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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밀레니엄 1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 스티그 라르손 ★★★★★ | 예전리뷰 2017-10-31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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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스티그 라르손 저/임호경 역
문학동네 | 2017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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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경 타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던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 상, 하권을 구매했었는데 (당시 국내에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제대로 읽게 된 건 근 10년이란 세월이 흐른 후이다. (;;;) 문학동네에서 새로운 디자인과 판형으로 출간된 밀레니엄 1권은 상, 하권 합본판이라 700페이지 가까이 되는 꽤 두꺼운 책이다. 책을 받자마자 처음에 든 생각도 '아... 이걸 언제 다 읽지?'였다.


작가 스티그 라르손은 범죄 미스터리 소설인 밀레니엄 시리즈를 총 10부작까지 기획해 놓았고, 1부작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2부작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3부작 <벌집을 발로 찬 소녀>까지 집필을 마친 상태였다. 그러나 책이 출간되기 6개월 전 안타깝게도 2004년 11월 돌연 심장마비로 사망하게 된다. 결국 미완의 작품이자 그의 유작이 되어버린 비운의 밀레니엄 시리즈. 그러나 그의 사후 밀레니엄 시리즈는 경이로운 판매 기록을 세웠고, 중단된 밀레니엄 시리즈에 수많은 독자들의 아쉬움은 커져만 갔다. 이후 유족과 당시 출판사는 범죄 사건 전문 기자 출신인 '다비드 라게르크란츠'를 공식 작가로 지정해 시리즈를 이어갔다. 기대와 우려 속에서 재탄생한 밀레니엄 시리즈 4부작 <거미줄에 걸린 소녀>는 전작 못지않게 큰 흥행을 일으켰고, 국내에도 문학동네를 통해 출간되었다. 밀레니엄 시리즈는 5부작 <자기 그림자를 찾는 남자>의 출간을 앞두고 있으며, 총 6부작까지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결론은 작가님들은 만수무강해야 한다는 것!)

밀레니엄 시리즈 1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앞으로 시리즈를 이끌어갈 두 주인공인 '리스베트와 미카엘'의 역사적인 첫 만남의 순간을 그린 작품이기도 하다. 단, 이 둘의 만남이 이루어지기까지는 책의 절반 정도를 읽은 후에나 가능하다. 처음 책을 펼치면 스웨덴 지도가 긴 종이에 접혀져 있는데, 책을 읽어가면서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소설은 크게 두 가지 사건으로 정리할 수 있다. 소설의 서막과 종장을 장식할 '벤네르스트룀'사건 하나와 소설 속 중장이자 핵심이랄 수 있는 '방에르 가문과 관련된'사건 하나로.

​스웨덴 재벌 그룹인 '벤네르스트룀'은 국민의 혈세로 이루어진 국가자본을 투자 받아 온갖 비리를 저질러 왔다. 무기 밀매, 마약 거래, 돈 세탁, 성매매 의혹, 마피아와 관련된 거래 등등. <밀레니엄>잡지의 발행인이자 경제 전문 기자인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는 어느 날 우연히 동창이었던 친구로부터 '벤네르스트룀' 기업과 관련된 각종 의혹과 정보들을 전해 듣게 된다. 동창 친구 역시 금융계에 몸담고 있었고, 모든 정보들은 신뢰할 만 했다. 정보제공자는 비밀로 부친다는 약속 아래 '미카엘'은 '벤네르스트룀' 기업 비리를 언론에 공개하게 된다. 그러나 되려 역공을 당하고 법원으로부터 명예훼손죄로 벌금과 3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는다. 이 사건으로 발행인이자 기자로서 '미카엘'이 그간 쌓아 왔던 모든 것들이 무너질 위기에 처하는데...


어느 날 '미카엘'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방에르 그룹'의 전임 회장이었던 헨리크가 '미카엘'을 만나고 싶어 한다는 것인데. 방에르 그룹이 어떤 그룹인가? 한때 스웨덴 제계를 주름잡던 거대 기업이 아닌가? 물론 지금은 그 규모나 영향력이 많이 축소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기업인데, 이런 기업의 재벌 총수가 왜 '미카엘' 자신을 만나고 싶어 하는 걸까? 미카엘은 호기심 반, 의구심 반으로 헨리크가 있는 헤데뷔 섬으로 떠나게 된다. 그리고 헨리크로부터 두 가지 제안을 받게 되는데, 하나는 헨리크 자신의 회고록 집필 의뢰와 40년 전 방에르 가문에서 사라진 조카딸 '하리에트'의 사건을 재조사 해달라는 것이다. 사실, 회고록 집필은 표면적인 의뢰일 뿐 헨리크가 미카엘에게 제시한 궁극적인 제안은 조카딸 하리에트 재조사 사건이다. 헨리크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방에르 가문' 사람들을 극도로 증오했는데, 조카딸 하리에트가 가문 사람들 중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것으로 믿고 있다. 예순에 가까운 노인이 된 전 재벌 총수 헨리크는 조카딸 하리에트를 무척 사랑했으며, 오랜 세월 동안 이 미스터리 한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그의 반생을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어쩌면 죽기 전 그의 마지막 소원일지도 모를 하리에트 사건. 그러나 '미카엘'은 선뜻 내켜 하지 않는데...

그런 미카엘에게 헨리크는 1년 동안 새로운 눈으로 이 사건을 재조사해주면 파격적인 금액 지불은 물론이고, 미카엘 자신을 엿 먹인 '벤네르스트룀' 기업 비리와 관련된 확실한 증거들을 제공해 주겠다는 것이다. 결국 미카엘은 제안을 받아들이고, 헤데뷔 섬에 머물며 하리에트 사건을 재조사하기 시작한다. 자료의 양이 방대해지고, 조사해야 할 것들이 많아지면서 미카엘은 조사원 한 명을 필요로 하게 되는데, 방에르 그룹 고문 변호사인 디르크로부터 '리스베트'를 소개받게 된다. '리스베트'는 밀톤 시큐리티라는 회사에서 이미 실력을 인정받고 있었는데, 그녀의 겉모습은... 15살로 보일 정도의 깡마른 몸매, 코와 눈썹의 피어싱, 사내아이 같은 짧은 머리, 온몸에 새겨져있는 다양한 문신들까지. 평범한 사람들이 본다면 다소 충격적일 수 있는 외모의 소유자이다. 성격 또한 반사회적 양상을 드러내는 편인데, 반면 실력은 스웨덴 최고의 해커라는 것이다. 하리에트 사건에 합류하게 된 리스베트의 도움으로 미카엘은 이 수수께끼 같은 사건의 진실에 가까워져 간다. 그리고 서서히 드러나는 진실은 끔찍하기 짝이 없는데...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방에르 가문'의 음습하고도 어두운 이면과 그 속에 감추어진 추악한 사람들의 실체는 최근 뉴스에서 연일 보도되고 있는 이영학 사건을 떠올리기도 했다.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1권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은 초반에는 스웨덴 경제와 관련된 내용들이 소설 곳곳에 등장하는데, 그래서인지 처음엔 '아, 이 책 어렵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경제에 문외한 1인 추가요;) 그러나 배를 정비하고, 노를 젓기 시작하면서 급물살을 타고 거침없이 항해하는 배처럼 '미카엘'이 헨리크를 만나고 하리에트 사건을 재조사하는 장부터는 페이지가 정말 잘 넘어갔다. 도대체 그 시절 하리에트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라는 궁금증과 그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미카엘'의 동선을 (나 역시 책 속에서 미친 듯이) 따라가면서 긴장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미카엘이 자료에서, 사진에서 다른 누군가는 보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할 때마다 전율했고, 리스베트가 엄청난 실력으로 해킹을 하고, 사디스트였던 후견인을 처벌했을 땐 짜릿했다. 둘의 콤비도 환상적이었고, 그 누구도 믿지 못하고 사랑하지 않았던 리스베트가 미카엘을 만나면서 조금씩 변화되어가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리스베트라는 캐릭터는 우리에게 '말괄량이 삐삐'로 잘 알려진 '삐삐'를 모델로 했다고 한다. 성격은 완전히 다르지만. 또한 작가가 언론 기자출신이라 경제 기자로서 갖추어야 할 자질과 사명에 대한 신념을 소설 곳곳에서 엿볼 수 있었고, 복지국가로 살기 좋은 나라, 경치가 아름다운 나라라고만 알고 있었던 스웨덴의 보이지 않는 이면들을 고발하는 내용들도 볼 수 있었다.

대표적인 경우가 기업 비리라든지, 여성 혐오에 발로한 남성우월주의적 사상, 방에르 가문에도 그득했던 친나치 성향의 인종우월주의자들처럼, 최근 유럽 전역에 흘러들고 있는 이민자들에 대한 인종혐오와 폭력 등등. 얼마 전 영국에서도 한국인 유학생이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방적으로 폭력을 당한 사건도 있었고 말이다. <밀레니엄>은 범죄 미스터리 소설이지만 그 속엔 다분히 사회고발적 성격도 갖추고 있다. 작가 역시 살아생전 반민주주의, 극우파, 나치즘 문제에 천착하며 기자로서 사회정의를 수호하는 데 평생을 바치기도 했고, 이 때문에 32년간 연인이자 동료였던 여인과 법적으로 혼인하지 못했다고 한다. 불안한 삶 속에서도 자신의 일과 신념을 지키려 몰두한 작가의 삶이 이 책 <밀레니엄>에 녹아들어 있는 것이다. 미카엘과 리스베트는 어쩌면 작가가 살아생전 수호하고 자 했던 사회 정의를 실현시키기 위한 대변인이자, 그 자신의 아바타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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