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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교수가 필자라 고른 근대사-근대사 산책 | 전체보기 2015-05-25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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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한국 근대사 산책 1

강준만 저
인물과사상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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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교수 정말 대단하다. 집필해서 책 내는 거 보면 밥은 먹고 다니시나, 잠은 언제 주무시나, 궁금할만큼 정말 쉬지 않고 책을 내서 엄청난 수의 책을  펴냈다. 이분만큼 오지랖 넓은 지식인도 드물지 않을까 싶을만큼 교육, 부동산, 계층 이동 등  한국사회의 여러 문제점에 대해 쉴 새 없이 붓으로 지적질(!)을 하고 있다.

나는 강준만 교수에 대해서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 언론 쪽에서 일했던 친구한테 듣기를 원고 부탁드리면 정말 칼같이 마감을 지키신다는 말을 들은데다, 현실 참여적인 발언을 많이 하면서도 정치판에 기웃거리거나 정치인에 줄을 대려고 하지 않아서다. 처신이 깔끔하고  폴리페서가 아니라 지식인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런 강준만 교수가 근대사 책을 냈고, 그 뒤 현대사까지 그것도 2000년대 최근래편까지 펴낸 것을 보면 책 제목은 산책인데 질주하는 느낌이 든다. 그만큼 의지와 열정을 갖고 우리 역사를 조명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리라.

19세기말 조선말 역사가 얼마나 지난하고, 답답한데 하는 생각과 함께 강준만 교수는 전공자가 아닌데다 집필 활동으로 바쁜 분인데, 이 시기 역사를 어떻게 펼쳐갈지 기대와 함께,이 시기의 역사는 읽을 때마다 사람 속 터지게 한다는 걸 알기에 각오부터 단단히 다졌다.

 

한국 근대사 1편은 천주교 박해에서 갑신정변까지 다루고 있는데, 뜻밖인 점이 눈에 들어왔다. 일필휘지로 강준만 교수의 의견을 토해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여러 학자의 주장을 소개하고 있었다.조심스럽다고 할까, 신중하다고 할까. 이태진의 의견도 자주 보이고, 정옥자 등 국사학계의 거목은 물론이고, 이이화같은 재야학자의 견해도 실려있다. 이 시기는 기록이나 자료가 많이 남아있을테니,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에 대해 이견이 적을 줄 알았는데, 사실관계는 물론이고  해석의 차이나 제법 드러났다.

인문학의 특성이기도 하거니와, 이 당시 복잡했던 국내외 사정을 감안하면, 이견이 다양하게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 근대사 산책1의 목록만 훑어봐도 이 당시 벌어졌던 상황이나 사정이 눈에 보였다. 목차를 보는 동안 천주교 박해,동학, 대원군,개항, 근대 언론, 개화파 등이 키워드로 떠올랐다. 사건들이 끊이질 않고 꼬리에 꼬리를 물던 시절, 제국주의가 성행하던 시절 조선은 물가에 내놓은 아기처럼 국제 관계에 미숙했고, 국제 역학구도 상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농후했으니. 그런 가운데 일, 청, 러 사이에 끼어서 동네북신세가 돼가고 있었다.

 

이 책을 읽다보니 고종에 대해서 여러 모로 달리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게 됐다.  그 전보다는 덜 미워하면서, 이 당시 고종의 역할에 대해서 궁금해진 것이다. 어렸을 때에는 아버지 대원군에, 성인이 된 뒤에는 아내인 민비에 끌려다녔던 무능한 군주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 책을 보면서 고종이 완전 무기력한 군주는 아니었구나 싶어서 조금은 그를 이해해주고 싶어지기도 했다. 고종이 볼꼴 못볼꼴 얼마나 많은 일을 겪었는지.

 

갑신정변이 삼일천하로 막을 내린 뒤 개화파들의 행적은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다. 일본으로 망명한 김옥균은 끝까지 조선의 개화를 포기하지 못했지만 일본은 이미 그에게 무관심해졌다. 그는 이미 용도폐기된 인물이었던 것이다.

 

하루도 바람잘날 없었던 19세기 말, 그 시기의 역사를 보는 것은 괴로울 때가 많지만, 생각보다 담담하게 읽어갈 수 있었다. 흥분이나 분노를 덜어내고 냉정하게 역사를 생각해보게 된다.

조선 백성들이 처음 성냥을 봤을 때 놀라기도 했지만 이내 성냥은 인기상품이 되었다. 그 장면을 상상해보니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웃을 일이 아닌게 성냥같이 간단하면서도 간편한 상품 하나 제대로 생산할 수 없었다는 것이니.이 시기에 이미 조선이 망국으로 향하는 비극은 싹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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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인줄 알았는데 감성어린 단편소설집 같았다-그녀의 시간 | 전체보기 2015-05-22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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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그녀의 시간

한귀은 저
예담 | 2015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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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면이라 얼굴이나 표정이 제대로 보이진 않지만 표지에는 30대쯤 돼 보이는 여인이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들뜬 기분으로 밖을 보는 시선이 아니라 세상풍파를 겪은 여자같았는데 그 모습이 '그녀의 시간'이란 제목하고 잘 어울려 보였다. 지나온 자신의 시간들을 돌아보는 것 같아서.

표지에 실린  작가가 인문학자임을 밝혀놓은 글이 명기돼 있길래, 에세이인줄 알았는데 읽고보니 에세이보다는 소설에 가까운 내용이었다. 각 단편의 주제에 어울리는 그림이 부록처럼 곁들여진  단편집같다고 할까. 그런데 소설이 아니라니. 필자가  프롤로그에서 미리 밝혀두길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고 해서 의외였다. 살짝 거짓말은 섞었어도 겪은 이야기, 들은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의 쟝르는 뭐지? 소설형식을 빌려온 에세이인건가? 형식이야 어찌됐건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었다. 이렇게 소설같은 방식을 취해서 여자들의 성장에 관해 말하고 있다. 

 

'그녀의 시간'을 관통하고 있는 소재는 여자들이 지나온 혹은 앞으로 겪게 될 나이대의 시간이다. 십대부터 육십대까지. 다른 연령대는 작품이 하나인데, 삼십대만 이야기가 둘이다. 아무래도 우여곡절이 많은 시기라 두 가지 이야기를 담은 것이겠지.

작가가 인문학자라는 것을  내가 너무 강하게 의식하고 있었나보다. 글이 논리적으로 주제를 풀어갈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감성적이었다.

문득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방송 '복면가왕' 생각이 났다. 출연자가 복면을 쓰고 나와 노래하는 프로그램이다. 누군지 모르니, 인기나 경력, 평판 등 선입견 없이 노래에 집중해서 듣게 하는 취지인데, 인문학이라는 말에 혹한 나머지 선입견을 가졌던 모양이다.

 

도벽이 있는 이십대 기간제교사 명은, 사촌지간인 서언과 동희언니, 별거 중인 진숙, 사춘기 시절 첫사랑이 없었지만 상상해서 만들어내는 안하영, 화통하고 포근한 50대 과부 미자, 아버지를 처음 만난 날 나를 갖게 된 엄마, 아흔넘은 치매 엄마를 모시고 사는 60대 독신 여교수. 모두 일곱 편의 여성 이야기인데 이들은 모두 직업이나 부부사이, 모녀 관계 등 관계 혹은 자신을 옥죄고 있는 문제와 부대끼고 있었다.

 

그런데 명은 외에는 자신을 괴롭히는 현실에 크게 망가진다는 느낌이 안들고, 잘 헤쳐나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크게 걱정이 되지 않았다. 씩씩하게 잘 이겨내고 어른스럽게 혹은 엉뚱하게라도 헤쳐나가고 있었다. 심리적으로 크게 흔들리는 모습은 아니었다.명은은 빼고.

명은은 좀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스타일이었다. 기간제라도 교사인데 저러다 발각이라도 되면..아니나 다를까 백화점에서 잡힐 뻔한 적도 있었다. 스스로는 백화점에서 물건을 훔치는 것을 '헌팅'이라고 명하고, 스스로를 사냥꾼이라고 여기지만, 흥미로운 것은 마음을 준 물건을 사냥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마음을  준 동물을 죽여 사냥할 수 없듯이..아무 애정없는 물건은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훔치는 그 심리란..

명은은 물건을 훔칠때 짜릿했을까. 희열을 느꼈을까. 요즘 20대 젊은이들은 삼포세대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 미래에 대한 불안때문에 즉 희망이 없어서 포기한다는 것이다.

 

명은의 결말은 의외였다.희망을 발견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얼굴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직시하는 것이었다. 열등감 느끼고 패배의식에 젖어있는 자신의 현실을,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 것이다.

 

'그녀의 시간' 속 여성들이 마음에 들었던 것은 등장인물들이 징징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불행 혹은 불운 에 자신을 휩쓸려가게 하지 않는다는 것. 부족하고 모자란 자신까지 결국에서 자신을 긍정하는 모습이 아름답기까지 했다.

 

특히나 마지막 편에서 육십줄 독신 여교수가 구십 줄 치매 엄마와 살면서 느끼는 행복감이란! 그 행복감이 인상깊게 눈에 들어왔고 동시에 그런 감정에 충분히 공감한다.

 

  자신은 엄마를 위해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청상이 된 엄마가 나를 혼자 기르신 것이 당신의 삶이며 행복이었듯, 나도 엄마 옆에 이렇게 있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309쪽)

 

나 역시 엄마하고 둘이 살고 있는데, 요즘 엄마가 건강이 안 좋지만 그래도 함께 할 수 있어서, 모녀가 함께 늙어갈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여러 번이었으니. 엄마 옆에서 내 삶을 산다는 표현에 적극 공감, 동의하게 된다.

 

'그녀의 시간'은  물리적인 나이의 문제가 아니었다. 언제나 어디서나 자신부터 사랑하고, 자신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흔들리지 않고 바로 서야 넘어지지 않고 균형을 잡을수 있는 법이니.

성공이 아닌 성장은 바로 불안과 혼돈 속에서 쓰러지지 않고 균형을 잡는 힘! 그 힘을 갖게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내공이다.

 

중간 중간 들어가있는 그림 중 몇 점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보다가 나도 덩달아 그림 속 시선을 따라 바라보기도 했다. 그중 아서 해커의 '갇혀 버린 봄'은 특히나 눈에 쏙 들어왔다.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눈을 위로 들어 두시 방향 쯤 되나, 먼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이라도 내 쉴 것 같았다.' 갇혀버린 봄'이란 제목에서부터, 또 시선이나 표정을 통해  등장인물의 심리가 드러나는 것이겠지.

 

이 책에서는 섬세하게 등장인물의 심리를 포착하는가하면 감성어린 표현도 돋보였다.여성특유 감성과 공감력이 곳곳에서 묻어나왔다.  그래서 인문학자라는 표현을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지 않았을까 싶었다. 인문학이란 단어 때문에 책의 성격이 오히려 애매해졌다고 할까,  인문학적 메세지를 찾느라 필요이상으로 진지하게 읽은 것은 아닌지. 편하게 공감대를 찾으면서 읽을 수 있게 독자에게 맡겨두었으면 좋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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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조선사 관련 신간 | 볼꺼리 2015-05-20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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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조선사 관련 신간을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표지가 한눈에 들어오는군요. 제목을 한자로,

혹은 세로로 표기한 표지가 몇 권 눈에 띄는데, 아무래도 한문제목 혹은 세로 표기는 고답적이라고 할까요, 고풍스럽다고 할까요. 대학교 교재스러운 느낌이 나기도 하구요.

그런가하면 그림이나 사진 없이 오로지 글자로만 제목을 표시해놓은 경우에는 내용을 정석적으로 혹은 원론적으로 다룬 책이 아닐까하고 지레짐작하게 됩니다. 야구로 치면 직구로 승부하는 스타일이요.

 

이번 달 신간 중 개인적으로 관심이 가는 책은 '미술품 콜렉터들'과 '유성룡인가 정철인가' 이구요,

이영애씨가 오랜만에 출연하는 드라마'사임당'의 원작도 있네요.

 

 

조선문명사사화와 반정의 시대조선 선비들의 답사일번지

자산 안확 저/송강호 역주/우리역사연구재단    김범 저/역사의 아침  최석기 저/경상대학교 출판부    

 

역사가 의학을 만났을 때조선후기 영남 남인 연구18세기 영남의 한문학

황상익 저/푸른 역사              우인수 저/경인 문화사     계명대학교 한국학연구원/계명대학교 출판부

 
미술품 컬렉터들경복궁이 불타다조선국의 모든 것

김상엽 저/돌베개                   홍순래 저/어문학사           샤를 달레 저/정기수 역/탐구당

 

 

영조의 독서와 학문정조이산어록

 정재훈 저/한국학중앙연구원     고전연구회  사암, 송인순 공저/포럼

 

 

유성룡인가 정철인가역사 속의 이순신, 역사 밖의 이순신사임당

    오항녕 저/너머 북스         방성석 저/행복한 미래         임해리 저/인문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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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우외환의 조선, 나라 꼴이 말이 아니었다-조선왕조실록 19 고종편 | 전체보기 2015-05-19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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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9

박시백 글,그림
휴머니스트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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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후반의 조선은 망조일보 직전의 풍비박산 난 나라였다. 안에서 그동안 곪아있었던 해묵은 문제들이 끊임없이 터져나왔고, 개화를 추진하면서 새로운 문제점 또한 불거졌다. 밖으로는 제국주의 열강들이 조선을 두고 경쟁적으로 노리고 있어서, 한마디로 내우외환에 시달렸는데, 거기에 왕실에서는 콩가루성 권력다툼까지 벌어졌다. 시아버지인 대원군과 며느리인 민비가 앞서거니 뒷거거니 외세를 끌어들이면서 권력다툼을 벌이면서 몰락해가는 조선의 운명을 더욱 부채질했다.

 

고종시대는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원군이 섭정하던 시절부터 그뒤 고종 친정 이후에는 깊어질 대로 깊어진 봉건제의 모순에 또 개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외세의 야욕 등 그야말로 매일 매일이 사건의 연속이었다.

고종만큼 파란만장한 일을 겪은 왕이 또 있을까.어렸을 때에는 아버지가 섭정했고, 개화를 지원해주었지만 정변으로 실권을 빼앗기는가하면, 동학농민들이 파죽지세로 올라오는 것도 겪었고, 아버지 대원군과 중전 민비 사이의 권력다툼 또한 치열했다. 러시아 공사관으로 대피하는가 하면, 프랑스와 미국 배들의 공격도 당하고, 아내 민비를 일본인에게 잃었다.

 

평범한 사람도 아닌 일국의 국왕으로서 이 정도의 우여곡절을 겪었다면 이미 조선은 나라라고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이런 혼란기를 살아가는 백성들은 또 무슨 죄인지. 얼마나 혼란스럽고 고생을 했을지. 고종시기에 일어난 사건들을 보면 너무나 많은 일들이 벌어져 손으로 세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대원군은 개혁을 시도했지만 어디까지나 새발의 피였고, 실기를 했다. 서원을 철폐하는 등의 개혁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그리고 그 방향 역시나 복고적이었지, 근대화를 지향하는 미래 지향적인 방향은 아니었다.

박시백은 고종의 개화에 대한 의지나 노력을 평가하는 쪽이다. 하지만 당시 왕을 비롯해서 조선 지배층은 국제 정세에 어두운데다 제국주의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강화도 조약을 비롯한 실제 조약에서는 우리에게 불리하게 체결하는 우를 범했고, 이후 맺어지는 조약은 불평등 조약이었고, 그 뒤 외국 상품들이 몰려왔고, 조선의 쌀같은 원자재들은 헐값으로 외국에 팔게 되면서, 쌀값이 오르고, 물가가 치솟는 등 그 고통은 백성에게 바로 전가되고 말았다.

민비는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외세를 끌어들이는 망국적 행위를 마다하지 않았으니, 도둑을 불러들인 셈이었다.

일본, 러시아, 청나라 등 외세들은 수시로 조선에 영향력을 확대하려했고, 자국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조선의 내정에 간섭하려 했다.

 

조선은 이미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모를 정도로 모순이 깊었다.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나 세계사의 흐름을 보더라도, 조선 봉건제는 이제 그 수명을 다한 낡은 체제였다. 탈봉건과 탈외세, 자주적 근대화가 당시의 시대적 소명이었음에도 조선은 이미 선택의 폭이 별로 없었다. 조선의 손으로 조선의 운명을 결정해야 하는데, 외세들이 조선의 정국에 깊게 개입해 그럴 수가 없었다. 조선의 운명이 조선인의 손에서 떠나버린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민비에 대해서다. 민비가 '나는 조선의 국모다'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 외세에 저항하다 일본 낭인의 손에 죽음을 당한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일부 대중들이 있는 것 같아서. 

본질은 그게 아니었다. 자신의 권력을 위해 외세를 끌어들여 동학농민운동을 진압하는 등 조선의 운명이나 백성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던 것은 민비 자신이었다. 민비가 청, 러, 일 외세 사이에서 줄을 타자 일본에서 그녀를 시해한  것이었다.

일본의 만행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민비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고 넘어가야 한다. 민비는 오로지 자신과 민씨 일가의 권력을 위해서 외세를 이용한 것이었다. 그러니 '나는 조선의 국모다'라는 감성적인 문장으로 민비를 이해해줄 필요가 없다. 집권을 위해 외국 군대를 불러 자국 백성을 죽이고 진압하게 하는 국모라니. 국모라면 해서는 안될 만행이었고, 그녀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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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서평단 모집] 나오미와 가나코 | 스크랩 2015-05-19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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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덤하우스 출판사입니다.

 

 

 

오쿠다 히데오만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서스펜스

당신도 이 여자들을 응원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 한 줄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유머와 페이소스를 장착한 최고의 스토리텔러 오쿠다 히데오의 신작 장편소설 나오미와 가나코가 예담출판사에서 출간됐다. 오쿠다 히데오가 고도의 서스펜스 스타일로 새롭게 변신을 시도한 이 소설은 오다 나오미시라이 가나코라는 강력한 두 여성 캐릭터가 남편의 폭력에 대항하여 클리어런스 플랜(clearance plan)을 치밀하게 계획하고 단호하게 실천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시종일관 소설의 분위기를 장악하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결말을 예상할 수 없는 이야기를 단숨에 이끌고 나가는 두 여성은 오쿠다 히데오가 구축하는 캐릭터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 소설은 나오미와 가나코를 통해 오쿠다식 여자들의 하드보일드란 어떤 것인지 긴장감 넘치게 제시하면서 오쿠다 월드를 사랑하는 독자들이 바라는 기본적인 기대감까지 충족시킨다. 속도감 있는 전개, 탄탄한 문장력과 구성력, 고도로 계산된 흡인력, 허술해 보이는 트릭조차 사실은 치밀하게 배치된 복선이었음을 뒤늦게 깨닫게 하는 반전 등은 그야말로 마지막 한 줄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서스펜스를 즐길 수 있게 해준다. 그동안 오쿠다 히데오는 웃음기와 넉살로 진한 페이소스를 불러일으키는 풍자물과, 웃음기를 걷어내고 진지하게 접근하는 사회물로 나누어 작품 활동을 해왔는데, 이 소설은 두 경향을 통합한 최상의 결과물이다.

 

 

어린 시절 폭력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나오미와

오늘도 폭력에 숨죽이며 짓눌려 있는 가나코,

더 이상 폭력을 용서할 수 없는 두 여자의 완벽한 반격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상습적인 폭력을 가하는 아버지로 인해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백화점 외판부 여직원 나오미. 현재 남편이 휘두르는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가정주부 가나코. 나오미는 친구 가나코가 남편의 무자비한 폭력을 벗어날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공포에 짓눌린 채 살고 있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된다. 친구를 짓밟는 남자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나오미는 가나코를 대신해 클리어런스 플랜(남편 실종 계획)을 세운다. 게다가 모든 상황이 절묘하게 맞물리며 유리하게 진행되어가는 이 플랜이 마치 운명 같다고 나오미는 생각한다.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던 가나코도 폭력의 지옥에서 벗어나는 길은 남편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방법밖에 없다는 데 동의하면서 완벽한 실행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남편을 살해하고 암매장하여 단순 실종으로 처리하기까지, 모든 경우의 수를 치밀하게 계산한 완전범죄라고 믿었던 플랜의 허점들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나오미와 가나코는 시시각각 궁지에 몰리게 된다.

나오미와 가나코는 크게 나오미 이야기가나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클리어런스 플랜을 제안하고 준비하고 실행하는 과정은 나오미 이야기에서, 이후 플랜의 최종 완성을 위해 그들이 모의한 갑작스러운 실종에 뒤따를 수밖에 없는 사후 대처와 주변 인물들의 의혹 어린 시선에 끈질기게 맞서는 과정은 가나코 이야기에서 그려진다. 두 여자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영화 <델마와 루이스>를 연상시키는데, 사건이 전개될수록 이야기의 향방이 달라지면서 그 결말도 좀처럼 예측할 수 없어져 마지막 한 줄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된다. 그것은 독자뿐만이 아니다. 오쿠다 히데오조차 사실은 그 결말을 어떻게 할지 끝까지 망설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소설은 독자의 마음까지 롤러코스터에 태우고 달리는 듯한 속도로 최후의 순간까지 절정을 향해 치닫다가 한순간에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안기며 비로소 안도감을 선사한다.

 

 

우리는 절대 잡히지 않아!

남편을 제거하는 데 한 줌의 후회도 가책도 망설임도 없다

 

나오미와 가나코의 주요 관전 포인트는 여자들의 우정과 의리, 그리고 여성 캐릭터들이 분출하는 에너지에 있다. 그중에서도 나오미와 가나코가 끝내 잡힐 것인가’, ‘잡히지 않을 것인가하는 궁금증이 스릴을 배가시키며 독자를 가장 가슴 졸이게 한다. 가나코의 남편을 살해하고 업무상 횡령죄로 해외 도피라는 동기를 마련해뒀지만, 남편의 여동생인 핫토리 요코는 오빠의 실종에 석연치 않은 점들을, 그들이 전혀 염두에 두지 못한 점들을 하나씩 제기하며 물고 늘어진다. 성공 지향적인 독신 커리어 우먼으로 강력한 집념을 발산하는 요코가 집요하게 추적하는 의혹들은 완벽한 줄 알았던 클리어런스 플랜에 조금씩 구멍을 넓히며 그들을 압박해 들어온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점은, 어쨌거나 나오미와 가나코는 살인죄를 저지른 범죄자인 데다가 한 줌의 후회도 가책도 망설임도 보이지 않는데도 어느새 독자 역시 공범이 되어 제발 잡히지 않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 소설은 가정 폭력남편 살해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중심으로 세상을 안전하게 돌아가게 하는 사회적인 장치들이 사실은 얼마나 허술한지를 입증하여 현대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가정 폭력이 육체에 남기는 상처와 고통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지만, 정신에 새기는 상처와 고통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극단적인 선택을 강요한다. 사회는 가정 폭력에 희생되는 개인을 지켜주지 못하고, 개인은 살아남기 위해 사회제도의 허점들을 이용하여 스스로 안전해질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한다. 하지만 그렇게 나오미와 가나코가 반격한 방법도 실제로는 허술했음이 드러나고, 완전한 반격에 실패한 그들은 새로운 도전을 꿈꾸며 사회장치의 허술하기 짝이 없는 틈들을 한 번 더 교묘하게 파고든다. 이 거대한 농담은 오쿠다 히데오만이 구사할 수 있는 유머일 것이다.

 

 

 

오쿠다 히데오_ 1959년 일본 기후 현에서 태어났다. 잡지 편집자, 기획자, 카피라이터, 구성작가 등으로 활동했으며 1997년 서른일곱 살에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로 데뷔했다. 이후 2002인 더 풀로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으며 같은 해 방해로 오야부 하루히코상을, 2004공중 그네로 나오키상을, 2007오 해피 데이로 시바타 렌자부로상을, 2009올림픽의 몸값으로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을 받았다. 그 외에 주요 작품으로는 남쪽으로 튀어, 면장 선거, 스무 살, 도쿄, 쥰페이, 다시 생각해!, 침묵의 거리에서등이 있다.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은 쉽고 간결한 문체와 예민한 통찰력으로 현대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날카롭게 드러내면서도, 특유의 유머와 따뜻한 연민으로 그 속에서 살아가는 군상에 대한 인간애가 짙게 배어 있어 독자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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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미와 가나코

오쿠다 히데오 저/김해용 역
예담 | 2015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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