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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은 아니지만 살 만한" 리뷰 | 기본 카테고리 2017-09-28 11:41
http://blog.yes24.com/document/9881729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캠프힐(Camphill)은 루돌프 슈타이너의 철학을 기반으로 1940년 스코틀랜드에서 시작된 장애인 공동체이다.
북아일랜드 캠프힐에서 일 년을 보낸 작가의 이야기가 솔직하게 담겨져있다.

p.69
적어도 그들은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지금 이 시기에 땅이 필요로 하는 것과 사과의 수확 시기를 놓치지 않았다. 도시의 속도에 떠밀려 엉거주춤한 자세로 매일을 해치우듯 보내던 나의 지난 서울 생활에 비하면, 먹는 것을 스스로 일구는 삶은 자연의 리듬에 맞춰 춤을 추듯 가볍고 경쾌했다. 



p.79
그날 밤 나는 침대에 누워 오전의 소란을 되감아보았다. 
석연치 않은 일이 벌어진 날에는 꼭 이렇게 스스로를 괴롭히는 고약한 취미가 있다. 실수한 것은 없는지 장면마다 일시정지를 눌러 사람들의 표정과 말투를 살펴보았다. 그러다 순간 마음이 머쓱했다. 밉보이는 게 싫어 전전긍긍하는 내가 사람들 틈에 서 있었다. 평판을 신경 쓰는 나. 듣기 좋은 말만 기대하는 나. 제대로 표현도 못 할 거면서 오해는 받고 싶지 않은 내가 안쓰러워, 결국엔 울고 말았다. 


p.97
싱크대 청소를 마친 뒤 벽에 기대어 빌리저들의 정리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가만히 바라본 그들의 움직임은 어딘가 어설프지만 그 나름대로 열심이었다.
아, 어쩌면 내겐 사소한 일거리인 설거지가 누군가에겐 집중과 체력을 요하는 하루치 노동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스쳤따. 몸이 불편하고 느리다는 이유로, 배려라는 명분 아래 빌리저들을 가만히 소파에 앉혀두려고만 한 것은 아니었을까. 나도 모르는 사이 저들을 생활의 영역에서 소외시키진 않았는지 부끄러웠다.


p.144
설익은 영어로 의사 표현을 하는 게 나는 늘 겁이 났다. 서투른 문법만큼이나 나 역시 서투른 사람처럼 보일 것 같아서였다. 그러면서도 소극적인 사람 취급을 받기는 더더욱 싫었따. 모순덩어리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닌데. 아무도 들리지 않게 속삭이는 날들이 지속됐다.
(중략)
나의 모자람을, 부족함을, 빈틈을 보이고 나니 오히려 가슴 한편이 시원해졌다.


p.151
더디게 움직이는 몬그랜지의 일과에 안정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줄 알았던 달팽이가 실은 최선을 다해 조금씩 이동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는 분명 나아가고 있었다. 정해진 일과 동안 필요한 만큼의 일을 하는 것이 마치 게으름을 피우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던 건 초과 노동의 경험에서 기인한 슬픈 부작용이었음을 나는 뒤늦게 깨달았다. 느슨한 일상이란 삶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이지 시간적 여유를 뜻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오롯이 받아들일 수 있게되는 작가의 모습이 글 속에서 묻어났다. 
사회 속에서 살다보면 무언가 더 많이 해야할 것 같고, 남들과는 다르게 그러나 누구나 가지고 있는 생각의 틀을 벗어나면 안 될 것만 같다.
작가의 이야기를 쭉 읽어나가면서 그 생각의 틀이 깨어지고 진정한 여유를 통해 사회 속에서 좀 더 유연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아가게되는 모습을 보게 됐다.
자신이 선택한 삶의 방식을 자책하거나 초조해하지 않으며 끝까지 해볼 수 있는 것. 자기 자신이 가장 원하는 방식의 일과 즐거움이 무엇인가를 매일 찾아나가는 것. 너무나도 필요하다. 


작가의 솔직한 마음과 묘사들이 진정성 있고 공감이 된다.
할 수 있는 만큼,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이 책을 읽어나가는 것이 어떨까.


천국은 아니지만 살 만한
송은정 저
북폴리오 | 2017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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