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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아 [ 뱀과 물] | 원숭이의 서재 2018-07-02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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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뱀과 물

배수아 저
문학동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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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만큼이나 기괴함을 평범함으로 둔갑시킬 수 있는 작가가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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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아 <뱀과 물> [8.5/10 : B2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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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이 낯설었고, 등장인물과 지명도 낯설었다. 그것은 국내 또는 국외 따위의 위치나 동양, 서양과 같은 문화적 차이 문제가 아닐 것이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꿈의 세계를 표현한 배수아 작가와 소통하며 <뱀과 물>을 읽어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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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과 물>은 일곱 편의 몽환적인 단편 소설을 엮은 배수아의 아홉 번째 소설집이다. 분명히 단편 소설집이라고 읽었는데 마지막 장까지 읽고 나니 이게 과연 단편이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지명, 같은 이름, 같은 숫자와 나이, 엄마와 아빠, 눈의 여왕, 갈 수 없는 그곳 반두와 내가 아닌 나, 비로소 나인 나, 한때 너였던 나, 그리고 남성이면서 동시에 여성이고, 어림과 동시에 성인이었던 나의 망상들이 <뱀과 물>의 일곱 단편에 녹아 끈적하게 늘어지는 피자 치즈처럼 손에 쥔 조각이 저 멀리 조각과 연결되어 있는 구조로 이야기는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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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이야기를 줄일 엄두가 안난다. 과연 <뱀과 물>의 내용을 정리하여 줄인다는게 가능은 한 것일까. 중요치 않다. 나는 숭고한 예술을 만나고 돌아왔다. 숭고한 예술을 굳이 좋은 압축 프로그램으로 단단히 압축하고 “나 어때?” 라며 되묻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느낀 그대로를, 정리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를 이야기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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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단편 이었고 이 책의 표제작인 <뱀과 물>에서의 김길라는 마스크로 가려진 두 악마(남성)에게 항문 성교를 당하는 일 보다 뱃창자를 뚫고 쏟아져 나온 자신의 누런 장기를 바라보는 것이 더 오욕적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 오욕 보다 더 두려웠던 것은 마스크를 벗어던진 두 남성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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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쓰기는 직관이라고, 당신이 말하지 않았나요? 그렇다면 꿈꾸기는?”(221p)
- “놀랍게도, 우리의 경험이란, 사실 우리의 직관이 눈에 보이는 형체를 입고 나타나는 것에 불과합니다.” (26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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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은 희면서 동시에 검었다. 모든 것이 될 수 있으나 아무것도 아니었고, 어쩌면 눈snow 아이는 눈eye 아이 였을지도 모른다.
이해하지도 못할 이야기들을 이렇게 재밌게 읽을 수 있을까. 읽는 내내 ‘이 책은 배수아다.’ ‘이 책은 배수아다.’ 를 반복적으로 생각했다. 여기에 작가라는 수식어는 굳이 불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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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배수아 작가는 이 글을 쓰기위해 온갖 종류의 약에 취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일곱 단편들은 무언가 비슷하면서도 또 오묘하게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를테면 첫 번째 단편에서 취했던 느낌과 두 번째, 세 번째에서 취한 느낌은 분명 다르다. 취한 강도가 다르고 느낌 자체도 다르다. 이 글은 보통의 사람이 제정신으로 쓸 수 있는 글은 분명 아닐게다. 약에 취해 흐느적거리다 이내 듣던 음악의 타악과 현악이 분리되고 그렇게 모든 악기 소리가 분리되었으며 투명한 보컬의 소리가 머리 위 어딘가를 맴돌 즈음, 배수아는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어제와 다른 약에 취해 오늘은 새로운 단편을 썼고, 오늘과 다른 약에 취해 내일은 또 다른 단편을 썼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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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느낀 분명한 것은 그렇게 클라이막스를 향해 달려가던 배수아의 글이 여섯 번째 단편이었던 <뱀과 물>에서 폭발하고 만다. 충분한 쾌감을 느꼈을 배수아 작가는 마지막 단편 <기차가 내 위를 지나갈 때>가 되어서는 마치 섹스를 마친 사십 대의 중년 남성이 지친 한숨을 몰아쉬고 입에 담배를 물듯, 짙은 안개로 흐려진 시야가 이제 다시 제 자리를 찾듯, 그렇게 현실로 서서히 돌아오고 있었다. 아니 깨어나고 있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그녀는 무언가에 취해 미친듯이 쉬지 않고 글을 써내려 갔을지 모른다. 아무튼 마지막 단편에선 그 무언가에서 깨어난 느낌이다. 이런 감정의 변화가 그대로 느껴지는 글이라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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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숭고한 예술이기에 직관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오히려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조금 어둡고 많이 난해하며 심하게 오묘하지만 그 맛 그대로를 느끼는 것이야 말로 배수아의 글을, 아니면 배수아 그 자체를 읽게 되는 것이다. 받아들일 자신이 있다면 두 번 고민하지 말고 <뱀과 물>을 꺼내어 들자. 잠시간 당신은 배수아 라는 합법적 마약에 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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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쇼코의 미소] | 원숭이의 서재 2018-07-02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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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쇼코의 미소

최은영 저
문학동네 | 2016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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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 <최은영> [8.5/10 : B2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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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서평의 대상 최은영 작가는 중단편 소설 <쇼코의 미소>로 등단과 함께 바로 [젊은 작가상]을 수상하며 문단의 주목을 받은 여류 작가다. <쇼코의 미소>는 그런 최은영 작가의 혼이 담긴 예닐곱 편의 단편소설을 모은 소설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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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인 <쇼코의 미소>는 지방 소도시에 사는 여고생 소유가 일본에서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온 동갑내기 친구 쇼코를 만나며 시작된다. 언어의 장벽 때문일지 둘은 어설픈 영어로 대화를 이어가기에 소통이 쉽지 않았으나 소유의 할아버지는 유창한 일어 실력으로 쇼코와 소통한다. 다시 돌아간 일본에서 역시 쇼코는 소유와 할아버지께 편지를 하며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고 때론 소유나 할아버지의 사정을 들어주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날 특별한 이유도 없이 끊어져 버린 쇼코의 편지. 소유는 젊은 날의 방황 끝에 일본에 있는 쇼코를 찾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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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외에도 나머지 모든 작품들이 좋았던 소설집이다. 
독일에서 유학 생활을 하는 동안, 베트남계 독일 가정인 이웃과 소통하며, 한국은 늘 당하고만 살았고 늘 약자 입장이라고만 생각했던 어린 꼬마가 베트남인 이웃을 통해 우리 역시 누군가의 역사에 피칠을 하고 누군가의 가정을 파괴했으며 누군가를 짓밟았다는 것에 대한 사실을 알게되고 이웃이자 친구인 그들에게 느끼는 감정들을 아무렇지 않은 듯, 그러나 후벼파듯 아프게 표현한, 그럼으로써 다시 한번 대한민국의 지난날을 돌아보게 하는 <씬짜오, 씬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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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할 만큼 가난했고, 무지함에 소리낼 수 없었던, 5.18 광주사태가 있던 그 즈음을 사실보다 현실적으로 표현하며 그 시대를 살아온 순애 언니의 잔악하리만큼 슬펐던 인생을 덤덤하게 바라볼 수 밖에 없었던 한 여인의 생애를 잘 그린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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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고난을 안고 떠난 프랑스 한 수도원에서 만난 아프리카인 한지와의 소통으로 지난 날들의 시름을 잊기도 하고 반대로 그런 한지 때문에 더 큰 시름을 안기도 하면서 젊음의 고통과 시름을 사랑도 우정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에 있을 감정 속으로 묻으며 떠나갈 한지에 대해 또는 헤어질 영주에 대한 심리를 깊이있게 묘사한 <한지와 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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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제한으로 모두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먼 곳에서 온 노래>, <미카엘라>, <비밀>까지 이 책에 실린 최은영 작가의 단편들은 이것이 과연 처녀작이 맞을까 하는 의문이 생길 만큼, 삶에 대한 철학과 타인을 바라보는 깊이있는 관찰력, 그리고 그것을 표현해내는 기가막힌 묘사, 짧은 단편 안에서도 호흡과 흐름 모두 굉장히 안정적이며 플롯 역시 아주 좋았다.
<쇼코의 미소>를 접하고 나니 과연 문단에서 관심을 둘만 하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고, 다음 작품이 나온다면 반드시 읽겠다는 다짐과 함께 이 책을 소장하며 언젠가는 꺼내어 재독 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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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는 모든 단편이 여성으로 시작하여 여성으로 끝나고, 젊음으로 시작하여 젊음으로 끝난다. 작품 내내 기억에 남았던 가장 큰 이미지가 바로 이 두 가지다. 젊음을 관통하는 이 시대의 여성들이 느꼈을 보편적 고민부터 누군가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범인(凡人)들의 삶에 자연스레 녹여, 눅눅한 장판을 적시던 남편의 소변을 훔치며 치킨을 뜯는 여느 아내의 모습처럼 보편적이지 않음에 오는 깊은 고독감 마저도 이해의 수준을 넘은 공감을 전해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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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를 읽곤 최은영 작가에 대해 엄청난 궁금증이 생겼다. 어찌하면 삼십대 중반에 이런 글을 쓸수가 있을까. 대체 그녀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무엇을 보고, 어떤 일을 겪었기에 삶에 대한 절실함을 이리 덤덤하게 표현할 수 있는 걸까. 최소한 그녀 나이로부터 십년 이상은 더 살았어야 가능할 이야기들을 그녀는 전하고 있다.
그런 최은영 작가를 접한 첫느낌이라면, 한국 문단에 길이 남을 <무진기행>의 김승옥 작가와 <오직 두 사람> 김영하 작가를 처음 접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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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로 나에게 경외감 마저 안겨준, 최은영 작가는 이제 첫 걸음을 뗀 신인이지만 향후 한국 문단을 이끌어갈 수재임에 틀림 없을 거란 예상을 해본다. 그런 그녀의 펜길에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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