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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방』: 오랜만에 다시 꺼내 읽고서 | 2023-01-20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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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외딴방

신경숙 저
문학동네 | 200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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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가장 많은 위로를 받았던 소설이었고, 신경숙이란 이름 세 글자만 들어도 마음이 따뜻해지던 때가 있었다. 좋아하는 소설가 목록의 상위에서 내려올 일이 없을 것만 같았던 그녀였는데, 표절 시비가 있었고 그녀가 자신의 부주의를 인정한다고 했었기에 몇 년 동안 그녀의 소설엔 손을 대지 못했다. 나도 모르게 얼마 전에 신경숙 소설가의 『외딴방』에 손이 갔고, 그대로 내리 읽었다. 여전히 좋았으나 예전만큼의 감동은 줄었다. 

 

  흐른 시간 탓도 있고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조금 달라졌으니까 예전만큼의 감동은 느낄 수 없을 거라고 여겼다. 그리고 나는 뭐랄까, 좀 삐친 어린 아이같은 기분이 되었다. 나한테 위로를 주었던 소설 속 그녀의 문장들이, 그것의 진정성이 표절 사건 이후에 어느 정도 탁해져버린 듯했다. 신경숙 소설가는 이 소설에서 서울예대 입학 실기시험을 보던 때의 일화를 썼다. 꿈이란 주제에 맞춰 수필을 써냈는데, 누군가에게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썼다면서. 

 

  소설 속에서 쓰여진 내용이라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 꾸며내서 쓴 일인지는 모르겠지만…정말 신경숙 소설가의 꿈이 다른 사람들에게 아름답고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었다고 믿고 싶다. 그렇다. 개인적으로 『외딴방』에서 제일 좋아하는 문장은 다음과 같다. "글쓰기, 내가 이토록 글쓰기에 마음을 매고 있는 것은, 이것으로만이, 나, 라는 존재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소외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은 아닌지." (본문 20쪽)

 

  작가 분들이 쓰는 글에 비하면 어린 아이의 투정이나 말장난에 불과할 뿐이지만 나도 일기나 단편소설이랍시고 무언가를 써본 적이 있다. 제일 많이 쓴 건 책 리뷰인데 잘 써보려고 마음을 다잡고 쓴 리뷰는 몇 편 되지 않는다. 그런 것들을 쓰고 있으면 신경숙 소설가의 소설 속 문장처럼 한순간이나마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소외에서 살짝 비켜나 있는 듯했다. 그런 착각도 오래가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소외감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뿌리쳐지지는 않았다. 

 

  근데 그게 당연한 거 아닌가. 그녀의 글쓰기와 나의 글쓰기는 많이 다르다. 결국 내 글은 나 자신에 대한 글 밖에는 안 되며, 세상에 대한 투정 밖에는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신경숙 소설가는 『외딴방』에서 다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 작가는 다른 사람에 대해서 생각하기를 자기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기보다 더 오래도록, 더 깊게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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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서평단 모집]『프랑켄슈타인』 | 2023-01-17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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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메리 셸리 저/이경아 역
윌북(willbook)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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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트레이 귀공자』: 우리는 모두 편파적인 지지자다 | 2022-12-28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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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밸런트레이 귀공자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저/이미애 역
휴머니스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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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는 18세기 스코틀랜드에서 벌어진 전쟁이 시발점이 되는 이야기이나, 작게는 듀리스디어 가(家)에 사는 가족들에게 일어나는 불화가 연이어 터져나오는 이야기이다. 국가적인 사태에서 시작하여 가정 내의 사건으로 번지게 된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끝을 맺을지 내내 궁금해하며 소설을 읽어가는 재미가 컸다. 비극적인 결말을 예상하고서 읽어도 결말을 읽는 순간에 밀려드는 안타까움과 슬픔, 그리고 이런 특별한 소설을 써낸 작가에 대한 존경심으로 여운이 오래갔다.

 

  때는 1700년대, 스코틀랜드에서 제임스 2세가 폐위되고 그의 친척인 독일 하노버 왕가의 조지가 왕위를 잇는다. 이에 저항하여 제임스 2세의 아들인 제임스 프랜시스 에드워드 스튜어트를 왕위에 추대하려는 봉기가 벌어지는데, 이를 '자코바이트 봉기'라고 한다. 흔히 찰리 공이라 불렸던 찰스 에드워드 스튜어트는 자신의 부친을 스코틀랜드의 왕으로 추대하려고 봉기를 주도하기도 했다고 한다. 

 

  스코틀랜드의 듀리스디어 저택에는 듀리스디어 경과 그의 아들인 밸런트레이 귀공자와 헨리가 있었고, 원래는 밸런트레이의 아내였으나 후에 헨리의 아내가 되는 앨리슨 그레임도 있었다. 어떤 운명의 장난처럼 헨리는 집안에 남아서 다른 가족들과 함께 조지를 지지하는 입장을 취하고, 밸런트레이는 전쟁의 최전선에 뛰어들어 찰리 공의 신임을 얻게 된다. 그리고 듀리스디어 저택에 하인으로 들어간 매켈러가 모든 상황을 곁에서 지켜보며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듀리스디어 가의 형제는 스코틀랜드 전쟁 때문에 입장이 갈리고, 나중에는 서로에게 칼을 겨누는 사이가 되어버리는데 그들도 어릴 적엔 서로 장난치면서 놀기 좋아하는 여느 형제들과 다름이 없는 사이였다. 서로의 마음 속에 한번 불신과 불안, 탐욕이 자리잡자 그것이 재로 변하기 전까지는 그저 활활 타오르기만 했다. 밸런트레이 귀공자는 나중에 인도로 떠났다가 집으로 다시 귀환한 적이 있는데, 그는 낯선 언어(힌두스타니어=인도어)를 쓰는 외국인을 데리고 왔다.

 

  이미 밸런트레이 귀공자에게 상당한 액수의 돈을 갈취당하다시피 하고 커다란 모욕감을 얻은 적이 있는 헨리와 다른 가족들은 달갑지 않은 귀환자 때문에 다시 한 번 마음을 졸이게 되고 불안에 떨었다. 스코틀랜드어가 아닌 힌두스타니어와 같은 낯선 언어처럼 듀리스디어 가문 사람들에게 밸런트레이 귀공자는 언제나 이질적이고 불안감을 느끼게 하는 존재였다. 그는 귀환해서는 안 되는 존재였다. 

 

  그들에게 스코틀랜드적인 것, 그리스도교인다운 것, 교양있는 것, 스코틀랜드식 영어, 피부가 흰 사람들은 언제나 친숙하고 편안한 것들이었으며 그것이 바로 영원한 마음 속 고향이었던 반면 그 반대의 것들은 언제나 악마적인 것이나 악마 그 자체로 불리울 수 있었다. 처음에는 그들에게 있어 밸런트레이 귀공자가 어쩔 수 없이 악마가 되었다면, 나중에는 확실한 악마로 자리매김하여 신의 가호만을 바라게 되니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밸런트레이 귀공자가 스코틀랜드 봉기에 뛰어들어 생사를 알 수 없는 위험에 놓이게 된 건 그가 원한 바는 분명 아니었다. 

 

  매켈러가 만약 헨리가 아닌 밸런트레이와 친했다면 이 소설은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었을지 모른다. 그때는 분명 악마의 자리에 밸런트레이가 아닌 헨리의 형상이 놓이게 되리라. 매켈러 자신도 스스로 헨리에 대한 편파적인 지지자였음을 밝히는 문장이 나오기도 한다. 그도 자신에게 익숙하고 유리한 것을 지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건 그뿐만이 아니라 인간 모두에게 적용되는 보편적인 삶의 방식이기도 하다. 

 

- 말보다 목소리가 더 중요하고, 말의 내용보다 말하는 사람이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는 것은 인간 감정에 내재한 최악의 약점 중 하나다. (본문 163쪽)

 

- 불속에서 뭐라도 건져내려면 사실을 적나라하게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합니다. 전 편파적인 지지자입니다. 우리 모두 그렇습니다. (본문 183쪽)

 

- 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의 얼굴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를 한번도 느낀 적이 없었다. 고립감이 배 속에서 불처럼 타올랐다. 마치 집에 남은 우리가 진짜 망명자인 것 같았다. 듀리스디어와 솔웨이사이드, 그리고 이 고장을 고향으로 만들어주고 공기를 달콤하게 해주며 언어를 기분 좋게 들리게 해주었던 그 모든 것이 나의 옛 주인들과 함께 떠나서 바다 건너 멀리 가버린 것 같았다. (본문 261쪽)

 

- 자네는 내 동생을 사랑한다고 생각하지. 장담컨대 그것은 습관에 불과한 거라네. 자네의 기억을 되돌아보게나. 자네가 듀리스디어에 처음 왔을 때 내 동생은 아둔하고 평범한 젊은이로 생각했던 것이 기억날 걸세. 지금도 그애는 그때만큼 젊지는 않지만 똑같이 아둔하고 평범하지. 자네가 그 애 대신 나와 어울렸다면 지금은 열렬히 내 편을 들었을 걸세. (본문 2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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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두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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