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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찐광기'를 보여준 영화 | 리뷰모음 2020-08-20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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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홍원찬
한국 |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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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들이 연기하는 모습을 볼 때 이것저것 세심하게 보려고 주의를 기울이는 편이지만, 어쩔 수 없이(?) 눈빛 연기를 집중해서 보게 됩니다. 눈속에 누군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이 영화에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악인(惡人)은 '레이'역의 이정재 님이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눈빛 연기를 보고 알았습니다. 광기(狂氣)는 눈속에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는 것. 이미 자신만으로 가득 찬 눈속에서 다른 무엇도 찾을 수 없다는 것. 


  처음에는 황정민 님의 눈빛도 그래보였습니다. 조직의 일원으로서 사람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하는 그의 눈에 무언가가 담겨있다는 생각이 잘 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켜야 할 사람이 생기면서 눈빛이 달라보였습니다. 점점 그의 눈속에 무언가가 담겼습니다. 그것이 또다른 에너지인지, 인간으로서의 정(情) 혹은 부정(父情)인지, 명확하게 알 수는 없었지만, 차라리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는 게 나아보였습니다. 


  영화를 본 지 일주일 정도가 지나서야 리뷰를 쓰면서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다고, 가슴이 떨리게 좋았다고 고백합니다. 황정민, 이정재 님은 물론이고 박정민, 최희서 님의 연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시마다' 역의 박명훈 님은 영화에서 재일교포였는지, 일본인인데 한국말을 익혔던 건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이 놈의 집중력…), 특유의 그 말투가 귀에 쏙쏙 박히더라고요. 가끔은 영화를 볼 때 별것 아닌 요소에도 재미를 느끼고 집중하게 됩니다. 


  저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가 딱히 군더더기 없어 보여서, 결말도 시원시원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모든 분들이 그렇게 생각하시지는 않겠지만. 배우들의 움직임이 스피드하게 진행되다가 갑자기 슬로모션으로 진행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현실이라면 그런 게 가능하지 않잖아요. 영화의 세계에서는 현실과는 다른 시간이 흐르는 듯이 보여서, 그런 착각이 들어서 신기합니다. 헌데, 문득 질문이 하나 생겼습니다. 이 영화는 어째서 15세 이상 관람가로 상영하게 되었을까. 


  만약 레이가 사람을 해하는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줬더라면 19세 이상 관람가로 갔겠죠. 그러면 하드보일드 액션 영화가 되었겠네요. 그런 단어가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레이와 인남의 추격, 액션이 펼쳐진 무대는 태국이었는데, 태국의 말도 못할 무더운 날씨 때문에 레이는 시종일관 아이스커피를 들이켜고, 어떤 장소에서 자신을 물먹인 태국인들을 단체로 살해하고는 아이스박스 안에 가득한 얼음을 얼굴에 마구 끼얹었습니다. 분명 더러운 악인이지만 그런 모습은 카리스마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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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이 잘못 됐습니다』: 강아지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깨자 | 리뷰모음 2020-08-1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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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훈련이 잘못됐습니다

알렉스 저
페이스메이커 |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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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행동 때문에 매년 전 세계에서 수백만 마리의 개들이 사형선고를 받습니다. 단순히 인간의 방식과 다르다는 이유로 개의 행동에 칼질을 하고 결국 목숨까지 빼앗는 것입니다. (본문 15쪽)


  단순히 귀여운 강아지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공부도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덜컥 강아지를 키우는 게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 강아지를 키우면서 느꼈고, 『훈련이 잘못 됐습니다』를 읽고나서 더욱 선명하게 깨달았다. 더불어 내가 잘못 알고 있던 강아지에 대한 지식이나 생각들도 와르르 무너졌다. 앞으로 반려견을 입양하려고 마음먹은 사람들에게 사전교육을 받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 어째서 강아지들만 인간에게 교육 받아야 하는 걸까. 강아지를 잘 키우는 반려인들도 많지만,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반려인들도 많은데. 나 또한 문제가 많은 반려인 중 한 사람이다. 


  현재 5살이고 푸들인 산이, 2살이고 역시 푸들인 깡이와 함께 살고 있다. 두 아이들은 성향이 많이 다르다. 산이는 움직임이 적고 사료도 적게 먹는데, 깡이는 활달하고 사료도 잘 먹는다. 강아지들을 불렀을 때 깡이는 곧잘 오지만 산이는 대체적으로 시선을 피하고 잘 오지 않는다. 나는 강아지들 세계에 서열이 존재해서 산이는 가족들 중에 무시하는 사람이 있고, 깡이는 자기가 제일 밑이라고 여기는 줄 알았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누군가에겐 잘 다가가고 누군가에겐 그렇지 않는 거라는 사실을 알았다. 


  목소리가 크고 비교적 강압적으로 구는 사람에게는 기면서 다가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그걸 서열 때문이라고 생각한 내가 우습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싶어 한 가장 큰 이유는 깡이의 문제행동 때문이었다. 산책할 때 사람이나 다른 강아지들에게 심하게 짖고 달려드는 행동이 골칫거리였다. 집안에서는 천사 같은데 밖에만 나가면 악마로 돌변했다. 그 점에 있어서도 내가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깡이의 그런 행동이 주인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착각했다. 강아지가 즐겁게 산책하길 바라는 마음과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겹쳤다. 


  내가 잘못 알았고,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이러하다. 1. 깡이에게 사람이나 개는 트리거(책에서 나오는 용어로 강아지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위협이 되는 모든 것)였다. 2. 깡이가 짖고 달려드는 이유는 주인을 보호하기 위함이 아니라 자기 방어적인 태도였다. 3. 깡이는 산책 시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4. 짖고 달려드는 강아지의 줄을 잡아당기고 질책하는 행동은 아이를 더욱 스트레스 받게 할 뿐이었다. 5. 단순히 사람이나 개를 자주 본다고 해서 문제행동을 낫게 할 수는 없었다. 얌전한 산이에 비해서 산책 시 공격적인 깡이는 성격이 원래 그런 건가, 부모견이 공격성이 강했나, 별의별 잡생각이 다 들었다. 


  물론 강아지들도 사람처럼 유전적으로 물려받는 성격이 있다고는 한다. 하지만 대체로 깡이의 문제점은 나로부터 비롯되었을 게 분명하다. 내가 성격이 둥글고 활달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강아지들을 산책시킬 때에 밖에 사람이 많은 시간대는 피한다. 그런 산책을 강아지들이 어릴 때부터 죽 이어왔다. 집에 있을 때 마음이 여유로운 나는 집에서는 강아지들과 잘 놀아준다. 반려견들에게 있어서 반려인은 부모나 다름없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아마도 성격이 활달한 사람과 같이 사는 강아지는 비교적 활달한 성격을 가지고 있을테고, 성격이 차분한 사람과 같이 사는 강아지는 비교적 차분한 태도를 유지하는 게 아닐까 싶다. 


  나는 가만히 있다가도 흥분을 잘 하는 편인데, 바깥에서 깡이가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면 굉장히 흥분해서 줄을 잡아당기고 아이에게 그러지 말라고 소리를 질렀다. 책에 이런 문장이 나와 있다. 불편한 트리거에 차단신호를 보내는 수많은 반려견들이 도리어 보호자에게 핀잔을 듣거나 혼이 납니다. 상대에게 공격성을 보인다고 해서 반려견을 '나쁜 개'로 단정 짓고 서열을 모르는 개라는 딱지까지 붙입니다. 게다가 습관처럼 리쉬를 당기며 보호자의 기준대로 고치려는 교정을 시도합니다. 이것은 마치 낯선 사람에게 더 이상 다가오지 말라고 소리치는 여러분에게 친구가 왜 사람과 친하게 지내지 못하냐며 핀잔을 주는 것과 같습니다.(본문 91-92쪽)


  무섭다고, 싫다고 수없이 외쳤는데 그런 강아지에게 무수히 혼을 냈던 거다. 그런 강아지의 태도를 고쳐보겠다고 산책을 더 자주 시키고, 사람이나 개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행동은 금물이라고 한다. 반려견이 두려워하는 트리거가 나타났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뒤로 돌아 반대 방향으로 가거나, 길 반대편으로 건너가거나, 자동차 같은 방해물 뒤에 숨어서 그 자극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다른 개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교육을 시작합니다. 반려견이 다른 개를 인식하지만 짖지는 않는 안정적인 거리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다른 개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트릿을 반복해서 줍니다. 안정적인 상태를 확인하며 서서히 거리를 줄여야 합니다. (본문 109쪽)


  짖음이 심한 깡이에게는 이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리란 예상이 간다. 다른 강아지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트릿(간식)을 준다고 해서 잘 받아먹을지도 의문이다. 유튜브에서 강아지의 공격성을 줄이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동영상에 사람들이 그런 댓글을 많이 달았던 게 기억난다. 흥분한 상태에서는 흥분이 쉽게 가라앉지 않아서 트릿도 먹지 않는다고. 저자인 알렉스 님은 그런 이야기도 했다. 집안에서 '앉아', '기다려', '이리와'의 교육을 잘 받은 강아지들은 바깥에서 날뛸 때 이미 받은 교육법으로 흥분을 가라앉힐 수 있다고. 헌데, 그런 생각이 든다. 깡이의 흥분도는 나의 흥분도가 증가함에 따라 더 높아질 수밖에 없겠다는. 


  이 책의 4장에는 강아지가 산책할 때 공격성을 보이는 이유와 그런 강아지를 이전보다 얌전하게 산책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자세하게 나와있다. QR코드가 있어서 휴대폰으로 산책 방법을 가르쳐주는 동영상도 볼 수 있으니 친절하다. 산책 방법 중에 걷고 있던 강아지에게 갑자기 뛰자고 외치면서 가볍게 뛰는 방법도 나와있던데, 이 방법을 보고 조금 놀랐다. 이전에 산책할 때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는 깡이에게 그 방법을 써먹은 적이 있는데, 애가 짖는 것도 잊고 신나게 뛰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만큼은 나에게 집중하는 듯이 보여서 신기했다.


  『훈련이 잘못 됐습니다』는 반려견과 함께 사는 반려인들에게 분명 좋은 책이지만, 그렇지 않은 현대인들도 읽으면 좋은 책이다. 왜냐면 날이 갈수록 우리 주위에 강아지와 함께 사는 사람이 늘고 있고, 그런만큼 외출 시에 강아지와 마주칠 일도 흔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강아지가 귀엽다고 가까이 다가와서 만지려 하고, 어떤 사람들은 무조건 피하기 바쁘다. 차라리 피하면 다행이지 자기 강아지를 인사시키겠다고 무턱대고 가까이 데리고 오는 사람이나, 허락도 받지 않고 강아지를 만지려드는 사람들과 만나면 겁이 난다. 강아지는 사람과 다르다. 이 책은 그 점을 분명하게 강조했다. 결코 강아지를 의인화시켜서는 안 된다고.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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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두머루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 하고, 글을 쓰는 과정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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