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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2』: 도스토옙스키라는 이름의 소우주 | 2022-07-25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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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초판본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2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저/장한 역
더스토리 | 2022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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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글자가 너무 많은 상태로 인쇄가 되어서 아쉬웠는데, 소설의 내용은 정말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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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권에서는 이반이나 알료샤에 비하면 드미트리는 그저 막돼먹고 단순하기 그지없는 인간이라는 인상밖에 얻을 수 없었다. 하지만 2권을 읽어보니 한 사람을 너무 얕잡아봤다는 걸 세삼 깨달았다. 사람은 누구든지 주변 환경에 따라서, 자신에게 닥친 상황에 따라서 복잡한 심중을 지닐 수도 있고, 반대로 단순해질 수도 있는 게 아닐까. 하지만 사람은 다른 누군가를 판단할 때 1차적으로는 표면상으로 드러난 행동거지, 모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고, 복잡한 내면 세계까지 따지기는 어려운 법이다. 

 

  부친 살해 혐의를 받고 재판일을 기다리던 드미트리(미차)는 머릿속으로 별의별 고민과 생각에 깊이 빠져들었다. 그는 어째서 자신이 그동안 선하게 살 수 없었는지 고민하고 자책한다. 그것은 아버지인 표도르 카라마조프에게서 물려 받은 카라마조프적 성격 탓일 수도 있고, 자신이 살아오면서 쌓은 인생 경험이나 신조 따위가 영향을 미친 것일 수도 있다. 이반에게는 어느 날부터 환각증세가 나타난다. 그는 악마같은 자신의 화신을 본다. 그가 본 또다른 자신의 모습은 이러하다. 

 

  이 신사는 농노제 시대에 흥청거리던 옛 '흰 손' 즉 몰락한 지주 계급에 속했던 것 같다. 의심할 필요도 없이 예전에는 훌륭한 상류사회에서 세력 있는 친구들이 있었으며 지금도 친구는 유지하고 있을 수는 있지만, 젊은 시절의 즐거운 생활은 이미 지나가고 농노제 폐지에 따라 천천히 보잘 것 없어져서 이제는 선한 친구들의 집을 돌면서 신세를 지는, 일종의 점잖은 식객이었다. (본문 690쪽)

 

  러시아에서는 언제부터 농노제가 폐지되었을까? 표도르 도스토옙스키는 신분의 높고 낮음이 허물어진 세상을 바라서 그 점을 소설에 담아낸 것은 아닐까. 한편, 귀족 계급도 돈이 없어지면 기존의 품위를 지키기 어렵고, 형편 없어질 수 있음을, 그것이 그들의 약점이자 공포임을 도스토옙스키의 글을 통해서 알게 된다. 이반에게 찾아온 손님은 사악할지언정 거짓이나 저주가 담긴 말은 하지 않는다. 그의 말은 뜻밖에도 인생에 대한 신랄한 통찰이 담겨 있다. 

 

  물론 그들은 괴로워하고 있지. 그러나 그 대신 그들은 살아 있어. 환상적인 삶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생활하고 있네. 왜냐하면 고통이야말로 인생이거든. 고통 없는 인생에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모든 것이 끝없는 기도로 변해버리고 말 걸게. 그것은 신성할지 모르지만 좀 따분하지. (본문 704쪽)

 

  이반의 화신은 비평에 호산나(찬양, 기원)만 있어선 부족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 점은 인생에 있어서도 적용이 된다. 인생에 고통과 회의가 없다면(말 그대로 호산나만 있다면) 우리는 진정한 인생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 수 없을지 모른다. 물론 끊임없이 고통만 주어진 삶은 더 살아내고 싶지 않겠지만 말이다. 어찌되었든 어떠한 사건사고도 없는 삶 또한 인간에게는 따분하고 비현실적이다. 자, 다시 한번 손님이 한 말을 옮겨 적는다. 

 

  자네는 늘 지혜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다시 한 번 자네에게 말을 해주지. 천국에서으 생활도 신분도 명예도 다 버리고 100 킬로그램이 넘는 장사꾼 마누라의 영혼으로 바뀌어 하느님의 신전에 촛불을 바쳐 보고 싶어. (본문 70-705쪽)

 

  중력에 영향을 받는 이 땅 위의 생명들만이 고통을 느끼면서 살고, 화신은 그런 상태야말로 진정으로 살아 있는 삶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천국에서의 삶보다 뚱뚱한 장사꾼 마누라의 삶을 택하겠다고 강조한다. 고통을 느끼는 자만이 구원을 바라고 하느님을 찬양할 수 있다. 내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에서 가장 감명을 받았던 부분은 이러하다. 우리가 신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은 신에 대한 비합리적인 맹신이 아니라 선한 감정과 냉철한 이성이 어우러진 삶의 태도라는 점. 이것이야말로 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신에 대한 좋은 감정을 심어줄 수 있는 메시지가 아닐까. 

 

  2권에서 검사의 논고와 변호사의 변론은 다소 장황해서 지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집중해서 읽을 필요가 있는데,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사상이 그들의 말속에도 고스란히 녹아있기 때문이다. 아마 그들의 발언은 현실 세계라면 상당 부분이 허용될 수 없거나, 판사에 의해서 제지를 당할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말에는 가치있는 부분이 많지만 지나치게 장황하고, 때로는 사건의 중심부에서 너무 동떨어져 보이는 것들도 있다. 아니면 내가 몰라서 그렇지, 19세기 러시아의 법정에서 실제로 그런 광경이 벌어졌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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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생활 공책2』: 연필로 꾹꾹 눌러서 글쓰기 | 2022-07-13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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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GIFT]바른생활 공책2


| 2022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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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책 세 권의 구성입니다. 교과서 표지를 그대로 옮겨다 놓은 듯한 그림에 정감이 갑니다. 실제로 교과서 표지가 저랬었는지? 지금에 와서는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요새는 저런 그림에 엉뚱한 말풍선을 달아서 소소하게 인기를 끄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교과서 표지를 깨끗하게 쓰는 걸 좋아했었지만, 낙서를 하고 제목을 바꿔버리는 아이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공책은 낱권마다 비닐 포장이 되어 있습니다. 

 

 

  학교, 학년, 반, 번호, 이름을 적는 칸이 있는데 저야 이름이나 적을까 딱히 필요가 없지만 학생들은 모두 채워도 괜찮겠어요. 뭐든 '내 꺼' 표시를 해주면 더 애착이 생기니까. 

 


 

  사진 편집을 잘 할 줄 몰라서 예쁘게 나오질 않았습니다. 

 


 

  제가 포장을 벗겨서 처음으로 쓰게 된 공책입니다. 개인적으로 읽기, 자연 공책이 더 마음에 들었는데 비교적 덜 마음에 든 공책을 먼저 써버리자는 생각에서. 

 

 

  스티커도 한 장 동봉되어 있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스티커를 정말 좋아했습니다. 겉으로는 지저분한 걸 싫어하고, 깔끔하게 정리정돈 된 상태를 좋아하는데, 마음속 깊은 구석에서는 뭔가 저런 것을 내 마음에 드는 곳에다 마구 붙여버리고 싶고, 맘대로 꾸미면서 놀고 싶은 욕구도 숨어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스티커는 일단 아껴두기로 했습니다. 

 

 

  아무것도 쓰지 않은 상태의 속지입니다. 일단 표지는 무광이고 보드라운 재질이 특징입니다. 그리고 두꺼운 편이어서 쉽게 찢어질 위험이 적습니다. 속지는 볼펜으로 글씨를 썼을 때 볼펜에서 나오는 액을 잘 흡수해주는 좋은 재질입니다. 그리고 정말 특유의 향이 있습니다. 읽고 있던 책에서는 별다른 향을 느낄 수 없었는데, 이 공책에서는 은은하고, 포근한 종이 향이 납니다. (이건 전달해드리기가 불가능하지만.)

 


 

  먼저 볼펜으로 글씨를 써보았습니다. 저 볼펜 자체가 액이 번지지 않는 좋은 제품이기도 하지만 공책의 속지도 글씨가 번지지 않게 잘 잡아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만의 느낌인지도 모르지만요.

 


 

  샤프로도 글씨를 써봤는데 저는 샤프로 글쓰기가 제일 어렵습니다. 저는 글씨 쓰기를 좋아하지만 예쁘게 쓰지는 못합니다. 손으로 하는 일은 무엇이든 젬병입니다. 글씨 쓰기도, 그림 그리기도, 요리도, 바느질도, 심지어 빨래를 개는 일도 특출나게 잘 하는 건 없지만, 그래도 합니다. 일단 하고 나면 잘 했든 못 했든 성취감이 들 때도 있고, 그저 마음이 놓일 때도 있고, 어떤 때는 스트레스가 풀릴 때도 있습니다. 

 

 

  연필로도 썼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공책에는 연필이 제일 잘 어울리네요. 연필깎이에 연필을 넣어서 뾰족하게 깎은 다음에 공책에 글씨를 쓰면 기분이 좋죠. 그러다 연필 끝이 뭉툭해져서 글씨가 뭉개지면 다시 연필깎이로 끝을 뾰족하게 만들면 됩니다. 나에게 맞는 장비(?)를 준비해두는 일은 언제나 중요합니다. 그래야 일의 능률이 오르고 기쁨은 배가 되니까. 

 

  예전에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취미로 독서만한 게 없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검증된 글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저도 상당히 공감했습니다. 우울할 때, 기분이 괜히 처질 때 책을 읽으면 나는 어느 순간 걱정거리에서 멀리 떨어져 있게 됩니다. 책 속 세계에 푹 빠져들지 않으면 그것도 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그리고 읽기만 할 게 아니라 공책에 글씨를 쓰면 마음은 더욱 차분히 가라앉습니다. 그 순간에 집중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책읽기든 글쓰기든 중요한 건 정독이고 집중입니다. 빨리 하려다 보면 스트레스는 오히려 더 쌓일 뿐입니다. 바쁜 현대인에게 필요한 건 가끔씩 느려지기, 차분해지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 YES24 리뷰어클럽 체험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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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보라』: 우리 마음속엔 도깨비가 살아 | 2022-07-02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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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물보라

한승원 저/이정선 그림
문이당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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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에게도 정은 가질 수 있겠거니, 소설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가졌다. 미운 정도 정이라고 하니까. 해선이의 아버지는 새우 양식장을 해서 돈을 벌어 해선이와 함께 살았다. 그리고 허구헌날 술을 마시고 해선이를 무지막지하게 팼다. 해선이의 제일 가는 친구는 그림자였다. 그림자는 해선이에게 조언을 해주고,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그림자는 무서운 말을 할 때도 적지 않았는데, 그럴 때 해선이는 그림자에게도 겁이 났을지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 그림자는 해선이의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주었다. 

 

  소설의 결말에 이르러서 해선이는 어떤 중대한 선택을 하게 된다. 나는 해선이가 바다로 뛰어들어 수영을 해가지고 아버지를 다시 만나러 갔을 때 눈물을 흘렸다. 정情의 승리인가, 가족의 승리인가 싶어서. 하지만 해선이의 마음은 나도 확실하게 알지는 못했다. 그 아이가 정 때문에 새우양식장을 하는 아버지에게 돌아간 것인지, 익숙한 환경과 울타리를 떠나는 두려움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한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해선이는 광주로 가지 않았다. 거기 가면 아버지의 폭력에서 벗어나 새 삶을 시작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해선이는 그저 터전에 남아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다. 어쩌면 아이는 그 꿈을 버리지만 않는다면 광주로 가지 않아도 괜찮다고 여겼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의외로 백여시들(그들의 정체는 소설에 대한 스포가 될 수 있어서 적지 않는다. 소설의 결말도 그렇고.) 보다는 새우 양식장을 하는 아버지가 낫다고 생각해서, 정말 그에게 정이 있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내가 해선이의 마음을 어떻게 확신하겠나, 내 자신의 마음도 확신 못하고 헤맬 때가 많은데. 

 

  해선이의 마음 속에 둥지를 틀고 있던 검은 그림자를 한승원 님은 도깨비라고도 칭했다. 우리는 도깨비가 우리에게 행운을 가져다줄지, 불행을 가져다줄지 알 수 없다. 행운을 잡느니, 불행을 잡느니 하는 건 도깨비만의 소임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어쨌거나 바로 나, 자신의 소임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평생 검은 그림자를 뿌리치며 살기 어렵다. 모두 마음 속에 어두운 부분은 일정량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것에 휘둘려 버리면 큰 화를 당하게 되지만, 친해지거나 잘 다스리면 오히려 지원군이 된다. 내가 잘 설명한 게 맞을까? 한승원 님의 소설을 읽으면 잘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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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두머루
느리지만 나름대로 즐거운 독서 생활을 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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