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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생활기록부 | 버뮤다 NO! 리뷰다 2021-11-23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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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유령생활기록부

나혁진 저
몽실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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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스포츠 도박에 빠진 한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허영풍, 나이 35세로 무직이다. 오늘도 한방을 노리며 걸었던 도박판에서 100만원을 허공에 날린 영풍은 홧김에 재떨이를 벽에 집어 던지고 집을 나서게 된다. 거하게 단골 바에서 한잔하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 칼에 찔리게 된다.

 

방금 전까지 내가 기대 앉아 있었던 그것에는, 내가 앉아 있었다. 아직도 꿈속에 있나 싶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뜨고 다시 쳐다봤지만 틀림없었다. 끔찍한 고통으로 잔득 일그러진 얼굴에 두 눈을 부릅뜬 내가 앉아 있었다. -p.16-

 

그렇다. 영풍은 죽어서 유령이 된 것이다. 내가 죽다니……. 거기에 유령이 되다니! 한순간에 산자에서 죽은 자가 된 그는 자신이 연쇄살인사건의 피해자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시체 운반용 자루에 실려 가는 자신의 시신을 보고 작별인사를 한 영풍을 본인이 살던 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입으로 가봤자 할 일이 없던 영풍은 결국 또 다른 유령을 찾아서 길을 나선다.

 

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할아버지는 유령이 되지 않는 것을 보고 모든 사람이 죽으면 유령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러던 중 아파트 앞 벤치에서 초등학교 3학년 박철우라는 어린이를 만나게 되고 갈 곳이 없던 영풍은 철우네집에서 잠시 머물게 된다. 철우의 죽음에 의문이 생긴 영풍은 여기저기서 정보를 수집한 끝에 철우의 죽음 뒤에 숨겨진 비밀을 발견하게 되면서 유령이 된 사람들의 비밀을 알게 된다.

 

이승에 무슨 미련이나 한이 남아서 유령이 되는 게 아니었어.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느냐, 없는냐가 열쇠였던 거야. 난 내 죽음에서 도대체 무엇을 납득하지 못했기에 이런 신세일까. 잘못된 장소에서, 잘못된 시간에, 잘못된 연쇄살인마에게 운수 사납게 걸려든 것뿐인데. -p77-

 

원한이 아니라 자신의 죽음에 대해 납득을 하지 못할 경우에만 유령이 된다니. 원한을 품은 유령은 초능력이라도 생겨야 죽어서라도 원수에게 복수를 할 텐데, 허영풍처럼 죽어서도 아무 능력이 생기지 않는다면 천년만년 유령으로 사는 것도 끔찍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의 비리나 잘못을 알아도 상대방에게 알려줄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영풍은 유령이 된 이후에 생전에 자신과 관련이 있었던 인물들을 찾아가게 되고 증거수집과 자신의 추리로 사건을 해결하고 사건 이면의 진실들을 알게 된다. 살아생전에 아무런 쓸모도 없다고 생각했던 자신이 예전 지인들과 새로 만나게 된 유령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면서 영풍은 죽어서는 그나마 쓸 만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보람도 느끼게 된다. 이렇게 살다보니 어느덧 죽은지 20년이 훌쩍 지나게 되고 결국은 엄마의 죽음까지 보게 된다. 과연 영풍은 자신의 죽음에 숨겨진 비밀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인가?

 

유령생활기록부에는 보통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숨을 쉬면서 살아 있었지만 죽어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던 영풍은 유령이 되고나서야 비로소 살아 있는 것과 같은 삶을 살게 된다. 영풍의 옛 지인들도 숨은 쉬고 있으나 죽은 것과 다를바 없은 무미건조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영풍은 유령이 되고나서 영화나 소설에서 본 것처럼 대단한 초능력이라도 얻게 될 거라고 기대했지만 그는 아무런 능력도 가지지 못한다. 물건조차 만질 수 없는, 이승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전혀 없는, 구천을 떠돌아다니는 한 명의 유령일 뿐이다.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에게는 저마다의 학교생활기록부(이하 생기부)’가 있다. 생기부에는 학교 성적뿐만 아니라 독서이력, 체험학습, 교우들과의 관계 등 학교생활 전반에 대해 담임교사가 기록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이 생기부만 보면 본인이 초중고생활을 충실히 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생기부는 제 3자의 입장에서 기록한 것이기 때문에 나름 객관적일 수는 있지만 그것이 나를 대표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또한 생기부는 나를 평가하기 위한 용도(고등이나 대학입시)로 사용되기 때문에 나를 온전히 파악할 수 있는 자료로 활용되기엔 다소 부족하다.

 

이에 반해 허영풍이 써내려간 유령생활기록부는 타인이 아니라 나 자신이 직접 기록한 생기부이기 때문에 굉장히 주관적이지만 나의 본모습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된다. 학창시절의 생기부가 엉망일지라도 그건 학창시절 이후의 인생을 살아가는 데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죽어서 유령생기부를 쓸 게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나만의 생존생활기록부(생생부)’를 써보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인간이라는 종이 등장한 이래 우리의 목표는 단 하나, 바로 생존이었다. 불과 몇 백 년 전까지만해도 생명유지를 위한 생존이 중요했지만, 지금은 인간답게 나답게 사는 생존이 중요한 시대이다. 단지 죽지 못해 사는, 사람이되 유령 같은 삶이 아니라 조금이나마 나 자신에 대해 알아가며 작은 일들에서 기쁨과 보람을 느끼는 나다운 생존을 이어갈 수 있기를.

 

 


#유령생활기록부

#나혁진

#몽실북스

#케이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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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증거 범죄 | 버뮤다 NO! 리뷰다 2021-11-21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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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무증거 범죄

쯔진천 저/최정숙 역
한스미디어 | 2019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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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만 벌써 쯔진천 작가의 책을 세 권이나 읽었다. 확실히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보다는 <동트기 힘든 긴 밤>무증거 범죄는 사회파 소설 답게 내용이 무거운 편이다. 특히 무증거 범죄는 추리의 왕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으로 예전에는 경찰이었지만 현재는 수학과 교수인 범죄논리학 전문가 옌량이 조력자로 등장한다. <동트기 힘든 긴 밤>과 마찬가지로 맨 처음 서문에 사건이 발생하게 된 간단한 경위가 설명되어 있어서 뒤에 펼쳐질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8년 전 사라진 아내와 딸을 찾고 있는, 닝보시 공안국 형기처 처장이자 성 공안청 수사 전문 요원이었던 뤄원, 항정우시에서 최근 3년간 발생한 연쇄살인사건, 마지막으로 동네 깡패를 실수로 죽인 주후이루와 궈위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예상한대로 실수로 깡패를 죽인 두 청년의 살인 사건을 '무증거 범죄'로 조작하는 사람이 바로 뤄원이다.

 

그는 과거 성 공안청 수사 전문요원이자 닝보시 공안국 형기처장이었다. 마흔이 안 된 나이에 공안부 물증감식 과학연구발전 일등상의 영예를 안은 천재이자, 검시와 물증감시 두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전문가였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곤경에 빠진 두 젊은이의 운명을 바꾸기 위한 영원히 풀 수 없는 무증거 범죄를 조작하기로 마음먹었다. -p.83-

 

뤄원이 증거를 조작하고 두 청년에게 형사들을 만났을 때 주의해야 할 사항 등에 대해서도 세심하게 알려준다. 주후이루와 궈위가 경찰의 의심을 피해가려고 할 때쯤에 갑자기 옌량이 나타나게 된다. 지역깡패가 죽은 사건은 기존 연쇄살인과 다르다는 걸 안 옌량은 항정우시에 있는 뤄원을 만나고나서 그가 이번 살인사건에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뤄원을 점점 압박해 온다.

 

<동트기 힘든 긴밤>은 읽으면서 고구마 100개를 먹은 듯한 답답함이 있었다. 뭔가를 밝혀낼려고 하면 증인이 죽고, 밝혀질려고 하면 방해하는 사람들이 나타나서 정말 안타까웠는데 무증거 범죄에서는 그런 게 없다. 어떤 수법으로 범행현장의 증거들을 뤄원이 어떻게 조작했는지 독자들이 속시원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재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미 독자는 살인사건을 저지른 범인과 이들이 무증거 범죄를 계획해서 용의선상에서 벗어난 것을 알고 있다. 범인과 범인의 트릭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옌량이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지가 관건이라 할 수 있다. 옌량이 조금씩 접근해올 때마다 뤄원이나 주후이루가 들키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해가며 책을 읽었다. '어떤 동기에 의한 것이든 범죄는 모두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한 뤄원이 도대체 왜 본인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두 청년을 도와주게 된 걸까? 그리고 뤄원은 실종된 아내와 딸을 찾을 수 있을까?

 

쯔진천 작가의 최근 출간 도서부터 읽었기 때문에 능력자 옌량이 왜 경찰을 그만두고 수학과 교수를 하게 되었는지가 궁금했었는데 무증거 범죄에서 그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을 알고 나니 바늘로 찔려도 피 한방울도 안 나올 거 같은 옌량에게도 이런 인간적인 면이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책을 덮는 순간 허무하고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결론을 이렇게 밖에 쓸 수 없었을까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뭐 언제는 인생이 내 맘대로 되는 적이 있었던가. 인간이 신이 아닌 이상 아무리 완벽하게 계획을 한다해도 예상치 못한 변수까지 다 통제할 수는 없는 테니 말이다. 천재 범죄논리학자와 천재 법의학자의 숨막히는 한판 대결! 그 현장 속으로 들어가 봅시다.

 

#무증거범죄

#쯔진천

#한스미디어

#추리소설

#중국소설

#추리의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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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한 삶 | 버뮤다 NO! 리뷰다 2021-11-16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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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적정한 삶

김경일 저
진성북스 | 2021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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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한 삶이란 과연 어떤 삶일까?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적정하다는 기준치를 정하기는 힘들지만, 넘치거나 모자람이 없는 상태가 가장 이상적인 것이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토록 워라벨을 추구했던 것이리라. 하지만 막상 워라벨도 이상향일 뿐이지 현실에서 일과 여가를 균형있게 유지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코로나가 발생한 2020년부터 현재까지 사람들은 기존과는 다른 불안과 걱정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린 어떻게 적정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심리학의 한 분야인 인지심리학은 심리학 중에서도 이공계열로 생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밝히는 학문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생각의 작동 원인을 밝혀내서 꾀하고자 하는 것은 사람의 역량을 높이는 것이다. 인간이 더 좋은 판단, 더 탁월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고, 문제해결 능력을 높이며, 창의성을 발휘하게 하는 것이 인지심리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목표 중 하나다. -p.21-

 

확실히 다른 심리학 분야와 인지심리학은 결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매스컴이나 실생활에서 접하는 심리학의 경우 사람들의 우울이나 문제행동, 불안한 감정들을 다스리고 치유하여 원래의 삶으로 되돌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인데 반해 인지심리학은 생각의 작동원리를 밝히는 것에 주목한다. 인지심리학은 뇌과학도 관련이 되어 있어서 굉장히 이성적이며 분석적인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하지만 인지심리학자이자 적정한 삶의 저자인 김경일 교수는 이성보다는 감정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감정을 정확하게 알고 다스리는 것은 불쾌감을 피하고 건강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이것만이 다가 아니다. 우리가 감정을 알아야 하는 진짜 이유는 한 사람이 결정할 수 있는 판단의 질을 향상시켜 탁월하고 유능한 인재가 되기 위함이다. (중략) 나의 뇌 안에서 벌어지는 감정의 활동을 명확히 인지하고, 조절하고, 풍요롭게 표현하는 것. 더 나은 일상과 인생을 열어 주는 작지만 위대한 비밀이다. 나의 감정을 잘 알아야 감정의 노예가 아닌 주인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p.25~28-

 

사람의 감정 중에 가장 전염 속도가 빠른 게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불안이다. 옆사람이 불안해하면 그 기분이 바로 나에게도 전달이 된다. 불안 다음으로 전염속도가 높은 감정은 무기력이라고 한다.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게 되면서 사람들은 불안과 무기력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바이러스 앞에서 우리는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다는 기분이 든다. 불안을 확실히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불안을 일으키는 모호함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심리학자들은 마음이 불안할 때 종이를 꺼내 글을 쓰라고 권하곤 한다. 말은 언제나 글보다 빠르다. 게다가 마음이 급할수록 말은 더 빨라진다. 불안이란 녀석은 스피드에 편승하는 속성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행동의 스피드가 줄어들면 생각의 속도도 조절이 된다. -p.81-

 

이 심리적인 고통을 멈추고 싶다면 방법은 간단하다. 종이와 펜을 꺼내 내가 해야 할 행동을 적는 것이다. 아주 작고 구체적일수록 도움이 된다. 인간이 만들어 낸 가장 구체적인 시스템은 숫자다. 1, 2, 3, 4번 번호를 붙여 보자. 그것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월요일 아침은 아주 구체적으로 변화할 테니 말이다.- p.82-

 

책을 읽다가 흥미로운 부분을 하나 발견했다. 한국인은 전 세계에서 아난다마이드 수치가 가장 낮은 민족이라고 한다. 아난다마이드란 행복의 분자라고 불리는 신경전달물질인데 뇌에서 분비되면 기분이 고조되고, 통증이 완화되면 만족감이 높아진다고 한다.(p.324) , 한국사람들은 행복을 느끼기 힘들게 태어났다는 것이다. 한국사람들이 아이큐도 높고 근면성실하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인데, 나라별 행복지수를 조사해 보면 항상 하위권에 있는 이유가 다 있었던 것이다. ... 우째 이런 일이!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가 행복을 느끼면서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바로 한번의 큰 만족이 아니라 일상에서 소소하게 자주 느끼는 즐거움과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나만의 소소한 즐거움과 행복을 위해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고, 그걸 하나하나씩 이루기 위해 간단한 위시리스트를 작성해보는 건 어떨까?

 

앞으로는 지금보다 수명이 더 길어져서 하나의 직업으로 평생을 사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너도나도 두 세가지의 부캐를 가지고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내 안에 숨겨져 있는 소소한 부캐들을 꺼내서 자신의 만족감을 매일 매일 충만하게 채워간다면, 불안과 무기력에서 조금이나마 멀어질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 본다.

 

 

#적정한삶

#김경일

#진성북스

#인지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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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버뮤다 NO! 리뷰다 2021-11-1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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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 저/양윤옥 역
현대문학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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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여성 작가가 쓴 글이라고 생각했다. 내용이 상당히 섬세하고 세심했기 때문이다. 이래서 고정관념이라는 게 무서운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스터리 소설하면 분위가가 무겁고 살인 사건이나 폭력 등의 사건 사고가 당연히 발생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나의 편견들을 깬 소설이 바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다.

 

나는 원래 베스트셀러 작품은 잘 읽지 않는다. 베스트셀러 작품이라고 해서 누구에게나 다 좋은 책은 아닐 수 있고, 내가 원해서 읽는 게 아니라 단지 다른 누군가가 많이 읽었다는 이유로 책을 선택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도 있었기 때문이다.

 

우연히 도서관에 신청한 도서를 찾으러 갔다가 신간 코너에 꽂혀 있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보게 되었다. ‘이거 예전 작품 아닌가? 아니면 다른 책인가?’ 싶어서 맨 뒤를 펴보니 한국어 초판이 2012129일인데 20205월까지 총 99쇄를 찍었다고 적혀 있었다. 뭐 이런 괴물 같은 책이 다 있을까?! 아마도 기존 책이 다 헤져서 동일한 책을 새로 주문한 거 같았고, 이것도 인연인데 이번 기회에 한번 읽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11월에 읽을 도서목록에 무엇을 넣을지 고민하고 있던 차였기에 단숨에 책을 대출해서 가져왔다.

 

과거와 현재가 편지로 이어진다는 내용을 읽으면서 영화 <시월애>가 떠올랐다. 전지현, 이정재가 주연인 영화로 은주(전지현)가 다음 집주인을 위해 우편함에 넣어둔 편지가 과거에 그 곳에 살았던 성현(이정재)에게 전달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작품이다. 은주는 나중에 성현이 과거의 사람인 걸 알고는 자신의 남자친구와 헤어지지 않게 도와달라고 성현에게 부탁을 하게 된다. 은주를 좋아하게 된 성현은 그 부탁을 들어주기로 하고, 성현이 자기 때문에 사고를 당하게 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 은주는 성현에게 위험한 상황을 알리기 위해 우편함에 편지를 넣어놓게 된다.

 

영화의 경우 은주는 성현이 과거의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지만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속에서 상담을 의뢰하는 사람들은 답변을 해주는 사람이 미래의 사람이라는 걸 알지 못한다. 만약 상담을 해주는 그들이 20대에, 백수에, 좀도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상담의뢰자들은 과연 어떤 표정을 짓게 될까? 상담을 의뢰한 사람들은 모두 상담을 해주는 사람이 나미야 잡화점의 할아버지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쇼타와 고헤이, 아쓰야 3명은 훔친 차가 고장이 나자 근처 주택가에 차를 세우고 쇼타가 알고 있는 폐가로 가게 된다. 이미 희미해서 잘 보이지도 않는, 간판에 잡화점이라고 쓰여 있는 허름한 집에 몸을 숨긴 세 사람은 잠시 쉬었다가 날이 밝기 전에 집을 떠나기로 한다. 그런데 갑자기 이 집에 누군가가 편지를 놓고 가게 된다. 누구에게 온 건지 알 수 없는 편지를 뜯어보기로 한 세 사람은 맨 처음 달 토끼의 상담 편지를 받게 되게 된다.

 

답장을 써서 뒷문에 있는 우유 상자에 넣자마자 바로 두 번째 편지가 배달되는 걸 이상하게 생각한 그들은 편지를 통해 그녀가 과거 1979년도에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책 중간에는 나미야 잡화점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기 때문에 책을 읽어갈수록 편지를 주고받았던 사람들이 모두 어떤 식으로든 엮여 있으며, 왜 이런 일이 생기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게 된다.

 

내 집 주위에 나미야 잡화점같은 상담소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이나 친구에게는 털어놓을 수는 없지만, 오히려 자신을 알지 못하는 남에게 고민을 상담하고자 하는 마음이 드는 경우가 있다. 아마도 그건 내 주위의 사람들에게 나의 힘든 점을 보이기 싫은 것도 있고, 그들의 걱정스러운 마음이 더 부담으로 다가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고민에 대한 결정을 했지만 그게 옳은 건지, 그대로 해야 하는 게 맞는 건지에 대해 누군가에게 한번 더 확인 받고 싶어하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쇼타, 고헤이, 아쓰야와 나미야 잡화점 할아버지가 답장을 써 내려가는 방식은 판이하게 다르다. 20대 젊은이 세 명은 좋으면 좋다싫으면 싫다고 솔직하게 말하고 오히려 상담자를 혼내기도 한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장고의 고민 끝에 해결책을 제시해주고 있다. 사실 어떤 상담이 더 잘한 상담인지는 결코 알 수 없다. 상담 의뢰자들은 이미 상담을 해주는 사람이 본인에게 해가 될 만한 말을 하지 않을 거라는 걸 믿고 있으며, 답장을 통해 자신을 한번 더 돌아볼 기회를 얻게 되기 때문이다. 자신만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자신의 고민을 들어주고 그걸 해결해주기 위해 같이 고민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 문제를 해결할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이 책이 생애 최고의 책이 될 수도 있고, 그냥저냥인 책일 수도 있다. 본인이 놓인 상황에 따라 지금은 별로지만 나중에는 감동으로 다가오는 순간이 있을 수도 있다.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 인간에 대한 믿음이 깃들어 있는 책을 읽는다면, 현재를 살아갈 힘을 조금이나마 얻어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보는 방식을 달리해봅시다.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당신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습니다. 이것은 멋진 일입니다. 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활활 피워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p.447-

 

 

#나미야잡화점의기적

#히가시노게이고

#현대문학

#일본소설

#추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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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적인 행복의 시간, 3분 | 버뮤다 NO! 리뷰다 2021-11-15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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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절대적인 행복의 시간, 3분

조영주 저
몽실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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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배트맨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장면이 떠오르나요? 전 봉숭아학당의 맹구가 떠올라요. 그 시절, 맹구의 배트맨을 모르는 사람은 간첩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엄청 유명했답니다. 맹구가 엄지와 검지를 동그랗게 만들어서 손바닥을 빠르게 뒤집어 얼굴에 대면서 배트맨하고 외치면, 티비를 보던 모든 아이들이 손바닥을 뒤집으면서 배트맨하고 외쳤으니까요. 맹구가 외친 배트맨이 고담시의 영웅이라는 건 한참 후에나 알게 되었답니다.

 

고담시의 영웅 배트맨이 내 눈 앞에서 뛰어내린다면 어떨까요? 그것도 날개 없이 말이죠. 배트맨은 사실 날개 빼면 시체인데... (날개 잃은 천사인가? 천사를 찾아 사바 사바 사바~) , 알아요. 장난 칠 일이 아니죠. 사람이 떨어졌으니까요, 날개도 없이. 그런데 원래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고 하잖아요. 아무튼, 이야기는 20061031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할로윈을 즐기기 위해 전 세계의 사람들이 홍콩 란콰이퐁에 몰려들었는데요. 갑자기 누군가가 배트맨이라고 소리치자 사람들이 그 쪽으로 카메라를 들이댔어요. 그런데 세상에나! 하늘을 나는 배트맨에게 날개가 없었던 거예요. 배트맨은 바로 땅으로 곤두박질쳤고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난리가 난거죠. 정말 배트맨은 자살을 하기 위해 날개를 달지 않았던 걸까요? 그 날 이후로 할로윈이 되면 날개 잃은 배트맨이 나타나서 자신의 날개를 찾는다는 괴담이 퍼지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이와 동일한 사건이 20111025일 한국 코엑스에서 일어나게 되죠. 2006년 사건과 2011년 사건은 서로 관련이 있는 걸까요?

 

명주는 벌써 7년 째 할로윈 축제기간에 홍콩에 와서 2004년에 만났던 배트맨을 찾고 있어요. 그녀로 말할 거 같으면 해골에 미친 사람 같아요. 해골이 그려진 원피스에 해골 목걸이, 해골시계반지까지 끼고 있죠. 특히 코퍼스 크리스티의 스컬 파리다이스에 대한 집착이 대단하죠! 올해도 본인이 원하는 배트맨을 찾는데 실패하자 해결사 이혁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하죠. 처음부터 둘의 만남이 삐꺽대는데……. 과연 명주는 이혁을 통해 그토록 만나고 싶던 배트맨을 찾을 수 있을까요?

 

오늘 무심코 티비를 돌리다가 개승자(개그로 승부하는 자들)라는 프로그램을 봤어요. 이번에 새로 생긴 개그 서바이벌인데요. 이수근팀이 공연을 하는 걸 보다보니, 미래에서 온 내가 현재의 나에게 나는 너고 너는 나다.”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개그 공연에서는 굉장히 재미있어서 웃으면서 봤는데 절대적인 행복의 시간, 3표지에 적힌 내가 그고 그가 나다라는 문장을 보는 순간 소름이 돋더라고요. 책을 다 읽으면 알게 될 거예요. 내가 그가 되면 안 된다는 걸. 난 어디서든 나 자신으로 존재해야 한다는 걸 말이죠.

 

! 또 한 가지. 명주의 별명이 뭔지 아세요? 한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단어인데 그 별명이 바로 조영주 작가님 닉네임이더라고요. 명주와는 다른 이유이지만 동일한 별명인 이것이 무엇인지 찾아보는 재미도 있을 거예요. 간간히 숨어 있는 유머러스한 장면 때문에 지하철에서 혼자서 키득키득 거리며 웃기도 했답니다. 그렇다고 결코 가벼운 책은 아니니 오해 없기를! 읽고나면 묵직한 뭔가가 가슴에 남게 될 거에요.

 

할로윈 데이에 계약하고 할로윈 데이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할로윈 데이에 출간된 작품인 만큼 특별한 선물을 받은 기분이네요. (날짜는 조금 지났지만) 여러분, 해피 할로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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