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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에 갇힌 소년 | 소설 2019-10-29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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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침묵에 갇힌 소년

로이스 로리 저/최지현 역
f(에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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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결정적 순간.

살다 보면 인생을 바꾸거나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변하지 않는 어떤 순간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아쉬운 것은 바로 그때가 아니라 시간이 흐른 후, 과거를 돌아봤을 때. 아! 그때 그 순간이었구나!라고 깨닫는다는 것.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그 순간의 의미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내가 인지하지 못해도 결정적 순간은 삶의 중요한 여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된 캐티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 그 순간은 그녀의 유년시절의 한 장면으로 박제되듯. 남겨졌다. 어떠면 그녀가 의사가 되는 데. 결정적 원인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제이콥. 그는 자신의 집에 가정부로 온 페기의 남동생이었다. 당시 가난한 소작농들은 입이라도 줄일 요량으로 어린 딸들을 가정부로 보냈고 페기 역시 언니 넬처럼 십 대 시절을 학생이 아닌 가정부로 시작했다. 캐티는 페기를 데리고 갔던 날에 제이콥을 보게 된다.


보통의 소년과는 확실히 달랐던 제이콥. 제이콥은 알 수 없는 의성어를 늘어놓을 뿐. 말을 하지도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는 일도 없었다. 사람들은 제이콥이 정신지체라 이상한 행동을 한다고 하지만. 캐티는 제이콥이 자신만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특별한 소년임을 알았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제이콥은 충분히 세상과 소통하고 있었다.


소설은 1910년 9월부터 1911년 10월까지. 일 년 남짓. 페기가 캐티의 집에 들어오고, 제이콥을 만나고, 여동생 메리가 태어나고. 영화배우를 꿈꾸던 페기의 언니 넬이 가정부로 일하는 집의 아들과 사랑에 빠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한 소년과 소녀의 우정과 특별함을 담아낸다.


어른들은 보지 못하는 순수함을 가진 소년과 그 소년의 진짜 모습을 알아본 소녀. 이 둘의 우정은 안타깝게도 세상이 원하는 식의 결말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동생을 살리기 위한 제이콥의 순수한 의도를 세상은 오직 법의 잣대로만 바라봤고, 캐티는 제이콥을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 그러나 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색바랜 한 장의 사진처럼 그녀의 영혼에 각인된 바로 그 순간. 그 순간의 기억은 결코 사라지지 않아 그녀뿐 아니라 그녀의 아이들과 그 아이들에게도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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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기영화 | 기타 2019-10-28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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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부기영화

급소가격 저/여빛 그림
씨큐브(느낌이있는책)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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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기 전, 가급적 스포를 피하기 위해 리뷰를 읽지 않는다. 대게 리뷰는 영화를 보고 온 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느꼈나 궁금할 때 리뷰를 찾아 읽는다. 보통은 전문가의 리뷰나 진지하게 분석한 리뷰를 선호하는데, 좀 다른 관점의 리뷰를 만나고 싶어 읽은 책이 부기영화다.

 

웹툰 형식으로 보통 접하던 리뷰와는 완전히 다른 형식이다. 이른바 드립이 난무한다. 평소에는 의미 없는 드립을 좋아하지 않지만, 상상력의 보고라 할 수 있는 영화에는 어느 정도의 드립도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호기심에 읽은 책이다. 책에는 대중들에게 익숙한 영화들의 리뷰 아닌 리뷰가 수록되어 있다. 그래서 부제도 "지옥에서 돌아온 저세상 영화 리뷰 웹툰".

 

책에는 인터스텔라, 테이큰 3, HER, 위플래쉬, Wall-E, 에일리언, 그래비티, 엣지 오브 투모로우,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액트 오브 킬링. 총 10편의 영화와 에필로그가 수록되어 있다. 좋아하는 영화들이 대부분이고 안본 영화가 3편이다. 우선 우리나라에서 유독 큰 인기를 끈 인터스텔라. 알듯 말듯 이해하기 어려운 중력을 통해 풀어간 이야기의 끝에는 결국 '사랑'이 있었다.는 리뷰가 좋았다. 중간중간 삽입된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은 스킵 하면 된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애써 이해하려 할 필요 없다. 그냥 웃고 넘어가면 된다.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지는 HER. 스칼렛 요한슨의 매력적인 목소리가 돋보이는 영화다. 원래는 다른 배우가 녹음을 했다가 스칼렛 요한슨으로 처음부터 재녹음했다고 하는데. 영화를 보면 탁월한 선택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허스키한 음성이 매력 있다. 그러나 남자 관객들이 보기에 목소리로만 만나는 스칼렛 요한슨이라니! 얼마나 절망(?) 했을지 웹툰을 보니 이해가 될 것 같다.

 

그동안 읽어왔던 나름 진지한 리뷰와 달라 신선하고, 같은 영화를 보고 이렇게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왔다. 무엇보다 영화를 왜 볼까?라는 기본적인 질문도 던져보게 되었다. 한 편의 영화로 인생이 바뀌었다고도 하지만(그런 인생영화를 만나는 것도 큰 행운이지만) 영화는 영화로 보는 것이 제일 좋다. 어차피 즐겁기 위해 보는 영화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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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은 놀이공원이다 | 인문/사회 2019-10-27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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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타인은 놀이공원이다

지승호 저
싱긋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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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방송사의 인터뷰가 큰 사회적 논란을 불렀다. 인터뷰어가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혹은 확증편향을 가지고) 인터뷰이의 의견을 사실대로 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여전히 큰 화두가 되면서 인터뷰어의 자질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실 질문을 터부시하는 우리 사회에서 뛰어난 인터뷰어를 찾기가 쉽지 않다. 비단 이번 경우가 아니더라고 인터뷰어의 자질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늘 궁금했다. 좋은 인터뷰어의 자질은 무엇일까

.

우리는 늘 인터뷰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궁금해하지만, 사실 어떤 말을 이끌어내는지는 순전히 인터뷰어의 능력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널리스트인 지승호는 자타가 공인하는 인터뷰어다. 저자는 부인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인터뷰어라고까지 불린다.


이 책은 2018년 2월부터 2019년 4월까지 월간 <인물과 사상>에 연재한 인터뷰 중 일부를 엮은 책으로, 인터뷰이는 강용주, 강원국, 김규리, 김승섭, 목수정, 서지현, 이은의, 주성하, 이렇게 8명으로 정치인, 작가, 배우, 학자 등 다양한 직업군에 종사 중인 이들이다. 그럼 이들이 들려줄 세상의 다양한 관점을 들어보자.


제목이 왜 놀이공원일까? 저자는 놀이공원에 갈 때의 마음을 떠올려보라고 한다. 친구 혹은 가족과 함께 가는 놀이공원. 늘 설렘과 즐거움이 가득한 출발이다. 저자에게 인터뷰는 놀이공원에 가듯. 설레고 즐거운 시간이라는 의미다. 그래서 제목도 『타인은 놀이공원이다』. 제목이 참 마음에 든다.


저자는 사회 곳곳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자기 자신으로 살기 위해 고분분투한(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기도 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타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경청하면서 자연스럽게 말을 이끌어가는 저자의 간결한 질문들이 눈길을 끈다. 경청은 최고의 커뮤니케이션 기술이라고 하는데. 인터뷰어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인터뷰집을 읽을 때 독자들은 인터뷰어와 같은 시선에서 인터뷰이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는 것이 인터뷰를 이해라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말을 할때의 태도나 어조를 알 수 없고 오롯히 텍스르로만 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더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각자의 입장과 목소리는 다르지만, 존재를 위해 끊임없이 증명하기 위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는 어떤 소리를 내고 있는지.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누군가에게는 지옥일 수 있는 타인이지만, 저자처럼 놀이공원에 함께 가고 싶을만큼 좋은 경험을 선사하는 사람을 만날 수 도 있다. 타인의 생각과 말을 통해 나의 생각과 말을 점검해보는 시간. 그 어떤 시간보다 중요하고 꼭 필요한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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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학 개론 | 과학 2019-10-27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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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방귀학 개론

스테판 게이츠 저/이지연 역
해나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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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를 트다"라는 표현이 있다. 연인이나 부부, 혹은 가까운 사이에서 방귀를 더 이상 숨기지 않는 것을 뜻하는 말로, 그만큼 허물이 없어졌다는 의미다.


누구나 다 뀌지만, 뀌었다고 말하지 못하는 방귀. 왜 기침이나 트림은 실례가 아니면서 같은 생리적 현상인 방귀는 감추는 대상이 되었을까? 궁금하지 않은가.

사실, 누군가에게는 방귀가 아주 절실하기도 한다. 수술이나 장폐색을 겪어본 사람들이다. 일단 수술을 하고 입원을 하면 방귀(병원에서는 가스라 칭한다)가 나와야 식사를 할 수 있다.


몇 년 전 장폐색으로 입원한 일이 있었는데. 방귀가 나올 때까지 14일이나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금식해야 했다. 의사와 간호사가 가장 먼저 묻는 말도 "가스 나왔어요?"였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매 순간 그토록 방귀가 나오기를 가디란 날이 또 있었을까. 장의 마비를 풀기 위해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병원 복도를 거닐고, 방귀대장 뿡뿡이가 세상에서 가장 부러울 정도로 방귀가 절실했던 경험 후, 방귀를 더 이상 숨기지 않게 되었다. 가스가 차면 뿡뿡~어디서든 방귀를 뀐다(그럼에도 비교적 사람이 없는 장소를 찾기는 하지만). 왜? 방귀는 내 장이 잘 움직이고 있다는 증명이니까.

누군가에게는 실례가 되지만, 누군가에게는 구원의 소리와 같은 방귀. 방귀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아보자.


저자는 웃으라고 이 책을 집필한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솔직히 아주 재미있고 때로는 웃기다. 방귀에 대한 과학적 접근은 더 흥미롭다. 여자와 남자의 방귀가 냄새도, 가스의 정도가 다르다는 점도 아주 흥미롭고, 같은 음식을 먹어도 신체구조에 따라 방귀가 달라진다니! 정말 흥미롭지 않은가!


물론 방귀는 인간만의 전유물도 아니다. 동물들도 방귀를 뀐다. 얼마 전 "소 '방귀'도 지구 온난화 '범인'이라는 기사를 접한 기억이 있는 데, 방귀가 온난화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니! 방귀학에 대해 알수록 더 알고 싶어진다.


우리는 늘 방귀를 사회적인 관점으로 바라봤는데. 생물학, 화학, 물리학으로 접근을 알고 나니, 이토록 자연스러운 생체활동을 왜 터부시할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방귀에 대해 논할 때. 매너의 여부를 떠나 소화기 구조에 따라 발생하는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을 전제로 이야기를 시작하면 어떨까. 한층 방귀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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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 | 소설 2019-10-25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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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

리안 모리아티 저/김소정 역
마시멜로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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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즈번드 시크릿』,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의 리안 모리아티의 최신작을 만났다.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 제목을 보니 등장인물이 9명이라는 사실과 이들은 안면이 없는 낯선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겠다. 그런데 '완벽한'이라는 형용사가 삽입되어 있다.


이 '완벽한'은 무엇을 나타내는 것일까? 완벽한 사람들이라는 의미일까? 완벽하게 타인인 사람들이라는 의미일까?

상태와 관계의 연관성. 둘 다일까? 리안 모리아티가 들려줄 아홉 명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소설은 긴박한 상황으로 시작한다. 완벽한 커리어 우먼인 마샤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발작을 일으킨다. 그녀의 비서는 긴급하게 구급 대원을 부르지만, 마샤는 자신의 발작을 인정하지 않고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다 심장이 완전히 멈춰버리고 구급 대원에 의해 자신이 이룩한 모든 것을 두고 실려 나온다. 그리고 십 년 뒤, 그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마샤는 그 일을 겪은 후,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휴양지의 원장이 되었다. 갑작스럽게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경험은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에 충분한 터닝포인트가 되는 법. '평온의 집'은 그녀의 새로운 인생의 출발지가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새롭게 태어나길 원하는 아홉 명의 사람들이 평온의 집을 찾아온다.


인기 로맨스 소설 작가였으나 이제는 책을 출판해줄 출판사를 찾기도 어려워진 프랜시스, 거액의 복권 당첨 이후 불행해진 제시카와 벤, 한때 잘나가는 운동선수였지만 이혼 후 외로운 삶을 살고 있는 토니, 네 아이를 출산 후 여성으로서의 매력이 없다고 이유로 이혼 당한 카멜, 이혼 전문 변호사 라스, 가족의 자살로 위태로운 일상을 보내는 조이와 부모님이 그들이다.


각기 모인 사연은 다르지만, 완벽한 단절은 새로운 출발을 위한 가장 좋은 환경이 되는 법. 그곳에서 사람들은 차고, 휴대폰도, 인스턴트식품과 온갖 기호식품으로부터 해방(사실은 반강제적으로) 되어, 명상과 운동을 통해 이전과는 다른 사람으로 거듭나기를 꿈꾼다.

그러나! 사람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이 어찌 쉽겠는가! 마샤처럼 죽음의 문턱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맞닥뜨리지 않고 개과천선(?)이란 쉽지 않다. 때문에 소설은 타인이지만, 결코 낯설지 않은 사연들이 만나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통해 '거듭남'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완벽한 사람이 되고 싶은 완벽하게 다른 타인들은. 점차 타인의 이야기에 스며들며 전혀 예측하지 못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섬세한 묘사가 뛰어난 작가답게 이 소설 역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무심한 듯. 서로에게 귀 기울이고 참견하고 영향을 주려는 모습에서 그래! 결국 살아가는 것이 이런 것이지!라는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 과정에서 진정한 치유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된다. 열흘간의 치유 기간 후, 1주 뒤부터 3주, 4주, 5주…석 달 뒤, 일 년 뒤, 오 년 뒤 등 이들의 뒷이야기가 흥미롭고 궁금한 이유다. 거기에 치유의 집에 숨겨진 비밀이 더해지며 삶이란, 매 순간이 모험의 연속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인생이라는 모험에서 그나마 혼자보다는 누군가와 함께라면. 좀더 행복한 모험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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