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소설이나 역사적인 사실을 다루는 영화가 예전보다 많이 출간되고 개봉되는 것을 보면 잘됐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어릴 때부터 역사를 학교에서 배워오지만 이상하게 항상 같은 부분만 기억이 난다. 고조선 부분과 위인들이 나오는 부분이다. 이순신 장군과 관련한 이야기는 정말 많이 듣고 봐 왔다. 영화 ‘명량’의 그 우렁찬 목소리가 지금도 기억나는 걸 보면 12척의 배로 왜구를 무찌른 이순신 장군의 모습은 마블에서 떼거지로 나오는 히어로들보다 더 흥미진진하다. 이 이야기는 그 시절 바로 임진왜란, 이순신, 조선, 그리고 조선인이지만 일본인으로 살아야 했던 ‘히로’의 이야기다.
작가는 역사극을 쓰는 작가인 이주호 작가로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저자다. 6년 만에 써 낸 신작으로 더더욱 기대를 하게 한다. 광해의 이야기는 영화로도 만들어져 뒤바뀐 두 남자의 운명으로 보면서 웃기도 하고 감동을 느끼기도 했었다. 이번에는 ‘김충선’과 ‘히데요시’의 이야기로 돌아왔다. 이 이야기는 시종일관 극적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있으면서 영화 스크린 안에 배우들의 연기가 펼쳐지고 있는 느낌을 글을 통해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히데요시가 보낸 인자들이 히로를 찾으면서 집을 한군데씩 뒤지는 장면이나 이순신 장군을 암살하기위해 히로가 뎃포를 가지고 노리는 장면은 영화로 만들어도 가슴이 조리면서 긴장하면서 보는 액션 장면이 될 것 같았다.
이 이야기가 더 재미있게 와 닿은 점은 주인공인 히로가 실존했었던 인물이라는 점이다. 김충선은 1592년 임진왜란 때 일본 장수인 가토의 선봉장으로 왔다가 귀순한 인물이다. 원래는 조선인이었으나 일본으로 넘어가 활동했다. 그가 주도적으로 참여를 하게 돼 조선에서 뎃포부대, 즉 조총부대가 만들어지게 됐다. 실제 살아서 숨 쉬었던 인물의 이야기를 적절하게 대사와 여러 상황을 만들어 읽어볼 수 있게 해 실감났다. 히로와 아츠카의 슬픈 사랑 이야기도 가슴이 아팠다. 곁에 있어주면 보기만 해도 서로 사랑하고 아끼는 두 사람을 보니 다른 시대의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더라면 부부로 오래도록 해로하고 살았을 텐데 아쉽기만 하다.
어쨌든 용맹한 히로는 조선으로 돌아와 김충선이라는 이름을 받고 전쟁에서 높은 공도 세우고 후학들을 지도하며 인생을 보낸다. 자신의 조국을 위한 마음은 상황이 바뀌고 있는 곳이 바뀌어도 저절로 원래 있었던 방향으로 향하고야 마는 것인가 보다. 전체적인 커다란 스케일이 있으면서도 중간 사랑이야기와 우정도 볼 수 있는 소설로 다 읽고 나니 한 편의 영화를 보고 나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