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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수프 | 기본 카테고리 2020-10-06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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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개구리 수프

아잔 브라흐마,궈쥔 선사 저/남명성 역/각산 스님 감수
해냄 | 202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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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냄 / 개구리 수프 - 삶이, 우리를 향해 돌을 던질 때 / 아잔 브라흐마, 궈쥔 선사

중, 고등학교 때 한적한 산사에 들어가 비구니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동안 했었더랬다.

누가 듣는다면 '이 무슨!'이라며 경악할 표정이 눈에 선해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지만 중학생에서 고등학생으로 올라가는 시점에 나는 비구니에 대해 나름 꽤 진지하게 고민했었고 승려들이 나오는 다큐가 있으면 관심 있게 봤었더랬다.

하지만 진지했지만 어찌 보면 철이 없었던 나의 이런 고민은 승려들의 수행이 얼마나 힘든지 눈앞에서 목격한 순간 터무니없을 정도로 쉽게 사라져버렸고 비록 그때의 바람대로 비구니가 되지는 못했지만 절에 가면 항상 나도 모르게 비구니들이 모습을 눈으로 좇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기억들과 생각들은 <개구리 수프>를 읽으며 되살아나 삶에 대한 성찰과 철없던 옛 시절도 함께 떠올라 아련한 느낌을 갖게 했다.

 

 

 

<개구리 수프>는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이론물리학으로 학위를 따고 아이들을 가르쳤던 '아잔 브라흐마'가 학자 생활에 환멸을 느끼고 태국으로 건너가 승려로 거듭나는 이야기와 싱가포르에서 태어나 선불교에서 명성이 높은 성옌 스님의 젊은 후계자 가운데 한 사람인 '궈쥔 선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먼저 등장하는 '아잔 브라흐마'의 이야기는 아시아인도 아닌 서양인이 불교에 입문해 비를 막아줄 안락한 건물도 아닌 태국의 숲속에서 새벽 6시에 시작되는 명상에 수십 마리의 모기에 물려가면서도 버티고 아무것도 먹을 게 없는 오지에서 주민들이 조금씩 나눠주는 쌀과 개구리 수프로 끼니를 해결하며 수양을 하게 되었는지, 무엇이 그를 안락하고 안정된 생활이 보장된 선생이란 직업을 내려놓고 승려의 길로 들어서게 했는지 궁금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아잔 브라흐마'나 '궈쥔 선사'의 이야기를 통해 나와 대립을 세우는 상대에게 무조건 굽히거나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지 않고 비록 나의 의견이 관철되지는 못했지만 상대방의 방식대로 실행함으로써 내가 느끼고 나아갈 수행길에 대한 긍정적 생각은 일반인인 내가 느끼기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고 이런 점은 배우고 싶다는 생각 또한 들었다.

불편하고 고생스러운, 어찌 보면 거지와 다를 바 없는 수행의 길을 통해 타인에게 베푸는 친절이 자신의 수행을 얼마나 더 충만하고 행복하게 만드는지, 어떤 일에서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불명예스러운 손가락질을 받음에도 그것을 하나의 시련으로 여기고 더욱 정진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과 기대감으로 인해 실망하거나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들에 대한 찰진 대응법들은 목소리가 커야 이기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수긍하지 못해 피어나는 비열한 감정들이 팽배한 요즘 시대에 멈춰 서서 생각해보게 되는 이야기들일 것이다.

누구든 꽃길만 깔린 평탄한 삶을 살진 못한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억울한 일을 겪게 되는가 하면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기도 하고 매번 새롭게 시작되는 도전 앞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는 일들도 다반사다. 세상에 나만 안되는 일들이 연속으로 일어나고 주위 사람들이 모두 누리는 행복에서 나만 소외된 것처럼 여겨져 살아갈 의지가 수시로 꺾일 때도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의 태도에 따라 인생의 가름이 확연해지는 것을 많이 보았기에 책을 읽으며 두 승려의 대처법이 꽤 인상 깊게 다가왔던 것 같다.

알면서도 좁은 가슴에 담아놓고 끙끙거리며 온갖 힘든 감정을 끌어안기보다 이들의 일화를 통해 삶을 더 유연하고 행복하게 대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흐뭇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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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박물관 | 기본 카테고리 2020-10-06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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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침묵 박물관

오가와 요코 저/이윤정 역
작가정신 | 202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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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신 / 침묵 박물관 / 오가와 요코 장편소설

옷 몇 벌과 필기도구 몇 개, 면도기 세트, 형이 준 현미경과 어머니의 유품인 '안네의 일기'가 들어있는 작은 여행 가방 하나만 챙겨들고 의뢰인이 사는 마을에 도착한 박물관 기사는 의뢰인이 사는 거대한 저택의 규모에 압도된다. 하지만 실제 살고 있는 사람은 의뢰인 노파와 손녀처럼 보이는 양녀, 저택일을 봐주는 정원사와 가정부가 다여서 저택은 구석구석 관리되지 못한 채 방치되어 옛 명성과 흉물스러운 모습을 동시에 지닌 묘한 모습을 안고 있다.

오래되고 거대하지만 구석구석 낡아빠진 저택의 모습만큼 기괴하고 괴팍한 성격의 노파와는 첫 만남부터 쉽지 않았지만 박물관 기사는 그렇게 저택에 채용되어 노파가 평생 모아온 마을 사람들의 유품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노파가 십 대 시절 정원사의 증조부가 쓰던 전지가위를 시작으로 모으게 된 유품들은 노파의 나이만큼 상당한 양이었고 유품에 깃든 주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기사는 분류하고 보존하는 일을 시작하게 된다.

그렇게 노파가 모은 유품들의 사연을 구술하면 기사가 받아 적고 소녀가 정서하는 작업이 진행되는 도중 마을 의사가 죽는 일이 발생하고 몸을 움직이기 힘든 노파 대신 기사가 의사의 집에 방문해 그의 일생과 연관된 유품을 가져오기에 이른다.

죽은 이들의 유품을 정리하고 보존하여 방치된 마구간에 유품들을 전시해 박물관을 만들려는 노파의 바람은 느리지만 순조롭게 진행되는듯했으나 폭발물 사건이 일어나 소녀가 다치는가 하면 50년 전에 일어났던 살인사건과 유사한 살인사건이 연이어 마을에 발생하면서 죽은 이들의 유품을 훔쳐 정리하는 일을 했던 기사가 살인 용의자 선상에 오르게 된다.

조용한 마을에 폭탄이 터져 사람들이 다치는 일이 발생하고 50년 전 매춘부의 유두가 잘린 끔찍한 살인사건이 최근 연달아 발생하는 와중에도 저택 사람들은 크게 동요하거나 무서워하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도 유품 정리는 느리지만 묵묵히 진행되어 나갔고 마구간 개축공사도 끝나 마을 사람들의 유품만을 전시해놓는 침묵 박물관의 개관이 멀지 않은 어느 날, 기사는 저택 사람들의 기묘함의 정체를 알게 되는데.....

"하지만 대체 무엇 때문에 그런 박물관을.....?"

"무엇 때문이냐고? 모든 박물관에 교훈적인 존재 이유가 필요해?

물건을 보존하고 싶은 건 인간의 가장 소박한 감정 중 하나야.

고대이집트 시대부터 사람들은 신전에 전리품을 늘어놓고 기쁨을 만끽했지."

"나도 이제 나이를 먹었어.

내가 늙으니까 세상도 늙은 것처럼 느껴지니 참 이상하지.

사람들은 계속 죽어.

하지만 그때마다 친구 흉내를 내면서 장례식장에 가거나 한밤중에 집에

몰래 들어가는 것도 이제 이 부실한 다리로는 힘들어.

앞으로 유품 수집은 자네 일이야.

박물관 건물은 후원의 마구간을 개조해서 쓰면 돼.

공사는 정원사가 맡아서 해줄 거야.

이 애를 조수로 쓰도록 해.

명심해, 우리의 박물관은 늙은 세상의 안식처가 될 거야."

아주 오래전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통해 알게 된 작가 '오가와 요코', 오래전에 읽었던 소설이라 잔잔한 내용의 소설이란 느낌만 강하게 남아 있는데 <침묵 박물관>을 읽으며 같은 선상의 잔잔함이 느껴져 그때의 느낌도 다시금 되살아났던 것 같다.

처음 방문하게 된 작은 마을의 거대한 저택, 괴팍한 성격의 저택 노파와 그런대로 합을 맞추며 그녀의 소망이 담긴 침묵 박물관에 놓일 유품들을 정리하던 기사에게 이야기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침묵 전도사의 수행과 폭발 사건, 50년 만에 일어나기 시작한 젊은 여성의 살인사건은 변함없는 이들의 일상에 작은 파동을 던져주지만 정작 그런 와중에도 글 속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최대한 절제되어 있어 독자로서 위화감이 느껴졌다. 젊은 여성의 유두만 잘린 채 발견된 살인사건이 연속해서 등장하지만 그럼에서 오는 두려움과 공포는 느낄 수 없다. 경찰들이 기사에게 살인사건이 일어났던 밤 무엇을 했는지 몇 번 묻는 게 다인 이 상황에서 기묘함과 위화감만을 잔뜩 느끼며 어딘가에 있을, 이제 곧 밝혀질 살인자를 알기 위해 후반부에 몰입했던 것 같지만 결국 왜 그런 살인이 벌어졌는지 이유를 알 수 없는 채로 소설은 끝나고 만다.

아, 이 감정을 도대체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책을 덮었다가 마지막 부분을 다시 읽었다가하면서 이 느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고민에 빠져들게 하는 <침묵 박물관>

한참이나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고민하다 띠지에 쓰여있던 글귀에 저절로 무릎을 치게 되는 '요가와 요코 그로테스크 미학의 정점'이란 글이 이 감정을 정리해 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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