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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예술 | 기본 카테고리 2021-12-29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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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살인의 예술

레이먼드 챈들러 저/정윤희 역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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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란 장르를 썩 즐겨 읽지는 않지만 이런 장르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어디선가 들어본 듯 낯익은 작가의 이름에 호기심이 동했던 <살인의 예술>은 인간의 존엄성이 무참히 짓밟히는 살인과는 어울리지 않는 예술이란 단어의 조합이 기이하고도 묘한 느낌이 들었는데 그러하기에 오히려 극한의 광기를 느끼게 해주었던 것 같다.

 

<살인의 예술>은 한편의 소설인가 싶었는데 다섯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고 같은 주인공이 등장해 각각의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인가 했지만 전혀 연관성 없는 인물이 등장하여 예상 범위를 완전히 벗어나게 한다. 그리고 지금보다 훨씬 이전에 쓰인 소설이기에 읽다 보면 화려한 상류층과 후미진 뒷골목을 합쳐놓은 미국 흑백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인데 그래서 왠지 동떨어져 연상하기 힘든 면과 지금 시대와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느껴질 신선함은 역시 시대적 배경 때문에 다서 반감되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호텔 야간 경비를 섰던 스티브는 한밤중 난동을 부린 투숙객을 쫓아버리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총이 살갗을 스치는 난투극이 벌어진다. 여차하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고 올바른 판단을 했지만 그런 건 아무 상관없이 쫓아낸 대상은 유명 밴드의 리더였고 호텔 관계자와도 뗄 수 없는 사이였기에 그 사건으로 스티브는 직장을 잃게 된다. 하지만 스티브는 그와 관계된 사건을 의구심을 가진 채 쫓기에 이르고 한 여인의 전화를 받게 되면서 사건은 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이 외에도 남편에게 받은 진주 목걸이를 잃어버린 노부인의 이야기와 호텔에 혼자 묵은 여인에게 베풀었던 배려가 예상치도 못한 사건으로 전개된 이야기 등 다섯 편은 다르면서도 호텔과 탐정, 그 시대를 살아갔던 남자들의 건조하고도 마초적인 느낌이 비슷하게 겹쳐져 아무래도 비슷한 인상으로 남는 것 같다.

 

호기심과 약간의 기대심으로 읽었지만 솔직히 작가에게 붙은 하드보일드의 거장이란 수식에는 왠지 석연치 않음을 느꼈던 것은 취향과 초보자의 미숙함이 합쳐졌기 때문인지 왠지 다른 작품도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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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니머스 | 기본 카테고리 2021-12-25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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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어나니머스 : 경시청 손가락살인대책실

사이조 미쓰토시 저/김나랑 역
도서출판양파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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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토리 신고가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배역을 떠나 드라마로 제작이 될 정도라면 그만큼 원작이 재미있었다는 반증이기에 더욱 호기심이 들었던 소설 <어나니머스>는 제목에서 보이듯 익명의 해커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날로 수법이 교묘해지는 사이버상 범죄를 다룬 소설이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들이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세상에서 손가락 하나만으로 하루아침에 인간을 나락으로 떨어뜨려버릴 악의를 가진 사람들, 도마에 오른 사람을 온전히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알려진 거짓 정보에 의존해 헐뜯고 거짓말을 보태 부풀려지는 정보들, 당사자들이라면 얼마나 괴로울까, 뚜렷한 악의를 가지지 않았더라도 그저 그날 자신의 기분이 안 좋았다는 이유로 감정을 분출하기 위해 모르는 사람을 향했던 비난의 말들, 그 모든 것들이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 몰랐다고 해도 그런 괴롭힘으로 인해 사람이 목숨을 끊는 일들은 지금도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직접 칼을 들이대지 않는 수법으로도 충분히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사이버 범죄, 소설 범죄를 접하다 보면 정말 이유 같지 않은 이유들로 괴롭힘을 당하게 되는데 그래서 더 어처구니없으면서도 무섭고 두려움에 떨게 되는 것 같다.

연일 이어지는 사이버 범죄로 인해 꾸려진 손가락살인대책실, 그곳의 책임자 고시가야 신지로와 강력반 수사 1과였지만 동료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좌천되어 손가락살인대책실로 좌천된 반조 와타루, 범죄 프로 정보 수집가 스가누마 리리코, 의욕 가득인 초보 수사관 우수이 사쿠라, 사어비 수사의 천재급 인재인 시노미야 준이치가 한 팀이 되어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는 사이버 범죄에 대응한다.

그리고 벌어지는 사건을 조사할 때마다 등장하는 어나니머스는 반조를 좌천시킨 사건에도 등장했던 자로 반조에게는 사이버 범죄를 해결해나가는 한편 어나니머스의 존재 또한 함께 쫓고 있어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 왠지 조금은 뻔해 보이지만 재미는 보장되는 소설인데 드라마도 소설만큼이나 흥미진진할 것 같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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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로부터의 탈출 | 기본 카테고리 2021-12-23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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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미래로부터의 탈출

고바야시 야스미 저/김은모 역
검은숲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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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부를 거치며 이게 도대체 무슨 소설이야? 란 생각을 몇 번이나 하게 만들었던 <앨리스 죽이기>는 이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전개를 보이며 책을 덮을 땐 나도 모르게 탄성을 내질렀었는데 그렇게 처음 마주한 작품이 강렬했기에 '고바야시 야스미'란 이름이 단번에 뇌리에 박히게 되었던 것 같다. 이후 접하게 되었던 작품들 또한 그만이 아니면 표현할 수 없는 소설이었는데 더 이상 그의 창작물을 만나볼 수 없다는 소식은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그렇기에 아마도 이 소설이 더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던 것은 아니었을까.

매일매일이 똑같은 요양병원에서의 생활에 사부로는 자신이 이곳에 어떻게 왔으며 도대체 자신이 몇 살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며칠 전 기억들조차 아무리 떠올려도 백지처럼 아무것도 떠오르지 상황에서 문득 의구심이 든 사부로는 일기장을 발견하고 그 안에 쓰여 있는 내용들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조사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몸조차 쉽게 움직일 수 없고 요양병원 밖으로는 한발 작도 나갈 수 없는 상황에서 일기장에서 발견된 단서는 자신이 이곳에서 탈출하려 했다는 것과 누군가와 함께 탈출하기 위해 모의를 했다는 것이었는데.... 사부로는 이곳에 어떻게 오게 되었으며 기억나지 않는 누군가와 왜 이곳을 탈출하려 했던 것일까?

제목에서부터 느껴질 미래라는 단어에서 연상되었던 차갑고 싸했던 느낌은 사부로가 살고 있는 세계를 비켜가지 않는다. 지금까지 읽었던 인간 종말식의 SF 소설과 어찌 보면 맥락은 다르지 않지만 역시 고바야시! 하고 느끼게 되는 요소들이 있었으니 그만이 가진 문체로 이야기를 너무 무겁게만 끌고 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가벼움과 무거움의 균형을 이루며 그만의 필살기로 독자들을 안내하는 <미래로부터의 탈출>, 아무래도 이런 장르의 소설이 기억에 오래 남고 뭔가 언짢으면서도 답답한 느낌을 담게 되는 것은 너무 멀기만 한 미래의 모습은 아닐 거라는 불안감이 존재하기 때문일 텐데 그런 연유로 왠지 뻔할 것 같고 읽고 나서도 어쩐지 뻔했던 것 같아 속은 기분이 들었던 장르를 고바야시가 깨 줬다는데 있을 것이다. 읽기 전에 아무리 고바야시라고 해도 기대 밖의 이야기로 독자들을 놀래주는 건 사실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기대 이상의 전개와 생각거리를 던져주며 자신의 영역임을 확고히 알려준 소설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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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사랑일지도 | 기본 카테고리 2021-12-23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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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마 사랑일지도

야마카와 마사오 저/이현욱,하진수,한진아 공역
위북(webook)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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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한 수많은 이들의 죽음이 지난 후 쓰인 소설은 암울하고 무기력하다. 그에 대한 시대적 상실감이 글 속에 그대로 담겨 있어 글을 읽어내려가는 것조차 꽤 힘들어 작품이 궁금하나 나도 모르게 외면하고 싶어질 때가 있는데 사실 그렇게 무기력한 소설에 꽤 끌리는 편이고 그렇게 읽힌 소설은 꽤 강렬해 오랫동안 기억 속에 머무르는 경험을 한다.

'야마카와 마사오'라는 처음 접하는 작가의 이름도, 제목도 강하게 읽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켰던 <아마 사랑일지도>는 한편의 소설이 아닌 단편이 실려 있다. 책 겉표지에 쓰인 비운의 작가 문장이 왠지 이 소설의 모든 느낌을 대변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는데 역시나 도입부부터 쉽지 않은 소설이 되겠다는 느낌을 받으며 읽어내려간 이야기는 전쟁을 겪어낸 세대들의 불투명한 미래와 인간 상실, 인간 본질에 대한 허상의 느낌들로 가득 차 있다. 즐거움은 없고 그저 목숨만 붙어있는 채로 하루하루를 의미 없이 살아내고 있는 이들의 그저 어제보다 더 무기력하며 비참해질 내일의 이야기에 지치듯 글을 쫓으면서도 쉽사리 책을 덮을 수 없어 그대로 끌려읽게 되는 소설이랄까.

최근에 읽었던 유미리 작가의 작품이나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읽었을 때의 느낌도 되살아났던 것은 작품마다 암울함을 던져주기 때문이었을까, 전쟁에 담긴, 그로 인해 말살된 인간 본성의 의미는 전쟁으로 인해 인간이 겪어내야만 했던 고통을 오롯이 담고 있기 때문일 텐데 국가는 달라도 전쟁 후에 겪게 되는 고통과 상실감을 문장에 그대로 싣고 있기에 일본이라는 나라가 겪어냈을 시대적 배경에 공감이 갔던 것 같다.

아쿠타가와상과 나오키상 후보에도 오를 만큼 인정받은 작가였지만 수상의 기쁨을 누리지 못한 채 35세라는 젊은 나이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작가 이력은 소설의 느낌과 함께하는 것 같아 더욱 안타깝게 다가와졌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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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교사 | 기본 카테고리 2021-12-22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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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국어교사

유디트 타슐러 저/홍순란 역/임홍배 감수
창심소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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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일주일 동안 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에게 창작 워크숍을 진행하는 '학생과 작가의 만남'이라는 기획에 참여하게 된 작가 '크사버 잔트'는 자신이 참가하게 될 학교 국어교사에게 이메일을 보낸다. 그리고 어렵게 연락이 닿은 학교 담당 국어교사가 자신과 16년이나 사귀었던 전 여친 '마틸다 카민스키'라는 것을 알고 반가움을 전하지만 마틸다의 답신은 사무적이고 냉랭하기만 하다.

그렇게 크사버와 마틸다가 주고받는 이메일로 시작하는 소설은 읽을수록 마틸다가 크사버에게 냉랭할 수밖에 없었던 지난 과거를 풀어놓는다. 훤칠한 키에 녹색 눈을 가진 문학 학도 크사버를 본 순간 마틸다는 한눈에 사랑에 빠졌고 돈 없던 학생 시절이었을 때도, 교사라는 직업을 갖고 사회로 첫발을 내디딘 후에도 경제적인 부분은 마틸다의 몫이었지만 그녀는 진심으로 크사버가 작가로서 성공하기를 바랐고 그의 관심과 애정을 온몸으로 갈구했다. 함께 책을 보며 문학, 정치, 사회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즐거움이라 여겼던 마틸다였지만 연애 기간이 길어지고 나이가 먹어갈수록 아이를 원하는 마틸다와 어떻게 해서든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크사버의 노력으로 마틸다는 조금씩 상처를 받게 된다.

그런 나날이 이어지던 어느 날 집에 돌아온 마틸다는 함께 살던 크사버가 편지 한 장 남기지 않고 짐을 모조리 싸서 나가버린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고 충격과 깊은 상실감을 맛보게 된다. 그리고 몇 달 후 잡지에 자수성가 사업가의 외동딸과 결혼한다는 기사를 접하며 또 한 번 큰 상처를 받게 된다. 그렇게 16년이란 시간이 흘러 창작 워크숍이란 기획으로 다시 만나게 된 두 사람!

서로 주고받는 이메일을 통해 오랫동안 자신을 지지해 준 애인을 버리고 부잣집 외동딸에게 홀랑 넘어가버린 크사버의 과거가 밝혀질수록 독자로서 함께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든 현재의 마틸다가 결혼을 했는지, 좋았던 예전 과거를 꺼내며 얼른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는 크사버의 가벼움에 넌덜머리가 날 때쯤 이들은 결혼생활을 하던 크사버에게 일어난 사건을 툭 던진다. 그리고 그들이 헤어져 각자 생활하던 그 기간 동안 서로에게 일어났던 일들이 하나씩 벗겨지며 그전까지 느꼈던 감정과는 묘하게 상반되게 다가온다.

독일 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이라서 기존에 읽었던 추리소설을 떠올렸었는데 예상했던 구성과는 달라서 중반부터 이야기가 어떻게 마무리 지어질지, 그들이 그토록 숨기고 싶어 했던 비밀이 무엇일지 유추하며 읽어보는 재미가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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