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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 | 기본 카테고리 2022-08-10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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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

리러하 저
팩토리나인 | 2022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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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옛날이었다면 외관상 보이는 단독주택이 으리으리해 보였겠지만 세월이 흘러 무너지지 않으면 다행히 돼버린 단독주택에 서주는 할머니와 둘이 살고 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여든이 넘은 할머니의 온갖 욕을 받으면서도 집안일은 물론 세를 받아 생활을 꾸려가는 할머니의 세입자들 관리도 도맡는 서주는 할머니의 개망나니 아들 효섭보다 훨씬 든든한 존재이다.

빈방들을 세를 놔서 살림을 꾸려가고 있지만 오래된 집이 그렇듯 인테리어는 물론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 대폭적인 금액을 제시해도 좀처럼 세입자가 들어오지 않던 어느 날 서주는 낯선 이가 양푼에 쓰레기라고 봐도 무방할 음식을 꾸역꾸역 먹는 모습을 보고 경악한다. 그런 그를 바라보는 서주를 향해 음식을 남기면 지옥에서 남긴 음식을 다 먹어야 한다는 할머니의 찰진 말들을 듣는 서주는 뒤늦게 할머니가 남아도는 빈방들을 지옥과 계약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게 언젠가 들었던 온갖 지옥썰을 눈앞에서 목격하게 되는 서주, 거짓말쟁이의 혀 위에서 농사짓는 광경을 보기도 하고 차가운 눈을 삼켜내는 지옥에서 차가움에 목이 매여 나오는 눈물이 다시 눈이 되어 끝날 것 같지 않은 모습을 보기도 하고 불구덩이 속에서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을 보게 되기도 한다. 누군가의 등에 칼과 낫이 꽂혀 도미노처럼 이어진 사람들의 행렬은 덤이라고 할까.

배려라고는 없어 보이는 찰진 할머니의 걸쭉한 말들 속에서도 밤에는 아르바이트하고 낮에는 공부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서주에게 어느 날부터 할머니의 작은 아들 효섭이 그녀를 찾는듯한 목격자의 증언을 듣게 되고 절대 할머니가 했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상냥함을 발하는 누군가가 집안에 있다는 설정도 이 소설이 어디로 튈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게 한다.

'리러하'라는 이름 때문에 중국이나 대만 작가의 소설인가 했더랬다. 얼핏 본 책 소개에서 K-스토리 공모전 대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에 어떻게 한국인이 아닌 작가가 수상되었을까 궁금증을 안고 지나쳤다가 지옥과 계약했다는 참신한 소재와 영화 <신과 함께> 속에서 등장하던 무시무시한 장면들이 오버랩되어 너무 생생하게 다가오는 까닭에 이 작가의 정체가 궁금해 작가 소개를 들췄다가 예명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리러하'라는, 늑골, 폐, 심장의 앞 글자를 딴 이름을 예명으로 정했다는 소개에서 소설만큼이나 독특한 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너무도 생생하게 펼쳐지는 지옥 앞에서 글자 그대로 보아도 섬뜩하고 기괴하며 인상 찌푸려지는 더러움에 곤역스러움이 마구 밀려오면서도 그 와중에 서주에게 잘해주는 악마의 존재와 긴장감을 증폭시키는 할머니의 작은 아들의 등장,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고 꿋꿋한 서주의 모습은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이 소설을 더욱 흥미롭게 더듬어가게 한다. 할머니의 찰진 말들도 한몫하지만 빈방에서 펼쳐지는 지옥도의 모습이 너무도 생생해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머릿속에 영상이 그려질 정도라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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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의 이해 | 기본 카테고리 2022-08-10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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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리의 이해

이윤,도경수 저
창해(새우와 고래) | 2022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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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나 군사적인 이유 때문에 지리적 특성을 부각한 책들을 자주 보게 된다. 국경이 있지만 별개로 따로 볼 수 없고 엄연히 독립적인 개체지만 국가별 이익이 개입되면 상식에 벗어나는 수많은 죽음도 제재 없이 일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그저 어떤 특성에 부각하여 설명하기란 참으로 어렵기만 하다. 그 상황에 처해지기까지 한 가지 이유만 작용했다고 보기도 어렵고 문제 해결 시 오래전부터 국가 간 쌓인 문화적, 지리적 특성은 물론 최근 문제를 촉발시킨 것들이 합쳐져 결국은 오랜 역사부터 최근 정세까지 알아야 하기 때문에 지리적인 이해는 더욱 어렵게 여겨지는 것 같다.

사람이 사는 것은 비슷하지만 지리적, 문화적인 이유로, 일반적이지 않은 특수적인 요인 때문에 생긴 변화는 사람이 지향하는 목표는 비슷하지만 이런 요인들 때문에 변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저자는 일반성과 특수성으로 나누어 기존에 간단하게 정의할 수 없어 복잡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지리적 요인들을 이해하기 쉽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책에 담았다.

자연지리 요인에서 비롯된 특수성으로 드넓은 대륙을 걸어 다니던 개념이 없는 미국에서는 차도에 인도가 없는 이유가 이런 이유에서 기인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평소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아 일본인들이 다양한 신을 섬긴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런 이유로 요괴를 비롯한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풍부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그것이 자연재앙에서 비롯되었으며 인간이 가장 안전하게 보호받고 싶어 하는 욕구는 누구나 공통된 점임을 보여준다.

역사와 제도에서 비롯된 특수성에는 한집 걸러 한집마다 카페가 성행하는 한국의 독특한 유행을 설명하고 있는데 그만큼 한국인들이 커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건가 단순하게 생각한 것은 최근 초대형 카페는 물론 커피 맛은 차치하고 인테리어 하나만으로 사람들의 이목과 발을 이끄는 카페들이 많이 생기는 이유가 공간에 대한 인식 때문인데 글을 읽고 보니 커피 맛도 중요하지만 카페에서 여유로움을 누리고 싶은 바람이 큰 자신을 떠올리니 이해되는 대목이기도 했다.

<지리적 이해>는 기존에 읽었던 지리적 설명이 실린 책과는 비슷한 것 같지만 비슷하지 않은 느낌을 준다. 실려 있는 다양한 이야기도 의외의 흥미로움을 선사하지만 큰 챕터에서 시작되는,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 큰 대목에서 출발하는 지리적 요인들을 색다르게 배열하고 그에 부합되는 이야기를 이끌어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중학 이상의 아이를 둔 부모라면 아이와 함께 읽기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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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 기본 카테고리 2022-08-07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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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에쿠니 가오리 저/신유희 역
소담출판사 | 2022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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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부당함에 저항해야 한다는 젊은 치기와 그럼에도 녹록지 않은 사회에 적응해 나가야 하는 나 자신의 간극을 꽤나 견디기 힘들어했던 스무 살 적, 그런 나날들, 그런 감정들에 왠지 모를 위로가 되어줬던 작가가 에쿠니 가오리였다.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극중 캐릭터들의 내면과 행동들을 보면서 내가 비정상인 건가 의구심이 들다가도 어느 순간 그런 삶도 나쁘지는 않겠다 싶은 동요와 그럼에도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마음이 충돌해 눅진하게 아파지는 가슴을 부여잡고 혼란스러움을 느껴야 하는 그런 상황들을 즐겼던 것 같다.

그리고 한참 동안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보지 않았더랬다. 젊은 시절 사랑해 마지않던 에쿠니 가오리 소설 속 캐릭터들을 어느새 매서운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는 나를 발견해낸 후 그것을 다시 마주하기가 두려웠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만나게 된 에쿠니 가오리의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은 나에게는 약간의 용기가 필요한 소설이었다. 이미 오래전에 읽었지만 그 내용이 다 기억나지 않아 당혹스러운 마음은 차치하더라도 과연 이번에 이 책을 읽고 나는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까 추억이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감정에도 염려스러운 마음은 숨길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렇게 다시 만나게 된 에쿠니 가오리의 단편들은 역시 범상치 않았다. 이 말도 안 되는 캐릭터들은 어쩌면 이렇게 고집스럽게도 자연스러울 수 있을까, 말이 안 되는 상황인데 어딘가에 이런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을 것 같아 왠지 모르게 응원하고 싶어지는 마음이라니.... 오래전에 느꼈던 감정과 비슷하지만 나는 한층 농밀해진 감정으로 이번 소설을 읽게 됐던 것 같다. 그저 일반적이지 않은 그녀의 소설에 끌렸던 이십 대를 지나, 도덕적이지 않은 인간관계인 캐릭터들을 마뜩지 않아 했던 삼십 대를 거치며 사십 대가 된 지금 마주하게 되는 에쿠니 가오리 소설은 뭔가 굉장함으로 다가와졌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캐릭터들이 어쩌면 이렇게 자연스럽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 사는 방법은 이것 아니면 저것이 아니라 다양함이 있구나 싶으면서도 일반적이지 않은 캐릭터들을 대하는 그들의 다양한 감정이 혀를 내두를 만큼 감탄스럽게 느껴졌다. 언젠가 왜 이렇게 비정상적인 사람들로만 가득한 거지 싶은 반발심에 소설을 중간에 덮었던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9편의 단편 속 캐릭터 하나하나에 왜 그렇게 애정이 가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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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도망자의 고백 | 기본 카테고리 2022-08-06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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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어느 도망자의 고백

야쿠마루 가쿠 저/이정민 역
소미미디어 | 2022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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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히지만 생각할거리도 던져주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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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갓 스물을 넘긴 마가키 쇼타는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 만난 아야카와 연애 중이다. 하지만 얼마 전 아야카와의 약속을 한 시간 남겨놓고 동아리 모임 때문에 취소한 일로 아야카와 서먹해졌고 자신에게 냉랭한 아야카 때문에 아르바이트가 끝나자마자 친구들과 술을 마시게 된다. 술을 마셨지만 답답한 마음이 해결되지 않은 채 막차가 끊기기 전 집으로 돌아온 쇼타에게 아야카로부터 지금 당장 자신을 만나러 오지 않으면 앞으로의 만남은 없을 거라는 문자를 받게 되고 이미 막차도 끊기고 폭우가 쏟아지는 데다 술까지 마셨지만 이대로 서먹한 사이가 되는 것이 싫었던 쇼타는 차를 끌고 아야카를 만나러 가는데....

 

<어느 도망자의 고백>은 이제 갓 성인이 된 쇼타가 밤중에 여자친구를 만나러 가는 도중에 한 노파를 치어 숨지게 한 사건으로부터 시작한다. 초반부터 쇼타가 알코올 상태에서 사람을 치어 죽였고 더군다나 폭우가 내렸다고는 하나 직선거리의 도로에서 사람을 못 봤다는 것도 의아한데 사람을 치어 그대로 200미터나 끌고 갔음에도 무언가 부딪쳤다는 건 인지했지만 개나 고양이라고 생각해 그대로 운전했다는 증언을 하며 피해자의 유가족은 물론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사게 되는데 이 부분에 대해 쇼타는 사실대로 말하고 싶었지만 가족을 감싸야 하는 마음 때문에 재판 과정에서 거짓으로 일관한다.

 

쇼타에게는 결혼을 앞둔 누나와 미디어에 얼굴을 비치며 평론가 활동을 하는 아버지가 있어 이 어마 무시한 사건을 그대로 인정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이 될까 두려운데 한순간의 실수로 살인자가 되고 그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재판을 거쳐 징역을 살게 되며 이후 가해자와 가해자의 가족,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이 겪어야 할 과정들을 농밀하게 보여주고 있어 초반에 이미 사건 정황이 다 드러나 있는 상황에서도 꽤나 흥미진진하게 읽게 된다.

 

젊었을 때는 누군가 사회에 반하는 범죄를 저지르면 그에 합당한 무서운 말들을 쏟아내며 그 사람의 인간 됨됨이를 평가했지만 나이가 먹고 아이를 낳아 부모가 된 후부터 자식이 저지르는 죄에 부모까지 쓸어 담어 평가하는 일이 쉽지 않음을 자주 느끼게 된다. 소위 엘리트라고 불리며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소외나 빈부 격차 등 온갖 정의를 온몸에 도배한 듯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던 자들이 왜 자식 일에서만큼은 반푼이처럼 행동해 구설수에 오르는지, 도덕적 가치관으로 저울질했을 때 절대 하면 안 되는 짓거리임을 알면서도 왜 그랬을까 생각해 보면 지식인이기 이전에 그들 역시 부모이기에 그릇됨을 알면서도 그렇게 했다고 생각하면 자식을 키워내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다시금 되새겨볼 때가 많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비록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야기지만 언제 입장이 뒤바뀔 수 있을지 모르는 게 인생의 거대한 무대임을 생각했을 때 당연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내용이라 가해자라고 해서 두둔하는 것이 더 안타깝게 다가왔던 것 같다.

 

이런 스타일의 이야기를 꽤 잘 이끌어가는 작가이고 항상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에 대한 편견에 대해 꽤나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글들을 쓴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번 소설도 역시 야쿠마루 가쿠다운 소설이란 생각이 들어 그만의 독자적인 스타일을 더욱 각인시켜준 소설이었던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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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아 우리의 앞머리를 | 기본 카테고리 2022-08-03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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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바람아 우리의 앞머리를

야요이 사요코 저/김소영 역
도서출판양파 | 2022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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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특이하다. 첫사랑을 떠올리는 아련한 느낌이 물씬 풍겨 달달한 기대를 품었더랬다. 특이한 제목만큼 얼핏 러브 레터의 한 장면이 떠오르는 표지 때문에 살랑거리는 바람결에 얼굴을 간질이는 머리카락의 느낌을 떠올려보며 무더위 달달한 로맨스를 즐겨볼까 싶었는데 소설은 그런 느낌보다는 공원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개를 산책시키던 노인이 공원 벤치에서 목 졸려 살해당했다. 개를 산책시키러 나선 길이기에 큰돈을 들고나갈 리도 없을뿐더러 지갑을 비롯한 돈이 될만한 것들은 그대로 있어 원한에 의한 살인이 아닌가 의심이 되지만 CCTV 사각지대라 아무런 단서도 증거도 없어 사건은 미궁으로 빠져든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 살해당한 노인의 부인인 다카코가 조카인 유키에게 범인을 지목하며 범인이 아닌 알리바이를 찾아달라고 한다.

살해당한 노인은 전직 변호사였고 의뢰인들의 반대편 사람들에게 분노를 사는 경우도 있었지만 아내인 다카코는 딸이 낳은 아들이자 자신들에겐 손자지만 양자로 들인 시후미를 의심한다. 딸이 철없을 때 낳은 시후미는 남편의 무능력과 학대로 시후미가 어릴 때 이혼했고 어머니인 다카코 집으로 들어와 나중에 재혼하게 된다. 학대당한 시후미가 가엾지만 자신의 딸과 손자를 학대한 사위의 온전치 못한 피가 흐른다는 생각에 어릴 때부터 엄하게 대했고 결정적으로 다카코는 장례식장에서 고개를 숙인 채 웃는 모습을 보인 시후미를 유력한 용의자로 의심한다. 시후미의 알리바이에도 불구하고 범인이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었던 다카코는 조카인 유키에게 시후미가 범인이 아니란 증거를 찾아 달라고 부탁한다.

그렇게 잠깐 탐정사무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경력을 바탕으로 유키는 시후미 주변을 조사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시후미의 모습과 시후미 곁을 함께하는 리쓰라는 인물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둘 주변으로 범상치 않은 사건들이 있음이 드러나면서 유키는 혼란스럽기만 한데....

간지러운 연애 감정을 느끼리라 생각하고 펼친 소설이 어둡고 가슴 아픈 이야기라 당황스러웠지만 그것 나름대로 몰입하게 되는 소설이다. 어떤 구도로 이어질지 읽다 보면 대강 예상이 되고 그런 이야기이기에 적잖은 무거움이 있지만 중간에 덮을 수 없도록 이끄는 매력이 있다. 누가 그랬는지는 어느 시점엔 의미가 없어지고 왜 그렇게 되어야만 했을까란 과정을 마주하며 가슴 먹먹함이 아무래도 오래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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