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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박동을 듣는 기술 : 당신의 사랑은 어떤 색깔인가요? | 예전리뷰 2014-07-31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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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심장박동을 듣는 기술

얀 필립 젠드커 저/이은정 역
박하 | 2014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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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랑이 그렇게 어려워야 하죠?"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만 보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 악이든 선이든 - 이미 갖고 있는 개념에 비춰 다른 사람을 판단하죠. 사랑도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에 부합하는 것만 사랑이라고 인정해요. 사랑하는 것만큼 사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죠. 다른 모습은 불편해하고, 그래서 의심하고 의혹을 품죠. 그래서 상대를 비난하죠. 상대방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단정하죠. 하지만 그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특이한 방법으로 사랑하는 것일 뿐이에요. 내 이야기를 다 듣고 나면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거예요.

- 297page - 

 
 얀 필립 젠드커의 장편소설 '심장박동을 듣는 기술'은 제목부터 표지까지 참 인상적이였다. 책을 받고 났을 때엔 그 두께감에 적잖히 놀랐다. 약간의 흥분과 설렘을 안고 책을 읽어 나갔다. 두께감에 비해 책 자체의 여백도 꽤 있는 편이였고, 행간의 넓이도 넓어 생각보다 빨리 읽혔다. 물론 얀 필립 젠드커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흡입력도 한 몫을 단단히 했다. 책을 썩 빨리 읽지 못하는 내가 단 이틀만에 이 책을 다 읽어버렸으니 말이다. 마지막 장을 읽고 책을 덮었을 때엔 우 바의 정체에 놀랐고, 책 속 우 메이의 많은 가르침에 감명을 받았고, 틴 윈과 미밍의 사랑엔 가슴이 저려왔다. 그리고 진정한 사랑은 기약없는 기다림속에서도 서로를 잃어버리지 않고 믿음으로 자신의 생을 살아내야 한다는 것을 조금은 아프지만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이 우리가 모르는 다른 색깔의 사랑이라는 것도.
 
 줄리아는 어느 날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진 아버지의 행방을 찾기위해 어머니가 준 '단서'하나에 의지해 아버지의 고향인 미얀마로 떠난다. 뉴욕의 변호사 출신인, 어쩌면 모든 것을 다 갖춘 삶을 산 아버지가 자신을 포함한 가족 모두를 버리고 왜 미얀마로 떠나야만 했는지, 그 이유를 알아야만 했다. 그리고 그 순간만큼은 자신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을 의심하며 상심했을 것이다. 그러한 무거운 마음을 이끌고 도착한 미얀마의 소도시 깔로에의 작고 허름한 카페에서 '우 바'라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를 통해 자신이 알지 못했던 50년전 아버지의 이야기들을 듣게 되면서 이 소설은 시작된다. 심지어 아버지가 한 때는 장님이였다는 이야기와 함께.
 
 틴 윈은 어릴 적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이웃의 수치부인에게 키워진다. 후천적으로 발병한 장애로 틴 윈은 장님이 되고 이전에 그가 알고 지냈던 세상은 어둠속으로 가라앉고 만다. 그런 틴 윈을 수치는 수도원의 우 메이에게 데려가고, 마찬가지로 장님인 우 메이는 틴 윈의 정신적 스승이 된다. 그를 통해 틴 윈은 장애에 굴복하지 않고 시각이 아닌 다른 감각들을 통해 세상을 보는 법을 배워나간다. 소설 속의 공간적 배경이 되는 미얀마의 소도시 깔로. 그곳에서 온 청력을 기울여 자신의 세상을 한 발 한 발 넓혀나가는 틴 윈의 모습은 인상적이였다. 시각이 온전한 사람들은 결코 들을 수 없는 아주 미세한 소리도 틴 윈은 들을 수 있게 된다. 나비들의 날갯짓 소리, 땅 속 동물들의 달음박질 소리, 심지어는 소리만으로 나무의 종류까지 구별해 낸다. 큰 키와 약간 마른 체형을 가진 틴 윈의 보기좋은 갈색빛 피부, 롱기를 걷어 올려 비로 질퍽해진 땅의 표면을 발바닥의 촉감으로 느끼며 움직이는 모습 등등은 책을 읽어가는 내내 내게 하나의 영상처럼 머릿속에 그려졌다. 미얀마라는 곳을 단 한번도 가본적이 없지만 그곳의 환경과 그 속에 살아 숨쉬는 틴 윈의 모습은 마치 내가 그곳을 가본 것처럼 느껴져 계속해서 그곳의 틴 윈의 이미지는 나를 따라다녔다. 수치와 우 메이, 그리고 수도원의 많은 동료들은 친절하고 다정했지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였다. 아니 그보다 틴 윈의 가슴속 깊이 남아있는 이름을 알 수 없는 그 어떤 감정을 끌어 올리기에 그들은 충분치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단조롭지만 조용하고 규칙적인 어떤 소리를 듣게 되고 그 소리를 따라 도착한 곳에 틴 윈은 운명처럼 미밍이라는 소녀를 만나게 된다. 그가 들었던 그 소리는 미밍의 심장박동소리였다.
 
 미밍은 작고 용기있으며, 현명하고 아주 사랑스러운 소녀였다. 하지만 그녀는 선척적인 장애로 걷지 못하고 기어다녀야만 했다. 그러나 그 모습조차도 미밍은 전혀 추해보이지 않았다. 미밍은 틴 윈이 그녀를 자각하기 전부터 수도원에서 틴 윈을 보았었다. 그리고 언젠가 틴 윈이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을 알았다. 그 둘은 운명처럼 만나 서로의 눈과 다리가 되어 주었다. 그 둘의 만남은 4년 가까이 지속되었고 그 시간속에서 그 둘은 서로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매일 매일 틴 윈이 보고 싶었지만 미밍은 서두르지 않았다. 오히려 그 기다림을 통해 자신들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볼 수 있었으며 그 기다림조차도 미밍은 행복했다. 틴 윈은 미밍을 통해 그녀가 그려주는 세상의 소리들을 더 확장해 나갈 수 있었고, 미밍은 틴 윈의 등에 엎혀 더 많은 곳을 다닐 수 있었다. 애초부터 그 둘은 둘이 아닌 그저 하나의 존재 그 자체였다. 그 둘의 장애는 장애가 되지 않았고, 오히려 서로의 아픔을 묵묵히 받아들일 위로가 되어 주었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던 날 여느 때처럼 틴 윈은 미밍을 업고 비를 피할 오두막을 찾아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쏟아지는 빗소리에 묻혀 서로의 영역을 갈망하고 붙잡으려는 그들의 몸부림은 우리가 알고 있는 여느 사랑과 다를 바 없었다. 보이지 않는다고, 일어설 수 없다고해서 그들이 서로를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우리처럼 그들도 사랑을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그들만의 색깔로 다르게 채워져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 폭우속의 격정처럼 틴 윈과 미밍은 헤어지게 된다. 미얀마라는 공간적 배경이 주는 또 한 가지는 바로 그들은 미신을 절대적으로 믿고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점성술사의 예언으로 틴 윈의 먼 친척 뻘 되는 고모부는 틴 윈을 데려간다. 틴 윈은 곧 돌아올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머나먼 수도 양곤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치료를 받아 눈을 뜨게 되고, 더 머나먼 뉴욕으로 건너가게 된다. 그 사이 미밍과 틴 윈은 서로에게 편지를 쓰지만 그 편지들은 중간에서 고모부로 인해 가로채이게 되고 답장을 받지 못함에도 그 둘은 여전히 서로를 잃지않고 사랑을 노래한다. 마지막 틴 윈에게 미밍은 단 한통의 편지를 받게 되지만, 그것은 고모부의 계략으로 씌여진 편지였다. 하지만 미밍은 틴 윈을 원망하지 않았다. 틴 윈은 뉴욕에서 새로운 가정을 꾸리지만 그건 전적으로 그의 의지는 아니였다. 그러나 미밍에게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그 순간에 그를 버틸 수 있게 한 유일한 안식처는 그의 가정이였을 것이다. 이 부분은 줄리아에게 들려주는 우 바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 또한 이해하게 된다. 줄리아 역시 아버지의 배신으로 생각했던 일들이 우 바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아버지가 아버지이기 이전에 한 남자로서 느꼈을 고통과 아픔을 마주하며 그를 이해하게 되고, 용서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과 가족들을 버렸다고 생각했던 마음은 점차 흐려지고, 아버지는 미밍을 사랑했던 것처럼 또 다른 방식으로 자신과 어머니, 가족들을 사랑했단 걸 알게 된다.
 
 우 바의 이야기가 끝나갈 무렵 줄리아는 아버지를 만나게 되길 고대하지만, 우 바는 서두를 필요 없다고 한다. 틴 윈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미밍의 심장박동 소리를 느낄 수 있었고 그녀를 찾아 미얀마로 왔다. 그리고 그들의 만남은 어떻게 되었을까? 마지막으로 우 바에게 줄리아는 한 통의 봉투를 건네 받는다. 그 속엔 어딘가 낯이 익은, 그러나 짐작은 가지 않는 어떤 남자가 미밍옆에 서 있는 사진들이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미밍과 그 남자도 늙어가지만 미밍의 아름다움은 여전하고 그 남자도 곧 누구인지 깨닫게 된다. 그 작은 충격을 확인하기위해 우 바에게 달려가지만 우 바는 그저 아무말 없이 웃으며 이야기는 끝난다.
 
 미얀마의 후텁지근한 날씨, 온갖 동물들의 소리가 앞마당에서 들리는 집의 구조들, 미밍이 손수 짠 롱기를 입고 기어가는 모습, 온갖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틴 윈의 집중하는 얼굴 표정, 그리고 미밍의 작은 가슴을 느끼며 그녀를 업고 달리는 틴 윈의 뒷 모습, 빗속을 가로 질러 언덕을 오르는 그들의 모습, 서로를 그리워하지만 결코 원망하지 않는 그들의 얼굴이 자꾸만 머릿속에 영상이 되어 둥둥 떠다녔다. 한편의 슬프지만 아름다운 영화를 본 것처럼 내 가슴은 미얀마의 뜨거운 열기만큼이나 뜨거워져 진정시키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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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문화전문잡지 : BOON 4호 | 예전리뷰 2014-07-31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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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분 BOOn (격월간) : 4호 [2014]

RHK일본문화콘텐츠연구소 편집부
RHK일본문화콘텐츠연구소 | 2014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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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HK일본문화콘텐츠연구소에서 출범하는 '일본문화 및 문학전문잡지' 격월간 BOON의 첫 창간호가 순조롭게 출발한 가운데 4호가 출간되었다. 7, 8월호 답게 푸른색의 표지는 시원한 바다를 연상케 한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이지만 일본이라는 나라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콘텐츠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라는 생각이 든다. 나같은 경우, 그저 간헐적으로 일본의 문학이나 콘텐츠를 소비하지만 정작 일본이 가지고 있는 그 거대한 콘텐츠 힘의 원천이 어디서부터 기인하는지, 그 속속들이를 다 알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 갈증의 목마름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원천이 있다면 바로 BOON일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어떠한 콘텐츠로 우리를 무장해제시킬지 BOON속으로 한번 떠나 보도록 하자.

 

 일본뿐 아니라 어쩌면 국내에서 더 많이 사랑받고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여류작가 '에쿠니 가오리'가 이번 '작가를 읽다'에 소개되었다. 사실 에쿠니 가오리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가오리'라는 물고기였다. 역시나 나만 이렇게 생각했던 것이 아니였나보다. 이 글의 저자 또한 첫 문단에서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그녀의 이런 아름답지 못한 오해를 풀어주기라도 하듯 일본의 정확한 발음으로는 가오리가 아닌 '카오리' 즉 향기를 의미하는 단어라고 한다. 그녀의 성과 함께 이름의 전체적인 뜻을 풀어보자면 '물의 나라에서 향기로 직물을 짜다'라는 뜻이 된다. 이름조차도 참 문학적이다. 내가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은 '냉정과 열정사이'인데 어쩐지 그녀의 감성코드가 나와는 사실상 잘 맞지 않아 그 뒤로 그녀의 작품을 읽어보진 않았다. 다만 이 '작가를 읽다'라는 코너를 통해 그녀의 감성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고 그녀의 초기 작품부터 최근의 작품 <하느님의 보트>, <울 준비는 되어 있다> 등등 까지 한번 읽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아무래도 작가에 대한 기초적인 배경지식을 갖고 책을 읽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분명 차이가 있을테니까. 이번 코너를 통해 그녀의 작품세계에 조금은 가까워 진 듯한 느낌이다. 기회를 갖고 그녀의 작품들을 하나씩 섭렵해 보아야겠다.

 

 규슈올레 탐방 : 가고시마현, 이부스키 가이몬 코스 부분은 참 즐겁게 읽었는데 아마도 내가 여행을 좋아하기 때문에 관심을 갖고 읽은 부분일 것이다. 규슈는 일본 4개 섬 중에서 최남단에 위치한 곳인데 천혜의 자연환경도 그렇고 식재료들도 풍부한, 너무나도 축복받은 땅이였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그 이미지가 완전히 뒤바뀌어 버렸다. 그러던 차에 우리나라 (사)제주올레와의 업무 협약을 통해 올레 브랜드와 운영 노하우 전부를 수입해 규슈만의 올레길을 만들어 예전의 축복받은 땅의 이미지를 되찾았다. 이곳에 소개되어 있는 규슈 올레길을 떠나보는 것도 일본여행의 즐거운 묘미일 것이다. (또한 일본이 우리나라 제주도의 운영 노하우 등등을 수입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것도 나름 기분이 뿌듯했다.)

 

 이번 호는 첫장도 그렇고 '특집 : 도쿄의 표상학'도 그렇고 도쿄라는 일본의 수도에 대해 조금 깊이 있게 다루었다. 사실상 나도 도쿄는 그저 '일본의 수도' 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지 그 이상의 구체적인 것들은 잘 모른다. 도쿄의 행정구역은 23구 26시 5초 8손인데, 실제 도쿄시에 해당하는 지역은 도쿄 23구에 국한된다고 한다. 우리나라로 비교하자면 도쿄도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전체, 즉 경기도를 의미하고 서울시에 해당하는 지역이 바로 도쿄 23구이다. (참고로 행정 구역상 도쿄시라는 지명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밖에 도쿄에서 가볼만한 곳들을 사진과 함께 간략하게 설명해 놓았는데 언젠가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나만의 여행리스트에 담아놓았다. '특집 : 도쿄의 표상학'은 에도가와 란포의 도쿄 소설을 비롯해 도쿄만 앞바다의 매립지, 오다이바를 토대로 도쿄가 어떻게 세계도시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는지 등등 현대의 일본이 있기까지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다만 이 부분은 역사, 정치, 경제가 한대 어우러져 설명이 되다보니 솔직히 쉽게 읽히진 않았다.

 

 연재소설 어항, 그 여름날의 풍경과 기획연재 일본의 요괴 문화 : 설녀부분도 참 흥미롭게 읽었다. 특히 연재소설 어항, 그 여름날의 풍경은 미래사회의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그 중 우익세력이 권력을 장악하여 오로지 성장에만 초점을 맞춰 발전시켜 나간다. 겉으론 고도의 황금기를 맞이한 듯 보이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청년들의 저임금 노동'이라는 어두운 현실이 지배하고 있다. 배경은 미래지만 어쩌면 지금 현시대의 일본이 갖고 있는 불편한 진실인지도 모르겠다. 연재소설의 결말이 어떻게 마무리될지도 궁금하다. 기획연재의 설녀는 일본에 존재하는 수많은 여성 요괴들 중 하나인데 그 존재는 여러가지 형태 및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극적 구성이 있는 형식으로 발전, 완성시킨 라프카디오 헌의 '설녀'를 기본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특히 설녀가 가지고 있는 이중적인 이미지들은 예들 들면, 팜므파탈 적인 요소라든가 인간의 아이를 낳은 어미로서의 모성애 등은 어쩐지 설녀라는 요괴에 대한 안타까움과 애절함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 밖에 많은 콘텐츠들이 BOON을 다양하게 장식했는데, 내가 가장 관심있게 본 부분은 일본 추리소설의 심장, 에도가와 란포편이다. 내가 좋아하는 장르가 심리, 추리쪽이다보니 자연 더 관심을 갖고 보게 되었다. 예전부터 느꼈던 것인데 '추리소설의 창시자'랄 수 있는 '에드거 앨런 포'의 이름과 너무 흡사해서 늘 의아해 했는데 알고보니 란포 역시 본명은 따로 있고 '에드거 앨런 포'를 존경하고 자신 역시 일본의 대표적인 추리소설가가 되리라는 의지를 담아 그의 이름에서 지금의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또한 그의 소설 'D언덕의 살인사건'의 배경이 된 단고언덕이 있는데 그 주변을 배경으로 란포가 즐겨 찾던 음식점들을 소개하기도 한다. 살아생전 그가 직접 설계한 2층 자리 주택에는 그의 서고가 있는데 자그마치 약 2만 권의 장서가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그는 그 많은 장서들에 둘러쌓여 글을 썼다고 한다. 란포의 저택은 이케부쿠로에 위치한 릿교대학 근처에 있는데 그의 서고는 직접 방문은 불가하고 홈페이지에서 자료를 확인한 후에 장서 열람은 가능하다고 한다. 특히 재미있었던 부분은 동료 미스터리 작가 '마쓰모토 세이초'는 집필이 끝나면 관련 자료들을 모두 처분한 반면 란포는 꼼꼼히 기록하고 보관하는 장서가였다고 한다. 같은 미스터리 작가면서도 이렇게 성향이 다른 작가들의 이야기를 읽는 것은 대단히 흥미로운 일이였다. 개인적으로 란포의 장서가 부럽기도 하고 나도 저렇게 책으로 둘러 쌓인 나만의 방에서 글을 쓰고 싶어졌다.

 

 전체적으로 이번 호 BOON은 흥미로운 주제도 많았지만, 개인적으로 잘 읽혀지지 않는 어려운 부분도 좀 있어서 추후 시간을 좀 더 내어 다시 한번 읽어 봐야겠다. 마지막 일본 젊은이들의 유행어 부분에서 헤이안 시대 (794-1185)의 여성 가인이 요즘 젊은이들의 문장은 한심해서 한탄스럽기 그지없다라는 부분을 읽었을 땐 정말이지 빵 터졌다. 그때 당시에도 요즘처럼 젊은이들은 자신들만의 언어를 공유하면서 새롭게 언어를 탄생하고 했었나 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유행어이지만, 어쨌든 결론은 언어란 언제든 '변화의 여지'가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렇게 살아남은 유행어는 신조어가 되고, 맥이 끊기면 사어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어쩐지 인생도 그런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살짝 해보았다. 다음에 나올 BOON은 또 어떤 이야기들을 가득 싣고 출범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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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달의 시네마 레시피 : 종합선물세트같은 요리책 ♥ | 예전리뷰 2014-07-24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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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파란달의 시네마 레시피

정영선 저
미호 | 2014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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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요리, 오래된 영화 한 편으로도 삶은 충분히 위로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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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리책을 '정독'하기는 실로 처음이다. 보통의 요리 레시피 북과 같은 경우 전체적인 구성이라든가, 편집디자인, 그리고 내가 필요로 하는 부분만을 발췌해서 읽고, 직접 그 요리를 만들어보는 것이 일반적인 요리책을 보는 경우이다. 그러나 '파란달의 시네마 레시피'는 그런 일반적인 읽기의 경우를 벗어난 아주 독특한 책이다. 분명 각종 요리들에 대한 방법들을 알려주는 레시피 북인데, 이 요리라고 하는 부분에 맛깔나는 양념처럼 영화를 첨가한 책이다. 즉 영화속에 등장하는 요리들을 소개하고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아주 독특하면서도 흥미로운 책이다. 특히 나같은 경우 영화는 무척 좋아하지만 요리는 크게 관심을 갖고 있진 않다. 다만 주부이다보니 관심이 없어도 어쨌든 요리를 해야하기 때문에 조금씩 관심을 갖고 각종 요리책들을 보면서 만들어보고 배워나가고 있다. 때문에 이런 나에게 너무나도 딱 맞는 요리책인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영화와 요리라고 하는 두 가지 요소를 결합한 이런 책을 쓸 생각을 했을까? 기존의 요리 레시피 북과는 차원이 다른 참신한 그 기획력에 감탄하며 이 책을 쓴 저자의 이력이 궁금해졌다. 아니나다를까. 파란달 정영선 작가님은 8년간 방송작가로 일을 했고, 현재는 8년이상 요리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물론 영화를 무척 좋아하고 즐겨 보는 것은 당연지사. 때문에 파란달의 시네마 레시피는 이런 작가의 이력과 내공이 아니면 결코 나올 수 없는 책인 것이다. 
 
 파란달의 시네마 레시피는 총 3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등장하는 영화 및 그 영화속의 요리는 총 40가지이다. 물론 저자가 미처 지면에 다 담지 못한 영화 및 요리들은 끝부분에 별도로 실어놓았다. 또한 영화를 소개하면서 그 영화와 관련된 다른 영화들이나, 해당 감독의 다른 영화들도 각 해당 지면에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 40가지 이상의 영화 및 요리들을 알게 된다. 영화는 어찌보면 우리 삶의 축소판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그 영화속의 다양한 이야기속엔 당연히 다양한 요리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어떤 영화는 주제 자체가 요리인 영화도 있고, 요리는 크게 부각되지 않지만 그 영화를 보고있노라면 생각나는 요리도 있다. 저자는 이런 여러가지 상황들에 맞게 다양한 요리들을 소개하고 있다. 가끔은 영화의 특성상 쉽게 구하기 어려운 재료들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저자는 이럴 때 대체가능한,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을 소개하여 보다 쉽게 요리를 할 수 있도록 독자들을 배려한다. 내가 이 책을 종합선물세트라고 표현한 이유는 요리외에도 영화속에 등장하는 가볼만한 장소들도 소개되어 있고, 심지어는 저자가 추천하는 영화 OST까지도 소개되어 있다. 즉 이 책을 읽으면 영화공부, 요리공부, 음악공부, 장소에 대한 여행공부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저자의 생각을 읽으면서 느끼는 사유의 힘까지 기를 수 있다. 한마디로 일석오조다.
 
 영화를 무척 좋아한다고 앞서 말하기도 했는데 나는 크게 장르를 가리진 않는다. 다만 내가 유독 선호하는 장르가 있긴 하다. (판타지 성향을 갖고 있는 동화적인 이야기들. 예들들면 반지의 제왕, 호빗, 미녀와 야수 등등) 때문에 먹는 것을 편식하듯 영화도 좀 그런 경향이 있다. 파란달의 시네마 레시피에 등장하는 많은 영화들 중에서 내가 본 영화는 몇 편 안 된다. 대부분의 영화가 잔잔하거나, 오락성이 짙은 영화가 아닌 가볍지만 인생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영화들이다. 저자의 영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라든가, 결말을 말해주지 않아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이야기들 때문에라도 여기에 소개된 영화들은 꼭 시간을 내어서 볼 것이다. 더불어 영화속에 등장하는 요리들도(혹은 만드는 과정들) 눈여겨 보면 시각적으로도 꽤 유용한 공부가 될 것이다. 늘 비슷한 패턴의 요리책에 지루함을 느꼈다면 파란달의 시네마 레시피! 일독을 권해본다.

 

 

소박한 요리,
오래된 영화 한 편으로도
삶은 충분히 위로받을 수 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장르, 개봉년도, 러닝타임, 감독, 배우들에 대해 자세히 나와있다.
더불어 영화에 등장하는 혹은 영화를 보면서 만들어 봤으면 하는 요리도 소개되어 있다.

 

 
 

 
영화중에서도 추천할 만한 OST가 있으면
이렇게 한 면에 소개되어 나오기도 한다.

 

 

 

조제의 달걀말이 완성컷과
만드는 과정에 대해 소상히 나와있는 지면!

 
 

 

일전에 내가 감명깊게 본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이 영화도 소개되어 있어 반가웠다.

 
 

 

 

이 케익은 주인공 '월터'의 생일날 동생이 만들어준 케익이다.
저자는 영화속에 등장한 그 케익에 대한 레시피를 공개했다.
물론 영화상에는 레시피가 공개되어있진 않다.
영화를 참고해서 저자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만든 레시피이다.

 

 

 

 

영화속에 등장하는 가볼만한 장소를 소개한 지면이다.
별에서 온 그대 등등 각종 드라마 및 영화속에서 소개된 유명한 '학림다방'이란다.
1956년에 문을 연 유서깊은 곳이다. 꼭 한번 가봐야겠다!!

 
 

 

'번지점프를 하다'라는 영화를 통해
소개된 새싹비빔밥
 

 

 

읽으면서 기억에 남는 문장들이나, 만들어 보고싶은 요리들이 소개되어 있는 장들은
이렇게 책의 모서리 부분을 접어놓았다. 언제고 바로 펴서 볼 수 있도록!!

 
 
 

 

책속에 등장하는 영화들 중에서 몇 가지만 모아 보았다.
포스터만 봐도 요리관련 영화란 것을 알 수 있는 영화와
요리와는 상관없어 보이는 영화 포스터들도 있다.
 
저자는 이런 여러 영화들 속에서 요리라는 요소를 찾아내어
이렇게 멋진 책을 만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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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저가 빌리를 만났을 때 : 인연의 끈으로 연결 된 자폐아이와 고양이의 우정 | 예전리뷰 2014-07-21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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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프레이저가 빌리를 만났을 때

루이스 부스 저/김혜원 역
영림카디널 | 2014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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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는 프레이저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될 거야." 프레이저가 어린애답지 않게 야무지게 말했다. 하지만 이 말이 얼마나 깊은 의미를 갖게 될지 우리 둘다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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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사람이든, 동물이든 서로간에 교감할 수 있는 혹은 잘 어울릴 수 있는 인연이 있다고 믿는다. 아무리 좋은 사람, 아무리 좋은 동물이 나에게 왔다고 해서 운명처럼 모두 다 좋은 결과를 낳지는 않는다. 서로 맞지 않는다면 헤어지기도 하고 떠나 보내게 되기도 한다. 작년 10월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시고 그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어린 강아지'를 입양했었다.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으면 내 공허함과 아픔이 치유될 것이라 굳게 믿었었다. 그러나 현실은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그렇게 로맨틱하지 않았다. 어쩌면 이기적이였을 나는 그 강아지에게 무엇을 기대했던 걸까? 가끔 '세상에 이런 일이!'에나 나올 법한 드라마틱한 상황을 기대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심장마비로 쓰러진 주인을 살린 반려견의 이야기, 주인을 잊지 못해 먼 길을 달려온 반려견의 이야기, 사람의 죽음을 미리 알고 그 곁에서 마지막을 함께 애도하며 지켜보는 고양이의 이야기 등등 그런 기적같은 이야기속의 주인공이 되기를 바랬던 것 같다. 어머니가 그리워 혼자 울고 있으면 그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며 서 있는 모습을 상상하고 기대했지만 그 아이는 그냥 자신의 삶에 충실한 평범한 강아지일 뿐이였다. 어쩌면 내 지나친 기대 및 망상이였을 것이다. 그래도 그 당시 가끔은 기적같은 일들이 일어나길 바랬던 것 같다. 결국 나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 아이를 끝까지 책임질 수 없어 다른 가정에 입양을 보냈다. 마음이 무척 아팠지만 입양된 가정에서 가끔 그 아이의 사진을 보내 주었는데 나와 있었을 때보다 더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 슬프면서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주인도 그 아이를 정말 사랑해 주었고 그게 눈에 보였다. 나보다는 그 새로운 주인과의 인연이 그 아이에게는 더 잘 맞고 어쩌면 그게 그 아이에게는 진짜 인연이였을 것이다.

 

 서두가 조금 길어졌지만 이 책의 주인공인 프레이저와 빌리 또한 서로에게 맞는 인연이자 운명이였다. 책의 저자이자 '프레이저'의 엄마인 '루이스 부스'는 오랜 연애생활을 끝으로 남편인 '크리스'와의 사이에 '프레이저'라는 사랑스러운 아들을 낳게 된다. 하지만 '프레이저'는 평범한 남자아이가 아닌,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이로 태어났다. 설상가상으로 '프레이저'는 근긴장 저하증이라는 희귀병까지 앓았다. 근긴장 저하증이란 손발의 근육에 힘이 없어 물건을 제대로 들 수도 없고, 제대로 서 있을 수도 없어서 그저 무기력하게 누워있어야만 하는 질병이다. 건강한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것도 보통의 부모입장에서는 힘든데, 이런 장애까지 안고 태어난 '프레이저'를 키우기는 이들 부부에게 크나큰 고통이고, 시련이였다. 아이는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주변에는 전혀 관심을 두려하지 않았고 그 세계의 질서에 부합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면 극도로 예민해지며 감정이 폭발하곤 했다. 때문에 부부는 하루하루를 예측불가능한 상황속에서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아이를 키울 수 밖에 없었다. 잠깐 나의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책을 읽으면서, 전에는 아이를 똑똑하고 누구보다 유능한 아이로 키워야겠다는 욕구에 불타올라 있었는데 (물론 아직 아이는 없다.) 그런거 정말 다 필요없고 그저 건강하게만 태어난다면 그보다 더한 축복은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어쨌든 이런 힘든 상황속에서 '루이자 부스'는 어느날 집에서 키우고 있는 고양이 '토비'에게 '프레이저'가 관심을 갖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그러나 고양이 '토비'는 '프레이저'에게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고 오히려 '프레이저'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프레이저'는 그런 '토비'에게 소리 지르고 화를 냈으며 결국 '토비'는 '프레이저'를 두려워해 가까이하지 않게 되었다. 비록 서로간에 소통없이 관계가 끝나버리긴 했지만 '루이자 부스'는 이를 계기로 '프레이저'에게 알맞는 고양이를 찾아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러 시도 끝에 캣츠 프로텍션이라는 곳에서 '프레이저'는 '빌리'라는 길고양이를 만나게 된다. 그 둘의 만남은 마치 운명처럼, 서로 사랑에 빠져버린 연인과 같았다. '빌리'가 '프레이저'에게 먼저 다가왔고 '프레이저'는 그런 '빌리'에게 자신의 세계로 들어올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면서 길고양이 '빌리'는 '프레이저'가 자신만의 세상에서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프레이저'가 감정적으로 격해지면 다른 곳에 있다가도 곁에 와서 응원을 해주었다. 특히 '프레이저'는 씻는 것을 싫어해서 '루이스 부스'부부는 늘 애를 먹었는데 어떻게 알고 '빌리'는 목욕탕안으로 들어와 양발을 욕조에 딛고 '프레이저'곁에 가만히 서 있기도 했다. 그러면 '프레이저'는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 씻는 것에 대한 거부감으로부터 해방되었다. 또한 근긴장 저하증으로 '프레이저'는 계단을 오르기가 쉽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르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때마다 '빌리'는 계단을 먼저 올라가 위에서 '프레이저'를 내려다 보고 있었는데 '프레이저'는 '빌리'와 놀기 위해 기꺼이 계단을 올랐다. 그 밖에 용변가리기, 학교가기, 친구들과 어울리기 등등 '프레이저'가 하기 힘들고, 하기 싫은 일들이 닥쳤을 때마다 '빌리'는 늘 '프레이저'의 마음을 읽고 그의 곁으로 다가가 응원하고 교감하고 이끌어 주었다. 처음에 '루이스 부스'도 이런 것들이 그저 자신의 지나친 해석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갈 수록 '빌리'의 그런 놀라운 능력은 '프레이저'가 회복될 때마다 확실한 증거가 되어 주었다. 물론 주변의 전문가들의 많은 도움도 있었지만 애초부터 낯선 사람들과의 관계를 거부했던 '프레이저'가 그들과의 교류속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마음을 열게 해준 것도 '빌리'였다. 다른 보통의 아이와는 달리 '정규학교에는 결코 입학할 수 없다'는 전문가의 냉담한 현실적 답변을 들어야 했던 초창기 때와는 달리, 오히려 보란듯이 '프레이저'는 남들과 다를 것 없는 정규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고 자신만이 가졌던 작은 세상을 깨고 '빌리'가 열어준 커다란 세상 밖으로 한 발 한 발 나아갈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것을 '기적'이라 말하기 전에 '인연'이라 말하고 싶다. 애초에 '프레이저'는 '토비'라는 고양이와 소통하길 원했지만 그 둘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마치 나와 나의 반려견처럼... 또한 캣츠 프로텍션이라는 곳에 '빌리'를 만나러 갔을 때 그곳엔 '빌리'말고도 '베어'라는 다른 고양이도 함께 있었다. 하지만 '베어'는 '프레이저'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다. '프레이저'와 '빌리'가 처음 만났던 순간엔 그들 주변의 세상은 흐려지고 오직 그 둘만이 선명하게 그 자리에 남았다. '빌리'와 '프레이저' 그 둘은 그 첫 순간부터 느꼈을 것이다. 우린 세상에 둘도 없는 진정한 친구가 될 거라고...

 

"첫날 저녁부터 그 둘 사이에는 마법 같은, 초자연적인 뭔가가 있었다. 빌리에게는 프레이저만이 속한 세상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어떤 능력이 있었다. 우리 중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그런 세상 말이다. 빌리 덕분에 프레이저는 자신이 갇힌 세상 속에서 덜 외로울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빌리는 그 고립된 세상 속에서 아이가 빠져나올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 주었고, 아이는 점차 우리가 사는 세상으로 걸어 나올 수 있었다."

 

- 305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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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성당 이야기 : 회고주의적 유토피아를 기반으로 한 고딕 스릴러 | 예전리뷰 2014-07-18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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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일곱 성당 이야기

밀로시 우르반 저/정보라 역
열린책들 | 2014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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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가 낳은 움베르토 에코>라는 찬사를 받으며 체코 문학에
고딕 느와르 장르를 부활시킨 밀로시 우르반
그의 장편소설 '일곱 성당 이야기'는 현재와 중세를 오가며 체코 프라하의 대표적인 여섯 성당과 마지막 일곱번째 성당의 비밀을 파헤치는 흥미진진하지만, 결코 쉽게 읽히지 않는 소설이기도 하다. 

     
 소설의 주인공 'K'는 그다지 화목하지 못했던 가정에서 태어났다. 자신의 이름 '크베토슬라프 슈바흐'(슬라브 민족의 꽃, 약하다)에 컴플렉스를 갖고 있어 이니셜 'K'로 불리우길 원한다. 학창시절에는 자신을 인정해준 역사 선생님이 마흔 살이나 차이나는 어린 여성을 만나 떠나버리고, 대학시절 역시 그를 알아준 신부가 강도에 의해 죽음을 맞게 되면서 그는 이 세계에 존재하는 자신의 삶에 절망하게 된다.  

 

 그의 유일한 취미이자 즐거움은 20세기의 문명을 벗어나 프라하 시가지에 있는 성당 주변, 즉 중세로의 여행을 시작하는 것이다. 더불어 그에겐 특수한 능력이 있는데, 과거의 건축물에 손을 대면 역사적인 환영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날도 어김없이 길을 걷다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종소리에 이끌려 성당 종탑으로 달려가게 된다. 그곳엔 한 남자가 다리를 밧줄에 관통당한 채 거꾸로 매달려 종을 치고 있었다. 이 엽기적인 사건에 'K'는 경찰에 연락을 하게 되는데, 그 역시 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엔 경찰관이였다. 남편이 공산당원이였던 미망인의 신변을 보호하는 일을 맞았는데 그녀가 의문의 죽음으로 생을 마감하자 그 책임을 물어 결국 경찰관의 옷을 벗게 되었다. 

  
 'K'는 귀에서 끊임없이 진물이 흘러나오는 경찰서장 '올레야르주'로부터 두 명의 남자를 소개 받는데, 한 명은 덩치 큰 '그뮌드', 작은 키의 '프룬슬릭'이다. 이들은 프라하 시가지의 성당 재건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K'의 임무는 그들과 동행하면서 각 성당을 안내하는 역할이다. 물론 경찰신분이 완전하게 복직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는 특수임무이다. 더불어 독특한 매력을 갖고 있는 여경찰인 '로제타'도 이 임무에 함께 동행하게 된다. 그들과 동행하면서 'K'는 '그뮌드'가 20세기 건축의 교만함과 무질서에 분노하는 반면, 중세 '고딕'건축양식에는 대단한 애착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러한 성향은 자신과 너무도 비슷하여 'K'는 '그뮌드'에게 호의를 갖지만 때론 그에게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 후로 또 다른 엽기적인 살인사건들이 발생하면서 'K'는 처음에 발생했던 '미망인의 죽음'을 필두로 일련의 살인사건들이 하나의 지점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사건의 배후에는 '그'가 있었음을 알게 되는데....
 
 이 소설은 '스릴러'라는 장르의 형식을 빌린 어찌보면 '체코 현대사의 질곡'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작품이기도 하다. 때문에 체코의 역사를 알지 못하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옮긴이의 말'편을 먼저 읽어보길 권한다.) 어느 나라나 그 시대가 원하는 '유토피아'를 꿈꾼다. 그때문에 혁명이 일어나기도 하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기도 한다. 이 소설속의 주인공 'K' 또한 자신만의 '유토피아'를 꿈꾼다. 프라하가 가장 프라하 다운, 20세기 문명으로 파괴되어 버린 중세시대의 문명을 그리워하고 그 시대로의 회귀를 꿈꾼다. 그와 같은 꿈을 갖고 있었던, 그렇지만 다분히 극단적인 '그뮌드' 역시 과거의 영광, 과거의 찬란했던 시절을 그리워한다. 그가 사랑하는 것은 오직 '고딕양식'뿐이다. 그 이후에 발현된 '바로크','로코코', 심지어 20세기의 문명들은 그에겐 단지 조롱거리일 뿐이다. '그뮌드'라는 캐릭터를 통해 다소 극단적으로 표현이 된 부분이 있지만, 이는 분명 작가의 마음이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체코의 프라하가 어떠한 모습으로 남겨져야 후대에 좀더 가치가 있는 일일지 생각해봐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현대화의 문명으로 좀더 기능적인 것, 좀더 실용적인 것들이 득세하는 이 시대는 결코 낭만적이라 볼 수 없다. 찬란했던 문명을 저 무례한 불도저로 밀어버리기 전에 한 번 더 인류의 문화유산에 대해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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