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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년세세年年歲歲』: 기억과 망각 | 리뷰모음 2021-09-24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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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연년세세 年年歲歲

황정은 저
창비 | 2020년 09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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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정은 소설가는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썼다. 이 소설이 가족 이야기로 읽힐지 궁금하다고. 어떻게 읽히더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소설이야 읽는 사람에 따라서 내용이 다르게 읽히니까, 누군가는 가족 이야기로 읽고 누군가는 다른 무엇으로 읽었을 게 분명하다. 나는 기억과 망각에 대한 이야기로 읽었다. 삶이 때로 너무 힘들 때 누군가는 잊으라고, 그러면 편해진다고 조언한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우리는 어쩌면 잊어서는 안 되는지도 모른다. 그러면 자신이 누군가에게 잘못했던 일까지도 잊게 될 수 있으므로. 철저한 이기주의자가 될지도 모르므로.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등장인물들이 가슴 속에 기념비 같은 것을 세워두고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기념비 주변을 맴돌면서 과거를 떠올리고, 아파하고, 깨우치고, 후회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등장인물 중에서 '이순일'의 과거가 인상 깊었다. 왜냐면 하도 구구절절했기 때문이다. 남북분단과 냉혹한 가부장제 사회를 겪은 이들 중에 그녀 혼자만 힘들었겠느냐만, 그녀는 그 모든 고난을 겪은 이들을 대변해주고 있는 듯했다. 그녀는 수많은 '순자 씨'를 대변하는 인물이었다. 

 

  이 책은 연작소설집이다. 맨 처음에 실린 소설의 제목은 '파묘'. 묘를 파서 안을 비운다는 뜻인데, 소설에서는 이 단어가 나쁜 뜻으로 쓰이지 않았다. 낡아빠진 것, 악습, 가부장제 같은 것들을 없애고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소설가의 마음이 느껴졌다. 예부터 전해내려오는 것들 중에 물론 좋은 것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도 적지 않다. 그런 것들은 억지로 물려받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우리의 핏속에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좋은 것과 안 좋은 것이 섞여 있고, 그런 것들이 세상과 부딪히면서 조화를 이룰 때도 있고, 마찰을 일으킬 때도 있다. 

 

  어렸을 적 고모네 집에서 고된 집안일을 하면서 지내다가 병원에 들어가 간호 일을 배운 이순일에게는 독일이라는 나라에 대한 꿈, 환상이 있었다. 현실이 가혹했기 때문에 탈출해서 새로운 삶을 꾸려갈 수 있는 곳을 떠올렸음직하다. 그녀에게 독일은 배운 사람과 못 배운 사람이 똑같이 시작할 수 있는 곳이자, 처녀든 처녀가 아니든 상관하지 않는 곳이었고, 구름보다 높이 바람보다 빠르게 여기로부터 멀어져 당도하는 곳이었다. 실제 독일이 어떤 나라인지 이순일은 몰랐고 다만 그런 꿈을 꿨을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환상, 원더랜드를 가지듯이. 

 

  페미니즘 소설을 많이 읽어보진 않았지만 어떤 소설들은 남성을 너무 범죄자처럼 묘사한 소설들이 있어서 마음이 좋지 않았는데, 황정은 소설가는 가부장제가 남자에게나 여자에게나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했던 것으로 그려내고 있었고 그 점에 동의할 수 있었다. 그걸 좋은 쪽으로 바꿔나가는 과정에서 남자와 여자가 많은 충돌을 빚겠지만 어쨌든 우리는 예부터 전해내려온 전통 같은 것이더라도 삶을 나쁘게 만드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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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서평단 모집]『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1』 | 여러가지 2021-09-10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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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클럽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1

이서수,김경욱,김멜라,박솔뫼,은희경,최진영,최윤 공저
생각정거장 | 2021년 09월

 

신청 기간 : 9월 16일 까지

모집 인원 : 5명 

발표 : 9월 17일

신청 방법 : 댓글로 신청해주세요!

 

* 신청 전 도서를 받아 보실 기본주소를 꼭 확인해주세요.


 

제22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출간
대상 수상작에 이서수의 「미조의 시대」 선정

“문장 하나하나에 눈물겨운 공감·연대 담아,
이 시대의 가장 찬란한 중심에서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작품들”


2021년 한국문학을 빛낸 최고의 단편소설을 엄선한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1』이 출간되었다. 올해로 22회째를 맞는 이효석문학상은 오정희 심사위원장을 필두로 구효서, 김동식, 윤대녕, 정여울로 심사위원단을 구성했다. 심사위원단은 1차 독회를 통해 18편의 작품 중 김경욱, 김멜라, 박솔뫼, 은희경, 이서수, 최진영의 작품을 최종심에 올렸다. 대상 심사를 위한 2차 독회를 거쳐, 그 결과 이서수 작가의 「미조의 시대」가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모든 작품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지만 이서수의 「미조의 시대」는 젊은 작가의 새로운 실험이 유독 돋보이는 수작이었다. 팬데믹 이후 더욱 깊어진 생존의 고통 속에 시름하는 우리 사회의 젊은이들에게 거짓 희망이 아니라 진정으로 삶의 고통을 견뎌낸 자만이 줄 수 있는 묵직하고도 따스한 위로를 전해주는 작품이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1』에는 대상 수상작 및 우수작품상 수상작 외에 대상 수상작가의 자선작 「나의 방광 나의 지구」, 2020년 대상 수상작가 최윤의 자선작 「얼굴을 비울 때까지」가 수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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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지내요』: 지금, 어떤 일을 견디고 있어요? | 리뷰모음 2021-09-08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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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어떻게 지내요

시그리드 누네즈 저/정소영 역
엘리 | 2021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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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너먼트로 진행되는 '내가 겪은 고통 말하기' 대회가 있다면 사람들은 얼마나 열을 올리면서 자신의 고통을 이야기할까. 내가 겪은 고통에 비하면 네가 겪은 고통은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듯하다. 탈락자는 상대방이 겪은 고통보다 자신이 겪은 고통의 위중이 덜 하다는 사실을 쉽게 인정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아, 하지만 세상에 그런 대회란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인간은 더욱 이기적이 되고, 다른 사람의 아픔을 모른 체 지나치기 바쁠 것이다. 

 

  나는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다. 온라인상에서 만나 친해진 누군가와 채팅창을 켜서 대화를 나눌 때 몇 번 그런 일을 겪었다. 가볍고 일상적인 이야기도 나누지만, 진중해져서 서로의 고통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나는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래도 내가 겪었던 일에 비하면 넌 심하진 않다'라고. 그때 받은 상처야 이루 말할 것도 없지만, 그보다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우리는 서로의 고통을 상대 평가하듯이 점수를 매겨서는 안 된다고. 모두 힘든데 어떻게 점수를 매기고 비교를 하면서 우위에 있는 사람을 가리려 드느냐고. 

 

  하지만 살다보면서 나 또한 그럴 때가 가끔 있었다. 되도록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누군가의 고통을 귀담아 들으면서 슬쩍 내 고통이 좀 더 크다는 생각을 했는데, 미련하기 짝이 없었다. 헌데, 태어나서 고통을 전혀 받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사람은 로봇이 아니니까 그건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시그리드 누네즈의 『어떻게 지내요』는 누군가의 고통을 귀담아 들을 줄 아는 화자의 이야기이고, 우리네 친구, 이웃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소설은 따뜻하면서도 아주 총명하다. 이 책을 읽기 전에 한 가지 우려했던 점이 있었다. 

 

  애정어린 시선만 가득하고, 날카로운 지적이나 예리한 사유는 없을까봐. 이 소설에는 그게 다 있었다. 그래서 간만에 좋은 소설을 읽었단 생각을 지울 수 없었는데, 거짓말이 아니다. 흔한 말로 '숨은 진주 찾기'라는 말이 있지 않나. 시그리드 누네즈의 글이 나에겐 그랬다. 숨은 진주. 책의 122쪽에 이런 글이 있다. 이 책을 읽는 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문장이 되겠다 싶었다. 

 

  어떻게 지내요? 이렇게 물을 수 있는 것이 곧 이웃에 대한 사랑의 진정한 의미라고 썼을 때 시몬 베유는 자신의 모어인 프랑스어를 사용했다. 그리고 프랑스어로는 그 위대한 질문이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무엇으로 고통받고 있나요Quel est ton tourment? (본문 122쪽)

 

  평론가 신형철 님은 이 소설이 '당신의 고통은 무엇입니까?'란 물음에 대한 소설적 실천이라고 말했는데 이 말보다 적절한 소개글이 없겠다. 분명 진중하게 묻고 답을 귀담아 듣지만 너무 암울하지는 않은 소설의 분위기. 소설의 화자는 암 투병 중이면서 안락사로 삶을 마치려 하는 친구의 곁에 머물다가 소설 말미에 이렇게 고백했다. 

 

  나도 애를 썼다. 단어를 차례로 놓았다. 그 모든 단어가 다른 식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모든 다른 삶이 그렇듯 친구의 삶도 다른 식이 될 수 있었던 것처럼. (본문 252쪽)

 

  그녀는 친구, 그리고 이웃들의 이야기를 잘 전달해보고자 최대한 노력했다. 하지만 스스로 말의 허점을 잘 알고 있었다. 어떤 일을 말로써 상대방에게 온전히 전달하는 일은 아주 어렵다는 사실을. 나의 고통을 상대방이 고스란히 느끼고 이해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고, 말로써 전달시키기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소설가들은 그 어려운 일을 최대한 잘 해내보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인가 보다. 소설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고,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은 문장이 있었는데 다음과 같다. 

 

  그래서 우리는 세상에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많은 민족이 있다는 점은 납득할 수 있지만, 한 민족 내에서는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전 애인에 따르면 이것으로 인간 고통의 많은 부분을 설명할 수 있다고 했다. (…중간 생략…) 우리는 각자 다른 언어를 지녔으므로 그 뜻이 저 자신에게는 분명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다. (본문 219-2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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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두머루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 하고, 글을 쓰는 과정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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