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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추문패거리[The School for Scandal] | 공연(연극/뮤지컬) 2011-09-29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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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 공연은 잘 보지 않는편인데, <추문패거리>는 프리뷰 공연을 보기로 했다.

풍자를 통한 인간군상의 이중적인 모습을 관록있는 배우들의 연기가 주는 기대감 때문인데......

첫 느낌은 무척 아쉽다.


<추문패거리>는 지성으로 포장된 영국 귀족 사교계 명사들을 통해, 악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추문을 만들고, 퍼트리는 과정을 통해 귀족사회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까발리는 연극이다. 악플과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근거없는 소문들 그리고 그 소문들을 퍼나르며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대중들... 현재 우리 사회와 별반 다르지 않는다. <추문패거리>는 유럽귀족사회를 통해 우리사회의 모습을 빗대는 풍자극인 이다.


소재와 줄거리는 매우 명쾌하다. 그런데 그 맛깔스러움을 잘 살려내지 못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무대.

무대가 넓어 배우의 동선 간극이 너무 크다. 개인적으로 세종문화회관이 아닌 좀더 작은 무대에 올려졌어야 하지 않나 싶다.

이야기 자체가 사람과 사람들이 머리를 맛대고 끊임없이 추문들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고있어 사람과 사람사이가 넓을 필요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차라리 무대를 반으로 나누고, 추문의 원인이 되는 상황과 추문이 재생산되는 상황으로 이분화시켜 장면을 교차해서 보여주었다면 훨씬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극의 마지막에 사용된 조명효과 역시 극 사이의 간극에 사용했다면 더 좋았을탠데....


또한 배우들

연륜이 많은 배우들인데도...

뭐랄까....연륜이 묻어나지 않았다. 프래그램북에 적혀져 있는 '나는 배우다....라는 마음가짐으로 땀흘리며 연습했다'는 부분들이

무대에서 느껴지지 않았다. 발성때문인가? 극을 보는 내내 배우들의 음성이 잘 들리지 않아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1층 3열에서 관람하는 데도 배우들의 대사를 놓치다니....조금은 당혹스러웠다.



무엇보다.....가장 큰 문제는

풍자와 해학은 딱 '현상' 그 단계에서 멈추어야 한다. 현상을 통해 관객 스스로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해석하게 해주어야지....

교훈을 주면 안된다. 그건 풍자극이 아니다.

그런데 극의 마지막 장면에서 이정섭배우는 아리랑~~을 부르며 우리사회가 얼마나 공정한 사회인가를 강조하는 부분에서

맥이 딱 풀려 버린다. 강요된 교훈이라니......이럴 순 없어 ㅜ.ㅜ



기대를 너무 많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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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 팻 | 리뷰 2011-09-25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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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Fat, 팻

돈 쿨릭,앤 메넬리 공저/김명희 역
소동 | 2011년 06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책을 시간나는 데로 틈틈히 읽는 편인데 우연찮게 이 책을 읽는 동안 듣게 된 한 부녀의 대화다.
초등학생을 준 아버지가 어린 딸이 군것질꺼리를 찾자 식사한지 오래되지 않았다며, 아이에게 여자는 못생긴건 용서해도 살찐 것은 용서할 수 없다며 살찐 여자는 게으르거나 자기관리에 실패한 전형이라는 핀잔을 아이에게 하는 것이었다. 여자아이는 이제 겨우 초등학생 저학년이었다. 우연찮게 들은 대화지만 마침 읽고 있는 책의 내용과 무관하지 않아 그 대화에 담긴 의미를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정말로 비만이 자기관리에 실패한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일까? 그리고 그러한 것을 어린아이에게 주입시키는 것이 몷은 일일까? 많은 사람들이 '비만=자기관리 실패'라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비만은 개인만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의 문제가 더 강하다.
책의 저자 역시 이 부분을 강조한다. 우선 비만에는 크게 두가지 문제가 있다. 진화론적 문제와 사회 시스템적 문제다. 진회론적인 관점에서 보면 인류가 현재와 같이 음식이 풍족한 환경에서 살기 시작한건 인류역사상 아주 최근의 일이다. 수렵생활을 통해 음식물을 체내에 잘 저장하게끔 진화된 인류의 유전자가 이런 갑작스런 변화를 따라잡지 못해 비만해진다는 것이다.
두번째로 시스템의 문제다. 이는 개인의 소득수준과 관계가 있다. 소득이 낮은 사람들은 몸에 좋은 신선음식의 섭취보다는 정크푸드와 같이 손쉽고 저렴한 음식을 섭취할 수 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 저소득층이 거주하는 곳일수록 야채와 과일보다는 인스턴트 음식을 취급하는 식품점이 더 많다고 한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살찔 수 밖에 없는 환경에 노출되는 것이다.

<FAT 팻>은  이에 더해 문화인류학적 문제를 지적한다.
우선 'Fat'이란 단어를 보자. 이 단어에는 ‘살찐, 기름진, 풍부한, 비옥한, 유리한, 지방, 기름, 비만, 살, 윤택’ 등의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다양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그리고 13명의 인류학자들은 이 단어에 관한 세계각국의 의미를 찾아내 이를 '이상적인 몸매, 섹시하고 순수한 기름, 흰 살, 멋진 뚱보, 뚱보 포르노, 천상의 몸, 살에 관한 담화, 지방 빼는 약, 돼지 비계, 커피 한 잔의 탐닉, 혼돈스런 지방, 스팸, 살찐 게이 애호가, 짜증난 비만인권운동가'라는 측면에서 분석해낸다.

이 분석을 통해 우리는 'Fat'이란 단순히 살이 찐 '상태'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하나의 '현상'이자 '생활습관'임을 알게된다. 어느 문화에서는 성적매력을 위해 살을 찌우고, 또 다른 문화권에서는 경제력과 부를 과시하기 위해 살을 뺀다. 이렇듯 문화권에 따라 그리고 시대에 따라 살찐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도, 살이 쪘다는 것의 기준도 다르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책에서 말하는 바를 요약하면 'Fat'이란 절대적인 것이 아닌 시대와 문화에 따라서 그 의미가 계속 변화한다는 것이며, 이 단어에 포함된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단순히 몸무게와 관련지어 바라보던 'Fat'에 내재된 '욕망'과 '의미'를 찾아내고 그것을 문화적인 측면에서 재조명한다는 점에서 무척 고무적이다.

다이어트를 생각하거나 평소 살찐다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생각하던 것과는 다른 의미의 'Fat'을 만나보게 될것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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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메시지는 언어의 재앙일까 진화일까? | 리뷰 2011-09-25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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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문자메시지는 언어의 재앙일까? 진화일까?

데이비드 크리스털 저/이주희,박선우 공역
알마 | 2011년 09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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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는 ‘인간의 의사소통을 위한 시각적인 기호 체계’다.


문자메시지는 표준적 언어의 일탈일까, 아니면 새로운 언어일까. 이 의문은 수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는 데 그 중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것은 문자 메시지의 비표준적 철자사용이 언어능력을 저하시킨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영국의 저명한 언어학자, 데이비드 크리스털은 이 논쟁에 대해 문자메시지는 지금까지 우리가 오랫동안 사용해온 언어가 새로운 매체에 적합한 방식으로 바뀐 것일 뿐 새로운 언어도, 발명된 것이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그리고 문자메시지는 우리의 일상에 소규모로 일어난 언어의 진화하고 결론짓는다.

 

문자메시지는 어떤 전자통신 매체보다 빠르며 직적접이고 개인적이다.

문자메세지에 우리가 호들갑을 떠는 이유는 사용빈도의 폭발적인 증가 때문이다. 이러한 증가는 휴대폰의 폭발적인 보급에 힘입은 결과다. 미국의 경우 문자메시지 사용량이 지난 3년 동안 6배나 증가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하루 문자 사용량이 2억건이 넘는다고 한다. 이동통신회사의 수익구조 역시 통화수익보다 문자메시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크다. 또한 문자메시지는 개발자나 통신사에 의해 만들어진 규칙이 아닌 사용자들에 의해서 자발적으로 활성화됐다는 점에서 기존의 의사소통방식과 차별화된다고 볼 수있다.

나 역시도 음성통화보다 문자메시지의 사용이 더 많다. 이유는 문자메세지가 음성통화보다 편리하고, 빠르며, 장소에 구애받지 않기 때문이다. 문자메세지가 즉각성과 편리성으로 현대의 의사소통 수단으로는 채울 수 없는 좁은 간극을 메어주며, 거부할 수 없는 의사소통수단이 되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문자메시지의 부정적 측면으로 뽑는 이니셜리즘, 축약, 단축어의 사용과 같은 비표준적 철자사용으로 인한 언어능력의 저하에 대한 부분 역시 학자들마나 상이한 연구결과를 보인다. 문자메시지의 사용이 집중성, 생산성, 심지어 지능지수까지 떨어트린다는 연구결과가 있는가 하면, 문자메시지의 사용이 오히려 언어구사능력을 항상시킨다는 결과도 있다. 섯불게 결론을 내리기 보다는 지속적인 관심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책을 통해 알게된 문자메시지의 새로운 면모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소속감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그저 편하고 빠르기 때문에 사용하는 문자의 수신과 발신, 공유가 내가 어떠한 집단이나 조직에 소속되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자리잡았다는 것은 무척 흥미롭다. 이는 문자메시지가 소통의 수단인 동시에 불통의 수단이 되기도 함을 의미한다. 소속감의 유지를 위해 계속 문자 메시지를 사용하게 되고 이는 문자중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한 그들만의 약어사용으로 타인은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없게 되기도 한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되 서로 그 의미를 공유할 수 없다면 문자메시지는 현대판 바벨탑이 될 수도 있다. 이것이야말로 문자메시지를 언어의 재앙으로 만들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하지만 아쉽게도 책에서는 이부분을 아주 간략하게만 언급하고 있다.

 

문자메시지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까라는 질문은 무의미하다. 기술의 발달에 따른 미래는 예측하기도 어렵거니와 그것이 어떤 형태이든 간에 우리는 보다 빠르고 편리한 방법을 찾아가게 될것이다. 중요한 것은 기술의 발달에 따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우리가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재앙이 될 수도 축복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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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과 진실 | 리뷰 2011-09-25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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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디자인과 진실

로버트 그루딘 저/제현주 역/박해천 해제
북돋움 | 2011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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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과 진실> 이책은 디자이너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일반인들에게 그동안 디자인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고발하는 일종의 보고서에 가깝다. 디자인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보자. 디자인(design)이란 단어는 'de + sign'이라는 두 가지 단어의 조합이며, Sign에는 Communication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즉 디자인이란 소통의 결과물이며 그 소통의 방식을 만드는 사람들이 바로 디자이너다. 그렇다면 그렇게 만들어진 디자인은 과연 대중과 소통하고 있는가? 그 면면을 들여다보면 반드시 그런것은 아님을 보게된다.

 

저자는 디자인이란 "디자인 행위의 대상과 그로부터 창출되는 모든 결과물을 일컫는다. 물질적인 인공물뿐 아니라 무형의 사상, 행동의 패턴 등도 디자인 행위의 대상이자 결과물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인공물의 외양부터 총체적인 설계까지, 그리고 철학이나 사상의 골조, 특정행위나 일상에서 반복되는 절차나 계획 등을 디자인이라고 부를 수 있다"(p25)라고 정의한다.

 

책의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한잔의 찻잔은 일본의 대표적인 다도가인 리큐를 상징한다. 리큐는 그만의 다도예법으로 유명한데, 그는 차를 마시는 공간의 크기를 엄격히 제안하고 축약함으로써 차를 마시는 행위. 그 자체에 집중하게 한다. 그의 다실에서는 지위의 고하에 상관없이 모두 허리를 굽혀야 했다. 차를 마시는 사람 사이의 새로운 소통방식을 디자인한 것이다. 그러나 리큐의 다도는 당시 권력자인 토요도미 히데요시에게는 용납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화려하고 권력의 위용을 드러낼 수 있는 다실을 원했던 히데요시에게 이는 권력에 대한 저항으로 받아들여졌고 결국 리큐는 활복을 하게 된다. 이것은 디자인과 권력의 대립의 대표적인 예인 동시에 디자인이 권력에 병합되지 않은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화려함과 위용을 자랑하는 성 베드로 성당이나 세계무역센타처럼 권력에 의한 생산된 과잉디자인을 더 쉽게 만나게 된다. 세계무역센타가 이슬람 건축에 대한 오마주에도 불구하고 일부 이슬람원리주의자들에게는 잘못된 우상숭배의 대상으로 여겨지게 된것은 과잉디자인의 전형이며 우리가 모르는 디자인에 숨겨진 진실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과잉디자인을 우리가 사는 도시에서도 계속 목격하게 된다는 것이다. 냉전도시로서의 부정적인 서울 이미지를 디자인으로 극복하겠다고 선언하고 '디자인 서울'을 표방한 우리의 도시를 둘러보자. 냉전이란 것이 외형적 변화를 통해 극복할 수 있는 문제인가? 그 결과물이 우리가 살아가는 이 공간에 대한 소통방식이 아닌 외형적인 변화나 랜드마크로 포장된 '권력'의 결과물이 아닌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화려하고 가득 채워진 것만이 좋은 디자인은 아니다. 애플의 디자인이 아름다운 것은 그 외형이 아닌 그 디자인의 시작에 인간이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과 진실>은 우리 역사속에 디자인된 행위의 결과물들을 통해 외형적 디자인의 이면에 숨겨진 권력의 모습을 통해 나쁜 디자인과 좋은 디자인의 의미를 알려준다. 담고 있는 내용이 쉽지많은 않지만 디자인이 사물에 국한된 것이라고 생각하던 독자들에게는 디자인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는 책이라고 본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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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시모키타자와 | 리뷰 2011-09-23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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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안녕 시모키타자와

요시모토 바나나 저/김난주 역
민음사 | 201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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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치유하는 곳 시모키타자와


요리 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창업이란 미래를 꿈꾸던 요시에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든다.

이 바라키현의 인적 드문 숲 속에서 아버지가 먼 친척뻘 되는 여자와 동반자살을 한것이다. 그 죽음이 타의에 의한 것이라고 해고 갑작스럽게 닥친 인생의 불행은 요시오와 엄마의 삶을 송두리채 흔들어버린다. 일년의 시간이 흐른 후 요시에는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해 시모키타자와의 작은 하숙집을 얻어 독립한다. 하숙집에 근처에 있는 비스트로 '레 리앙'에서 요리를 배우며 요리사로서의 꿈도 다시금 꿔보게 된다. 그런 요시오에게 느닺없이 엄마가 찾아와 함께 살겠다고 한다.

엄 마랑 함께 사는 것은 독립한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지만 요시에는 자신보다 더 상처입은 엄마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다. 그렇게 그들이 살던 고급 아파트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작고 허름한 하숙집에서 두 모녀는 상처받은 서로의 마음을 치유하기 시작한다.


각자 싸워 갈 수밖에 없었다. 죽을 수는 없으니까 살아야 한다면 오기를 부리는 길밖에 없다.

내일 가게에 나가면 나는 그 공간에 푸근한 위로를 받으리라. (p126)


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인 가족에게 배반당했다는 슬픔과 가족을 잃었다는 상실감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자신들을 배신한 아버지와 남편이지만 온전히 미워할 수도 용서할 수도 없는 마음을 가진 채 시모키타자와라는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인연을 맺어간다. 그 녀들이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은 덤덤하고 섬세하다. 큰 물결없이 흐르는 강물처럼 그들의 감정도 커다란 동요없이 흘러간다. 하릴없이 거리를 거닐다 새로운 가게를 찾아내고, 만화방에서 만화책을 잔뜻 빌려와 읽거나, 창문옆에 작은 화분들을 키우는 소소한 일상을 통해 서서히 스스로의 상처를 치유해나간다.


누 군가는 말한다. 시간이 약이라고. 맞는 말이다. 아무리 큰 고통과 슬픔도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는 법이다, 하지만 잊혀지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지난다고 용서라는 감정이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두 모녀는 보여준다. 또한 요시에와 엄마는 아빠의 배신과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도 다르다. 적극적으로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진실과 마주하려는 요시에와 남편을 용서할 수 없다는 엄마의 입장. 아내와 딸의 입장은 당연히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리나 그녀들은 자신들의 감정과 치유의 방식을 상대방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그 런 모습들은 이 이야기가 참 성숙하다는 느낌이 준다. 자신과 다른 결코 일방적일 수 없는 감정들을....상대방이 느끼는 대로 그대로 놓아두는 것은 좀처럼 만나보기 힘든 모습이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의 요시모토바나나의 작품들에서 읽지 못했던 그녀만의 서정성을 다시 보게된것 같아 반가운 마음이 든다.


이야기는 다소 지루할 수도 있다. 문화권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의 관념상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보이지만, 살아간다는 것이란 결코 유별날 것이 없는 소소한 일상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따뜻한 이야기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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