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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수 [설계자들] | 원숭이의 서재 2019-06-09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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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설계자들

김언수 저
문학동네 | 2019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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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시장인푸주에선 정상적인 외에 모든 것들을 거래하고 있다. 그곳엔 총과 칼이 있고 마약이 있고 가끔은 사제 폭탄도 있고 죽이는 자가 있고 죽는 자가 있다. 물론 이미 죽은 시체조차도 필요하다면 사고파는 곳이며 무엇보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있다.


그리고 지난 수십 동안, 그러니까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태어났으며, 정권이 교체되었고 권세가와 권력가들의 자리가 바뀌어도 그곳 푸주에서 변하지 않은 것이 가지 있었다. 하나는 지독한 악취였고 하나는 푸주를 쥐락펴락하는개들의 도서관관장인 너구리 영감이었다. 권력의 하수였던 너구리 영감은 개들의 도서관으로 찾아오는 정치가, 재력가, 군인 하다못해 서울역 거지마저도 누군가를 돈으로 죽이기 위해 찾은 이들을 결코 마다하지 않았다.


이번 생은 글렀으니 다음 생에라도 해보라는 의미일까. 이야기의 중심 화자인래생 이름을 지은 , 도서관 수녀원의 쓰레기통에서 그를 주어온 너구리 영감이었다. 래생을 실질적으로 키운 너구리 영감은 자객이 래생에게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살라며 한결같이 말했다. 그런 래생이 최근 들어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이유가 유일하게 말이 통했던 동료 추의 죽음이라던가, 트래커로 활동하던 친구 정안의 죽음 때문만은 아니었겠지만 어쨌든 래생에게 그들의 죽음은 단순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물론 바닥에서 업자의 죽음이란 여름 모기의 죽음만도 못한 일이었지만 래생에게 그들은 유일한 가족이며 친구였다.


추의 죽음을 쫓던 래생에게 죽기 정안은 자신이 얻은 정보를 넘긴다. 지난 십수 너구리 영감의 눈가 귀가 되어준 정안의 정보라면 믿지 않을 없었다. 15 넘게 일을 해온 래생이었지만 감히 설계자를 직접 만나게 되리라곤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정안은 래생에게 추의 죽음을 설계한 설계자로 이십 여성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미토라는 이름의 그녀는 기존의 설계자로 추정되는, 얼마 죽음을 맞이한 어느 설계자의 조수였다.


자객으로 15년이면 오래 버틴 래생이었다. 그래서일까 이상 삶의 미련도 없는 그에게 젊은 설계자 미토는 나라 전체를 충격에 빠트릴 만큼 거대한 계획에 대해 말하며 의욕적이지 못했던 래생에게 거절하지 못할 제안을 던지고, 래생은 추가 죽으며 남긴 가정용 식칼 헨켈을 품에 넣으며 길을 나선다.


이야기는 사람이 떠나가도 또다시 채워질 자리에 대한 이야기다. 이야기를 따라가면 결국 정치가도 별을 높은 군인도 어느 순간 자리에서 떠나간다. 그러나 결국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변해도 그놈에 자리는 그대로 있는 것이다. 『설계자들』은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을 부정적으로 해석하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김언수 작가의 『설계자들』을 읽고 가장 크게 충격받은 것은 바로 장르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점이 되겠다. 보통 『설계자들』을 K스릴러의 범주에 넣지만 내가 읽고 느낀 바로 『설계자들』은 누아르와 르포르타주의 경계, 장르문학과 순문학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고 있다. 그러니 좋고 나쁘고의 문제를 떠나 이것은 동류의 다른 소설들과 완전히 다르고 새로운 것이다. 또한 김언수 작가는 소설에 대해 거의 완벽에 가깝게 이해하고 있는 작가다. 그는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다. 『설계자들』엔 기존의 장르문학이 넘보지 못한 순문학의 묘사가 있고, 기존의 순문학이 넘보지 못한 장르문학 특유의 스토리가 있다.


편의 웰메이드 영화를 접한 같은 『설계자들』은 84년작 <원스 어폰 타임 아메리카>에서 보인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통찰과 00년작 <스내치>에서 보여준 가이 리치 감독의 독보적 스타일이 동시에 담겨 있다.


장르 문학에서 만점을 작품이 대체 얼마만인가 싶다. 무엇 하나 빠질 없는 소설을 완독하며, 김언수 작가의 지난 모든 작품들을 주문했다. 단언컨대 김언수 작가는 올해 발견한 최고의 작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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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여선 [레몬] | 원숭이의 서재 2019-06-0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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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레몬

권여선 저
창비 | 2019년 04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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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있어 고난이란 지위여하, 동서고금,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삶의 진통은 있기 마련이다. 물론 여기 다언의 그것에 비교할 바는 아니겠지만 말이다. 그녀가 겪어야 했던 진통은 유난히 뜨거웠던 여름, “ . . . 이라는 구호 외침과 다섯 번의 박수소리가 도시를 쩌렁쩌렁 울렸던 2002 도심 공원의 둔치에서 싸늘히 식어버린 발견된 언니 해언의 시신으로부터 시작된다. ‘둔기로 인한 두부 손상열아홉 해언의 삶에 종지부를 찍은 마지막 문장은 국과수에서 보고한 사인이었다. 문예창작반 활동을 하며 유난히 시를 좋아했던 다언에겐 어쩐지 낯선 문장이었다.


빼어난 미모로 학교 안팎에서 관심받던 해언의 죽음은 주변인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해언과 마지막으로 동행했다고 추정되는 학우 신정준은 세력가의 자제로 학교 내에서도 꽤나 인기 있는 인물이다. 그와 반대로 구겨 신은 운동화를 질질 끌며, 한쪽 다리는 저는 것도 같고, 어눌한 말투보다 어눌한 얼굴 때문일지 학교 왕따 자리를 맡아논 한만우는 해언이 죽기 직전 신정준의 차에 타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나시에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는 사실을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경찰의 수사에도 불구하고 용의선상에 올랐던 신정준과 한만우는 그럭저럭한 알리바이로 풀려나고 해언의 사건은 미해결로 종결된다.


년이 지난 어느 상희는 우연히 다언을 마주친다. 물론 다언이상희 언니!’라고 알은 채를 하기 전까지 상희는 이름을 잊고 살았고, 오랜만에 마주친 다언을 어색해 했던 이유가 단지 해언의 사건 이후 다언이 전학을 가게 되었다거나 혹은 이후로도 세월이란 단어를 붙일 만큼 시간 동안 소식 듣지 못했다는 이유만은 아니었다

흘러간 세월만큼이나 변한 그녀는 옛날 문예창작반에서 시를 좋아하던 단짝 다언이 아니었다. 눈빛이, 말투가, 몸짓이, 하물며 성형으로 가능할까 싶을 만큼 죽은 해언과 닮아있는 외모마저도 상희를 당황케 했다.


권여선 작가의 신작 『레몬』은 죽은 자나 죽인 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다고 죄와 징벌에 관한 이야기도 아니다. 작가 권여선은 삶의 진통도 죄에 대한 징벌도 각자의 몫으로 남겼다. 대신 남아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고난이 없고, 진통도 없었다. 때문에 남은 자들의 진통은 배가 된지도 모른다.


상희와 만난 다언은 학창시절 상희가 <레몬과자를 파는 베티 > 떠올린다. 언니 해언이 죽던 입었던, 마치 레몬 같았던 노란색 원피스, 다언이 끝끝내 복수를 다짐하며 발을 들였던 한만수의 집에서 먹던 반숙 달걀의 노란빛, 그리고 상희의 시에서 떠올렸던 레몬의 노란빛. 그러니까 복수에도 색이 있다면, 다언에게 그것은 레몬 노랑인 것이다.


그러고 보면 목적 없는 삶을 살았던 언니 해언을 잃은 다언만이 아니었다. 이상 시를 없었던 상희가 그랬고, 뼈에도 암이 생긴다며 다리를 잘라야 했던 한만우가 그랬고, 사건이 터지자마자 득달같이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던 신정준은 물론이고 목격 당시 한만우의 배달 오토바이 뒷자리에서 해언을 목격한 이제는 신정준의 아내가 윤태림이 그랬다. 그들 모두가 잃은 양이었고 작가가 만든 덫에 빠져 허우적대는 대신, 그들은 스스로의 몫만큼의 대가를 치르고 있었다.


소설의 중간쯤 다언이 범인도 모른 복수를 결심하고 한만우의 집에 발을 들이는 장면이 있다. 그곳에서 다언은 한만우 그리고 그의 여동생과 계란 프라이를 먹으며 대화를 나눈다. 짓눌린 분위기, 습한 공기, 무겁지만 나름 뭉클했던 당시의 상황 묘사는 권여선의 신작 『레몬』에서뿐만 아니라 최근 읽었던 많은 소설들을 포함해서도 최고의 장면으로 기억된다.


사람이 다른 어떤 사람의 삶을 파괴하고 그것도 모자라 스스로의 삶이 아주 조금씩, 알게 모르게 파괴되어 가는 이야기는 결국 피해자와 피의자를 나누는 대신 먼저 떠나버린 사람과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로 프레임을 확장한다. 또한 개개인의 이야기로 프레임을 축소하기를 반복하는 한편, 작가 권여선은 최악의 상황이 자아낸 현실의 실체를 끄집어내며 우리에게 말한다. “당신의 삶이 평하기를, 아프기를, 조금 견딜 만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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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여선 [레몬] | 원숭이의 서재 2019-06-0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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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레몬

권여선 저
창비 | 2019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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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있어 고난이란 지위여하, 동서고금,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삶의 진통은 있기 마련이다. 물론 여기 다언의 그것에 비교할 바는 아니겠지만 말이다. 그녀가 겪어야 했던 진통은 유난히 뜨거웠던 여름, “ . . . 이라는 구호 외침과 다섯 번의 박수소리가 도시를 쩌렁쩌렁 울렸던 2002 도심 공원의 둔치에서 싸늘히 식어버린 발견된 언니 해언의 시신으로부터 시작된다. ‘둔기로 인한 두부 손상열아홉 해언의 삶에 종지부를 찍은 마지막 문장은 국과수에서 보고한 사인이었다. 문예창작반 활동을 하며 유난히 시를 좋아했던 다언에겐 어쩐지 낯선 문장이었다.


빼어난 미모로 학교 안팎에서 관심받던 해언의 죽음은 주변인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해언과 마지막으로 동행했다고 추정되는 학우 신정준은 세력가의 자제로 학교 내에서도 꽤나 인기 있는 인물이다. 그와 반대로 구겨 신은 운동화를 질질 끌며, 한쪽 다리는 저는 것도 같고, 어눌한 말투보다 어눌한 얼굴 때문일지 학교 왕따 자리를 맡아논 한만우는 해언이 죽기 직전 신정준의 차에 타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나시에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는 사실을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경찰의 수사에도 불구하고 용의선상에 올랐던 신정준과 한만우는 그럭저럭한 알리바이로 풀려나고 해언의 사건은 미해결로 종결된다.


년이 지난 어느 상희는 우연히 다언을 마주친다. 물론 다언이상희 언니!’라고 알은 채를 하기 전까지 상희는 이름을 잊고 살았고, 오랜만에 마주친 다언을 어색해 했던 이유가 단지 해언의 사건 이후 다언이 전학을 가게 되었다거나 혹은 이후로도 세월이란 단어를 붙일 만큼 시간 동안 소식 듣지 못했다는 이유만은 아니었다

흘러간 세월만큼이나 변한 그녀는 옛날 문예창작반에서 시를 좋아하던 단짝 다언이 아니었다. 눈빛이, 말투가, 몸짓이, 하물며 성형으로 가능할까 싶을 만큼 죽은 해언과 닮아있는 외모마저도 상희를 당황케 했다.


권여선 작가의 신작 『레몬』은 죽은 자나 죽인 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다고 죄와 징벌에 관한 이야기도 아니다. 작가 권여선은 삶의 진통도 죄에 대한 징벌도 각자의 몫으로 남겼다. 대신 남아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고난이 없고, 진통도 없었다. 때문에 남은 자들의 진통은 배가 된지도 모른다.


상희와 만난 다언은 학창시절 상희가 <레몬과자를 파는 베티 > 떠올린다. 언니 해언이 죽던 입었던, 마치 레몬 같았던 노란색 원피스, 다언이 끝끝내 복수를 다짐하며 발을 들였던 한만수의 집에서 먹던 반숙 달걀의 노란빛, 그리고 상희의 시에서 떠올렸던 레몬의 노란빛. 그러니까 복수에도 색이 있다면, 다언에게 그것은 레몬 노랑인 것이다.


그러고 보면 목적 없는 삶을 살았던 언니 해언을 잃은 다언만이 아니었다. 이상 시를 없었던 상희가 그랬고, 뼈에도 암이 생긴다며 다리를 잘라야 했던 한만우가 그랬고, 사건이 터지자마자 득달같이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던 신정준은 물론이고 목격 당시 한만우의 배달 오토바이 뒷자리에서 해언을 목격한 이제는 신정준의 아내가 윤태림이 그랬다. 그들 모두가 잃은 양이었고 작가가 만든 덫에 빠져 허우적대는 대신, 그들은 스스로의 몫만큼의 대가를 치르고 있었다.


소설의 중간쯤 다언이 범인도 모른 복수를 결심하고 한만우의 집에 발을 들이는 장면이 있다. 그곳에서 다언은 한만우 그리고 그의 여동생과 계란 프라이를 먹으며 대화를 나눈다. 짓눌린 분위기, 습한 공기, 무겁지만 나름 뭉클했던 당시의 상황 묘사는 권여선의 신작 『레몬』에서뿐만 아니라 최근 읽었던 많은 소설들을 포함해서도 최고의 장면으로 기억된다.


사람이 다른 어떤 사람의 삶을 파괴하고 그것도 모자라 스스로의 삶이 아주 조금씩, 알게 모르게 파괴되어 가는 이야기는 결국 피해자와 피의자를 나누는 대신 먼저 떠나버린 사람과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로 프레임을 확장한다. 또한 개개인의 이야기로 프레임을 축소하기를 반복하는 한편, 작가 권여선은 최악의 상황이 자아낸 현실의 실체를 끄집어내며 우리에게 말한다. “당신의 삶이 평하기를, 아프기를, 조금 견딜 만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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