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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한 사람의 차지』: 사랑이 떠나가네 | 2019-12-2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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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오직 한 사람의 차지

김금희 저
문학동네 | 2019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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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속가능한 사랑


  우리가 누군가를 깊이 사랑할 때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면서 동시에 충돌할 수 있다. 『오직 한 사람의 차지』에 실린 단편들에서 김금희 소설가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고 충분히 공감의 표를 던질 수 있었다. 「체스의 모든 것」의 '노아 선배'는 사랑하는 이들과 충돌하면서 자기 안의 감정을 잘 다스리지 못했는지 어떤 사랑이 끝나고 난 이후에 우울증이 더 깊어졌다. 「레이디」에서 '정아'는 '유나'를 그토록 사랑해서 최선을 다하고 싶은 충만한 마음까지 들었으나, 충돌할 때 들었던 서운하고 억울한 감정들을 이겨내지 못하고 사랑의 종지부를 찍었다. 사랑은 불같이 한번에 화악 타오를 수도 있지만 물을 뿌린 듯이 급작스레 꺼질 수도 있었다. 


  「문상」에서의 '송'도 '양'에게 애정을 느꼈으나 '양'과 가까워질 때마다 마음 속에서 이는 불편함을 견디지 못하고 사랑은 끝났다. 「사장은 모자를 쓰고 온다」에서 '사장'은 '은수'를 사랑했고, 그렇기 때문에 은수의 생활방식과 신조에 맞게끔 자신을 변화시키고자 노력했으나 '사장'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었다. 한편, 「체스의 모든 것」에서 '노아 선배'는 대학교 재학 시절, '국화'와는 자주 부대끼고 충돌했는데(국화를 사랑했지만 자신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하지 않았고, 그러기 싫어서 더 자주 싸웠다.), 훗날 피비 케이츠를 닮은 아내와는 잘 지내는 듯 했으나 이혼의 아픔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그의 우울증은 더 짙어졌다. 


  사랑할 때에는 자기 자신이 아닌 타인을 참아낼 줄 알고 감내해야 한다. 그리고 그 사람을 위해서 스스로 변화를 꾀한다. 어쩌면 사랑은 그것을 지속시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만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2. 김금희 식 문장


  「새 보러 간다」를 읽다 보면 세상에는 '윤'처럼 가슴에서 불이 화르륵 타오르는 사람도 있고, 차갑게 식어가는 사람도 있다는, 세삼스럽지 않은 생각이 든다. 김금희 소설가는 거기에서 더 나아가 '윤'이 자신의 열기로 팝콘을 튀겨 주변에 뿌리고 다닌다는 기막힌 묘사를 했고, 책을 덮고 난 뒤에도 김금희 소설가만의 생생한 표현이 기억에 남았다. 소설속에서 '윤'이 '김수정'에게 팝콘을 튀겨댈 때, '김수정'은 그렇게 살아가는 '윤'을 걱정했다. 그가 몸속의 열기를 가라앉히고 영양가도 없는 팝콘 같은 말을 쏟아내며 자신을 소모시키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김금희 소설가는 그녀의 단편들에서 여러번 열기(熱氣)에 대해 이야기한다. 


  살면서, 사랑하면서 최선을 다할 때 우리는 몸속에 불같은 열기를 지니게 되는데 그때 한 사람은 마치 반짝이는 하나의 별과 같다고 쓰기도 했다. 또한, 열기가 빠져나간 상태를 겨울의 황량함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그렇게 따지면 불이 활활 타오를 때의 우리는 여름의 상태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사실 그런 글들을 다른 소설에서 읽었더라면 조금 닭살이 돋았을지도 모르겠다. 팝콘을 튀긴다느니, 하나의 별처럼 빛난다느니, 여름 안에서 우리는 가장 환했다느니. 하지만 김금희 소설가만의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이야기를 통해 접하니 사랑스러웠다. 


3. 죽음 이후에 남겨진 이들


  김금희 소설가의 단편들은 사랑이 죽었든, 사람이 죽었든 남겨진 이가 죽음 이후에 겪어야 하는 죄책감, 상실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한다. 등장인물들은 지나간 사랑, 떠나간 사람을 떠올리며 자신을 책망한다. 「체스의 모든 것」에서 '노아 선배'는 자기가 참 한심했었다 말하고, 「문상」에서의 '희극배우'는 한층 더 우울한 사람으로 살아갈 것이며, 「누구 친구의 류」에서 '류'는 억울하게 죽은 딸 때문에 항상 괴로워하다 쿠바로 가서 눌러앉겠다는 선언을 했고, 「쇼퍼, 미스터리, 픽션」에서 'K'는 가족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가 드리운 그림자로 인해 성정이 어둡고 무언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사람으로 자란다. 


  그래서 그런지 'K'는 훗날 소설가가 되었다. 김금희 소설가는 소설에서 말한다. 사랑할 때, 살아갈 때 최선을 다할 것. 그건 사랑을 존속시키고 자신을 지켜낼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니까. 죽어버린 사랑, 사람을 따라 무덤에 파묻히지 않으려면 가버린 사랑, 사람을 추억하면서 다음 사랑을 하거나, 열심히 살아가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무너졌어도 사람은 언제든 다시 일어서야만 하고 소설가는 무너진 사람들의 일그러진 표정을 세심하게 포착해낼 줄 아는 사람들이 아닌가 싶다. 


  뒤를 돌아보았다. 김수정이 이미 지나쳐 온 거리에 윤은 없었다. 아예 처음부터 없었던 사람처럼. 김수정은 그렇게 서서 누군가와 그처럼 완벽하게 단절되어버린다는 건 어떤 것인가 생각했다. 그런 고통은 어떻게 해서 드러날 수 있는가에 대해. 그러자 김수정의 얼굴 위로 조용히 눈물이 흘러내렸다. (「새 보러 간다」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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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서평단 모집]『나, 티투바, 세일럼의 검은 마녀』 | 2019-12-19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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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즈 콩데 저/정혜용 역
은행나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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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의 우산』: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에 대하여 | 2019-12-12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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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디디의 우산

황정은 저
창비 | 2019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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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과거의 그림자를 떨쳐낼 수 없고 그들은 그 그림자의 영향으로부터/그들의 오늘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기를 원했다. (본문 311쪽)


  「d」에 이어서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를 읽고 짧은 감상을 남긴다. 참으로 황정은 소설가의 소설을 좋아했던 이유는 소설가가 글 안에서 너무 많이 말하지 않기에 사랑스럽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적게 말하면서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끔 만드는 소설가의 글이 마음에 들었던 거다. 그런데, 이번 연작소설에서 놀랐던 점은 그녀가 아주 많이 말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소설가의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였던 생각이 그야말로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가 싶었다. 


  소설가는 세월호 사건과 18대 대통령이었던 박근혜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하기 위해서 광장에 모인 수백만의 시위대 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그녀의 이야기에 점차 젖어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가 비처럼 쏟아내는 이야기에 말이다. 글을 읽는 동안 마치 광장에 모여 평화적인 시위를 하는 시민들의 무리에 나도 섞여있는 것만 같은 착각이 일었다. 어떤 때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인 '나'에게 감정이입이 되어서 아직까지도 대한민국 사회에 만연한 성소수자에 대한 따가운 눈총이나 여자를 무시하는 시선을 견뎌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다. 


  이야기의 힘이란 참으로 놀랍다. 현장에 있지 않아도 내가 마치 현장에 있는 듯한 착각까지 불러일으키니까. 또한 소설가의 이야기를 최대한 신뢰하고 읽게 되니까. 이야기의 파급력이 놀랍다는 이유로 소설가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정직하고 바른 이야기를 써달라는 것이다. 살인이나 끔찍한 범죄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소리가 아니다. 쓸거면 정확하게 쓰고, 잘못된 지식이나 생각을 함부로 써넣지 말고, 사람들을 나쁜 쪽으로 선동하는 이야기를 쓰지 말아달라는 소리다. 


  개인적으로(개인적인 취향으로) 『디디의 우산』을 황정은 소설가의 전작들만큼 좋아할 수는 없겠다. 그렇대도, 이 책은 충분히 읽어볼 가치가 있다. 황정은 소설가는 잊어서는 안 되는 역사의 어두운 모습들을 자꾸만 불러다 환기시킴으로써 과거를 잊은 자에게 미래는 없다, 희망은 없다라는 말을 세삼 각인시키게 한다. 과거가 드리운 그림자는 늘 우리곁에 있다고… 아직까지도, 여전히 나는 혁명이라는 단어에 소심할 뿐인데 그건 내가 미치도록 수동적이고 나약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내가 혁명가들을 대단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그들이 나와 전혀 다른 삶(능동적이고 결단력 있는)을 살았다는 사실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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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두머루
느리지만 나름대로 즐거운 독서 생활을 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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