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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편의 성스러운 이야기,『세 가지 이야기』 | 리뷰모음 2019-07-30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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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세 가지 이야기

귀스타브 플로베르 저/고봉만 역
문학동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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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순박한 마음


  오뱅 부인의 하녀인 펠리시테는 충직하고 살림 잘 하는 여인이었다. 오뱅 부인의 자식들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폈으며, 아이들 중에서 여자아이인 비르지니가 죽자 자기 자식이 죽은 듯이 슬퍼했다. 그녀는 배운 건 없었지만 심성이 고운 여인이었는데, 비르지니가 죽은 뒤에 더욱 착한 여성이 되었다. 그녀는 종교에 대해서도 잘 몰랐으나 가장 충실한 기독교인 중 한 사람이었다. 지난한 삶을 견뎌낸 펠리시테는 자기보다 남을 더 챙기면서 살았으나 다 늙어서 보상을 받을 일은 없었다. 


  일개 하녀의 삶을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도 없었다. 마찬가지로 그녀가 죽고나면 그녀의 과거도 잊혀질 게 분명했다. 비르지니도, 조카도, 오뱅 부인도 차례대로 세상과 작별을 고하고 결국 펠리시테도 죽음에 이르게 된다. 그녀는 생전에 마치 친구처럼, 분신처럼 아꼈던 앵무새 룰루를 매우 소중히 여긴 나머지 룰루를 박제까지 했으나 다른 이에게 그것은 아무런 가치도 없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고 다른 사람에게 헌신적으로 살았던 펠리시테의 삶은 허망하게 끝났다. 


  그녀의 고운 심성과 다른 이에게 베푼 사랑, 봉사는 보상을 받지 못했으나 펠리시테는 분명 좋은 사람이었다. 그녀보다 지위가 높고 많이 배웠다 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다른 이들에게 폐를 끼치고 부도덕한 행동을 저지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에 비하면 그녀는 '순박한 마음'을 가진 여자였고 타인에게 무한히 친절했다는 점으로 인해서 성스럽기까지 한 인물이었다.


2. 구호수도사 성 쥘리앵의 전설


  이 이야기는 '나'의 고향에 있는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에 그려진 구호수도사 성 쥘리앵에 관한 것이다. 쥘리앵은 영주의 외아들로 태어나 어린 시절을 상당히 부유하게 보냈으나, 사냥에 대한 욕구가 강해서 스스로 부모님을 죽이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떨다가 그 불안이 구체적으로 눈앞에 드러나는 순간 두말하지 않고 성을 나와 떠돌이 생활을 한다. 부모님을 죽이지 않기 위해선 부유한 생활도 마다하고 성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사냥에 대한 쥘리앵의 욕구는 사람을 돕는 데 쓰이면서 좋은 쪽으로 풀리는 듯했다. 후에 황제의 딸과 결혼해서 떠돌이 생활을 청산하고 안락하며 풍족한 삶을 누리게 되는데, 그는 그럼에도 답답하게 가슴을 옥죄는 욕구를 풀 길이 없어 괴로워했다. 그러다가 자신을 찾아서 먼길을 떠나온 가엾은 부모님을 실수로 죽인 쥘리앵은 전재산을 아내에게 물려준 뒤 다시금 성을 떠나 비렁뱅이로 살게 된다. 


  그는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죗값을 치뤄야 할 때 가차없이 자신이 누리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났다. 부모님을 죽인 죄는 너무도 커서 무엇으로도 죗값을 치룰 길이 없겠으나, 그는 고행의 길을 기꺼이 걸어나갔다. 이는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아니다. 벌을 피하지 않고 스스로 나서서 받은 댓가였을까, 그는 비렁뱅이로 살다가 기적과도 같은 구원을 받게 된다. 


3. 헤로디아 


  성서에 나오는 인물들을 등장시킨 플로베르의 소설인데 종교를 믿지 않고 관심도 크게 두지 않았던 나로서는 생소하고 낯선 이야기였다. 한편의 문학작품으로 「헤로디아」를 읽으니 분봉왕 안티파스의 성에 찾아든 각 나라, 각 지역, 다른 종교, 종파의 인물들이 지닌 끝없는 욕망이 두드러져 보였다. 그들의 욕망은 세례자 요한(말투나 행동은 기괴했지만)과 메시아인 예수그리스도를 더욱 성스럽게 만드는데 일조하는 듯했다. 


  서로가 서로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고, 자기주장만 내세우며, 강자에게 아첨하고, 잇속만 챙기려드는 사람들의 모습. 서로의 생김새나 관습, 모든 사소한 것들이 존중 받아야 할 대상이 아니라 조롱거리로 전락하는 모습은 지금 시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현상들이기에 낯설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안티파스의 아내인 헤로디아의 불안과 욕망은 극에 달하여, 남편이 딸에게 반하게끔 계략을 꾸미기까지 하니 그야말로 경악스러울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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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내내 끙끙 앓았다,『7년의 밤』 | 리뷰모음 2019-07-1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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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7년의 밤

정유정 저
은행나무 | 2011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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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댐 건설로 인해 수몰된 마을이 있고 '안승환'이 그곳에 잠수 장비를 갖추고 들어가 돌아다니는 장면을 머릿속에서 상상해봤는데 신비로우면서도 쓸쓸한 느낌일 것 같았다. 아니, 잘 모르겠다. 과연, 어떤 느낌일까. 하여간 『7년의 밤』은 특정한 장소가 선사하는 신비로움 때문에라도 다른 스릴러와 차별성이 있었다. 『7년의 밤』을 읽기 전에는 이 소설이 분량은 많지만 읽고 이해하는데 별 어려움 없이 책장을 술술 넘길 수 있는 스릴러일 거라고 짐작했다. 흥미로우면서도 내용이 어렵지 않으니까 대단한 판매 부수를 기록하는 책이 아닐까, 하는 어리석은 생각으로. 다 읽고나서야 한참 어리석었다는 걸 깨달았다. 


  생각할 거리가 많은 소설이다.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일까, 사형 제도는 없어져야 할까, 악인과 선인을 정확하게 가려내는 일이 가능할까, 최현수가 우물의 공포를 극복했다면 그의 삶이 어떤 방향으로 흘렀을까. 최현수는 어린 시절 수수밭에 있는 우물에다 아버지의 구두를 던졌다. 허구헌날 술만 먹고 가족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를 우물이 데려가줬으면 싶어서였다. 마을에 그런 소문이 떠돌았다. 누군가의 신발을 우물에 빠뜨리면 우물이 신발의 주인을 불러들인다는. 책을 읽는 동안 우물의 이미지가 내내 머릿속에서 맴돌았고 무척 섬뜩했다. 


  최현수가 구두를 던져서 우물이 그의 소원을 들어준 건 아니었겠지만 아버지는 우물에 빠져 익사했다. 아버지는 우물 안에서 다 죽어가며 아들을 불렀고 구두를 던지던 최현수는 우물이 자기를 부른 줄 알고 무서워서 도망쳤다. 그 이후로 최현수는 평생을 우물의 공포에 시달린다. 자신이 직접 아버지를 죽인 건 아니었으나, 우물에 빠진 아버지의 목소리를 우물이 부른 걸로 착각했고, 거기다 아버지의 구두를 우물에 던져서 아버지가 실제로 죽음에 이른 걸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인한 죄책감에 늘상 괴로웠다. 만약 그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우물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더라면(그게 가능하다면 말이다.) 모든 일이 좀 더 나은 쪽으로 흐를 수 있었을까. 


  모든 일이 어떤 식으로든 흘러가 버린 뒤에 만약을 논하는 건 잘못된 일일까. 하지만 그게 그렇게 큰 잘못일까. 지나간 삶이 못내 아쉽고 안타까워서 후회하지 않아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오히려 뒤를 돌아보지 않는 사람이 실재한다면 그이는 아주 무서운 사람일지도 모른다. 물론 이런 생각은 가능하다. 모든 상황을 자신 혼자서만 만들어가는 건 아니다. 만약 그때로 다시 돌아가 내가 일을 잘 수습한다 하더라도 주변에서 자신의 삶을 간섭하려는 온갖 것들이 덤벼들어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다. 이 또한 잘못된 생각이려나. 어쨌든 나는 『7년의 밤』을 읽으면서 내내 골치 아픈 생각들에 시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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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서평단 모집]★김연수★『시절일기 : 우리가 함께 지나온 밤』 | 여러가지 2019-07-1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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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일기

김연수 저
레제 | 2019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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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내게 혹은 이 세계에 일어났을 때,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뭔가를 끄적이는 일이었다. (……) 그 문장들이 대답이 될 수 있을까?


『시절일기_우리가 함께 지나온 밤』은 김연수가 지난 십 년간 보고 듣고 읽고 써내려간 한 개인의 일기이자 작가로서의 기록이다. 그 시간 안에서 그는 대한민국이라는 사회 속의 평범한 개인이자 가장이었고, 어쩌면 가장 치열하게 한 시대를 고민했을 사십대의 어른이었고, 지금-여기를 늘 들여다보고 고민하고 기록해야 하는 작가였다. 그는 끊임없이, 쓰는 일에 대해 고민하고 멈칫거리고 그리고 다시 쓰는 사람이다. 시를 발표하고 장편소설을 펴내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한 지 어느새 이십오 년, 그는 여전히 글쓰기라는 업業에 대해 묻고 또 묻는다. 그 질문하는 일이 그에게는 곧 ‘쓰기’인 셈이다.


이 지옥 같은 세상 속에서 문학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그렇지만……


타자의 고통 앞에서 문학은 충분히 애도할 수 없다. 검은 그림자는 찌꺼기처럼 마음에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애도를 속히 완결지으려는 욕망을 버리고 해석이 불가능해 떨쳐버릴 수 없는 이 모호한 감정을 받아들이는 게 문학의 일이다. 그러므로 영구히 다시 쓰고 읽어야 한다. 날마다 노동자와 일꾼과 농부처럼, 우리에게 다시 밤이 찾아올 때까지.(49쪽) 


소설가란 소설가가 되어가는 과정에 있는 사람을 뜻한다. 소설가란 지금 소설을 쓰고 있는 사람을 뜻한다는 얘기다. 소설 쓰기에 영적인 요소가 있다면, 바로 이것이 다. 소설가는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소설을 쓴다. (……) 새로 시도할 때마다 실패하는 것, 그게 바로 데뷔작 이후, 그을린 이후, 모든 소설가의 운명이다.(52~53쪽) 


아마도 언제나 “소설을 쓰고 있는 사람” 김연수는 1970년생이다. 지난 십 년, 청년이던 작가 김연수는 온전히 사십대를 지나보냈다. 사십대-어른의 한가운데에서 그는 용산참사와 세월호의 침몰, 문화계 블랙리스트, 2016년의 촛불들…… 등의 사건을 직간접적으로 보고 듣고 겪고 견뎌내고 맞이했다. 그의 시선과 질문과 고민들은 그사이 더 예민해지고 더 깊어졌다. 그런 그의 시간 속에, 당연히 ‘우리’ 또한 함께 있었다. 그것은 그와 우리가 함께 지나온, 함께 견뎌온, 함께 맞이한 시간이었다. 그 안에서 우리는 여러 날 동안 눈을 감았고, 말을 잃었고, 펜을 놓았다. 다시 눈을 뜨고 말을 찾고 펜을 들고 일상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짧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세상을 움직이는 커다란 역사의 흐름 속에서 과연 제 삶의 시간조차 제 뜻대로 할 수 없는 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작가는 끊임없이 묻고 또 묻는다. 문학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예술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질문들은 결국 그의 업業인 글쓰기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 책 속의 질문들과 어떤 대답들은 어쩌면 지금의 김연수라는 소설가가 있게 한 힘이 무엇이었는지를 새삼 확인하게 해주기도 한다. 그의 문학/글쓰기의 출발점이 어디였는지, 그는 글쓰기를 통해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지.


지체되는 시간이 자기 인생이 된다고 할 때, 인간은 그 시간을 어떻게 견뎌야 할까요? 그런 의문이 저를 소설로 이끌었습니다. 


저는 거시적으로 제대로 작동되는 역사가 아니라, 개인의 삶 속에서 한없이 지체되는 역사에 관심이 갑니다. 인과율이 지체되는 동안의 시간을 견디기 위해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우연과 신화와 운명에 끌립니다. (……)


우리의 삶은 구불구불 흘러내려가는 강을 닮아 있습니다. 인간의 시간은 곧잘 지체되며 때로는 거꾸로 흘러가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깊은 어둠 속으로 잠겨들지만, 그때가 바로 흐름에 몸을 맡길 때라고 생각합니다. 어둠 속에서도 쉼없이 흘러가는 역사에 온전하게 몸을 맡길 때, 우리는 근대 이후의 인간, 동시대인이 됩니다. 그때 저는 온전히 인간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깊은 밤의 한가운데에서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으로 역사의 흐름에 몸을 내맡길 때, 우리의 절망은 서로에게 읽힐 수 있습니다. 문학의 위로는 여기서 시작될 것입니다.(296~301쪽) 


책을 읽고, 그림과 영화와 연극을 보고, 사람들을 만나고, 이해/감당할 수 없는 사건들을 만나면서 그는 쉬지 않고 ‘쓰고’, 계속해서, 점점 더, 끊임없이, 소설가가 ‘되어간다’. 그리고, 그렇게 끊임없이 질문하며 쉼없이 ‘쓰는’ 그를 우리가 ‘읽는’ 동안, 우리는 함께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시간을 발견하게 된다. 그 힘이 우리를 한발 더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이렇게 견디기 위해서 소설가들은 소설을 쓰고 감독들은 영화를 만들고 시인들은 시를 쓴다. 마찬가지로 견디기 위해 사람들은 소설과 시를 읽고 영화를 본다. 애도를 완결짓기 위해서가 아니라, 애도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들은 날마다 읽고 써야만 한다.(44쪽)


이 책은 어쩌면 그를 통해, 함께 (쓰고) 읽는 우리의 일기일지도 모른다. 우리들 각자가 자신의 방식으로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동안 그가 작가로서, 한 개인으로서 써내려간 매일의 기록이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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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두머루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 하고, 글을 쓰는 과정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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