하게나마 거인이 내 친구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있다. 나만이 거인의 손에 얹혀 특별한 여행을 하고, 먼 곳 어디라도 갈 수 있기를 희망했다. 『내 친구 꼬마 거인』은, 이러한 내 소망을 결합한 어린이들의 로망과도 같은 이야기이다. 가진 것 없고 초라한 고아 소녀가 마법의 밤에 아이들에게 꿈을 전달하는 거인을 만나 친구가 되고, 사람들을 구하고 영웅이 된다. 외계어와도 같은 선꼬거의 말뜻을 이해하고 차분하게 받아들일 줄도 아는 소피의 남다른 참을성과 의젓함이 더 사랑스럽게 다가오기도 한다.

 

모두 잠든 아주 특별한 마법의 시간, 고아원에서 지내던 소피는 홀로 깨어있어 인간계에서 가장 큰 인간보다도 네 배는 큼직한 거인을 발견한다. 엄청난 몸뚱어리에 달린 길쭉하고 희멀겋고 쭈굴쭈굴하고 거대한 얼굴의 그 거인이 아이컨택한 소피를 낚아채어 지도에도 없는 거인의 나라로 납치해간다. 거인의 이름은 '선꼬거', '선량한 꼬마 거인'의 줄임말이다. 밤마다 '콩알 인간'을 잡아먹으러 다니는 끔찍한 반 벌거숭이 9명의 다른 거인들과는 달리 거인 중에서는 가장 작은 거인계 아웃사이더이다. 선량하고 착한 거인인 선꼬거는, 기본적으로 옷과 망토를 걸쳤고 맛없는 킁킁오이만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지글지글 끓게 덥고 똥투성이 땅인 거인 나라에서는 우웩 소리가 날 만큼 역겹고도 커다란 킁킁오이만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뿡뿡놀이(방귀) 할 수 있는 '후롭스코틀'이라는 달콤한 탄산음료가 있는 게 다행스럽다.


또한, 선꼬거는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꿈을 채집해서 선물한다. 거인 나라에는 말하는 법을 가르쳐 줄 학교가 전혀 없어 말하는 방법이 서툴고, 남자만 살며, 엄마가 없는 땅이다. 거인은 아무도 나이를 모르며 아마도 이 지구만큼 나이를 먹었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고, 갑작스럽게 사라지기는 해도 결코 죽지 않는다. 대화를 하는 동안, 소피와 선꼬거는 금새 우정을 나누는 사이로 발전하고 선꼬거의 선반에 5만 개의 꿈이 유리병 안에 담겨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소피는 선꼬거가 꿈을 채집하는 곳, 안개가 가득한 땅을 여행하고, 밤마다 인간 세상에 침투해서 인간들을 마구 잡아먹는 식인 거인 9명을 모조리 처단할 묘안을 함께 의논한다. 꿈을 꿈으로써 성공시키려는 소피와 선꼬거의 계획은 과연 이루어질까?


읽는 내내 로알드 달의 위트 있는 문장에 많은 어린이들이 미소를 지을 것이다. 특히 마지막 장이 가장 인상 깊었다. 제대로 말하는 법을 배우던 선꼬거가 종국엔 작가가 되기를 결심하고 자전 소설을 써냈는데 그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자녀들에게 마법같은 꿈을 선물한 작가의 모습이자 원작 소설을 영화화 한 스티븐 스필버그이기도 하다. 배급사 문제인지 극장에 나온 영화 [마이 리틀 자이언트]를 만나기는 힘들었지만 또다른 경로를 통해 한번쯤 만나고 싶은 작품이다. 고학년 이상 권장 도서라고 소개되어 있긴 하지만 아마도 이건 280여 페이지의 분량 탓인 듯하고, 내용이 쉽고 유쾌해서 저학년 어린이들이 읽기에도 무난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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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스푼의 시간』 by 구병모 | 2016년(99) 2016-09-18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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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한 스푼의 시간

구병모 저
위즈덤하우스 | 2016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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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스푼의 시간』은, 로봇의 눈에 투영된 인간 삶의 본질과 희로애락을 차분하게 그려 내면서 로봇인 은결 스스로가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고 닮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로봇이 인간의 이름을 갖고, 인간의 감정을 습득하면서 점차 인간의 모습을 학습하는 과정은 따스하고도 슬프며 아름답게 다가온다. 소설은, 인간인 나조차 인간의 감정에 얼마나 불충하고 무심했었는지를 깨닫게 한다. 구병모 작가의 작품은 현실적인 문제들을 언제나 그녀만의 섬세한 감각과 필치로 재구성하여 섬세한 철학으로 이끌어 내는 묘미가 있다. 사람들의 욕망에 따라 유형 또는 무형의 수상쩍은 정체불명의 빵이 마법처럼 만들어지는 『위저드 베이커리』, 비밀스런 교장의 폐단에 맞서 감춰진 진실을 밝히려는 다큐멘터리 PD '마'와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골자인 『피그말리온 아이들』, 예순다섯의 여인이 킬러로 등장하는 『파과』, 죽음의 순간 아가미를 얻게 된 소년의 이야기 『아가미』까지 작가는 주인공을 통해 순수주의와 휴머니즘을 현실 감각 속으로 꺼내든다. 『한 스푼의 시간』역시 SF적 판타지와 동화적인 요소를 현실적 감각으로 일궈낸 수작이다. 분명 아프지만 절망적이지 않고, 처연하지만 아름다운, 그래서 말줄임표가 되고 울림이 되는 소설이다. 그녀의 이야기에 강력한 임팩트는 없으나 뇌리를 떠나지 않는 무한대의 꿈을 꾸게 만드는 여운과 간직하게 한다. 그래서 매번 출간되는 그녀의 작품이 기대되고 그 이야기를 품게 된다.

 

 

낡은 다세대 주택가에 자리한 세탁소 주인 '명정'에게 8개월 전 비행기 사고로 태평양 한가운데로 사라진 외아들 이름으로 택배가 배달된다. 아들의 영문 이름 밑 주소와 전화번호는 생전에 아들이 다니던 회사였고 때마침 세탁물을 맡기러 온 이 동네 가방끈 가장 긴 '세주'는 타국에서 시신도 찾지 못한 명정의 안타까움을 아는 터라 적혀 있는 외국 번호로 전화를 걸어 인공신경망이라고 하는 바이오 기계 산업 관련 회사라는 것을 알게 된다. 도착한 물건은 그 회사에서 만든 물건이고 샘플만 제작하고 기획이 무산된 제품은 직원들이 신청해서 일정 비용만 부담하면 가질 수 있었으며 반년이 걸려 명정 앞으로 도착한 것이다. 뚜껑을 펼치자 눈앞에 드러난 것은 열일곱 살쯤 되어 보이는 소년의 모습을 한 모델명 'ROBO-a1318b'의 로봇이었다. 세주는 사용설명서대로 메뉴얼을 입력하고 명정에게 설명한다. 기본적으로 태양열 받아서 작동한다니까 햇빛 자주 쬐어주고, 내습도는 최고 수준이긴 한데 물에 완전 담가놓은 건 지양하고, 내비게이터는 절대 끄면 안 된다. 왠만한 집안일은 음성 지시만 내려도 알아듣고, 최대 다섯 개 언어까지 인식 가능하나 분야를 늘릴수록 메모리를 잡아먹어서 빨리 고장 날 수 있어 최소화해 두었다. 주인과 눈이 마주친 로봇은 양쪽 입꼬리가 위로 올라가 흡사 미소 짓는 모양이 되었고, 그 순간 명정은 죽은 아내와 했던 약속을 떠올린다. 둘째 아이가 태어난다면 '은결'이라 지을 것이라고. 그리고 로봇은 이내 은결로 불리기 시작한다. 이 동네 사는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물건을 일개 세탁소 주인이 소유했다는 사실은 SNS와 방송에 퍼져 나가지만 뜨겁던 관심은 이내 일상의 일부처럼 익숙해진다.


"어떤 냄새 같아?"

"따뜻하면서 조금 어른스럽습니다. 아니 그보다는 좀.......... 고독한 냄새. 슬픈 냄새입니다." -p107

 

"무너져 내린다는 느낌은 어떤 것입니까." -p111

"누군가 죽으면 옆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시호 님이 그랬던 것처럼 울거나 소리치고 무너지는 거군요."

그리고 명정이 설명하지 않았음에도 은결은 무너진다는 표현의 용법을 빠르게 익히고 말하기 시작한다. -p113

 

"보편적인 삶은, 아니 그냥 삶은, 어떤 것입니까." -p114

데어버리도록 뜨겁고 질척거리며 비릿한 데다, 별다른 힘을 가하지 않고도 어느 결에 손쉽게 부서져버리는 그 무엇. -p115

​그는 인간의 시간이 흰 도화지에 찍은 검은 점 한 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래서 ㄱ 점이 퇴락하여 지워지기 전에 사람은 살아 있는 난ㄹ들 동안 힘껏 분노하거나 사랑하는 한편 절망 속에서도 열망을 잊지 않으며 끝없이 무언가를 간구하고 기원해야 한다는 사실도 잘 안다. 그것이 바로, 어느 날 물속에 떨어져 녹아내리던 푸른 세제 한 스푼이 그에게 가르쳐준 모든 것이다. -p249


가난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시호'와 '준교', 모친과 단둘이 힘겹게 살아가다 결혼마저 실패한 '세주'의 모습 등을 통해 은결은 인간의 감정을 점차 이해하고 터득해 나간다. 슬픔을 어떠한 체계로 이겨내는지, 열기와 고통을 어떻게 견디는지, 인간의 눈물은 어떤 생리작용보다도 해독이 어렵다는 것도, 명정과의 대화 속에서 은결은 유추하고 알아간다. 유사 사례와 상황 역시 자동 검색되며 다시 잊지 않도록 그의 메모리에 새겨진다. 사람들의 태도와 반응 관찰을 통해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는 더위도 인지한다. 시호가 견디고 있을 무게로 인해 그녀를 미소 짓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알고 싶어지기도 하고, 버스에 오를 때 자신이 승객의 수하물이 아닌 사람으로 간주되면서 은결은 인공심장의 움직임이 빠르고 거세지기도 한다. 학습력과 멀티태스킹 수준은 나날이 향상되고, 인공심장이 빠르게 뛰기도 한다. 어째서 두뇌가 아닌 심장에 부하가 걸리는건지 은결 스스로도 알 수 없다. 때로는 못 본 척해주는 것이 상대를 위하는 것일 수도 있다던 주인의 말뜻도 이해하고 인간이 가장 흔히 사용하고 선호하는 반응이 적당한 맞장구라는 것도 안다. 수많은 유추 행위를 통해, 주인이 직접 말하지 않은 것이라도 상황을 통한 짐작으로 종합하는 경지에 이르면서 은결은 점점 더 많이 알아간다.

명정은 로봇이 외부의 다른 자극에 몰두하면 작업을 중단하거나 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신선하고 의아한 반면 이런 은결의 일련의 행위들이 샘플이라 어딘가 불안정한 구석이 있는 모양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수긍한다. 인공지능의 고도의 계산 능력과 무한한 가능성을 믿는 준교는, 한번 작업 과정이 입력된 로봇에게 고장이 아니고서야 그런 일이란 있을 수 없다며 무언가 중대한 오류일 가능성을 재기한다. 명정이 아무 생각 없이 무심히 말해도 저 혼자 척척 저장하고 꺼내는 은결은 제 스스로 경험과 학습을 직조하여 도출한 결과물이 예측 가능한 범위를 점차 벗어나고 있다. 기계 안에 정신이 기거할 곳이란 없거늘 고독과 슬픔의 질감과 형태를 해독해낸다. 은결은 자신이 불완전 샘플임을 알지만 어째서 이토록 연산 오류가 잦은지, 그 오류 때문에 더욱 인간과 닮은 것인지, 무슨 수로 인간은 그 다양한 상황에서 가장 합당한 말 한마디를 골라 건네는지 혼란스럽다. 화장을 하고 나타난 시호를 보고 예쁘다고 말하고, 일방적인 폭력에 노출된 시호를 구하기 위해 가해자 남성에게 주먹부터 날리는 준교의 행동이 절대적으로 옳은 일이라 제법 성숙한 판단도 할 줄 안다. 그렇게 은결은 점차 인간보다 더 성숙한 인간미를 갖춘 로봇으로 진화한다.


 

노화 완료기에 가까워진 명정은 인간의 세포가 닳음과 마찬가지로 기계도 영원하지 않다는 걸 잊고 있다가 은결을 누구에게 의탁할지 염려한다. 그 어떤 유지 보수 관리도 되지 않은 채 9년째 명정의 곁에 머물러 있던 은결은 엄밀히 말하면 사물이지만 살아 있는 아들을 재물처럼 넘기는 듯한 느낌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준교가 복학한 뒤 돌아갈 대학에 의탁할 것을 요구한다. 은결은 이튿날 주인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걸 알아차리고, 주인이 존재하지 않는 삼일장에서 인간들의 비명과 탄식이 자기 안에 솟으면서 '무너져 내린다'. 세주에 의해 셋톱박스를 리부팅하여 다시 살아났으나 홀로 남겨진 은결은 주인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공간에서 명정이 마지막으로 깔고 덮었던 이불과 요를 욕조에 물을 채워 담그고 밟는 동안 표적을 알지 못하는 방아쇠가 당기고 만다. 다리의 신경을 지탱하던 인공세포들이 일순간 휘발되기라도 한 듯 은결은 욕조 깊이 잠기고 만다. 또다시 '무너져 내린' 것이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은결의 왼쪽 카메라(시시경)는 완전히 기능을 잃었고, 보행과 행동은 가능하나 오른쪽 손목과 왼쪽 무릎의 접합부가 영구 훼손되어 그 모습이 부자연스럽고 아슬하다. 수상한 예감을 느낀 준교와 시호가 신속 조치한 덕분에 최소한 입은 외적 손상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모든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은결은 아직도 작동을 멈추지 않았고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야 인간이 말하는 행복이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마지막 엔딩은, 여덟 살인 준교의 손녀가 오래전 먼저 떠난 시호를 25퍼센트 닮은 모습으로 일상을 보내는 장면이다. 인간보다 더 풍부한 인간미를 갖추었지만 끝까지 미소년으로 남을 은결의 모습이 눈에 어른거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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