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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 도스토옙스키가 탄생시킨 카라마조프들 | 2022-05-27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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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초판본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저/장한 역
더스토리 | 2022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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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사람은 언제나 자신의 상처를 얘기하게 마련이지. (본문 227쪽)

 

  '카라마조프적 인간'에 대해서 '이반'은 말했다. 그것은 '잔인하면서도 정열적이고 육욕이 왕성한 인간'이라고. 그렇게 말한 그 자신이 바로 카라마조프가의 일원이었다. 그렇다면 '카라마조프들'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표도르 카라마조프라는 사람에겐 두 아내가 있었고, 그녀들에게서 드미트리, 이반, 알렉세이라는 이름의 세 아들이 태어났다. 카라마조프가의 하인인 스메르자코프는 표도르의 사생아라 전해지기도 했는데 진실은 아무도 몰랐다. 그들이 바로 카라마조프들이다. 그밖에도 소설에는 카라마조프가의 인물들과 관련된 여러 명의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소설을 읽고나면 알게 되지만 '카라마조프적 인간들'이라고 해서 그들이 모두 같은 성격이나 비슷한 성격인 것은 아니다. 겉으로 보기에 표도르와 그의 첫째 아들인 드미트리는 탐욕적이고 괴팍한 성격이 닮은 데가 많은데, 둘째 아들인 이반과 막내 아들인 알렉세이는 고뇌하는 지성인이라는 점에 있어서 닮은 듯하지만 이반은 알렉세이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불 같은 데가 있고, 알렉세이와도 가끔 부딪히기도 한다. 알렉세이는 집안에서 제일 유순하고 보기 드물게 선한 인물이지만 생각보다 단단한 내면 세계를 지니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형제들이 우애는 참 좋다는 데 있다. 어쩌면 그들에게 알렉세이(알료샤)가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는 조시마 장로를 따르는 천사같은 수도사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인물들의 성격을 파악하는 데만 시간을 들여도 얼마든지 흥미로운 독서를 즐길 수 있다.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표현하는 데 천재적인 소설가였다. 물론 거기서 그치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대문호란 명성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통해서 19세기 러시아가 당면한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비판하고, 신의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했으며, 사랑의 실천과 행복한 삶의 연관성에 대해서 부르짖었으며, 인간의 개성을 중요시하여 소설 곳곳에 녹여냈다. 

 

  그러한 모든 이야기들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에서 소설가가 드러냈던 인간적인 고뇌가 더욱 짙어진, 업그레이드 된 버전으로 읽혔다. 작가는 러시아 국민을, 인류를 사랑했으나 그냥 사랑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잘못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고 보여주며 일깨워줌으로써 더 나은 미래를 바라보도록 만드는 사랑을 했다. 만약 그가 21세기를 살아가는 소설가였다면 팬데믹이나 푸틴에 명령에 의해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죄없는 민간인을 학살한 사건을 소설에 담아냈을까. 이런 건 재미없는 질문이려나. 

 

  이 소설을 읽은 독자들 중에는 종교인도 있을테고, 종교는 믿지 않지만 신의 존재를 믿는 사람도 있을테고, 종교도 신의 존재도 모두 믿지 않는 사람도 있을테다. 나는 믿는 종교도 없고 신의 존재도 믿지 않는 쪽에 속했다. 그런데,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을 읽고나서도 여전히 종교는 믿을 마음이 없지만, 신의 존재 여부에 대해선 내가 모르는 영역이고, 알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함부로 속단해서는 안 되고 계속 궁금증을 가져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1권은 700쪽이 조금 넘는 분량인데 지루함을 전혀 못 느꼈고, 2권은 천쪽이 넘는다고 알고 있지만 걱정은커녕 기대감만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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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럴』: 빛과 어둠에 대하여 | 2022-05-0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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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캐럴

이장욱 저
문학과지성사 |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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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나는 당신에게 그런 존재인지도 몰라. 아내이면서 아내가 아닌 사람. 한국인이면서 한국인이 아닌 사람.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 아주 먼 외계의 존재. 꿈 속의 당신을 바라보면서 당신을 향해 중얼거리는 존재. (본문 66-67쪽)

 

  소설을 좋아하면서 시간을 들여 자주 접하다 보면, 작가가 하는 말들이 조금씩 겹칠 때가 있다.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작가들의 생각과 글이 겹칠 때도 있지만, 고전소설에서 읽었던 글의 어느 부분을 현대소설에서 다시 읽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표절을 말하는 게 아니다. 세상만사를 주의깊게 바라보면서 오래도록 생각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생각한 바를 글로 써냈을 때, 서로 다른 것들도 많겠지만 공통적으로 인간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니만큼 겹치는 부분도 생긴다. 

 

  이장욱 소설가의 『캐럴』에서 이런 문장을 읽었다. 아내이면서 아내가 아니고, 한국인이면서 한국인이 아니고 가까이 있으면서도 아주 먼 곳에 있는 사람…, 이런 글을 다른 지면에서도 읽은 적 있다. 나와 너는 서로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에 있어서 외국인이나 외계인과 다를 바 없다는 말. 나와 너는 한국인으로서 같은 한국말을 하며 의사소통을 하고 있지만, 생각은 같은 방향을 향하지 못한 채 자주 엇나가고, 겉으론 상대방의 말을 알아들었다고 반응하지만 실은 자주 오해한다는 말. 외국인, 외계인, 또는 이방인이라는 말도 어울리겠다. 

 

  나에게는 당연한 사실이 누군가에게는 싱거운 농담이나 허튼 소리처럼 느껴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가 사람들에게 반응하고 사람들이 나에게 반응할 때 주파수가 조금씩 어긋난다는 것 역시 알고 있다. 나는 그런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해. 우리는 서로 다른 사람이고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렇게 대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본문 82쪽)

 

  흥미로운 문장이다. '주파수가 조금씩 어긋난다'는 표현이 특히. 우리는 당연히 서로 같을 수 없는데, 그 사실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이 자주 오해하고 싸우기도 한다. 소설에서는 캐럴 중에 '창밖을 보라'의 가사가 여러 번 나온다. 예전에는 이 곡의 가사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부르기야 많이 불렀지만. 그런데, 속으로 가사를 천천히 읽어보니 꼭 우리네 인생의 시작과 끝을 노래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창밖을 보라 창밖을 보라/ 흰 눈이 내린다/ 창밖을 보라 창밖을 보라/ 찬 겨울이 왔다/ 썰매를 타는 어린애들은 해 가는 줄도 모르고/ 눈길 위에다 썰매를 깔고 즐겁게 달린다/ 긴긴 해가 다 가고 어둠이 오면/ 오색 빛이 찬란한 거리거리에 성탄 빛/ 추운 겨울이 다 가기 전에/ 마음껏 즐기자/ 맑고 흰 눈이 새봄 빛 속에/ 사라지기 전에"

 

  창밖은 쉽게 생각해서 이 세상을 뜻하고, 찬 겨울은 인생의 막바지를 알린다고 생각하면서 가사를 읽는다. 자신의 시간을 즐기고 있는 어린애들은 자기가 나이를 먹는다는 인식도 잘 하지 못한다. 언젠가부터는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간다는 게 서글플 때가 오겠지만. 맑고 흰 눈이 새봄 빛 속에 사라진다는 말은 인간의 소멸을 뜻한다. 무조건 다 그런 의미라는 뜻이 아니라 그렇게 생각하면서 가사를 읽었다는 뜻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가사를 읽으면 참으로 의미심장해진다. 

 

  소설속에서 '윤호연'의 부인이자, '도현도'의 옛 연인인 '선우'는 소설을 쓴다. 그리고 그녀는 참으로 독특한 분위기를 지닌 사람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겉돌지는 않지만 묘하게도 특이하다. 그녀는 자신이 고백한 대로 잠을 안 잔다. 못 자는 게 아니라 안 잔다. 이장욱 소설가의 소설들이 전반적으로 기이하고 때로는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긴다는 점을 떠올려 볼 때 나는 어쩐지 이 선우라는 인물이 뱀파이어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장욱 소설가께서 그런 걸 의도하셨을 지도 모르겠다. 소설에서는 그녀가 뱀파이어니, 인간과 다른 생명체이니 하는 말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당연하다. 그냥 읽는 사람에 따라서 선우를 그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을 뿐이다. 앞서 캐럴의 가사에서 인간 삶의 시작과 끝을 읽어낼 수도 있다는 글을 썼다. 헌데, 소설에는 햇빛이 찬란한 낮과 캄캄한 밤에 대한 이야기가 여러 번 나온다. 어떤 이들은 인간이 밤에 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는 일을 잠깐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일로 여기기도 한다. 그러니까 매일 탄생과 소멸을 반복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선우처럼 잠을 안 자는 사람이 실제로 있다면 어떨까. 그런 존재야말로 뱀파이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뱀파이어 말고도 괴이한 존재들은 많지만. 

 

  나는 소설에서 특별히 철학자 칸트와 그의 종이었던 람페에 대한 일화가 인상깊었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하다. 어느 날 떠나간 람페를 잊기 위해서 방에 람페를 잊어야 한다는 경고문을 붙였다는 칸트. 그는 그 글을 방에다 붙여놓고 계속 바라보았기 때문에 결코 자신의 종을 잊지 못했다고 한다. 이장욱 소설가는 그런 칸트의 삶을 두고 '잊고 싶기 때문에 잊지 못하는 인생'이라고 표현했다. 머릿속에 완전히 콕하고 박혔는데 어떻게 잊겠나. 글은 이렇게 썼는데, 실은 소설 전체가 다 좋았다. 따로 떼어놔도 좋은 이야기들이었는데, 겉표지를 싸서 모으니 한 권의 소설책이 되네? 그 점도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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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서평단 모집]『초판본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 | 2022-05-02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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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두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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