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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8. 조지 오웰 『1984』 : 새움 | 원숭이의 서재 2020-11-24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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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1984

조지 오웰 저/이정서 역
새움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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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아홉 살, 오른쪽 발목 위에 정맥류 궤양을 가진 윈스턴 스미스는 도중에 몇 번을 쉬며 자신의 집이 위치한 7층을 향해 계단을 올랐다. 승강기를 이용하면 좋겠지만 최근엔 전류가 아예 차단되어 있었다. 그것은 ‘증오주간’에 대비한 소비 억제 운동의 일환이었다. 사방이 텔레스크린으로 가득했고 오세아니아 사람들은 더 이상 자신이 텔레스크린으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윈스턴은 아마도 책장 같은 가구가 들어가 있어야 할 비워진 작은 공간에 탁자를 배치했다. 가끔은 혁명 이전의 삶을 기억하기 위해 애썼고 자신의 생각을 진짜 종이로 된 노트에 옮겨 적기도 했다. 오세아니아, 이스트아시아, 유라시아 삼국은 여전히 타국에 대한 증오로 국민을 선동했다. 전쟁은 끊임이 없었지만 실상 전쟁에서 죽어가는 사람들보다 내부 감시에 의해 숙청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만 같았다. 그것은 죽음이라기보다 사라짐에 가까웠다.

윈스턴은 층계참에 붙은 거대한 포스터를 응시했다. ‘빅 브라더께서 당신을 지켜보고 계신다.’라는 문구가 있었다. 그는 창가로 움직였다. 바깥세상은 닫힌 창유리를 통해서조차, 차가워 보였다. 1킬로미터 밖에 그가 일하는 곳인 ‘진실부’가 음울한 풍경 위로 크고 하얗게 솟구쳐 있었다. 윈스턴이 외부당원으로서 진실부에서 맡은 일은 현재와 과거를 지우거나 또는 바꾸는 일이었다. 그는 보도될 수 있는 모든 자료들이 검열된 채 바꾸어야 할 항목들이 전달되면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로서 현재와 과거를 바꿨다. 그래도 외부당원인 윈스턴의 삶은 비교적 나은 편이다. 그렇지 못한 이들이 훨씬 많은 세상이다. 그럼에도 당에서 결코 용서치 않을 행동들을 그는 쉬엄쉬엄했다. 진짜 종이로 된 노트를 불법적인 경로로 구입하고 일기를 쓴다던가, 당에서 정해주지 않은 여인 줄리아와 밀회를 즐긴다던가 하는 일들 말이다. 행동엔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지난 7년간 윈스턴을 감시했던 내부당원에 의해 적발된 윈스턴은 기어코 사상개조에 오른다. 그가 죽음을 바랐는지 독자로서 알 길이 없으나, 빅 브라더의 세계에서 죽음은 그다음의 문제다. 그는 더 이상 당원이 아닌 반혁명분자로서 온갖 고문 속에 빅 브라더를 칭송하고 체제에 순응하게 될 것이다.

조지 오웰의 『1984』는 세계 3대 디스토피아 소설로 유명하지만, 한편으로 이것은 미래 예언서에 가까울 만큼 현대의 삶을 조명하고 있다. 워낙 좋아하는 소설인데 서평으로는 처음 옮기다 보니 나름의 욕심이 생겨 새롭게 출간한 새움 버전과 민음사 버전 그리고 더스토리 버전을 한 챕터씩 돌아가며 동시에 읽었다. 익숙함 때문인지 민음사 버전이 가장 편하게 읽혔고, 오늘 소개한 새움 버전은 무언가 더 고전적이며 나름의 개성을 안고 있었다. 예를 들어 냉전시대의 분위기라던가 보수적인 분위기에 오히려 더 잘 맞는 느낌이다. 소설을 풍성하게 느끼기 위해 그래픽노블 『조지 오웰』과 동 작가의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도 함께 읽었다.

인간의 품위가 실종되고 서로 간의 유대를 불러오는 감정이 공포로 돌변한 전체주의 사회는 독자로 하여금 극단적인 공포를 선사한다. 그것은 무언의 폭력과도 같은 것이다. 조지 오웰이 만든 1984년의 세계에는 문학과 언어가 정치에 종속되고 생각과 사상의 자유가 허용되지 않는 사회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표출하고 타인과의 유대를 통해 인간다운 삶을 위해 투쟁하는 윈스턴의 모습을 그린다. 그러나 이것은 자유를 박탈당한 한 개인의 모습으로부터 한걸음 물러나 통제된 언론과 매체, 빼앗긴 의지로부터 문명이 얼마나 기계화될 수 있는지에 대해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지금은 냉전시대도 아니고, 우리가 전체주의 사상 속에 살아가는 것도 아니지만 『1984』를 읽는 내내 지금의 우리와 크게 다를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수많은 언론 매체로부터, 집권한 당으로부터 또한 교육으로부터 일종의 획일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뿐만 아니라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CCTV를 비롯하여 우리 곁에 있는 스마트 디바이스들은 사상과 체제에 따라 언제든 우리를 옥죄는 감시 장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1984』는 섬뜩하리만치 현대의 삶을 그대로 조명하고 있다. 『1984』와 이 시대에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사상’에서 ‘자본’으로 소재를 옮긴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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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12. 도노 하루카 『파국』 : 시월이일 | 원숭이의 서재 2020-11-24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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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파국

도노 하루카 저/김지영 역
시월이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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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요스케. 모교 럭비부의 코치로도 활동 중인 그는 탄탄하고 수려한 외모와는 다르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매사에 규율을 적용하며 깔끔한 성격인 그는 상식과 규칙이 일상화된 인물로 감성적이기보다 이성적이며 논리적인 인물이다. 소설의 제목인 『파국』은 일반적으로 비참하고 불운한 결말이라는 뜻으로 ‘역전’을 뜻하는 그리스어가 어원인데, 예기치 못한 일, 정반대로 뒤집히는 것을 의미한다. 문학, 연극 용어로는 ‘비극적인 결말’을 가리키고 특히 비극에서 중요시되어 클라이맥스에 대한 최후적 해결로서 극 전체의 인상을 종합하여 관객에게 깊은 감동을 주도록 구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막상 소설을 접해보면 대체 ‘파국(破局)’은 언제 일어나는지 의문이 생길 정도로 요스케의 일상을 잔잔하게 다룬다.

소설의 초반부를 막 지나갈 즈음 요스케는 친구의 공연에서 우연하게 신입생 아카리와 만나게 되고, 애인인 마이코와는 이별을 하면서 요스케의 일상에 균열이 생긴다. 인물이 바뀐다는 것은 소설에서 대단히 큰 변화를 예고할 수 있다. 본 소설에서는 요스케의 심리적 변화와 동시에 모든 인물들의 사정을 통해 이야기의 흐름을 변화시키는데 이것이 바로 소설 『파국』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보통 장르 소설에서는 ‘사건’의 발생을 시작으로 긴장감을 형성시키는데, 『파국』은 그와 반대로 인물의 내적 요소에서 심리적 갈등을 통해 긴장감을 형성시킨다. 일상적인 의미에서 볼 때 사건이란 매일매일 생겨나기 마련이다. 소설에서 역시 잔잔한 사건들을 다루고 있지만 사건의 발생과 해결 사이의 과정에서 파생된 불안보다 각기 인물들의 심리를 통해 독자를 죄어온다.

소설의 제목인 『파국』은 결국 인물에서 시작하여 인물로 끝이 난다. 내가 해석한 제목의 의미는 소설에 나오는 주요 인물들이 치닫는 형국을 의미하는 것 같다. 그것은 외부적인 요인이 아닌 내부적인 요인으로서 작용한다. 소설에서 가장 중요하게 일컬어지는 인물, 배경, 사건에 있어서도 역시 이 소설은 인물에 초점을 두고 있다. 감정이 절제되고 상식과 규칙, 규율 같은 것에 스스로를 가두어 누구에게나 필요한 만큼의 친절을 베푸는 요스케를 1인칭 시점으로 풀어내다 보니 심리적 요소가 가장 중요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사건을 통해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대신 각각의 주요 인물들의 관계에서 발생되는 긴장감을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동류 소설들과는 결이 상당히 다르다.

단 두 편의 작품으로 일본 문학상을 휩쓸었다는 사실보다 놀라운 것은 91년 생이라는 많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내면을 깊이 해부하여 섬세하게 묘사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소설이다. 출판사의 홍보를 보면 2020년 제163회 아쿠타가와상 논란의 수상작이라는 문구와 함께 심사위원 간 격렬한 찬반 논쟁과 독자 평점 5점 혹은 1점이라는 문구가 실려있는데 소설을 다 읽은 시점에서 두 가지 홍보문구 모두 마음에 와닿았다. 그들이 수상작을 놓고 찬반 논쟁을 벌인 이유라던가, 독자 평점이 갈린 이유는 『파국』이 일상이 평범한 모든 인물들이 내면적으로 비극을 향해 치닫는 모습을 깊이 있게 담았음에도 인물의 관계와 사건으로 이어지는 개연성이 부족하며, 어떠한 사건에 대한 근거 역시 부족한 모습이기 때문일 거라 생각한다. 이 소설은 1인칭 시점이고 주인공 요스케의 성격으로 볼 때에 분명히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측면으로 그려져야 하는데, 정작 소설은 감성적(또는 감정적) 측면을 서사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감정의 변이를 일으키게 한다. 이 두 가지 측면은 장치와도 엇갈리게 되는데 나는 소설에서 주요 장치로 활용한 것 또한 배경이나 사건이 아닌 인물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러한 이질적 서사가 일부 독자들에게 거부감을 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결론을 말하자면 수작이다. 적어도 평작은 아닌 소설이며,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에 부끄럽지 않을 소설임에 분명하다. 다만 평범한 인물, 평범한 사건, 평범한 전개를 원한다면 이 소설을 권하고 싶지는 않다. 어색하더라도 보다 신선한 전개를 원하는 독자에게는 충분히 새롭고 멋진 소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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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11. 쓰네카와 고타로 『가을의 감옥』 : 고요한숨 | 원숭이의 서재 2020-11-24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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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가을의 감옥

쓰네카와 고타로 저/이규원 역
고요한숨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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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멸망의 정원』이라는 일본 소설을 소개한 적이 있다.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아마 『멸망의 정원』을 기억할 것이다. 기존의 디스토피아 작품들이 어쩐지 서양의 향취로 가득하다면 『멸망의 정원』은 기존의 어떠한 소설에서도 만나보지 못한 작가 쓰네카와 고타로만의 새로운 세계관으로 동양적인(특히 일본적인) 분위기와 색채를 지닌 디스토피아 세계관으로 서사를 떠나 단지 배경만으로도 읽어가는 재미를 선사한 소설이었다.

오늘 소개할 『가을의 감옥』은 『멸망의 정원』 작가인 쓰네카와 고타로의 소설집으로 지난 『멸망의 정원』보다 더 괴이하고 기묘한 색채를 특징으로 한 세 편의 단편 소설을 한 권에 엮은 소설집이다. 지난 『멸망의 정원』이 동양풍의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그렸다면, 신작 『가을의 감옥』은 시간, 공간, 환상 등 일상의 감옥에 갇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묘하게 풀었다. 워낙 가독성이 좋은 작가인데다 소재 선택이 독특해서 장르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지나치기 아쉬운 작품임에 분명하다.

이번 소설집의 표제작이며 첫 번째 단편소설인 <가을의 감옥>은 어느 가을날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여대생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하루간 생겨난 모든 일들은 기록도 될 수 없고 오직 자신만의 기억에서만 존재하는 하루가 되어버리고 만다. 소재는 익숙하지만 서사는 새롭다. 반복되는 시간에 갇힌 이야기는 역시 쓰네카와 고타로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내포하고 있는 가운데, 무섭기보다는 기묘한 분위기에서 느껴지는 오싹함이 어쩐지 어린 시절 친구들과 모여 ‘공포특급’을 즐기던 날들을 떠오르게 한다.

어떤 날에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공원을 거닐기도 한다. 마치 이번 소설집의 두 번째 이야기 <신의 집>의 주인공처럼 말이다. 평범한 하루, 평범한 공원을 지극히 평범하게 거닐던 그는 몽롱한 기운을 느낄새도 없이 초가집 앞에 서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공원에 초가집이라니.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며 말을 건넨 할아버지는 오키나 가면을 쓰고 있었다. 어느새 눈앞에 나타난 공원 안의 초가집, 그리고 오키나 가면의 할아버지, 그와 나눈 대화. 대화가 끝이 나고 오키나 가면의 할아버지는 사라진다. 그리고 공간에 홀로 남겨진 그. 초월적인 의미의 기묘한 공간에 지킴이로 남겨진 한 남성이 겪는 심리적 변화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홀로’ 이야기를 끌어감에도 발생하는 내부적 갈등과 극적이진 않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반전까지, 오히려 단편소설이라는 점이 아쉬운 작품이다.

리오의 할머니는 환술을 부린다. 할머니는 자신이 만든 환영과 환상으로 리오를 보살피지만, 사실 리오는 그의 손녀가 아니며 오히려 그의 환술 때문에 가여운 삶을 살고 있다. 할머니의 환상을 보고 자란 탓일까 리오에게는 할머니가 부리던 환술에 재능이 있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그런 할머니와 리오의 능력을 질투한다. 마을 사람들의 과욕이 부른 화재로 갈 곳을 잃은 리오는 마을 사람들의 그릇된 명분 앞에 환술을 펼친다. 매일매일 환상을 만들어내는 리오, 그리고 환상 속에 행복을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쩐지 쓰디쓴 현실을 부정하고픈 때때로의 우리를 투영하고 있다.

같은 환상 세계를 그리고있지만 『멸망의 정원』과는 그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멸망의 정원』이 디스토피아적 환상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면, 『가을의 감옥』은 좀 더 동양풍의 환상 세계관과 기묘한 이야기들이 어우러져 있다. 지금까지 접해온 환상문학 중 그나마 비슷한 분위기의 소설을 꼽으라면 [손안의책]에서 출간한 일본환상문학선집 시리즈의 첫 번째였던 『에도가와 란포』 정도다. 에도가와 란포의 환상문학을 접하며 맛본 기괴하고 스산한 분위기가 『가을의 감옥』에서도 느껴진다. 이러한 기묘한 이야기에 쓰네카와 고타로는 자신만의 색채를 잘 입힌 것 같다.

제29회 요시카와 문학신인상에 노미네이트된 만큼 재미와 작품성 모두를 잡은 소설이지만 아쉽게도 2008년 국내에 출간된 후 절판되었다가 최근 독자들로부터 출간 문의가 쇄도하여 [고요한숨]을 통해 재출간되었다. 환상문학이나 호러문학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쓰네카와 고타로의 숨은 걸작 『가을의 감옥』을 만나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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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10. 이케이도 준 『변두리 로켓』 : 인플루엔셜 | 원숭이의 서재 2020-11-24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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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변두리 로켓

이케이도 준 저/김은모 역
인플루엔셜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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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 연구원 쓰쿠다 고헤이는 얼마 후 발사될 시험위성 ‘세이렌’에 모든 것을 걸었다. 그가 개발한 신형 엔진에 모두가 주목했고 그런 쓰쿠다에게 ‘세이렌’은 삶 그 자체였다. 그러나 자신이 개발한 신형 엔진이 탑재된 시험위성 ‘세이렌’의 발사가 실패로 끝나자 더 이상 그가 설 곳은 없었다. 쓰쿠다에게 시험위성 발사의 실패보다 더 혹독한 시련은 자신이 머물던 연구소를 떠나는 일이었다. 우주비행사를 꿈꾸던 어린 쓰쿠다로부터 로켓공학을 전공하며 지금의 위상을 얻기까지의 삶이 ‘세이렌’의 발사 실패로 부정되었다. 혹독한 시련은 끝이 아닌 시작이었다. 쓰쿠다는 재기를 위한 도전조차 해보지 못한 채, 돌아가신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아버지가 운영하던 작은 변두리 공장 쓰쿠다제작소로 향한다. ‘세이렌’의 발사 실패는 쓰쿠다의 지난 삶을 부정했고 꿈을 앗았으며 가업 계승의 길로 몰았다.

현실과 꿈 사이에서 갈등하던 쓰쿠다는 그러나 아버지가 남기고 간 쓰쿠다제작소에서 자신의 꿈을 이어간다. 독자적으로 개발한 연료 시스템 ‘스텔라’를 기반으로 그는 신형 엔진을 개발한다. 새로운 엔진은 쓰쿠다 같은 인물이 아니라면 변두리 작은 공장에서 나올법한 물건이 아니었다. 시장의 반응은 예상대로 좋았으나, 작가 이케이도 준은 쓰쿠다의 역경을 이쯤에서 끝낼 생각이 없는 것만 같다. 이제야 겨우 실패로부터 벗어나 꿈을 좇는 쓰쿠다에게 판매 중지를 요청하는 소장이 날아온다. 나카시마공업은 자사의 엔진 기술을 쓰쿠다제작소가 침해했다며 맹공격을 퍼붓는다. 쓰쿠다제작소는 거래처로부터 거래 중단에 관한 공문을 받고, 시중의 모든 은행으로부터 대출이 거절되며 최악의 위기를 맞는다. 첫 번째 변론일에 완패한 쓰쿠다는 전처 사야를 찾아가고 그녀에게 소개받은 기술분야 전문 변호사 가미야 슈이치를 만나며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과연 쓰쿠다는 자신의 삶과 꿈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일본에서 가장 핫한 작가 중 한 명인 이케이도 준을 떠올리면 최고의 스토리텔러이며 동시에 전후무후한 시청률의 드라마가 떠오른다. 그런가 하면 44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이나 145회 나오키상 수상이라는 명예는 그가 상업작가로서의 성공은 물론 소설가로서의 영예 역시 얻은 작가임을 알 수 있다. 경이적인 시청률을 자랑한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처럼 이번 작 『변두리 로켓』도 젊은이들의 꿈과 열정을 다룬 휴먼 드라마로 시리즈 누적 판매 350만 부를 돌파하고 세 차례에 걸쳐 드라마로 제작되어 그해 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 저력을 보였다. 인물, 배경, 사건부터 플롯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이 소설은 전작 『한자와 나오키』를 닮아있다. 마치 소재를 바꾼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를 만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오히려 나는 이런 점이 작가 이케이도 준의 장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케이도 준의 소설은 『한자와 나오키』 네 권과 『루스벨트 게임』 그리고 오늘 소개한 『변두리 로켓』까지 세 가지 시리즈를 접했는데 앞선 소설 모두가 긴장감의 연속과 사건의 파생, 그리고 다시 좁혀져 거대한 사건의 전말로 이어지다 마침내 말루 홈런과 같은 특유의 통쾌함으로 끝을 내는, 오직 이케이도 준만이 해낼 수 있는 개성적인 분위기를 통해 팬덤을 확장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변두리 로켓』 역시 쾌속 질주의 가독성과 보장된 재미, 무엇보다 아직은 열정이 남아있을 젊은 우리를 향한 작가의 메시지와 이어지는 감동으로 독자에게 희망을 남긴다는 점에서 추천하지 않을 수 없는 소설이다. 만약 이케이도 준의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나 『루스벨트 게임』을 재미있게 읽은 독자라면 고민할 필요 없이 당장 읽어보길 바라고, 전작을 접하지 못한 독자라면 이번 『변두리 로켓』을 통해 이케이도 준의 유쾌, 상쾌, 통쾌한 휴먼 드라마 세계에 입문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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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9. 양민호 『스타트업 성공 방정식』 : 미디어숲 | 원숭이의 서재 2020-11-24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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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스타트업 성공 방정식

양민호 저
미디어숲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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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호의 『스타트업 성공 방정식』을 읽으며 처음부터 나를 사로잡았던 질문이 있다. 서문에서 저자는 “넌 왜 그 좋은 직장을 나와 사업을 시작했어? 아, 우문인가? 그래 맞아. 누가 알겠어? 창업은 어느 날 갑자기 운명처럼 찾아오지!”라며 그보다 수년 먼저 사업을 시작하여 수차례 실패를 겪으며 재정난에 허덕이던 선배가 느닷없이 던진 질문에 대해 말한다. 멀쩡한 직장을 다니다 말고 갑작스레 창업의 길로 들어선 이들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아닐까. 이 질문에 공감했던 이유는 나 역시 이전 사업을 시작하던 당시 선후배로부터, 친구들로부터, 가족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어온 질문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에 그럴싸한 대답은 할 수 있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스스로에게 정확한 답변을 할 수는 없다. 솔직, 담백한 대답을 하자면, 나는 직장인으로서의 삶에 만족하지 못했다는 정도가 심정이자 답변이 될 것 같다.

대체로 많은 창업가들은 부와 명예, 성공에 대한 욕망이나 자신감, 혹은 망상을 가지고 스타트업을 시작한다. 그러나 우리가 스티브 잡스가 될 확률은 0에 가까울 정도로 희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0에 가까운 성공신화를 만들어나가는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저자 양민호는 약 10년간 대기업에서 일한 후 스타트업을 시작해 얼마 전에 매각했다. 스타트업 분야에서 매각은, 이른바 ‘엑시트(exit, 투자금 회수)’의 환상처럼 느껴진다. ‘창업-성장-회수’의 구조에서 마지막 엑시트까지 성공하기는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해 그가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성장시켜 온 지난 6년간 겪었던 일련의 과정을 성공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적어도 저자가 사업을 시작하며 꿈꿨던 원대한 목표의 근처에도 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지난 시간 창업가로부터 기업 매각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거쳐온 지난한 과정과 노하우를 책으로 옮겼다. 『스타트업 성공 방정식』의 주제는 비교적 명확하다. 궁극적으로 이 책의 목적은, 기업가가 창업 초기 3년 안에 겪는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있다. 전에 읽은 어느 유명한 경영서의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기업가로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모든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뿐이다. 잘하고 못하는 것은 그 이후의 문제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감명받은 명언이다. 그리고 저자가 말하는 창업 초기 3년 안에 겪는 시행착오를 줄이는 문제는 기업, 특히 신생 기업이 살아남는데 가장 필요한 기술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의외로 많은 경영서들은 망상에 불과하다. 경영학, 통계학, 미래학처럼 경영과 관련된 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말하는 ‘고정비를 줄여라.’ 같은 것들은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되지 않은 채 기업의 흥망성쇠를 논한다. 그러나 『스타트업 성공 방정식』에 제시된 방식은 세련되지 못한, 그럼에도 가장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방안들을 제시하며 스타트업을 시작한 많은 창업가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또한 챕터 6처럼 의외의 방안도 제시한다. 특히 그가 창업 전 유명 금융회사의 IB(기업공개, 증자, 회사채 발행, 구조화 금융, M&A, 등을 주관하고 자문하는 업무) 소속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기업 가치평가에 신경 쓰지 말자’라는 발언은 상당히 신선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최소한의 안전망을 구축하는 방법에서 현금흐름을 원활히 하는 방안들로부터 사업의 본질을 의식하고 최종적으로 투자 계약 체결 시의 유의할 부분까지 세밀하게 다룬 이 책은 적어도 국내 창업가들에게는 스타트업 바이블과도 같은 책이다.

저자는 역설적으로 이 책을 읽는 누구라도 가급적 창업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명처럼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에 이끌려 창업을 꼭 해야겠다면 최대한 리스크를 낮출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하려고 한다. 그것은 결국 사업의 본질에 관한 이야기다. 그렇다고 그가 제시하는 것이 결코 절대적인 방안이라고 볼 수는 없다. 세상의 성공한 기업가들은 타인의 성가신 소리에 이끌리기보다 그들 나름의 방법론으로 비즈니스를 구축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물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의 창업가들에게 이만큼이나 현실적인 조언은 쉽게 만나볼 수 없을 것이고, 특히 고위험, 고성장, 고수익의 가능성을 바라보는 스타트업 창업가들은 기업 초기 안정화를 위해서라도 『스타트업 성공 방정식』을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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