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설할 수 없는 비밀과 험담이 일렁이는 비정한 세계를 관통하는 서늘한 상상력
이 책은 강지영 작가의 신간으로 9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기발한 발상으로 웃음을 짓게 했던 <신문물검역소>로 만나게 됐던 작가였던지라 이번 작품도 호기심으로 다가가게 됐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표지와 제목에서 보이듯 전편에서 볼 수 있었던 유쾌함을 엿볼 수는 없었다. 짤막한 이야기들 속에 녹아있는 어두운 이야기들은 다양한 소재와 기발함으로 다가왔지만 사회 각층에 걸쳐져 있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약하고 여린 그대로의 모습을 마주하는 듯해 가슴이 시큼하면서도 한구석에는 내내 불편한 마음을 떨칠 수 없게 만든다. 밝은 희망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닌지라 끝도 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던지게도 만드는 소설 <개들이 식사할 시간>
미숙아로 태어난 세눈박이 소녀는 자신의 눈에서 나오는 보석 눈물로 인해 친어머니로부터 구타를 당하는 인생을 살아오던 중 마을의 다른 소식을 취재하러 온 기자의 손에 이끌려 평생 느껴보지 못한 따뜻한 인간의 정과 희망을 품고 서울로 올라오게 되지만 역시 그 누구조차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절망하게 되는 이야기 <눈물>, 자신의 성을 숨기고 결혼했지만 끝내 빚 때문에 제대로 된 결혼생활을 할 수 없었던 그녀와 남편,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간 살인귀의 평범한 인생이 소름으로 다가오는 <거짓말>, 바위에 달라붙어 살아가는 해파리처럼 아늑한 품 속에서 살아가길 원하는 혜림이란 인물의 끊임없는 재탄생은 어디선가 본 듯한 소재이긴하지만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각각의 이야기에 공통되게 녹아있는 인간의 잔혹성을 통해 비현실적이지 않게 다가오는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는 이야기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