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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 같이 걸을래요? | 버뮤다 NO! 리뷰다 2021-07-31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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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숲길, 같이 걸을래요?

허혜영 저
앤에이북스 | 202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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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 곳으로 가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원래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지만 모르는 곳으로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시간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 용기가 없어서 여행을 떠나지 못할 때 난 TV로 여행을 떠난다. 세계 테마여행, 걸어서 세계 속으로, 한국인의 밥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지만 난 EBS한국기행 프로그램에 더 정감이 간다. 다른 방송들도 많은 구경거리와 다양한 사람의 삶이 있어서 재미있지만, 한국기행엔 내가 좋아하는 자연이 많이 나온다. 자연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은 힐링이 된다.

 

사회초년생 시절, 사회생활에 마음과 몸이 망가졌을 때 나는 자주 수목원에 갔다. 바람소리와 새소리가 있는 그곳을 조용히 거닐다오면 속에 쌓여 있던 불순물들이 다 씻겨 내려가는 것 같았다. 20대 때는 회사에 있는 등산 동아리에도 가입하고 친구들과 주말이면 가까운 산을 종종 다녔었다. 지금은 족저근막염과 무릎이 좋지 않아서 등산 가는 걸 자제하는 편이다. 원래도 잘 돌아다니지 않는 편인데 작년엔 코로나 때문에 외부활동을 일절 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몸과 함께 마음도 피폐해져 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감염병에 대한 두려움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해 예민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자발적 격리가 아닌 외부의 상황으로 인해 내가 활동하고 싶을 때 활동할 수 없다보니 무기력하고 우울한 감정들이 마구 올라오기 시작했다. 가족들과 주위 사람들에게 짜증을 내는 일이 많아지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나는 ‘걷기’ 시작했다.

 

코로나 때문에 멀리는 갈 수 없기에 자주 가는 집 뒤의 공원 말고 다른 곳을 물색하다가 ‘서울숲’을 발견했다. 제법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지만 서울숲이 생기고 나서 난 한 번도 가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거기에 사슴도 산다는데. 난 이왕이면 거기까지 걸어서 가보기로 했다. 지도로 가는 길을 익히고 나서 생생 달리는 차도를 옆에 두고 씩씩하게 걸어서 서울숲에 도착했다.

 

서울숲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넓은 곳이었다. 많은 꽃들과 나무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의자에 가만히 앉아서 눈을 감으면 들리는 새소리와 바람소리, 나무냄새와 흙냄새가 나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 정말 마음이 우울하고 답답할 땐 자연(또는 나무)테라피 만큼 좋은 게 없는 것 같다.

 

코로나가 바꾸어 놓은 것 중 하나는 일상 속에서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찾는 것이 아닌가 싶다. 가볍게 산책하기 좋은 곳들을 찾기 시작하니, 생각보다 서울은 혼자서 걸을 만한 멋진 숲길이 많았다. 흙을 밟고, 나무를 만나며 하늘을 보는 아무것도 아닌 이런 일들이 반복되자 기름칠한 자전거 바퀴처럼 마음도 부드럽게 풀어져 있음을 알게 되었다. -p.5~6-

 

『숲길, 같이 걸을래요?』 저자도 코로나 블루로 인해 마음에 우울함이 찾아 왔을 때 숨구멍을 찾기 위해 숲을 걷기 시작했다고 한다. 책에는 총 40군데의 서울 근처의 숲길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곳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조류 관찰대가 따로 있다는 점이었다. 사람들에게 조용히 쉬고 있는 새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면서도 동물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려는 배려가 마음에 와 닿았다. 마침 습지에서 쉬고 있는 백로를 만나자 복권에 당첨 된 것처럼 어찌나 기쁘던지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 길동생태공원 중, p.20-

 

 

'언제나 솔바람이 부는 길‘이라는 의미의 호암늘솔길을 걸으며 이곳에 살고 있는 나무들은 몇 살쯤 되었을까 생각해보았다. 『나무의 시간』에서 김민식 작가는 ’나무는 40~50년 수령이 된 나무가 가장 왕성하여 산소를 내뿜는 양도 최대‘라고 말한다. 사람처럼 나무들에게도 전성기가 있다는 것이 당연한 듯 꽤 신선하게 다가왔다. - 호암산 잣나무산림욕장 중, p.62-

 

이름에 ‘홍릉’이라고 붙은 것은 이곳은 명성황후가 22년간 안장되어 있던 곳이다. 1895년 일본인들에 의해 시해되어 궁궐 밖에서 소각된 후 폐서인이 되었던 그녀는 대한제국이 선포되면서 명성황후로 추존되었다. 고종이 1919년 승하하면서 남양주 금곡으로 이장되어 고종과 합장하였다. 지금은 명성황후의 능이 있던 터와 이곳을 찾았던 고종이 잠시 머물 때 마셨다는 ‘어정’이 남아 있다. - 홍릉시험림 중, p.85~86-

 

때로는 생태공원이라도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산책로에는 데크를 설치하는데, 이곳은 습지대를 관찰할 수 있는 일부의 나무 데크 외에는 인위적인 것들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자연생태를 보존하기 위해 가로등도 벤치도 없다. 그래서 평지의 산책로를 걸으면서도 어느 산속의 길을 걷는 기분이 드는 것 같다.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중, p.196-

 

저자는 단순히 서울에 있는 숲을 소개하는 차원을 넘어서 그곳이 품고 있는 역사와 이야기, 그리고 거기서 작가 본인이 느꼈던 감정들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다. 특히 숲 이야기와 더불어 수록된 사진들은 가히 수준급으로 숲의 모습을 잘 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숲 소개를 읽으면서 사진을 보면 내가 이미 그 숲에 와 있는 것 같고,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이 안정을 되찾아 편안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숲길을 걸으면서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되길 바라며,

 

서울 숲길, 나랑 같이 걸을래요?

 

 

 

#숲길같이걸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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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저편 | 버뮤다 NO! 리뷰다 2021-07-31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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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기억의 저편

김세화 저
몽실북스 |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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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 아이 세 명이 사라졌다.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던 아이들의 유골이 10년만에 발견되었다. 그것도 실종된 아이들을 찾기 위해 수시로 드나들던 그 장소에서.

 

시경 차장의 인터뷰 내용이 리얼 뉴스로 올라와 있었다. (중략)

“사인은 뭐라고 보십니까?”

 

“국과수 조사 결과가 나와야겠지만, 행불자들의 여기 용무산에서 길을 잃고 점심과 저녁을 굶은 상태에서 다니다가 그러니까 길을 잃고, 밥도 못 먹고 헤매던 중 지친 상태에서 배고픔과 추위에 떨면서 쪼그린 채 모여 앉아 있다가 저체온현상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합니다만, 정확한 사인은 국과수 감식 결과가 나와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p.26~27-

 

“김과장, 아이들 세 명 도무 6학년이었어. 다 큰 아이들이라고. 그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용무산을 휘젓고 다녔어. (중략) 용무산은 어떤 방향으로든 조금만 내려가도 논밭이나 민가가 나와. 도러가 나오거나, 도로와 마을로 둘러싸인 조그만 야산이다. 산 정상 높이가 해발 200미터도 안 돼. 어두워지면 마을의 불빛이 보였을 거라고. 아이들이 헤맨다 하더라도 불빛을 보고 마을로 내려올 수 있었을 거야. 거기서 아이들이 그냥 가만히 앉아서 얼어 죽을 이유가 있을까? 타살이라고 하면 범인을 검거해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감당하기 어려우니까 저체온으로 죽었다고 한 거야. 시경 차장님께서.” -p.43~44-

 

10년 전 실종사건이 발생했을 때 김환 기자는 이 사건을 담당했던 방송 기자였다. 형사 과장과 함께 실종된 아이들을 찾기 위해 직접 수색에 참여할 정도로 열정적이었으나 경찰의 무능한 수사로 범인을 잡지 못한 채 사건은 서서히 잊혀져 갔다.

 

그에 따른 죄책감 때문이었을까. 김환 기자는 그 이후에도 틈나는 대로 그 사건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보관해 왔고, 누구보다도 이 사건을 잘 아는 사람 중 한 사람이 되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1년 동안 30만 명이 동원해서 찾을 수 없었던 아이들이 왜 그가 수색하다가 힘들 때마다 잠시 쉬던 소나무 아래 바위 근처에서 발견된 것일까?

 

아이들의 유골이 발견된 그 다음 날 새벽, 김환 기자는 한 남자가 살해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의 이름은 이학진. 세 아이 실종사건과 관련된 인물의 죽음에 김환 기자는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사건현장에 갔다가 죽을 뻔한 위기를 맞게 된다. 도대체 이 이야기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세 명의 아이가 실종된 후 10년 만에 유골이 발견되었다는 내용을 읽는 순간 ‘개구리소년’ 사건이 떠올랐다. 1991년 3월 26일, 대구에 살던 초등학생 5명이 도룡뇽 알을 주우러 간다고 집을 나선 후 실종된 사건이다. 한 명도 아니고 한꺼번에 5명의 초등학교 학생이 그것도 같은 날 동시에 실종된 이 사건은 당시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고, 사건 발생 2년 후인 1993년에는 KBS 1TV의 사건 25시와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심층적으로 방영되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정부는 경찰과 군인 등을 35만명 투입하여 현장 주변을 샅샅이 뒤졌다. 하지만 뚜렷한 성과 없이 미제 사건으로 묻히는 듯하다가 사건 발생 11년 6개월만인 2002년 9월 26일에 성산고등학교 신축공사장 뒤쪽의 와룡산 중턱에서 아이들의 유골이 발견되었다. 끝내 아이들의 사망 원인조차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 채 2006년 3월 25일 24시에 공소시효 15년이 만료되면서 미제사건으로 남았다.1)

 

『기억의 저편』의 저자인 김세화는 실제로 30년 동안 방송 기자로 활동했다. 그래서 그런지 경찰과 방송사 내부의 사정과 상황을 소설 속에서 정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특히 소설에 등장하는 내용 중 실종된 아이의 학부모집에 아이들이 생매장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심리학과 교수 이야기가 등장하는 데, 이는 실제로 ‘개구리소년’ 사건 때에 실제로 있었던 일 중 하나이다. 1996년 1월 12일에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를 보면 김세화 작가가 방송 기사 시절에 실제로 이와 관련된 뉴스를 보도한 기사를 확인할 수 있다.2)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나 소설 등의 작품이 등장하는 경우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살인의 추억>이다. 화상연쇄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영화화한 <살인의 추억>과 개구리소년의 사건을 생각나게 하는 『기억의 저편』의 차이점 중의 하나는 영화는 미제 사건으로 남았고, 소설은 사건이 해결되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2019년 10월, 화상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인 이춘재가 자백을 함으로써 범인임이 밝혀졌고, 개구리소년 사건은 여전히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다.

 

『기억의 저편』을 읽는 내내 나도 그 현장에 있는 것과 같은 사실감을 느껴져 그 이야기에 금새 빠져들었다. 소설 속에서 저자의 분신과도 같은 김환 기자를 내세워 사건을 해결해 가는 모습은 허구가 아니라 실제 사건을 해결하는 것과 같이 현실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책 말미의 ‘작가의 말’에서 기자는 사건에서 제 3자에 속하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수집하고 그 이미지 가운데 가장 정확한 이미지를 꺼내서 진실을 규명하려고 하는데, 그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주관적인 판단이 얼마나 사실 규명에 방해가 되고 잘못된 믿음과 인간의 욕망이 사실을 얼마나 왜곡할 수 있는지에 대한 비밀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전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닐 수 있다는 말을 기억하며 앞으로 김세화 작가가 어떤 이야기들을 만들어갈지 기대해보면서 서평을 마친다.

 

나는 발걸음을 돌렸다. 사건이 해결되면 새로운 기억으로 과거의 기억을 대체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새롭게 편집해 덮어쓰기 하듯이 말이다. 착각이었다. 기억은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중략) 얼굴을 콕콕 찌르는 찬바람을 물리치려는 듯 내 심장이 열을 내며 빨라졌다. 뺨이 화끈거렸다. 맥박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면 그때부터는 새 출발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 듯 스쳤다. -p.295~296-

 

*각주*

1) 위키 백과사전 내용 인용

2) https://imnews.imbc.com/replay/1996/nwdesk/article/1966312_30711.html

 

 

#기억의저편

#김세화

#몽실북스

#전직기사출신작가

#방송기자

#추리소설

#미스터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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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낭만적 밥벌이 | 버뮤다 NO! 리뷰다 2021-07-29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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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낭만적 밥벌이

김경희 저
밝은세상 | 202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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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년생 N잡러 김경희의 비낭만적 밥벌이(이하 비낭만적 밥벌이)』의 프롤로그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스물세 살, 졸업을 앞두고 부지런히 이력서를 써댔다. (중략) 그날도 도서관에서 채용공고를 보고 있는데, 부자 친구를 만났다. (중략)

“너는 왜 일하려고 해?”

“야, 이 미친놈아, 그럼 노냐?”

“나는 6개월은 더 놀다가 일하려고.”

그 녀석과는 더는 나눌 대화가 없다고 생각했다. 왜 일하냐니? 당연히 일하는 거 아니겠는가? 친구의 물음을 마치 ‘너 왜 밥 먹어?’라는 질문과 같았다. 배고프니까 먹지, 나는 왜 밥을 먹는가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P.10~11-

 

나는 대학 동기들보다 일찍 취업에 성공했다. 마지막 학기가 끝나기도 전에 취업이 되었으니까.(그 시절에는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게 일반적인 분위기였다.) 그래서 그런지 학교에 남아 있는 학생 신분의 동기들과 직장인 신분의 나는 엄연히 다른 부류처럼 느껴졌다. 나도 저자처럼 대학을 졸업하면 바로 취업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동기들보다 먼저 취업한 것에 우쭐한 기분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첫 회사생활은 나름 즐거웠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서 새로운 것들을 배우는 일이 내게는 재미있는 놀이 같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람들에게 ‘일 잘한다’라는 말을 듣는 게 좋았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내가 회사에 다니는 이유 같았다. 직장 동료들이 다 내 마음 같지 않다는 걸 느끼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직장에서 인정받고, 자기 계발 및 자기실현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돈’이다. 다행스럽게도 난 일을 하면서 돈을 떼이거나 열정 페이를 강요받은 적은 없지만, 내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설명하고 그에 합당한 급여를 받은 적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지금까지 내가 걸어온 길이 처음에 내가 가고자 하는 길과는 너무도 많이 달라진 것 같아서 자괴감이 든 적도 있다. 하지만 어찌하랴. 이 길도 내가 선택한 길인 것을.

 

내일 당장 떠난다 해도 별문제 없게 일하자.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 일을 잘 정리하면서 하되, 관성대로 하는 게 아니라 좀 더 잘해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면서, 아울러 자립할 수 있도록 부지런히 스스로를 업데이트하고, 공부하며 시도하자. -p.108-

 

나도 이 말에 동감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지게 된 철칙 중의 하나가 ‘맡은 일을 최선을 다해서 최고로 하자.’이다. 특출 나게 잘하는 게 없어서 남들보다 눈에 뛸 게 없는 내가, 유일하게 잘 할 수 있는 건 실수 없이 일을 처리하는 것이었다. 4년 반 동안 다닌 첫 직장을 그만두고 나서 어느 정도 시일이 지난 후에 친했던 선배언니를 만난 적이 있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같은 팀에서 2명 정도가 같이 퇴사를 했다. 퇴사 일자가 다가올수록 마음이 헤이해진 탓일까. 퇴사 후 얼마 뒤 그 2명이 처리한 일들에서 문제가 생겨서 다른 사람들이 그 일을 수습하느라 애를 먹었고, 그 일로 인해 그 둘에 대한 평판이 안 좋아졌다고 한다. 내가 떠난 곳에서 나에 대한 비난이 이어진다면, 이것만큼 자존심 상하는 일이 또 있을까. 회사 일에 있어서는 마무리가 항상 중요하다. 계속 같은 업계에 있게 된다면 언젠가 전 직장과 관련된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세상은 생각보다 좁다.

 

『비낭만적 밥벌이』의 저자 김경희는 비전업작가로 현재 글도 쓰고 강연도 하고 책도 내면서 오키로북스의 전문경영인으로 재직 중인 직장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읽었던 이지니 작가의 『무명작가지만 글쓰기로 먹고 삽니다』가 떠올랐다. 김경희 작가도 4권의 책을 출간했고, 이지니 작가도 4권의 종이책과 3권의 전자책을 출간했다. 온라인 강의와 강연을 진행하는 점도 동일하지만 큰 차이점은 이지니 작가는 전업 작가이고, 김경희 작가는 비전업 작가로 직장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점이다.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른 이 두 작가의 작품을 같이 읽어 보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그렇게 지리멸렬한 시간을 통해 얻은 깨달음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게 1부터 10까지 모든 과정을 좋아한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 그저 좋아하는 마음이 더 커서, 싫어하는 일과 해야 하는 일을 껴안고도 할 수 있다는 일이라는 것이다. -p.209-

 

하고 싶은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하기 싫은 일도 잘해 내야 한다. 일의 기쁨과 고통은 함께 움직인다. 그렇게 하고 싶은 글쓰기 일을 하기 위해, 또다시 한글창을 열어서 괴롭지만 해야 하는 글쓰기를 한다. -p.211-

 

낭만적으로 밥벌이를 할 수 있는 일(직업)이 얼마가 될까? 겉으로는 우아하고 멋있는 직업일지라도 그 안에서는 자기들만의 치열한 리그가 펼쳐지고 있을 것이다. 저자 김경희가 원하는 대로 ‘일 잘하는 리치 그랜마’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를 응원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치열하게 밥벌이를 하는 모든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언제가 될지 모르는 전성기의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 운을 받아들일 기회를 좀 더 만들어야지. 계속 시도하면서, 운이 잘 들어올 수 있도록 길을 닦아놓는 것. 도둑놈 심보가 아닌 운을 조금은 기대하되, 그저 해야 하는 일 잘하고 싶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p.264-

 

 

#89년생N잡러김경희의

 

#비낭만적밥벌이

 

#김경희

 

#도서출판밝은세상

 

#일잘하는법

 

#리치그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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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북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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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언어 | 버뮤다 NO! 리뷰다 2021-07-17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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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상실의 언어

사샤 베이츠 저/신소희 역
심심 |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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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아픔 기억을 꺼내는 일에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세월이 지나서 세세한 기억은 잊어버렸더라도 그 당시의 기분과 느낌은 생생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과 갑작스럽게 이별을 하는 경우에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병에 걸려서 치료를 하던 과정에 사별을 경험하더라도 마음이 아픈데 아무런 준비 없이 닥친 불행은 사람을 무너져 내리게 한다.

 

『상실의 언어』의 저자인 사샤 베이츠도 유일한 친구이자 소울메이트인 남편 빌과 갑작스럽게 이별을 하게 되었다.

 

빌은 셔츠를 침대에 올려놓고 라벨을 떼기 위해 허리를 굽혔다. 그리고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몸을 일으키더니 가슴을 움켜쥐었다. (중략) “심장마비야?” 내가 물었다. 그 상황에서는 아무런 도움도 안 될 질문이었지만, 난 이미 공황 상태에 빠져 있었다. -p.22~23-

 

그곳에서 다시 아주아주 길게 느껴지는 시간 동안 홀로 기다려야 했다. 몸이 덜덜 떨려왔다. 쇼크 상태인 게 분명했다. 너무 추웠고, 경련을 통제할 수 없어서 몸과 마음이 따로 놀고 있다는 것이 두려웠다. 복도 저쪽에서 빌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들려왔다. 나는 ‘뼛속까지 얼어붙는 듯한’ 오싹함을 느꼈고, 그 와중에도 그 표현이 과장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P.29-

 

이번에도 나는 두 전문 분야를 몇 킬로미터 떨어진 두 병원으로 갈라놓은 예산 감축의 잔인함에 절규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빌이 그런 상황에 빠지는 걸 막을 수 있었다고, (수술 전후 모두에) 좀 더 빨리 MRI를 찍을 수만 있었더라면 빌은 살았을 거라고 믿는 실수를 범하지 않으려 애쓴다. 빌을 구할 수 있었던 두 번의 기회가 사라졌다는 생각을 하면 너무 괴롭다. 빌이 살아남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 자체를 견딜 수가 없다. 상황이 달라졌을 가능성을 곱씹기보다는 어쨌든 결국 일어났을 일이라고 받아들이는 편이 더 쉬운 법이다. -P.53~54-

 

빌의 병명은 대동맥박리. 의학 사전을 찾아보니 대동맥은 심장에서 몸 전체로 혈액을 공급하는 매우 중요한 혈관인데, 대동맥 혈관 내부 파열로 인해 대동맥 혈관벽이 찢어져서 발생하는 질환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런 급박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집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해머스미스병원에는 MRI기계가 없어서 다른 지역의 채링크로스병원까지 갔다가 MRI촬영 후에, 채링크로스병원에 전문심장의가 없어서 다시 해머스미스병원에 가서 수술을 받게 된다. 일련의 상황으로 인해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쳤을 가능성이 있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저자의 심리상태를 보면 처음에 빌이 쓰려졌을 때는 큰 사건으로 생각하지 않고 직접 차를 운전해서 집 근처의 병원까지 가게 되지만 이후에 다른 병원에 가게 되면서 저자도 본인이 처한 상황으로 인해 쇼크 상태까지 오게 된다. 빌이 수술을 받고 회복되리라는 생각에 기운을 내보지만 점점 상황이 않게 흘러가면서 내가 그곳에 있다는 생각조차 기억나지 않는 ‘해리현상’까지 경험하게 된다.

 

『상실의 언어』가 여타 다른 책과의 차이점은 사랑하는 사람과 사별한 저자가 심리치료사이자 트라우마와 자기 통제 전문가라는 점이다. 수도 없이 사별로 인해 고통 받는 유족의 심리 상담을 진행해오던 그녀가 이제는 유족의 입장과 치료사의 입장에 둘 다 처하게 되었다. 본인이 유족으로서 느끼는 감정의 변화들과 치료자로서 이런 상황을 심리이론과 결합하여 확인하는 과정 등을 거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에세이가 아니라 심리치료전문가로서의 전문적인 지식도 같이 확인할 수 있고, 본인이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사별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들은 상황을 아주 좋아지게 만들기도 하고, 지독히 나빠지게 만들기도 한다. 그들이 나의 애도에 관여하는 만큼 나 역시 그들의 애도에 관여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빌을 잃은 사람은 나 혼자만이 아니었다. 빌을 사랑했던 가족과 친구들도 그를 그리워하며 각자 자기만의 사별 과정을 겪는 중이었다. 그러니 우리 모두는 서로의 바람과 감정의 임의성, 때로는 모순적이기까지 한 특성을 고려하고 수용하며 서로에 대한 반응을 조율해야 했다. -p.152-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고통과 슬픔의 농도가 흐려 질수는 있어도 결코 잊히지는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충분한 애도의 기간을 가지는 게 필요하다. 슬프면 크게 소리 내어 우는 게감정의 찌꺼지를 내 보내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부디 이 책이 사별의 아픔으로 고통 받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내 마음은 부서졌지만, 나는 부서지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빌 덕분입니다. 나는 빌을 처음 만났을 때보다 훨씬 강해졌으니까요. 그리고 그건 내가 만난 가장 너그러운 사람으로부터 14년 동안 조건 없는 사랑을 받은 덕분입니다. 빌, 당신과 결혼한 건 지금껏 내가 한 일 중 최고였어. -p.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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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만나면 그곳이 특별해진다 | 버뮤다 NO! 리뷰다 2021-07-16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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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그를 만나면 그곳이 특별해진다

조진만 저
쌤앤파커스 | 202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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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프로그램 중에 ‘건축탐구 집’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건축 전문가와 함께 전국 방방곡곡에 있는 집들을 찾아다니면서 집주인의 삶과 집의 건축에 대해 관찰하는 다큐멘터리이다. 유명한 건축가가 지은 건물에 대해 소개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일반인이 지은 집들을 둘러보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신혼부부가 사는 집, 부부와 아이와 함께 사는 집, 은퇴해서 부부만 사는 집 등 다양한 가족들이 등장하고 각자의 필요에 맞게 집을 짓는다. 전문 건축가가 집을 지을 때도 있지만 집주인이 직접 마음에 드는 땅을 발견하고 그곳에 자신만의 집을 짓는 경우도 있다. 정말 각양각색의 집들을 보면서 누가 집을 짓느냐에 따라 같은 공간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볼 때마다 느끼게 된다.

 

『그를 만나면 그곳이 특별해진다』의 저자는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관계를 만들도 사회를 형성하는 틀’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일상의 공간들은 우리가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들의 사고방식과 관계성을 형성합니다. 저는 건축을 통해 표면의 미학적 가치뿐 아니라 그 이면의 사람들이 만나는 방식에 대한 틀을 깨고 있습니다. 건축을 통해 좀 더 새로운 관계와 가치가 생겨나고, 일상의 무대가 되는 공간들이 서로에게 의미 있는 장소가 되었으면 합니다. -p.8-

 

훌륭한 디자인이란 수많은 제약을 극복하면서 비로소 그곳에서만 실현 가능한 매력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매번 다른 제약 조건과 대지가 가진 잠재적 가치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에서 출발해 공간, 구조, 형태, 재료 등 건축을 구성하는 여러 측면에서 미재의 끝자락까지 고민을 끌고 나가는 것이 바로 건축이다. -p.13~14-

 

저자는 오히려 집을 짓는데 제약이 있어야 그것으로 인해 좀 더 창의성이 발휘된다고 말하고 있다. 책에서는 서울 종로구 원서동의 공간 사옥(현 아라리오 뮤지엄)과 프랑스의 도시 릴을 그 예로 들고 있다.

 

건축가는 건축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자의 요구사항뿐만 아니라, 한편으로 그 시대와 사회를 보아야 한다. 건축가의 설계 행위에는 변호사가 지녀야 할 사회정의나 의사의 생명에 대한 윤리의석과 맞먹는 공공적 가치가 있다. 건축가는 건축주를 위해 일하지만, 동시에 사회와 시민을 위해서도 일해야 한다. 왜냐하면, 건축주가 자기 재산으로 개인의 건물을 짓는다고 해도 행인이나 그것을 이용하는 다수의 사람들도 그 공간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좋은 건축은 집주인뿐만 아니라 공공의 이익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p.99~100-

 

1장에서는 건축을 할 때 필요한 요소들이나 다른 유명한 건축가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 2장에서는 실제로 건축된 건축물의 실패와 성공사례들을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 3장에서는 집은 만든다가 아니라 짓는 행위임을 설명하면서 앞으로의 건축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는 특이하게도 집을 ‘만든다’고 말하지 않고 ‘짓는다’고 말한다. 집 말고 우리가 ‘짓는’것에는 밥, 농사, 시 등이 있다. 이들을 짓는다고 표한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뚝딱뚝딱 되풀이해서 ‘만드는’것과 달리 ‘짓는’것은 이러한 행위가 우리 개개인의 삶을 이루는 바탕이 되는 중요한 창조이기 때문이다. -p.212-

 

저자가 에필로그에 밝히고 있는 것처럼 이 책은 단순한 건축 이야기가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 새로운 장소에 대한 가능성과 예술적인 건축술보다는 건축에 대한 사유에 방점을 두고 있다. 집 하나는 짓는대도 무작정 비싼 자재와 비싸고 경치 좋은 땅에 건축물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공간이 가진 특성과 제약, 예산과 건축법규들이 서로 엮이고 거기에 집주인의 가치관이 더해질 때 비로소 참된 집 내지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코로나 시대에 ‘공원’은 중요한 장소로 떠오르고 있다.

 

공원은 도시가 압축된 모습이며 도시문화의 거울이기도 하다. 공원은 시대의 영향을 받을 뿐만 아니라 그 활용은 나라와 문화마다 다르다. 한마디로 공원은 사회의 관습과 문화를 반영한다. (중략) 공원은 지붕 없는 전시장이자 공연장이다. 공원은 주변 맥락에서 비롯된 창조의 문화 활동을 이끌어내고 서로를 보고, 보이며 즐기고 동질감을 형성하는 장ㅅ호이다. 반대로 공원이 주변 도시의 활성화를 이끌어 내는 경우도 있다. (중략) 팬데믹 시대에 공원은 다시 한 번 그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기존의 대형 공원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와 성격을 가진 공원들의 활성화는 앞으로 도시 생활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안과 밖의 경계가 모호한, 단일 용도가 아닌 사용자의 의도에 따라 다중의 소통과 관계성을 만드는 자유로운 건축이 시작될 것이다. -p.69~76-

 

우리나라는 특히 집에 대한 소유 의식이 매우 강하다. 그로 인해 부동산 시장은 연일 요동을 치고 있고 정부에서 아무리 제재를 가해도 부동산을 안정시키기가 힘든 상황이다. 건물이 투기의 대상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편하게 쉬면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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