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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한 사랑도 결국, 사랑이다《어글리 러브》 | 책리뷰 2016-12-29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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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어글리 러브

콜린 후버 저/심연희 역
북폴리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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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남자, 그를 사랑하게 된 한 여자. 사랑을 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걸고 오직 육체적인 쾌락만을 추구하자는 계약이 성사된 남녀들의 사랑이야기. 점점 허물어가는 경계를 지켜보며 응원하게 만드는 19금 로맨스 소설 하나 추천할까 합니다. '유럽과 미국을 사로잡은 마약 작가라는 별명과 <그레이>와 <노트북> 사이, 바라던 딱 그  로맨스'라는 찬사가 쏟아지는 '콜린 후버'라는 이름을 기억해야하는 이유죠.


일단 제목부터 핫합니다. 《어글리 러브》. 대체 어떤 내용을 담고 있기에 아름다운 사랑을 추하다고 말할까.  궁금증이 들더군요. 주인공 '테이트'가 화자인 부분과 '6년 전 마일스'가 화자인 구성이 왔다 갔다 하는데, 흥미진진함이 뒷장을 넘기고 싶어 안달 나게 만듭니다. 소설 속 마일스의 직업은 기장, 테이트의 직업은 간호사로 제복 입은 이성에 관한 판타지도 담았습니다. 또한 누군가를 속이며 사랑을 나누는 짜릿한 쾌감은 이 소설의 백미죠.

 

그리고 그를 쳐다보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달리 다른 데 집중하기가 정말이지 어려웠다. 마일스는 야구모자를 쓰고 청바지에다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티셔츠를 입은 가벼운 복장이었다. 그래서 눈을 뗄 수 없는 거야,라고 나는 생각했다. 멋있어 보이려고 애써 노력하지 않는 남자가 나한테는 더욱 멋져 보이기 때문이다.

P88

6년 후 그러니까 현재의 테이트와 마일스는 코빈(테이트의 오빠)의 집에 테이트가 이사 오며 시작되는데요. 오빠의 집 앞에 왠 남자가 술이 떡이 되어 앉아 있고, 그 남자를 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와야 하는 난감한 상황. 테이트와 마일스는 각자의 공간에서 하룻밤을 보냅니다. 이 둘은 그 후 급속도로 자신의 성적 매력에 홀닥 반하게 되고, 겁잡을 수 없는 매력에 빠져 육체를 갈망하는 사이로 발전합니다.

 

지금 내가 집중할 수 있는 단 한 가지 대상은 바로 그 손가락, 내 입과 턱을 부드럽게 쓰다듬는 그의 손가락이었다. 계속해서 움직이는 그 손가락 끝을 따라 눈길로 같이 움직여 부드럽게 내 목을 타고 내려와 내 가슴을 지나 아래로, 아래로, 그렇게 내 배까지 내려왔다.

P203

둘은 급속도로 가까워지며 눈이 마주칠 때마다 스파크를 튀기며  사랑을 나눕니다. 하지만 이 남자의 조건은 딱 두 가지! 첫째, 과거를 묻지 말 것. 둘째, 미래를 기대하지 말 것! 시간이 갈수록 테이트의 마음속에 마일스의 자리가 커지며 할퀴고 상처 주는 날들을 겪어가죠.  


사랑을 할 수 없게 된 남자 마일스는 6년 전 이후로 마음을 닫았습니다. 테이트를 향한 마음을  억누르며 마치 누군가에게 속죄하듯, 스스로 벌을 내리듯 생채기를  반복하는 남자. 마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속 그레이가 스쳐가지만 사랑에 서툴면서도 책임감이 있는 마일스의 캐릭터가 개인적으로는 더 매력적이더군요. 마일스의 까칠하면서도 부드러움,  과거에 대한 연민, 그리고 모성애까지 끌어내는 여성들의 워너비 남자, 모두 갖춘 남자. 아.. 이런 남자 사랑하지 않은 여자가 누가 있을까요.


 

사랑이라는 것 자체를 하고 싶지 않은 거예요. 테이트. 다시는요. 하지만 다른 사람 아닌 당신이니까....갖고 싶어요.

P320

 

​올 겨울은 오랜만에 후끈거리는 로맨스 소설로 한파도 걱정 없었습니다. 《어글리 러브》를 잡고 있으면 자체 손 난로가 따로 필요치 않았습니다. 정말 말 그대로 과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딱 적정선의 격정 로맨스! 작가 '콜린 후버'의 필력은 '깨진 사탕을 뱉어내지 않고 입속에서 굴리고 있는 것처럼, 날카로운 부분이 입속에 상처를 내지만 달콤해서 계속 물고 있을 수밖에 없는  느낌이었습니다. 결국 추한 사랑도 사랑이란 빨간약으로 예뻐질 수 있음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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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제 와인전문가《와인 폴리: 당신이 궁금한 와인의 모든 것》 | 책리뷰 2016-12-22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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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와인 폴리

Madeline Puckette,Justin Hammack 공저/김은영 역
영진닷컴 | 2016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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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좋아하세요? 필자는 술을 잘 못 마시는 관계로 정말 특별한 날에만 와인은 조금씩 마시는 정도입니다. 쌉싸름하면서도 혀끝을 자극하는 달콤한 맛의 와인은 맛과 향, 그리고 건강까지 잡는 신의 선물 중 하나인데요. 몇 해전 소믈리에에 관한 관심이 대두되며 와인을 다룬 드라마, 만화, 영화 등 와인을 탐구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현재는 다소 시들해졌다지만 대중 속으로 영역을 넓힌 와인은 마트에서도  만날 수 있는 술이 되었습니다.

 

 

 《와인폴리: 당신이 궁금한 와인의 모든 것》은 와인의 대한 모든 궁금증을 담은'와인 대백과사전'입니다. 와인 폴리 사이트 제작자들이 직접 집필한 책으로 정보 나열식인 기존의 와인 책들과 차별화된 정보를 제공합니다. 깔끔한 표식과 정리가 여느 책과는 확연히 다른 구성이 눈에 띄네요.

 

디자인 책 혹은 색채학 책을 보는 것 마냥 컬러감을 섞은 인포그래픽이 훨씬 이해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와인은 가끔 마셔봤지 즐기지 않아 자세한 것들은 모르고 지나갔다면 와인에 관한 기초 상식을 넓혀보는 호기심과 동기부여가 생기는 책입니다.

 

와인 기초 상식부터 인기 와인들의 주요 특징, 와인과 음식 매칭, 상세한 지도를 통한 지역별 와인 생산지 소개, 가성비 좋은 와인의 선택 방법과 우수 와인 생산 지역 소개 딱 5가지 섹션으로 구성됩니다. 와인을 잘 모르는 초보라도 쉽고 간결하게 와인을 공부할 수 있는 책인 거죠.

 

와인은 750ml가 기본이 된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습니다. 포도만 들어갔다고 생각했는데 오산! 각종 함유물의 종류도 알아갑니다. 그 밖에 1병에서 나오는 와인의 잔수며 '이것은 글씨고 저것은 그림이다'라고 생각했던 와인라벨을 읽는 방법 등 여러 가지 알아두면 좋을 상식들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와인을 탐구해 보는 시간! 와인은 혀로 느끼기 전에 향으로 먹는 술이라는 말에 공감하는데요. 향을 통해 산도나 와인변질을 구분 짖고 맛도 짐작해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와인은 레드와 화이트, 스파클링이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실로 많은 종류의 와인이 있더라고요. 가을에 서유럽을 갔을 때 잘 몰라 쭈뼛쭈뼛 거렸는데 다음번에는 시킨 음식에 따른 와인도 즐겨보는 여유로움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더 많은 정보를 원하는 독자는 '와인 폴리 웹사이트' ☞http://www.winefolly.com/book 를 찾아가 보세요. 정말 방대한 지식이 있더라고요.

 

다사다난 했던 2016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네요. 각종 연말 모임에서 와인을 만날 기회가 많이 생길 것 같아요. 미리 《와인 폴리: 당신이 궁금한 와인의 모든 것》로 공부 좀 해놨더니, 아는 만큼 보인다고  맛있는 와인을 탐미할 수 있었습니다. 모두들 즐거운 사람들과 즐거운 모임, 맛있는 와인과 행복한 연말 보내길 바랍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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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릭 배크만의 세 번째 마법에 홀릭되다《브릿마리 여기있다》 | 책리뷰 2016-12-2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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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브릿마리 여기 있다

프레드릭 배크만 저/이은선 역
다산책방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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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소설 《오베라는 남자》로 화려하게 데뷔, 소포모어 징크스 없이 두 번째 소설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내며 연타를 날리더니 세 번째 소설 《브릿마리 여기있다》로 신드롬의 주인공이 된 '프레드릭 배크만'.  일러스트화한 주인공의 특별한 표정과 파스텔 톤은 배크만의 작품임을 상징하는 콘셉트가 되었죠. 이번에도 어김없이 박오롬 작가와의 협업으로 의뭉스러운 브릿마리의 표정을 순간포착했습니다.

 

 

 《브릿마리 여기있다》는 전작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 달랬어요》의 등장인물 '브릿마리'와 '켄트'를 착출 해 (영화로 치자면) 일종의 '스핀오프(오리지널 영화 속 등장인물이나 상황에 기초해 새롭게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라고 할 수 있습니다. '브릿마리! 브릿마리?' 어째 익숙한 이름이라 긴가민가 했던 이유가 밝혀집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차기작은 《브릿마리 여기있다》에서 등장한 소도시 하키 선수를 주인공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우리는 배크만의 치밀하고 영민함에 반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오베-엘사-브릿마리까지 미세한 연결고리를 가진 한번 빠지면 계속 읽을 수밖에 없는 마약 소설에 중독되었지 뭡니까.

 

다시 《브릿마리 여기있다》로 돌아와서, 배크만의 소설 속에는 과도하리만큼 세상을 삐딱하게 보는 캐릭터가 늘 주인공입니다. 오베, 엘사 그리고 브릿마리까지. 무언가에 극도로 중독되어 있거나 누구와의 소통도 꺼리는 외골수지만  속 마음은 따뜻한 '내유외강' 스타일인데요.

주인공 '브릿마리'는 타고난 결벽증으로 팩신과 과탄산수소 과잉 사용자이며, 남편 켄트의 말은 곧 법이라는 신념으로 살아온 우물 안 개구리입니다. 40년 동안 동네를 벗어난 적 없는 브릿마리. 허나, 남편의 불륜으로 어쩌다 보니 보르그의 레크레이션 센터 관리인으로 취직하게 되죠.  그곳은 한때 융성했으나 지금은 몇몇 주민들이 남아 지키고 있는 죽은 도시. 동네에 하나 뿐인 가게(우체국 이자, 피자가게, 자동차 정비소, 보건소 등등)를 비롯해  외지인 브릿마리를 격렬히(?) 맞아줍니다.

 

브릿마리는 어릴 적 완벽했던 언니를 잃고  덤으로 살아가는 인생이란  죄책감과 책임감으로 마음의 문을 닫았습니다. (재혼이었던 )켄트와의 결혼도 사랑보다는 의무적으로 한  후 모두 의지하는 수동적인 여성이 되었습니다. 결국 남편이 없으면 요 앞 슈퍼도 가지 못하는 브릿마리. 하지만 이제 그 그늘에서 벗어나 자아를 찾아 인생 일대의 사건과 조우하게 됩니다.

"예전에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우리가 축구를 사랑하는 이유는 본능적이기 때문이다. 공이 길거리를 굴러 오면 발로 찰 수밖에 없지 않은가. 우리가 축구를 사랑하는 이유는 사랑에 빠지는 이유와 같아. 피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P149

맨유를 응원하는지 리버풀을 응원하느냐에 따라 알 수 있는 성향이라든지, 해학적인 웃음을 유발하는 기발한 비유라든지, 까칠한 주인공과 우정을 나누는 동물이라든지(오베-고양이, 엘사-강아지, 브릿마리-생쥐) 배크만의 소설임을 상징하는 장치를 확인하며 읽다보면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에 닿습니다.

모든 열정은 어린애 같다. 진부하고 순수하다. 후천적으로 터득하는 게 아니라 본능적인 것이기에 우리를 압도한다. 우리를 뒤집어놓는다. 우리를 휩쓸고 간다. 다른 모든 감정은 이 땅의 소산이지만 열정은 우주에 거한다.
열정이 의미 있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그게 우리에게 무엇을 주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요구하느냐, 그것이 관건이다. 인간으로서의 품위. 곤혹스러워하는 사람들의 표정과 잘난 척 고개를 젓는 그들의 반응.

P382

축구라면 누구보다도 싫어했지만 보르그의 유일한 희망 '축구팀'을 위해 코치가 되기도 하고, 운동장을 만들어 달라고 건의하기도 하며, 아이들의 대모이자 리더를 자처하며 자신의 삶을 시작하는 브릿마리. 육십 평생을 살았지만 성장을 멈춘 자아는 보르그의 아이들과 함께 조금씩 자라납니다. 배크만의 마법에 빠진 독자들은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 한 뼘 더 커버린 자신을 발현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죠.

 

앞으로 우리는 또 얼마 동안이나 배크만의 마법에서 허우적거릴까요. 벌써부터 다음 작품이 기다려집니다. 스웨덴의 블로거이자 저널리스트였던 프레드릭 배크만을 세계적인 작가로 만들어 준 원동력은  소외된 계층에게 비추는 스포트라이트였기 때문입니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세상은 흉흉해지고 있습니다. 웃을 일 없는 날이 이어지고 있지만 우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 하는 존재입니다. 오베와 엘사의 매력에 빠졌더라면 브릿마리 또한 자연스럽게 빠져들 수 있을 것입니다. 한 해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연말,  유쾌한 소설 한편으로 가슴 훈훈하고 즐거움이 가득한 한 해를 마무리해보는 것도 무미건조한 일상을 버텨내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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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하게 위대하게, '리처드 도킨스'를 탐독할 시간《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2》 | 책리뷰 2016-12-11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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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2

리처드 도킨스 저/김명남 역
김영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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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서 들려준 독특한 유년시절과 옥스퍼드 재학 시절,  《이기적 유전자》의 탄생 비화를 접했다면, 본격적으로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2》 (나의 과학 인생)을 탐독해 봅시다.

2016년은 《이기적 유전자》가 출판된 지 40년이 되는 의미 있는 해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도킨스를 유명하게 만들어준 책은 아직도 진화생물학의 교본이자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전설이 되었는데요. 대중과 학계의 주목을 두루 받는 사람도 흔치 않기에 회고록에 관한 관심이 뜨거운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책에서는 출간 후 교수로 살면서 세계 곳곳을 누비며 강연과 학회를 참석하는 도킨스, 펠트를 뽑을 때의 엄격한 자실 심사, 동료 교수들과의 일화, 나라별로 출간된 책들의 에피소드, '밈'의 탄생, 세 번째 아내 랄라와 함께하는 즐거움을 담았습니다.

 

 

그의 아내 사랑은 책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요. 누가 진화생물학자 아니랄까봐  <닥터 후>에 출연 배우였던 아내 랄라가 직접 디자인하고 손으로 그린 동물무늬 넥타이를 매고 다니는 아내 바보의 모습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강렬하고 딱딱한 지적인 이미지와 달리 책은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독자와의 소통을 리드합니다.

 

 

 

​동물들이 취하는 모든 결정은, 행동에 관한 결정이든 (가령 근육을 언제 당길 것인가) 발달에 관한 결정이든 (몸의 어느 부분을 다른 부분보다 좀 더 키울 것인가), 모두 제한된 자원을 상충하는 요구들에 어떻게 할당할까 하는 경제적 결정이다. (중략) 우리가 눈 돌리는 모든 곳에 경제학이 있다. '마치' 비용과 편익을 의식적으로 저울질하는 것처럼 보이는 무의식적인 계산이 있다. 

P87

책은 본격적으로 교수로의 행보를 이어가며 만난 사람들과 에피소드를 다루는데요. 1941년 생 노학자가 겪은 75년의 인생은 동물들의 삶과도 많이 닮아 있었습니다. 동료  '제인 브록먼'과 스펙스 조롱박벌을 연구하며 동물의 삶을 통해 찾은  찾을 수 있었던 진화생물학 또한 책의 재미입니다. 서로 보완하는 지식과 기술들, 마음 맞는 동료들과 함께 하는 즐거움도 빠질 수 없습니다.

 

 

 

새로운 수프란 바로 인간의 문화다. 우리는 새로운 복제자에게 이름을 지어주어야 한다. 그 이름은 문화 전수의 단위, 혹은 모방의 단위라는 개념을 전달하는 명사여야 한다. 적절한 그리스어 어원을 따르자면 '미밈(mimeme)'이라는 단어가 떠오르지만, 나는 '유전자 (진 gene)'와 발음이 비슷한 단음절 단어를 원한다. 내가 미밈을 밈으로 줄여도 부디 고전학자 친구들이 용서해주길. 위안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대신 '메모리'와 연관된다고 생각해도 될 테고 프랑스어 '멤'과 연관된다고 생각해도 된다. 발음은 '크림'과 운이 맞게 해야 한다.

P544

'밈(meme)'은 《이기적 유전자》에서 등장하는 말로, 유전적 방법이 아닌 모방을 통해 습득되는 문화요소라는 뜻인데요.  문화의 전달도 유전자처럼 복제 역할을 하는 중간 매개물이 필요해 이 역할을 하는 정보의 단위, 양식, 요소가 밈이 되는 것입니다. 이렇듯 도킨스는 과학자이면서도 문화 인류학자, 인문학자 등 경계를 넘나드는 멀티태스킹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지적 호기심의 한계가 어디인지 질문을 던지게 하는 대목입니다.  

 

사실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1,2》는 도합 1000페이지가 넘는 두께만 보더라도 쉽게 손이 가지 않는 책이긴 합니다. 그 방대함과 볼륨감에도 불구하고 (과학적인 지식이 부족한 독자들도) 어려움 없이 페이지를 넘길 수 있습니다.  이유는 '톰포슨'과 '피터 메더워'에게서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글쓰기 스타일과  유머를 늘 곁에 두고 삶의 양념처럼 즐기고자 하는 도킨스 인생론이 낳은 결과물이 아닐까 합니다.

 

 

지루해질 때면 새 챕터를 알리는 표지와 사진이 등장해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이런 방식은 두꺼운 서적을 읽기 어려워하는 독자들에게 유용합니다. 독서를 한다는 일은 요즘 같은 시대에 사치나 계륵 치부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은  긴 마라톤에 참가하는 독자들에게 페이스 조절을 돕는 이온음료와도 같은데요.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완독을 독려하는 기폭제로 작용해 효과적입니다.

 

출간된 여러 책들(이기적인 유전자, 눈먼 시계공, 만들어진 신 등)의 개념도 기본적이나마 정리되어 있기 때문에  교양을 쌓기에도 좋습니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그의 허심탄회함, 소심함, 아내를 향한 마음, 동료들과의 우정 등 사적인 영역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진화를 거듭하는 유전자의 비밀을 밝히며 신은 만들졌음을 과학적 이론으로 증명한,  스스로 삶을 진화해 온 '리처드 도킨스'의 모든 것을 탐독할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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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하게 위대하게, '리처드 도킨스'를 탐독할 시간《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1》 | 책리뷰 2016-12-11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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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1

리처드 도킨스 저/김명남 역
김영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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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이름을 한 번이라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물론 책은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말이죠. 《만들어진 신》, 《이기적 유전자》, 《눈먼 시계공》 등  수십 년 동안 다양한 저술활동으로 과학계의 포스트 다윈으로 불리는 리처드 도킨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75년 (1941년 케냐 출생) 인생을 돌아보는 방대한 대서사시《리처드 도킨스 자서전》를 발표했습니다. 일종의 '리처드 도킨스' 종합선물세트'인 셈입니다.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1》은 그가 그동안 드러내지 않았던 아프리카에서의 유년 시절과 옥스퍼드에서의 생활이 담겨 있습니다. 아프리카가 영국의 식민지였음을 안다면 백인인 그가 아프리카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는지 파악할 수 있죠. 도킨스 집안의 내력, 그리고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이기적 유전자》가 나오기까지의 일화를 들어볼 수 있습니다.

 

백발이 송송한 노 교수가 말하는 유년 시절을 곱씹습니다. 삶의 영감을 주고, 지적인 허기를 달래주던 아프리카에서의 시간이 그의 근간이 되었음을 인정하고 있는데요. 대자연의 보고서인 아프리카 대륙은 자연학자의 떡잎을 알아차린 최초의 선생이었던 거죠.


리처드와 윌리엄 월터는 나중에 다른 농장에서 새끼 사자 두 마리와 함께 놀곤 했다. 사자들은 다 큰 래브라도만 한 크기와 무게였으며 (다리는 더 짧았다), 거칠고 힘이 셌다. 그래도 리처드와 윌리엄은 재미있어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은공 언덕으로 소풍도 갔다. 길이 없는데도 키 작은 잡초 사이로 차를 몰로 올라갔다. 언덕은 서늘하고 높고 멋졌다. 하지만 그것은 멍청한 짓임에 분명했다. 언덕 여기저기 물소들이 떼 지어 다녔기 때문이다.
P58

 

어머니가 떠올리는 과거 웃지 못할 사건들로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위의 삽화는 암사자가 소파에 누워있던 상황을 묘사한 것인데 훗날 어머니의 실력으로 그려졌습니다. 마치 동화를 보는 듯한 어머니의 그림은 놀라울 정도로 매력적입니다.

강의의 목적은 정보 전달이어서는 안 된다. 그 목적이라면 책도 있고, 도서관도 있고, 요즘은 인터넷도 있다. 강의는 생각을 고취시키고 자극해야 한다. 훌륭한 강사가 내 눈 앞에서 혼잣말처럼 중얼거리고, 어떤 생각에 도달하려고 애쓰고, 가끔은 난데없이 나타난 멋진 생각을 잡아내는 광경을 구경하는 것이다. (중략) 우리는 이런 모습을 모델로 삼아서 어떤 주제에 대해 생각하는 법과 그 주제에 대한 열정을 남에게 전달하는 법을 배운다.

P209

그후 옥스퍼드에서 본격적인 동물학을 배우며 도킨스의 지적 호기심은 폭발합니다. 특히 옥스퍼드의 독특한 교육제도인 '튜터(개인 지도, 튜토리얼 Tutotial)'를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되는데요. "옥스퍼드가 나를 만들었다"라며 튜터 제도에 얽힌 일화도 소개합니다.

튜터 제도는 교수와 학생이 대화를 통해 지식이나 이해의 깊이는 더해가는 교육방식으로 교수와 학생의 개인 교습이라 이해해도 무방합니다. 이 제도는 교수와 학생의 상하관계에서 오는 벽을 허물고 수평적인 관계인 협력 파트너를 형성해, 서로 성장하는 계기가 됩니다. 도킨스는 옥스퍼드 재학 당시 좋은 교수들과 만나면서 스스로에게 다향한 질문들 던지고 답을 찾는 방법을 구축합니다.

 

​유전자는 어떤 의미에서 불멸이다. 유전자는 세대를 거치면서도 계속 살아남고, 부모에서 자식으로 전달될 때마다 뒤섞인다. (중략) 유전자는 자신에게 필요한 집을 스스로 짓는다. 그 집은 일시적이고 유한하지만, 유전자에게 필요한 기간 동안만큼은 충분히 효율적이다... 그러니 만일 우리가 '이기적'이라느니 '이타적'이라느니 하는 표현을 쓸 수 있다면, 신다윈주의적 정통 진화 이론이 기본적으로 예상하는 바는 유전자가 '이기적'이라는 것이다.

P339

 

그 후  《이기적 유전자》가 출간되면서 다양한 강연과 학회에서 겪었던 일화, 책의 탄생 비화도 자세히 기술되어 있습니다. 불멸의 유전자가 진화의 핵심이라는 발상은 '찰스 다윈'의 신봉자인 리처드가 일생일대를 바쳐 인류에게 준 두 번째 불씨입니다. 유전자의 비밀을 밝히는 혁명과도 같은 계기가 되었기 때문인데요.  이 이론은 인류에게 불씨를 훔쳐 가져다준 '프로메테우스'와 비견된다는 생각입니다.

 

한국에서는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이란 제목으로 동시에 출간되었지만 영국에서는 2년이란 시차를 두고 출간되었고, 영국판, 미국판, 한국판의 제목이 다른 점도 옮긴이의 말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어쨌거나 저 쨌거나 (리처드 도킨스  생전에) 스스로 개인의 역사와 인류에게 미친 영향을  회고했다는 점은  고무적인 일입니다. 무신론자인 도킨스를 주저 없이 신으로 받들고 있는 전 세계의  독자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멋진 기쁨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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