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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톡 3』 by 무적핑크 | 2016년(99) 2016-04-30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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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조선왕조실톡 3

무적핑크 저/이한 해설/YLAB 기획
위즈덤하우스 | 2016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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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권과 2권의 주인공이 조선 시대 왕을 중심으로 한 왕과 왕자들의 이야기였다면 이번 3권은 왕을 떠받들고 있는 관료, 성균관 유생, 보부상, 농부 등 백성들의 삶을 이야기 한다. 위인으로만 알고 있었던 인물이 실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단점과 기대 이하의 행동을 일삼는 인물이기도 하고 단편적인 일화에만 익숙했던 것에서 의외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기존 1권과 2권보다 더 재밌어진 3권, 다양한 우리 조상들의 업적과 행적에 존경과 동시에 친근감까지 쌓여간다.

 

 

 

 



 

 

공돌이의 시조 장영실이 해시계, 물시계 등의 발명품만 만든 업적이 전부인 게 아니라 세종이 시도때도 없이 불러들여 당최 쉴 틈을 주지 않았을 만큼 해외 출장에 채굴에 마구 부려먹었는데 그것도 모자라 아들 문종까지 불러 측우기를 만들게 했다. 헌데 공돌이만이 아닌 문돌이도 있었다는데 그들이 바로 집현전 학자들이다. 그들은 한글만 만든 게 아닌 고려의 50년 역사를 정리한 고려사, 의술 및 약제들을 정리한 향약집성방과 의방유취, 농사를 정리한 농사직설, 조선-중국-일본의 음운학을 정리한 동국정운, 법전인 속육전, 군사학의 역대병오, 법의한 신주무원록 등 조선 최고의 문화 융성기인 세종 시대에 이룬 업적이다. 세종의 놀라운 업적은, 천한 신분의 노비에게까지 출산휴가를 7일에서 100일로 늘리라고 한 점이다. 게다가 애 아빠에게도 30일간의 휴가를 주었다고 하니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센세이셔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명나라 도독 진린을 대하는 이순신의 놀라운 햇볕정책, 역시 명나라 이여송 앞에서 보이던 유성룡의 눈물은 남자의 진정한 무기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붕알이 없다고 배알까지 없을 거라 우습게 여겼던 내시의 권력이 종2품(상선, 판내시부사)까지 올라 수많은 관료들이 임금을 가까이 모시는 내시에게 뇌물을 바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원래도 좋지 못한 사이였던 이순신과 원균, 선배 원균보다 후배 이순신이 먼저 진급하여 높은 통제사가 되면서 그들의 사이는 좁혀지지 못한 것 같다. 어사 박문수가 사건을 몰고 다니는 트러블 메이커였는데 그 정도가 임금인 영조의 임금을 쏘아볼 정도였다. 그럼에도 영조가 박문수를 신뢰한 것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바른 말을 한 점인데 갖은 사건 사고에도 변함없이 그를 아낀 점을 그를 증명한다.


임진왜란 직후 나라에 기근이 들어 식량난으로 허덕일 때 나무껍질, 풀뿌리, 짚 등을 가공해 먹는 레시피를 제공하고, 급기야 사람의 고기를 먹으면서도 죄책감을 여기지 않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심지어 사람의 간이나 쓸개가 특효약이라 하여 걸인이 모두 사라지고 숲에 들어가면 배가 갈라진 나무꾼들의 시체가 나무마다 주렁주렁 걸려 있었다 한다. 심각한 가뭄과 사람 사냥은 그 시기가 겹쳐 있다. 전쟁 중 왜적의 첩자를 확인할 때 귓구멍이 있으면 조선군이었다고 했을 정도로 남성들이 귀걸이를 일상적으로 착용하였는데 신분이 높을수록 귀걸이의 크기도 컸다. 흰옷에 목숨 걸었던 백의민족, 겨울에 꽁꽁 얼린 한강 얼음을 잘라내 창고에 보관했던 황금보다 귀한 얼음, 사대부 여인네들 사치품의 아이콘 '가체', 율곡 이이의 고된 성균관 입성, 비싼 목화솜 대신 과거에 낙방한 답안지나 쓰고 버린 관공서 서류 등으로 만든 종이 갑옷, 부정 합격과 커닝이 만연했던 시절에 커다란 경종을 울린 정조의 재시험, 가짜 과거 합격증, 관직 시험인 문과에서 번번이 낙과했던 정약용, 천민 출신으로 과거에 급제해 당상관까지 오른 반석평, 세조에서 중종 치세에 이르기까지 관직을 유지했던 조선 역대 최고의 최고로 출세한 서얼 유자광, 조선의 미래를 이끌 관리를 양성하는 사관학교 성균관에 입학하면 학비는 물론 일체를 나라에서 지원했다.

 

조선 조정의 관료들은 원치 않는 어명을 받으면 전원 사표를 내서 항의를 했다. 이에 관료를 새로 뽑기도 했지만 신입 관료까지 선배들을 따라 사직하면서 행정 시스템이 마비되어 왕이 항복했다고 한다. 그 항의의 정도는 거적을 깔고 앉아 곁에는 도끼를 두기도 했으며, 사모관대를 벗기도 했고, 신문고도 치고, 궐 지붕에 올라가 징을 치기도 했다. 특히 성균관 유생들은 임금이 정치를 잘못한다고 판단하면 상소를 들고 궁궐로 행진을 했다는데(1448년 세종 30년 최초의 기록) 명종 때는 무려 3천 명이 참여하여 상인들은 그들의 행진으로 장사를 접어야 했다. 상소문만 임금에게 보낸 유생들은 궁궐 밖에서 천막을 치고 오랫동안 밥까지 해먹으면서 기다렸다는데 중요한 것은, 포졸들이 그들을 내쫓거나 몽둥이 찜질을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유생들의 말을 존중하고 보호해주려 한 점이다. 심지어 임금이 유생들을 옥에 가두고 심문하겠다고 하면 성균관 선배였던 관료들이 나서서 반대했으니 역사상 학생들이 간언했다고 처벌한 예가 없다 한다. 왕권이 신권이었던 시대였음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를 부르짖는 21세기의 대한민국이 훨씬 후퇴한 느낌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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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마운틴 스캔들』 by 카린 지에벨 | 2016년(99) 2016-04-30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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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빅 마운틴 스캔들

카린 지에벨 저/이승재 역
밝은세상 | 2016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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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너는 모른다》, 《마리오네트의 고백》등 세 편의 작품을 통해 국내독자들을 매료시킨 카린 지에벨의 네 번째 장편소설 《빅 마운틴 스캔들》이다. 작가는 프랑스 최고의 권위 있는 추리문학상을 다수 수상할 만큼 심리스릴러의 대가로 꼽히는데 『빅마운틴 스캔들』은, 프랑스에서 가장 권위 있는 코냑추리소설대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카린 지에벨은 소설 속의 캐릭터 하나하나마다 인간 본연의 심연에 천착한 욕망과 무의식 속에 자리한 내면의 감정을 뿌리까지 끄집어낼 줄 아는 심미안을 지닌 작가다. 드넓은 메르캉투르 국립공원을 무대로 한 이번 소설은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그릇된 욕망과 탐욕, 정의를 수호하려는 자와 윤리를 권력와 맞바꾼 자, 그 속에서 은폐된 죽음과 거짓 등이 정교한 플롯으로 속도감 있게 흘러간다. 다이나믹한 액션은 없지만 산악가이드 뱅상과 콜마르 군인경찰대 소속 경관인 세르반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읽어가는 부분도 흥미롭다. 사건이 하나씩 베일을 벗어가고 주변 사람들의 본성을 확인해가는 것도 또다른 재미와 반전을 준다. 알로스 호수와 눈 덮인 산봉우리들의 풍경 등 활자를 통해 전달받은 환상적인 자연경관 역시 눈만 감아도 입체적으로 그림이 절로 그려진다. 생태 환경에 대한 고민도 드러난다. 지나친 개발로 자연 그대로의 경관을 해치는 사태라든가 밀렵꾼들이 법적인 처벌을 피하기 위해 공원 관리인이나 밀렵감시원들을 살해하는 짓까지 서슴지 않는 도를 넘는 행각들은 살아있는 자연은 물론 최소한의 윤리성까지 말살된 현장이 아닌가 생각하게 한다.

 

 

 

 

 

메르캉투르 국립공원의 등산 코스를 훤히 알고 있어 이 지역 최고의 산악가이드로 통하는 뱅상은 여행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등산객들이 안전하게 산을 오르내릴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산악가이드다. 일 년 중 가장 바쁜 계절은 여름 한철이고 두 달 동안 나머지 열 달을 버틸 수 있는 돈을 벌어야 했다. 그가 사는 앙콜리 산장은 비포장도로가 끝나는 지점에 위치해 있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했던 여자, 14년 동안 한 집에서 살았던 로르가 그를 고통과 외로움 속에 방치해두고 한 마디 말도 없이 사라졌다. 그것이 5년 전의 일이다. 산에서 나고 자라 자타가 공인하는 등반의 에이스였던 로르는 갑자기 관광객과 눈이 맞아 도시로 떠나버렸고 그 후로 그녀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날 이후로 뱅상은 여자를 믿지 않게 되었다. 여자를 유혹해 욕망을 채우고 가볍게 내치는 것은 그의 상처가 여전히 깊다는 걸 의미한다. 허황되고 덧없는 복수심의 대가를 아무런 죄도 없는 여자들이 대신 치르고 있는 셈이었다.

 

 

여행사의 신참 여직원 미리암 역시 뱅상에겐 하룻밤 상대였을 뿐이지만 미리암은 첫눈에 반한 뱅상이 결별을 선언하자 자살을 하고 만다. 뱅상이 미리암의 자살로 깊은 죄의식과 충격에 빠져 있을 무렵, 가치를 매길 수 없을 만큼 소중한 단짝 친구이자 국립공원 관리인이던 피에르가 원인모를 실족사를 당한다. 한편, 콜마르 군인경찰대에 배치된 신참 여자대원 세르반은 근무지 주변 환경에 익숙해지기 위해 뱅상에게 가이드를 요청하면서 서로를 알게 된다. 이후 미리암의 자살 사건에 대한 억측이 뱅상을 폭력 사건에 연루되게 하고, 피에르의 실족사를 의심한 뱅상과 세르반은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수사를 시작하한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고 있는 앙드레 시장의 범죄 행각은 물론 수사를 진행할수록 새롭게 드러나는 정황에 두 사람은 그토록 믿었던 사람들의 이중성과 탐욕에 새삼 놀란다. 그리고 만남의 횟수가 잣아질수록 두 사람은 각자 미묘한 감정을 갖게 되지만 급기야 생사의 기로점에 서게 되는데..

 

 

뱅상은 아버지의 폭력으로 얼룩진 불행한 성장기를 보내온 인물이다. 유년 시절에는 아버지의 폭력이 그를 상처받게 했다면 성인이 되어 가장 사랑했던 여인이 그를 또다른 폭력 속에 내몬다. 급기야 그는 뭇여성들을 향해 거침없는 폭력을 투사한 인물로 묘사된다. "사실은 산에 대해 잘 몰랐는데 여기에 와서 홀딱 반했어요. 당신 덕분에 산을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죠." 뱅상에게는 최고의 찬사였다. 로르가 떠나고 지난 몇 년 동안 전혀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었다. -p126 그렇게 절망 속에 내던져진 그를 세르반이 치유한다. 가장 사랑했던 여인 로르가 떠난 뒤 갈망했던 여인이 출현한 것이다. 하지만 세르반 역시 또다른 문제점을 가진 인물로 묘사된다. 바로 레즈비언이라는 성정체성으로 친부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사회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자신의 그러한 결함을 모두 포용해주는 뱅상을 통해 우정을 나누고 그들의 우정은 점차 그동안 가져보지 못했던 사랑이라는 새로운 감정을 갖게 한다. 마치 허물을 벗는 성충처럼 그들의 성장 이야기를 듣는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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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당첨자 발표] 조선왕조실톡3 | 생존전략 2016-04-19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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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할 권리』 by 정여울 | 2016년(99) 2016-04-1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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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공부할 권리

정여울 저
민음사 | 2016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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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할 권리』에서 나타난 '공부'라는 의미에 대해, 우리가 쌓아나가야 하는 일종의 자격증 내지는 취업 준비생들이 쌓아올려야 하는 스펙에 대한 얘기일거라 생각했다. 왜 문학평론가 정여울이 새삼스레 이런 공부를 지지했을까? 이유 좀 들어볼까 했더니 저자가 생각하는 공부란 "나, 너, 그리고 우리의 존엄을 지켜 주는 것은 무엇인가를 고민해 온 저자의 오랜 고민의 결과물"이라고 했다. 저자에게 공부란 주어진 아픔을 견디는 수동적인 무기가 아니라 현실에 맞서는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무기다. 자유롭게 사고하고 행동할 권리를 되찾는 마음의 여정, 공부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할 권리'를 되찾는 마음의 여정을 공유하고픈 심정에서 시작되었다. 그녀가 제시하는 『공부할 권리』는 수많은 문학작품 속에서 피어나고 때론 영화와 철학적 사유를 통해 사고한다. 대개는 제목만 들었을 뿐 처음 접하는 책들이 다수지만 읽었던 몇 권의 책에서 발견한 그녀의 독서 지향점은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지점에서 새로운 주제를 찾아내어 해석을 달았고 다양한 접근법을 통해 사고의 폭을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몰입하게 만든다. 결국 공부란 읽기와 글쓰기를 넘어 삶으로 이어지는 가치 있는 그 무언가에 해답에 있다.


 

 

 

 

끊임없이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며 다양한 분야로 상상력을 확장하는 '확산적 사고'는 성인이 되면서 점차 퇴화하는데 자신의 사고와 행동에 제약을 두는 '수렴적 사고'로 점차 기울기 시작한다. <밀턴 에릭슨의 심리치유 수업>에서는 의식화되어 있는 불리한 정보를 망각하고 무의식에 잠재된 유리한 정보를 끄집어내어 현실을 바꿔 나가는 힘을 발견하고 끊임없이 무의식의 근육을 이완시킬 것을 부추긴다.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에 등장하는 그리스의 방패였던 '아킬레우스'와 트로이의 모든 것이었던 '헥토르', 아들의 시체를 돌려받기 위해 적군의 장수에게 무릎을 꿇은 헥토르의 아버지 '프리아모스'를 통해 진정한 용기와 가장 소중한 가치를 생각해본다. <안티고네>는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의 힘으로 왕권마저 뒤흔든 한 여인의 외로운 투쟁이 무서운 파괴력을 가져와 독재자의 권력까지 뿌리째 흔든 혁명 이야기다. 안티고네의 죽음은 독재에 신음하는 테베 전체를 향하고 그것은 독재자 '크레온'을 향한 슬픔의 저항으로 애도한다.


아이스킬로스의 <사슬에 묶인 프로메테우스>는, 가장 윤리적인 존재가 가장 가혹하게 고통받는 이 세상의 은유로 다가온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과 함께 문명을 창조할 수 있는 모든 능력까지 줌으로써 제우스로부터 쉴 새 없이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고 끊임없이 새살이 돋아나는 간과 끊을 수 없는 쇠사슬으로 고통받으리란 걸 알고 있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국가와 나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선언문 <시민 불복종>은 통치하지 않는 정부를 지향한다. 여기서 우리는 국민의 의무를 요구받기 이전에 스스로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지 되물어야 한다. 국민으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 태어났던 소로가 개탄했던 19세기 미국 사회에서의 외침이 문명의 달콤함에 중독된 21세기의 현대인들에게 감동을 받는 이유다.


현대인들은 SNS를 통해 양적으로는 엄청난 소통을 하고 있지만 질적으로의 진정한 소통의 결핍을 절감하고 있다. 수백 명의 페이스북 친구들이 무슨 소용일까? 정작 지치고 힘들 때 전화하고 싶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다양한 친분을 맺기 위해 '좋아요'를 클릭하는 순간, 가장 가까운 사람의 고민을 들어주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우리는 남들에게 보이는 것을 가꾸고 꾸미느라 정작 남들에게 보여 줄 수 없는 우리 안의 비밀, 슬픔, 상처, 희망을 가꿀 시간을 잃어버리고 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동화 <라스무스와 방랑자>,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까뮈의 <이방인>, 수전 손택의 <은유로서의 질병>, <타인의 고통> 등을 통해 고독과 고통의 순간에 찾아온 그들의 인생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상처 입은 자만이 다른 사람을 치유할 수 있다.'는 카를 구스타프 융의 문장은 상처의 가장 아름다운 사용법을 증언하고, 크리슈나무르티는 우리의 약함과 예민함이 이 세상과 교신할 수 있는 마음의 촉수가 많아짐을 일깨우고, 김소연의 시를 통해 사물들과의 교감으로 '내 안의 현자'와 대화하는 마음의 에너지를 얻는다.


현재 프랑스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철학자로 알려진 '장뤼크 낭시'의 <신, 정이, 사랑, 아름다움>은 인류 보편의 화두로써 철학과 삶을 이어준다. 이창래의 <제스처 라이프>는 조선인 위안부를 착취하고 살해했던 한 일본군 부대의 군의관이었던 미국으로 이주한 칠십 대 노인이 된 하타의 이야기다. 이창래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진실을 끝까지 마음속에 품고 사는 사람의 이야기를 타인에 대한 지극한 속죄의식과 모범 시민의 완벽한 제스처라는 이중의 장금장치로 봉인시킨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통의 출발은, 동원의 강제성과 일본군의 거짓말, 그리고 일상적 강간과 폭력, 그나마 살아서 돌아온 그녀들을 향한 동포들의 냉대와 가족의 경멸은 삶을 끝없는 나락으로 몰아간 고통이었다. 여소야대의 대결 구도로 자리잡은 한국 정부의 정의가 이제는 실현될 수 있을런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랑받고픈 욕망에서 시작된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은, 세 딸들에게서 자신을 사랑하는 크기에 따라 재산을 분할한 뒤 종국엔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만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 잃어버려선 안 되는 것은 '자기다움'에 있다. 이반 일리치의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에서는 현대화된 가난으로 인해 우리의 진정한 힘이 무엇인지를 성찰하게 한다.


어렸을 때부터 입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힘들게 대학을 졸업하면 취업 대란에, 결혼을 앞두고 전월세 대란에,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육아 스트레스에, 중년에 접어들면 노후 자금을 걱정해야 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정신질환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잘못된 사회구조에 있다. 이런 문제점을 공동체의 문제로 사유하지 않고 개인에게만 한정한다면 사회의 근본 문제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손병석의 <고대 희랍 로마의 분노론>, 호메로스의 <오디세우스>에서 세네카의 <분노론>에 이르기까지 분노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그 사회의 통치 방식이 달라져 왔다는 것을 증언한다. 아리스토파네스의 <뤼시스트라테>에서는 지혜로운 여인들의 분노가 느껴진다. 분노에는 사회를 파괴시키기도 하지만 동시에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이중적인 측면이 있다. '정의로운 분노'에 공감대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알프레트 아들러는 인간이 삐뚤어진 행동을 하는 대부분의 원인을 '열등감 콤플렉스'로 해석하는데 콤플렉스는 암세포처럼 도려낼 대상이 아닌 우리가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할 내면의 동반자이다. 김서영의 <내 무의식의 방>은, 꿈속에 나타난 수많은 스토리들을 프로이트 심리학자가 융의 방식으로 치유되는 과정을 고백한다.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에서는 오로지 문학작품을 가르치기 위한 권리와 대학의 이상을 지키기 위해 온갖 부조리와 분투하는 스토너의 모습을 목도한다. 헤르만 헤세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에서 수도원 바깥으로 탈출해서 수많은 여인들과 사랑을 하고 열정과 관능과 회한과 그리움을 배우면 평생을 방황하는 골드문트였지만 종국엔 자신을 전적으로 응원해 줄 단 한사람 나르치스에게 다시 돌아간다는 이야기이다. 제인 오스틴의 <이성과 감성>은 동생 매리앤의 허영심을 잠재우고 경제적 위기에 처한 가족을 올바르게 이끌려는 앨리노어의 공동체적 연대 의지를 보여준다. 아들러는 인간의 본능적인 허영심을 누르는 가장 긍적적인 에너지로 '협업과 연대를 향한 의지'를 꼽았다. 정혜신, 진은영의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는 자신과 직접적인 상관이 없어도 함께 아파하는 사람들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로써 세월호 유족들의 이야기뿐 아니라 그들과 함께 트라우마 이후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절절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어느덧 세월호 사건 만 2년이 되었다. 세월호 인양을 경제 논리나 진영 논리로 반대하는 정부가 여소야대라는 국민의 심판을 떠난 유족들의 아픔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영화 <플라이트>, 마커스 주삭의 <책도둑>은 공공의 도덕이라는 잣대로 보면 불의지만 타인의 고통을 위로하는 인간적인 삶의 잣대로 보면 누구보다 아름다운 정의를 실천한, 자신이 믿는 정의를 지키기 위해 수없는 위험을 무릅쓴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정의감의 밑바탕에는 항상 타인을 향한 사랑, 나 자신을 향한 믿음, 이 세상을 향한 무한한 사랑이 있어야 한다. 와타나베 이타루의 <시골 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는 자본으로 계산될 수 없는 행복의 가치를 창조하는 삶의 소중함을 일깨우는데(노동자를 착취하지 않는 자본가, 이윤 창출에 목숨을 거는 자본가가 되지 않기 위해)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남긴 철학적 유산을 삶에서 직접 실천하고 있다. 루이즈 디살보의 <최고의 작가들은 어떻게 글을 쓰는가>는 처음으로 저자에게 진정한 위로를 준 글쓰기 책이었다고 고백하는데 글스기의 기교가 아닌 글스기의 고통을 어떻게 견뎠는지에 대한 성찰이 마음을 끌었다 한다. 윌 슈발브의 <엄마와 함께한 마지막 북클럽>은 일상 속에서의 독서 습관과 실천을 이야기한다. 아주 여린 희망의 빛을 찾기 위해 자크 아탈리의 <등대>가 필요하고, 알렉산드라 호로비츠의 <관찰의 인문학>은 같은 길을 다른 사람들과 산책함으로써 전혀 다른 풍경을 발견하는 법을 알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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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1학년』 by 민상기 | 2016년(99) 2016-04-1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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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선생님은 1학년

민상기 저
연지출판사 | 2016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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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1학년』은, 소리내어 웃게도 하고 순간 눈물이 핑 돌게도 하는 순수한 세계의 1학년 아이들과 함께 일상을 이어가는 27살 총각 선생님의 교단일기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여자 선생님만 보다가 난생 처음 아이들의 시선 속에 당도한 젊은 남자 선생님의 모습이란 얼마나 생경했을까! 동요를 틀어주면 자연스럽게 노래하고, 창밖으로 눈발이 쏟아지면 "창밖을 보라~ 창밖을 보라~ 흰눈이 내린다~"를 천진난만하게 부르는 아이들의 동심을 보며 함께 성장하고 커가는 초보 선생님의 성장기록은 웃음 반, 눈물 반으로 우리들의 감수성을 달콤하게 일깨워준다.

 

 

 

 

우리들이 너무나 당연하다고 느낀 것이 1학년에게는 이상한 것일 수 있다. 우리 아이에게 매일 끊임없는 질문을 받는 엄마로서 매번 느낀 감상이기도 하다. 그건 당연한 것이 아니라 익숙한 것일 뿐이다.수업을 마쳤으니 집에 가기 위해 가방 싸라는 말에 아이들은 계속해서 되묻는다. 교과서도, 필통도 가방에 넣어야 하냐고. 점심시간에 밥과 반찬을 모두 받아놓은 식판을 앞에 두고 먹어도 되는지를 계속해서 묻는다. 아직 배우지 않아서 모르는 일인데 우리는 익숙한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아이의 엉뚱한 질문은 사고의 폭을 확장하는 계기가 되고 더 열심히 공부하는 어른이 되게 만든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교사의 입장과 부모의 입장이 다르지 않음을 새삼 깨닫고 공감하게 된다. 주입식 교육이 아닌 아이 스스로 배울 기회를 기다려주는 것은 아이를 향한 믿음이다. 문제에 직면했을 때 아이 탓을 했던 건 아닌지, 아이를 탓하기 전에 내 문제는 아니었을지 되돌아보게 한다. 상벌제 또한 나의 편리를 위함이며 아이를 쉽게 통제하기 위한 수단임을 반성하게 된다.

 

 

일주일에 40분만 운동장을 사용한다는 부분에서 교육 현장의 화두인 아이들의 '놀 권리'에 대한 심각하게 고민해 보았다. 이것은 대한민국 모두의 고민일 것이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모두가 방과 후 수업이나 학원으로 향하고 놀이터와 운동장이 비어 있는 건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신체 놀이 자체가 줄고 운동장이 텅텅 비어 있는 대신, 태권도 학원과 실내 놀이터로 몰리는 상황이다. 식물이 햇빛을 통해 양분을 만들듯 우리 아이들도 뜨거운 햇빛을 받으면서 운동장에서 뛰어놀아야 하지 않을까? 잘못된 시스템인 것을 알면서도 현실은 바뀌지 않고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노릇이다.

 

"우리 학교 교색은 녹색입니다."

"아닌데요? 갈색인데요."

"우리 학교는 모두 갈색이잖아요."

"교색은 우리 학교 건물 색깔이 아니라 우리 학교가 좋아하는 색깔이야."

"그럼 녹색을 좋아하는 데 아니고 갈색으로 만들어졌어요?"

"학교는 녹색을 좋아하지만 학교를 만든 아저씨들이 갈색을 좋아해서 그래." -p24

 

"선생님은 고기 좋아해요? 비계 좋아해요?"

"선생님? 선생님은 고기를 좋아해."

"어? 나도 조개 좋아하는데!"

"너 조개 좋아해? 나도 조개 좋아하는데!"

"나도 고기 좋아해!"

이거 도대체 무슨 대화지? -p39

 

"다음부터는 속이 안 좋고 토할 것 같으면 화장실에 가서 토해."

"약속한 거다? 그럼 저기 정수기에 가서 물 마시고 와."

"선생님! 주원이 정수기에 토했어요!" -p43

 

"어? 선생님 목에 혹 났어!"

"선생님 껌 좋아하죠? 껌 좋아하면 목에 혹 나요."

명탐정 코난인 줄 알았다.

또 다른 아이가 내 성대를 툭툭 치며 말한다.

"이거 집어넣어요."

"이건 집어넣을 수 있는 게 아니야." -p69

 

책을 다 덮고난 뒤에도 그 순수성에 전염되어 좌충우돌 아이들의 순백의 느낌표와 물음표들이 공중에 계속해서 떠다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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