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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정말 끝장나게 웃기는 에세이 | 여러가지 2019-01-2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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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한 친구가 에세이는 아무리 읽어도 재밌는 줄 모르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아마도 그 친구는 살면서 재미있는 에세이를 읽어본 적이 없었던 걸지도 모르고 그건 조금 불행한 일이다. 그 친구가 데이비드 포스트 월리스의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에 수록된 표제작을 읽어봤다면 어떤 얘기를 꺼냈을지 궁금하다. 내 감상은 이거다. 이건 정말 끝장나게 웃기는 에세이다. 그의 글은 상당히 장황하고 세세하다. 어찌나 세세한지 각주에 또 각주를 단다. (각주에 각주를 단 글은 처음 읽어봤다.) 그런데, 전혀 지루하지 않은 건 신랄하면서도 미치도록 웃기기 때문이다.「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을 읽으면서 재밌었던 문장은 따로 적어두었다. 웃고 싶을 때 다시 읽으려고. 정말이지 글을 잘 쓰면서도 웃기게 쓰는 작가는 팬이 되지 않고 배길 수가 없다. 일찍이 커트 보니것, 김연수, 무라카미 하루키의 팬이 된 것도 그들이 웃긴 글을 잘 쓰기 때문이었고, 잘 쓴 글이 웃기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웃긴 글을 쓴 작가의 삶은 아이러니하게도 즐겁지 못했다. 데이비드 포스트 월리스는 죽기 전까지 불안장애와 우울증을 겪었다고 하며 이생에 부인을 남겨두고 46세의 나이에 스스로 목을 매 저승으로 떠났다. 살아계셨더라면 아직까지도 글을 써서 책으로 냈을지도 모르는데 그의 죽음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저/김명남 편역
바다출판사 | 2018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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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끝까지 흥미진진,『얼어붙은 바다』 | 리뷰모음 2019-01-21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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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얼어붙은 바다

이언 맥과이어 저/정병선 역
열린책들 | 2017년 1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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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와 똥으로 범벅이 된 소설이지만 그야말로 박력 넘치고 흥미진진하다. 현장감이 높으며 글의 흡입력이 장난이 아니다. 풍경이나 현상에 대한 묘사도 탁월하다. 19세기 영국의 킹스턴 어폰 헐(항구도시)에서 포경선인 볼런티어호에 수많은 선원이 승선하고 배는 북쪽바다를 향해 떠난다. 선원들 중 누구도 배 안에 살인마가 타고 있다는 사실은 몰랐을테지만, 그런 작자가 분명 있었다. 그린란드 출신의 작살수인 헨리 드랙스는 볼런티어호가 항해를 떠나기 전 헐에서 어린 사환인 조지프를 겁탈한 바 있는데, 그건 그가 앞으로 벌일 만행의 시작에 불과했다. 그는 생각하지 않았고 주어진 상황 속에서 자신이 내키는대로 행동했다. 그에게는 인간에 대한 연민이 조금도 없어서 사람을 죽이는 것과 동물을 죽이는 것이 매한가지였다. 작중 인물 중에서 헨리 드랙스와 가장 대비되는 이는 의사인 섬너다. 그는 인간에 대해 연민을 느끼며 지성도 갖추고 있고 생각이 깊은 편이다. 


  그는 배에서 내내 아편 팅크를 흡입한다. 머릿속에서 복잡하게 떠도는 온갖 생각들을 모조리 잊고 싶다는 듯이 아편에 매달린다. 섬너는 머리가 좋아서 헨리 드랙스가 조지프를 겁탈하고 아이를 죽이기까지 한 걸 밝혀낸다. 그러거나 말거나 드랙스는 시종일관 두려워하고 머뭇거리는 적이 한번도 없다. 배가 영국으로 돌아가면 그는 교수형에 처해지겠지만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부빙이 떠도는 북쪽바다에서 선원들은 극한의 추위를 견뎌내며 돈이 되는 동물(바다표범, 고래, 북극곰)은 모조리 잡았는데, 동물들 중에서도 북극곰은 굉장히 포악한 짐승이어서 선원 하나가 목숨을 잃을 정도였다. 볼런티어호는 다른 배들과 다르게 남하하지 않고 자꾸만 북쪽으로 치고 올라가다가 커다란 얼음에 부딪히고 결국 가라앉는다. 모든 건 선장과 백스터라는 작자의 계략 때문이었다. 그들이 보험사기를 쳐서 거액을 손에 쥘 목적으로 선원들을 죽음으로 내몬 것이다. 


  그런 와중에도 선장은 드랙스의 손에 의해 운명을 달리하고, 선원들은 그린란드의 얼어붙은 땅 위에서 혹독한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린다. 소설은 어찌보면 드랙스와 섬너의 대결을 그렸다고 볼 수도 있는데, 그렇다고는 해도 이야기는 섬너 쪽에 치중하고 있다. 드랙스는 수많은 사람들을 죽여서 손에 피를 묻히고 섬너는 사람을 살리느라 손에 피를 묻히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섬너도 사람을 죽였다. 드랙스와 섬너라는 인물의 특징이 하도 대조적이어서 자칫하면 드랙스를 악인으로 섬너를 선인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렇지는 않다. 섬너는 다만 생각이 많을 뿐이다. 그도 돈 앞에서는 눈이 뒤집히는 별 수 없는 사람이고, 자기 목숨을 지키기 위해선 다른 이를 죽인다. 허나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그렇지 않나. 돈 싫다는 사람 찾기 어렵고 극한의 상황 앞에서 자기 몸을 사리지 않기가 어렵다. 그래도 섬너는 드랙스에 비하면 인간적이다. 드랙스는 인간 말종 중의 말종일 뿐이고. 


  섬너는 배가 가라앉고 난 후에 그린란드에 거주하는 야크(이누이트족)들과 잠깐 생활하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 이때의 이야기를 읽는 일이 무척 즐거웠다. 소설가가 묘사한 바에 의하면 19세기의 이누이트는 몹시 단순하고 야만적인 사람들인데 정말 그랬는지 궁금하다. 소설속에서 제일 단순하고 비열하며, 야만적인 인물은 단연코 헨리 드랙스다. 우리가 야만적이라고 부르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책에 나오는 문장을 그대로 인용하면 될 것 같다. 야만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사생활, 계급과 체계, 울타리를 만들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354쪽)는 사람들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런 노력을 끊임없이 한다. 아니, 솔직히 잘 모르겠다. 야만인이라는 말 자체가 우습지 않은가.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지역의 사람들을 뭉뚱그려서 야만인이라고 불렀던 게 아닐까. 그들이 실상 어떻게 살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르고 알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으면서. 그래서 나는 섬너와 성직자가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못마땅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도 그렇지 않았나 반성하게 된다. 모르는 이들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일. 


  몇 명의 선원과 야크를 죽이고 도주했던 드랙스는 나중에 섬너와 다시 만난다. 그는 보험사기를 치려던 백스터와 거래를 해서 섬너를 죽이려고 하는데, 상황이 묘하게 흘러간다. 백스터가 드랙스보다 훨씬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섬너가 생각보다 약한 캐릭터가 아니라는 점이 이야기의 후반부를 흥미롭게 만들었다. 어쩌면 섬너가 아편 팅크에 취해서 온갖 환상에 시달렸던 건 그가 약한 인물이라는 걸 보여주려 한 게 아니라, 그가 과거에 사로잡혀서 헤어나오질 못하는 인간이라는 점을 보여주려 한 게 아닐까. 과거와 미래 따위는 없는 드랙스(살인마)와 섬너(보통의 인간)는 다른 인물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말이다. 보통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드랙스가 아닌 섬너에 감정이입을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자연스럽게 섬너에게 선한 감정을 느낀다. 그러면 그가 어떤 식으로든 승리하기만을 바라게(설령 사람을 죽일지라도) 된다. 드랙스에 감정이입을 하고, 그가 승리하기를 바라는 사람이… 과연, 있을지?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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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신년특집 편(핀란드)을 보고 | 여러가지 2019-01-18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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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every1이라는 채널에서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라는 프로를 해주는데, 어제 신년특집으로 예전에 한국에 한 번 여행온 적이 있었던 핀란드 사람들이 다시 와서 여행한 걸 보여줬다. 시청자에게 제일 관심을 많이 받은 출연자들이라서 재방문한 거라고 한다. 출연자인 세 사람 다 키가 큰데 키도 크면서 덩치도 좋은 사람이 빌푸, 약간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인상이 비슷해 보이는 사람이 빌레, 락밴드 멤버처럼 생긴 사람이 사미다. 핀란드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성격이 그렇게 느긋한 건지는 몰라도 세 사람은 비교적 느긋한 편이다. 그리고 남자 어른들이 아니라 꼭 어린 애들 같은 면이 있다. 


  핀란드도 우리나라처럼 강대국에 점령 당한 역사가 있다고 한다. 두 나라에 점령 당했는데 그 역사가 길다. 핀란드에는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산타 마을이 있는데, 세 사람이 친구의 아들의 생일선물을 주기 위해서 방문한 산타마을의 모습은 내가 예상한 것과는 달리 뭔가 상업적인 느낌이 많이 났다. 그런 요소가 어디에 있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도. 그리고 핀란드에서는 전통적으로 갓 태어난 아기에게 이름을 새긴 칼을 선물한단다. 핀란드는 그야말로 한적한 나라다. 상가도 24시간 문을 여는 곳이 없고 밤이 되면 거리가 깜깜하단다. 세 친구가 우리나라의 어느 호텔에 와서 창밖으로 보이는 고층빌딩을 보며 신기해하던데, 아마 핀란드에는 고층빌딩도 드문 모양이다. 


  시청자들(나와 엄마도 포함)은 그들이 지닌 순수함, 엉뚱함에 반한 게 아닐까 싶다. 훤칠한 남자들이 하는 행동은 마냥 천진난만하다. 나도 방송을 보면서 그 사람들 팬이 된 것 같다. 서른 가까이 되는 남자들이 핀란드의 넓디 넓은 숲에서 버섯을 따며 논다. 주변 환경을 제대로 활용한 놀이가 분명하다. 핀란드나 캐나다처럼 겨울에 눈이 말도 못하게 많이 오는 나라에 가보는 게 꿈이다. 발이 푹푹 빠질 정도로 많이 와서 제설차가 지나가야만 길이 나는 그런 곳…. 집은 드문드문 있는데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맞다, 내게는 그런 나라와 지역에 대한 어느 정도의 판타지가 있다. 그런 게 있어야 사는 맛이 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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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두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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