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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당신의 이야기 | 기본 카테고리 2022-12-29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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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안시내 저
푸른향기 | 2022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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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문득 궁금해졌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건 무엇일까.

작가가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여행일까, 사랑일까, 이별일까.

궁금한 마음을 가진 채로 작가의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다.

느린 삶을 사는 사람.

여행과 사람, 사랑에 관한 글을 쓰는 사람.

작가는 올해 서른을 맞이했다고 한다.

나역시 그랬지만 서른이라는 나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조금은 특별하고 또 조금은 슬프게 다가오나 보다. 작가는 여행과 사랑과 떠남의 굴레 속에서 혼란스러운 20대를 마치며 글을 정리했다고 한다. 무언가를 이루라고, 이것이 맞다고 말하는 사람은 되고 싶지 않다고 애써 멋있는 문장을 쥐어짜 교훈을 주고 싶은 생각은 더더욱 없다고 그저 하나의 삶 속에 담긴 사랑과 위로를 알아채 주길 바란다는 작가. 아름다움과 비참함이 팽팽하게 맞서는, 그악스러운 삶의 무게를 세상의 모두가 꿋꿋이 견디고 사랑하길 바라며 미약하게나마 자신에게 기대주길 바라면서 이 글을 건넨다고 말하는 작가의 진한 진심이 느껴지는 프롤로그였다.



Prologue _ 여전히 나는 작고 유약하기에

불행은 어른이고 어른은 시인이다

그곳에 흐르는 느린 아침과 밤의 외로움을 사랑했다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여행자

Eepilogue _ Letter To Someone


밤은 유난히 길고, 나는 눈물 없이 울고 있었다. 나는 다시 눈을 감는다.

당신에게로 달려간다. 당신의 얼굴을 보자마자 눈 녹듯 사라지는 내 모든 불안에 작별 인사를 고한다. 당신을 위해 따온, 이미 이파리가 떨어진 들꽃 한 송이를 건넨다. 맑게 피어오른 당신의 미소를 보고 나는 함께 웃는다. 밤은 꽃과 함께 쉬이 낮이 된다. 굽은 등의 당신에게 안긴다. 당신이 준 사탕과 온기와 노래와 고운 위로 덕에 잘 자라왔노라고 비로소 전한다. 탁한 목소리가 길고 외로운 공간에 울려 퍼진다. 당신의 얼굴이 요원하게나마 느껴진다.


어쩌면 너는 나의 친구가 아닐까도 생각해본다. 사실 내게는 네가 필요하다. 종종, 너의 속없는 미소가 사무치게 필요하다. 조건 없는 마음을 찾을 수 없는 세상에서 나는 이렇게 가끔씩 너를 떠올렸다.

한 평생 서로를 사랑하는 일 따위는 없어. 내 인생에 결혼은 없어. 실컷 연애하고 일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자. 마음의 파도가 일지 않는 삶을 살자. 애초부터 마음을 주지 않으면 상처를 받지 않을거야. 그러니 더 씩씩하게 살자. 어린 시절 내 다짐은 나를 홀로 설 수 있도록 강하게 만들었지만, 나를 외롭게 만들었다. 그러나 나는 오늘, 주현의 손을 잡고 걷는 미림을 보며 생각한다. 사념 없이, 온 마음으로 서로를 신뢰하는 눈짓을 바라본다. 모든 걸 터놓는 입을 본다. 자신보다 상대를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의 그릇을 보며 나를 떠올린다. 넘어지면 혼자 우뚝 일어나는 사람도 강하지만, 손을 내뻗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실로 단단한 사람임을. 사랑하는 이가 떠나지 않을 믿음으로 온 마음과 나누는 것이야말로 정말로 큰 용기라는 것을. 나는 누구보다 강하지만 사실은 가장 약한 사람이라는 것. 누군가가 내어준 손을 기꺼이 잡앗을 때 가슴 속에 차오르던 사랑들이야말로 나를 보다 완전하게 만들었음을 사실은 나도 알면서. 결국은 사랑과 믿음만이 이 지독한 세상의 전부라는 것을. 오랜 친구의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생각한다. 아마 우리의 결말은 여느 동화처럼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마지막을 장식한 한마디로 끝날 것이다.

그래서 공주와 왕자는,

때로는 울고 때로는 무너져도

그래도 서로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우며

혼자일 때보다 훨씬 더 자주 웃으며,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Paradise in my heart

그가 가르쳐준 것들을 되새김질한다.

행복은 결국 내 마음속에서 찾을 수 있음을.

작은 것들을 외면하지 않을 쉼이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결국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내 스스로 발견해야 한다는 가장 중요한 삶의 원칙을.

결국, 내가 간절히 꿈꾸던 지상낙원은 내 안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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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대로의 나로 충분하다 | 기본 카테고리 2022-12-28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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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사람을 끌어당기는 자기긍정의 힘

가토 다카유키 저/이정은 역
푸른향기 | 2021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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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생각했다. 자기 긍정의 힘이라는 말 자체가 진부하다고.

물론 나도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자기 긍정의 힘이라는 말이 와닿지 않았다.

그런데 책 위에 적힌 부제가 좋았다. '자신과의 관계가 좋은 사람이 타인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타인과의 좋은 관계를 떠나 자신과 좋은 관계를 맺기란 쉽지 않으니까 말이다.

스스로를 가장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는 말이 있지만 그러기엔 나는 화가 많았고 그 화는 늘 나를 향했다. 그래서 더 많이 미워했고 자책했다. 이런 나 자신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책일까 싶어 냅다 이 책을 펼쳐 들었다.


 

저자소개 글이 인상적이었다. 저자는 어릴 때부터 중증의 아토피로 병약했고 열등감도 강해 커뮤니케이션이 힘든 사람이었다고 한다. '남들보다 세 배 노력'이라는 신념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지만 건강이 나빠져 세 번의 휴직과 입원을 반복하면서 점차 자신의 마음을 마주하게 되었다. 42세에 '인생은 즐겁고 멋진 것'임을 깨닫고 퇴사 후 심리 카운슬러가 되었다고 한다. 저자가 열등감과 낮은 자존감에 시달릴 때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 자신과 같은 사람들 또한 인생은 즐겁고 멋진 것임을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 담아 쓴 책인 것 같다.

회사에 가기 싫어 울던 잔뜩 움츠려 있던 자신감 없던 저자는 수많은 비즈니스 서적과 자기계발서 등을 읽어보고 노력해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고 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무엇이 안되는지, 부족한 점을 찾아 개선하고 자신을 채찍질하며 살았지만 끝이 안보이는 레이스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날 '어떤 것'에 눈을 뜨게 되면서 세상이 점차 바뀌기 시작했다고 한다. 저자의 세상을 바꿔준 '어떤 것'은 바로 '자기 긍정감'이었다. 일과 삶에서 스스로 당당해지는 자기 긍정감을 키워갔던 비결을 저자는 이 책에서 솔직하게 공유하고 있다.


들어가면서 _ 회사 가기 싫어 이불 속에서 울던 내가

서장 _ 나는 인간관계가 왜 이렇게 힘들까?

제 1장 _ 자기 긍정감이 인생을 결정한다

제 2장 _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자신을 인정하라

제 3장 _ '고정관념'은 착각이다

제 4장 _ 나를 긍정하고 상대도 긍정하는 7가지 방법

제 5장 _ '불편한 사람'과 마주하는 법

제 6장 _ 당신은 사랑받기 충분한 사람입니다

나가면서 _ 지금 이대로의 나로 충분하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니까, 그거면 충분해"라는 생각을 품고 있더라는 점이다.

즉 '자기 자신에게 OK하라'는 것이었다.

사회 초년생 시절 인간관계도 잘하고 가뿐하게 일처리를 해내는 사람들이 부러웠던 적이 있었다. 작가도 이런 사람들의 요령이 궁금해 여러 사람에게 물어보고 난 후 공통점을 찾은 것이 '자기 자신에게 OK 하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 시절, 나만 봐도 완벽하게 잘해내고 싶은 마음에 많이 애썼던 것 같다. 그런데 오히려 그 마음이 독이 되었고 과한 스트레스에 출근하기 싫어 차라리 아팠으면 좋겠다며 운 적도 있었다. 주변을 돌아봐도 이런 사람들이 많다.

동료들을 배려하고 마음을 쓰고, 일을 잘하고 싶은 마음에 신중을 기하고 열정을 다하는 사람. 그 마음은 소중하지만 내 선에서 잘라낼 줄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내가 만족하고 괜찮아야 일도 관계도 잘 풀리니까 말이다. 나도 지금은 '이정도면 충분해, 됫어'라는 마음으로 일하며 스트레스도 적게 받으려고 하지만 여전히 '이정도면 충분해'라는 마음을 가지기 어려울 때가 많다. 누구보다 잘해내고 싶으니까.

이 책을 쓴 작가, 그리고 나, 나와 비슷한 많은 사람들 모두가 자기 자신에게 OK 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자기긍정감을 되찾는 3가지 습관

[언제나 자신을 '위로'한다]

[나에게 OK 해주기]

[부정적인 감정은 더욱 긍정해주기]

위 세가지 습관은 자기를 부정하는 사람이 있는 그대로 자기를 인정하기 위한 기본이라고 작가는 전한다.

[언제나 자신을 '위로'한다]

언제가 자신에게 벌을 주며 '반항'하고 '비관'하면서도 어떻게든 버티며 여기까지 노력해왔을 자신에게 위로를 해주는 것이다. "이런 내가 어떻게 버텨냈지! 잘했어!", "잘 참았어!", "나도 제법인걸!", "잘하고 있어!"와 같은 칭찬과 위로의 말이 마음속 토대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어 준다. 

[나에게 'OK'해주기]

나에게 OK해주기에는 4가지 중요한 점이 있다. 첫번째, 좋고 나쁨으로 판단하지 않고, 무조건 수긍한다. 두번째, 자기에게 OK하는 기준선을 갓난아기 칭찬하는 수준으로 끌어내린다. 세번째, 무리하지 않으면서 마음이 내킬 때, 기분 좋을 때 즐긴다. 네번째, 자기부정이나 부정적인 감정에는 '알아차렸으니까 OK' 한다.

예 ) "오늘 아침도 잘 일어났어, 좋았어!"

"매일같이 만원 전철을 타고 다닌다니, 칭찬받을 일 아냐!"

"회사에 가기 싫다! 하지만 가기 싫다는 걸 알았으면 됐어, OK!"

"과장님 때문에 화나 죽겠어. 그 기분을 알았잖아, OK!"

"업무 스트레스가 두려워. 두렵다는 거지! 그걸로 충분해!"

나는 이부분을 읽으면서 거침없이 하이킥에 나오는 등장인물인 박해미를 떠올렸는데 인상깊었던 장면 때문이었다. 누군가 자신에게 화를 내고 따지는 장면에서 OK를 외치며 정중하게 사과를 하고 자신이 화가 난 상황이었는데 상대방이 미안하다고 하자 깔끔하게 OK를 외치던 장면. 자신의 감정이 더 나아가지 않게 인정하고 받아들이던 모습이 기억에 남았다. 극 중 박해미는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 스스로에게 응원과 위로를 건낼줄 아는 사람, 스스로에게 만족할 줄 아는 사람, 자기 감정을 컨트롤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작가는 이 책에서 이런 것들이 가능하게 도와주고 있다. 나도 유달리 감정을 컨트롤 하는게 어려워 혼자 있는 시간에 그 감정들을 참아내곤 한다. 부정적인 것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자신에게 충분히 OK를 외치며 충분하다고 만족할 수 있다면 조금 더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을것 같다.

[부정적인 감정을 온몸으로 긍정하는 방법]

첫번째, '공포', '슬픔', '불안', '초조', '분노' 등의 감정이 생기면 조용한 장소로 이동한다. 두번째, 가슴이나 명치에 손을 얹고 눈을 감은 다음 천천히 호흡한다. 세번째, 두근거림이 느껴지는 부위를 쓸어주거나, 가볍게 톡톡 두드리며 어린아이를 달래듯 소리를 내본다.

'불안해 해도 돼(슬퍼해도 돼, 무서워해도 돼, 등).'

'느껴지는 대로 느끼면 돼.'

네번째, 감정이 수습되어가는 것을 느낀다.

지금 이대로의 나로 충분하다

작가는 '자기긍정감'을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말한다. 선한 마음도 사랑도 풍요로움도 웃음도 전부 '자신을 인정하기'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지금 이대로의 자신이 어떤지 모르며 자신을 쓸모없다고 여기거나 부정하는 시각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세상에 쓸모없는 것이란 건 없다. 작가는 '어쩌면 쓸모없는 것도 괜찮을지도'라는 말을 기억하라고 전한다. 쓸모없는 것은 오히려 반대로 세상이 정한 '쓸모없는'이라는 기준에서 벗어나 그 밖의 모든 가능성을 인정한다는 것이라고. 쓸모없다 안에는 보물이 가득할 수도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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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히 나를 바라볼 수 있는 길을 나도 걷게 된다면 | 기본 카테고리 2022-12-04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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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금 여기, 포르투갈

한효정 저
푸른향기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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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은 워낙 유명해서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찾기 위해, 알기 위해 떠나는 길이라는 것 정도가 내가 알고 있는 전부였고 이 길이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건 없었다. 내 주변에도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산티아고 순례길에 한번 가보는 거라며 순례길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사람이 몇몇 있었다. 그때마다 나도 유심히 듣긴 했지만 체력도, 끈기도 부족한 게다가 걷는 것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내가 순례길에 관심을 가질리 없었다. 그런데 지금 여기, 포르투갈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나도 그 길에 오르고 싶어졌다. 그 길을 걷다 보면 혼란스러운 마음이 잠재워질 것만 같았다. 세상에 휘둘리지도, 주변 말에 휩쓸리지도 않고 온전히 나로서 존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시인이자 도서출판 푸른향기 대표이자 지금 여기, 포르투갈을 쓴 저자인 한효정 작가. 번아웃을 극복하기 위해 저자는 산티아고 순례길에 올랐다고 한다. 길 위에서 좋은 친구들을 만났고 삶과 죽음에 대해 성찰하고 내가 살고 있는 지금 현재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돌아왔다고 한다. 요즘 나이로 많다고 할 수 있는 나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절대 적지도 않는 나이에 젊은 사람들도 힘들다는 순례길에 오른 작가의 용기가 부러웠다. 언젠가 나도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르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나는 작가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번아웃으로 산티아고 순례길에 떠나게 된 작가. 여행을 준비하는 딸에게 어머니는 말했다고 한다. "네가 돌아올 때까지 이 꽃이 피어 있으면 좋겠다." 꽃병에 꽂힌 프리지아를 보며 말하는 어머니의 마음은 지쳐 있는 딸에게 싱싱해져 돌아오라는 당부였을 것이다. 작가는 어머니의 따듯한 당부를 가지고 누구의 딸도, 누구의 엄마도 아닌 온전한 나로서 '지금, 그리고 영원히' 나를 지켜내기 위해 지쳐 시들어져 가는 마음을 살피러 산티아고 순례길에 올랐다.



Prologue _ 네가 돌아올 때까지 꽃이 피어 있으면

Chapter1 _ 포르투에서

Chapter2 _ 산티아고 순례길, 포르투갈 해안길을 걷다

Chapter3 _ 리스본에서

Eepilogue _ 여행의 이유


함께 있어 좋은 점은 내가 놓친 것들을 누군가가 찾아준다는 것이다.

혼자가 편하고 좋아도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 그건 바로 내가 놓친 것들을 누군가가 찾아주는게 아닐까.


그 누구도 나를 따라올 수 없게 하는 방법 중 하나는 내가 그들보다 뒤처져서 걷는 것이다.

그 누구도 나를 따라올 수 없게 하는 방법은 그 누구보다 빨리 앞서나가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작가는 내가 그들보다 뒤처져서 걷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한다. 무엇이든 빠르게 성과를 내고 앞서나가야 한다고 여겼다. 그래야만 인정받고 스스로에게도 좋은 거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하지만 무엇이든 빨리 이뤄내고 싶은 마음에 조급해져 나는 빨리 무너지기도 했다. 누구에게 인정받고 싶었는지도, 무엇이 좋은 건지도, 무엇을 이뤄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고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커져가기도 했다. 그런데 순례길은 느려도 괜찮다는 걸 가르쳐 주나 보다. 남들보다 뒤처져서 걷는 것도 틀린 게 아니라고 나만의 속도로 방식대로 길만 걸어가면 된다고. 언젠가 순례길을 내가 걷는 날이 온다면 나도 마음속 깊이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 올까.

 


지금은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순간이라는 것을 알기에. 누군가가 말려서 하지 못했던 일 때문에 얼마나 후회했던가. 누군가가 등떠밀어 한 일에 대한 원망은 또 어떠했던가. 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을 지나고 있는 나는 지금 여기에서 무엇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가.

누군가 말려서 하지 못했던 일, 누군가 등떠밀어 한 일에 대해 후회와 원망은 누구나 가지고 있겠지. 생각해보면 내가 '한 일' 보다 '하지 못한 일'에 대한 후회가 컸다. 누군가 말렸기 때문에, 스스로 두려웠기 때문에, 그래서 망설이다 하지 못한 일들이 지금와서 보면 '그땐 왜 그랬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런 생각과는 별개로 여전히 나는 달라진게 별로 없다. 현재는 영원할 거 같고 미래는 너무 멀어보여서 나는 도전하기보다 안주하는 것에 머물기를 택하곤 한다. 그래서인지 나도 작가와 같은 생각을 자주 했다. '나는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거지? 도대체 뭘 하고 싶은거지? 도대체 나는 무슨 생각으로 살고 있는거지?' 하고싶은건 많은데 늘어가는 나이만큼 겁도 늘어나서 다시 오지 못할 지금 이 순간에 나는 계속해서 망설이고 두려워하고 있다. "해보고 후회해. 안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그게 훨씬 나아." 내가 친구들에게 자주 하던 말이었는데, 이제 스스로에게 많이 해줘야 할 말이 된 것 같다.

"밥 한번 먹자"는 말은 지금 먹자는 뜻이다. 지금 보고 싶다는 뜻이다. 나중은 오지 않을 수도 있으니.

언제 얼굴 한번 보자, 밥 한번 먹자, 연락할게 등등 의미없는 인사치레를 얼마나 많이 했던가. 물론, 진심이 담긴 적도 있었지만 그저 지나가는 인사 대신에 자주 쓰던 말이었다. 다음에, 나중에, 언젠가 보면 되지라는 말로 지금 볼 수 있는 시간을, 지금 연락할 수 있는 시간을 뒤로 미뤘다. 그렇게 미루다 나중을 말할 수도 없게 돼버린 사람이 있으면서도 여전히 어려운 말. "지금 밥 먹을래?"


"길에서는 걷는 게 일이잖아요. 그런데 막상 걷다 보니 카미노도 일상과 다를 게 하나도 없더라구요. 일상을 카미노처럼 살면 될 일인데, 무얼 찾겠다고 이렇게 자주 순례길을 왔는지 모르겠어요. 아마도 더 이상은 카미노를 하지 않을 것 같아요."

얼마만큼 걸어봐야 더이상 순례길에 오르지 않겠다고 말할 수 있을까. 여행을 떠나고 돌아오기를 반복할 때면 생각했다. '일상을 여행처럼 살겠다'라고. 하지만 반복되는 일상에서 그 마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채 달리다 빠르게 지쳐갔고 목적을 잃고 방황했다. 무언가 잃어버린 듯 공허한 마음을 달래고자 나는 자주 여행을 갔었다. 그런데 그런 여행마저도 가지 않은지가 오래되었다. 바빠서, 멀어서, 시간이 없어서 등등 나는 "밥 한번 먹자."라는 말처럼 여행마저도 나중으로 미뤄버렸다. 작가의 순례길 친구 지수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까. 뭘 찾아야 될지도, 마음을 뭘로 달래야 할지도 모르면서 여행을 떠났던 나처럼 그녀도 순례길에 수차례 올랐을까. 일상을 카미노처럼 살겠다고 그래서 더이상 카미노를 하지 않을 것 같다는 그녀가 부러워졌다. 순례길이 분명 그녀에게 그녀만의 일상을 걷는 방법을 가르쳐 준 것이었다.

 

작가의 순례길 친구 사브리나의 아버지가 순례길을 걷던 중 돌아가셨다고 했다. 순례길 걷기를 멈추고 돌아가려고 했던 사브리나에게 아버지는 딸에게 말했다고 한다.

"계속 걸어라. 난 곧 떠날 사람이니, 넌 너의 길을 가거라."

어떤 아버지가 죽음을 앞에 두고 딸에게 이렇게 말할 수가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딸이 자신의 찾아 걷기로 한 그 길을 아버지는 멈추게 하고 싶지 않았던게 아닐까. 사랑하는 딸이 자신의 죽음을 보는 대신, 자신의 길을 걷게 해주고 싶었던 아버지의 마음 아니었을까.


1000년 동안이나 이어져 내려온 산티아고 순례길의 정식 명칭은 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 라고 한다. 스페인어 카미노(Camino)는 '길 혹은 거리' 라는 의미이며, 산티아고는 스페인 북서부에 있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 성당을 가리킨다. 단어 그대로 해석하면 '산티아고로 향하는 길'이라는 뜻이지만 한국에선 '산티아고 순례길'로 불린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하나가 아니고 출발지에 따라 다양하다고 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코스가 프랑스길, 포르투갈길, 스페인 북쪽길로 3개가 있다. 작가가 걸은 순례길은 포르투갈길이다.

<프랑스길Camino Frances> 산티아고 순례길 중 가장 잘 알려진 길로 프랑스 남부 도시인 생장 피에드포르Saint Jean Pied de Port에서 산티아고까지 걷는 약 800km의 코스다. 평균적으로 매년 약 18만 명이 걸으며, 작고 아담한 소도시와 부르고스, 레온 등의 대도시를 지나면서 산과 들판, 평야까지 유럽 시골의 다양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수 있다.

<포르투갈길Camino Portugues>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서 시작해 포르투를 거쳐 산티아고로 이어지는 약 630km에 이르는 구간이다. 소박한 분위기의 작은 마을과 바닷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포르투갈이 스페인보다 상대적으로 물가가 저렴해 지갑이 얇은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스페인 북쪽길Camino Del Norte> 프랑스 엉데Hendaye 또는 스페인 이룬Irun부터 시작해 대서양 방면 해안을 따라 산티아고까지 걷는 코스다. 소브라도Sobrado를 지나 20km 정도 걸으면 프랑스 길과 만난다. 다른 두 길과 비교하면 길이 거칠고 고저차가 심한 편이다. 프랑스 길에 비해 알베르게(순례자를 위한 숙소)가 많지 않고, 해안가 주변 알베르게는 7, 8월에만 문을 연다.

 

이 책을 읽으며 난생처음 순례길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알아봤다. 세상에 이렇게 순례길을 떠나는 사람이, 무언가를 길 위에서 찾고자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에 놀라웠다. 그리고 나도 더 늦기 전에, 미루다가 후회하기 전에 그 길 위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의 길을 걷고 찾고 싶어졌다. 그 길 위에서라면 가능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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