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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서평단 모집]『모비 딕』 | 2022-08-3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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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 딕

허먼 멜빌 저/레이먼드 비숍 그림/이종인 역
현대지성 | 2022년 09월

 

모집인원 : 20명
신청기간 : 9월 7일 까지
발표일자 : 9월 8일

 

 

모비 딕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우영우가 읽은 소설
국내 최초 ‘레이먼드 비숍’ 목판화 일러스트 수록 완역본
절대적 진리만을 강요하던 폭력의 시대에 맞서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문학의 효시가 된 불후의 고전


『모비 딕』은 단순한 해양모험소설이 아니라 수많은 상징과 은유를 품은 다면적인 소설이다. “나를 이슈메일이라 불러다오.” 이 유명한 첫 문장은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상징성을 지닌다(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 선정,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첫 문장 30’). 주인공 이슈메일뿐 아니라 에이해브, 요나, 욥, 프로메테우스, 페르세우스, 나르키소스 등 성경과 그리스신화 인물들이 주요 모티브와 알레고리로 작용한다. 또한, 에이해브 선장과 모비 딕의 극적인 대립, 선원 커뮤니티의 계층·인종 간 갈등, 등장인물의 개성적인 캐릭터와 심리가 복합적으로 뒤얽힌 채 장엄하게 서사가 흘러간다.
1851년에 출간된 『모비 딕』은 이미 반세기 앞서 20세기에 도래할 모더니즘을 예고했다. 세상 모든 진리를 안다는 듯 신의 위치에서 소설을 써 내려간 19세기 리얼리즘 소설가들과는 달리, 20세기 모더니즘 소설가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화자의 주관적 관점과 내면 심리를 극화하는 데 집중했다. 그리하여 『모비 딕』은 획기적인 퓨전풍 스토리텔링, 독창적인 작품 구조, 다양한 인간 군상 추적, 이야기와 상징의 절묘한 결합, 인생의 신비를 둘러싼 깊은 종교적·철학적 탐구, 뛰어난 유머 감각과 풍자, 열린 결말 등등 기존에 없던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형식으로 미국 모더니즘 문학의 효시이자 상징주의 문학의 대표작이 되었다.
그렇다면 이 소설에서 궁극적으로 추적하는 흰 고래 모비 딕은 무엇을 의미할까? 색깔이 ‘흰’ 고래는 하나로만 해석되는 절대적 존재가 아니라 사실상 모든 것을 상징한다. 독자가 부여하는 빛에 따라 상징의 색깔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역자 해제에서는 종교, 신화, 사회, 심리, 철학적 측면에서 각각 신, 괴물, 노예제, 트라우마, 존재의 신비로 해석했다. 이 다섯 가지 해석을 염두에 두고 소설을 읽으면 작품의 의미가 입체적이고 풍성하게 다가올 것이다. 베테랑 고전 번역가 이종인 선생이 멜빌 특유의 장중하고 거침없으면서도 재치 있고 섬세한 문장을 탁월하고 가독성 높은 우리글로 옮겨 즐거운 독서 경험을 선사한다. 이제 해석의 주도권은 독자 각자에게 주어졌다. 여러분도 『모비 딕』을 통해 나만의 ‘흰 고래’를 찾아 머나먼 항해를 떠나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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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 특별하지 않아서 특별한 이야기 | 2022-08-25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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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

배수아 저
문학동네 | 2021년 06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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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이 그렇게 그들의 생이 흘러갔다. (본문 268쪽)

 

1.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

 

  '나'는 모든 것이 막연하고 불안하다. 내가 나일 수 있게끔 해주는 결정적인 것이 없다. 나는 내가 본 것만을, 그것도 방금 전에 본 것만을 확실하게 말할 수 있고, 그밖의 것은 안개에 휩싸여 있다. 내가 확신하는 것은 검은 고양이, 푸른 사과, 반짝이는 주방용 가위. 사랑도, 남자도, 샤넬 립스틱도 나에겐 크게 가치 있는 것들이 아니다. 

 

  그녀가 정말로 주방용 가위를 사려고 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나는 생각하였다. 꽃무늬가 있는 에이프런이라든가 고기를 부드럽게 하는 도구라든가 욕실용 광택제 같은 것만큼이나 주방용 가위는 그녀와 어울리지 않았으니까. 단지 나는 그녀가 손에 들고 있던 백화점의 컬러판 광고지 속에 머리에 수건을 두른 여자가 행복한 공주님 같은 표정으로 완벽하게 세트된 싱크대 사이에 서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것을 보았을 뿐이다. (본문 60쪽) 

 

  광고는 이것을 소유하면 당신은 이전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다며 광고를 보는 이들을 유혹한다. 더 많이 가질 것을 권하고 부추긴다. 불확실하고, 불완전한 당신의 삶에 견고하고 확실한 것(이를테면 꽃무늬가 있는 에이프런이나 반짝이는 주방용 가위 등)을 선사할 수 있다고 꼬드긴다. 그 누가 광고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을 것인가? 광고는 어디 해볼테면 해보라는 식이다. 

 

2. 「1988년의 어두운 방」

 

  이 소설은 폴라로이드, 카메라맨, 시인, 소설가, 유행가와 관련이 있다. 이 단어들은 모두 지나가 버린 것, 추억과 연관성이 있다. '폴라로이드, 카메라맨, 시인, 소설가, 유행가'는 지나간 것 그 자체이거나 지나간 것에 대한 증거물이 되기도 한다. 당신은 1988년, 더 정확하게는 1988년의 8월 25일에 무엇을 하고 있었나? 기억이 날 수도 있고, 전혀 기억이 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정말 신기할 정도로 일상에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철희의 죽음이나 시인이란 여자와의 만남은 자세히 생각해보면 현실이 아닌 듯 생각된다. 나의 일상은 소름 끼치도록 잔잔하였다. (본문 147쪽) 

 

  당신이 파도의 중심부에 있었어도 그 파도는 결국 지나가고 만다. 당신의 삶과 죽음도 마찬가지 아닌가. 언제 내 옆에 있었느냐는 듯이 사라져버리고 말겠지만, 누군가의 기억을 통해 당신은 소환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기억들마저 사라져버리면… 이 소설에는 잊혔던 과거를 다시 끄집어 낼 때를 두고 '어두운 방에 빛이 들어오다'란 표현을 쓴 부분이 있는데 매우 적절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3. 「엘리제를 위하여」

 

  한여름의 찌는 듯한 더위, 끈적한 습기는 우리가 겪고 있는 이 고통을 언제까지 견뎌야 하나, 라는 물음을 던지게 만든다. 그렇게 고통을 견디다가 어느 날 문득 해가 지고 난 뒤 불어오는 선선한 한점의 바람을 맞고나면 우리는 잃어버린 희망을 되찾은 듯이 가슴 설렌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 수도 있다. 가슴이 설렌 뒤에 찾아오는 진정한 기쁨(그것은 올 수도 있고,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 사실을 알 수 없다는 것이 우리 인생에 있어서 비극일까?) 때문이 아니라 그 바람 한점 때문에 우리는 오늘도 고통을 견디고 있는지 모른다. 

 

4. 「여섯번째 여자아이의 슬픔」

 

  지루해서 연애 같은 것을 어떻게 할까. 언제나 사람들로 가득한 강원도행 기차와 학교 앞 그 수많은 카페에 진바지를 입은 다리를 쭉 앞으로 내밀고 늘어진 듯 앉아 있는 UCLA 야구모자를 쓴 남자아이들과 긴 머리의 여자아이들, 모두들 꼭 그래야만 하는 것처럼 캔맥주를 손에 들고 남자아이는 여자아이의 머리칼을 만지면서 그렇게. (본문 208쪽)

 

  사랑에 대해서 이렇게 무미건조한 글을 쓰는 작가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심지어 「아멜리의 파스텔 그림」이란 단편에는 이런 글도 있다. 손님들 중의 누군가가 틀어놓은 엘피에서 여자 가수의 목소리로 유행가가 흘러나왔다. 선화는 그 노래를 따라 불렀다. "난 심심해서 사랑을 하지, 커피를 마시러 갔다가 그애를 만났어. 구십 일 동안만 그애를 사랑해야지. …(후반 생략)…)

 

 배수아 소설가에게 있어서 사랑은 일상에 일어나는 소용돌이 중에서도 너무 미미한 하나의 소용돌이일 뿐이다. 배수아 소설 속의 개인들은 특별한 사랑을 기다리고 있긴 하지만 막상 사랑에 빠졌을 때 모두들 너무 지독한 권태, 무미건조함에 빠져버린다. 소설가는 초기작 말고 나중에도 이런 식의 글을 썼을까?

 

    "주문진에 가고 싶어. 한 번도 강원도에 가본 일이 없어." 여자아이가 말하였다. (본문 233쪽)

 

  '강원도의 힘'이라는 영화 제목이 있다고 들었다. 본 적이 없고 줄거리도 모른다. 다만 영화 제목이 인상 깊었다. 나는 다른 지역에서는 찾기 어려운 강원도만의 힘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소설에서 쓰였듯이 답답할 때 떠나고 싶어지는 자연의 푸르름, 생기가 바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아름답게 이어지는 산맥, 끝없는 초록, 맑은 물, 산골 사이를 누비며 불어오는 바람, 동해바다, 맑은 공기 등도 같이 떠오른다. 그 모든 것이 강원도의 힘이다. 

 

  강원도에도 물론 도시적이 것이 있겠으나 상대적으로 적다. 그리고 자연 풍경에 압도되면 그런 것들이 미미하게 다가온다. 물론 도시적인 것, 도시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다. 도시의 꺼질 줄 모르는 불빛, 시끌벅적함, 활기차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얼마든지 좋아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일상에 매몰되다가 문득 지침을 느끼면 쉽게 떠나가고 싶다든가,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 때에 강원도는 떠나기 좋은 곳이다. 스위스나 동남아의 휴양지는 경제적인 여유나 시간이 없는 사람들에겐 벅차니까. 강원도로 떠나는 사람들에겐 잠깐씩 '바이탈리티'(이 단어도 소설에 나온다.)가 생긴다. 강원도에서 막상 살게 되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그렇게 깊이 따지고 들 필요가 있나. 

 

5. 「아멜리의 파스텔 그림」

 

    선영보다 나이가 좀 위였던 그 사람에게 언제나 선영은 어떤 아주 느낌이 좋은 기분을 갖고 있었다. 그것은 선영이 비가 오는 한여름 밤에 갖는 그런 느낌이었다. 이 세상이 갑자기 아주 비현실적인 것이 되고 어두운 창밖으로는 빗물에 갈색으로 젖은 자작나무의 숲이 있고 별과 늑대가 있었다. 자작나무 숲 사이를 걸어다니는 늑대의 눈빛이 축축한 풀잎들과 옷자락 같은 가지들 사이에서 느껴지는 밤이다. 그때 선영은 그렇게 낯선 느낌들이 좋았다. (본문 244쪽) 

 

  누군가는 그런 낯선 느낌과 사랑에 빠지기를 좋아한다. 아니, 많은 사람들이 그러기를 좋아한다. 나를 둘러 싼 익숙한 환경에서 나를 끄집어 내어 낯선 세계로 안내해 줄 백마 탄 왕자님이 친근한 모습이기는 어렵다. 우리는 낯선 것에 대한 꿈을 자주 꾼다. 소설 속 '선영'이란 인물도 한때 낯선 느낌을 주는 사람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겠지만 결혼을 하면서 사막과도 같은 메마름에 자신을 묻었다. 그녀는 낯선 느낌보다 익숙한 것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넌, 사막에서 죽어가는 초록빛 도마뱀 같은 것에 대해서 한번이라도 생각해본 일 있어? 아니면 바닷가 동굴에서 살았던 석기시대의 사람들이 무엇을 두려워하였는가라든지, 너희 식구들하고 전혀 상관없는 것들에 대해서 말이야. 그러니까 세상이 시시할 수밖에. (본문 250쪽)

 

 6. 「인디언 레드의 지붕」

 

  그리고 음악대학의 졸업 발표회가 있었고 여자아이는 학교를 떠났다. 그다음 이야기는 아무것도 모른다. 오빠는 항구에 있는 직장을 구해서 떠나갔고 나는 학교를 계속해서 다닐 수 있었다. 어머니는 공장에 다녔고 아버지는 블록공으로 일하다가 죽었다. (본문 335쪽)

 

  배수아의 소설은 매우 메말라 있다. 인물들이 마치 조형물이나 다름없이 느껴지는 소설들이다. 나는 소설을 거의 다 읽어갈 즈음 되어서야 깨달았다. 나의 마음 상태를 소설로 쓴다면 딱 배수아의 소설과 같지 않을까. 인물들은 어떤 사건, 사고를 겪고 제각각의 감정을 가지겠지만 그런 것들에 대한 묘사는 미미하다. 거의 생략되어 있다. 중요하지 않다는 식이다. 모든 것은 금방 지나갈 것이고, 우리가 느꼈던 감정은 더 빨리 지나갈 것이라고,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거라고 배수아 소설가는 말한다. 

 

  나도 그런 생각을 자주 한다. 참 힘들었지만 그 누가 알아줄 것이며, 안다한들 뭐가 달라질 거냐고. 결국 다 無가 되어버릴 거라고. 나는 배수아 소설을 읽기가 조금 어려웠다. 내면 세계를 집요할 정도로 세심하게 다루는 소설 읽기를 즐겼었는데, 배수아의 소설은 이제까지 즐겨찾았던 소설들과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끝까지 읽기를 잘했다. 특별하지 않은 것같으면서도 특별하다는 말은 그녀의 소설을 두고 하기에 적절한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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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두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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