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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마음 속이 제일 무섭다,「사바하」 | 2019-02-25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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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사바하

장재현
한국 | 2019년 02월

영화     구매하기

  지난 주 토요일, 아침 8시 반에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고 왔다. 그때 극장 안에 우리 가족말고 다른 관람객이 한 명도 없었기에 몰입을 제대로 하고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영화를 볼 때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여러가지가 있다. 휴대폰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이나 소근거리면서 영화 내용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 팝콘 냄새, 화장실 간다고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도 그렇지만 신경이 예민하면 그냥 주위에 누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몰입이 잘 되지 않는다. 그런 걸 신경이 예민하다고 표현하면 본인에게 매우 관대한 걸지도 모르겠다. 그냥 신경질적인 거다. 어쨌든 영화는 조조가 좋더라. 


  이 영화에서 제일 무섭다고 느꼈던 장소가 등장인물 중에 '정나한'이 잠을 자던 법당 안의 한 방이었다. 방 안의 벽면을 온통 뒤덮고 있던 그림이 사대천왕 중에 지국천왕이었나? 기억력이 말썽이다, 언제나. 정나한은 그 방 안에서 요 하나만 깔고 잠을 청하는데, 영화를 보면 그가 그곳에서 단 하루도 편히 잠들 수 없었다는 걸 알 수 있다. 거기, 원혼이 있든 뭐가 있든 정나한이 떨쳐버리고 싶은 악몽처럼 끔찍한 것들이 항상 있었다. 어제 천안에 있는 각원사에 들어가서 탱화를 보는데 예전과는 다르게 기분이 좋지 않았다. 뭔가, 소름이 끼친다고 해야 하나, 거북스럽다고 해야 하나. 그게 다 「사바하」를 봤기 때문이었다. 예전에는 탱화를 보면 신비롭다고 느끼거나 많은 경우, 별 느낌이 없었다. 


  영화에서 제일 눈에 띄는 배우가 있었다면 단연 '박정민'이었다. 눈빛 만으로 많은 걸 보여준 배우. 어쩌면 배우로서 그가 가진 잠재적인 파워도 거기서 봤을지 모르겠다. 폭발한 파워 밑에 숨겨진 잠재적인 파워 말이다. 그의 연기는 「동주」에서도 본 적이 있다. 그때도 정말 좋은 배우라고 느꼈다. 「사바하」에서 목사 역을 맡았던 이정재보다는 박정민에게 눈길이 더 많이 갔다. 헌데, 다른 종교단체는 몰라도 이 영화에서 박목사가 뒤를 캐고 다니던 동방교는 사이비 종교가 확실하다. 어떤 명분으로든 사람을 죽이는 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짓인데 그 짓을 하고 다녔으니까. 옴진리교가 지하철에서 사린가스로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듯이. 인간의 마음 속에 자리잡은 악이 세상에서 제일 무섭다. 그 어떤 악귀, 원혼, 귀신보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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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는 건 결국 문장인가 | 2019-02-1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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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필사 리뷰 이벤트 참여

[도서]계속해보겠습니다

황정은 저
창비 | 2014년 10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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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력이 형편없는 내게 남는 건 결국 문장인가 보다. 신비한 화석처럼 가치있는 것으로 남아 자꾸만 들여다보게 되는, 그리하여 되새기게 하는. 이렇게 밑줄이 그어진 책을 발견하면 그 책이 더 소중해진다.



  황정은 소설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특별하게 써내는 작가, 라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가 장황한 소설보다는 문장이 특별한 소설이 마음에 든다. 그래서 나는 황정은 소설가의 글을 좋아한다. 우습게도 나는 이 문장이 쓰인 책의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주인공들의 이름이 독특했는데, '나나, 소라, 나기'였던가? 나나와 소라의 어머니는 우울증이 굉장히 심했을 때 아이들을 제대로 돌봐주지 못해 옆집 아주머니가 대신 아이들에게 먹을 걸 만들어주고 했던 것 같은데. 성인이 된 나나는 임신을 했고 소라는 그런 나나를 안절부절 못하며 바라봤고, 나기는 달걀말이를 잘 만드는 남자였고…, 
  
  그리고 특별히 기억나는 건 톱니바퀴에 대한 내용이다. 한 번 말리면 절대로 거기서 나올 수 없는 톱니바퀴 말이다. 아무래도 나나와 소라의 아버지가 일을 하다가 거기 말려들어가서 돌아가셨던 것 같은데, 그래서 나나와 소라의 엄마가 우울증에 걸렸던 걸까. 아, 그렇다면 이 소설은 정말 슬픈 이야기였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故 김용균 군의 안타까운 죽음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안타까운 사고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과연 제정신으로 멀쩡히 살아갈 수 있을까. 나나와 소라의 엄마는 남편의 사고 이후에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기 힘들었을 테고, 자기 몸 하나 지탱하기도 힘겨웠을 거다. 이 소설책이 그런 걸 말해줬다면 분명 슬프고도 좋은 소설이었겠구나. 타인의 아픔에 대해서 우리는 세심해질 필요가 있다는 점을 말해주는 소설이니까. 역시, 황정은 소설가. 

(나는 이 책이 발간 되었을 때 바로 구입해서 읽었고, 읽자마자 리뷰를 쓴 적이 있다. 이 리뷰는 이 책에 대한 두 번째 리뷰이자 회상이다. 나중에 또 쓸 날이 올 지는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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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속 문장들 | 2019-02-1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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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쪽 - 인간의 근원적 무능력, 즉 '타인의 슬픔을 똑같이 느낄 수 없음'


38~40쪽 - 《슬픔의 위안》(김명숙 옮김, 현암사, 2012)이라는 책이 있다. (…중간생략…) 저자들은 이렇게 말을 잇는다. 슬픔에 빠져 있지만 말고 외출도 하고 사람도 만나라고 말하는 이들의 헛소리에 신경 쓰지 말라고. 당신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그저 아무 일도 안 하고 쉬는 것일 뿐이라고. 집안일도 남에게 맡겨버리고 필요하면 수면제도 먹으라고. 수면제 대신 캐머마일 차를 드셔보시라고 말하는 친척의 말은 샌드위치 그만 먹고 도장이나 핥으라는 말과 같으니 과감히 무시하라고. 함께 기도해주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이렇게 말하라고. "기도는 제가 직접 할 테니 설거지나 좀 해주시겠어요?"


56쪽 - 소설이란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 소설을 읽으면 겸손해지고 또 쓸쓸해진다. 삶의 진실이라는 게 이렇게 미세한 것이구나 싶어 겸손해지고, 내가 아는 건 그 진실의 극히 일부일 뿐이구나 싶어 또 쓸쓸해지는 것이다. 


92~93쪽 - '폭력이란? 어떤 사람/사건의 진실에 최대한 섬세해지려는 노력을 포기하는 데서 만족을 얻는 모든 태도.' 단편적인 정보로 즉각적인 판단을 내리면서 즐거워하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나는 느낀다. 어떤 인터넷 뉴스의 댓글에, 트위터에, 각종 소문 속에 그들은 있다. 


139쪽 - '캐릭터 박물관'이라는 것이 세워진다면 뫼르소는 특실에 전시되어야 한다. 같은 방에는 도스토옙스키의 '지하생활자'(《지하생활자의 수기》), 멜빌의 '바틀비'(《필경사 바틀비》), 그리고 카뮈보다 3년 먼저 태어난 이상(李箱)이 탄생시킨, 뫼르소보다 6년 앞선 〈날개〉의 주인공…정도가 있을 것이다. 


188쪽 - 성숙한(계몽된) 인간이 갖고 있는 감수성이란, '젠더 감수성'이나 '인권 감수성'이라는 개념에서 그 용례를 찾아볼 수 있는 것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들을 이해하고 행여 그것에 대한 잘못된 지식/믿음(즉 '무지'와 '미신')이 '차별'의 근거로 작동할 수 있는 상황을 예방하거나 비판할 줄 아는 민감함을 의미한다. 이런 감수성은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인 것이 아니다. 나에게 그것이 없다는 것은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와 고통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을 상시적으로 품고 있다는 말이다. 


211쪽 - 누구나 무엇을 이용한다. 공허한 삶을 '의미'로 채우기 위해서는 이용할 무엇이 필요하다. 나에게 할 일이 있다는 것, 그 일을 할 때 나는 중요한 사람이 된다는 것, 그러므로 나는 여전히 살 가치가 있다는 것…… 그런 느낌이 우리를 사로잡을 때 삶은 얼마나 충만해지는가. 


264쪽 - '도대체 이게 무슨 의미가 있지?' 가장 성공적인 질주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인간조차도 가끔 이런 의문에 걸려 넘어진다. 이것은 인간이 의미를 추구하는 동물이라는 또렷한 증거다. 인간은 의미를 잊고 살 수는 있어도 의미를 빼앗긴 채 살 수는 없다. 다시 굴러떨어질 바위를 끝없이 밀어 올리는 시시포스가 경험한 것은 바로 무의미의 지옥이다.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신형철 저
한겨레출판 | 2018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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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두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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