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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괴물』: 폭탄과 폭사가 상징하는 것은 | 2021-06-30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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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거대한 괴물

폴 오스터 저/황보석 역
열린책들 | 200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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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저민 삭스는 폭사(爆死)했다. 이것이 소설의 도입부에 들어서자마자 나오는 이야기이다. 소설 전체를 통틀어서 '폭사'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는 아주 중요하다. 이런 글이 있다. 그는 자주 원자 폭탄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삭스에게는 그것이 세계의 중심적인 사실이자 정신의 궁극적인 한계였고, 그의 관점에서는 그것이 우리를 역사상 다른 모든 세대와 구분짓게 만드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자신을 파멸시킬 힘을 얻게 되자 인간의 삶이라는 개념 자체가 바뀌면서 심지어는 우리가 숨쉬는 공기마저도 죽음의 악취로 오염되었다는 것이다. (본문 48쪽)

 

  원자 폭탄이 터진 자리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된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것, 원흉, 썩어빠진 세상을 없애버리고 다시 시작하고자 하는 욕망이 원자 폭탄과 깊게 관여되어 있다. 벤저민 삭스의 내면에 뿌리 박힌 강박관념은 그의 신념이 되어서 그의 전 생애를 지배했다. 그는 신념대로 살다가 폭사했다. 애초에 그에게는 폭사하려는 마음이 없었다. 이는 당연한 이야기이다. 폭사하기 위해서 태어나는 사람, 폭사하고 싶어서 살아가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는 자신이 부인인 패니를 두고 다른 여자에게 한눈을 팔았다는 죄책감이 너무나 커서 자신을 죽음으로 내몬 적이 있기는 하다. 그는 양심에 저버리는 행동을 하지 못하거나, 하더라도 그에 마땅한 죗값을 톡톡히 치러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인물이었다. 그러니, 다른 여자에게 한눈을 팔았다는 이유가 그에게는 충분히 죽음의 이유가 될 수 있었다. 그가 처음으로 자신을 파멸로 이끌고자 하는 시도를 했을 때 그의 육체는 죽지 않았으나 정신적으로는 죽음을 맞이했다. 그래서 그는 그때 자기가 분명 죽었다고 여겼다. 

 

  소설에서 나오는 단어인 벤저민 삭스의 '정화 작업'은 이런 순서로 이어진다. 죄가 되는 행동→ 죄책감→ 죽음 충동→ 정신적 죽음→ 부활→ 새 삶을 시작하려는 의지 벤저민 삭스는 작가였고, 그것은 이 소설의 화자인 피터도 마찬가지였다. 둘은 둘도 없는 친구사이였는데, 벤저민 삭스는 일련의 정화 작업을 거치고 나서 자신이 이전처럼 글을 다시 쓸 수 있을거라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런 그가 정신적인 의미의 죽음이 아닌 육체가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리는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그야말로 장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의 죽음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벤저민 삭스의 앞으로 거칠게 휘몰아친  세상의  파도에 그가 뛰어들었는데 그냥 뛰어들지 않았고, 분명한 자신의 신념대로 뛰어든 것이라고. 그는 기꺼이 파도에 휩싸이고 휩싸이다 죽어도 좋다는 결심까지 하고 있었다고. 그는 죽지 않았을 수도 있었으나,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다 보니 결국 죽음에 이르고야 말았다. 피터는 제일 친한 형이었던 벤저민 삭스의 이야기를 몹시 안타까운 마음으로, 하지만 그의 희생 정신을 기리듯이 차근차근 풀어나간다. 

 

  이 소설에는 자유의 여신상이 폭발하는 일화가 몇 번이고 나온다. 이것이 바로 벤저민 삭스의 신념이 행동으로 드러난 경우 중 하나였다. 어쩌다 보니 그에게 깊은 영향을 준 디마지오라는 남자의 서재에는 마르크스 저서, 바쿠닌 전기, 트로츠키의 소책자, 그리고 알렉산더 베르크만에 대한 연구 논문이 있었다. 앞서 마르크스, 바쿠닌, 트로츠키는 실존 인물이었고, 알렉산더 베르크만은 폴 오스터가 허구로 지어낸 인물인 듯한데, 사회주의 사상가와 무정부주의자들이다. 그들은 모두 썩어빠진 것의 정화 작업을 요구한 사람들이었다. 

 

  『거대한 괴물』을 읽으면서 제일 인상 깊은 점이 무엇이었느냐면, 디마지오의 부인이었던 릴리언이 남편인 디마지오가 좌익단체의 일원이었다는 사실을 몰랐고, 누구도 벤저민 삭스가 디마지오에게 영향을 받아 폭사할 거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점이었다. 그러니까,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의 마음과 신념을 너무 깊이 알 수는 없는 법이라는 것… 누군가의 마음 속에 폭발물이 설치되고, 그 폭발물이 터지기까지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사실 때문에 안 그래도 어지러운 세상은 더욱 더 예측불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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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서평단 모집]『악의 꽃』 | 2021-06-25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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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악의 꽃

샤를 보들레르 저/이효숙 역
더스토리 | 2021년 06월

 

악의 꽃 (샤를 보들레르 x 앙리 마티스 콜라보 에디션)

샤를 보들레르 저/앙리 마티스 그림/이효숙 역
더스토리 |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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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싶다』: 레종데트르(존재의 이유) | 2021-06-25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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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자고 싶다

안톤 체호프 저/이상원 역
스피리투스 |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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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집에 실린 소설 중에서 특별히 인상 깊었던 세 편의 단편소설에 대해서 쓴다. 분량이 너무 짧은 소설들은 글을 읽는 맛을 느끼기도 전에, 무언가 생각할 거리를 찾아헤매기도 전에 끝나버려서 아쉬움이 남았다. 우선, 분량이 제일 길었던 [6호 병동]에 대한 감상을 쓴다. [6호 병동]에 대한 감상만 적어도 리뷰 한 편을 끝낼 수 있을 만큼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느낀 바가 많았다. 안톤 체호프는 의사이자 작가였다고 하던데, 병원 풍경에 대한 묘사나 소도시에 위치하여 국가의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엉망으로 굴러가는 병원의 행태에 대한 비판은 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리라 짐작할 수 있었다.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6호 병동'은 안드레이 예피미치가 의사로 재직하고 있는 병원에서도 정신병 환자만을 가둬두고 있는 곳이다. 6호 병동에는 환자의 수가 많지는 않은데, 그 중에서 이반 드미트리치라는 자는 정신병자다운 구석이 있기는 하지만, 세상사를 꿰뚫는 눈이 누구보다 정확하고,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정리해서 발언할 줄 아는, 그야말로 똑똑한 사람이다. 안드레이 예피미치는 병원 밖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사람들보다 6호 병동에 갇힌 환자인 이반 드미트리치를 더 좋아하고 그와 나누는 대화도 즐겁다고 생각한다. 

 

  세상 사람들, 그리고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와 직원들 모두 정신병자를 대할 때의 태도와 바깥 사람을 대할 때의 태도가 확연히 다르다. 마치 정상인 사람과 비정상인 사람을 갈라 두고 한쪽은 그에 맞는 대우를 하고, 다른 한쪽은 거칠고 단호하게 대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강압적으로 구는 게 옳다고 못 박아둔 듯하다. 안톤 체호프는 [6호 병동]을 통해서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거나 돌려세우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가 무엇을 의도했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해볼 수가 있었다. 

 

  정신병자는 비정상이어서 정신병동에 갇힌 게 아니다. 애초부터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 짓는 일 자체가 거대한 폭력일 수 있으며, 정신병자는 단지 어디가 많이 아픈 사람들이거나 불편을 겪는 사람들일 뿐이다. 사람들 중에서 누구라도 가볍거나 무거운 정도의 정신병 증세를 겪을 수 있다. 안톤 체호프는 [6호 병동]에서 소도시에 위치하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제멋대로 굴러가는 의료기관의 썩어빠진 행태를 고발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정신적으로 불편을 겪는 사람들을 더욱 불편하게 만들고, 두 번 다시 사회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들고 있음을 지적했다. 체호프는 그 자신도 의사였으면서 어떠한 직업 정신이나 윤리 의식도 없이 돈이나 명예를 챙기기에 급급한 의사들을 비꼬기도 한다. 또한 정신병동에 갇히지는 않았으나 바깥을 비교적 자유롭게 활보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얼마든지 정신병자다운 사람이 많으며, 다른 단편에서도 체호프가 썼는데, 우리들은 모두 어느 정도는 감옥이나 정신병동에 갇힌 사람처럼 사고하고 행동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베짱이]라는 단편도 흥미로웠다. 교훈적 메시지를 강력하게 휘두르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다. 랴보프스키라는 화가는 자기 기분 여하에 따라서 모든 일을 판단하고 결정내리는 사람이다. 한마디로 '기분파'의 전형이다. 어쩌면 그에게는 사랑도 기분이다. 자연이 시시각각 표정을 바꿀 때마다 그의 우울함도 왔다갔다할 정도다. 올가 이바노브나는 남편인 디모프를 집에 두고 랴보프스키와 지내고 있다. 그녀는 화가와 불장난 같은 사랑에 빠졌다. 

 

  디모프는 장래가 밝은 의사이고, 아내에게 몹시 헌신적이다. 그런데, 올가 이바노브나는 일시적인 사랑에 빠져서 남편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녀는 자기 자신을 파멸로 이끌면서 동시에 남편도 벼랑 끝에 서게 만들었다. 하지만 때는 늦어버렸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남편이 시시하며 관대함으로 자신을 짓누르는 사람이라 말하고 다녔다. 그녀 빼고 많은 사람들이 디모프가 유능하면서 바보처럼 착한 사람이었음을 알았지만. 올가 이바노브나도 뒤늦게 그 사실을 알아차렸으나 안톤 체호프는 그녀에게 혹독한 시련을 안겨서 처절하게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도록 만든다.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은 로맨스를 담아내면서, '존재의 고귀한 목적과 인간적 가치'를 떠올려보게도 만드는 소설이다. 솔직히 존재의 고귀한 목적이니 인간적 가치에 대하여 무언가가 쉽게 떠오르진 않는다. 그보다는 거대하고 아름다운 자연 풍경 앞에서 인간의 삶은 너무 작고 하찮고, 볼품 없으며, 참으로 짧다는 데 동의의 한 표를 던지게 된다. 그러거나 말거나 격정적인 사랑에 빠진 두 남녀에게 그런 사실이 무슨 대수일까. 언제 꺼질지 몰라도 불이 붙었을 땐 더욱 활활 타오르도록 만듦으로써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철저하게 인간다워진다. 

 

자고 싶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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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두머루
느리지만 나름대로 즐거운 독서 생활을 누립니다.
프로필 쪽지 친구추가
2월 스타지수 : 별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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