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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 인문/사회 2020-09-30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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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10주년 개정증보판)

니콜라스 카 저/최지향 역
청림출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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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시대, 우리는 더 똑똑해지고 있는가?”

이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과학기술의 발달은 현대인의 일상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대게는 빠르고.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그러나 편리함의 대가는 자율성의 상실로 이어졌다.






'디지털치매'(정확하게는 디지털치매 증후군)라는 말은 이제 익숙한 용어가 되었다.

이 용어는 '다양한 디지털 기기의 발달에 힘입어 스스로의 뇌를 사용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게 된 현대인들의 기억력 감퇴 현상'을 의미한다. 전화번호를 예로 들어보자.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까지. 전화번호는 외우거나 메모를 해야 했다. 지금은 어떤가? 당장 외우는 전화번호가 몇 개나 되는지 떠올려보라. 장담 건데. 전화번호 대신 입력된 이름이 먼저 떠오를 것이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편리함과 사고의 능력을 맞바꾼 현대인들의 일상을 꼬집는다.

과거.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이른바 발품을 팔아야 했다. 정보와 지식의 습득을 위해 우리는 시간과 노력, 비용을 들여야 했고, 데이터를 정보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더해졌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클릭 몇 번만으로도 원하는 정보들을 찾을 수 있다.


그렇다. 우리가 과거처럼 열심히 자료를 찾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되듯. 우리의 뇌 또한 과거처럼 열심히 일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인류에게, 좋은 현상일까?

이제는 편리함에 가려진 이면을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저자는 이를 위해 과거. 인간의 뇌가 어떻게 진화하고 학습되어왔는지를 들려준다. 인간은 지식을 공유하기 위해 글쓰기를 시작했고 글은 문명 발달의 촉진제가 되었다.

도구의 발달은 필연적으로 인간의 사고와 글에 변화를 주기 마련인데, 니체의 예가 흥미롭다. 니체는 종이를 눌러써 쓰는 필기체 형태로 글을 썼는데, 타자기를 사용하면서 문체에 변화가 생겼다. 타자기를 사용하면서 이전보다 짧고 끊어지는 문체를 사용하는 빈도가 높아졌다고 한다. 타자기로 글을 쓰면 손으로 글을 쓸 때보다 시간과 노력이 덜 소모되어 오히려 문장이 더 길어질 것 같은데, 그 반대라니. 흥미롭다.

그렇게 보면, 도구가 발달할수록 글이 더 짧아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도 같다. 그렇다면 글이 사라질 날도 오게 될까?



사실 문제는 글의 길고 짧음이 아니다. 그 글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사고과정도 함께 짧아진다는 것이 문제다. 과거에는 정보를 찾고 그 정보가 맞는 것인지. 나에게 필요한 것인지를 생각하고 판단하고, 가공하는 시간이 존재했다. 그러나 요즘은 최소한의 시간조차 생각하는 데 소모하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데로 받아들일 뿐이다. 그러나 문맹률은 낮지만, 문해력은 꼴찌를 기록한 대한민국의 상황을 보면, 과연 편리함과 빠름의 대가로 우리가 무엇을 지불했는지. 극명해진다.


책을 읽으면서, 한 자 한자. 더 유심히,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소리 내어 주의 깊게 읽어나갔다. 그리고 다시 질문을 던져본다. 우리는 과연 더 똑똑해지고 있나? 정말 그런가?

혹시나 한 번도 그런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면 이제부터 해보자. 그 질문이 나의 생각을 깨우는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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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의 역전 | 인문/사회 2020-09-29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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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힘의 역전 2

정혜승,문정인,다니엘 튜더,김세연,유명희,김동환,민금채,이원재 저
메디치미디어 | 202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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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로, 이전에는 경험해 보지 못한 일들이 세계 곳곳에서 잇달아 일어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앞다퉈 세계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분석을 내놓는데, 비단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음을 누구나 예측할 수 있다. 그만큼 빠르게 일상이 변해버려서다.



코로나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타인과의 접촉 자체를 피하는 언택트 문화의 확산이다. 재택근무, 원격 근무, 원격진료, 온라인 주문 등. 일상의 많은 분야에서 비대면 서비스가 자리 잡고 있다. 사람과 사람뿐 아니라 각종 봉쇄 조치로 국가와 국가 간의 접촉이 끊어진 시대. 전 세계가 공격적으로 백신을 개발하고 있지만, 감기처럼 코로나를 치료하기까지는 여전히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전 세계는 바뀐 일상을 준비하고 받아들여야 할 때다.


이런 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보다 방향이다. 속도는 언제든지 조절할 수 있지만 한번 설정한 방향을 되돌리기는 어려운 법.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통해 그 방향성을 모색해보기로 한다.

『힘의 역전』은 6월에 열린 메디치 포럼에서 발표 내용을 엮은 책으로, 7가지 주제로 정치, 경제, 안보 분야 등의 전문가들이 미래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선 제목인 『힘의 역전』이 의미하는 것부터 살펴보자. 유례없는 범국가적 전염병은 각국의 정치, 사회, 경제, 의료, 복지 분야 등의 사회안전망의 틀을 흔들어버리면서, 서구 중심주의의 붕괴를 의미한다.


코로나 확산 방지의 예만 봐도, 대한민국은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고도 감염병 확산 막아내며 ‘K 방역’ 모델을 잇따라 채택하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 확산 초기 중국과 함께 전 세계 확산의 진앙지라는 평가를 받았던 이탈리아는 K 방역을 벤치마킹하며 코로나 확산을 저지하며 선방하고 있다.


또한 전 세계가 칭찬하는 K 방역을 평가절하하는 일부 의견들을 보면서. 우리가 얼마나 서양 우월주의에 사로잡혀있었는지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책은 코로나로 달라진 세계에 대한 전망뿐 아니라 국가와 개인이 다가올 미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다. 국제질서와 통상, 환경문제를 포함해 개인의 권리와 자산관리까지. 다양한 관점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 특히 〈자산 인플레이션의 시대 개인의 역전은 가능한가〉,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한 밥상의 역전〉, 〈가장 큰 정부가 가장 자유로운 시민을 만날 때〉 와 같이 미디어에서 자주 접할 수 없었던 문제들까지. 빠르게 변화는 환경에서 국가뿐 아니라 개인들도 어떤 태도가 요구되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극변하는 세상에서 방점을 찍어야하는 것은 '빠르게'가 아니라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과 모두의 고민이 시작되는 때다. 욜로(YOLO)가 아닌 홀로가 대세가 되었지만,여전히 우리는 공동운명체임을 먼저 인식하는 것. 그것으로부터 진정한 역전이 시작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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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 대한 연민 | 인문/사회 2020-09-27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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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타인에 대한 연민

마사 누스바움 저/임현경 역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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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를 '혐오의 시대'로 언명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혐오는 정치, 종교의 범주를 넘어 전 사회적으로 근거 없는 분노를 양산하고 있다. 물론 과거에도 분노는 존재했다.

어찌 보면 과거는 분노의 시대라 할 수 있다. 억압받는 자들은 자신의 권리와 자유와 평등을 위해 권력에 저항했고 원하는 바를 얻었다. 무엇보다 그들의 저항에는 명확한 '대상'이 있었다.


그러나 혐오는 어떤가. 혐오의 대상은 과거와 같은 억압의 주체가 아니다. 난민, 동성애자처럼 사회적 약자들이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다. 왜 우리는 약자에게 분노하고 혐오하는가.



모든 분노의 기저에는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다. 자신의 자유와 권리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문제는 두려움의 근거다. 과거에는 분노의 대상과 명분이 확실했다. 그러나 현대의 분노에는 대상도, 이유도 명확하지 않다. 그냥 두렵고 증오해야 하는 대상이 있을 뿐이다. 문제는 이런 분노가 혐오로 고착되고, 전염되면서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미국 내 만연한 인종차별과 여성, 동성애, 무슬림에 대한 혐오를 통해 무엇이 우리의 일상을 위태롭게 하는지 하나씩 되짚어 간다. 우리와 문화는 다르지만, 편견과 무지, 가짜 뉴스가 부른 분노의 결과는 별반 다르지 않기에, 혐오가 얼마나 우리의 현재를 피폐하게 만드는지를 보는 데는 무리가 없다.


저자는 혐오를 통해 우리가 잊고 사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볼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혐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희망을 가져야 하며, 자신의 고통을 타인의 탓으로 돌려서는 안되다는 조언도 잊지 않는다. 지난 역사를 보면 타인을 향한 분노로 현재의 문제를 돌파하고 한 사건들이 많았고 결과는 늘 더 큰 비극을 초래했다.


혐오는 연대를 무력화시킨다. 그러나 가장 힘이 세지도 빠르지도 않았던 호모사피엔스가 현생인류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타인에 대한 연민과 동정심 때문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약하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 혼자가 아닌 공동체를 선택했고, 생존의 지혜를 공유했기에 생존할 수 있었다.

두려움은 언제나 존재하는 감정이고 두려움은 개인 뿐 아니라 공동체를 강화하는 계기가 된다. 그러나 근거없는 두려움은 갈등을 부추키고, 공동체를 해체하기도 함 또한 기억해야 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감정을 근거없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미움과 증오로 헤결되는 문제는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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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없음 | 경제/경영 2020-09-20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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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규칙 없음

리드 헤이스팅스,에린 마이어 저/이경남 역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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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한 대 기업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장기간 파견근무를 했던 적이 있는데, 파견지에서 머리색은 물론, 옷의 종류와 옷감의 패턴, 신발의 종류까지. 프린트되어 벽에 붙어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외국인은 해당사항 없음) 학생들에게도 허용되는 복장과 모발 규칙을 직장에서 규제하는 회사가 있다니! 더군다나 이런 굴지의 대기업에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규칙 없음'을 표방하며 가장 빠른 유연함을 가진 넷플릭스의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그 기업이 떠오른 것도 당연하다. 생각난 김에 그 회사를 검색해보니, 올 예상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기사가 제일 상단에 떴다. 역시, 경직된 조직문화가 매출 향상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구나...는 생각을 했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전 세계 봉쇄 조치로 넷플릭스 가입자는 1600만 명이 늘어났고 넷플릭스의 주가는 10년간 40배나 상승했다.


비단 코로나 영향이 아니더라도 넷플릭스는 일찍부터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로 빠르게 전환했고, <하우스 오브 카드> 제작을 시작으로 드라마와 영화제작에 뛰어들면서 콘텐츠 기업으로 혁신을 거듭했다.

그 혁신의 기반이 무엇인지, 넷플릭스 CEO와 직원들의 생생한 인터뷰로 만나보자.




넷플릭스의 기업문화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규칙 없음'이다. 당연히 규칙이 없는 것이 규칙이 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든다.


그럼 어떤 규칙들이 없을까? 우선 넷플릭스에는 휴가 제한이 없다. 직원이 원하는 데로 휴가를 낼 수 있다. 7주 휴가를 내도 된다. 연차도 다 소진하기 어려운 한국 기업의 현실에서 보면 정말 꿈과 같은 일이다. 우선 CEO부터 적극적으로 휴가를 사용한다. 휴가에 제한을 두지 않으면서 CEO가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직원들이 휴가를 갈 수 없어서다. 물품구매에도 따로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된다. 그냥 구매해 사용하면 된다. 야근 식대 영수증에 적힌 시간까지 확인해 영수증 처리를 해주던 우리 회사 회계팀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이 밖에도 넷플릭스에는 당연하다 여기던 규칙들이 없다.


그럼 이렇게 규칙이 없는데 어떻게 조직이 유지될까? 의문이 들 것이다. 저자는 이를 '책임질 자유를 부여한다'라고 정의한다. 즉 무조건적인 자유가 아니라 스스로 통제 가능한 자유를 허락한다는 말이다.



많은 기업들이 '사람을 취우 선'으로 하는 기업문화를 표방한다. 그러나 정작 구성원에 대한 신뢰보다는 조직의 부속품 정도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직장 내 갑질이 왜 근절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그런 점에서 규칙 대신 신뢰를 바탕으로 한 넷플릭스의 기업문화가 눈길을 끄는 것은 사실이다. 동료들에 대한 신뢰와 책임을 부여한 자유로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방식은 우리도 꼭 배워야 할 태도다. 비단 기업뿐이겠는가. 자녀를 키울 때도 필요한 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넷플릭스의 기업문화가 직원들에게 모두 다 좋은 것은 아니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추구다. 최고의 인재들을 최고 대우로 스타우트 하는 반면, 성과를 내지 않는 직원은 두둑한 퇴직금을 주고 해고한다.(해고는 슬프지만, 두둑한 퇴직금이 어딘가.) 영입한 직원의 성과가 기대치보다 낮을 때는 연봉을 동결시킨다. 일견 냉혹해 보이지만, 직원들은 이를 받아들인다. 평가가 공정하고 납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기업문화를 보면서, 어떻게 이렇게 빠른 시간에 성장했는지 이유를 조금은 알 게 된다.

신뢰와 책임질 자유. 그리고 공정한 평가. 상강만 해도 좋은 문화가 아닌가.

넷플릭스의 성공비결이 궁금한가? 그럼 일단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믿어라. 거기서부터 시작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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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범죄 | 소설 2020-09-20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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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그녀들의 범죄

요코제키 다이 저/임희선 역
샘터 |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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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범죄』. 누구나 제목을 읽자마자 여자들이 주도하는 범죄가 벌어진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는 솔직한 제목이다. 이미 범인의 윤곽을 알고 읽기 시작하는 소설의 묘미는 범죄 동기다. 왜 그녀들은 범죄자가 되었나. 그 이유를 따라가보자.



모든 사건의 시작에는 한 남자가 있다. 만능 스포츠맨에 명문대 출신의 정형외과 의사 진노 도모아키. 3대째 의사 가문 출신으로 30대 중반에도 여전히 탄탄한 몸매와 조각 같은 외모를 가진 도모아키의 아내는 같은 병원 간호사 출신 유카리.


잘생기고 능력 있는 의사 남편, 시부모님과 함께 세타가야가의 고급 주택가에서 부족함 없이 살지만 정작 유카리는 자신이 ‘하녀’에 불과하다고 느낀다. 결혼 8년 차. 시어머니는 손주를 재촉하지만, 남편은 아기를 가질 생각이 없고, 관계는 점점 소원해진다. 친정은 멀고, 가까이 지내는 친구도 없이 집안에만 종속된 삶이 답답하기만 하다. 그러다 도모아키의 어릴 적 집안 친구인 다마나 미도리를 만나면서 심경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거액의 유산상속 후, 자유로운 삶을 사는 미도리를 보며, 비로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고, 남편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되면서, 더 큰 고민에 빠진다.


남편의 불륜 상대는 대기업 홍보부에 근무하는 히무라 마유미. 도모아키의 대학 친구로, 우연한 기회에 재회하고 도모아키가 구애를 하자 연애를 시작한다. 결혼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믿는 그녀였기에 완벽한 조건의 도모아키가 싫지 않았다. 그런데 관계가 깊어질수록 마유미는 그가 유부남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기 시작하고, 그의 행적을 쫓아가다 유카리와 만나게 된다.


그리고 얼마 후, 유카리가 가출 후, 바다에 투신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경찰은 가정불화로 인한 자살로 사건을 처리하지만, 우에하라 형사는 단순 자살이 아니라는 의심을 하고, 유카리 주변인들을 탐문하기 시작한다.


애초부터 도모아키는 유카리를 사랑하지 않았다. 그저 부모님의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치는 여자가 필요했을 뿐이고, 사랑은 애인과 하면 된다고 여겼다. 유카리 입장에서는 정말 큰 배신이자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다. 마유미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한낱 불륜 상대가 되어버리다니. 완벽한 결혼에 대한 기대가 깨져버리자 배신감을 느낀다. 거기에 대학시절, 도모아키에게 폭행을 당한 마유미의 대학 동아리 후배 리코가 합류하면서 그녀들의 범죄(혹은 복수)가 시작된다.


소설은 의외로 담담하게 진행된다. 사람의 인생을 짓밟는 행동은 당연히 단죄되어야 한다. 사법체계가 단죄하지 못한다면 그녀들의 방식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유카리가 이혼이 아닌 위장 자살을 선택한 이유가 밝혀지면서 과연 그녀들의 범죄가 정당한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조셉 루벤 감독의 영화 <적과의 동침>에서 여자 주인공은 폭력적인 남편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 죽음뿐이었기에 익사로 위장한다. 그러나 유카리는 남편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죽음을 위장할 정도로 절박하지 않았다. 그녀가 원한 것은 많은 위자료와 이혼이었고 도모아키의 위선을 까발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러나 리코의 복수심이 더해지면서 그녀들의 복수는 선을 넘고 말았다. 그녀들이 겪은 고통이 무의미하다는 것이 아니다. 죽음앞에서 사람은 누구나 절박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까지 해야 했을까. 결국은 복수의 댓가가 돈으로 귀결됐기 때문이다. 돈이 목적이었다면 도모아키의 돈을 뺏아야지. 자신들과 달리 아무 걱정 없이 사는 미도리가 부러웠을까.


절박함이나 복수심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섬뜻함, 아니 잔인함이라고 해야할까. 처음부터 범죄동기도, 범인들도 드러난 소설이 마지막에 던지는 파문이 상당하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 우에하라 형사와 마주칠 유카리는 자신의 선택에 대헤 과연 어떤 말을 할까...

마지막 장 이후가 더 궁금해지는 소설이다. 그리고 사람은 결코 겉모습으로는 판단할 수 없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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