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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걷는 미술관 | 버뮤다 NO! 리뷰다 2022-01-20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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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느리게 걷는 미술관

임지영 저
플로베르 | 202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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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돈 안 들이고 할 수 있는 취미생활은 없을까?’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배울려고 하면 그에 필요한 도구와 레슨비를 지불해야 한다. 등산은 어떠냐고? 운동화만 있으면 전국 어디든 누빌 수 있으니 그것 또한 좋은 취미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그런 취미생활이 아니라, 일명 고상한취미생활이니까! 그래서 난 고상한 취미생활을 즐기고 싶을 때면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간다. 발걸음도 우아하게.

 

다양한 유료기획전시가 열리지만 상설전시관은 언제나 무료다. 주기적으로 유물도 교체해서 전시하고 있어서 볼 것들이 항시 넘쳐난다. 예전에는 박물관에 있는 걸 시대순으로 다 봐야 한다는 생각에 무식하게 1층의 선사고대관부터 3층 조각공예관까지 쭉 둘러보다가 지쳐서 쓰러진 적도 있었다. 한해 두해 가다보니 굳이 다 볼 필요는 없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날 그날 마음이 땡기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겨 다닌다. 이 날만큼은 박물관의 작품들이 다 내 것인마냥 행복한 착각에 빠지면서.

 

그러다보니 내가 회화보다는 도자기류를 볼 때 편안함을 느낀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달항아리같이 매끈하고 반듯한 백자보다는 오히려 투박한 분청사기에 마음이 더 간다.(! 그렇다고 분청사기만 좋아하는 건 아니다. 고려시대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 <청자 상감운학문 매병>도 너무 좋다! 학이 막 청자를 뚫고 날아오를 것만 같고, 특히 향로를 받치고 있는 3마리의 앙증 맞은 토끼도 얼마나 귀여운지^^ !)

 

불상조각품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참 희한도 하지, 종교가 불교도 아닌데 말이다. 종교 이전에 작품이 주는 울림이 있는 거 같다. 이런 내가 조각이나 예술 작품에 조예가 깊은 것처럼 보인다면, 천만의 말씀! 내가 바로 그 미알못입니다! 하하하~~ 회화의 회자로 모르고 조각의 조자도 모르는 사람이다. 하지만 뭐~ 상관 없다. 내가 보고 느끼면 그만인 걸!

 

근데 박물관이 아니라 개인화랑이나 갤러리 같은 곳은 잘 안가게 되는 것 같다. 거긴 미술작품을 정말 애호하고 향유하는 사람들만 가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왠지 모르게 주눅이 들기 때문이다. 2007년인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모네전>을 한 적이 있어서 한 번 가본 적이 있다. 무슨 생각으로 그것도 유료전시를 간 건지 지금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유명한 사람이니까 그 사람 작품 한번 보겠다고 갔었겠지.) 다른 사람들은 그림을 보면서 감탄도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고 나누는 데 난 아무리 봐도 왜 모네의 작품이 좋은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나만 이상한 사람인가... 라는 생각. 자괴감이 들었던 거 같다. 나 같은 게 무슨... 그 이후로 그림 전시회에 다시는 가지 않았다.

 

미술은 범접할 수 없는, 어려운 분야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어서 그런지 무의식적으로 멀리하게 되는데 느리게 걷는 미술관이라는 책을 보면서 굳이 내 스스로 미술을 밀어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는 그 흔한 미술용어가 나오지 않는다. 인상파가 어떻고, 초현실주의가 어쩌고 등등의 이야기는 일절 없다. 대신 그림을 보면서 느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에세이형식으로 기록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부담 없이 저자의 생각을 따라 갈 수 있어서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에세이 한편당 관련된 그림도 수록되어 있는데, 다 수록된 건 아니라서 작가가 설명한 그림 중 궁금한 작품은 인터넷으로 찾아보면서 책을 읽었다. 그 중 로즈 와일리의 그림이 너무 취향 저격이라서 소개해보려고 한다.


 


*사진 출처: 멜론티켓예매(https://ticket.melon.com/performance/index.htm?prodId=205595)*

 

위쪽의 이미지가 작년에 진행된 로즈 와일리전의 포스터인데, 그림이 너무 귀엽죠?^^  아래쪽 가장 오른쪽 그림은 로즈 와일리가 좋아하는 손흥민선수라고 하는데, ... 판단은 개인에게 맡기겠다. 로즈 와일리는 영국의 86(지금은 87세려나?) 할머니 화가다. 그녀의 유쾌함과 자유분방함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밝은 그림 뿐만 아니라 어둡고 정적인 그림이 큰 울림으로 다가 올 때도 있다. 또한 그림이 아니라 글씨 속에 담겨진 화가의 마음이 나를 뒤흔들 때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를 오래 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풍경도 마찬가지. 여민 옷깃을 푸르게 풀어헤치던 바다도, 곁의 친구에게 붉은 비밀을 털어놓게 만들던 노을도, 세상 아름다운 모든 것은 오래 보면 쉬이 지루해진다. 귀하게 여기지 못하고 흔한 풍경처럼 여기고 만다. 거기 존재함이 당연해진다. 당연한 건 하나도 없는데도 말이다. -p,115-

 

저자는 말한다. 노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나이가 들수록 놀거리가 많아야 한다고. 그 중 하나의 도구가 바로 예술이라고 말이다. 예술 앞에서 주눅 들 필요 없다고. 미술관에 가야 하는 이유는 위대한 예술을 영접하기 위함이 아니라, 가장 느린 속도로 걸으면서 삶의 속도를 줄이면 그 순간 생의 좋은 것이 흘러 든다고 말이다. 우리 언제 같이 그림 보러 가지 않을래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삶은 공감이고 감각이다. 오늘의 모든 공감각이 고스란히 저장됐다. 두고두고 기억 날 특별한 밤이 됐다. 이런 밤을 만들자고 애쓰며 사는 거지. 아는 사람이 해본 사람 못 이기는 법. 나도 삶의 옆구리를 콕콕 찌르며 더 간지럽혀야겠다. 더 해보라고, 더 가보라고, 속속들이 재미를 캐내 보라고.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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