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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 딕』: 나에게 있어 모비 딕은 무엇일까? | 2022-10-0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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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모비딕

허먼 멜빌 저/레이먼드 비숍 그림/이종인 역
현대지성 | 2022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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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에서 허먼 멜빌의 『모비 딕』이 책장에 꽃힌 모습을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을 했다. '저 책은 고래에 관한 동화가 아닐까? 그런데, 동화치고는 책이 두꺼우니까 어른들을 위한 동화인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왜 그런 생각을 한 것일까. 아무래도 소설에 대한 사전 지식도 전혀 없었던 데다가 책 표지에 그려진 삽화를 보고 막연하게 동화일지도 모른다고 착각했나 보다. 읽어본 독자들이라면 알겠지만 그냥 동화도 아니고, 어른들을 위한 동화도 아니다. 

 

  이 소설의 화자인 '이슈메일'은 생의 권태와 우울에 찌들 때 배를 타고 바다로 간다고 했다. 그는 '에이해브' 선장이 이끄는 포경선 '피쿼드호'에 몸을 실었다. 그의 소울메이트인 '퀴케그'와 함께. 퀴케그는 뉴질랜드 원주민의 두개골을 꿰어가지고 팔러다니는 야만인이다. 허먼 멜빌은 실제로 포경선 선원이었던 시절이 있었고, 그때 식인종과 친분을 맺은 적도 있다고 한다. 문명인과 식인종이 소울메이트가 된다니 기막힌 이야기가 아닌가. 

 

  허먼 멜빌은 『모비 딕』을 통해 문명화 된 사회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야만인이라고 불리는 이들에 비하여 도덕적으로 더 나은 모습을 보이는 것도 아니라는 비판을 한다. 소설에 이런 문장이 있다. 다가오는 기근에 대비해 말라빠진 선교사의 시신에 소금을 쳐서 지하실에 보관한 피지족이, 거위를 땅바닥에 못박아놓고 그 간을 비대하게 만든 다음 요리해서 파테드푸아그라라는 그럴 듯한 이름을 붙여서 먹는 문명화되고 개화된 미식가들보다 최후의 심판 날에 좀 덜한 벌을 받게 될 것이다. (본문 382)

 

  저자는 소설에서 야만인을 무시하는 문명인, 흑인과 유색인종을 핍박하는 백인, 심지어 이교도를 천대하는 기독교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는데, 당시 미국 사회에서 그의 소설이 논란 거리가 되었을 것은 불보듯 뻔하다. 소설에 이런 문장이 있다. 이 선량한 야만인이 내게 세상을 되찾아 주었다. 그는 무심하게 앉아 있었고, 그런 무심함은 문명의 위선과 달콤한 기만이라는 걸 아예 모르는 그의 천성을 말해주고 있었다. (본문 92)

 

  여기서 야만인은 퀴케그를 말한다. 때로는 무심함이 얼마나 큰 친절이 되는가. 선량한 눈빛으로 자신의 잣대를 들이대고 거기서 벗어나면 조언하고 충고하길 좋아하는 문명인들의 삶 속에서 때로는 자유를 찾고 싶을 것이고, 그런 때 퀴케그 같은 이는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사람이 된다. 야만인에 대해서 무지하다면 물론 그들에 대한 두려움 밖에는 느낄 수 없겠지만. 우리는 어쩌면 모르는 영역에 대해서 야만적이라고 말해버리는 건 아닐까.

 

  에이해브를 따라 피쿼드호에 몸을 실은 수많은 선원들의 목표는 질 좋은 경뇌유와 고기를 제공하는 향유고래를 잡는 것이다. 그런데, 에이해브의 속내는 그들과 다르다. 향유고래 중에서도 악랄하기로 명성이 자자한 '모비 딕'을 잡으려 한다. 이슈메일은 에이해브 선장을 모비 딕이라는 거대한 악에 사로잡힌 편집광이라고 칭한다. 도대체 모비 딕은 무엇인가? 이 질문이 바로 허먼 멜빌의 소설을 풀기 위한 하나의 중요한 열쇠가 된다. 이슈메일과 에이해브의 정체, 문장 속에 숨겨진 다양한 알레고리를 파헤치는 일도 중요하다. 

 

  이봐, 눈에 보이는 대상은 모두 판지로 만든 가면 같은 거야. 하지만 어떤 경우든, 특히 의심할 여지가 없는 진정한 행위 속에서 분명히 알 수는 없지만 그 비합리적인 가면 뒤에 있던 합리적인 것이 모습을 드러내지. 무언가를 치려고 하면 바로 그 가면을 쳐야 하네. 죄수가 감방 벽을 부수지 않으면 어떻게 밖으로 나올 수 있겠나? 나에게는 흰 고래가 바로 그런 벽일세. 아주 가까이 다가선 벽 말이야. (본문 220)

 

  에이해브 선장의 말이다. 나에게 있어 벽(흰 고래, 모비 딕)은 무엇일까? 하고 질문하게 만드는 문장이었다. 그것의 이면이 어찌되었든 나에게 해가 되고 좌절을 안긴다면 어떻게 해서든지 극복해야 한다고 에이해브 선장은 생각했다. 나에게도 벽이 존재하지만 우리는 사회를 살아가면서 다양한 벽과 마주하게 된다. 허먼 멜빌은 그것을 거대한 바다 괴물인 리바이어던, 즉 모비 딕으로 상징화하였다. 저자가 화자로 내세운 이슈메일은 포경선에서 생활하며 일어나는 일들에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의미들을 부여한다. 

 

  바다를 항해하고 고래를 잡는 일은 그에게 있어 인생에 대한 전반적인 비유인데, 허먼 멜빌의 소설이 갖가지 비유와 암시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저자나 역자의 주석이 아예 없는 상태라면 소설을 이해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현대지성'에서 나온 『모비 딕』은 역자의 친절한 주석이 풍부하게 실려 있어서 책을 읽는 재미가 컸다. 피쿼드호의 한 선원은 모비 딕 잡기에 미쳐버린 선장에게 '에이해브는 에이해브를 조심해야 합니다.'라고 충고한 바 있다. 

 

  그 말은 어떤 큰일에 앞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자기 자신이라는 말도 되겠고, 선원들이 모두 에이해브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 줄 '에이해브들'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지 말라는 일종의 충고일 수도 있다. 저자가 세상에서 가장 다루기 어려운 도구는 인간이라는 문장을 소설에 담아낸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포경선에 몸을 실은 이들의 목적과 야망이 모두 같지 않고, 그들의 그릇이 모두 같지 않으며, 그들의 삶의 방식이 모두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이 한 배에 몸을 실은 동료들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에이해브일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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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데미안 벽걸이 달력 (A3)』: 헤세의 그림과 함께하는 2023년 | 2022-10-02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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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르만 헤세의 그림이 실린 벽걸이 달력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몇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째, 탁상 달력과 벽걸이 달력을 집안에 놓아두기를 좋아합니다. 둘째, 헤르만 헤세의 작품을 좋아합니다. 셋째, 풍경화(유화)를 좋아합니다. 저는 날짜를 달력을 보면서 확인하고 일정을 달력에 조그맣게 적어두기를 좋아합니다. 휴대폰으로 날짜를 확인하고 일정을 저장해두는 일은 즐겨하지 않습니다. 누구든지 더 좋아하는 쪽을 더 좋아할 수 있는 거죠. 

 

  헤르만 헤세의 작품을 좋아한다고 썼는데, 그의 그림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소설을 말합니다. 세계적으로 워낙 유명한 소설가이기도 하고, 그의 소설을 다 읽어보진 않았으나 읽어본 작품들은 모두 감명 깊었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헤르만 헤세는 그림도 훌륭합니다. 그는 예술가로 태어나 예술가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났나 봅니다. 

 

  풍경화라고 다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 흐릿하고 몽환적인 느낌을 풍기는 그림보다 강렬한 색감과 진한 선을 가진 그림들을 좋아합니다. 그림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그저 진한 에스프레소 같은 그림들을 좋아할 뿐입니다. 희한하게도(?) 좋아하는 소설가의 그림이 제 취향이기도 해서 놀랐습니다. 달력의 실물은 예상보다는 조금 컸는데 벽에 그림 액자 대신 건다고 치면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든 대만족입니다.

 

+ A3는 달력의 크기를 말합니다. A 뒤에 숫자가 작아질수록 크기가 더 큽니다. 멀리서도 달력의 그림과 숫자가 훤히 잘 보이길 원하신다면 A2 사이즈를 선택하시면 되겠습니다. 저는 A3가 적당하다고 느꼈고, A4  크기라도 상관 없었들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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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두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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